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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티코어의 장 제1막
「사자의 피」
어느 날, 여행자와 페이몬은 바자르를 방문한다…
바자르로 가기
페이몬:
어디 보자, 예정대로라면 뭘 더 사야 할까?
페이몬:
음, 맛있는 냄새. 「짐승고기 필라프」야! 우리도 좀 사 가자!
여행자:
이건 예정에 없지 않아?
페이몬:
그, 그럼… 지금 추가하면 되지
데히야:
旅人(이)랑 페이몬이잖아, 이런 데서 다 만나네
두냐르자드:
다들 안녕, 오랜만이야
페이몬:
어? 또 너희 둘이네. 데히야는 사막으로 돌아간 거 아니었어?
데히야:
하하, 경호원 일만 그만둔 거야. 우리는 친구고 싸운 것도 아닌데,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데히야:
호마야니 가문에서 다른 일을 의뢰했어. 보수도 두둑하니 나와 형제들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지
두냐르자드:
맞아, 요즘 데히야가 우리 집 일을 하고 있어서 그냥 우리 집에 묵게 했어
두냐르자드:
부모님도 기뻐하셨지, 데히야가 없으니 집이 썰렁하다고 하셨거든
데히야:
아, 너무 과하게 친절하세요…
데히야:
일도 끝났겠다, 뭐 좀 사서 여단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억지로 하루 더 묵게 하셨다니까요
두냐르자드:
며칠 더 있어도 괜찮잖아. 아버지가 너한테 맛있는 요리를 해줄 기회도 없었단 말이야
데히야:
아가씨, 저는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라는 거 다 아시잖아요. 괜찮아요, 기회는 다음에도 있으니까요
페이몬:
대단하네, 「맛있는 요리」라는 말에도 끄떡없다니
두냐르자드:
아, 맞다. 기회가 되면 사막 구경시켜준다고 했잖아. 이참에 가볼까?
두냐르자드:
난 아직 못 가본 곳이 너무 많아
데히야:
죄송하지만 이번에도 곤란해요. 요즘 사막 쪽이 심상치 않고, 여단에서 처리해야 할 일도 있거든요
두냐르자드:
언제까지 미룰 거야. 계속 미뤄왔잖아
데히야:
죄송하지만 시간을 조금만 더 주세요. 나중에 날 잡아드릴게요
두냐르자드:
그래, 알았어. 실은 구경 가고 싶어서 부탁한 게 아니라… 안 좋은 예감이 들어서 떠본 거야
두냐르자드:
이번에 우리 집에 왔을 때부터 뭔가 초조하고 불안해 보였거든
두냐르자드:
곤란한 일이 생겨서, 약속을 계속 미루는 거지?
데히야:
아니에요, 괜한 걱정이에요
두냐르자드:
약속할 수 있어? 친구끼리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네가 약속하면 더 이상 묻지 않을게
두냐르자드:
무슨 일 있다면 솔직히 말해 봐, 그래야 도와줄 수 있잖아
데히야:
……
페이몬:
두냐르자드 말이 맞나 본데?
데히야:
휴, 정말 만만치 않네요. 아가씨 눈은 못 속인다니까요
데히야:
용병 속사정은 아가씨가 알 필요 없다고 생각했어요. 알아서 좋을 것도 없고요
데히야:
거긴 약육강식과 이익으로 돌아가는 세계라 이쪽과는 많이 달라요
두냐르자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린 친구야. 네 고민을 모르면 어떻게 널 도와줄 수 있겠어?
데히야:
아가씨… 그렇게까지 고집부리실 필요는 없잖아요
데히야:
좋습니다, 제가 졌어요. 여기서 말하긴 그러니까 자리를 옮기죠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대화한다
데히야:
여기가 좋겠어요.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하세요
데히야:
도금 여단은 규모가 크고 구성이 복잡해서, 저처럼 정직하게 일을 찾아다니며 모라를 버는 용병도 꽤 있어요
데히야:
제가 속한 「화염 빛의 포식자」 여단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다들 혈기와 의리가 넘치죠
데히야:
반면 모라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단도 있는데, 그중 가장 악명 높은 여단이 바로 「신왕의 유산」이에요
페이몬:
신… 왕? 도금 여단에게 신이면서 왕인 존재란…
데히야:
맞아, 너희가 전에 「아흐마르의 눈」과 만났다고 했잖아? 녀석들이 바로 「신왕의 유산」 계열 여단이야
페이몬:
아, 그 신의 항아리 지식을 팔던 여단 말이구나! 역시 좋은 사람 같진 않았어…
데히야:
「신왕의 유산」은 수많은 계열 여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본부가 수직적으로 관리하고 있지
데히야:
평소였으면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하필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여단이 「아흐마르의 수염」이라서
페이몬:
…수염?
데히야:
네가 생각하는 그 수염이 맞을 거야, 정말 바보 같은 이름이지
데히야:
아무튼 요점은——수염이 내 아버지의 여단이라는 거야
페이몬:
뭐?!
두냐르자드:
네 고충이 이해가 가…. 근데 정확히 무슨 짓을 한 거야?
데히야:
자세히 말하기는 곤란해요. 아무튼 수백 건에 달하는 폭력 사태를 일으켰죠
페이몬:
그렇게나 많이?!
데히야:
어, 현장은 처참했어. 재물을 몽땅 빼앗고는 죽여버렸지
데히야:
피해자는 캐러밴이나 일반인뿐만이 아니야, 다른 용병단도 포함되어 있어
두냐르자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같은 편이고 뭐고 없구나…
데히야:
그 사건에 대한 「신왕의 유산」의 입장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자식들은 요 몇 년 동안 날뛰고 있죠
데히야:
가만 놔두면 우리 여단과 아루 마을 사람들도 언제 표적이 될지 몰라요
데히야:
하, 그 인간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페이몬:
네 아빠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었어?
데히야:
내 기억상 그 인간은 무능하지만 선은 넘지 않았어. 물론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지
페이몬:
썩 좋은 평은 아닌 것 같은데…
데히야:
후, 내가 「아흐마르의 수염」에서 나와 그 자식과 의절한 거 보면 모르겠어?
데히야:
그 자식은 건들건들 시끄럽고 제멋대로인 데다, 온종일 놀면서 술만 퍼마시는 호색한이야
데히야:
단원들도 그 자식이랑 밤새도록 진탕 놀기 일쑤였지…
페이몬:
와, 끔찍하네
두냐르자드:
어머니는 막지 않으셨어?
데히야:
…아쉽게도 전 어머니가 누군지 몰라요
두냐르자드:
아! 미안해, 데히야. 몰랐어…
데히야:
괜찮아요, 아가씨. 용병은 다 비슷한 처지거든요. 아까 아버지가 호색한이라고 했죠? 저는 사생아예요
데히야:
어머니가 누군지는 그 자식도 모르고, 어머니도 저를 보러 온 적 없었죠
데히야:
그 자식은 말은 늘 「아빠만 있으면 된다」고 하면서 일은 단원들에게 떠맡기고 저한테 이야기만 들려줬어요
데히야:
문제는 취향이 형편없었다는 거예요. 할 줄 아는 이야기도 별로 없고 죄다 케케묵었죠
데히야:
사막의 용사가 숲속의 용을 물리친 이야기, 용병이 고난을 딛고 반군에 잡힌 공주를 구한 이야기 등등
페이몬:
그냥 평범한 동화 이야기잖아
데히야:
어, 한두 번이야 새롭지, 몇십 번 듣다 보면 지겹다고
데히야:
근데 그 자식은 지겨워하긴커녕 더 몰입해서, 나중엔 단원들까지 데려다 연기를 시키더라
데히야:
날 위해 준비한 장난감도 전부 이야기 속 아이템, 갑옷, 방패, 장난감 칼 같은 것들이었어
데히야:
나중에야 깨달았지. 그 자식은 나를 위해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서 했다는 걸…
페이몬:
와,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
여행자:
그래도 악한 사람은 아닌 거 같네요?
데히야:
응. 나도 어릴 적에는 유치하고 한심하다고 생각했지, 혐오까지는 아니었는데
데히야:
——어른이 되어서 「신왕의 유산」이 한 짓을 우연히 알게 되었어
데히야:
조직에서는 약탈, 위협, 폭력, 사기, 이런 악행을 자랑거리로 삼더라
데히야:
그 자식이랑 단원들은 이야기 속 영웅이 아니라, 오히려 쓰러뜨려야 할 악당이었던 거야
데히야:
내가 정말 영원히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걸까?
