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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고스의 장 제1막
「물의 아이」
어느 날, 당신과 페이몬은 의뢰를 확인하러 모험가 길드에 오게 되는데…
폰타인성 모험가 길드로 가기
페이몬:
캐서린, 우리 왔어! 뭐 새로운 의뢰 없어? 가성비 제일 좋은 그런 거!
페이몬:
뭐 어때, 다 아는 사이에. 그냥 열정을 보여주는 거라구
캐서린:
후후, 여전히 기운이 넘치는구나. 역시 모험가 길드의 에이스다워
캐서린:
마침 좀 급한 의뢰가 있긴 한데, 의뢰인이 내건 조건이 「가성비」가 좋은진 모르겠네…
페이몬:
에이, 그냥 농담한 거야. 일단 상황을 설명해 줄래?
캐서린:
간단히 말해 의뢰인은 자기 극단에서 출연이 불가능한 멤버를 대신할 뮤지컬 배우를 찾고 있어
캐서린:
근데 극단의 경영 상황이 안 좋은지, 출연비조차 낼 수 없다고 하네…
페이몬:
확실히 어려운 문제긴 하네. 그러니까 자선 공연할 사람을 찾는단 얘기지?
캐서린:
맞아. 그래서 많은 배우를 연결해 봤지만, 승낙한 사람은 없었어
캐서린:
공연일은 점점 다가오고, 계속 사람을 못 찾으면 공연을 연기해야겠지만, 그러면 문제가 더 복잡해질 거야…
페이몬:
알겠어. 넌 어때, 여행자? 좋은 생각 있어?
페이몬:
도와주고는 싶지만, 우린 뮤지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
여행자:
확실히…
캐서린:
너희가 도와줄 생각이라면, 의뢰인은 저쪽에 있으니까 가서 상황을 한번 들어봐
캐서린:
직접 공연은 못 하더라도, 다른 해결 방법을 찾아 봐주는 것 역시 도움이 될 테니까
페이몬:
아, 저 사람이었구나. 어쩐지 얼굴에 먹구름이 가득하더라
페이몬:
응, 좋아. 일단 가보자!
페이몬:
안녕, 혹시 뮤지컬 배우를 찾고 있어?
로윅:
너희는, 나 너희 알아! 설마 내 의뢰를 받아주려는 거야?
페이몬:
어? 우리가 폰타인에서 벌써 그렇게 유명해졌나? 히히
페이몬:
근데 우리는 뮤지컬을 아예 몰라서… 네가 급하다길래 같이 방법이라도 찾아보려고 그랬지
로윅:
아, 그랬구나. 괜찮아. 역시 출연비가 없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지
로윅:
제대로 된 대타를 못 구하면, 이번 공연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겠어. 에휴
여행자:
티켓 매출로 출연비를 지불하면 되지 않아요?
로윅:
아, 몰랐구나. 우린 무슨 대단한 극단이 아니라, 그냥 작은 유랑 극단이거든
로윅:
무대나 소품도 엄청 빈약하고, 공연을 보러 와주는 관중이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그런 극단이랄까
로윅:
돈을 벌 방법만 있었어도 극단이 해산할 상황까진 오지 않았을 텐데…
페이몬:
해산? 너희 해산해?
로윅:
아, 모험가 길드에서 안 알려줬구나. 이번이 우리 극단의 마지막 공연이야
로윅:
이번 공연이 끝나면 다들 흩어지기로 했어. 그래서 공연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게 우리한텐 굉장히 중요한 거지
로윅:
다들 그동안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으니,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거야
여행자:
참여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요?
로윅:
응, 우리 여주인공이 어려서부터 앓던 지병이 있는데, 발병하면 전신에 힘이 풀려서 마지막 공연에 참여할 수 없을 거야
로윅:
그 친구가 없으면 공연의 색이 많이 바래겠지만, 다른 멤버들도 있으니까 예정대로 원만하게 진행됐으면 하거든
페이몬:
그랬구나. 일단 같이 방법을 생각해 보자
페이몬:
우리가 후원금을 좀 줘볼까? 어… 너 여윳돈 좀 있어?
로윅:
어휴, 그런 큰 빚을 질 순 없지. 게다가 나중에 갚는다는 보장도 못 하겠고…
페이몬:
맞는 말이야. 돈만 보고 와서 괜히 물만 흐려놓으면 오히려 문제니까
페이몬:
역시 상황에 제일 적합한 사람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 혹시 걔는 어때?
여행자:
나도 마침 같은 사람을 떠올렸어
페이몬:
히히, 역시 우린 통한다니까! 아마 지금 별로 할 일도 없을걸?
페이몬:
연기도 잘하고 인기도 많았던 편이니까, 뮤지컬 정도는 식은 죽 먹기겠지?
로윅:
대체 누굴 말하는 거야? 유명한 사람이야?
여행자:
푸리나요
로윅:
뭐? 노, 농담이지?
페이몬:
아닌데? 걔가 무대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잘할 거라고 내 직감이 말해주고 있는걸~
로윅:
그건 맞아. 푸리나 님은 유명한 작품에 여러 번 참여하셨거든. 그게 푸리나 님의 인기에 한몫했지
로윅:
이젠 다들 그분이 물의 신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일반인처럼 느껴지진 않는다고
로윅:
폰타인엔 여전히 그분을 아이돌로 여기는 사람이 많아. 나도 그렇고. 그런데… 우리 같은 극단이 가당키나 하겠냐고…
로윅:
그렇긴 하지만…
로윅:
으… 알았어. 푸리나 님이 하시겠다고만 하면 나야 영광이지. 분명 극단의 모두도 같은 생각일 거야
로윅:
아마 다들 푸리나 님과 같이 무대에 서는 게 꿈일걸?
로윅:
근데 하려고 하실까…? 괜히 체면 깎인다고 생각하시진 않으려나…
페이몬:
그건 걱정할 거 없어. 우리가 가서 얘기해 볼게
페이몬:
지금의 푸리나는 예전처럼 고고한 척할 필요가 없으니까
여행자:
가자. 마침 못 만난 지도 꽤 된 것 같네
로윅:
정말 고마워…! 그럼 난 여기서 소식을 기다릴게. 잘 부탁해
페이몬:
아, 그나저나 예전에는 멜모니아궁에 살았다지만, 지금은 어디로 이사 갔을까?
캐서린:
그거라면 내가 알아. 지금 살고 있는 주소를 알려줄게
페이몬:
으앗! 어, 언제 튀어나온 거야?!
캐서린:
후후, 일이 해결될 기미가 보여서 와봤지. 혹시 내가 도울 건 없나 해서
캐서린:
의뢰인의 급한 불을 꺼주는 것도 내 일이니까
로윅: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페이몬:
자, 그럼 주소도 알았겠다, 얼른 갔다 오자구!
푸리나의 의향 물어보기
페이몬:
어… 캐서린이 준 주소가 맞는 건가? 지금 이런 곳에 산다고?
페이몬:
여기가 안 좋다는 건 아니지만, 분위기가 멜모니아궁이랑 너무 차이 나는데…
푸리나:
남의 새 집에 왈가왈부하기 전에 우선 당사자가 옆에 있는지부터 살피지 그래?
페이몬:
꺅! 요즘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게 유행이냐구! 너도 그렇고, 캐서린도 그렇고!
푸리나:
그냥 평범하게 쇼핑하러 나갔다 온 거거든? 집에 마카로니가 다 떨어져서 몇 봉지 사왔을 뿐이야
푸리나:
전엔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의 폭이 더 넓었지만, 지금은 뭐, 이런 소박하고 전통적인 음식도 나쁘지 않아
여행자:
…안 질려?
푸리나:
전혀, 소스만 여러 가지 준비하면 일주일은 토마토 소스를 넣었다가 일주일은 미트 소스를 넣었다가 하면 돼
페이몬:
그건 그냥 대충 때우는 것 같은데…
여행자:
밥해줄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거야?
푸리나:
무례하네, 내 요리 실력을 의심하다니
푸리나:
어차피 나가서 할 일도 없고 집에만 있는 거, 좀 간단하게 먹는 게 당연하잖아?
푸리나:
그리고 「물의 신님께」나 탱글탱글 슈크림 같은 것도 내가 배우기만 하면 금방 만든다고
페이몬:
으이그, 역시 못하는 거잖아
푸리나:
이잇, 그냥 지금 못하는 것뿐이라고! 그러는 너희는 대체 뭐 하러 온 거야? 초라한 내 일상이라도 구경 왔니?
푸리나:
미리 말해두는데, 우리 집은 손님 안 받으니까 볼일 없으면 당장 돌아가! 정말이지!
페이몬:
에이, 미안해~ 화 풀어~
여행자:
페이몬은 그냥 잘 지내는지 걱정돼서 그런 거야
페이몬:
맞아, 맞아. 여행자 말대로라구. 놀리려던 게 아니야
페이몬:
잠깐, 비꼬는 말은 네가 더 많이 했잖아!
푸리나:
나랑? 잊었나 본데, 이제 난 물의 신이 아니야. 신의 눈조차 없다고
페이몬:
아아, 그런 엄청난 일은 아니고. 대신 네 힘이 필요한 아주 특별한 일이야
푸리나:
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원래 너희의 태도를 지적할 셈이었지만, 뭐, 일단은 넘어가 줄게
푸리나:
그래서, 무슨 일인데 그래?
