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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제3막

꿈에서 깨어난 백야


과거의 빛과 그림자
마수를 쓰러뜨리고 개선한 여왕을 만나러 갈 때가 됐다
「타르탈리아」 찾기
페이몬:
그러고 보니… 얼음 여왕이 마물 토벌을 마치고 돌아왔다고 했지? 우리도 한번 만나러 가 볼까?
페이몬:
여왕에게는 스네즈나야… 아니, 티바트 전체의 미래와 얽힌 비밀이 잔뜩 숨겨져 있으니까
페이몬:
근데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을까? 무작정 얼음 궁전으로 찾아갔다간… 으, 입구에서 막히겠지?
페이몬:
맞다, 타르탈리아나 산드로네한테 물어볼까? 그 둘이라면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타르탈리아」 찾기
「타르탈리아」:
여어, 친구. 또 만났네
페이몬:
헤헤, 또 만났네. 「타르탈리아 의원」
「타르탈리아」:
너희까지 그 호칭으로 부르는 거야? 설마 그걸로 날 놀리려고 온 건 아니겠지?
여행자:
요즘 일은 잘돼 가?
「타르탈리아」:
그게 말이지, 「피에로」 님이 한겨울 계획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뒤로는 평의회 분위기가 전보다 꽤 나아졌어
「타르탈리아」:
물론 아직도 다들 옥신각신 싸우고 있긴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하하, 이제야 내 고막도 좀 살 것 같네
페이몬:
「분쟁」을 제일 좋아하는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고된 일인가 보네
「타르탈리아」:
확실히 짚고 가자면, 분쟁에도 여러 종류가 있거든. 지금 내가 겪는 건 그중에서도 꽤 지루한 부류야
「타르탈리아」:
하루 종일 결론도 안 나는 일로 입씨름만 하고, 정작 끝을 볼 용기는 없지——평의회 일상이 딱 그래
「타르탈리아」:
다행히 폐하께서 개선하셨으니, 명령만 내려지면 이런 시끄러운 잡음도 많이 줄어들겠지
「타르탈리아」:
내 얘기는 이쯤 하고. 나한테 할 말이 있어서 찾아온 거겠지? 폐하와 관련된 일인가?
페이몬:
헤헤, 맞아
여행자:
우린 얼음의 여왕을 만나고 싶어
「타르탈리아」:
그 부탁이라면 전혀 놀랍지 않네
「타르탈리아」:
너희는 이미 다른 여섯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곳의 신들도 만났잖아. 이제 스네즈나야에 왔으니 당연히 같은 계획이겠지
「타르탈리아」:
하지만 폐하께선 워낙 바쁘셔서 쉽게 뵐 수 있는 분이 아니거든. 흠, 내가 신청서를 하나 준비해 줄게
「타르탈리아」:
마침 내일 아침에 폐하께서 조례를 열고 신하와 백성들을 접견하실 예정이야. 신청이 통과되면 너희도 나와 함께 얼음 궁전에 들어갈 수 있어
여행자:
우리가 따로 준비할 건 없어?
「타르탈리아」:
응. 서류는 내가 대신 작성해 둘게. 겨울군 쪽에서도 사람을 보낼 테니 최대한 빨리 심사해 줄 거야
「타르탈리아」: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폐하께서도 분명 너희를 만나주시겠지. 그럼 내일 아침, 얼음 궁전 앞에서 다시 보자고
페이몬:
잘됐다! 고마워, 타르탈리아
「타르탈리아」:
고맙긴, 친구끼리. 난 먼저 가 볼게. 내일 아침에 보자
「타르탈리아」:
오늘 밤은 푹 쉬어 둬. 늦잠 자면 안 된다?
페이몬:
걱정 마! 꼭 제시간에 도착할게!