두냐르자드:
네 마음 알 것 같아. 이야기와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꼈구나…
데히야:
네. 그렇지만 괜찮아요. 다 지난 일이니까요. 그 자식과 크게 싸운 뒤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어요
데히야:
이번에 개입하려는 건, 그 자식한테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예요
데히야:
어, 나와 형제들이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 대부분은 폭력 사건이지만, 밀수도 포함되어 있지
두냐르자드:
알았어…. 근데 위험하지 않을까?
데히야:
어차피 용병의 삶은 위험의 연속인걸요. 전 이런 삶을 즐기고요
두냐르자드:
하지만 널 아끼는 사람은 힘들어할 거야
데히야:
그래서 숨기려고 한 거예요, 아가씨…
페이몬:
어, 어떡하지? 두 사람 다 일리가 있어
여행자:
제가 데히야 씨와 함께 갈게요
데히야:
뭐? 너까지 휘말릴 필요는 없잖아
페이몬:
에이, 얘가 얼마나 대단한데. 이런 일은 둘이 힘을 합치면 「뚝딱」 해결될 거야
두냐르자드:
그… 그래. 확실히 좀 안심이 되네
두냐르자드: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 테니 꼭 무사히 돌아와야 해
데히야: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아가씨
데히야:
가자. 카라반 수도원에 있는 「화염 빛의 포식자」 형제들을 만나러
카라반 수도원에서 상황 파악하기
하룬:
오, 데히야, 돌아왔구나. 이 둘은 네 친구니?
하룬:
하하, 안녕. 말 편하게 해. 우린 격식 안 차려
하룬:
새로 온 친구가 있으니 「아흐마르의 수염」 사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할게
하룬:
녀석들은 야만스러워서 모라 앞에선 자기 편이고 뭐고 없어
하룬:
다른 용병단뿐만 아니라 같은 「신왕의 유산」 용병단도 공격하지
데히야:
아무리 잔인한 짐승이라도 가족과 동족은 손대지 않을 텐데, 녀석들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룬:
맞아, 녀석들은 용병에게서 빼앗은 재물을 다른 단체나 암시장에 되팔고
하룬:
일부 수익을 식량과 무기로 바꾼 다음 곧바로 다음 공격에 투입하지
페이몬:
너무하네!
하룬:
맞아, 그래서 우리는 왜 녀석들이 그렇게 모라를 밝히는지 궁금했어
하룬:
그래서 며칠 전에 히샴과 그들을 미행했지. 상인으로 위장해서 거래하다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는데
하룬:
——그들의 목적은 「약탈」보단 「내전」에 가깝다는 거야
데히야:
잠깐, 「내전」이라고?
하룬:
응, 피해자 중 「신왕의 유산」 계열 여단의 비중이 특히 높았거든
하룬:
단순히 모라가 목적이라면, 불특정 다수가 대상이었을 거야. 하지만 내전으로 해석한다면 말이 되지
하룬:
아쉽게도 상대방의 입이 무거워서 그 이상의 정보는 얻지 못했어
하룬:
듣자 하니, 「아흐마르의 수염」이 치고 올라온 지난 몇 년간 「신왕의 유산」은 계속 하락세래
데히야:
확실히 이상하네. 그럼 이제부턴 우리가 조사할게
데히야:
그나저나 내가 없는 동안 정보를 모으러 갔다니,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하룬:
휴, 네 아버지의 여단이잖아. 우리가 더 걱정된다고
히샴:
맞아, 그리고 네가 겪은 위험한 일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할라프:
그들이 거래하러 나간 사이에 피해자의 야영지를 확인해봤는데
할라프:
생존자는 없었어. 살아남은 사람은 다 도망쳤고 값진 물건은 하나도 남지 않았지
데히야:
히샴, 할라프, 너희도 왔구나
히샴:
널 보자마자 달려왔지
히샴:
여기 처음 보는 친구는 앳돼 보이지만 남다른 기품이 느껴지는걸
히샴:
훌륭한 조력자가 생겨서 우리도 안심이야
페이몬:
그럼 나는, 나는?
히샴:
어? 너, 너도 따라갈 거야?
페이몬:
물론이지! 난 여행자의 가장 중요한 가이드야. 어딜 가든 함께한다구!
히샴:
그… 그럼 데히야 이 친구 좀 잘 보살펴줘
페이몬: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데히야:
하하하, 이래 봬도 위험한 곳에서 매번 무사히 돌아온 친구야
데히야:
우연이라고 해도 그게 반복되면 실력이지 뭐
히샴:
그랬구나, 내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했네. 하하하…
할라프:
아, 맞다, 데히야. 시간 날 때 부단장님한테 네 일정을 말씀드려
할라프:
얼마 전에 신입 단원을 모집했는데 「화염 갈기의 사자」의 명성을 듣고 온 사내들뿐이었어. 하필 너도 없었고
할라프:
부단장님은 노력했지만, 결국 남은 신입이 거의 없어서 크게 상심하셨지
데히야:
미안, 내가 너무 급하게 떠났나 보네. 돌아오는 것도 늦었고. 나중에 좋은 술 좀 가져다드려야겠다
히샴:
뭐, 신입들이 떠난 건 이해가 가. 솔직히 네가 없다면 우리 용병단은 별 매력이 없으니까
히샴:
부단장님이 어떻게 해서든 미남 미녀를 영입하면 상황이 나아질 텐데
데히야:
관둬, 내가 여자 용병 둘을 데려왔을 때 너희는 돌처럼 굳어서 숨도 제대로 못 쉬었잖아
데히야:
어찌나 어색했는지, 원래 가입하려던 걸 밥 한 끼만 먹고 바로 도망갔더구먼
히샴:
그, 그 얘긴 더 이상 꺼내지 마
할라프:
그런 일도 있었어? 왜 난 몰랐지?
하룬:
넌 그때 없었을 거야
할라프:
내가 없었다고? 그런 경사를 놓치다니? 왜 나한테 알려주지 않은 거야?
하룬:
워워워, 됐어. 이따가 설명해줄 테니까 그만해
할라프:
아니,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지 마. 그리고 히샴, 너도 와서 제대로 설명해봐
페이몬:
휴, 너희들… 늘 이래?
데히야:
하하, 맞아
데히야:
용병끼리 이것저것 따질 게 뭐 있어? 하고 싶은 말 하면서 아주 편하게 지내는 거지
데히야:
화나게 하면 욕으로 받아치고,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으면 주먹을 쓰면 그만이야
데히야:
그렇다고 마음에 담아두진 않아. 금방 잊어버리지. 서로 속에다 묵혀두는 것보단 낫잖아?
데히야:
웃을 건 웃고, 욕할 건 욕하는 게 얼마나 시원한데. 물론 호마야니 가문에서는 그러면 안 되지만
데히야:
야, 얘들아. 이따가 싸우고 일단 정보나 줘
하룬:
들었지 할라프? 지금은 일할 시간이야. 내가 노선도를 그렸어, 여기서 장물을 처리하는 캐러밴을 잡으면 돼
하룬:
놓치지 않으려면 밤까지 숨어있다가 덮치는 게 좋을 거야
데히야:
어, 고마워. 나 대신 모두에게 안부 좀 전해줘
하룬:
걱정 마. 너도 조심해
상로에서 매복하고 때를 기다리기
데히야:
여기인가 보네. 일단 숨어서 때를 기다리자
데히야:
이따가 충돌은 불가피할 테니 주의해야 할 거야
페이몬:
걱정 마, 얘 잘 싸우잖아
데히야:
하하하, 물론 알고 있지. 이따가 녀석들한테서 정보를 캐내야 하니까, 힘 조절에 「주의」하라는 거야
데히야:
온 것 같네, 준비됐지?
데히야:
눈치채기 전에 빨리 끝내자
사타르와 대화하기
사타르:
큭… 젠장!
사타르:
너, 너는, 「화염 갈기의 사자」?!
데히야: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 없겠지. 「아흐마르의 수염」과 무슨 관계인지, 그들이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어서 불어!