극단의 마지막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푸리나에게 들려준다
푸리나:
그랬구나. 역시, 너희가 날 비웃으러 여기까지 온 게 아닐 줄 알았어
푸리나:
아무래도 난 폰타인의 가장 빛나는 스타였으니까. 무대 경험도 풍부해서 뮤지컬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
푸리나: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겠는걸. 난 못 해
페이몬:
어째서? 너한텐 아주 쉬운 일일 텐데?
푸리나:
그냥, 더는 무대에 서지 않기로 결심해서 말이야
푸리나:
「물의 신을 연기」하는 직책은 내려놨지만, 세월이 남긴 흔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
푸리나:
몇백 년의 시간은 사람을 완전히 바꿔놓기에 충분하지. 설령 원래의 내가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야
푸리나:
물론,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해봐야 다 늦었지만. 나도 과거의 배역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고
푸리나:
하지만 적어도, 이제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싶진 않아
여행자:
그렇게 생각했구나
페이몬:
네 마음은 나도 이해해…
페이몬:
하지만 아주 잠깐 대신해 주는 건데, 그래도 안 돼?
푸리나:
잠깐이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야. 난 선은 분명히 그어야 한다고 생각해
푸리나:
결정을 탄력적으로 한다면 처음부터 뒷일을 준비해 두는 셈인데, 그럴 바엔 그런 결정을 안 하는 게 낫지
푸리나:
그러니까 이번 일은 상의할 여지가 없어
페이몬:
에휴, 알았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그럼 극단 일은 어떡하지? 해산할 수밖에 없나?
페이몬:
푸리나, 추천해 줄 만한 다른 배우는 없어?
푸리나:
응, 없어
페이몬:
윽, 얄짤없네!
푸리나:
내가 사람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는 타입은 아니잖아? 전에 다들 나한테 호되게 당하기도 했고…
푸리나:
그런데 이젠 평범한 사람에 불과한 내가 가서 부탁이라도 했다간 비웃음을 사고 말걸
푸리나:
그렇다고는 해도, 자선 공연이면 엄청 비굴하게 빌어야 할 텐데… 싫어. 생각만 해도 창피하다구. 안 돼 안 돼 안 돼
페이몬:
그럼…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의뢰인한텐 정말 중요한 공연이거든
푸리나:
아직도 모르겠어? 처음부터 대상을 잘못 고른 거라고. 난 도울 생각 없어. 도울 수도 없고
푸리나:
아, 미안해. 이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나도 도움이 되고 싶어. 방법이 있었으면 벌써 얘기했겠지
페이몬:
괜찮아. 우리도 최대한 노력해 보는 거니까. 휴, 극단 사람들이 많이 실망하겠다
여행자:
다른 방법을 더 생각해 보자
페이몬:
그래야지. 푸리나, 그럼 우리 먼저 갈게
푸리나:
그래, 잘 가. 난 들어가서 쉬어야겠어…
돌아가서 푸리나의 태도 전해주기
페이몬:
어쩔 수 없네. 푸리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하니까
페이몬:
푸리나한텐 공연 자체가 괴로운 과거를 끄집어내는 일일 수 있겠어
페이몬:
어, 무슨 일이지? 쟤네 지금 싸우고 있는 거야?
델피: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고. 왜 멋대로 내 대타를 찾는 거야? 내가 언제 안 한다고 했어?
로윅:
우리가 안 지가 얼만데 그걸 말 안 한다고 몰라? 게다가 넌 몸이 불편해도 얘기 안 할 거잖아
델피:
그러니까 그걸 왜 네가 판단하냐고?
캐서린:
너희가 가고 얼마 안 돼서 극단의 주역이 모험가 길드에 찾아오셨어. 지금 상태로 충분히 공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
캐서린:
어쨌든 두 분 다 일단 진정해 보세요. 의뢰를 맡은 모험가가 돌아왔으니까요
로윅:
미안, 돌발 상황이 좀 있어서. 그쪽은 어떻게 됐어?
페이몬:
푸리나를 만나긴 했는데, 설득엔 실패했어. 개인적인 이유로 참여할 수 없겠대
로윅:
그랬구나…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리 나쁜 소식도 아니네
로윅: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 무대에 설 수 있게 됐으니까. 원래 멤버로 공연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결과겠지
페이몬: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해…
페이몬:
어휴, 분명 노발대발하면서 험한 말로 우리 귓구멍을 터뜨려 버렸을 거라구!
델피:
어… 푸리나 님이 그렇게 흉악한 분이셨어?
페이몬:
에이, 그냥 농담이지! 아, 아무튼 결과적으론 원만하게 해결된 것 같네?
페이몬:
의뢰를 완료하지 못해서 어떻게 하나 계속 고민했거든, 헤헤
여행자:
……
익숙한 모습을 본 것 같다…
로윅:
에휴, 그래, 우리도 그만 싸우자. 너도 그렇게 말한 마당에, 다른 배우를 더 찾을 필요는 없겠지
로윅:
하지만 이게 마지막 기회야. 또 몸에 문제가 생기면, 그땐 대타를 찾을 수도 없으니까
로윅:
정말 무대에 설 수 있는 거 맞지? 마지막 공연인 만큼 모두가 심혈을 기울일 무대야. 그 무게를 생각해야 해
델피:
물론이지. 의사가 이번 특효약은 효과가 좋다고 했거든. 공연 날까지 문제없을 거야
델피:
나도 극단 생애의 마지막을 제대로 장식하고 싶어. 결정적인 순간에 나 혼자 빠져있는 건 싫다고
델피:
다들 극단을 「집」처럼 생각하잖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로윅:
그래, 미안해. 내가 너무 성급했어. 네 의견부터 구했어야 했는데…
페이몬:
히히, 화해해서 다행이다. 공연도 분명 문제없겠지?
여행자:
페이몬, 잠깐 기다리고 있어봐
페이몬:
응? 왜 그래?
당신은 숨어서 도망치려는 푸리나를 향해 달려간다
푸리나:
앗, 너 어떻게… 아, 아니, 난 그냥 뭘 좀 사려다가 지나가던 길이었어
푸리나:
아, 알았어, 알았다고! 내 발로 걸어갈 테니까 끌지 마!
일행의 곁으로 돌아온다…
푸리나:
어… 크흠, 아, 안녕? 어쩌다 실수로 너희 얘길 들어버렸는데…
페이몬:
푸리나! 너 쉬러 간다면서, 여기서 뭐 해?
푸리나:
그게… 이쪽 상황이 아주 조금 걱정됐달까? 응, 아주 조금… 요만큼…
푸리나:
너희가 찾아왔을 때 너무 내 생각만 해서 말을 심하게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
푸리나:
상황도 제대로 안 듣고 결정한 거니까. 아무튼, 좀 마음에 걸려서 말이지…
푸리나:
미안해, 페이몬
페이몬:
히히, 괜찮아. 난 아무렇지도 않았는걸!
여행자:
그럼 그냥 와서 얘기하면 되잖아?
푸리나:
하여간 난감한 질문만 골라서 한다니까…
푸리나:
그렇게 단칼에 거절해 놓고 이런다는 게 얼마나 창피한 줄 알아? 게다가 너한테 들키기까지 하고
푸리나:
그래도 뭐, 문제는 잘 해결된 것 같네?
로윅:
네, 푸리나 님께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솔직히 저희 같은 극단이 무슨 재주로…
푸리나:
그렇게 생각할 거 없어. 그렇게 부를 필요도 없고. 그냥 푸리나라고 부르면 돼
푸리나:
계속 궁금했는데,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극단이라면서 왜 해산하려는 거야?
푸리나:
경제적인 문제라면 다른 방법도 있잖아? 잠깐 활동을 멈추고 투자자들을 찾는다거나 말이야
푸리나:
다들 사이가 좋으면 함께 이겨내면 되잖아?
델피:
하아… 방법이 있다면, 저희도 이러고 싶진 않죠…
델피:
단장이 떠난 후로 저희 극단은 정신적 지주를 잃고 계속 하락 선만 그었어요
로윅:
저희의 단장이자 극단의 창시자인 오렐리는 「소녀 연쇄 실종 사건」의 피해자 중 하나예요
푸리나:
뭐?
로윅:
그래서 내가 너희 둘을 아는 거야. 둘의 노력 덕에 진범이 잡혔으니까
로윅:
범인은 처벌을 받았지만, 단장은 다시 돌아올 수 없어
델피:
단장은 푸리나 님… 푸리나 씨의 열혈 팬이었어요. 그래서 뮤지컬의 길을 걷게 된 거고요
델피:
단장은 기댈 곳 없이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을 극단에 받아들였어요. 직접 대본을 써서 함께 공연도 하고, 저희를 가르치기도 했죠
델피:
그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저희 공연을 좋아해줬어요. 극단 상황도 갈수록 좋아졌죠…
푸리나:
그러다가 사고가 터진 거구나
로윅:
네, 그 일 때문에 극단이 엉망이 돼 버렸어요
로윅:
저흰 창작에도 경영에도 재주가 없어서, 아무리 노력해도 그간 어렵게 쌓아 올린 성과들을 하나하나 갉아먹을 뿐이었죠
로윅:
그래서 소중한 추억들이 무너져 가는 걸 지켜보느니, 더 늦기 전에 마침표를 찍자고 결정한 거예요
페이몬:
그랬구나…
여행자:
휴…
푸리나:
그랬구나. 피해자 중에 그런 뛰어난 평민 예술가도 있었을 줄이야…
푸리나:
그러니까 마지막 공연은 너희의 커튼콜이자 단장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인 거지?