옛뜰 식당으로 가기
페이몬:
보르시를 마시니까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야
여행자:
요즘은 예전만큼 춥지 않은 것 같네
페이몬:
응, 얼음 여왕이 그 마수를 토벌한 뒤로 날씨가 훨씬 좋아졌어
페이몬:
대체 어떤 마수길래 그렇게 엄청난 눈보라를 몰고 온 걸까? 정말 궁금해
여행자:
어쩌면 엄청나게 큰 서리 요정일지도…
페이몬:
헤헤, 그래도 서리 요정만큼 귀엽진 않겠지
페이몬:
어쩌면 무시무시한 거대 용일지도 몰라. 크아앙 하고 울부짖으면서 무서운 얼음 안개를 뿜어내는 거지
페이몬:
맞아, 생각해 봐. 여기저기 눈보라가 몰아쳤잖아. 분명 그 녀석이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구름을 새까맣게 물들인 걸 거야
페이몬:
여왕이 쓰러뜨려서 다행이지. 만약 우리가 토벌해야 했다면… 내가 진짜 실력을 발휘해서 널 꽉 잡고 하늘로 날아올라 싸웠을 거야!
여행자:
말만 들어도 벌써 추워지네…
페이몬:
괜찮아. 따끈한 음식을 잔뜩 준비해서, 먹으면서 싸우면 되지
페이몬:
아… 엥?
???:
안녕하세요. 합석해도 괜찮을까요?
???:
감사합니다……
페이몬:
여행자, 아는 사람이야?
여행자:
(……)
여행자:
(이 사람… 그때 얼음 여왕 뒤에 서 있던 사람 같은데?)
???:
안녕하세요, 네페도프 씨. 저번이랑 같은 세트로 부탁드립니다
네페도프: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페이몬:
……
여행자:
……
???:
추운 겨울일수록 사람은 찰나의 안락함을 갈망하게 되죠
???:
제가 있다고 신경 쓰지 마시고, 두 분 편하게 이야기 나누세요
페이몬: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여행자:
(가게에 빈자리가 널렸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우리 맞은편에 앉았어…)
여행자:
(이 사람이 나타난 뒤로, 사장님도 계속 안절부절못하는 눈치고…)
페이몬:
지, 지금 뭐라도 말해야 하나?
「합석」한 불청객의 「친절」한 시선 아래, 당신과 페이몬은 어색하게 저녁 식사를 마쳤다...
???:
방금 저를 두 번 쳐다보셨습니다. 적의와 혼란이 뒤섞인 눈빛으로 말이죠방금 저를 세 번 쳐다보셨습니다. 적의와 혼란이 뒤섞인 눈빛으로 말이죠방금 저를 네 번 쳐다보셨습니다. 적의와 혼란이 뒤섞인 눈빛으로 말이죠방금 저를 다섯 번 쳐다보셨습니다. 적의와 혼란이 뒤섞인 눈빛으로 말이죠방금 저를 여섯 번 쳐다보셨습니다. 적의와 혼란이 뒤섞인 눈빛으로 말이죠방금 저를 여러 번 쳐다보셨습니다. 적의와 혼란이 뒤섞인 눈빛으로 말이죠
???: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당당한 태도, 마음에 드네요. 경계와 호기심이 담긴 그 눈빛도 아주 좋습니다
???:
아까부터 계속 주변을 살피시던데, 궁금한 게 많아 보이시더군요
???:
공교롭게도 저 역시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습니다. 범상치 않은 실력을 지닌 여행자가 여섯 나라를 거쳐 이곳에 도착했죠
???:
그리고 지금, 우리의 신을 알현하겠다고 신청했습니다——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는 걸까요?
여행자:
심사하러 오신 분이신가요?
네페도프:
크흠.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
감사합니다
???:
신경 쓰지 마세요. 그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입니다
???:
보고에 따르면, 당신이 쓰러뜨린 우인단은 많지는 않았지만, 모두 조직 내 정예 대원이었다고 하더군요. 기억하십니까?보고에 따르면, 당신이 쓰러뜨린 우인단의 수가 두 자릿수에 이른다고 하더군요. 기억하십니까?보고에 따르면, 당신이 쓰러뜨린 우인단의 수가 세 자릿수에 이른다고 하더군요. 기억하십니까?보고에 따르면, 당신이 쓰러뜨린 우인단의 수가 네 자릿수에 이른다고 하더군요. 기억하십니까?보고에 따르면, 당신이 쓰러뜨린 우인단의 수가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라고 하더군요. 기억하십니까?
