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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올리는 축복의 기도 제3막

울려 퍼지는 기도


작은 속삭임
트라졸리와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간다.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의 제작 진도를 확인하러 찾아가 보자
실로닌의 공방으로 가기
아빌릭스:
실로닌! 마침 있었구나. 저기…
실로닌:
왼쪽 선반 아래에서 두 번째 줄 오른쪽 첫 번째 도끼가 네 거야. 호미는 이크날 거고, 망치는 파칼 거니까 네 것만 가져가면 돼
아빌릭스: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쉬러 가려던 참인가 봐?
실로닌:
오늘은 여기서 쉬려고. 온도가 딱 좋거든
아빌릭스:
그래? 난 왜 평소보다 훨씬 더운 것 같지? 밖에 오래 못 있겠어
실로닌:
맞아. 그래서 손님들이 주문하거나 물건 찾아갈 때 대화가 빨리 끝나더라고
아빌릭스:
그렇구나… 아, 또 손님이 왔네. 그럼 수고해, 난 도끼 가지고 갈게
실로닌:
그래그래…
페이몬:
실로닌, 안녕!
실로닌:
Nhà Lữ Hành, 페이몬, 왔어? 둘 다 컨디션이 좋아 보이네
실로닌:
「밤 여정의 두루마리」 상태는 어때? 문제 안 생겼지?
여행자:
네, 멀쩡해요
실로닌:
다행이네. 나도 「밤 여정의 두루마리」를 손에 넣은 건 처음이거든. 너한테 넘기긴 했다지만…
실로닌:
「고대 이름」 상태는 어때? 문제 안 생겼지?
여행자:
네, 멀쩡해요
실로닌:
다행이네. 나도 「밤의 신」의 힘을 직접 빌려서 고대 이름을 만든 건 처음이거든. 게다가 넌 나타 사람도 아니고
실로닌:
불안정한 요소가 너무 많아서, 문제가 없을 거라고 단언하긴 어려워
페이몬:
뭐?! 무… 문제가 생길 확률이 얼마나 되는데?
실로닌:
말라니가 「흐르는 영혼길」을 타다가 실수로 나가떨어질 확률보단 낮은 정도?
페이몬:
어… 그럼 없는 거나 마찬가지네…
아빌릭스:
실로닌, 도끼 가져갈게. 고마워
아빌릭스:
맞다, 그러고 보니 며칠 후면 네히자 생일이네. 보러 갈 거야?
실로닌:
안 그래도 선물을 준비해 뒀어. 이제 보내려던 참이야
아빌릭스:
어… 설마 또 펜치 세트나 목공 도구 세트를 주려는 건 아니지?
실로닌:
어. 꽃은 시들고, 장난감은 망가지고, 간식은 먹고 나면 곧 잊어버리잖아?
실로닌:
하지만 튼튼하고 오래가는 수제 공구는 네히자에게 오래오래 도움을 줄 수 있지
실로닌:
근데 올해는 다른 걸 선물 할 거야. 네히자가 나한테 편지로 《용감한 투크우》를 갖고 싶다고 했거든
실로닌:
엄청 인기 없는 책인데, 다행히 내 소장품 중에 몇 권 있더라고. 출판된 지는 오래됐지만 읽는 데는 지장 없을 거야…
아빌릭스:
하하하, 그 나이대 애들은 동화책을 참 좋아하지. 저번에 나도 트라졸리한테 갈 때 네히자에게…
아빌릭스:
어? 내가 뭘 줬더라? 네히자가 가장 좋아하는… 그… 왜 갑자기 기억이 안 나지?
실로닌:
날씨가 너무 더워서 더위라도 먹었나 본데. 네 이름은 기억나?
아빌릭스:
원래 기억력이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 며칠은… 휴, 이상하게 자꾸 뭘 깜빡깜빡해
실로닌:
네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을 비망록 삼아서 중요한 일을 새겨놓는 게 어때?
실로닌:
이름 각인은 잘 마모되지도 않고 휴대도 편리하잖아. 이런 용도로 쓰기에 딱 좋지
아빌릭스:
흠… 일리 있네. 근데 내 이름 각인은… 이제 새길 자리가 별로 안 남았어…
아빌릭스:
아니 아니, 난 「열소 수정 이름 각인」에 내 「소원」을 새겼거든
아빌릭스:
그러니까… 미래에 대한 기대나, 앞으로 해내고 싶은 일을 기록해 둔 거지
아빌릭스:
트라졸리는 미관을 고려해서 각인을 최대한 짧게 새기는 게 좋다고 했지만…
아빌릭스:
이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은 고대 이름을 직접 만들었던 전 이름 단조사가 만든 거거든
아빌릭스:
그래서 다들 여기에도 조금은… 신비로운 힘이 깃들어 있지 않을까 해서…
아빌릭스:
자기가 산 「열소 수정 이름 각인」에 이상이나 소원을 새겨 넣은 사람이 많아. 그게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야
페이몬:
일종의 소원석 같은 거네…
페이몬:
그치만 소원이나 속마음을 여기에 새기면, 다른 사람들도 다 볼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빌릭스:
하하하,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우리는 보통 트라졸리한테 각인을 부탁하는데, 트라졸리는 특별한 각인법을 사용하거든
아빌릭스:
그 방법으로 새긴 글은 특정 각도로 빛을 비춰야만 볼 수 있어
아빌릭스:
다른 각도로 비추면 이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은 그냥 예쁜 돌처럼 보일 뿐이야
실로닌:
그 말대로야. 이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은 그냥 돌일 뿐, 소원을 이뤄주는 효과는 없어
실로닌:
산꼭대기에서 소리칠 때처럼, 여기에 소원을 빌어도 돌아오는 건 자신의 메아리일 뿐이지
실로닌:
하지만… 「소원 비망록」으로 쓰는 것도 나쁘진 않아. 가지고 다니면서 가끔 꺼내 보면 동기 부여가 될 테니까
실로닌:
갑자기 변덕을 부려서 소원을 바꾸지만 않으면 돼. 이건 마모에 무척 강해서, 기록된 글을 고치려면 아주 힘들거든
실로닌:
그렇다고 버리기엔… 워낙 비싼데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서 많이 아까울 테고
실로닌:
근데 이상하네, 이모 솜씨면 만드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릴 리가 없는데. 누가 조금 만들어서 비싸게 팔라고 하기라도 했나?
아빌릭스:
하하하, 확실히 쉐븐이 떠올릴 만한 계획이네. 그걸로 충분한 돈을 모을 수 있으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아빌릭스:
그럼 적어도 트라졸리와 네히자의 생활이 나아지고, 치료비 걱정도 사라질 테니까
아빌릭스:
처음엔 나도 두 사람의 생활이 걱정돼서, 정기적으로… 어, 뭘 보내려고 했는데…
아빌릭스:
…어라? 이상하다… 네히자한테 뭘 보내려고 했더라? 아휴, 내 기억력 좀 봐
실로닌:
됐어, 뙤약볕 밑에 더 있다간 이름 각인도 네 기억력을 못 구해주겠다. 어서 돌아가서 쉬어
아빌릭스:
그래, 트라졸리랑 네히자한테 안부 전해줘
아빌릭스:
대체 왜 이러지? 에린레한테 가서 약을 좀 타 먹어야 하나…
페이몬:
실로닌, 너도 네히자의 생일 파티에 가는 거지? 헤헤… 잘됐네, 너랑 같이 가면 되겠다
실로닌:
그래. 그나저나 너희가 트라졸리랑 아는 사이인 줄은 몰랐어. 트라졸리는 요즘 부족에도 잘 안 오는데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실로닌과 대화하기
실로닌에게 트라졸리와 알게 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실로닌:
그렇구나… 「화산 수정」을 재료로 쓴다니… 딸을 위해서 정말 못 하는 게 없네
실로닌:
그럼 직접 가서 물어보면 되겠네. 가자, 마침 나도 책을 주러 갈 참이었어
페이몬:
에… 엥? 잠깐만, 생일 선물은 원래 몰래 준비해서 깜짝 놀라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페이몬:
대놓고 물어보면 우리가 어떤 선물을 줄지 알게 되잖아. 그러면 서프라이즈가 아니라구
실로닌:
대놓고 안 물어보면 네히자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아내려고?
실로닌:
아니면 너희도 네히자가 편지에 적은 대로 동화책을 선물하면 어때? 내가 보기엔 그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여행자:
동화책이라면 제 배낭에 많긴 해요
페이몬:
음… 그러면 좀 성의 없어 보이지 않을까? 전부 똑같이 책을 주면 대충 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야
페이몬:
실로닌, 혹시 네히자한테 뭘 제일 받고 싶냐고 물어본 적 없어? 책 말고도 뭔가 더 있을 거 같은데?
실로닌:
없어. 요 몇 년 동안 네히자는 병이 계속 재발하는 바람에 늘 방에서 안정을 취할 뿐, 다른 사람이랑 대화할 기력조차 없었거든
실로닌:
최근에야 좀 호전돼서 편지도 쓸 수 있게 된 거야
실로닌:
자, 고민은 그만하자. 정 안 되면 내가 준비한 책을 상하 두 권으로 나눠서 하나씩 선물하든지 해
페이몬:
좋긴 뭐가 좋아! 그게 더 성의 없어 보이잖아!
페이몬:
에잇, 그냥 네히자한테 가서 직접 물어보자. 그러면 서프라이즈는 아니더라도… 네히자가 마음에 들어 할 선물을 줄 수는 있을 거야
페이몬:
근데 네히자가 달라고 한 책은 무슨 내용이야? 그렇게 인기 없어?
실로닌:
설명하자면 좀 복잡한데, 사실 《용감한 투크우》에는 두 개의 버전이 존재해
실로닌:
이야기의 큰 줄거리는 똑같아. 두 형제가 마왕과 싸우러 가는 내용이지
실로닌:
그런데 마왕을 쓰러뜨린 후, 형 투크우는 동생 리마쿠의 몸에 마왕의 영혼이 들어간 걸 발견했어
실로닌:
최초 버전의 결말은, 형이 마왕을 처치하기 위해 동생을 죽이고 자신도 화산에 뛰어드는 거였지
실로닌:
당시 대지의 어머니 「코아틀리쿠에」에게 몸을 빼앗긴 리마쿠의 대사가 엄청 유명했던 걸로 기억해
실로닌:
「너의 피가 타버리는 것은 바라지 않았지만, 나는 너의 마음을 보았다. 형제여, 내 이름을 기억해다오. 네가 나를 기억하는 한, 나는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이다」
여행자:
그럼 다른 버전은요?
실로닌:
다른 버전은 최근에 나왔어. 작가가 누구 제안을 들었는진 몰라도, 갑자기 동화 시장에 진출한답시고 이야기를 다시 썼더라고…
실로닌:
개정판에선 형과 동생이 힘을 합쳐 마왕을 죽이고 둘 다 살아남았어.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해피엔딩」인 거지
실로닌:
근데 이 개정판은 독자들한테 반응이 안 좋았어…. 출시한 지 한 달이 넘도록 거의 팔리질 않아서 재고만 잔뜩 쌓였지
실로닌:
덕분에 상인들은 어떻게든 재고 떨이를 하려고 온갖 판촉 수단을 동원해야 했어
실로닌:
그래서 지금 시중에 파는 건 개정판 《용감한 투크우》뿐이야. 옛 버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
실로닌:
근데 그렇다고 혹평투성이인 책을 네히자에게 줄 순 없잖아? 그래서 며칠을 뒤지다가, 창고에서 옛 버전의 《용감한 투크우》를 몇 권 찾아낸 거야
실로닌:
그중에서 그나마 새것처럼 보이는 책에 커버를 씌워뒀어. 그걸 네히자에게 선물하려고
실로닌:
여분의 책이 있으니 혹시 관심 있으면 읽어봐. 대신 페이지가 많이 낡았으니까 조심해서 넘겨야 해
실로닌:
어… 이 개정판도 너희 줄게. 전에 「쓴물쇼코아틀」을 살 때 서비스로 받았어
페이몬:
끼워팔기까지 할 지경이라니… 대체 얼마나 형편없길래 그러는지 내가 다 궁금하네
실로닌:
자, 서두르자. 트라졸리가 사는 곳은 부족이랑 멀어서 한참 가야 해
트라졸리 찾아가기
트라졸리:
엔구야 착하지, 어서 돌아가렴. 네히자는 더 쉬어야 해
엔구:
우…
페이몬:
트라졸리, 우리 왔어!