델피:
맞아요. 저희 모두 단장을 많이 그리워하거든요
푸리나:
하아… 따라오길 잘했네. 그런 서글픈 일이 있었다는 걸 안 이상, 나도 손 놓고 있을 순 없겠어
페이몬:
어? 그럼 설마?
푸리나:
내가 정한 원칙을 깨겠다는 건 아니야. 대타 배우가 더 필요해 보이지도 않고
푸리나:
하지만 경험이 풍부한 관객으로서, 공연에 약간의 지도와 도움을 줄 수는 있지
푸리나:
물론, 너희가 필요하다면 말이야
델피:
당연히 필요하죠! 푸리나 씨의 지도라니, 저희가 부탁드리고 싶을 정도인걸요!
로윅:
하지만 저희는 보수를 드릴 수 없는데, 괜찮으세요?
푸리나:
그런 건 필요 없어. 굳이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면 그 단장 얘기나 좀 더 해줘
푸리나:
오페라 하우스를 떠나면서 느꼈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때 보이는 건 극히 일부라는 걸
푸리나:
법률은 죄를 심판하지만 감정은 재지 못해. 판결이 유죄와 무죄의 논쟁에 막을 내리는 역할이라면…
푸리나:
당사자의 충만한 감정은 결국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푸리나:
흥미로운 의견이야. 하지만 난 감정은 결국 마음으로 돌아와 시간과 함께 가라앉는다고 봐
푸리나:
단장을 향한 이들의 그리움처럼, 난 내가 과거에 보지 못했던 걸 지금이라도 봐 보고 싶어
페이몬:
으, 넌 역시 연극에서나 들을 법한 대사를 좋아하는구나…
페이몬:
어쨌든 결론은 너도 끼고 싶다는 거네?
푸리나:
예전이랑 다르다니까! 에휴, 소 귀에 경 읽기지. 말을 말자
페이몬:
소 아니다. 페이몬이다!
푸리나:
너도 같이 갈래? 가끔은 모험을 멈추고 이야기를 듣는 것도 괜찮잖아?
로윅:
정말 감사합니다. 단장도 그렇고 저희도 예전부터 푸리나 님의 공연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로윅:
리허설 장소로 모실 테니, 절 따라오세요. 장소가 협소한 건 좀 이해해 주세요
리허설 장소 들어가기
뷔호:
히익, 푸, 푸리나 님?!
일레인:
푸리나 님이 어떻게 여기에?
로윅:
자, 소개할게. 여기 푸리나… 씨는 극단의 고문으로서 우리 「물의 아이」 공연에 참여하시기로 했어
로윅:
그리고 이 둘은 이번에 가교 역할을 하며 푸리나 씨를 모셔 온 중개인이야. 누군진 다들 잘 알지?
뷔호:
그럼, 우리 모두 그 심판을 봤는걸. 정말 대단했어!
일레인:
우리 단장의 복수를 해줘서 정말 고마워!
페이몬:
에이, 다들 그냥 편하게 대해 줘. 우린 그냥 구경 온 거라구
푸리나:
방금 말한 「물의 아이」는 뭐야?
델피:
그게 저희가 마지막으로 공연할 극이에요. 단장이 남긴 미완의 유작이죠
델피:
이걸 성공적으로 무대에 옮긴다면, 마음속의 가장 큰 아쉬움을 덜어내는 셈이랄까요?
페이몬:
잠깐, 미완의 유작이라는 건…
여행자:
배우만 문제였던 게 아니잖아요?
로윅:
응,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지. 일단 「물의 아이」가 어떤 이야긴지 들려줄게
로윅: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린 물의 정령이야. 이 아이는 가족의 권고를 무시하고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지
로윅:
이 아이는 인간처럼 살고 싶었거든. 실제로 우정과 사랑을 쌓으면서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어
로윅:
하지만 어느 날 신분이 탄로 나면서 모든 게 급변해…
푸리나:
지금까진 아주 전형적인 전개네. 그래서 그다음은?
델피:
여기서부터가 문제예요. 단장이 쓴 이야기는 여기까지거든요
델피:
무대에서 이 극을 선보이려면 결말이 꼭 필요한데, 어떻게 쓸지 아직 합의를 못 내렸어요
로윅:
해피엔딩으로 끝낼지, 현실적인 비극으로 끝낼지 도무지 결론이 안 나더라고요
푸리나:
현실적인 비극이라면, 단장의 갑작스러운 실종…?
델피:
네, 현실은 언제나 예술로 가공된 이야기보다 훨씬 가혹하니까요
델피:
하지만 그렇다고 무대에서 저희의 고통을 곧이곧대로 관중에게 전할 필요가 있을지는 별개의 일이죠
로윅:
맞아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공연을 보는 건데, 그런 마음을 모른 척할 순 없죠
로윅:
그리고 문제가 하나 더 있어요. 두 주요 멤버가 아직 복귀하지 않고 있거든요
로윅:
개중 한 명은 주인공의 연인 역을 맡은 폴로인데, 결말을 써보겠다고 방에 틀어박혀선 약속 시간이 지나도록 무소식이에요
로윅:
다른 한 명은 메인 악역인 빌망인데, 단장이 떠난 후 좌절해서 폰타인성에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로윅:
마지막 공연엔 참여하겠다고 해놓고 아직까지 깜깜무소식인데,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델피:
하지만 이제 푸리나 씨까지 도와주시기로 했으니까, 이참에 전부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푸리나:
「이참에」라니?
델피:
후후, 사실 푸리나 씨의 이름은 저희한테 엄청난 영향력이 있거든요
로윅:
아무래도 단장이 늘 입에 달고 살던 이름이다 보니, 롤모델 같은 존재랄까요?
푸리나:
아무리 나라도 그런 말을 들으면 쑥스러워진다고. 그래도 뭐, 기분이 나쁘진 않네, 흐흥
푸리나:
내가 볼 때 그 두 사람이 안 돌아오는 건, 공연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했다 보니 의구심이 들어서일 거야
푸리나:
이젠 장애물이 하나둘 해결되고 있으니, 다시 불러 모을 때도 됐지
델피:
맞는 말이에요. 그럼 우선 가장 중요한 폴로의 결말이 나왔는지부터 보러 가죠
델피:
폴로는 며칠 전에 푸아송 마을로 돌아갔어요. 친구네 집에 있으면 고독한 느낌이 없고 편안하다나요?
로윅:
근데 거긴 얼마 전에 사고가 났었잖아? 친구라는 사람이 방해받기 싫어할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나 보네
페이몬:
응, 어쩌면 대화할 사람이 필요했을 수도 있지
푸리나:
푸아송 마을이라고…?
여행자:
왜 그래?
푸리나:
아냐. 아무튼 그가 정신을 차리려면 내가 꼭 있어야 한다는 거지?
푸리나:
그럼 푸아송 마을로 가보자
극단 단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다른 핵심 단원 두 명이 아직 극단에 복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중 대본의 후속 내용을 집필하고 있는 폴로는 지금 푸아송 마을에 있다고 한다
푸아송 마을로 가서 폴로 찾기
로윅:
제 기억이 맞다면 폴로는 여기에 살고 있을 거예요
폴로:
누구십니까?
로윅:
나야. 대본은 다 썼어?
폴로: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쫓아온 거야?
로윅:
에이, 그건 됐고 우선 나와 봐. 좋은 소식이 있어
폴로:
흥, 누가 속을 줄 알아? 좀만 더 기다려. 이제 마무리 중이니까 다 쓰면 나갈게
로윅:
알겠어, 그럼 걸작을 기대할게
푸리나:
흠, 예상대로 질질 끌고 있구나?
델피:
아무래도 이번 공연에선 결말이 매우 중요하니까요
델피:
다 쓰고 나면 다 같이 한번 본 다음, 모든 멤버가 동의해야 마지막 결말로 채택되는 거죠
나비아:
방금 누가 알려주길래 설마 했는데, 정말 너희였구나? 게다가 푸리나 씨도 있고
푸리나:
역시나 마주치게 됐네…
나비아:
폴로를 찾으러 왔나 보네? 더 기다려야 하면 마을을 좀 둘러볼래? 준비는 내가 다 해놨어
로윅:
아, 아뇨. 저흰 여기서 기다려도…
델피: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저흰 좀 둘러보고 올게요. 감사해요!
델피:
빨리 이리 와. 분위기 파악 좀 하라고!
푸리나:
요즘… 푸아송 마을은 좀 어때?
나비아:
그냥, 천천히 회복 중이죠. 하지만 사람들 마음에 남은 상처는 평생 낫지 못할 거예요
푸리나:
미안해. 나도 뭐라도 하고 싶은데…
나비아:
괜찮아요. 설마 만날 때마다 이런 무거운 주제만 얘기하려는 건 아니죠?