???:
야영지 피해도 상당했습니다. 앞서 북국은행이 제출한 감정 보고서에 따르면, 직접적인 경제 손실만 50만 모라를 넘는다고 하더군요
페이몬:
서, 설마 우리한테 돈 내라는 건 아니겠지…. 우린 한 푼도 못 물어준다구!
???:
이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지난 일은 이미 과거가 되었지만, 오늘은 결국 그 과거 위에 세워지는 법이니까요
???:
물론 당신과 스네즈나야가 언제나 적으로만 지내온 건 아닙니다. 수많은 갈등 속에서도 우리는 여러 차례 손을 맞잡아 왔죠
???:
당신은 벽난로의 집과 협력해 폰타인의 위기를 해결했습니다. 또 제 스승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나타에 승리를 안겨주기도 했고요
페이몬:
자, 잠깐만. 네 스승님이라고?
???:
카피타노 님입니다
여행자:
당신이 「카피타노」의 제자라는 말인가요?
???:
그렇게 볼 수도 있죠. 그분께선 저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에게 직접 무예를 가르쳐 주셨으니까요. 그 가르침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
스승님께서 떠나신 건 스네즈나야 전체에 큰 유감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동료를 잃었으니까요
???:
하지만 저는 그분의 선택을 이해합니다. 오랫동안 품어오신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당신이 도와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여행자:
저희도 그분께 정말 큰 도움을 받았어요. 그분이 아니었다면 나타는 지금쯤 훨씬 더 큰 위기에 처했을 거예요
???:
그렇다면 지난 협력을 돌아봤을 때, 앞으로도 우리가 뜻을 함께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겠군요
???: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죠.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겠습니다. 여왕 폐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페이몬:
얼음 여왕…
여행자:
아직 직접 뵌 적이 없어서 쉽게 단정하긴 어렵네요
여행자:
저희는 그동안 수없이 부딪혀 왔습니다. 입장도, 신념도 서로 달랐으니까요. 앞으로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거라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
여행자:
하지만 지금은…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로노바가 제 가장 소중한 동료를 빌미로 위협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페이몬:
……
???:
감동적인 부분은 제쳐 두고, 결국 「협력」은 일시적이고 「충돌」은 언제나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군요
여행자:
적어도 지금은 그렇죠
???:
알겠습니다
???:
잠재적인 적이라면 누구든, 우리가 한발 앞서 위협 등급을 파악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페이몬:
으으… 이 살벌한 분위기, 설마…
여행자:
여기서 싸우시겠다는 건가요?
???:
…모라 게임이라고 들어 보신 적 있나요?
페이몬:
모라 게임? 그게 뭐야?
???:
아주 오래전에 스승님께 배운 겁니다. 군대에서 분위기를 풀 때 가볍게 즐기던 「게임」이죠
???:
예를 들면 지금, 제가 모라 하나를 공중으로 던집니다. 제 목표는 그 모라를 탁자 위에 떨어뜨리는 것이고, 당신은 전력을 다해 그걸 막아내시면 됩니다
여행자:
알겠어요
???:
그럼 시작하죠
이 신비한 손님은 모라를 빼앗는 「게임」을 통해 당신의 실력을 시험해 보려는 것 같다. 하지만 상대가 원소력을 동원해 전력으로 맞붙으려던 순간, 화려한 옷차림의 바람 요정이 나서서 두 사람을 저지한다
???:
사랑하는 다니카, 왜 막사에서나 할 장난을 식당까지 끌고 온 걸까? 그렇게 거칠게 구는 건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다니카:
남 일처럼 말하지 마시죠, 베스나. 원래 당신이 했어야 할 일을 내가 마무리하고 있는 거니까요
베스나:
폐하가 접견하시기도 전에 그의 실력을 평가하겠다는 소리야?