사타르:
흥, 모라를 받았으면 고용주의 정보를 지키는 게 용병의 원칙이야. 내가 말할 것 같아?
데히야:
외부인은 속일 수 있겠지만 동종업자는 못 속이지. 우리에게 신용은 모라를 버는 수단일 뿐이잖아
데히야:
근데 모라를 벌려면 신용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필요하거든. 손, 다리, 눈 등등 말이야
데히야:
5초 줄게. 고용주의 정보가 정말 그렇게 중요한지, 잘 생각해봐
페이몬:
이, 이봐…
데히야:
농담 아니다. 난 어떻게 하면 가장 고통스럽게 할 수 있는지 잘 안다고
데히야:
2초 남았어
사타르:
흥, 셀 필요 없어…! 윽…!
데히야:
야! 너 미쳤어?!
데히야:
자기 혀를 깨물었어! 빨리 화물에 약이 있는지 찾아봐!
데히야가 응급처치를 하자 사타르의 입에서 피가 멈췄다
데히야:
후, 예상 밖인걸.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어. 쇼크로 기절한 거야
페이몬:
으, 이렇게까지 하다니…
데히야:
다른 용병들 대하듯이 기 싸움을 하면, 쉽게 입을 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데히야:
이런 독한 방식을 써가면서까지 정보를 지킬 줄이야
페이몬:
기절해버렸는데 이제 어떡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순 있지만… 심문은 그만두는 게 좋겠어
데히야:
어, 네 말대로. 다시 물어봤자 시간 낭비일 뿐이야. 또 자해하겠지
데히야:
여기 화물이 많으니, 이쪽부터 살펴보자
데히야:
——정말 미안해
화물에서 단서 찾기
페이몬:
이름이 잔뜩 적힌 쪽지를 찾았어. 이건… 기록에 쓰인 걸까?
데히야:
어디 보자, 캐러밴은 장부 기록이 필수니까
데히야:
음… 맞네. 「아흐마르의 수염」의 쿠사일라, 이드리시, 바샤르, 티크리티…
데히야:
익숙한 이름이야. 녀석들은 밀수로 음식, 무기, 약품, 그리고 항아리 지식까지 손에 넣었네
데히야:
이 캐러밴은 장물을 우림으로 가져가서 환전한 다음, 다시 특정인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어
데히야:
그리고 특정인이 물자를 주면, 다시 그걸 「아흐마르의 수염」 녀석들에게 전달했지…
데히야:
…이상하다. 여기가 마지막 운송 지점인데, 왜 금액이 안 적혀 있지?
페이몬:
금액 기록이 없다구?
데히야:
응, 여기 보면 거래마다 금액을 적었었는데, 마지막 물자는 「전달 완료」라는 간단한 기록만 있어
여행자:
장물을 받은 걸로 상쇄한 건 아닐까요?
데히야:
일리가 있지만, 장물을 얼마에 팔 수 있을지도 모를 텐데, 계산을 너무 대충 한 거 아닌가?
데히야:
됐어. 일단 물자의 출처 기록이나 살펴보자. 거의 다 우림 쪽이네. 엄청 많아
데히야:
아…!
페이몬:
앗, 왜 그래?
데히야:
샤흐자만·호마야니…
페이몬:
호마야니? 호마야니는 두냐르자드의 가문이잖아?!
페이몬:
서, 성이 같은 게 아닐까?
데히야:
이름마저 같을 리가 없잖아. 샤흐자만은 아가씨의 부친이야, 호마야니 가문의 어르신이지
데히야: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데히야:
미안, 네 말이 맞아. 일단 숨 좀 돌리고 정보를 정리해볼게
데히야:
쪽지 기록에 따르면 호마야니 가문이 「아흐마르의 수염」에 물자를 제공했대
페이몬:
음… 그냥 평범한 거래고 호마야니 가문은 사정을 모르는 게 아닐까?
데히야:
그럴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평범한 거래라면, 왜 굳이 호마야니라는 특정인에게서 구매한 걸까?
데히야:
이 물자들은 카라반 수도원이나 오르모스 항구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데 말이야
데히야:
어… 폭력과 약탈에 대한 「후원」이겠지. 특정인이 받은 대금은 「보답」이고
페이몬:
그, 그럼 동기는? 모라일 리는 없잖아? 두냐르자드네는 부자니까
데히야:
잘 모르겠어…
데히야:
난 호마야니 가문에 자주 드나드는데, 이상한 낌새는 없었어
데히야:
비늘병 치료에 막대한 비용이 들긴 하는데…. 혹시, 빚진 모라를 갚기 위해서일까?
데히야: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야. 어르신이 이런 식으로 모라를 벌 것 같지는 않아
여행자:
두냐르자드도 모르는 것 같아요
데히야:
어, 난 아가씨 성품을 알아. 일부러 숨기진 않을 거야. 아마… 모르시겠지
페이몬:
우리 이제 어떡하지? 풀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추가됐네
여행자:
계속 조사한다면 물러설 곳은 없어요
데히야:
어휴…
데히야:
내가 볼 땐, 「이미」 물러설 곳은 없어
데히야:
괜찮아.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일러. 난 어르신과 아가씨를 믿으니까
데히야:
아가씨를 찾아가서 이 사건을 말해주고, 우릴 도울 의향이 있는지 알아보자
데히야:
어쩌면 이 화물 목록의 정체와 「아흐마르의 수염」 녀석들의 위치까지 알아낼 수 있을 거야
페이몬:
음… 과연 옳은 선택일까? 도움을 받기는커녕 정보만 샐 수도 있잖아…
데히야:
어, 위험 부담이 있다고 해도 현재 상황을 알려주고 싶어. 이건 친구 사이의 신뢰 문제니까
데히야:
떠나는 날 걱정해준 아가씨의 진심을… 의심으로 답할 수는 없지
데히야:
——그건 내 원칙에 어긋나
페이몬:
그… 그래! 실은 나도 두냐르자드를 믿고 싶어
여행자:
두냐르자드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데히야:
응. 수메르성으로 가자
조사 중 일행은 두냐르자드 부친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데히야는 이 일을 두냐르자드에게 알리고자 한다…
수메르성에 두냐르자드 만나러 가기
데히야:
우리 왔어요, 아가씨
두냐르자드:
어, 생각보다 일찍 왔네! 별 탈은 없어 보이는데 조사는 잘 됐니?
데히야:
아, 아직 조사 중이에요. 좀… 이상한 일이 있었거든요
두냐르자드:
알겠다. 단서가 수메르성으로 돌아왔구나?
데히야:
네…. 대충 그런 셈이죠
두냐르자드:
다들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데 상황이 심상치 않나 보네?
두냐르자드:
그러지 말고 말해봐. 내가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해줄 수도 있잖아
데히야:
아, 아니에요, 아가씨. 개인적인 고민이 아니라 뭐랄까, 어…
두냐르자드:
역시 뭔가 이상해. 너희 둘은 아까부터 말도 안 하고 있잖아
두냐르자드:
평소의 페이몬이라면 「우리 왔어, 두냐르자드——!」라고 활기차게 인사했을 텐데
두냐르자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페이몬:
그, 그건…
데히야:
아가씨, 어르신에 관한 일이니까, 지금부터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요…
두냐르자드:
아버지에 관한 일?
두냐르자드:
알겠어. 경청할 테니 걱정하지 마
데히야는 난처해하며 두냐르자드에게 조사 결과를 말해줬다
두냐르자드:
아버지가 「아흐마르의 수염」에 물자를 보냈다고?
데히야:
네, 저희도 영문을 모르겠어요
데히야:
어르신의 인품을 의심해본 적이 없어서 더더욱 이해가 안 돼요. 왜 나쁜 사람을 돕는 걸까요?
데히야:
어쩌다 거래에 연루되었을 뿐, 내막을 모르시는 게 아닐까요?
여행자: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요
두냐르자드: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페이몬:
엥? 너도?
두냐르자드:
나한테 말해줘서 고마워
두냐르자드:
너희가 모든 걸 털어놓았으니, 나도 품고 있던 의문을 하나 말해줄게
두냐르자드:
난 그동안 아버지가 경호원을 붙여주신 건, 내가 멋대로 돌아다니지 않게 지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어
두냐르자드:
근데 「30인단」에도 적임자가 많은데, 아버지는 왜 하필 데히야를 고르셨을까?