트라졸리:
응? 여긴 어쩐 일이야? 실로닌까지…
여행자:
네히자를 보러 왔어요
실로닌:
오랜만이야, 트라졸리 이모
실로닌:
네히자가 보낸 편지 잘 받았어. 《용감한 투크우》를 보고 싶어 한다며? 그래서 가져왔어
실로닌:
근데 이 책은 판본이 다양해서, 네히자가 어떤 버전을 좋아할지 잘 모르겠더라고
실로닌:
「나무살이」 쪽 전달꾼한테 물어보니까 이런 부드러운 가죽 커버가 인기가 많대서, 이 판본으로 가져와 봤어
트라졸리:
하하… 넌 여전하구나, 실로닌
트라졸리:
자, 안으로 들어가자. 「쓴물」을 끓이던 참이니 너희도 좀 들고 가
트라졸리:
실로닌은 예전부터 「쓴물」을 가장 좋아했어. 어릴 땐 우리 집에 놀러 올 때마다 몇 잔씩 마셨지
트라졸리:
그러던 네가 벌써 이렇게 컸구나. 나는 네히자가 생겼고… 자, 일단…
트라졸리:
아…!
실로닌:
…이모, 일단 방으로 들어가자
실로닌:
Nhà Lữ Hành, 나랑 같이 이모 좀 부축해 줘
여행자:
네, 좋아요
페이몬:
나… 나도 도울게!
페이몬:
엔구야 착하지, 얌전히 있어야 해
엔구:
크릉! 킁…
실로닌:
자, 어서 들어가자. 이모, 발밑 조심해
트라졸리를 부축해 들어가서 쉬기
트라졸리:
미안해. 며칠 전에 네히자의 병세가 다시 악화되는 바람에 며칠 밤을 새웠거든
트라졸리:
갑자기 햇볕을 쬐니까… 머리가 핑 돌더라. 많이 놀랐지?
트라졸리:
여기 앉아서 잠깐 쉬고 있어. 난 가서 「쓴물」을 가져올게…
실로닌:
내가 이미 가져왔어. 이거 마셔, 이모. 그리고 이 두 잔은 너희 거야
페이몬:
「쓴물」이라면… 엄청 쓰지 않을까? Nhà Lữ Hành, 네가 먼저 마셔볼래?
실로닌:
걱정 마. 이모는 끓일 때 설탕을 가득 넣는 편이라 많이 쓰진 않을 거야
트라졸리:
…저번에 손님으로 왔을 때만 해도 아직 꼬마였는데, 어느새 벌써 「메아리 아이」의… 아니, 나타의 버팀목이 되었구나
실로닌:
다 여기서 마신 음료랑, 그때 같이 본 책들 덕분이지
여행자:
오래 알고 지내셨나 봐요
페이몬:
트라졸리랑 실로닌이 같은 부족 사람인 건 들었지만… 이렇게 돈독한 사이일 줄은 몰랐어
실로닌:
어릴 때 부모님은 매일같이 나한테 이모의 「고대 이름」 제작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이모가 얼마나 본받을 만한 사람인지 말해줬어…
실로닌:
내가 집에 누워있기만 하면 이모네 공방으로 보내버렸지. 잘 보고 배우라면서 말이야…
트라졸리:
그러면 나는 네 부모를 집에 돌려보낸 뒤, 너한테 「쓴물」을 끓여주고 혼자 방에서 놀게 했지
실로닌:
맞아. 난 이모가 밖에서 땅땅거리고 일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음료를 마셨고
실로닌:
그러다 이모가 공방을 증축하려고 부족 밖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부턴… 놀러 올 기회가 없었네
페이몬:
그치만 아까 주방에서 음료를 가져올 때 보니까, 이곳에 엄청 익숙해 보이던걸?
실로닌:
이 집의 구조가 이모의 옛날 집이랑 똑같더라고
실로닌:
음… 아, 저쪽이 네히자의 침실이겠네. 맞지?
트라졸리:
맞아. 후후… 그때 넌 작은 방에 틀어박혀서 책 읽고 그림 그리길 참 좋아했는데…
트라졸리:
벌써 이렇게 크다니. 이젠 묵고 가라고 하려고 해도, 네히자의 침대는 작아서 눕지도 못하겠어
트라졸리:
네히자도 그렇게 여겨. 기운을 좀 차린 날이면 자기랑 편지를 주고받는 실로닌 언니는 언제 놀러 오냐고 물어보기 바쁘지
실로닌: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 사과의 의미로 선물까지 가지고. 《용감한 투크우》는 옆에 뒀어
트라졸리:
네히자가 부탁한 거니? 수고 많았어…. 네히자가 먼저 선물을 달라고 하다니 의외네. 평소 집에서는 간식 하나도 나한테 물어보고 먹는 아이인데
트라졸리:
휴, 내가 너무 엄격하게 굴었는지도 몰라. 그래서 엄마보다 실로닌 언니를 더 좋아하는 거지
실로닌:
그래? 그럼… 언니로서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아서 미안하네
실로닌:
난 네히자가 많이 아플 때 돕지도 못하고, 병문안도 제대로 못 와봤잖아. 유일하게 한 거라곤 책 몇 권 찾아준 게 다지
트라졸리:
아니야, 실로닌. 넌 이름 단조사로서 무거운 짐을 지고 있잖니. 얼마나 정신없을지는 우리도 다 알아
트라졸리:
특히 내가 일을 그만둔 후론… 네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 더 늘어났겠지
실로닌:
이모는 더 중요한 일이 생겼을 뿐이잖아…. 네히자에게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하단 걸, 부족 사람들도 다 이해하고 있어
트라졸리:
그래도 내가 책임을 저버린 사실은 변하지 않아. 게다가 난… 지금도 다시 망치를 들 용기가 나질 않아…
트라졸리:
너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겨 버려서 미안해, 실로닌
실로닌:
……
페이몬:
어, 분위기가 무거워졌네…. 저기, 너무 우울해하지 마! 네히자의 병세도 좋아졌다며?
실로닌:
난 잘 해낼 수 있으니까 걱정 마. 그래도 네히자가 나으면 빨리 복귀해야 돼, 그래야 나도 휴가 내고 푹 쉬지
실로닌:
그땐 이모가 제일 바빠질 테니까 각오해. 난 옆에서 「쓴물」 마시면서 응원할 거니까
트라졸리:
풉… 그래, 정말 그런 날이 오면 「쓴물」을 원 없이 마시게 해줄게
트라졸리:
하하… 예전 같으면 이 주제론 얘기할 엄두도 못 냈겠지만…
트라졸리:
이젠 네히자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어서… 나도 그때의 일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어
트라졸리:
사실 네히자의 「병」의 근원은 「심연」이야
트라졸리:
그날 밤, 나는 부족에서 새로운 고대 이름 제작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어
트라졸리: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호각이 울렸어. 심연 마물이 대규모로 부족을 덮친 거야. 부족의 모두가 뛰쳐나와 마물에 맞섰지
트라졸리:
나도 전투에 참여했고, 마물을 물리치고 나서야 부족 경비병들과 집으로 돌아갔는데… 네히자가 안 보이는 거야
트라졸리:
얼마나 찾아다녔는지도 이젠 기억이 안 나… 이틀이거나, 사흘이었나? …수색 끝에 우리는 낮은 절벽 아래서 네히자를 찾아냈어
트라졸리:
네히자는 말라버린 잿불꽃 한 송이를 쥐고 있었고… 몸의 상처에선 심연에 침식된 흔적이 보였어
트라졸리:
이건… 내 잘못이야. 이 일이 있기 얼마 전에, 네히자는 나한테 고대 이름을 지어주면 안 되냐고 물었어
트라졸리:
그리고 일하느라 바빴던 나는… 잿불꽃을 한 송이 찾아오면 그걸 재료로 고대 이름을 만들어 주겠다고 대답했지…
트라졸리:
네히자, 내 딸… 나는 네히자를… 품에 꼭 안았지만…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네히자는 눈을 떠주지 않았어…
트라졸리:
고대 이름을 만드는 일 때문에 공방을 교외로 옮긴 것도, 네히자를 집에 혼자 남겨둔 것도, 전부 나야…
트라졸리:
아아… 흐윽… 내 예쁜 딸, 내 네히자가… 어째서 이런 고통을… 크흑…
페이몬:
으아…! 저기… 너무 슬퍼하지 마. 지금은 네히자의 상태도 많이 나아졌잖아?
페이몬:
봐봐, 편지를 쓸 정도로 기운을 차렸다구. 우리… 아니, 실로닌이 선물도 가져오고!
트라졸리:
미안. 이 일을 떠올릴 때마다 감정이 격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봐
트라졸리:
하아… 너희도 모처럼 찾아왔는데, 눈물로 대접해서야 안 되지
트라졸리: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식재료를 주문해 놨으니 저녁은 여기서 먹고 가. 저녁 메뉴는 새우살추페 데 카마로네스 수프랑 민트 소스 생선구이, 그리고 타코야
페이몬:
우리도 도와줄게! 그 많은 요리를 혼자 하긴 너무 힘들잖아
트라졸리:
하하… 고마워. 그래도 요리 몇 개쯤은 문제없으니까 걱정 마
트라졸리:
너희는 음식만 안 남기고 잘 먹어주면 돼. 나는 이제 나이가 있어서 그렇게 많이 못 먹거든
페이몬:
헤헤… 안 그래도 배고픈 상태니까 걱정하지 마, 트라졸리! 싹싹 비워줄게!
트라졸리:
맞다, 실로닌은 치즈 게파스텔 드 하이바 전골도 좋아했지? 민트 소스 생선구이 대신 그걸 할까? 너 생선 가시 바르는 거 안 좋아하잖아
실로닌:
뭐든 상관없어. 이젠 가시가 있는 채로 그냥 씹어서 삼키거든
트라졸리:
너도 참. 생선 가시 바르는 게 싫으면 내가 해주면 되지…
트라졸리:
그럼 후식은 뭐로 할까? 컵 알갱이? 아니면 초콜릿?
페이몬:
컵 알갱이!
여행자:
초콜릿이요!
실로닌:
초콜릿 들어간 컵 알갱이
트라졸리:
좋아, 알겠어. 그럼 슬슬 준비해야겠네. 너희도 좀 도와줘
트라졸리:
주문한 식재료가 도착할 시간이 됐거든. 입구에 가서 물건 도착하면 안으로 좀 가져와 줄래?
트라졸리:
…실로닌, 퍼져 있지 말고 얼른 일어나. 식사 전에 자면 입맛 없어져
실로닌:
크흠…! 이모, 나 이제 애 아니야. 입맛도 잘 돌아
트라졸리:
애가 아니어도 안 돼! 젊을 때 몸 관리 안 하면 나중에 늙어서…
실로닌:
알겠어 알겠어, 지금 가, 지금!
페이몬:
Nhà Lữ Hành, 우리도 실로닌이랑 같이 식재료를 가지러 다녀오자. 어차피 바로 앞이니까 오래 안 걸릴 거야
트라졸리:
휴, 얘도 참…
트라졸리를 도와 짐 가져오기
페이몬:
어… 아무도 없잖아? 나는 또 누가 숲룡을 타고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실로닌:
「나무살이」 전달꾼도 하늘에서 내려오진 않아. 그보단 보통 옆에 있는 절벽으로 기어 내려오지
실로닌:
볼 필요 없어. 절벽에도 아무도 없으니까
틀라팔:
이런 젠장할!
틀라팔:
오오! 이봐들, 저기 미안한데… 혹시 트라졸리네 집이 이쪽 맞아?
페이몬:
네가 그 식재료 배달 온 사람이야?
여행자:
식재료가 안 보이는데…
틀라팔:
식재료? 참나, 내가 하마터면 마물들 식재료가 될 뻔했거든!
틀라팔:
어휴, 지금 이런 거 얘기할 때가 아니야, 마물이 쫓아온다니까! 빨리 좀 도와줘!
페이몬:
실로닌, 우리… 엥? 실로닌이 어디 갔지?
페이몬:
앗! 벌써 마물이랑 싸우러 갔어! 우리도 빨리 가자!