나비아:
가슴에 납덩이 같은 고통이 남았다고는 해도, 숨은 쉬고 살아야죠
나비아:
푸리나 씨도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면, 과거에 있었던 일은 그만 얘기하라구요
푸리나:
위로해 줘서 고마워. 네 말이 맞아
푸리나:
하지만 아직까지는, 무거운 마음을 품고 있고 싶어
나비아:
괜찮아요. 말이야 쉽지 실제로 하려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거 저도 아니까요
나비아:
그래서 알려주러 온 거예요. 재난 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물의 신을 아직 모든 사람이 용서한 건 아니라는 걸요
나비아:
일단 불필요한 말썽이 없게 마을 사람들한텐 당신이 푸리나 역을 맡은 극단 배우라고 했어요
나비아:
그렇다고 아무런 일도 없으리란 보장은 못 하지만, 아마 활동에 제약은 없을 거예요
페이몬:
너 생각보다 훨씬 세심하구나?
나비아:
무슨 소리야, 가시 장미회의 회장은 언제나 대담하면서 세심했다고
나비아:
자, 그럼 난 먼저 갈게. 푸리나 씨 좀 잘 챙겨줘
푸리나:
그럼 이제 위로 한번 올라가 보자
푸리나:
그동안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없었는데, 나비아 말처럼 너희가 적임자일지도 모르겠네
푸리나와 함께 기분 전환하기
푸리나:
나비아가 도와줘서 다행이야. 솔직히 나도 내가 준비가 됐는지 판단이 안 섰거든
푸리나:
도망치는 건 쉬운 선택이야. 하지만 그럼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장애물을 넘어설 수도 없어
페이몬:
어쩐지 푸아송 마을 얘기가 나올 때 좀 망설이는 것 같더라니
푸리나:
그래. 솔직히 겁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지
푸리나:
하지만 그래도 와봐야 한다고 생각했어. 전에 말했던 것처럼, 과거에 보지 못한 걸 이제는 보고 싶으니까
푸리나:
여기 사람들이 날 용서해 준다면 정말 기쁘겠지만, 날 욕한다고 해도 모두 받아들여야지
여행자:
솔직히 나비아가 한 말을 안 믿는 사람도 있을걸
푸리나:
응. 그런 시선들이 느껴지긴 해
푸리나:
물의 신 의상을 입고 푸아송 마을에 온다는 것 자체가 마을 사람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할 테니까
푸리나:
예전엔 주목받는 걸 무서워했어. 특히 의심이나 원망이 담긴 시선을
푸리나:
…하아, 역시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나 봐
페이몬:
너 자신한테 그렇게 엄격한 줄 몰랐어
푸리나: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볼 순 없잖아. 그럼 예전이랑 다를 게 뭐야?
페이몬:
저기 좀 봐,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지 않아?
여행자:
수군거리는 소리도 커지고 있어
푸리나:
역시 여기에 너무 오래 있지 않는 게 좋겠어
푸리나:
가시 장미회의 배에 올라가면 푸아송 마을이 다 보이겠지? 우리 거기로 가자
푸리나와 대화하기
푸리나:
미안, 너흰 그냥 가볍게 산책 나온 건데 내가 괜히 무거운 화제만 꺼낸 것 같네
페이몬:
괜찮아. 이런 푸리나도 신선하고 좋은걸
푸리나:
그래, 고마워. 그럼 좀 더 같이 있어 줘
푸리나:
너희도 느꼈을지 모르지만, 내가 과거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단순히 오랫동안 아파하고 외로워했기 때문만은 아니야
푸리나:
배 가장자리에 서 있으면, 머릿속에 물이 차오르던 그때의 장면이 떠올라
푸리나:
생명이 하나둘 녹아 물이 됐고, 푸아송 마을 주민의 소중한 삶과 추억은 거품이 돼 버렸어
푸리나:
신의 보호 아래, 사람들은 재앙이 강림하기 전 강대한 존재가 나타나 지켜줄 거라 믿었지
푸리나:
나도 사람들이 그렇게 믿게끔 끝없이 연기를 했고…
푸리나:
그런데 정말로 물이 차올랐을 때, 「물의 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페이몬:
그렇게 말하지 마. 그땐 너도 네 책임을 다한 것뿐이잖아
여행자:
자기를 너무 내몰지 마
푸리나:
진실을 지키기 위해, 난 줄곧 비슷한 일을 겪어야 했어. 그럴수록 고통과 고독은 커져만 갔지
푸리나:
그러다 점점, 진실 말고는 아무것도 없게 됐어. 완전히 실패해서 자리에 주저앉아 울게 될까 두려웠고
푸리나:
다행히 너희와 많은 영웅의 도움 덕에 최악의 결말은 피할 수 있었지만 말이야
푸리나:
다들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나는… 다시 자유의 몸이 됐네…
푸리나:
생각해 보면, 자유란 건 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잖아? 이제 난 쓸모가 없어졌으니까…
페이몬:
그렇게 생각하는 줄은 몰랐어
여행자:
자유는 너에게 주는 포상이야
푸리나:
포상?
푸리나:
…그렇네
푸리나: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건, 과거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어
푸리나:
중요한 비밀을 지켜야 했으니까. 사람들이 진짜 내 모습을 알아챌까 봐 두려웠거든
푸리나:
「무대 위의 푸리나를 믿도록 해. 그게 너희들이 믿어야 할 모습이니까」
푸리나:
하지만 무대 아래에선 나의 호기심도, 속마음도 절대 들켜선 안 됐어
푸리나:
그래서 전에 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얘기했던 거야
페이몬:
그랬구나. 난 그냥 네 성격이 그래서 그런 줄 알았어
푸리나:
넌 어째 오늘 하는 말마다 나랑 불협화음이니? 너나 성격 좀 돌아보라구!
푸리나:
응, 과거의 나에겐 진실밖에 없었는데 드디어 해방됐네. 당장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푸리나:
이젠 선택할 자격이 주어진 거야
푸리나:
좋아, 이제 그만 돌아갈까? 아마 대본의 결말도 완성됐을 거야
페이몬:
응응, 그럼 돌아가 볼까?
돌아가서 폴로 찾기
델피:
그러니까 넌 튀긴 음식을 좀 줄여야 한다니까? 아까도 감자튀김이랑 피시 케이크를 그렇게 먹어놓고는!
로윅:
가시 장미회 회장은 정말 통이 크다니까! 뭘 먹어도 다 무료라니, 이런 기회를 낭비할 수는 없지
로윅:
그리고 내가 너야? 내 배역은 체형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델피:
누가 지금 배역 얘기하니? 건강 좀 챙기라는 거잖아!
델피:
난 맨날 여기저기 아파 죽겠는데, 넌 왜 그렇게 몸을 안 챙기는 거야? 어휴, 분통 터져
페이몬:
에휴, 쟤네는 또 싸우네
페이몬:
우리 왔어~ 둘 다 일단 휴전하라구
로윅:
아, 왔구나. 우린 덕분에 좋은 대접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야
로윅:
대본은 거의 완성됐다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거야
페이몬:
그럼 얘기나 하고 있지 뭐. 참, 델피가 인간으로 변한 물의 정령인 건 알겠는데, 네 역할은 뭐야?
로윅:
나? 나도 물의 정령이야
델피:
원래는 학 모양이었는데, 무대 의상이 너무 껴서 돼지로 바꿨지
페이몬:
풉… 아, 미안미안
푸리나:
돼지도 흥미로운걸. 그게 아마 어린 물의 정령을 키워준 캐릭터였지?
로윅:
네, 진심 어린 목소리로 어린 물의 정령한테 이런 말을 하죠
로윅:
「인간이 된다는 건 비밀을 숨기고 고통을 겪으며 고독과 함께해야 한다는 거야. 그래도 인간이 되고 싶니?」
페이몬:
어? 어째 그 대사…
델피:
대본의 핵심 대사야. 난 이게 단장의 일생을 묘사했다고 봐
델피:
단장은 늘 극단의 고민거리를 혼자 떠안고, 우리가 온전히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해줬어
델피:
우린 단장이 떠나고 나서야 극단을 경영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었지
푸리나:
전에 너희가 그랬지… 「집」이라고…
델피:
네, 전 태어나자마자 병을 앓게 됐는데, 그게 불치병이란 걸 알자마자 가족들이 절 버렸거든요
델피:
그래서 혼자 일하며 약값을 벌어야 했어요. 병이 발작하면 골목에서 며칠을 거지처럼 누워있어야 했고요
델피:
나중에 단장이 제 목소리가 좋다면서 노래를 배워보겠냐고 하길래 그러겠다고 했어요
델피:
단장은 노래와 연기를 가르쳐줬을 뿐만 아니라, 약도 사주고 제가 아프면 절 돌봐줬어요… 전부 무거운 부담이었을 텐데 말이죠
페이몬: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로윅:
당연하지. 단장은 온 마음을 극단과 단원들에게 쏟았어. 우린 그런 단장을 정말 자랑스러워했고
로윅:
나도 그랬어. 난 범죄자의 자식이라, 어려서부터 부모의 돌봄 없이 고아원에 보내졌지
로윅:
근데 주변에서 범죄자의 자식이면 싸움도 잘하겠다면서 맨날 싸움을 걸어왔어… 그냥 날 만만하게 본 거면서
로윅:
나중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도망쳤어. 그땐 모든 사람이 괴물처럼 보였지
푸리나:
응, 단장을 만나서 참 다행이네
로윅:
네, 그때 전 생각했죠. 극단이 해체될 때까지 여기에 뼈를 묻어야겠다고
폴로: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날이 정말로 오고 말았네
로윅:
어휴, 드디어 끝마쳤구나? 자자자, 소개할게. 이쪽은 우리 극단의 연출 고문인, 푸리나 씨야
폴로:
마, 말도 안 돼! 이거 꿈 아니지? 너네 언제 이렇게 대단해진 거야?