베스나:
폐하의 명이 없는 한, 손님은 그저 손님일 뿐이야
다니카:
…세상일이 다 당신 생각처럼 술술 풀리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죠
베스나:
네가 너무 비관적인 거지, 사랑하는 다니카. 삶은 원래 물과 불처럼 부딪히는 일투성이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흘러가는 법이잖아
베스나:
미안해. 우리 다니카 아가씨가 원래 좀 까칠하거든
베스나:
사과의 의미로 두 사람의 비용은 모두 내가 계산할게. 네페도프 씨, 제 외상으로 달아주세요. 괜찮죠?
네페도프:
네, 알겠습니다
베스나:
캐비어 블리니도 좀 준비해 두세요. 나중에 찾으러 올게요. 그럼, 또 봐요!
페이몬:
잠깐만, 너희 대체 누구야
다니카:
이미 짐작하셨을 텐데요. 여왕님 알현을 신청하셨잖아요?
다니카:
곧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
야영지 피해도 상당했습니다. 앞서 북국은행이 제출한 감정 보고서에 따르면, 직접적인 경제 손실만 50만 모라를 넘는다고 하더군요
???:
야영지 피해도 상당했습니다. 앞서 북국은행이 제출한 감정 보고서에 따르면, 직접적인 경제 손실만 500만 모라를 넘는다고 하더군요
페이몬:
그렇게나 많다고?!
???:
야영지 피해도 상당했습니다. 앞서 북국은행이 제출한 감정 보고서에 따르면, 직접적인 경제 손실만 5,000만 모라를 넘는다고 하더군요
페이몬:
그렇게나 많다고?!
???:
야영지 피해도 상당했습니다. 앞서 북국은행이 제출한 감정 보고서에 따르면 눈앞이 아찔할 정도더군요. 셀 수도 없을 만큼 막대한 금액이었습니다
페이몬:
그렇게나 많다고?!
방으로 돌아가서 쉬기
여행자:
(헤어질 때 다니카라는 사람이 곧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했어. 아무래도 타르탈리아가 낸 신청서가 그쪽에서 승인된 모양이야)
여행자:
(몬드에서 처음 우인단과 마주쳤을 때, 여왕이 신의 심장을 모으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
여행자:
(그 후 리월, 이나즈마, 수메르, 폰타인, 나타… 모든 나라에서 그들의 흔적을 볼 수 있었어)
여행자:
(그리고 이제 드디어 모든 일의 근원——얼음 여왕과 마주하게 되는구나. 그녀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여행자:
(천리… 네 그림자… 티바트… 그리고 스네즈나야의 미래… 이 모든 걸 직접 보고 가슴에 새긴 뒤엔, 나 역시 나만의 선택을 내려야 해)
얼음 궁전으로 가기
여행자:
(눈보라 속의 얼음 궁전은 한층 더 엄숙하고 장엄해 보이네)
여행자:
(이 폭풍은 언제쯤 멎을까?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들조차 그 답을 알지 못하겠지)
얼음 궁전으로 가기
「타르탈리아」:
친구, 이쪽이야
페이몬:
타르탈리아! 우리 늦은 건 아니겠지?
「타르탈리아」:
시간 딱 맞춰 왔어. 내가 안내할게
「타르탈리아」 따라가기
페이몬:
저기… 혹시 주의해야 할 게 있어? 우린 이런 「조례」는 처음이거든
「타르탈리아」:
궁정 예법은 익히려면 꽤 복잡하고 신경 쓸 것도 많아. 하지만 폐하께서는 번거로운 격식을 좋아하시진 않으니까, 그런 걸로 트집 잡진 않으실 거야
「타르탈리아」:
기본적인 사교 예절만 지키고 폐하께 예를 갖추면 큰 문제는 없을 거야
페이몬:
그렇구나. 생각보다 대하기 편한 사람이네!