틀라팔의 상황 살피기
실로닌:
됐다… 다 해치웠어. 어렵진 않았네
실로닌:
식재료가 별로 훼손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운이 좋았어
페이몬:
이상하네… 우리가 올 때는 마물이 별로 없었잖아
틀라팔:
그럴 리가. 이 길로 배달 다닌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이렇게 마물한테 습격당한 적은 한 번도 없어
틀라팔:
이 길은 부족을 드나드는 주요 길목이라 부족이 자주 마물을 소탕하거든. 그래서 웬만하면 안전한 편이야
틀라팔:
근데 요즘은 무슨 이유에선지 주변의 마물들이 흉폭해지고, 온순하던 산룡들도 여기저기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어
틀라팔:
에휴, 트라졸리는 이제 고대 이름도 안 만들면서, 왜 부족에 안 돌아가는 거지?
틀라팔:
부족으로 돌아가면 네히자가 친구를 사귀기도 좋잖아. 그 어린애가 지금까지 친구랑 놀아본 적도…
틀라팔:
어… 네히자의 친구가… 아니, 아니지. 우리 집 애가 네히자를 본 적 있지 않나? 분명히 들었는데, 네히자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틀라팔:
이상하네.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생각이 안 나지…
페이몬:
…Nhà Lữ Hành, 저기 봐. 저 사람한테도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이 있어
실로닌:
…너무 놀라서 정신이 없는 거 같은데, 어서 부족으로 돌아가 봐. 식재료는 우리가 가지고 갈게
실로닌:
이 포대들은 내가 들 테니까 나머지를 부탁해, Nhà Lữ Hành
틀라팔:
알겠어! 그럼 나야 고맙지. 정말이지 오늘은 나오는 게 아니었어…
틀라팔이 실로닌 곁을 떠났다…
실로닌:
……
페이몬:
근데 되게 이상하다. 오늘 만난 사람들은 왜 하나같이 기억력이 안 좋은 거지?
여행자:
게다가 전부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을 갖고 있어
페이몬:
뭐랄까… 왠지 찝찝한 기분이야. 모든 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실로닌:
살다 보면 이런 이상한 날도 있는 거지 뭐
실로닌:
일단 식재료부터 가지고 돌아가자. 안 그러면 오늘 저녁은 굶어야 해
트라졸리의 집으로 돌아가기
트라졸리:
왔구나!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걱정하던 참이야
실로닌:
문제가 조금 있었는데, 잘 해결했어
트라졸리:
그래… 해결했으면 됐지. 금방 요리해 올 테니까 여기 앉아 있어
트라졸리가 뚝딱뚝딱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페이몬:
우와~ 맛있는 게 엄청 많아! 트라졸리, 요리 진짜 잘한다!
트라졸리:
간단한 요리인데 뭐. 다들 사양 말고 많이 들어
페이몬:
헤헤, 내가 직접 집을게. 음… 이거랑 이거… 아, 그리고 이것도!
실로닌:
난 한 그릇 더 줘
페이몬:
버, 벌써 다 먹었어? 실로닌, 너 생선을 씹기는 한 거야?
실로닌:
물론이지, 아까 말했잖아. 나는 생선 가시까지 씹어먹는다고
실로닌:
한 마리만 더 주면 돼. 나머지는 네히자 몫으로 남겨둬
트라졸리:
네가 다 먹어도 돼. 네히자는 이런 건 못 먹거든
트라졸리:
네히자는 몸이 너무 약해서 이런 걸 먹으면 소화를 못해. 아직은 수프만 먹여야 하지
페이몬:
이럴 수가… 난 네히자의 병이 이미 다 나은 줄 알았어…
트라졸리:
심연에게 받은 피해는 돌이킬 수 없어. 의사도 현 상태를 유지하는 정도가 최선이라고 하더라
트라졸리:
괜찮아! 네히자가 나랑 말도 하고 손도 잡을 수 있게 됐으니까… 이거면 만족해
트라졸리:
…설령, 그 아이가 다시는 엄마를 못 알아본다 해도 말이야
페이몬:
뭐? 그, 그게 무슨 뜻이야?
트라졸리:
의사는 네히자의 영혼이 심연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받아서… 다치기 전의 모든 기억을 잃었다고 했어
트라졸리:
이 「기억 상실」은 단순한 「망각」이 아냐. 더는 과거의 어떤 것도 떠올릴 수 없게 되는 거지
페이몬:
어? 과거의 어떤 것도… 떠올릴 수 없다고? 무슨 의미야?
트라졸리:
「연기 주인」에서 기록용으로 쓰는 「직물 두루마리」, 알아?
트라졸리:
소위 말하는 「망각」은 「두루마리」의 색이 점차 바래는 거야. 그저 다시 짜고 색칠만 하면 바래진 기억도 다시 선명해지지
트라졸리:
반면 네히자의 「기억 상실」은… 그 「두루마리」의 중간을 잘라내, 완전히 재로 태워버린 것과 마찬가지야
트라졸리:
네히자가 좋아하던 책, 좋아하던 꽃… 그리고 이 집에서 보낸 시간까지, 모두 심연에 잘려나가 다시는 되찾을 수 없게 됐어
트라졸리:
그 대표적인 예로… 네히자에게 나는 그저 자신을 「엄마」라고 주장하는 낯설고 이상한 아줌마일 뿐이야
트라졸리:
네히자는 착한 아이니까, 자기를 정성껏 돌봐주는 아줌마가 속상하지 않도록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고 있지
트라졸리:
그치만 자꾸 이런 생각이 들어. 사실 네히자는 진짜 엄마가 어딨는지, 자기가 왜 여기 있는지,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건 아닌지… 궁금해하고 있지 않을까?
트라졸리:
네히자는 엄마가 곁을 떠난 적이 없다는 걸, 지금도 바로 눈앞에 있다는 걸 모르니까 말이야…
실로닌:
그래서, 잘려나간 네히자의 「두루마리」를 직접 다시 짜주려고?
페이몬:
응? 실로닌, 그게 무슨 소리야?
실로닌:
아니, 사실 진작부터 짜고 있었던 거였겠네
실로닌이 「열소 수정 이름 각인」 하나를 꺼냈다…
실로닌:
그 배달원 거. 허리춤에 차고 있길래 잠깐 빌려왔어
트라졸리:
……
실로닌:
걱정 마, 모든 답을 알아내고 나면 제대로 돌려줄 거야. 싼 물건도 아니니까
트라졸리:
언제부터 눈치챈 거야?
실로닌:
얼마 전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이 갑자기 부족에서 유행할 때부터
실로닌:
사람마다 정도는 달라도,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을 착용한 사람은 전부 기억 착란을 겪더라
실로닌:
Nhà Lữ Hành, 너희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
실로닌:
「고대 이름 제작 기술로 만든 장신구」… 그런 것 치고, 그 장신구 안에 들은 소형 「열소 각인」은 너무 복잡했어
실로닌:
게다가 그 양식까지 「고대 이름」과 매우 유사했고
실로닌:
주요 부분의 방향과 연결 방법을 약간만 수정하면, 그 「열소 수정 이름 각인」들은 「고대 이름」과 거의 다름없어지지
실로닌:
…「열소 수정 이름 각인」 안에 언제든 작동할 수 있는 「열소 각인」이 들어있는데, 이모는 그걸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어
실로닌:
그렇지? 트라졸리 이모
트라졸리:
역시 넌 못 속이겠다, 실로닌
트라졸리:
네 말이 맞아. 내겐 네히자를 치료하고 모든 기억을 되살릴 방법이 있어.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
트라졸리:
네히자에게 과거의 모든 기억이 담긴 「고대 이름」을 만들어 주는 거야
실로닌:
대영혼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고대 이름」에 담긴 기억이 모두 지맥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야
실로닌:
지맥에서 그 「기억」들을 추출해 내려면 반드시 대영혼의 협조가 필요하지
실로닌:
하지만 이모는 애초에 지맥에서 기억을 추출할 생각이 없잖아?
실로닌:
이모가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을 만든 건, 그걸로 네히자에게 거대한 기억 저장소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야
실로닌:
그리고 그 「고대 이름」은, 이 「기억 저장소」에서 상응하는 기억을 뽑아내기 위해 만드는 거고
페이몬:
기억 저장소를 만든다고? 잠깐만, 그럼 갑자기 기억력이 나빠진 사람들은… 사실 네히자와 관련된 기억을 「열소 수정 이름 각인」에 빼앗긴 거야?
실로닌:
네히자에 관한 타인의 「기억」으로 네히자의 「과거」를 메운다니… 참신한 발상이네
트라졸리:
내 생각을 전부 간파했구나, 실로닌. 역시 넌 예전처럼 우수해… 나보다 훨씬 말이야
트라졸리:
그래. 나는 이 방법으로 네히자와 관련된 모든 기억을 「통합」해서, 그 아이의 과거를 되찾아 줄 생각이야
페이몬:
그… 그치만, 이렇게 기억을 추출하면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을 착용한 사람한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트라졸리:
안심해. 착용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열소 수정 이름 각인」에서 기억을 추출할 땐 내가 하나하나 정밀하게 제어하고 있거든
트라졸리:
이게 바로 모든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을 제어하는 「중추 각인」이야
트라졸리:
…네히자가 곧 갖게 될 「고대 이름」이기도 하지
페이몬:
이걸 다… 트라졸리 혼자 만들었다고?
트라졸리:
그래… 정말 많이도 만들었지…. 덕분에 너무 지쳐버렸어. 나도 이젠 늙었나 봐
트라졸리:
너희도 아까 봤다시피,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기절할 지경이야…
트라졸리:
어쩌면 내일… 아니, 지금 당장에라도 쓰러질지 몰라. 하지만 네히자의 고대 이름은 아직도 완성되려면 멀었어
트라졸리:
기억을 담는 것까진 해냈는데, 네히자와 이 「중추 각인」을 연결할 방법을 모르겠더라고
실로닌:
이모의 「고대 이름」을 개조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트라졸리:
그것도 생각해 봤지. 하지만 이 일은 내 「고대 이름」과는 무관해
트라졸리:
…그 이름은 내게 도움이 안 돼. 나도 지금은 그 도움이 필요 없고
실로닌:
이런 걸 만드는 데에는 「대가」가 따라. 그건 알지?
트라졸리:
알아. 그래도 네히자가 돌아올 수만 있다면, 난 뭐든지 기꺼이 내놓을 거야
트라졸리:
그러지 못하고 내가 세상을 떠나면, 네히자에게 「과거」를 되찾을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아
트라졸리:
내가 누구인지도, 자신이 왜 네히자라고 불리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겠지
트라졸리:
그럼 네히자는 홀로 외로이 세상을 떠돌게 될 거야.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른 채…
트라졸리:
네히자는 내 딸이야. 내가 직접 이름을 지어준 아이라고… 엄마로서, 그리고 이름 단조사로서, 네히자의 「이름」이 이대로 사라지게 두고 볼 수 없어
페이몬:
실로닌…
실로닌:
이 「중추 각인」은 내가 가져갈게
실로닌:
이걸 완전히 분해해서, 그 구조와 구체적인 용도를 확인해 봐야겠어
실로닌:
모든 걸 확인하기 전까진 어떤 약속도 못 해줄 거 같아
실로닌:
네히자한테 잘 자라고 전해줘, 이모
트라졸리:
저기… 잠깐만! Nhà Lữ Hành와(과) 페이몬에게 주기로 한 이름 각인이 완성됐어. 지금 가져올게
트라졸리:
너무 오래 걸렸지, 정말 미안해…
실로닌:
됐어, 이모
실로닌:
Nhà Lữ Hành(이)랑 페이몬은 네히자를 만난 적이 없으니까, 두 사람에게선 기억을 뽑아내지 못할 거야
트라졸리:
그런 의도가 아냐. 평범한 감사 선물이니까, 받아줘…
방 쪽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
페이몬:
어? 이 소리는…
트라졸리:
네히자가 깨서 또 혼자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나 봐…. 미안, 난 네히자한테 가볼게
트라졸리:
네히자! 혼자 내려오지 말고, 필요한 게 있으면 엄마한테 말하렴!