푸리나:
그렇게 놀랄 거 없어. 그냥 너희 단장 얘길 듣고 감동해서 도와주기로 한 거니까
페이몬:
우리도야!
폴로:
아무리 그래도… 죄송해요. 잠깐 진정 좀 하고… 아, 내가 방금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더라
폴로:
아 그래, 대본 얘기였지! 일단 제가 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설명할게요
폴로:
전반부는 다들 잘 알 거예요. 어린 물의 정령은 가족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 변했죠
폴로:
그리고 번화하고 시끌벅적한 도시에서 우정과 사랑을 얻었지만, 뜻밖의 사건을 마주해야 했어요 …
폴로:
주민들은 주변의 담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단 걸 발견했죠. 토지는 마르고 식물은 시들고, 이상 현상을 발견한 사람들은 공포에 빠졌어요
폴로:
그래서 물의 아이 「클리오」와 그녀의 연인은 함께 사건의 진실을 조사하기로 했어요
폴로:
그러다가 오랫동안 이어진 인간의 낭비와 오염으로, 담수가 의식이 있는 것처럼 그 땅에서 도망치고 있다는 걸 발견했죠
델피:
물이 의식을 갖고 있다고?
푸리나:
의식을 가진 물이라… 많은 이야기에서 그렇게 묘사되긴 하지
폴로:
물의 정령인 주인공은 금세 물의 생각을 읽어냈고, 자신의 정체와 사건의 진실을 연인에게 알려줬어요
폴로:
연인은 그녀의 정체를 받아들이고 담수를 돌아오게 할 방법을 함께 찾기로 했지만, 하필이면 누군가가 그 얘기를 몰래 엿들은 거죠
폴로:
그렇게 물의 아이는 담수를 앗아간 누명을 뒤집어썼고, 이도저도 못 하는 곤경에 처하고 말았어요
푸리나:
그 다음엔?
폴로:
그 후엔 물의 아이가 나서서 자신을 희생하고, 자신의 연인과 모든 인류를 구원하죠…
페이몬:
어? 하지만 그 사람들은 클리오를 나쁜 사람 취급했잖아? 그 사람들을 왜 구한 거야?
폴로:
연인과 자기를 도와준 사람들을 구하고 싶었으니까
푸리나:
연인을 향한 사랑에서 인류에 대한 박애까지, 그게 이 클리오라는 주인공의 위대한 부분이겠네
델피:
난 다른 문제가 신경 쓰이는데…
델피:
「물의 아이」의 주인공이 단장을 상징한다는 거 알지? 하지만 단장은 결국 영웅이 되지 못했어
델피:
단장을 기념하기 위한 거라면, 당연히 실제 결말을 기록해야지
델피:
물의 아이는 원통하게 죽고, 그녀를 사랑한 사람들은 진실을 밝히지 않은 채 인류는 멸망하게 되는 거야
푸리나:
…하지만 그런 결말은 너무 잔혹한걸. 관중한테도 좀 무책임한 것 같고
폴로:
오렐리 단장이 당한 일과 비슷한 결말은 전부 아무 가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어요
폴로:
사고가 나던 날, 단장은 갑자기 저희한테 폰타인성을 떠나 성 밖에서 자기를 기다리라고 했어요
폴로:
하지만 약속 장소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단장은 돌아오지 않았고, 저희가 다시 돌아왔을 때 단장은 이미 실종된 후였죠
폴로:
저희뿐만 아니라 경비대도 단장을 찾지 못했어요. 마지막 흔적들만이 단장이 「소녀 연쇄 실종 사건」에 휘말렸을 거라 말하고 있었죠
델피:
단장은 그 누구보다 좋은 사람인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실험에 희생됐어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인데…
푸리나:
흠… 근데 왜 갑자기 성 밖에 숨어있으라고 했을까? 뭔가를 알아챈 건가?
폴로:
그 뒤로도 계속 조사했지만 단서가 거의 없었어요… 빌망은 뭔가 알 수도 있는데, 입을 꾹 닫고 있네요
푸리나:
빌망이라면, 악역을 맡은 그 배우 말하는 거지?
로윅:
네, 그리고 슬픔에서 가장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이기도 하죠
폴로:
슬픔? 흥, 슬픔이 아니라 죄책감이겠지. 슬픔으로 따지면 나보다 더한 사람은 없어
폴로:
그야 난… 연극 안에서든 밖에서든, 오렐리를 깊이 사랑했으니까
델피:
어… 그, 그건 오늘 처음 알았네
폴로:
밝힐 때도 됐지. 우리 사이에 비밀이 남아 있다면, 결말은 영원히 합의점을 찾을 수 없을 테니까
폴로:
오렐리에게 고백도 했었어. 그 자리에서 단박에 거절당했지만
폴로:
단원들을 다 친동생처럼 여겨서 남녀 사이로 생각한 적은 없다고 하더라
폴로:
나도 오렐리가 그렇게 말할 것 같았어. 그래서 괜찮다고, 늘 극단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지
폴로:
언젠가 오렐리가 더는 극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단원들이 모두 자신만의 집을 찾게 될 때까지 말이야…
폴로:
그때가 되면 오렐리도 본인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테니까
폴로:
결국 그날이 오지는 못했지만…
로윅:
폴로…
폴로:
그래서 난 오렐리에게 최고의 결말을 선사할 거야. 누가 반대해도 소용없어
델피:
하아, 아무래도 너랑 빌망 사이의 일은 당사자끼리 만나야 해결되겠구나
델피:
사실 지금까지 둘의 의견 대립이 가장 컸어요. 반드시 둘 중 하나는 설득돼야 끝날 일인 거죠
페이몬:
그럼 역시 빌망을 찾으러 갈 수밖에 없겠네
푸리나:
진실을 마주할 준비는 된 거야?
폴로:
솔직히, 조금 두려워요… 하지만 마지막 공연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폴로:
푸리나 씨, 이런 제 마음을 이해하실 수 있나요?
푸리나:
응, 물론이야
푸리나:
그럼 바로 출발하자
연극 시나리오에 대해 극단 단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마지막 단원인 빌망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한 일행은 푸아송 마을을 떠난다…
빌망 찾으러 가기
로윅:
이봐 델피, 지금 몸 상태로 이런 길을 걸어도 괜찮겠어?
델피:
흥, 네 걱정이나 해. 걷는 속도는 내가 훨씬 빠르니까
페이몬:
길이 좀 험하네. 갑자기 길을 막아서는 녀석도 있고
푸리나:
뭐 어때? 여행자이(가) 있는데 굳이 멀리 돌아갈 필요 없잖아?
푸리나:
왜, 왜 그렇게 보는 거야? 설마 나더러 같이 싸우라고?
델피:
그냥 푸리나 씨가 나서시는 건 본 적이 없어서, 좀 궁금해서요
로윅:
잊었어? 물의 신님은 모든 신력을 포기하시고 폰타인성에서 사용되는 「판결 에너지」로 바꾸셨다고. 푸리나 씨가 직접 말씀하셨잖아
푸리나:
그, 그래. 지금의 난 더 이상 물의 신이 아니니까, 당연히 신력도 전부 사라졌지
푸리나:
아아, 어쩌나~ 맘에 들진 않지만, 현재로서는 얌전히 「피보호자」의 역할을 이행할 수밖에 없겠네
페이몬:
자랑할 일도 아닌데 당당한 것 좀 봐, 으잇
푸리나:
그래, 이런 상황에선 경험이 풍부한 모험가가 나서야지
델피:
아쉽다. 멋진 장면을 보게 될 줄 알았는데
로윅:
미안, 너희한테 부탁 좀 할게
페이몬:
걱정 마, 금방 해결할 테니까
빌망이 있는 곳으로 계속 가기
로윅:
빌망, 거기 있어?
빌망:
응? 너희구나… 엇, 푸리나 님이 왜 여기에?
델피:
내가 설명할게. 이제 너만 남았거든
델피가 빌망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해 준다
빌망:
그러니까, 단장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면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말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빌망:
하… 나도 「물의 아이」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진실을 공연이 끝날 때까지 숨기는 거라고
빌망:
아니면, 같이 무대에 설 기회마저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폴로:
넌 지금 도망치고 있는 거야, 빌망
폴로:
아니면 설마, 오렐리의 사고가 너랑 관련이 있는 거야?