데히야:
그거야… 호마야니 가문이 경호원을 채용하려고 「화염 빛의 포식자」를 찾아왔기 때문이죠
데히야:
어르신이 제 실력을 눈여겨봤다며, 어떻게든 절 경호원으로 채용하겠다고 하셨고
데히야:
전 보수가 짭짤해서 승낙했죠…
두냐르자드:
그럼 아버지는 어째서 「화염 빛의 포식자」를 찾아간 걸까?
데히야:
「30인단」은 바빴고, 마침 지인이 소개해줬나 보죠, 뭐.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네요…
데히야:
아, 그러니까 「이 모든 게 우연이 아니다」라는 거죠?
두냐르자드:
그래, 그럴싸해 보이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이상한 부분이 많아
두냐르자드:
아버지가 만약 「아흐마르의 수염」과 연락하는 사이였다면,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겠지
페이몬:
에이, 설마. 애초에 데히야를 경호원으로 채용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데히야:
그건 말도 안 돼. 난 아버지와 오랫동안 연락을 끊었어. 내가 뭘 하든 그 자식과는 상관이 없단 말이야
두냐르자드:
하지만 너네 아버지가 일방적으로 뭘 했을 가능성도 있잖아
데히야:
음…
데히야:
그렇다면, 어르신이 사정을 모르는 피해자일 가능성은 희박하네요
여행자:
결국은 이렇게 됐네요
페이몬:
하아, 미안해. 너까지 말려들게 했네
두냐르자드:
사과할 필요 없어, 페이몬. 오히려 내가 고맙지
두냐르자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아버지가 악당을 돕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게 해드려야겠지
데히야:
정말 그래도… 될까요?
데히야:
제 아버지는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으니 벌 받아야 마땅해요. 전 그 자식을 조금도 동정하지 않죠
데히야:
하지만 호마야니 가문은 제게 좋은 직업을 마련해주시고 많이 챙겨주셨어요
데히야:
이 사건에 호마야니 가문이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큰데, 그럼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이나 다름없잖습니까?
페이몬:
데히야…
두냐르자드:
괜찮아, 데히야. 내가 지시한 거라고 하면 돼
데히야:
그러지 마세요, 아가씨. 전 책임지기 싫어서 이러는 게 아니에요.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은 아가씨잖아요
페이몬:
아, 아직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신할 수 없잖아! 데히야가 아까 뭐라고 했더라?
여행자:
「신뢰」야
페이몬:
맞다, 신뢰! 데히야 네가 직접 한 말이잖아
페이몬:
진실을 밝히기 전에 뒷일부터 생각해봤자 소용없다구!
데히야:
일리 있는 말이야. 고마워. 「신뢰」는 늘 중요하지
데히야:
그럼, 아가씨. 어르신과 면담을 요청할 수 있을까요?
두냐르자드:
응, 아버지가 납득할만한 해명을 해주셨으면 좋겠어. 그럼, 늘 보던 곳에서 보자
페이몬:
늘 보던 곳? 아, 알겠어!
늘 보던 곳에서 두냐르자드 기다리기
데히야:
오셨군요, 어르신
데히야:
소개할게요. 이쪽은 旅人(이)고, 옆에 있는 친구는 가이드 페이몬이에요
샤흐자만:
우리 딸과 함께 한 일에 대해 들은 바 있네.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이야
샤흐자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중요한 일이란 게 뭔가?
데히야:
우선 이 거래 목록을 봐주세요. 궁금한 게 있어요
데히야가 샤흐자만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의구심을 토로했다
샤흐자만:
역시….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상황이 온 것 같군
데히야:
그럼 저희에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샤흐자만:
아주 복잡한 이야기야. 내가 옳은 일을 했는지 나도 모르겠구나
샤흐자만: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이야기는 너에게 도움은커녕 상처만 될 거란다
데히야:
저에게요?
샤흐자만:
그래, 난 너희가 찾아온 이유를 잘 알고 있지. 너희는 정말 정의롭구나
샤흐자만:
하지만 아는 게 많다고 좋은 게 아니야.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지
샤흐자만:
나나 너희 아버지 쿠사일라나, 모두 그러길 원한단다
샤흐자만:
넌 진실을 알 권리가 있지만, 나도 반드시 경고를 해야만 해…
샤흐자만:
이 진실은 네가 한평생 쌓아 온 것을 먼지로 만들 수도 있어
샤흐자만:
그리고 쿠사일라의 심혈은 네가 진실을 추구함으로써 물거품이 되겠지
데히야:
그 인간의 심혈이라니… 무슨 말씀이시죠, 어르신?
데히야:
전 살면서 단 한 번도 그 자식의 보살핌을 받아본 적 없는 걸요
데히야:
제 가치관과 신념, 소중한 사람과 일은 그 자식이랑 아무런 상관없어요
데히야:
어르신, 전 어르신을 도우러 온 거예요. 이 문제에 있어선 물러서지도 흔들리지도 않을 겁니다
샤흐자만:
그래, 알겠다. 그럼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렴
샤흐자만:
두냐르자드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막에 가야 할 일이 생겼지. 근데… 도중에 강도를 만난 거야
샤흐자만:
수가 워낙 많았던 탓에 우리 경호원은 뿔뿔이 흩어졌는데, 이때 지나가던 도금 여단이 우릴 구해주었지
샤흐자만:
바로 쿠사일라가 이끄는 「아흐마르의 수염」이었단다
샤흐자만:
그는 강도들도 도금 여단이라고 알려주더군. 난 의아해서 물었지, 같은 편을 공격하면서까지 우릴 도와준 이유가 뭔지 말이야
샤흐자만:
쿠사일라는 웃으며 아기였던 두냐르자드에게 다가와 장난을 쳤지. 하마터면 널 울릴 뻔했단다
두냐르자드:
그…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샤흐자만:
그는 그저 두냐르자드가 자기 딸 또래로 보여서 도와줬다고 하더구나
샤흐자만:
우린 서로의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알게 되었지. 그는 착한 아버지였어
샤흐자만:
그래서 그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한동안 그의 여단을 고용해서 후한 보수를 줬지
데히야:
그랬군요…
샤흐자만:
다시 만난 건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였어. 그가 문을 두드렸는데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단다
샤흐자만:
건강했던 쿠사일라는 어느새 지팡이를 짚고 걸어야 할 정도로 초췌하고 쇠약해졌지
데히야:
그럴 리가요, 제가 떠날 때만 해도 건강했는걸요?
샤흐자만:
사정은 나도 모르겠구나. 다만 호쾌한 표정만은 여전했지. 그냥 맞아서 그런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 했어
샤흐자만:
그러다 뜬금없이 두냐르자드도 다 컸는데 경호원이 필요하지 않냐고 묻는 거야
샤흐자만:
당시 두냐르자드는 비늘병을 심하게 앓고 있어서 밖을 나가지 않다 보니 경호원이 필요 없었지
샤흐자만:
하지만 그는 「자기가 볼 땐 필요하다」, 「언젠간 쓸모가 있다」와 같은 말을 툭툭 던졌어
샤흐자만: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지. 「화염 빛의 포식자」에 있는 데히야라는 용병을 추천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페이몬:
그 사람이 데히야를 추천했구나?
샤흐자만:
그래, 돌려서 말하더군. 「신왕의 유산」에는 극악무도한 놈들만 있어서 거기에 있으면 언젠간 물들 것이다
샤흐자만:
「자기는 더 이상 가망이 없지만 딸만은 용병 세계에서 멀어지기를 바란다」
샤흐자만:
「데히야가 우리 집에서 계속 경호원 일을 하면 사막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이야
두냐르자드:
그래서 그렇게 높은 보수를 준 거예요?
샤흐자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쿠사일라가 부탁했을 때부터 난 데히야를 내 딸로 생각했단다
샤흐자만:
그래서 데히야 네가 떠나겠다고 했을 때 어떻게든 널 붙잡고 싶었어. 얼마를 줘서라도…
샤흐자만:
나와 두냐르자드의 은인이 자기 딸을 부탁했는데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니
데히야:
그 자식은 항상 이런 식이에요…. 잘난 체하고 독선적이고…
샤흐자만:
쿠사일라는 네 고용비의 일부를 내겠다고 했어. 내가 한사코 거절했는데도 계속 모라를 보내더군
샤흐자만:
나름의 성의라고 생각해서 받았어. 그러다 몇 년 전에 그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았는데
샤흐자만:
음식, 무기, 약품부터 폭발물 원료까지 구매해 달라고 부탁하더구나
페이몬:
「아흐마르의 수염」이 날뛰기 시작한 시점이잖아!