실로닌:
네히자 잘 돌보고 있어, 이모
실로닌:
…Nhà Lữ Hành, 페이몬, 가자. 너희한테 할 말이 있어

맴도는 신호
실로닌은 벌써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의 제작 방식을 파악하고 트라졸리가 이걸 제작한 의도까지 알아챘다. 만일을 위해, 실로닌은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을 완전히 분해해 내부 구조를 분석한 후, 트라졸리를 도와 위중한 병에 걸린 네히자를 구할지 결정하려고 한다
실로닌의 공방으로 가기
실로닌:
물건 챙겨올게, 밖에서 잠깐 기다려 줘. 공방 안이 좀 정신없으니까, 구경시켜 주는 건 생략하자
실로닌:
아… 오해했구나. 어질러져 있는 게 부끄러워서 못 보여주겠다는 건 아니야
실로닌:
내가 공방 안에 물건을 너무 많이 쑤셔 넣었거든. 책이랑 서류… 그리고 「연기 주인」에서 가져온 서적 같은 것들
실로닌:
물건이 천장까지 가득 쌓여 있어서, 너희가 들어가면 발 디딜 곳도 없을 거야
실로닌:
카치나도 저번에 들어갔다가 엄청 고생했다고 하더라…. 뭐, 자료 찾는다고 문 잠그는 걸 깜빡한 내 잘못이지…
실로닌:
공방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연기 주인」 두루마리를 보곤 깜짝 놀라서는, 황급히 돌아서다가 양껏 쌓여있는 단조 설계도 더미를 넘어뜨렸지
실로닌:
그걸 피하려고 발을 들다가 뒤에 있는 그림통에 걸려 넘어지고, 뒤이어 단조 설계도가 카치나의 머리 위로 쿵 하고 떨어졌대
페이몬:
으악…
실로닌:
제때 발견한 덕분에. 해롱해롱하는 카치나가 「메아리 아이」 부족 연대기 아래에 깔리기 직전에 내가 2층으로 데리고 갔어…
실로닌:
그 후로, 카치나는 나를 찾아올 때마다 늘 문밖에서 기다리곤 하지
페이몬:
실로닌은 「장인」이니까, 방 안에 무기나 갑옷 같은 게 잔뜩 걸려 있을 줄 알았어
페이몬:
근데 들어보니까 오히려 도서관에 가까워 보이네
실로닌:
아무래도 본업이 「고대 이름」을 만드는 거니까. 이 작업은 칼이나 호미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복잡해서, 필수적인 기술 참고서 외에도 여러 자료를 찾아봐야 해
실로닌:
너희도 알다시피, 「고대 이름」은 저마다 특정한 「정신」을 대표해. 그리고 그 「정신」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업적이 존재하지
실로닌:
즉, 「고대 이름」의 본질은 특정한 「정신적 의지」의 실체적 구현이야
실로닌:
「고대 이름」을 만드는 이름 단조사로서, 새로운 「고대 이름」을 만들 때 필요한 일은 단순 제작만이 아니야
실로닌:
더 중요한 건, 그 「고대 이름」에 담긴 「정신」을 이해하는 거지
실로닌:
그러려면 관련된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수집해서 꼼꼼히 읽어봐야 하고
실로닌:
근데… 너도 알다시피, 사람들은 자길 추켜세울 때 사실을 조금씩 부풀리기 마련이거든
실로닌:
과장되거나 각색되어 보이는 이야기는 관련된 사실이나 자료를 더 많이 수집해서 교차 검증해야 해…
실로닌:
그래야 터무니없이 과장된 괴담을 벗겨내고, 이야기를 가장 진실된 상태로 되돌릴 수 있거든
실로닌:
오직 이런 「이야기」에서만 진정한 「정신」을 찾을 수 있고,
실로닌:
이래야만 「정신」을 진정한 의미에 부합하는 「고대 이름」으로 구현해 낼 수 있어
페이몬:
「고대 이름」의 원리는 전에도 들어봤지만… 이렇게 자세히 들으니까 진짜 대단하게 느껴져!
여행자:
조~금만 더 대단하면 좋겠네요…
실로닌:
아무리 대단한 「고대 이름」도 갑자기 무기로 변하거나, 주먹 한 방에 절벽을 뚫게 해주진 못해
실로닌:
이건 대대로 전해지는 「정신적 힘」일 뿐, 그렇게 직관적인 능력은 없어
실로닌:
음… 너희의 「이름」으로 예를 들어볼게
실로닌:
너희가 이 세상에 나타난 순간, 누군가는 너희를 위한 「축복」을 준비했어
실로닌:
그 사람은 「축복」을 「이름」으로 농축해서 너희에게 주었지
실로닌:
그 순간은 이미 과거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이름」만큼은 평생 너희와 함께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
실로닌:
트라졸리 이모가 전에 이렇게 가르쳐줬어. 「이름이란, 과거에 서서 미래를 향해 보내는 축복이다」
실로닌:
「이 『축복』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래를 향해 더 자신 있게 나아갈 수 있다…. 밤길을 걸을 때 손에 등불을 든 것처럼 말이다」
페이몬:
어… 알 것 같아! 혼자서 깜깜한 밤길을 걷다 보면 점점 무서워지고 쉽게 지쳐버리잖아
페이몬:
근데 누군가와 함께 걸으면 더 이상 두렵지 않아. 음… 지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혼자 걷는 것보단 훨씬 낫지
페이몬:
물론, Nhà Lữ Hành은(는) 내가 항상 함께할 거니까 이런 걱정할 필요 없어
페이몬:
흐흥, 여행자는 정말 복도 많다니까!
여행자:
길을 재촉할 때면 페이몬이 항상 나보다 빨리 지치던데
페이몬:
나는… 나는 날아가니까! 더 지치는 게 당연하지! …윽, 얘기가 잠깐 샜네.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실로닌:
아무튼, 이게 내가 이름 단조사 훈련을 받을 때 트라졸리 이모가 해준 말이야
실로닌:
근데 솔직히 한 20% 정도 이해했으려나? 아직도 80% 정도는 이해 못 했어
페이몬:
그럼 아예 모르겠다는 거잖아!
실로닌:
그건 아니야. 적어도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모랑 같은 생각이거든
실로닌:
음… 말이 너무 길어졌네,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금방 갖고 나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실로닌이 문을 열고 공방으로 들어갔다. 공방 안에서 불안감을 자아내는 둔탁한 충돌음이 나더니, 뒤이어 소름 돋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실로닌이 상자 하나를 안고 문밖으로 뛰쳐나오더니, 곧장 뒤돌아서 문을 쾅 하고 걷어찼다. 책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와 한가득 피어오르는 먼지가 그대로 방안에 봉인됐다…
페이몬:
안에서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났는데?!
실로닌:
쿨럭… 쿨럭쿨럭, 괜찮아. 아주 오래된 「고대 이름」의 기록들인데, 이미 사본을 다 만들어놨거든
실로닌:
이 「열소 쐐기」 세트를 너무 깊은 곳에 보관해 놔서, 조금 폭력적인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어
실로닌:
자, 이제 「중추 각인」을 분해해 보자. 얼마 안 걸릴 거야
실로닌을 도와 「열소 수정 이름 각인」 분해하기
실로닌:
도착했어, 여기야
페이몬:
무지 높네… 여긴 왜 온 거야?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이름 각인을 떨어뜨리기라도 하려고?
실로닌:
이 절벽의 면에 열소를 새겨서, 「중추 각인」의 내부 구조를 확인할까 해
실로닌:
이게 정상적으로 작동할지는 잘 모르겠어. 마지막으로 사용한 건… 내가 아직 견습생일 때거든
실로닌:
고대 이름 내부의 열소 각인을 새기려면, 먼저 절벽이나 공터에 동일한 구조의 각인 도안을 그려봐야 해
실로닌:
열소가 각인의 여러 줄기를 타고 정상적으로 흐를 수 있는 걸 확인한 후에, 고대 이름 내부의 작은 줄기를 본격적으로 새기는 거지
실로닌:
「중추 각인」을 훼손하지 않고 분해하려면 이걸 쓰는 수밖에 없어…. 이렇게 큰 각인 도안을 손으로 새기고 싶진 않거든
페이몬:
오! 그러니까… 트라졸리의 이름 각인을 깨지 않고도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다는 거지?
실로닌:
대충은. 평범한 미완성 상태의 고대 이름 껍데기였다면, 그냥 뜯어서 안의 각인에다 열소를 부어버렸을 거야. 그럼 간단했겠지
실로닌:
하지만 이 「중추 각인」은… 이모가 네히자에게 주는 「축복」이니까, 쉽게 깨고 싶지 않아
페이몬:
실로닌… 그럼 이 「중추 각인」은 네가 이해한 20%에 속해? 아니면 이해 못 한 나머지 80%?
여행자:
80% 확률로 20% 쪽일걸
실로닌:
걱정 마. 아까도 말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나랑 이모랑 생각이 같거든
실로닌:
바로 「『이름』 자체가 가치를 가진다」는 관점이지
실로닌:
이름이 있어야 사물을 분류하고 정렬할 수 있어. 또, 그래야만 이 세상도 질서정연하고 이해 가능한 것이 돼
실로닌:
예를 들어, 나는 광석을 주문할 때 「순도 약 35%인 화산 수정 광석을 불순물 3% 이하로」 달라고 요청해
실로닌:
이때 만약 이름이 없으면, 직접 광석 상인한테 가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거 있잖아요」라고 설명해야 하겠지
실로닌:
「이름」은 장인이 무언가를 표준화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야. 이름이 없으면 아예 일을 할 수가 없어
실로닌:
아무래도 「고대 이름」의 제작 자체가 일단은 기술적인 문제니까
실로닌:
「그게 왜 중요한지」 같은 문제는… 전반적인 작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이해해 나가면 돼
실로닌:
「고대 이름」을 만드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거든…
실로닌:
흠… 지금은 부족 안도 아니니까 쉽게 말해줄게. 「고대 이름」을 만드는 건 본질적으로 나타의 역사 속 영웅들에게 「별명」을 붙이는 일이야
실로닌:
이름을 짓는 건 개인의 주관적인 축복이니까,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바람을 잘 표현하기만 하면 돼
실로닌:
하지만 별명을 지을 땐 객관적이어야 해. 정확한 별명을 지으려면 많은 관찰과 고민이 필요하지
실로닌:
만약 「고대 이름」… 아니, 별명이 모호하면 아무도 그걸 기억하지 못할 거야
실로닌:
그래서 나는 정확한 별명을 짓기 위해, 최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하려고 노력해
실로닌:
조금이라도 실수해서 사람들이 그 별명을 오해해 버리면, 그건 이름 단조사인 나로서는 중대한 실책이거든
페이몬:
실로닌한테는 별명 지어줄 생각 없거든! 하긴, 그동안 내가 지은 별명이 워낙 생동감 넘쳐서 기억에 잘 남긴 했지!
실로닌:
오호, 흥미가 가는데? 나도 하나 지어줄래?
페이몬:
어? 진짜로?
실로닌:
그럼. 우린 동종업계 사람이나 마찬가지잖아? 어서
페이몬:
어… 별명… 별명이라… 실로닌은 열소로 무기도 만들어 주고, 사람들한테 이름도 지어주니까…
페이몬:
…부, 불지피미?
실로닌:
하하하, 좋아 좋아, 적절하네. 기억해 둘게
실로닌:
페이몬, 계속해서 내 일을 관찰해 봐. 더 좋은 별명을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실로닌:
이제 「불을 지피러」 가볼게. 잘 보고 있어
실로닌이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을 분해한 후의 결론 알아보기
페이몬:
실로닌, 너 진짜 굉장하다! 절벽 위를 뛰어다니는 게, 꼭 평지를 누비는 거 같았어!
여행자:
이게 바로 「메아리 아이」의 실력인가요?
실로닌:
부족이랑은 상관없어. 이건 내가 신은 신발이랑, 거기에 주입된 열소의 접착 효과 때문이야
실로닌:
한바탕 했더니 신발에 열소가 거의 다 떨어졌네… 다음부턴 예비용 열소캔이라도 들고 다녀야겠어
여행자:
각종 장비로 완전 무장한 건가요?
실로닌:
그런 셈이지. 도움이 될 것 같은 건 다 가져왔거든
실로닌:
나중에 시간 되면 장비들을 소개해 줄게. 일단 할 일부터 하자
실로닌:
어디 보자… 1번 지점부터 농도 3의 열소로 활성화시키면…
페이몬:
와, 절벽에 엄청 큰 그림이 생겼어!
페이몬:
트라졸리가 만든 「중추 각인」도 공중으로 떠올랐고…
얼마 후, 열소의 충격이 끝나고 「중추 각인」이 실로닌 손에 되돌아왔다
페이몬:
실로닌, 조사 다 끝났어? 좀 어때?
실로닌:
비정상적인 열소 각인이 발견되진 않았어. 각종 미세한 변형들도 전부 「고대 이름」 기술에 기반한 거였고
페이몬:
우리가 트라졸리랑 네히자를 도와도 된다는 뜻이네? 그치?