「타르탈리아」:
「대하기 편하다」라… 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폐하께선 굳이 그런 방식으로 위엄을 드러내실 필요가 없으시거든. 그분은 이미 지고무상의 존재니까
「타르탈리아」:
도착했어. 이따가 그냥 내 옆에 서 있으면 돼. 오늘 회의의 주인공은 아마 우리가 아닐 거야…. 적어도 나는 아니지
「타르탈리아」 따라가기
아나스타샤:
경들이여
아나스타샤:
눈보라를 일으키던 마수는 숨을 거두었고, 그 잔해마저 혹한 속에서 서서히 스러지고 있다. 까다로운 사안 하나는 매듭지어졌지만,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구나
아나스타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많은 일이 있었겠지. 우선 정치와 민생 현안부터 보고하여라, 풀치넬라
「풀치넬라」:
알겠습니다, 폐하
「풀치넬라」:
폐하께서 출정해 계신 동안, 저희는 수정석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민생 안정에 만전을 기했습니다
「풀치넬라」:
스네즈나야성 평의회는 데이터를 공개하고 각종 논의를 투명하게 진행함으로써, 의견 충돌을 적정 수준에서 통제해 대규모 소란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풀치넬라」:
물론 그 과정에서 일부 부정부패 문제도 불가피하게 발생했습니다. 감사국에서 명단을 제출했으니 검토 부탁드립니다
아나스타샤:
타르탈리아, 평의회에서 첫 직무를 수행하자마자 두각을 드러냈다 들었다. 훌륭하구나
「타르탈리아」:
감사합니다, 폐하. 저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나스타샤:
부패 문제라면 벽난로의 집에서도 내게 명단 한 부를 올렸더구나
아나스타샤:
그 명단은 그대에게 맡기마, 풀치넬라. 미진한 부분이 없게 샅샅이 조사하도록. 겨울군 제3소대가 그대의 행동을 지원할 것이다
「풀치넬라」:
…알겠습니다, 폐하
「타르탈리아」:
(폐하께서 직접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영감이 올린 명단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모양이군…. 당분간 「풀치넬라」 영감은 꽤 바빠지겠는걸)
아나스타샤:
두 번째 사안이다. 피에로, 미탸. 너희가 올린 보고서는 잘 읽었다
아나스타샤:
그대들의 판단을 인정하노라. 죽음의 집정관이 스네즈나야 전역에 저주를 퍼뜨린 이상, 연구를 강행하는 것은 자원만 낭비할 뿐이야
아나스타샤:
천리와 정면으로 맞서기 전에, 우선 로노바부터 해결해야겠지
미탸:
이 일로 에너지원 부서 동료들이랑 수도 없이 얘기를 나눠봤지만, 당장은 이렇다 할 뾰족한 수가 없네요
미탸:
지금 저희가 가진 무기로는 로노바에게 털끝만 한 피해조차 주기 힘듭니다
「판탈로네」:
조금이라도 진전될 기미가 보이면, 그 즉시 집단 사망을 일으켰습니다
「판탈로네」:
방법은 거칠지만, 상당히 효과적이죠
「산드로네」:
흥. 우리 실험을 막겠다고 그런 수작까지 생각해 내다니,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다 나오네
「산드로네」:
그럼 아예 연구 자료를 달의 힘 실험설계국으로 이전해 버리면?
미탸:
아마 별 소용없을 겁니다. 저주가 저희 몸에 들러붙어 있는 이상, 어딜 가든 죽음이 쫓아올 테니까요
여행자:
(궁전 안에 잠시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모두가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결코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게 분명하다…)
아나스타샤: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나스타샤:
천리를 목표로 삼은 이상, 눈앞의 곤경은 모두 예상한 범위 안이니
아나스타샤:
계획들은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 자세한 건 나중에 피에로가 설명할 테니, 경들은 각자 맡은 바를 다하도록 하라
사람들:
네!
아나스타샤:
그럼 마지막 의제로 넘어가지…. 이방의 여행자
아나스타샤:
그동안 그대에 관한 보고는 수없이 받아 보았다. 그대의 시선이 스네즈나야를 향했을 때, 나 역시 그대가 몰고 온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지
아나스타샤:
그대는 존중받아 마땅한 상대야. 서로 협력하는 편이 모두에게 이롭겠지
아나스타샤:
오늘부로 여행자에 대한 모든 조사를 중단하고, 얼음 궁전을 자유롭게 출입할 권한을 부여한다
사람들:
알겠습니다, 폐하
아나스타샤:
조례는 여기까지다. 경들은 이만 물러가 각자의 소임을 다하라
아나스타샤:
아직 의문이 많이 남아 있겠지. 나 역시 그대에게 물어볼 것이 있으니, 따라오도록
여행자:
…마침 그러려던 참이에요
여왕과 대화하기
아나스타샤:
이쪽은 다니카. 궁정 하녀장이자 내 곁을 지키는 측근이지
다니카:
안녕하세요
페이몬:
안녕
페이몬:
(이 녀석… 설마 우리를 모른 척하려는 건 아니겠지! 여왕 앞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굴다니!)