샤흐자만:
그래, 안 좋은 소문 때문에 나도 경계심이 생겨서 그와 직접 대화하고 싶었지
샤흐자만:
하지만 데히야가 말려드는 걸 원치 않았던 탓인지 그는 나와의 만남을 거부했어
여행자:
그러면 물자도 부탁하지 말았어야죠
샤흐자만:
얼마나 절박했으면 나에게 도움을 청할까 싶더구나
샤흐자만:
그래서 고민 끝에 위험한 것은 제외하고 음식과 약품만 제공키로 했지
샤흐자만:
간접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차마 과거의 은인을 외면할 수 없었어
샤흐자만:
역시 내가 잘못했구나. 눈과 귀를 막고 속 편한 방법을 선택하다니
데히야:
정말 제가 말려드는 걸 원치 않는 거였다면, 그 자식의 모든 행동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돼요…
데히야:
저와의 관계를 끊고 싶은 거라면, 애초에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질 말았어야죠
페이몬:
데히야… 너무 슬퍼하지 마…
데히야:
난 그 자식의 생각을 알 수 없어서 화난 거야
데히야:
다른 해석? 모르겠어…. 그 자식은 유치하고 야만스러워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데히야:
하지만, 네 말대로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그 자식이 요 몇 년간 뭘 꾸몄는지 확인해봐야겠어
샤흐자만:
부녀 사이의 문제는 두 사람이 직접 해결해야 하지. 나도 돕도록 하마
샤흐자만:
하지만 그의 행방은 나도 모른단다. 난 물자만 제공했을 뿐,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진 않았거든
샤흐자만:
목록에 자와드란 자가 있던데, 「30인단」 사람이야. 사막의 용병 출신이라고 들었지
샤흐자만:
이 자가 무기 제공 및 캐러밴과의 접선을 담당했으니 쿠사일라의 행방을 알고 있을 거야
샤흐자만:
밤에 술집 밖에서 바람 쐬며 혼자 마시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으니 한번 가보려무나
데히야:
네. 감사해요, 어르신. 그럼 두 분은…
두냐르자드:
아버지 일은 내게 맡겨. …솔직히 지금 나조차도 혼란스러워서 진정이 잘 안 돼
두냐르자드:
아버지가 잘못하시긴 했지만, 딱히 다른 방법도 없었던 거 같아
두냐르자드:
모든 진실을 「30인단」에게 알리고 그들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샤흐자만:
그래,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이마
샤흐자만:
잘못을 인정할 때가 되었으니까…
<color=#00E1FFFF>밤에</color> 술집 밖에서 <color=#00E1FFFF>자와드</color> 찾기
자와드:
응? 너희는?
데히야:
정부 소속이면서 사막 폭도들에게 무기를 밀매하다니, 간땡이가 부었구나
자와드:
쉿, 조용히 해! 어떻게 알았어?!
자와드:
따라와, 장소를 옮겨서 좋게 좋게 얘기하자
술집 뒤편으로 이동한다
자와드:
하아, 여기가 괜찮겠네…. 좋아, 말해봐. 어떻게 안 거야?
데히야:
그건 네 알 바 아니고, 이 일이 상부에 알려지면 어떤 처벌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지?
자와드:
아이고, 아직 그럴 정돈 아니잖아. 우리 좋게 대화로 풀자고
페이몬:
단지 모라를 위해서야?
자와드:
응, 그때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어. 예전에 쿠사일라가 날 많이 챙겨줬기도 했고
자와드:
상황이 맞물리다 보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지. 도움도 줄 겸 모라도 벌고…
데히야:
내가 올바른 길을 제시해 줄게. 우린 「아흐마르의 수염」을 조사 중이고, 그들을 막을 거야
데히야:
네가 우리를 도와준다면 그에 따른 처벌도 줄어들겠지
자와드:
다른 방법은 없을까? 내가 모라를 꽤 많이 벌었거든…. 가격을 불러봐!
데히야:
안 돼
데히야:
내 인내심은 한계가 있어, 용병이 모라 때문에 왔는지 아닌지는 한눈에 알 수 있잖아
자와드:
그래그래, 아이참… 나중에 꼭 유리한 증언 해줘야 해
자와드:
녀석들의 야영지는 계속 변해. 저번에 물자를 보냈을 때는 사막 이 위치에 있었어
자와드:
그쪽으로 가봐. 미리 말해두는데, 없어도 내 탓 하지 마
데히야:
좋아, 그럼 증언은 없던 일로 하자
자와드:
야! 그런 게 어딨어!
데히야:
그럼 거짓말이 아니라고 보증할 수 있어? 넌 흥정할 처지가 아니란 걸 알아둬
자와드:
그래그래, 알았어…. 일단 가봐. 없으면 또 방법을 생각해볼게
데히야:
진작 그랬어야지, 가자
데히야:
넌 얌전히 성에 있어, 「30인단」 사람이 찾아가게 하지 말고
방어선 뚫기
데히야:
쿠사일라를 당장 불러내!
티크리티:
데히야, 어째서 네가 여기에?
데히야:
바보짓은 그만둘 때도 됐잖아!
이드리시:
너도 우릴 막으려고 온 거니?
바샤르: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이드리시 일행과 대화하기
바샤르:
어, 엄청나군…
데히야:
반항해봤자 소용없어. 아는 사람들끼리 끝장을 보고 싶지 않아
데히야:
쿠사일라를 당장 불러내. 더 이상 숨기지 말라고!
티크리티:
……
데히야:
내 말이 안 들려? 아직도 덜 맞은 거야?
이드리시:
자자, 됐어. 다들 진정해
이드리시:
데히야, 단장님은 널 만날 수 없어
이드리시:
오래전에… 돌아가셨거든
데히야:
뭐…?
바샤르:
이쪽 소식에 전혀 관심이 없구나. 뭐, 생전 단장님의 바람이기도 했지
데히야:
그게 언제인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티크리티:
몇 년 전, 쿠사일라 단장님이 홀로 「신왕의 유산」 본부에 가기 전에 「아흐마르의 수염」을 해산시켰어
페이몬:
설마… 그때부터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거야?
바샤르:
그건 「복수」야. 「신왕의 유산」 놈들은 한 놈도 빠짐없이 피로 죗값을 갚아야 해!
이드리시:
처음부터 얘기해줄게, 데히야. 「신왕의 유산」의 두목이 어떻게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지 아니?
데히야:
압도적인 무력과 위엄?
이드리시:
응, 그렇긴 한데, 그것만으론 부족해서 또 다른 카드가 있지. 바로 「전과」야
이드리시:
「신왕의 유산」 사람은 자발적인 합류든 강제적인 충성이든, 반드시 전과를 남겨야 해
이드리시:
더럽고 부도덕하고 용서받을 수 없는 전과는 충성의 상징이자 협박의 카드지
이드리시:
맞아. 함께 자란 나도, 바샤르도, 티크리티도, 나중에 합류한 형제들도… 예외는 아니었지
이드리시:
데히야, 넌 이런 요구를 받은 적이 없지?
데히야:
난… 이런 요구가 있었는지 전혀 몰랐어…
이드리시:
「신왕의 유산」에 속했던 사람 중, 이 사실을 몰랐던 사람은 너뿐일 거야
바샤르: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단장님은 널 조직의 가장 어두운 「규칙」으로부터 보호해 왔어
바샤르:
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나쁜 짓을 저지르지 못하게 막으셨지. 본부에 정기적으로 상납해야 하는 모라는 직접 구해오셨고…
바샤르:
하지만 평범하신 단장님이 뭘 할 수 있었겠어!
바샤르:
상납 액수도 부족하고 전과도 제때 제출하지 않아서, 늘 본부에 사정하고 핑계 대다 맞기 일쑤였지
티크리티:
단장님은 다 널 위해서 그러신 거야. 어떻게든 널 밖으로 내보내려 했어
페이몬:
상처투성이에 지팡이를 짚고 다닌 이유가 그거였어?