실로닌:
응. 근데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어…. 아, 둘 다 말해줄 테니까 안 골라도 돼
페이몬:
그럼 난 좋은 소식만 듣고 귀 막을래…
실로닌:
귀를 막아도 있는 사실이 사라지진 않아…. 말해주기 전에 질문을 하나 할게
실로닌:
Nhà Lữ Hành, 「기억을 추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실로닌:
너다운 대답이네
실로닌:
근데 내가 보기엔, 이모가 한 말에 허점이 하나 있어
실로닌:
「기억 추출」엔 제어 불가능한 요소가 너무 많아. 기술적으로, 이런 이름 각인은 얼마든지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실로닌:
이모의 몸으로는 고강도 작업을 감당하지 못하겠지만, 공모자가 있다면 말이 달라지지. 이름 각인으로 훨씬 더 엄청난 일을 저지를 수 있게 돼
페이몬:
공모자라니… 범죄라도 저지르는 것처럼 들리네…
실로닌:
이제 좋은 소식이야. 비록 이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은 범죄에 이용되기 좋은 도구지만, 아직까진 공모자나 적용 범위의 확대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어
실로닌:
현재로서는 이 가능성을 「잠정 없음」으로 분류할 수 있지
실로닌:
나쁜 소식은, 이 「열소 수정 이름 각인」에 무시할 수 없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거야
실로닌:
저번에 말해준 적 있지? 「고대 이름」의 작동 원리는 「대영혼」의 힘을 빌려 지맥에 남은 정보를 읽어오는 거라고
실로닌:
이 과정에서 「대영혼」은 고대 이름의 소유자가 지맥의 정보를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중계」 역할을 해
실로닌:
「대영혼」이나 다른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특정 이야기를 찾는 건…
실로닌:
세차게 흐르는 강물에서 특정 사이즈의 모래알 하나를 건져내겠다는 거랑 다름없어
실로닌:
맞아. 그러다간 아마 바보가 되거나, 하루 종일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미치광이가 될 거야
실로닌:
자, 이제 이모가 수집한 기억은 지맥이고, 네히자는 그 지맥의 유일한 고대 이름 보유자라고 쳐 봐
실로닌:
이모는 절대로 네히자가 아무 도구 없이 기억의 강에 뛰어들게 하지 않을 거야. 그랬다간 네히자가 기억에 휩쓸려 버릴 테니까
실로닌:
「모든 과거를 잊은」 네히자는 「올바른 과거」를 찾는 정밀한 조작을 혼자 해낼 수 없어
실로닌:
네히자를 도와 이 「과거」를 걸러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모뿐이지
실로닌:
그래서 내 추측은 이래. 이모가 진짜 하려는 일은, 자신을 네히자의 「대영혼」으로 만들어 네히자가 어떤 일을 할 때마다 그에 맞는 기억을 추출해 주는 것이라고
실로닌:
이상적인 상태에선 문제없는 방법이야. 매번 올바른 기억을 찾아 추출할 수만 있다면, 네히자는 과거를 되찾는 셈이지
실로닌:
그리고 난 이모라면 네히자에 관한 모든 일을 한 치의 오차 없이 기억하고 있으리라고 믿어
실로닌:
그렇지만… 이모는 「대영혼」이 아냐. 그 몸으론 오래 버티지 못해
페이몬:
이런 건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우리가 무슨 방법을 쓰든 트라졸리는…
실로닌:
「이름이란, 과거에 서서 미래를 향해 보내는 축복이다…」
실로닌:
나도 결정을 내렸어. 우리 이모한테 가자
트라졸리의 집으로 돌아가기
트라졸리:
실로닌, 보아하니… 생각을 마쳤나 보구나?
실로닌:
응. 이거 내 예전 연구 자료인데, 「중추 각인」의 조작법을 개선할 때 참고해 봐
실로닌:
나도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의 개조에 지속적으로 협조할게. 단, 조건이 있어. 내가 이름 각인의 모든 제어권을 가지고, 모든 사용 행위를 감독하는 거야
실로닌:
또, 각인이 흡수할 수 있는 기억은 네히자의 「과거」로 한정해야 해. 구체적인 시간 범위는 나중에 같이 정하고
실로닌:
만약 이모가 추출하는 기억이 범위를 벗어나면, 난 그걸 범죄 행위로 간주하고 「열소 수정 이름 각인」에 관한 모든 작업을 중단하겠어
실로닌:
그리고 기억 저장소의 구축이 완료되면,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의 추출 기능을 멈추고 기억 출력 기능만 남겨야 해
트라졸리:
그럴게
트라졸리:
고마워, 실로닌. 정말로…
실로닌:
됐어, 나 그런 말 낯간지러워하는 거 알잖아…. 도움이 필요한 거면 빙빙 돌리지 말고 그냥 말하지 그랬어
트라졸리:
고대 이름 제작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해서 다른 걸 만드는 건 사소한 일이 아니잖니…
실로닌:
그렇긴 하지.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이와 사라져가는 「이름」에 비하면,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실로닌:
대신 모든 일이 끝나면, 같이 파칼한테 가서 제대로 털어놓는 거야
트라졸리:
그래. 네히자를 위해서라면 난 어떤 처벌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
실로닌:
좋아, 그럼 테이블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워보자…
실로닌:
어떻게 해야 네히자 혼자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을 제어하고, 필요한 기억을 추출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겠어
실로닌:
참, 그 책은 네히자한테 전해줬어?
트라졸리:
네가 네히자를 위해 특별히 준비해 준 선물인데 그냥 줄 수는 없지
트라졸리:
그래서 예쁜 상자에 담아 포장해 뒀어. 네히자의 생일날 깜짝선물로 주려고
실로닌:
낡은 책 한 권에 뭘 또 그렇게까지…
방 쪽에서 다시 이상하고 묵직한 소리가 들려온다…
페이몬:
네히자가 또 깼나? 근데 이번엔 소리가 엄청 큰데? 뭔갈 내려치는 것 같아…
페이몬:
앗! 그럼 큰일인데! 빨리 가보자!
트라졸리:
네히자! 괜찮니?
???:
…실로닌 언니?
페이몬:
어? 네가 네히자야?
트라졸리:
…네히자, 잘 누워 있으라고 몇 번을 얘기해. 어제도 열이 펄펄 났으면서…
실로닌:
안녕, 네히자
네히자:
응… 책 고마워, 언니. 벌써 몇 번이나 읽었어
페이몬:
몇 번이나 읽었다니? 실로닌이 가져온 책은 트라졸리가 아직 포장해 둔 상태 아니었어?
트라졸리:
아아, 네히자가 착각했나 봐. 네히자가 읽은 건 실로닌이 보낸 게 아니라 내가 사 온 책이야
트라졸리:
며칠 전부터 그 책을 보고 싶다고 조르는데 나는 책은 잘 몰라서… 어쩔 수 없이 부족에 수소문해 봤거든…
트라졸리:
겨우겨우 한 권을 구해 돌아와서, 네히자의 방에 두었지
트라졸리:
그 후엔 네히자가 갑자기 고열에 시달려서, 애를 돌보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어. 네히자가 너한테 선물을 부탁한 것까지 말이야
실로닌:
이모가 산 책은 어떤 결말 버전이야?
트라졸리:
결말? 책을 판 사장님 말로는 해피엔딩이라던데. 지금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건 이 종류뿐이랬어
트라졸리:
아휴, 미안해. 너한테 헛돈만 쓰게 했네. 서프라이즈도 물 건너가고…
실로닌:
괜찮아, 그냥 이야기 책일 뿐인데 뭐. 네히자가 좋아했으면 됐어
페이몬:
네히자, 우리는 처음 보지? 우리가 누구냐면…
네히자:
페이몬 언니랑 Nhà Lữ Hành 오빠지? 엄마한테 얘기 들었어
페이몬:
헤헤, 우리 꽤 유명한가 봐
실로닌:
오늘은 네히자가 기운이 있어 보이네. 며칠 동안 방에만 있어서 갑갑했을 텐데, 우리가 데리고 산책이라도 할까?
트라졸리:
산책…? 하지만 네히자는 몸 상태가 아직…
실로닌:
걱정하지 마, 이모. 나랑 Nhà Lữ Hành이(가) 있는 한 안전해
실로닌:
부족 밖까지 나가진 않을 거니까, 문제가 생겨도 바로 의사한테 찾아갈 수 있어
실로닌:
게다가 며칠 후면 네히자 생일인데, 부족에서 쇼핑하면서 제대로 축하해 주면 좋잖아?
실로닌:
이모, 어떻게 생각해?
네히자:
엄마, 함부로 안 돌아다닐게
네히자:
엄마도 나한테 신선한 공기를 많이 쐬어야 한다며
트라졸리:
…그래, 알겠어. 그렇게 하렴
트라졸리:
마침 나도 수리를 마친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을 부족에 가져가려던 참이니, 같이 가자
트라졸리:
잠깐만 기다려 줘. 네히자의 물병이랑 수건, 약을 챙겨야 하거든. 참, 양산도…
트라졸리가 네히자의 방에 들어갔다가 빠르게 짐을 챙겨 나왔다…
페이몬:
준비가 엄청 철저하네…
여행자:
야영을 해도 되겠어요
트라졸리:
유비무환이란 말도 있잖아. 그럼 출발할까? 네히자, 말 잘 들어야 한다, 실로닌 언니한테 폐 끼치지 말고. 알겠지?
실로닌:
짐은 내가 들게. 네히자도 어려워하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말해줘. 나도 어릴 때 이모 신세를 많이 졌거든
페이몬:
헤헤, 맞아! 모처럼 놀러 나가는 거니까, 네히자는 아무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놀아
네히자:
응, 고마워. 그리고 엄마도 걱정하지 마
네히자:
말 잘 들을게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을 이크날에게 돌려주기
이크날:
트라졸리, 오늘 웬일로 부족까지 왔어… 어, 네히자도 왔네?
이크날:
잘 회복하고 있나 보구나! 산책도 다 나오고. 조금만 더 있으면 차닐 걔들이랑도 같이 놀 수 있겠어
트라졸리:
정말 그러면 좋겠네. 이크날, 여기. 네 이름 각인 다 수리했어
이크날:
어머, 일부러 가져다주고 정말 고마워. 맞다, 얼마 전에 품질 좋은 광석을 구했는데, 그걸로 네히자한테 예쁜 장신구 하나 만들어 줘
이크날:
네히자가 반짝이는 반지를 볼 때마다 좋아했던 기억이 나더라고. 그렇지, 네히자?
트라졸리:
네히자가 좋아하겠다, 고마워
이크날:
고맙긴 뭘. 잠깐만 기다려, 가서 광석 가져올게
실로닌:
장신구를 만드는 건 나한테 맡겨. 네히자, 넌 어떤 스타일이 좋아?
네히자:
나는…
트라졸리:
잿불꽃 모양이 좋겠어. 예전부터 나한테 잿불꽃 모양 「고대 이름」을 만들어 달라고 조르곤 했거든
실로닌:
알겠어, 그럼 다음 생일 땐 그걸 선물해 줄게
실로닌:
미안, 네히자. 다음 생일 선물은 서프라이즈가 아니게 됐네
네히자:
…괜찮아. 고마워 언니
이크날:
찾아왔어! 다들 오래 기다렸지? 자, 가져가
이크날:
참 네히자, 다음에 또 광석에 대해 궁금한 게 생기면 언제든 편지 보내
이크날:
저번엔 갑자기 나한테 「화산 수정」을 갖고 싶다고 편지를 보내서 깜짝 놀랐지 뭐야
트라졸리:
미안, 폐를 끼쳤네. 몸 상태가 좋아지고 나서부터 호기심이 부쩍 많아졌거든
트라졸리:
아직 몸이 약해서 마음대로 밖에 나가질 못하니, 매일같이 부족 사람들한테 편지를 써서 이것저것 물어봐 달라고 하더라고
이크날:
하하하! 우리 「메아리 아이」의 아이니까, 광석을 좋아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 뭐
페이몬:
모든 게 다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아. 헤헤, 개정판 《용감한 투크우》의 주인공이 리마쿠를 구한 것처럼 말이야!