빌망:
난 말하기 싫어
폴로:
잘 들어, 난 내가 오렐리를 사랑한 일을 창피하게 생각했었어. 그래서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한 거고
폴로:
하지만 지금은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어. 모든 걸 받아들이고 모든 걸 헌신할 준비가 됐기 때문이야
폴로:
「물의 아이」에서 오렐리의 감정이 빠진다면, 절대 완전할 수 없어
빌망:
하… 그러니까 다들 네가 둔하다고 하는 거야
빌망:
다들 알잖아. 극단 운영은 티켓이 아니라 관중의 모금으로 유지된다는 걸. 근데 그걸론 한참 모자라지
빌망:
다들 공연 외의 시간에 일까지 하면서 충당했지만, 극단의 운영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어…
빌망:
그러다 어느 날 공연이 끝나고 한 상인이 연락해 왔어. 공연할 때 자기네 음료를 제공하면 크게 후원해주겠다고 말이야
빌망:
난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단장과 상의하지도 않고 승낙해 버렸어. 그러다 상인이 음료를 보내오고 나서야 알게 됐지…
빌망:
그 음료가, 「생트」였다는 걸
푸리나:
그, 그건 「소녀 연쇄 실종 사건」의 원흉이 팔던 약물이잖아…
빌망:
그게 담겨 있던 상자들을 보고 놀란 나는 단장에게 달려가 상황을 설명했어. 단장도 많이 놀랐지
빌망:
하지만 단장은 날 나무라지 않았고, 혼자 그 상인에게 연락해 그 일을 같이 할 수 없다고 얘기했어
빌망:
상인은 우리가 한 입으로 두말했다며 고액의 배상을 요구했는데, 우리에겐 그럴 능력이 없었지…
폴로:
그, 그래서…?
빌망:
난 이 일을 직접 해결하려 했지만, 단장이 막아섰어. 극단의 문제지 내 잘못이 아니라면서 말이야
빌망:
하지만 상대는 갈수록 집요해졌고, 그날 단장이 다급하게 우리를 대피시키는 걸 보면서 나는 일이 터졌구나 생각했어
빌망:
인정해, 내가 엄청난 사고를 쳤단 걸. 근데 말을 꺼낼 자신이 없었어. 단장이 실종되면서 더 그랬고
빌망:
결국 내가 오렐리를 죽게 만든 거야. 어때, 만족해?
델피:
야, 그렇게 말하지 마
폴로:
너 이 자식! 오렐리가 위험하단 걸 알면서 왜 우리한테 알리지 않은 거야!
폴로:
그런 상황까지 갔는데 뭐가 두려워서! 우리가 오렐리를 구하게 했어야지!
폴로:
네가 얼마나 황당한 일을 한 건지 아냐고!
로윅:
이봐, 일단 진정 좀 해
페이몬:
맞아, 일단 진정해!
폴로:
나더러 진정하라고? 저 자식 때문에 오렐리가 죽었어! 내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인데!
폴로:
그런 주제에 뭐? 다 공연을 위해서라고? 그냥 책임 회피잖아!
빌망:
미안해. 줄곧 극단의 모두에게 사과하고 싶었어. 근데 단장은 이미 없잖아. 그럼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
빌망:
그래, 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겁쟁이야. 그냥 날 때려. 아니면 날 죽여 버리든가!
빌망:
단장을 보러 가게 해줘. 단장한테 사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폴로:
당장 꺼져! 영원히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푸리나:
아, 진짜 시끄러워 죽겠네. 둘 다 그만해!
푸리나:
무대 위 공연을 극단 내부 사정과 엮지 좀 말아줄래?
푸리나:
말끝마다 마지막 공연으로 단장을 기념하고 싶네 어쩌네 하는데, 실은 그냥 너희 감정을 쏟아내고 싶은 거잖아?
폴로:
…푸리나 씨 말이 맞아요
빌망:
죄송해요
푸리나:
무대에서 주인공에게 모든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해. 너희도 자연스럽게 단장을 극단의 중심으로 여겨왔을 거고
푸리나:
하지만 무대 아래서 단장이 원한 건 그게 아니야… 난 너희와 극단을 향한 그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푸리나:
너희 단장은 동생들에게 따뜻한 집을 만들어 주고 비바람을 막아주고 싶었을 거야. 그거야말로 진정 기념할 만한 일이지
푸리나:
단장은 이미 너희의 영웅이잖아, 안 그래?
로윅:
맞아요
푸리나:
그걸 확실히 한 다음, 다시 너희의 다툼이 의미가 있는지 보라고
푸리나:
계속 서로 불만이고 갈등도 해결하지 않을 거면 그냥 깔끔하게 갈라서. 마지막 공연은 뭐 하러 해?
푸리나:
하지만 너희 모두 오렐리 단장이 손수 세운 이 「집」을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은 거지?
델피:
후후
푸리나:
뭐야? 난 웃긴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델피:
아, 죄송해요. 그냥 문득 단장이 여기 서 있는 것 같았달까
델피:
단장이 방금 그 상황을 봤다면, 분명 푸리나 씨처럼 따끔하게 한마디 했을 거예요
페이몬:
진짜? 난 엄청 온화한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델피:
물론 그렇지.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엄격함도 내면의 따뜻함을 드러내는 법이야.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니까…
폴로:
뭔가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야…
빌망:
정말 미안해. 원래 제대로 사과할 생각이었는데, 어째 자포자기한 것처럼 돼 버렸네
로윅:
됐어. 그런 얘기는 공연이 끝난 뒤에 하자고
페이몬:
그래서 결말은 어떻게 할 거야?
푸리나:
그야 당연히, 무대에서 잠시 물러나 요동치는 감정 사이에서 놓친 게 뭔지 잘 살펴야겠지
푸리나:
이야기의 결말은 다시 오렐리 단장으로 돌아오는 게 맞아. 이 연극의 유일한 주인공이니까
여행자:
정말 알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페이몬:
아, 설마…
푸리나:
그래. 전에 물에 들어갔다가 「소녀 연쇄 실종 사건」 피해자들의 유품을 찾았었잖아?
푸리나:
만약 오렐리 단장이 남긴 물건을 찾을 수 있다면, 당시의 마음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
폴로:
그, 그런 게 있었다고요?
푸리나:
단장의 진심을 「물의 아이」의 결말로 삼으면 다들 납득할 거야
빌망:
네…
로윅: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푸리나:
그럼 우린 멜모니아궁으로 가자. 너흰 리허설 장소로 가서 좋은 소식이나 기다리고 있으라고
멜모니아궁으로 가서 단장의 물건 찾기
세드나:
소녀 실종 사건 피해자의 유품을 조사하고 싶으시다고요? 근데 그 사건은 벌써 오래전 일이잖아요?
세드나:
뭐, 여러분은 증거를 제출한 분들이니 따로 보고할 필요는 없겠죠. 바로 가서 준비해 드릴게요
세드나가 사람을 시켜 오렐리의 유품 상자를 가져오게 했다
푸리나:
이게 오렐리 단장이 남긴 물건이구나. 평범한 소지품을 제외하면 낡은 노트 하나가 전부네
페이몬:
우와, 안이 대사로 빼곡해. 간단한 스케치도 있는데, 무대 소품을 놓을 위치를 그린 것 같아…
푸리나:
일단 잡혀간 후에 남긴 단서 같은 게 없나 한번 보자
푸리나:
아, 여기 있네. 「이 노트를 발견할 사람에게」라, 어디…
푸리나:
상대의 범죄 행위를 꼼꼼하게 기록했네. 소녀가 용해되는 진상까지 포함해서
푸리나:
그때 이 노트를 자세히 봤다면 바셰의 죄를 입증할 유력 증거가 됐을 수도 있었겠어
페이몬:
바셰의 죄는 정말 끝이 없네
푸리나:
당시 단장은 이렇게 해서 나중에 올 조사자를 돕고 싶었나 봐
푸리나:
잠깐, 갑자기 글이 끊겼어…
여행자:
왜 그래?
푸리나:
글씨가 갈수록 옅어지고, 필적도 흔들리고 있어. 많이 허약해졌었나 봐
푸리나:
그 다음 내용은… 너희가 직접 보는 게 좋겠어
당신은 오렐리의 노트를 읽는다…
페이몬:
정말 무서웠겠구나…
푸리나:
단원들에겐 위대한 영웅이었어도, 결국 평범한 인간이니까
푸리나:
그때 얼마나 외롭고 괴로웠을지 상상이 안 가…
푸리나: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내용은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푸리나:
「인간이 된다는 건 비밀을 숨기고 고통을 겪으며 고독과 함께해야 한다는 거야. 그래도 인간이 되고 싶니?」
페이몬:
「물의 아이」에서 가장 중요하다던 그 대사야…
푸리나:
「난 그 애들의 누나고 언니니까」
페이몬:
아…
푸리나: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도 후회하지 않았어
푸리나:
이게 아마 단원들이 가장 바라던 답일 거야
푸리나:
단원들의 믿음과 존경, 사랑은 모두 올바른 사람에게 향했구나
푸리나:
가자. 단원들한테 오렐리 단장의 마지막 생각을 들려줘야지
단장의 노트를 갖고 돌아가기
노트에 적힌 내용을 본 후, 누군가는 침묵했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으며, 또 누군가는 절규했다…
한참이 지난 후 모두가 안정을 찾았을 때, 그들은 한마음이 되었다
폴로:
오렐리는 영웅으로서의 결말을 맞이할 자격이 있어. 이런 방식으로 그녀의 행적을 관중에게 알리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이지
로윅:
단장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중요한 단서를 남기려고 했어
델피:
자신이 희생되더라도, 더 많은 사람을 지키고 싶었던 거야…
델피:
그럼 「물의 아이」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더 논의할 필요가 없겠네
델피:
넌 어때? 예전 일은 일단 접어두고, 공연에 집중할 수 있겠어?