데히야:
아냐, 말도 안 돼. 난 아무것도 못 들었어. 맞아서 다친 것도 본 적 없다고…
이드리시:
맞아서 다친 건지, 싸우다 다친 건지 어린 네가 구분할 수 있을 리가 있겠어?
이드리시:
네가 단장님이랑 다투고 가출한 그날 밤, 단장님은 하룻밤 사이에 폭삭 늙으셨지…. 흰머리도 생겼다고
데히야:
그럼 「화염 빛의 포식자」도…
바샤르:
응, 단장님이 손쓴 거야. 안 그러면 넌 사막에서 말라 죽었을걸
이드리시:
몇 년 전, 단장님은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본부에 가겠다고 했어. 우린 또 맞으러 가는 줄 알았지
이드리시:
내가 대신 맞을 테니 단장 자리를 넘겨달라고 하자, 「아흐마르의 수염」은 곧 해산될 것이니, 그럴 필요 없다고 하시더군
이드리시: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밤이 되자 본부에 불이 나서 「전과 기록」이 다 타버렸다는 소식이 들려왔어
티크리티:
그날 밤 모두가 자유를 얻은 거야. 우리를 비롯해 그동안 핍박받은 용병들이 도망쳤지
티크리티:
하지만 내막을 아는 우리가 편하게 떠날 수 있을 리 없잖아?
바샤르:
맞아, 단장님의 희생을 헛되게 할 순 없어. 본부 놈들이 단장님의 목숨을 앗아간 거야!
이드리시:
그 뒤로 「아흐마르의 수염」은 복수를 위한 조직이 됐어
이드리시:
단장님이 지른 불에 본부는 큰 타격을 입었고, 우리는 그 틈을 타 공격을 가할 수 있었지
이드리시:
규모 차이가 극명함에도 우린 복수를 반드시 이루고 말 것이야
여행자:
피해자는 「신왕의 유산」만이 아니잖아요
이드리시:
본부 놈들 중 일부는 이름을 숨기고 다른 용병단이나 우림 속으로 숨어들었거든
이드리시:
우린 한 놈도 놓치지 않을 거야. 이건 피의 대가라고
바샤르:
우리 쪽도 피해가 컸던 터라 대량의 식량, 무기, 약품이 필요했어
바샤르:
그래서 전투 후 긁어모을 수 있는 건 다 긁어모아 모라로 바꾼 다음 물자로 교환했지
바샤르:
또한 단장님의 인맥도 이용했어. 필체를 흉내 내 편지를 보냈는데,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난 거야
바샤르:
뜻이 맞는 용병도 합류했어. 우리는 이를 악물고 불가능한 전투를 연거푸 승리로 이끌었지
바샤르:
「신왕의 유산」은 점차 약해졌어. 그리고 바로 지금, 본부를 공격할 기회가 찾아온 거야
페이몬:
으… 뭐가 옳고 그른지 모르겠네
이드리시:
당연히 알지. 우린 원체 죄가 많은 사람이라 단장님이 쟁취한 자유를 받을 자격이 없어
이드리시:
단장님은 자신을 희생해서 세상을 구하는 진부한 영웅 이야기를 좋아하셨지
이드리시:
그때마다 단장님을 놀렸지만, 결국엔… 정말 해내실 줄이야
이드리시:
영웅이 되겠다는 게 아니야. 더러운 우리는 그럴 자격이 없어
이드리시:
하지만 주인공에 구원받은 자들이 감명받아 앞장선다는 뻔한 이야기가 있잖아
이드리시:
놀리다 놀리다 나도 모르게 몰입했나 봐. 어떻게든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이어가고 싶어…
이드리시:
정말 미안해, 데히야. 넌 어릴 때부터 이런 게 창피하다고 했지? 그냥 헛소리로 생각해
데히야:
……
데히야:
같이 가자
페이몬:
엥? 데히야, 저, 정말 도우려는 거야?
데히야:
이 사람들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봐와서 아는데 악한 사람들은 아니야. 그리고 이런 상황에선 선과 악을 판단하기 어렵지
데히야:
하지만 확실한 건, 「신왕의 유산」은 반드시 사라져야 해
데히야:
그리고…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계신지 확인해보고 싶어
데히야:
휘말리고 싶지 않으면 여기서 그만둬도 좋아, 나 혼자서도 괜찮으니까
페이몬:
맞아, 끝을 보지 않으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
데히야:
고마워. 너희가 있으면 우리 전력이 한층 강해질 거야
이드리시:
단장님이 결국 네가 휘말리게 된 걸 아시면,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실 거야
티크리티:
하지만 우리의 부상 상태를 봤을 때, 너처럼 든든한 지원군을 거절할 수는 없겠네
데히야:
그 자식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데히야:
적어도… 더 이상 빚지고 싶지 않아
사실 데히야의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단원들이 그의 복수를 하려 한 것뿐이다. 이제 심판을 내릴 때다. 데히야는 그들에게 힘을 보태기로 한다
일행과 대화하기
페이몬:
으아, 안은 이런 모습일 줄이야…
이드리시:
다 여기에 숨어있을 거야.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네
데히야:
얼마나 있든 그냥 다 잡아들이면 돼
티크리티:
그래도 조심해야 해. 아무리 이빨 빠진 호랑이라도 방심은 금물이야
여행자:
전 이런 상황 많이 겪어봤어요
데히야:
맞아, 녀석들의 깜냥이 어느 정도인지는 붙어보면 알겠지
데히야:
「신왕의 유산」이 아무리 대단했다 해도 지금은 두려워할 거 없어
이드리시:
응, 더군다나 네가 있잖아. 내가 앞장설게, 여기에 와본 적이 있거든
계속 들어가기
이드리시:
이쪽이다. 형제들이여 나를 따르라, 바로 앞이다!
모두:
오!
페이몬:
잠깐만! 일단 살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아흐마르의 수염」 단원이 돌격하자 앞에 있는 대문이 갑자기 닫힌다
데히야:
이, 이봐… 괜찮아!?
바샤르:
그냥 갇힌 것 같아. 다른 함정이 발동되진 않았어…
이드리시:
조심해, 적들이 몰려왔다!
티크리티:
그렇다면, 강행 돌파할 수밖에 없겠군
이드리시:
이런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으니까, 우린 신경 쓰지 말고 다른 길을 찾아봐
이드리시:
단장님 얼굴에 먹칠할 순 없지, 돌격!
페이몬:
우, 우린 다른 길을 찾아보자. 빨리 도와줘야겠어!
데히야:
어디 보자…
데히야:
저쪽에 길이 있는 것 같은데 막힌 것 같아. 저 장치를 움직여보자
페이몬:
응, 가자!
계속 들어가기
미샬:
저쪽을 뚫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정말 놀랍군
미샬:
하지만, 사막의 백성은 늘 예상을 뛰어넘지. 이런 건 이미 익숙하니라
데히야:
잔말 마! 넌 이제 도망칠 곳이 없어
미샬:
도망? 도망칠 거라면 진작에 도망쳤겠지
미샬:
난 친히 「신왕의 유산」의 가장 빛났던 시대를 경험했노라. 목숨을 부지해봤자 끝없는 고통만이 기다리겠지
미샬:
남은 형제들은 모두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미샬:
「위대한 자는 추락한 기억을 지녀서는 안 된다」
데히야:
흥,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건가
미샬:
여봐라! 저자들에게 적왕님께서 남겨주신 은혜를 보여주거라
미샬:
아무리 강해도 단둘일 뿐이다
「신왕의 유산」 잔여 세력과 싸우기
함자:
선발대, 돌격! 모두 없애라!
함자: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함자:
신왕님께서는 그 어떤 신도도 버리시지 않아!
함자:
형제들이여, 나를 따르라! 맹세를 실천할 때가 왔노라!
데히야:
죽고 싶어 환장했군!
함자:
그래! 우리는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
데히야와 대책을 상의하기
데히야:
지휘관은 쓰러졌어
페이몬:
하지만 공격은 멈출 기미가 안 보여!
페이몬:
무슨 콜로세움 같아. 더 싸워봐야 아무 의미 없다구
미샬:
여봐라, 계속 돌격하여라! 두려워할 것은 없다. 우리는 퇴로가 없느니라!