페이몬:
이야기 전개대로면 우리는 지금… 음… 어디 보자…
페이몬:
「투크우가 산과 불의 여신에게 기도했다. 『제 형제의 이름이 계속 이어지게 해 주시옵소서. 저의 심장과 피를 기꺼이 바치겠나이다』」
페이몬:
「여신이 대답했다. 『너의 기도를 들었다. 그러나 네 형제는 더 이상 너의 혈육이 아니며, 그의 이름은 깊디깊은 곳으로 떨어졌노라』」
네히자:
그러자 투크우가 말했다
네히자:
「제 피를 불로 바꿔, 제 심장으로 깊디깊은 곳을 비추겠나이다. 그리고 피가 마르기 전에 형제를 데려오겠나이다」
페이몬:
오! 네히자 기억력이 되게 좋네! 내가 기억하기로도… 어… 잠깐만, 책에 뭐라고 쓰여 있었더라?
여행자:
본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까먹었어…?
페이몬:
두 권을 한꺼번에 읽어서 그래! 두 책의 줄거리랑 문장이 겹치는 게 많아서… 헷갈릴 만하다구
페이몬:
나는 옛 버전의 결말이 더 마음에 들어. 애들한테는… 음,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지만…
페이몬:
그러고 보니 네히자는 아직 다른 결말은 모르지? 좋아, 이따가 내가 읽어줄게!
네히자:
어… 아냐. 사실 나… 다른 결말도 알고 있어
페이몬:
어떻게? 아직 하나밖에 못 읽은 거 아니었어…?
트라졸리:
무슨 얘기 중이야? 즐거워 보이네
네히자:
…!!!
네히자:
엄마… Nhà Lữ Hành 오빠랑 그 책의 결말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어…
네히자:
악당은 쓰러지고 다들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해피엔딩이었다고 말이야…
트라졸리:
해피엔딩이라니 잘됐네. 그치만 책을 이렇게 빨리 읽어버리면, 오늘 엄마가 읽어줄 책이 없어
트라졸리:
오늘 밤엔 일찍 자렴. 다음에 엄마가 다른 동화책 더 많이 사줄게, 알겠지?
네히자:
응, 엄마…
여행자:
그 광석은 어때요?
실로닌:
질 좋더라. 다음 생일 때 네히자한테 튼튼하고 예쁜 장신구를 만들어 줄 수 있겠어
실로닌:
그치만 일단은 이번 생일부터 잘 치러야겠지? 이모, 다음엔 어디로 갈 거야?
트라졸리:
이번엔 아폭스팔론한테 가자. 바로 이 근처야
트라졸리:
네히자, 이리 오렴. 너무 멀리 떨어지지 마
네히자:
알았어… 엄마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을 아폭스팔론에게 돌려주기
아폭스팔론:
오늘따라 미간이 왜 자꾸 떨리지? 이상하네…
트라졸리:
운수가 트이려고 그러나 봐, 아폭스팔론
아폭스팔론:
아하하, 이름 단조사 두 분이 함께 행차하셨구만! 어서 와!
아폭스팔론:
트라졸리, 오늘은 뭐 사러 왔어? 오늘도 저번처럼 할인해 줄게!
페이몬:
우와! 말도 안 꺼냈는데 할인부터 해준다니, 트라졸리 인기가 장난 아니네…
아폭스팔론:
트라졸리는 이름 단조사로서 우리 부족에 많은 공헌을 해왔어. 할인쯤이야 마땅하지
트라졸리:
신경 써줘서 고마워…. 자, 여기 네 「열소 수정 이름 각인」. 다 고쳤어
트라졸리:
네히자도 아저씨한테 고맙다고 인사드리렴
네히자:
고맙습니다, 아저씨…
아폭스팔론:
넌… 네히자, 맞지? 트라졸리가 네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어
아폭스팔론: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자자, 아무거나 골라보렴. 이 아저씨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네히자: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저씨가 이미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셨다고 엄마한테 들었어요
아폭스팔론:
엥, 그건 너희 집에 준 거지 너한테 따로 준 선물이 아니잖아. 고르기 정 부끄러우면 엄마한테 골라달라고 해
실로닌:
이모, 그러지 말고 네히자 대신 하나 골라줘
실로닌:
아폭스팔론이 만든 드릴이랑 집게는 품질이 좋아. 규격도 정확하고, 내구성도 뛰어나지
실로닌:
나도 급하게 필요해지면 매번 여기서 구매해
실로닌:
혹시 여기에 어린이용 안전 가위도 있어? 여러 가지 타입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폭스팔론:
몇 개 남아있어. 뒤쪽에 놔뒀는데 필요하면 지금 꺼내줄까?
실로닌:
번거롭게 안 그래도 돼. 이모, 우리가 직접 가서 고르자. 얼마 안 걸릴 거야
트라졸리:
난 봐도 잘 모르는데, 그냥 실로닌 너 혼자…
실로닌:
디자인이 워낙 다양해서, 이모가 안 도와주면 네히자 마음에 들 만한 걸 고를 수가 없어
실로닌:
잠깐이면 돼, 이모. 가자
페이몬:
실로닌이 또 트라졸리를 끌고 쇼핑하러 가버렸네. 바쁘다 바빠…
네히자:
알겠어…. 있잖아, 페이몬 언니는 《용감한 투크우》에서 어느 캐릭터가 제일 좋아?
페이몬:
나는… 당연히 투크우지! 가족을 구하려고 온갖 방법을 시도했잖아
페이몬:
옛 버전 이야기에선 결국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잖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페이몬:
네히자는? 어떤 캐릭터가 좋아?
네히자:
나는… 리마쿠가 좋아
페이몬:
어… 코아틀리쿠에한테 육체를 빼앗기고도 투크우를 잊지 않은 사람이었지? 맞아, 그 사람도 정말 멋졌어
페이몬:
투크우가 그렇게 굳세지 않았다면, 마지막 결전에서 두 사람 다 코아틀리쿠에한테 당하고 말았을 거야!
페이몬:
이야기를 볼 땐 당연히 몰입해야지, 안 그러면 재미없잖아
페이몬:
헤헤, 네히자. 우리 연극이라도 하면서 놀까? 네가 리마쿠를 하고, 내가 투크우를 하는 거야
여행자:
멋진 대사를 치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네히자:
오빠, 나… 대지의 어머니 코아틀리쿠에 역을 해도 될까?
페이몬:
그건 악역이잖아? 옛 버전에서 대지의 어머니는 리마쿠를 먹어치우고 그의 모습으로 둔갑했다구
페이몬:
맞다, 네히자가 본 건 해피엔딩이지…. 새 버전의 결말에서는 코아틀리쿠에가 쓰러지고 리마쿠와 투크우 모두 살아남았어
페이몬:
에이, 사실 상관없어. 어차피 다른 건 결말 부분의 대사뿐이니까! 네히자, 그냥 네가 좋아하는 대사를 말해 봐. 난 두 버전 다 봤으니까 어느 쪽이든 맞춰 줄게
네히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엔딩의 그 대사야! 바로…
트라졸리:
네히자! 어서 이리 오렴. 아이고… 이마에 땀이 많이 났네
네히자:
엄마…!
트라졸리:
엄마가 닦아줄게. 자, 어서 물 마셔. 얘도 참… 놀기만 하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니까
실로닌:
물건 다 고르고 왔어. 이따 아폭스팔론이 잘 포장해서 이모 집으로 보내준대. 너희는? 네히자랑 잘 놀았어?
페이몬:
이제 막 재밌는 얘길 하려던 참인데…
페이몬:
정말? 그러고 보니… 실로닌이 두 번이나 트라졸리를 따로 데리고 갔었네. 그치만 왜…
실로닌:
그건 이따 다시 얘기하자. 지금은 나를 믿고 가만히 있어줘
실로닌:
이모, 이제 슬슬 마지막이지? 날이 더워서 네히자가 밖에 너무 오래 있어도 안 좋을 것 같아
트라졸리:
그래. 마지막으로 쉐븐한테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자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을 쉐븐에게 돌려주기
트라졸리:
쉐븐, 네 「열소 수정 이름 각인」 수리해 왔어. 이번엔 특별히 보강도 했으니 쉽게 깨지지 않을 거야
쉐븐:
고마워…. 그 「화산 수정」은 어때? 쓸만했어?
트라졸리:
충분해. 고마워
쉐븐:
고맙긴, 네히자가 건강을 회복할 수만 있으면 됐어
네히자:
고마워… 쉐븐 언니
쉐븐:
아휴, 누가 가족 아니랄까 봐 둘 다…
실로닌:
어쩐지, 이렇게 대규모로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을 만들 광석이 어디서 났나 했어
실로닌:
쉐븐, 네가 트라졸리 이모의 「공범」이었구나?
쉐븐:
실로닌? 그게 무슨…
실로닌:
우리도 마찬가지야
여행자:
저희도 네히자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쉐븐:
휴… 간 떨어질 뻔했네! 들킨 줄 알았잖아…. 이 일이 파칼 귀에 들어가면 진짜 큰일 나…
쉐븐:
솔직히 이제 오래 못 숨길 거 같아. 난 맨날 멀리 나갔다 오지, 광석 재고는 이유 없이 줄어 있지…
쉐븐:
저번엔 파칼이 와서 물어보길래, 새로운 장신구를 연구하느라 광석을 많이 썼다고 둘러댔어…
쉐븐:
밖에 나갔다 오는 건… 새로운 광맥을 발견해서, 새 보석을 캘 수 있는지 본다는 핑계를 대고 있고
쉐븐:
아, 미안! 말이 길어졌네… 다들 들어와서 앉아
트라졸리:
그래, 잠깐만 쉬었다가 갈게…
네히자:
저… 쉐븐 언니, 나 저기 있는 장신구 구경해도 돼?
쉐븐:
이믹스 쪽에 있는 거? 그럼, 얼마든지. 단, 꼭 안쪽에 서서 봐야 한다
페이몬:
나도 볼래! Nhà Lữ Hành, 우리 네히자랑 같이 가자. 나 아직 나타의 장신구는 제대로 본 적 없단 말이야
페이몬:
정말? 으헤헤, 그럼 더 꼼꼼히 살펴봐야겠다
실로닌:
이모도 장신구 안 산 지 오래됐지? 여기서 하나 골라봐
트라졸리:
……
페이몬:
네히자, 빨리 와. 우린 장신구는 볼 줄 모르니까 같이 골라줘
네히자:
오빠, 있잖아…
트라졸리:
네히자, 이리 와
네히자:
…!!!
트라졸리:
쉐븐, 실로닌, 정말 미안. 시간이 늦어서 이만 돌아가 봐야겠어
트라졸리:
며칠 후면 네히자의 생일이라서 할 일이 많거든…
쉐븐:
그래그래. 생일날 제일 예쁜 장신구를 선물로 가져갈게
네히자:
엄마… 나…
트라졸리:
…이마가 또 뜨거워졌네. 자, 업어줄 테니까 빨리 집에 들어가자
트라졸리:
노느라 바빠서 몸도 안 돌보고… 오늘 집에 가서 엄마랑 얘기 좀 해
네히자:
아니야… 나는 별로…
트라졸리:
…네히자, 엄마가 변명하라고 가르쳤니?
네히자:
미, 미안… 엄마, 나… 나는…
페이몬:
네히자가 우릴 보고 있어. Nhà Lữ Hành, 뭔가 이상하지 않아? 어떡하지?
실로닌:
네히자는 오늘 너무 즐거워서 시간을 깜빡한 것뿐이야. 별로 큰 잘못도 아니잖아
실로닌:
네히자는 내가 업을게. 그 몸으로 업고 가다가 이모까지 몸져누울까 봐 걱정돼
트라졸리:
괜찮아, 내가 업을 수 있어
트라졸리:
가자, 네히자, 집에 돌아가야지
트라졸리는 당신들의 도움을 거절하고 네히자를 업고 마을을 떠났다. 집에 도착할 무렵에는 다리가 비틀거리기 시작했지만, 그 와중에도 네히자를 꼭 지키고 있었다…
트라졸리와 함께 거처로 돌아가기
트라졸리:
실로닌, Nhà Lữ Hành, 그리고 페이몬. 오늘 우리 모녀한테 끌려다니느라 고생 많았어, 고마워
트라졸리:
네히자의 생일 파티에 너희도 꼭 와
트라졸리:
응. 네히자도 슬슬 잘 시간이니까, 오늘은 이쯤에서 헤어지자
실로닌:
그래. 이모, 내가 사 온 《용감한 투크우》 네히자한테 꼭 전해줘. 엄청 힘들게 구한 책이야
트라졸리:
알겠어, 너도 참… 내가 네 성의를 헛수고로 만들까 봐?
트라졸리:
실로닌 언니가 선물한 책이니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으니까, 네히자도 소중히 간직할 거야… 그렇지, 네히자?