빌망:
…나의 이 미안한 마음을 공연에 담아서, 단장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사할 거야
빌망:
너희의 용서는 필요 없어. 내 감정도 더는 중요하지 않고. 이건 오렐리 단장만을 위한 마지막 무대니까
푸리나:
의견이 하나로 모여졌나 보네. 난 이번 공연이 전대미문의 멋진 공연이 될 거란 예감이 들어
페이몬:
아직 연기를 보지도 않았으면서 벌써 그렇게 장담한다고?
푸리나:
후후, 내 안목을 얕보지 말라고. 난 수많은 무대를 보면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거든
푸리나:
노랫소리로 관중을 감동시키려면, 자신이 그 캐릭터에 몰두해서 감정이 충만해져야 해
푸리나:
이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건, 인간들의 사랑과 원한 같은 다양한 감정이잖아?
푸리나:
아마 이 녀석들보다 이 공연을 잘할 배우는 없을 거야
델피:
저희를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푸리나 씨
폴로:
우리도 서둘러서 결말을 결정짓자. 늦지 않게 완성해야지
델피:
그 전에 한 가지 제안할 게 있어
델피:
커튼콜을 할 때, 내 이름이 아닌 단장의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줘
로윅:
뭐? 하지만 그렇게 하면…
델피:
원래도 이 배역은 단장이 해야 했잖아. 난 그냥 대타로 연기하는 것뿐이야
델피:
이런 기념비적인 배역에는 단장의 이름이 함께해야지
폴로:
나는… 네가 상관없다면 나도 괜찮아
푸리나:
흐흥, 이제야 하나의 팀 같은 분위기네
푸리나:
그럼 너흰 공연 쪽 준비를 완벽하게 마쳐줘. 무대는 내가 준비할 테니까
페이몬:
무대를 준비한다고?
로윅:
어, 저희가 평소에 공연하는 곳은 딱히 예약할 필요가 없는데요…
푸리나:
무슨 소리야? 그런 평범한 무대로는 어림도 없어. 당연히 「에피클레스 오페라 하우스」에서 해야지
델피:
네? 자, 잠깐만요!
빌망:
아, 안 돼요. 저희가 어떻게 그런 호화로운 곳에서…
푸리나:
뭘 겁내는 거야? 설마 오렐리 단장의 이야기가 최고의 무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니?
빌망:
그런 건 아니지만…
페이몬:
어차피 마지막 무대잖아?
델피:
난 문제없어. 너흰 어때?
델피:
후후, 아무 말 없으면 문제없는 거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꿈을 꾸는 것 같아요
푸리나:
흥, 실망하게나 하지 말라고
푸리나:
공연을 망치면 내 체면도 같이 날아가는 거니까
푸리나:
우린 느비예트를 찾아가 보자.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느비예트 찾기
푸리나:
여기 있을 줄 알았어
느비예트:
잠시 휴식 중일 뿐이야. 오랜만이군, 푸리나. 그리고 여행자와 페이몬도요. 그래서 무슨 일이지?
푸리나:
오페라 하우스를 좀 빌리고 싶어. 어떻게 된 거냐면…
「물의 아이」 뒷면에 담긴 이야기를 느비예트에게 전한다
느비예트:
그랬군. 「에피클레스 오페라 하우스」의 예약 수속은 제법 복잡하지만, 너와 여행자의 부탁이니 절차로 곤란하게 하진 않겠어
느비예트:
「물의 아이」처럼 뛰어난 작품을 무대에서 보게 될 날이 기대되는군
느비예트:
다만, 네가 아직도 공연에 그 정도로 관심을 가질 줄이야
푸리나:
응? 내가 그렇게 들떠 보여?
느비예트:
신좌를 떠난 이후로는 처음이지
푸리나:
원래도 그냥 미안한 마음에 상황이나 알아보려던 건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
푸리나:
과거에 우린 심판청 위에서 어느 독립적인 사건에 의견을 표했을 뿐, 그 뒤에 숨겨진 감정 충만한 이야기는 보지 못했어
푸리나:
어쩌면 어렵사리 평범한 인간이 돼버린 덕에 그들의 삶에 호기심이 생긴 걸지도 모르지
느비예트:
다시 기운을 차린 걸 보니 나도 기쁘군
느비예트:
그럼 격려를 받은 김에, 다시 무대로 돌아갈 생각은 없나?
푸리나:
갑자기 얘기가 왜 그렇게 흘러가?
느비예트:
「물의 아이」가 큰 성공을 거두면 분명 고전 작품으로 거듭날 거고, 그러면 수많은 극단이 뒤따라 공연하겠지
느비예트:
극 중 주인공인 클리오의 경험과 선택은 너를 모델 삼아 만들어진 것처럼 닮았으니, 네가 가장 적합한 연기자라 할 수 있을 테고
느비예트:
이 기회를 빌려 모두에게 네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실로 안타까운 일일 테지
푸리나:
미리 말해둘 걸 그랬네. 난 이제 어떤 배역도 연기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푸리나:
안타까울 것도 없어. 무대 위든 아래든 빛나는 배우와 이야기가 부족할 일은 없을 테니까
푸리나:
이번에도 그렇잖아? 이렇게 많은 걸 얻었으니 표값은 이미 회수하고도 남을걸?
푸리나:
솔직히 그 녀석들이 좀 부러울 정도야. 이렇게 화려하고 성대한 방식으로 과거와 작별하다니
느비예트:
그랬군. 새로운 「무대」를 즐기고 있다니 안심해도 되겠어
느비예트:
이번 공연이 완벽하게 끝나길 진심으로 바라지. 그럼 난 날짜를 잡으러 가야겠군. 결정되면 극단으로 편지를 보내도록 하지
페이몬:
고마워, 느비예트
느비예트:
별말씀을요
리허설 장소로 돌아가서 리허설 돕기
푸리나:
다들, 얘기는 잘 끝났어. 아주 순조로웠지!
푸리나:
이성과 감정에 호소한 내 설득 아래, 느비예트는 마침내 이 특별한 공연에 무대를 제공해 주기로 했어!
푸리나:
이런 기회를 얻기란 무척 어려웠지만, 드디어 이 화려한 공연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추게 됐네
푸리나:
감동적인 이야기, 장엄한 무대, 그리고 감정으로 충만한 배우들까지!
푸리나:
자, 이제 다 같이 노력해서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 내자고!
델피:
헤헤, 정말 잘됐네요
폴로:
결말을 빨리 완성해야 연습할 시간도 더 많아지겠군요
폴로:
방금 빌망이랑 디테일을 의논했는데, 이 정도면 관객들의 감정을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을 거예요
페이몬:
같이 얘기해 봤구나? 잘했어
빌망:
어떤 공연이라도 소통이 없으면 안 되니까
로윅:
어휴, 며칠 전만 해도 이런 상황과 분위기는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지
페이몬:
정말 대단해. 푸리나의 말투가 아직도 좀 과장되긴 하지만, 모두의 의욕을 불러일으켰잖아?
여행자:
빨리 「물의 아이」를 보고 싶다
로윅:
보고나서 많은 의견 부탁할게. 너희의 감상은 아주 중요하니까
델피:
빨리 와 봐, 로윅. 일단 오프닝부터 해보자
오페라 하우스로 가서 공연 돕기
시아마카:
저주받은 클리오, 생명의 물을 전부 앗아갔구나. 이 사기꾼이여, 죄인이여!
페로:
클리오는 이 일과 무관해! 우매하고 난폭한 이들이여, 어찌해야 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시아마카:
이 인간은 이용 가치가 있어. 클리오는 그를 위해 나타날 거야
페로:
멀리 날아가서 영원히 돌아오지 마오, 물의 아이여
푸리나:
다들 잘하네. 이렇게 멋진 공연은 정말 오랜만이야
푸리나:
음, 그런데…
페이몬:
어떡하지? 이제 곧 등장할 차롄데
델피:
아, 왜 하필 이런 때에…
로윅:
이봐, 왜 그래? 올라갈 타이밍이라고…
로윅:
설마, 아니지? 하필 이럴 때? 그 특효약은? 약효가 떨어진 거야?
델피:
그 약, 효과가 갈수록 나빠져서 먹는 양을 계속 늘릴 수밖에 없었어
로윅:
뭐? 치료 약이 아니라 증상만 완화하는 약이었던 거야?
델피:
이번 공연까지만 버틸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은데…
로윅:
어휴! 나한테 뭐라 하더니, 정작 너는 왜 몸 관리를 그렇게 하는 건데!
델피:
…미안해, 다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로윅:
너… 하… 아니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지. 주인공 없이 어떻게 마무리를 하겠냐고?