데히야:
다음번 적들이 몰려올 때 잠깐 유인 좀 해줘
데히야:
난 저 위쪽을… 한번 부숴볼게
이드리시:
비켜!
바샤르:
미샬, 당장 나와라!
미샬:
정면도 뚫려버리다니…
겁에 질린 용병:
죄송합니다, 미샬 님. 저, 적들이 어찌나 필사적인지… 아무리 공격해도 쓰러지지 않습니다——!
겁에 질린 용병:
으악——!
미샬:
시간이 다 됐나 보군
이드리시:
청산할 시간이다, 미샬
미샬:
내가 그런 기회를 줄 것 같으냐?
미샬:
난 이 꺼져가는 불빛과 함께 모래 속에 파묻히겠노라
이드리시:
이봐, 잠깐만!
미샬은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
바샤르:
늦었어…
데히야:
…승부는 났다. 더 이상의 싸움은 아무 의미 없어
데히야:
그래도 끝까지 용병의 지조를 지키겠다면, 먼지 나게 패 주마
망설이는 용병:
……
티크리티:
어이, 데히야! 장치를 찾았어. 바로 너희를 올려줄게!
데히야:
가자!
위층으로 가기
샤흐부트:
너희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왜 그렇게 우리에 집착하는 건데!
데히야:
그 잘나가던 「신왕의 유산」의 본부가 공격받았는데, 쳐들어온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다니
샤흐부트:
쥐새끼처럼 게릴라전을 펼치는데, 알 수 있을 리가 있나!
이드리시:
어이, 「쿠사일라」란 이름 기억하나?
샤흐부트:
몰라! 내, 내가 두목님도 아니고!
데히야:
기회를 한 번 더 줄게
샤흐부트:
모, 모른다니까! 한낱 졸개에 불과한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
샤흐부트:
사람 찾는 거면 문서를 뒤져봐. 여단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일일이 다 기억해?
데히야:
참 역설적이네
데히야:
그 자식의 목숨은 누군가에겐 희망이 됐지만 누군가에겐 기억할 가치조차 없었다니
데히야:
문서실은 어디지?
샤흐부트:
저쪽이야. 모든 문서는 거기에 있어. 가서 확인해봐, 그래봤자 허탕 치겠지만!
데히야:
옛 문서실을 말하는 거야
샤흐부트:
옛 문서실이라… 불타버린 그거?
샤흐부트:
아, 생각났다. 쿠사일라! 그 쩔뚝이 말하는 거구나!
이드리시:
예의 갖춰! 우리 단장님이시다!
샤흐부트:
그, 그 자식은 다친 척하는 거였어! 경비병은 그 녀석이 절뚝거리니까 방심했지
샤흐부트:
그래서 경비병이 화장실로 데려갔을 때, 몰래 빠져나가서 문서실에 불을 질렀어…
샤흐부트:
건장한 경비병이 절름발이를 못 따라잡는 게 말이 되냐고!
샤흐부트:
그 후, 「신왕의 유산」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지…
데히야:
쓸데없는 말은 그만. 그 자식이 뭘 했는지는 우리가 더 잘 아니까
데히야:
장소가 어디인지나 빨리 말해
샤흐부트:
저쪽이야. 갈 테면 가봐
샤흐부트:
거긴 재만 날릴 뿐이야. 그렇게 큰불이 났는데 진작에 다 불타버렸겠지
이드리시:
바샤르, 티크리티는 나랑 가고, 나머지는 남아서 이 자식들을 지켜봐
이드리시:
함부로 움직이면 봐주지 마
문서실로 가기
데히야:
여기는… 그 자식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이야
데히야:
대체 어떻게 한 걸까? 절뚝거리는 다리로 경비병을 피해 여기에 불을 지르다니
데히야:
그렇게 민첩했다면, 불을 지르고 빠져나가지 않았을까?
페이몬:
데히야…
데히야:
미안, 그냥 해본 말이었어. 주변에 뭐가 있는지 살펴보자
일행은 방 안을 샅샅이 뒤졌다…
페이몬:
이, 이건… 지팡이인가? 이게 그거인 것 같아…
이드리시:
쿠사일라 단장님…
바샤르:
그동안 도와줘서 고마워
티크리티:
화재에도 지팡이가 남아있다니, 불행 중 다행이네
이드리시:
흩어져서 찾아보자. 뭔가 더 있을지도 몰라…
티크리티:
그렇지만 불에 타지 않은 게 있을까?
데히야:
……
일행은 쿠사일라가 남긴 지팡이를 찾았다. 데히야가 지팡이 속에 낡은 검을 뽑자, 다들 크게 놀란다. 용병들은 그 검이 바로 쿠사일라가 어린 데히야를 데리고 동화 연극을 할 때 쓰던 장난감 검이라는 것을 눈치챈다.
당시 어린 데히야는 검으로 드래곤을 죽였지만 승리의 선언을 거부하는 바람에 쿠사일라가 대신 선언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추억의 물건을 보고 만감이 교차한 데히야는 드디어 과거의 매듭을 짓는다.
「여기서… 승리를 선언하노라…」
「드래곤은 이제 없어, 아버지…」
수메르성으로 돌아가기
통보를 받은 「30인단」이 치안 유지 명목으로 본격 개입했다.
「신왕의 유산」 단원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고, 「아흐마르의 수염」도 자수했다.
쿠사일라 단장의 유품인 지팡이는 데히야에게 인계되었다.
데히야는 수메르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술집에서 데히야를 위로하기
데히야:
왜… 왜 그래?
페이몬:
전에 나한테 갑자기 부자가 되면 뭘 하고 싶냐고 물어봤잖아
페이몬:
내가 맛있는 것들을 엄청 많이 사 먹고 싶다고 하니까, 넌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귀엽다」고 했지
페이몬:
흔치 않은 기회야. 헤헤. 이참에 내 삶의 철학을 느껴보라구
페이몬:
야, 난 그렇게 쪼잔한 사람 아니라구!
페이몬:
아무튼 실컷 먹어.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페이몬:
두냐르자드도 우리가 돌아온 걸 알고 있으니까. 곧 도착할 거야
데히야:
고마워, 솔직히 나답지 않았네. 오는 내내 심란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데히야:
온갖 감정이 요동쳤어. 지금까지 겪었던 그 어떤 모험보다 더 격렬하게 말이야
데히야:
근데 사건이 끝나니까 그 감정들이 순식간에 사라졌어.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허무해
데히야:
마치… 가장 소중한 걸 잃은 것 같아
여행자:
모든 게 너무 갑작스러웠죠
데히야:
어. 용병에게 가장 중요한 건 모라지만,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모라일 거야
데히야:
아흐마르의 수염 단원들은 월급을 안 주면 나갈 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대가로 한 푼도 받지 않았어
데히야:
나라고 다를까? 영웅 이야기를 좋아했던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환멸을 느꼈고
데히야:
용서하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진실에 집착하고 눈물까지 흘릴 뻔했지…
데히야:
우린 늘 말과 행동이 다르구나
여행자:
하지만 절대로 「진심」을 의심하지 말아요
데히야:
맞아. 하지만 안타깝게도 돌이킬 수 없는 때에서야 진심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더라
두냐르자드:
돌아왔구나? 다들 별일 없었지!
페이몬:
오! 왔구나
두냐르자드:
응, 「30인단」 사람들이 많이 왔어. 나도 아버지 일을 이제 막 끝내고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야…
두냐르자드:
어? 데히야,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페이몬:
내가 설명할게.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
페이몬의 이야기를 듣고 난 두냐르자드는 크게 울었고, 한참 후에야 진정했다
두냐르자드:
미안해. 감정이 북받쳐서 그만… 하지만…
데히야:
괜찮아요, 아가씨. 슬퍼하시면 오히려 제가 죄책감이 들어요. 아가씨도 피해자이시잖아요
두냐르자드:
네가 나보다 훨씬 힘들잖아. 네가 날 위로하게 할 순 없어
데히야:
신경 쓰지 마세요. 이 기회에 무엇이 환상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알게 되었으니까요
데히야:
아버지는 사람이 환경만 바뀌면 새로운 삶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데히야:
저도 「새로운 삶을 받아들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었는데
데히야:
제 잠재의식은 동요했고, 그래서 어르신의 호의를 저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까지 들더라고요…
데히야: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예요——제 핏속엔 거친 모래바람이 흐르고 있으니까요
두냐르자드:
무슨 말인지 알겠어
데히야:
물론 달라진 점도 있긴 해요. 예컨대, 이제부터는 모라가 안 벌리는 일을 할 수도 있어요
데히야:
이드리시가 말한 것처럼 저도 아버지의 뒤를 따라 이야기 속 일원이 되고 싶거든요
데히야:
그 결말은 유치하고 웃겼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두냐르자드:
멋있잖아, 모라를 좇지 않는 용병
두냐르자드:
식사 후에 기분 전환할 겸 바자르에 다녀올까?