네히자:
으응… 고마워, 실로닌 언니…
실로닌:
간직만 해? 안 읽어볼 거야?
트라졸리:
이 동화는 내가 벌써 몇 번이나 읽어준 거거든. 네히자가 대사까지 전부 외우고 있을 정도야…
실로닌:
그거라면 신경 안 써도 돼, 이모. 내가 가져온 《용감한 투크우》는 네히자가 들어본 적 없는 버전이거든
트라졸리:
어? 그래? 이 책은 뭐가 달라?
실로닌:
그렇게 큰 차이는 없어. 다만 이모가 산 책이랑은 결말이 달라
실로닌:
내가 가져온 《용감한 투크우》는 어떤 개정도 거치지 않은 최초 버전이거든
실로닌:
네히자가 병에 걸리기도 전에 출간된 버전이지
트라졸리:
…실로닌, 너 원래 동화 같은 거엔 관심 없지 않았어?
실로닌:
글쎄, 그냥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만약 이모가 말한 대로, 네히자가 병에 걸리기 전의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실로닌:
《용감한 투크우》의 초판 버전도 네히자에겐 「잊어버린 과거」에 속하지
실로닌:
다시 말해, 네히자가 최근에 초판을 보지 않았다면, 초판 이야기의 결말도 알 리가 없어. 그렇지?
트라졸리:
대체 이야기의 결말에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 설령 네히자가 기억한다고 해도 그게 무슨 증명이 된다고?
트라졸리:
어쩌면 네히자가 나 몰래 집 밖에 빠져나가서, 어디선가 초판을 읽고 왔는지도 모르지
실로닌:
그 가능성도 부인하지는 않아. 최근에 일어난 일이라면 네히자도 기억할 수 있으니까
실로닌:
그럼 우리 같이 부족에 가서 물어볼까? 네히자가 온 걸 본 사람이 있는지
실로닌:
어차피 부족에서 책을 파는 가게는 몇 없으니까, 네히자한테 어디서 책을 봤냐고 직접 물어봐도 되고
트라졸리:
다들 이름 각인을 가지고 있어서, 이 일에 관한 기억이 없을지도 몰라…
실로닌: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이 부족 사람들의 최근 기억에 영향을 미쳤다고 시인하는 거야?
실로닌:
이모, 내가 말했지? 난 그런 행위는 「범죄」로 간주할 거고, 「열소 수정 이름 각인」에 관한 모든 작업을 중단할 거라고
트라졸리:
…집에 분명 다른 책이 있었을 거야. 난…
실로닌:
「너의 피가 타버리는 것은 바라지 않았지만, 나는 너의 마음을 보았다…」
트라졸리:
…무슨 소리야?
실로닌:
대답해, 네히자
트라졸리:
네히자, 당장 방에 들어가
네히자:
나… 나는…
트라졸리:
너 엄마 말 안 들어?
실로닌:
네히자, 나한테 편지를 쓰고 책을 부탁한 건 너야. 오직 너만이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실로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지금 여기서
네히자:
「…형제여, 내 이름을 기억해다오. 네가 나를 기억하는 한, 나는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이다」
트라졸리:
입 다물어!
페이몬:
이, 이건 옛 버전의 결말 대사야! 네히자가 정말 기억하고 있어!
네히자:
나 알아! 전부 다 안다구! 실로닌 언니, 도와줘! 나 좀 구해줘!
네히자:
꺄악!
페이몬:
문이 뭔가에 막혀버렸어!
실로닌:
…물러서
실로닌는 망설임 없이 빠르게 문으로 달려가 문과 장벽을 한꺼번에 부숴 버렸다
페이몬:
실로닌! 잠깐 기다려!
방 안은 난장판이었다. 비스듬한 방향으로 이동한 침대로 인해 막혀 버린 지하 통로가 드러났다. 주변의 갈라진 벽 안에는 마치… 뭔가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실로닌:
…쯧, 지하 통로가 벌써 막혔네.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니 들어가면 안 돼
벽 속엔 대량의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이 쌓여 있었다. 이건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
페이몬:
앗! 네히자 방 벽에 뭔가가 붙어있어!
실로닌:
…이모가 만든 여분의 이름 각인이 다 여기 있었구나
실로닌:
…그 「고대 이름」을 완성시키려면, 갈 곳은 하나뿐이야
실로닌:
가자, 날 따라와

울리는 비명
속내를 드러낸 트라졸리가 「네히자」를 위협해, 폐기한 척했던 공방으로 데려갔다. 당신에게 구조 신호를 보냈던 아이를 구하려면 서둘러 쫓아가야 한다
트라졸리 추격하기
트라졸리:
정말 빨리도 왔네. 대단한 속도야
페이몬:
네히자가 위에 있어! 너 애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트라졸리:
난 너희에게 거짓말한 적 없어. 처음부터 끝까지 난 내 딸 네히자를 구할 생각뿐이야
트라졸리:
비록 아직은 내 딸이 아니지만… 모든 게 끝나면, 이 아이는 진짜 네히자가 될 거야
페이몬:
아, 아직은 네히자가 아니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트라졸리:
눈치챘구나? 그래, 나는 「기억」으로 네히자를 깨우려 해
트라졸리:
네히자는 밤의 신의 나라에 너무 오래 있었어…. 어둡고 추운 걸 무서워하는 아이인데
트라졸리:
네히자를 거기 혼자 있게 만든 게 나니까, 어떻게든 다시 데려와야 해
트라졸리:
무서워하지 말렴, 네히자. 엄마는 아무것도 잊지 않았어. 언제나 네 이름을 기억하고 있단다…
실로닌:
…아마 그럴 거야
페이몬:
그… 그럼 저 위에 누워있는 사람은 누구야?!
트라졸리:
같은 부족 아이야. 부모는 그때 심연의 습격으로 세상을 떠났지…. 근데 우연히도, 이 아이의 생일이 네히자와 같더라고
트라졸리:
그래서 나는 이 아이를 입양해서 오랫동안 돌봤어. 이러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거든
트라졸리:
그러다 이 아이가 나를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러준 날, 처음엔 무척 기뻤지만… 갑자기 섬뜩해지더라
트라졸리:
쟤가 정말 내 딸이 맞나? 내 딸은… 내 딸의 이름은 네히자인데, 네히자밖에 없는데…
트라졸리:
내가 어떻게 기쁠 수 있겠어? 나의… 나의 네히자가 지금도 나를… 이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말이야
트라졸리:
내가 말했지? 네히자가 돌아올 수만 있다면, 난 모든 걸 기꺼이 바치겠다고
트라졸리:
지금이 바로 모든 걸 바칠 때야
트라졸리:
나의 이 쓸모없는 「고대 이름」도, 흥… 드디어 유용하게 쓰일 때가 됐어
트라졸리:
힘이 되어주지 않을 거라면, 네히자의 「고대 이름」의 연료가 되라지
실로닌:
……
트라졸리:
실로닌, 아직까지 움직이지 않는 건 주변의 각인 도안을 관찰하려고 그러는 거니?
트라졸리:
부질없는 짓이야.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의 배치는 끝났고, 각인 도안도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거든
트라졸리:
좋은 아이디어를 줘서 고마웠어. 덕분에 이 「중추 각인」은 네히자의 진짜 「고대 이름」이 될 거야
트라졸리:
네히자가 돌아오면, 생일 파티에 꼭 초대할게
페이몬:
너… 이대로 돌파하려고?
실로닌:
…이 각인 도안에는 결함이 있어. 곧 취약한 부분이 나타날 테니, 내 신호를 기다려 줘
트라졸리:
네히자…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여기 있단다…
실로닌:
셋
트라졸리:
엄마가 항상 곁에 있을 거야. 절대로 널 잊지 않아…
실로닌:
둘
트라졸리:
네히자… 빨리 깨어나렴. 제발, 어서…
실로닌:
하나!
트라졸리의 의식 저지하기
movie
트라졸리가 의식을 시작했다, 하지만 「열소 수정 이름 각인」에서 뿜어져 나온 건 무수한 고통의 감정들이었고, 그것들은 트라졸리와 「네히자」를 침식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감정들에 먹혀 버리기 직전, 실로닌은 트라졸리의 「고대 이름」에 남아있던 진정한 네히자를 깨웠다. 신생의 화염 속에서 여전히 울고 있는 고통의 감정들이 씻겨나가고, 「이름」으로 만들어진 감옥 역시 사라졌다. 그리고 네히자의 진정한 마음 또한 전해지게 되는데…
니페카 구하기
트라졸리:
방금 네히자를 봤어. 나랑 말까지 했는데, 어딜… 어딜 간 거지!
트라졸리:
네히자! 네히자! 어디 있니! 엄마한테 대답하렴! 제발… 부탁이야…
트라졸리:
실로닌…! 너도 방금 봤지? 우리 네히자를 봤잖아, 그렇지!
트라졸리:
네히자의 손을 만졌어, 품에 안았다고… 난 옳았어… 틀리지 않은 거야…
트라졸리:
그 회색 그림자는 작은 실수에 불과해…. 한 번만 더 해보면… 그래, 한 번만 더 하면 분명히…
실로닌:
…이모, 아직도 모르겠어?
트라졸리:
모르다니… 뭘? 난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어!
트라졸리:
네히자는 화가 나서 날 무시하고 있을 뿐이야… 그 아이는 원래도 잘 토라지곤 했으니까, 난… 다 이해해!
실로닌:
트라졸리! 그만!
실로닌:
「열소 수정 이름 각인」으로 불러낸 건 진짜 네히자가 아니야!
실로닌:
이모가 사람들에게서 네히자에 관한 「추억」을 수집할 때, 간과한 게 하나 있어…
실로닌:
그 기억 속에는 「추억」 외에도, 사람들의 수많은 「감정」들이 담겨 있다는 사실 말이야…
실로닌:
정말 못 느꼈어? 사람들이 큰 병에 걸린 네히자의 상태를 볼 때마다 어떤 「감정」이 생겨났을지?
실로닌:
죽어가는 아이의 손을 잡고, 무기력한 호흡과 절망에 찬 눈빛, 그리고 점점 차가워지는 체온을 느낄 때…
실로닌:
고통과 슬픔 외에, 뭘 더 느낄 수 있었겠어?
트라졸리:
내가… 그 감정들을…
실로닌:
그 「감정」들은 이모의 손에 의해 「열소 수정 이름 각인」에 흡수되어, 실제로 존재하는 「과거」로 굳어졌어
실로닌:
아까 그 그림자는 그런 「과거」의 「투영」이야. 그것들은 네히자가 죽기 전의 모습을 끊임없이 되풀이할 뿐이지
실로닌:
진짜 네히자가 하고 싶던 말은, 그 뒤틀리고 고통스러운 감정 속에 파묻혀버렸고
트라졸리:
난… 난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야…. 난 그냥 네히자를 기억하고… 한 번 더 만나고 싶었을 뿐인데…
실로닌:
…네히자는… 언제나 이모 곁에 있었어
실로닌:
그리고 이모가 「쓸모없다」던 「고대 이름」은 모든 걸 기록하고 있었지
실로닌:
이모가 모든 것을 포기하며 온 힘을 다해 딸을 구하려 한 것만큼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실로닌:
이모가 가진 「고대 이름」의 진정한 의미를 잊은 건 아니지?
트라졸리:
내 「고대 이름」은… 「운두구가족애」…
실로닌:
이 「고대 이름」은 줄곧 이모와 네히자 사이의 변치 않는 가족의 정을 기록해 왔어. 하지만 이모는 이걸 무시했지
실로닌:
「이름이란 과거에서 미래에 보내는 축복이다」 이모가 이렇게 가르쳐줬잖아
실로닌:
네히자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최초의 축복을 전한 사람은 이모였어
실로닌:
그런데 이제는 네히자의 이름을 감옥으로 만들어 죄 없는 아이를 가두고… 이모 자신까지 가둬버렸지
트라졸리:
…네히자는 내 삶의 전부야. 네히자가 없는 미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
트라졸리:
축복이라… 하하… 네히자가 떠난 후로 더는 「축복」이 느껴지지 않았어. 매일 꿈에선 그 아이가 내 손을 꼭 잡고, 아프다며 안아달라고 애원했지
트라졸리:
하지만 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네히자의 손도 잡을 수 없었어. 꿈에서 놀라 깨어날 때까지 그 아이의 이름만 목이 터져라 부를 뿐이었지
트라졸리:
매일매일… 나 자신을 증오하고 「고대 이름」을 증오했어. 네히자도… 어쩌면 이런 나를…
실로닌:
네히자가 이모를 미워할 것 같아?