델피:
……
델피:
푸리나 씨, 저 부탁이 있어요
푸리나:
됐어, 아프면 잘 쉬어야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푸리나:
이봐, 너 이제 무대에 안 올라가도 되지?
로윅:
저요? 네, 제 분량은 다 끝났어요. 마지막 한 마디가 남긴 했지만, 저랑 목소리가 비슷한 단원한테 부탁하면 될 거예요
푸리나:
그럼 얘 좀 데리고 가서 쉬게 해. 마지막 신은 내가 나갈 테니까
푸리나:
…어휴, 정말이지. 결국은 이렇게 되네
델피:
감사해요, 푸리나 씨. 그리고 원칙을 어기시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푸리나:
이렇게 된 마당에 그런 말은 됐어. 탓하려면 신나서 이 일에 껴든 날 탓해야지, 후후
푸리나:
아쉬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푸리나:
그러니까 맡겨 둬. 리허설을 하도 봐서 클리오의 대사는 거의 외웠으니까
델피:
푸리나 씨의 연기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단장의 이름을 걸고 하는 공연인 만큼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요
델피:
푸리나 씨는, 클리오가 왜 눈부시다고 생각하세요?
푸리나:
…그야 엄청 단순하니까
푸리나:
그렇게 많은 고통과 고독을 맛보고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의심하지 않았잖아
델피:
네…
델피:
오렐리 단장의 이름을, 푸리나 씨에게 맡길게요
movie
해안의 절벽 위에 흥분한 마을 주민들이 가득하며, 촌장이 가운데에 서 있고 그 옆에는 몸이 묶인 페로가 무릎을 꿇고 있다
푸리나가 연기한 클리오가 등장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인간들은 클리오를 모함했지만, 클리오는 인간을 증오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물로 돌아가기를 선택하고, 자신의 의지로 담수의 흐름을 인도해 물이 영원히 인간들 주위에서 흐르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클리오는 천천히 해변으로 걸어간다. 신의 눈이 하늘에서 내려왔지만 클리오는 미소를 지으며 잡지 않았고, 갓 탄생한 신의 눈은 쓸쓸하게 물속에 빠진다…
베일라스:
뭐야, 내가 잘못 본 건가? 저 사람 푸리나 님 맞지?
지냑:
깜깜무소식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시다니
지냑:
그래도 연기력은 여전하시구나. 변함없이 정말 대단해
폴로:
물의 아이 클리오 역의 오렐리·퓌무 씨였습니다
베일라스:
이름이 다르잖아? 어떻게 된 거지?
지냑:
글쎄, 그냥 닮은 사람인가?
푸리나:
(난 사라진 지 오래고 내 이름이 나오지도 않았으니까, 다들 못 알아보겠지?)
푸리나: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해도 어렵게 정한 원칙을 깨버리다니, 아쉽게 됐어)
푸리나:
(그래도, 무대에 다시 서니까…)
푸리나:
(기분은 좋네)
폴로:
마지막으로, 이번 공연의 장소 안배와 연출 고문을 맡아주신, 푸리나 씨께 감사드립니다!
푸리나:
이봐! 전에 얘기한 거랑 다르잖아!
베일라스:
봐봐, 역시 푸리나 님이었어!
지냑:
돌아오셨구나!
푸리나:
아아아, 정말이지, 미리 상의라도 좀 하라구!
푸리나 및 극단 단원들과 대화하기
폴로:
자자, 그만 화 푸세요. 저희도 상의한 끝에 내린 결론이에요. 푸리나 씨의 공로를 그냥 덮어버릴 순 없으니까요
폴로:
이건 폰타인에서 오래전부터 이어진 규칙이잖아요? 무대 앞에서든 뒤에서든 모든 사람의 노고는 인정받아야 하죠
푸리나:
그 규칙은 나도 알아. 그치만… 그치만… 아우! 실제 상황도 고려해야지. 난 준비도 안 됐는데!
페이몬:
히히, 난 별로 영향 없는 것 같던데?
여행자:
해 봤자 사인해달라는 사람이 몰리는 정도겠지
푸리나:
말은 쉽게 하네. 그럼 네가 대신 사인해 줘
페이몬:
그것보다 아까 있었던 돌발상황 때문에 진짜 깜짝 놀랐다구
페이몬:
예정된 위치로 날아가서 신의 눈 모형을 던지려고 했는데, 갑자기 진짜가 나타나다니!
푸리나:
그건…
푸리나:
나도 그게 왜 나타난 건진 몰라. 그래도 효과는 좋았으니 됐지
푸리나:
관객들도 그렇게 리얼한 공연 소품은 처음 봤을걸?
폴로:
아, 그러고 보니 델피는 좀 어떨지 모르겠네요
빌망:
무대 정리 끝내고 얼른 다 같이 가보죠
푸리나:
그래. 공연을 잘 마쳤다는 소식도 전해줘야지…
푸리나:
어찌 됐든 간에, 결국 막이 내렸네
돌아가서 델피와 로윅 찾기
로윅:
아, 다들 왔구나
로윅:
기존에 먹던 약을 먹고 상태가 많이 안정됐어. 그래도 경험상 며칠은 쉬어야 할 것 같아
델피:
공연은 어떻게 됐어? 반응은 좋았어?
페이몬:
안심해, 엄청 잘됐어. 게다가 끝내주는 즉흥 연기 덕에 내일 「스팀버드」에 실릴지도 모른다구
델피:
다행이다…
델피:
미안해. 결국 마지막까지 무대를 지키지 못했네. 처음부터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었나 봐
푸리나:
괜찮아. 커튼콜 때 쟤네들이 얘기했던 것처럼, 모두의 노고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니까
푸리나:
마지막까지 연기하진 못했지만, 네가 무대에서 보인 연기는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고? 너도 이번 공연의 소중한 일원이야
델피:
네, 감사해요. 어찌 됐든 간에, 드디어 끝났네요
델피:
전 태어날 때부터 운이 나빠서 순탄한 인생은 바란 적도 없는데, 이렇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충분히 만족해요
로윅:
또또, 또 운 탓하고 있네. 네가 무모한 짓을 조금만 덜 했어도 이렇게 계속 병에 시달리진 않았을 거라고
델피:
또 시작이야? 어휴, 난 지금 너랑 싸울 기운도 없어…
페이몬:
히히, 둘이 사이가 참 좋구나
로윅:
좋긴 누가 좋다고 그래
델피:
화낼 시간도 모자라거든!?
푸리나:
그래서 다들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푸리나:
이번 공연 반응이 좋아서 극단 이름도 폰타인 전역에 금방 퍼질 텐데, 그럼 해체 안 해도 되지 않아?
푸리나:
반응이 좋은 김에 「물의 아이」 저작권을 전문 극단에 위임하면 경영 상황도 개선될 거고
델피:
아뇨, 저흰 역시 해산하려고요
로윅:
네, 다들 그러기로 했으니까요
빌망:
나도 더 이상 너희와 함께할 자격이 없어. 나중에 인연이 닿으면 또 보자고
페이몬:
이봐, 뭘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
폴로:
전 계속 연기를 하려고요. 아마 나중에 극단을 옮길 것 같네요
폴로:
푸리나 씨의 연기를 보면서, 단장이 왜 그렇게 뮤지컬에 푹 빠졌는지 이해하게 됐거든요
델피:
후후, 그래, 너한테 잘 어울려. 나도 계속 연기할 생각이었는데… 몸이 따라줄까 모르겠네
로윅: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린 것 같네. 어휴, 난 일단 네가 나아지면 결정하려고
로윅:
푸리나 씨는요? 어떻게 하실 계획이세요?
푸리나:
솔직히 말하면, 내가 조용히 사라지고 싶어도 지도해달라고 찾아올 녀석들 때문에 제법 귀찮아질 것 같아
푸리나:
누구누구 씨가 아주 거창하게 「감사 인사」를 해주셔서 말이지
폴로:
죄송해요…
푸리나:
됐어, 사과하지 마. 그냥 뭐랄까, 이번 일을 겪으면서 다시 무대로 돌아가는 게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다고 느꼈어
푸리나:
어쩌면 정말 느비예트가 말한 것처럼, 「클리오」라는 배역이 나랑 죽이 잘 맞는가 봐
푸리나:
남을 연기하고 싶진 않지만,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있거든. 아마도 이게 새로운 「무대」겠지
푸리나:
그래. 과거의 내가 가면을 쓴 채 진실을 숨기려고만 했다면…
푸리나:
앞으로의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실한 이야기를 더 많이 느껴볼 거야
푸리나:
사람들이 어떻게 피어나고 시드는지, 또 어떻게 그걸 극본에 녹여서 영원히 노래하는지 지켜보겠어
푸리나:
그 오렐리 단장도, 분명 이런 마음으로 빠져든 거겠지?
페이몬:
이제 전처럼 거부감이 들진 않나 보네
페이몬:
그럼 많이 보고 많이 돌아다녀 봐. 세상엔 재밌는 게 많다구
여행자:
다음엔 내가 널 초대할게
푸리나:
후후, 약속한 거다?
푸리나:
만약 신의 선물이 한쪽 눈이라면…
푸리나:
그 의미가 바래게 해선 안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