데히야:
참, 카펫을 사려고 하시지 않았나요?
페이몬:
우리도 같이 갈게!
여행자:
시끌벅적해서 나쁠 거 없잖아요
데히야:
후후, 둘 다 정말 고마워
바자르에서 기분 전환하기
두냐르자드:
이 집 카펫 괜찮다. 만듦새도 훌륭하고 소재도 좋아
사타르:
드디어… 찾았다. 여기 있었네
페이몬:
너, 넌 혀를 깨물었던 용병이잖아? 말을 할 수가 있어?!
페이몬:
잠깐! 설마 복수하러 온 거야?
사타르:
무슨 소리야, 내가 그럴 깜냥이 어디 있다고…. 그저 물건 전해주러 온 거야. 이따가 자수하려고
사타르:
깨어난 후 상황을 보고하려고 「아흐마르의 수염」 은신처로 달려갔는데
사타르:
부상에서 회복 중인 멤버만 남겨두고는 다 사라진 거야
데히야:
우리가 떠난 직후구나…
사타르:
응, 복수는 이미 끝났고 다 자수하러 갔대. 은신처도 곧 조사받을 거라더라
사타르:
나도 쿠사일라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 참여했거든. 다들 자수하러 간 마당에 도망칠 이유가 없지
사타르:
다친 사람이 쿠사일라의 유품이라며 이 상자를 줬어
사타르:
야영지에 있는 물건은 모두 몰수될 게 뻔해. 지금 너한테 전해주지 않으면 끝이야
데히야:
…고마워
사타르:
아니야, 모두가 각자의 신념을 위해 살고 있으니 너무 개의치 마
페이몬:
데히야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 상자구나…. 생각보다 작네
데히야:
응. 모라만 있으면 유흥, 고기, 술에 돈을 썼거든
데히야:
한번 열어보자…
데히야:
이… 이게 다 뭐야? 그냥 쓰레기잖아? 게다가, 냄새도 나…
두냐르자드:
음, 오래 묵혀둬서 그럴지도 몰라
데히야:
베껴 쓴 이야기책이야. 종이가 누렇게 변색됐어. 두어 번 뒤적이면 부스러질 것 같아
데히야:
예전엔 개인이 책을 소지하는 게 아카데미아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었는데, 어길 바엔 유용한 걸 적을 것이지…
페이몬:
그만큼 좋아했다는 거지
데히야: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도 있는데, 다 부서졌네…. 악취는 여기서 나는 것 같아
두냐르자드:
너 주려고 사신 걸까?
데히야:
전 어릴 때부터 과자를 싫어했어요. 저 사주는 거라면서 늘 본인이 더 많이 먹더라고요
데히야:
음식을 이렇게 두면 안 된다는 건 상식 아닌가…
데히야:
에휴. 됐고, 또 뭐가 있는지 보자…
데히야:
면도칼, 단추, 둥근 쇳조각, 조립된 나무 인형…
데히야:
여성용 털목도리, 그리고… 머리핀? 이런 게 왜 있지?
두냐르자드:
나, 나 갑자기 무서워졌어…
데히야:
미안해요, 아가씨. 아버지는 상자를 쓰레기통으로 생각하고 아무거나 다 넣은 거 같아요
데히야:
하아…. 빈 술병이 하나, 둘…. 이걸 봐, 누가 이런 걸 남기겠어?
페이몬:
어, 병 안에 뭐가 있는 것 같은데?
데히야:
진짜네…
데히야:
아, 나왔다. 글씨가 적힌 종이 같은데… 오, 아랫부분에 습기가 찼어. 글씨가 번지지 않았으면 좋겠네
데히야:
「술 한 병 마시고 나니 문득 편지가 쓰고 싶네. 뭐, 다 쓰고 나서 병 안에 넣고 잊어버리면 그만이겠지」
데히야:
「데히야에게」… 나한테 쓴 거야?
여행자:
혼자 보세요
데히야:
괜찮아, 일단 읽어보자고. 뭔가 중요한 말을 하고 싶어서 쓴 거겠지…. 적어도, 기록으로 남길 만한 걸 거야
쿠사일라의 편지:
「요즘 몸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어. 놀러 가는 건 고사하고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할 판이야. 살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구나」
쿠사일라의 편지: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난 이미 이 세상에 없겠지」
쿠사일라의 편지:
「어릴 때 넌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할 만큼 귀여웠단다. 네가 울 때나 웃을 때나 모두가 즐거워했어」
쿠사일라의 편지:
「하지만 철이 좀 드니 옛날만큼 귀엽지 않더구나. 이게 다 단원들이 나쁜 것만 가르쳐서 그래…」
데히야:
무슨 소리야, 그게 다 누구 탓인데
쿠사일라의 편지:
「아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네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고 해도 슬퍼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야」
쿠사일라의 편지:
「왜냐하면… 사실 난, 네 아버지가 아니거든」
페이몬:
뭐?!
두냐르자드:
농, 농담하는 거지?
데히야:
저… 저도 모르겠어요…
쿠사일라의 편지:
「젊었을 때 난 정말 대단했단다. 『화염 갈기의 사자』보다 백배 천배 강했지. 하하」
쿠사일라의 편지:
「하늘의 별도 딸 수 있을 것 같았고, 노력만 하면 사막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았어」
쿠사일라의 편지: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사막에서 술을 마시다가 갓난아이인 널 본 거야」
쿠사일라의 편지:
「거기 누워있던 넌 금방이라도 모래바람에 묻혀버릴 듯했지」
쿠사일라의 편지:
「하지만 울음소리는 또 어찌나 우렁찼는지 듣기 괴로울 정도였어. 돌이켜보면 참 생명력이 넘쳤구나」
페이몬:
농담은… 아닌 것 같아
쿠사일라의 편지:
「그 후에 내가 단원들에게 밖에서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더니, 의심조차 하지 않았지」
쿠사일라의 편지:
「그렇게 모두를 평생 속여왔어. 정말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쿠사일라의 편지:
「난 단장이잖아. 갑자기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니…」
쿠사일라의 편지:
「방금 마신 술을 뿜어낼 뻔했네, 하하하」
데히야:
……
쿠사일라의 편지:
「데히야」
쿠사일라의 편지:
「넌 우리가 바라 마지않던 자유와 선량함을 갖고 있단다. 그러니 앞으로의 인생은 스스로 선택하렴」
데히야:
편지는… 여기까지야
데히야:
…참나, 끝까지 날 아이 취급하다니
여행자:
당신을 자기 아이 취급해서 다행이었네요
데히야:
어,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갓난아기 때 모래바람 속에서 질식했을지도 모르지
두냐르자드:
혈연과 신분을 다 떠나서 그분은 좋은 아버지야
데히야:
네, 다만 이런 식으로 진실을 알게 되어 아쉬울 따름이에요
두냐르자드:
아버지는 네가 선택하기를 바라셨는데, 방향을 정했어?
데히야:
네, 모래바람 속에서 절 주웠다고 했잖아요. 절 버린 사람을 찾고 싶어요
데히야:
다름이 아니라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서요
데히야:
——빈둥거리고 무모하고 유치하면서도 위대한 사람이 있어서
데히야:
내가 지금의 나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요
페이몬:
우리한테도 단서를 알려줄래? 우리는 모험을 자주 하니까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데히야:
좋아, 고마워. 이렇게 친절할 줄은 몰랐네
두냐르자드:
나도 도울게!
데히야:
다들 정말 고마워
데히야: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이었지만 그래도 난 행운아인 거 같아
데히야:
——적어도, 내 곁엔 늘 너희 같은 좋은 사람들이 함께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