트라졸리:
……
실로닌:
이모. 네히자가 이모한테 마지막으로 한 말이 뭐였는지 기억나? 네히자의… 진짜 유언 말이야
트라졸리:
나는… 나는…
실로닌:
이모가 「축복」을 느끼지 못한 건 진짜 「과거」를 잊었기 때문이야. …본인이 상상해 낸 추억에 잠겨 빠져나오길 거부한 거지
실로닌:
「과거」를 잃은 「이름」은 뿌리 없는 고목처럼 썩어갈 뿐이야. 다른 미래는 없어
실로닌:
이제 끝났어, 이모. 모든 게 다 끝난 거야
페이몬:
앗, 천천히 일어나. 아니면 좀 더 누워있을래? 어… 아니다, 여기 계속 있는 것도 좀 그렇네…
페이몬:
실로닌! 네히자… 아니, 니페카가 일어났어. 그쪽으로 갈게!
니페카:
고마워, 페이몬 언니, Nhà Lữ Hành 오빠…
니페카:
나 진짜 괜찮아. 방금 네히자 언니가 도와줘서, 이제 별로 안 힘들어
실로닌:
다행이야. 만약 네가 정말 네히자로 변했다면, 이 이야기는 《용감한 투크우》랑 똑같이 되어버렸을 거야
실로닌:
여기는 얘기를 나누기 좋은 곳이 아니야, 일단 나가자
페이몬:
저기… 트라졸리는 어떡해?
실로닌:
걱정 마. 이제 더는 위험한 짓 못 할 테니까
모든 게 끝나고, 일행은 공방을 떠났다. 실로닌은 트라졸리와 단둘이 할 얘기가 있다며, 당신에게 니페카를 부탁했다…
실로닌과 함께 휴식 취하기
실로닌:
됐다, 이모를 밧줄로 꽉 묶어서 방에 가둬놨어. 이따가 부족에 데려가서 처벌받게 할 거야
실로닌:
우리는 일단… 집에서 떨어진 이곳에서 잠깐 햇볕이나 쬐자
실로닌:
하루 종일 고생했더니 완전 지쳤어…
페이몬:
일을 단숨에 다 처리하고, 실로닌은 효율이 어마어마하네…
페이몬:
휴… 근데 돌이켜보니까 진짜 무섭다, 입양한 아이를 네히자로 만들려 하다니… 심지어 거의 성공할 뻔했잖아…
페이몬:
실로닌이 숫자를 셀 때 얼마나 멋졌는지 몰라. 쏜살같이 달려가서 모든 걸 단숨에 해결해 버리던걸!
실로닌:
니페카가 포기하지 않아 준 덕분이기도 해. 그 아이가 용기를 내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면, 나도 이모의 계획을 쉽게 알아채지 못했을 거야
니페카:
전부 실로닌 언니, 페이몬 언니, Nhà Lữ Hành 오빠가 격려해 준 덕분이야. 그리고 이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어…
니페카:
전에도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지금까지 집에 찾아온 사람들은 전부 그 아줌마에게 속아서 돌아가거나 나를 믿어주지 않았거든
니페카:
내가 모든 걸 털어놔도, 그 아줌마는 내가 아프다는 핑계로 진실을 덮어버렸어
니페카:
…아줌마가 눈물을 흘리기만 하면, 다들 그 사람을 위로하느라 내 얘기는 까맣게 잊어버렸지
니페카:
내가 보내는 편지나 받는 선물은 전부 아줌마가 꼼꼼히 검사했어. 조금이라도 말을 안 들으면… 이상한 약을 먹어야 했고…
니페카:
그 약을 먹으면 며칠씩 잠에 들고, 기억력도 엄청 나빠졌어. 자는 동안에는… 많은 것들이 보이고, 주변의 벽도 나한테 계속 말을 걸었지…
니페카:
하루하루가 너무 무서웠어… 만약 이번 시도도 실패하면, 그땐 정말 포기했을지도 몰라…
여행자:
괜찮아, 이제 다 끝났어
페이몬:
우리가 있잖아, 니페카. 누가 감히 너를 해치려 하면, Nhà Lữ Hành(이)랑 실로닌이 다 날려버릴 테니 걱정 마!
니페카:
응… 응. 미안해, 나 조금… 참을 수가 없어서…
페이몬:
넌 충분히 용감했어! 실로닌한테 도움을 요청한 것도 사람을 제대로 찾은 거고! 헤헤
페이몬:
실로닌은 눈물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야. 이야기를 세심하게 듣고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거든
실로닌:
내가 「사소한」 부분까지 들을 수 있었던 건 너희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야
실로닌:
너희가 없었다면, 니페카는 구조 신호를 보낼 기회조차 없었을 거야
실로닌:
나 혼자 이모에게 찾아갔으면, 이모는 경계를 높이고 니페카를 방에 다시 가둬버렸을 테니까
페이몬:
헤헤, 그럼 우리도 중요한 역할을 한 거네! 근데 트라졸리는 어떻게 이런 대담한 짓을 벌였지? 진짜 네히자가 살아있을 때의 모습을 본 부족 사람이 많을 텐데
페이몬:
니페카가 네히자가 아니라는 걸 누군가 알아차리는 게 무섭지 않나?
여행자:
아마 한참 전부터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을 썼을 거야
실로닌:
맞아. 이모가 만든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은 네히자에 관한 과거를 수집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네히자에 관한 과거를 지울 수도 있거든
실로닌:
마치 그라피티처럼. 이미 그림이 그려진 절벽에 새 그림을 그리기 위해, 먼저 기존 그림을 지워야 하는 거랑 비슷한 거지
실로닌:
어쩌면 나도 이모의 목표 중 하나였을지도 몰라. 그래서 기꺼이 「중추 각인」을 나에게 넘겨준 거지
페이몬:
앗! 넌 그걸 알면서도 받은 거야? 나였으면 저 멀리 던져버렸을 거야!
실로닌: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어떻게 진실을 밝히겠어? 그 「중추 각인」을 직접 분해해 보지 않았다면, 나도 이모가 진짜 하려는 일을 알아채지 못했을 거야
페이몬:
그럼 넌 처음부터 트라졸리를 의심했어?
실로닌:
아니, 그래도 내 이모인데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라고 의심하진 못했지
실로닌:
기껏해야… 일종의 「가능성」과 그에 대한 대비책을 생각해 뒀을 뿐이야. 결국 최악의 가능성이 현실이 되어버렸지만
실로닌:
그래도 결과적으론 고통받는 아이를 구할 수 있었으니, 잘 들어맞은 셈이지
실로닌:
됐어, 누가 뭘 잘했는지 같은 건 그만 얘기하자
실로닌:
다 끝났어. 니페카도 이젠 안전하고 말이야
니페카:
실로닌 언니… 난 이제 뭘 해야 돼?
페이몬:
당연히 하고 싶은 걸 해야지. 이젠 그 누구도 너를 방안에 가두지 않아
니페카:
그치만 나…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니페카:
내가 아는 거라곤 네히자 언니랑 관련 있는 것뿐인걸. 그 언니가 좋아하는 음식이랑 꽃, 평소의 말투나 습관 같은 거…
니페카:
나는 그 언니가 아닌데… 근데… 난 그 언니로 사는 법밖에 몰라. 실로닌 언니… 난 정말 모르겠어…
실로닌:
안심해, 니페카.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은 이미 멈췄고, 더는 아무도 너에게 다른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지 않아
니페카:
그치만 나, 내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이대로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하면, 모든 과거를 잃게 되는 걸까?
니페카:
실로닌 언니… 나 무서워, 흐윽… 난 이제 어떡하면 좋지?
실로닌:
울지 마, 니페카
실로닌:
자, 이거 받아. 내가 이모의 소장품에서 광석을 가져다가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 봤어
페이몬: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이잖아! 실로닌, 너도 만들 수 있었어?
실로닌:
그럴 리가. 이건 그냥 예쁜 돌멩이일 뿐이야. 받아, 위에 네 이름 「니페카」를 새겨놨어
실로닌:
이건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너에게 처음으로 준 「축복」이야
실로닌:
이 축복은 늘 너의 곁에서 너를 지켜주고 있어.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절대 너를 떠나지 않아
니페카:
…하지만 나… 엄마 아빠의 이름도 기억이 안 나. 나는… 아무것도…
실로닌:
……
실로닌: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는 호언장담은 하지 않을게…. 너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진, 나도 몰라
실로닌:
하지만 이것만은 장담해. 미래가 어떻게 변하든, 너의 「이름」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이건 내가 「이름 단조사」로서 너에게 보내는 축복이야
실로닌:
니페카. 묘목이 하늘을 향해 자라나고, 새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듯이, 너도 천천히 어른이 될 거야
실로닌:
그때 「니페카」라는 이름은, 시작점이자 성장을 이끄는 이정표가 되어주겠지
실로닌:
너의 이름과 모든 경험을 기억해. 그러면 분명, 미래를 향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알 수 있을 거야
니페카:
응… 나 노력할게…
페이몬:
힘내! 니페카!
여행자:
우리도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니페카:
고마워, 실로닌 언니, 페이몬 언니, Nhà Lữ Hành 오빠…
실로닌:
그리고 정 모르겠어도 괜찮아.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먹어
실로닌:
어차피 우리는 같은 부족 사람이잖아? 어르신들한테 가서 너의 출신을 수소문해 보지 뭐
실로닌: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진 내 공방에서 지내. 기껏해야 숟가락 하나 더 놓는 정도니까
실로닌:
글쎄, 결과가 어떻게 될진 나도 몰라. 아직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실로닌:
순전히 운에 달린 계획에 의존하기보단, 스스로 착실하게 노력하는 편이 더 좋겠지
실로닌:
자, 이 얘긴 여기까지 하자. 난 이모를 부족으로 보내러 가야겠어. 니페카, 너도 따라와
실로닌:
어… 그러고 보니 아직 저녁을 안 먹었네. 뭐 먹고 싶어?
니페카:
어? 나, 나는 다 좋아. 가리는 거 없어…
실로닌:
알겠어. 어서 가자, 할 일이 많아서 한동안 바쁠 거야
실로닌:
아… 그리고 하나 더
실로닌:
생일 축하해, 니페카

평온한 마침음
이제 트라졸리는 벌을 받고,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은 폐기될 것이다. 니페카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으며, 악몽과 감옥은 사라졌다. 모든 것이 끝난 지금, 실로닌은 니페카를 자신의 공방으로 데려갔다. 어쩌면 이미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정했는지도 모른다…
실로닌의 공방 방문하기
실로닌:
어, 왔어? 일은 대충 다 마무리했어. 마침 쉬러 가려던 참이야
여행자:
트라졸리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실로닌:
부족에서 논의 중이야. 여지껏 고대 이름 기술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거든…. 파칼이 당분간 골머리 좀 앓겠어
실로닌:
그래도 이모의 공방은 완전히 폐쇄되고, 미완성 상태의 「열소 수정 이름 각인」도 전부 폐기될 거야
실로닌:
이미 완성된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은 내가 맡아서 처리하기로 했고. 에휴, 귀찮은 일이 또 늘었네…
실로닌:
그래도 이모의 「고대 이름」엔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일이 커졌을 테니까…
실로닌:
아, 고대 이름 얘기가 나온 김에, 좋은 소식이 있어. 「열소 수정 이름 각인」에 흡수된 기억도 복원이 가능하더라
실로닌:
모든 「열소 수정 이름 각인」이 작동을 멈추면, 기억들도 다시 원래의 길을 따라 주인에게 돌아갈 거야
실로닌:
응. 생각해 보니… 이모는 네히자를 세상에 돌아오게 하려고, 부족 모두의 기억에서 네히자를 지웠었잖아
실로닌:
근데 이제 네히자는 정말 떠났고, 사람들은 네히자를 기억하게 되었으니… 참 아이러니하네
여행자:
니페카는 지금 좀 어떤가요?
실로닌:
지금은 내 공방에서 쉬고 있어. 니페카의 출신을 알아보려고 부족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해둔 상태야
실로닌:
다만 아직 부족에서 회신이 없어서, 한동안 니페카를 돌보면서 기술이나 좀 가르쳐줄까 해
실로닌:
뭐, 다 나중 얘기지만. 일단은 그냥 푹 재울 생각이야
실로닌:
잠을 잘 자야, 기운을 차리고 굳세게 나아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