아나스타샤:
방금 말했듯 그대에게도 궁금한 것이 많겠지만 나 역시 그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아나스타샤:
그대와 달리, 내 질문은 단 하나뿐. 내가 먼저 물어도 되겠나?
여행자:
…네, 말씀하세요
아나스타샤:
불의 신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가?
아나스타샤:
일곱 개의 신의 심장 가운데, 오직 그것만이 행방이 묘연하지. 보고에 따르면 마지막으로 목격한 자가 그대들이라 하던데
아나스타샤:
표정을 보아하니, 그리 낙관적인 상황은 아닌 모양이로군
여행자:
세계수를 불태웠을 때… 그것도 함께 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여행자:
마비카의 말로는, 불의 신의 심장은 이미 지맥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아나스타샤:
정말인가?
페이몬:
우리가 거짓말할 리 없잖아. 두 눈으로 똑똑히 봤고, 마비카도 그렇게 말했어
아나스타샤:
그대들을 의심하는 건 아니나, 그저 납득하기 어려울 뿐이지. 신의 심장은 제3 강림자의 유골이니, 지맥과 오랫동안 공존할 수는 없거든
아나스타샤:
설령 잠시 지맥으로 돌아갔다 해도, 언젠가는 다시 분리될 테지…
아나스타샤:
상관없다. 언젠가는 찾아낼 테니까.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지
페이몬:
신의 심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도 궁금한 게 하나 있어
페이몬:
대체 뭘 하려고 우인단을 각 나라에 보내서 신의 심장을 모으는 거야?
다니카:
크흠…
아나스타샤:
괜찮다, 다니카. 협력하려면 공개 가능한 모든 정보는 공유하는 것이 도리인 법. 이는 대가가 아니라, 마땅한 보상이다
아나스타샤:
신의 심장은 강력한 원소 친화력을 지니고 있어, 소유자의 힘을 증폭시킬 수 있지
아나스타샤:
게다가 그 자체가 제3 강림자에게서 비롯된 것이니, 티바트 체계에 속한 물건도 아니다
아나스타샤:
그 증폭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수많은 「가능성」이 열리게 되지. 이를테면… 본래의 권능을 초월하는 힘 같은 것 말이다
여행자:
그러니까… 서로 다른 신의 심장을 모으면, 얼음 마신으로서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아나스타샤:
천리를 목표로 삼은 이상,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야
아나스타샤:
속세의 일곱 신의 힘은 거센 폭풍을 일으킬 수는 있어도, 세상을 뒤엎지는 못하지. 그 지고한 권능은… 단 한 번도 우리 손에 쥐어진 적이 없었다
아나스타샤:
그대들도 이미 눈치챘을 터. 생명, 죽음, 시간, 공간… 천리의 그림자는 곳곳에 드리워져 있고, 문명이란 결국 운명이 만들어낸 신기루에 불과하지
여행자:
그래서 신의 심장을 모아 천리에 반기를 드신 거였군요…
여행자:
운명에 대한 불안, 천리를 향한 의심… 그 마음은 저도 이해해요. 하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건가요?
아나스타샤:
옳고 그름을 따져본들 결론을 내긴 힘들겠지. 그게 「필요」한 일이냐고 묻는다면… 이방의 여행자여, 너도 차차 이 땅의 절박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거다
아나스타샤:
스네즈나야는 예로부터 혹한과 가난에 시달린 동토였지. 생존을 위해 군사와 민간 기술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야만 했어
아나스타샤:
이미 수많은 분야가 천리가 허용한 경계에 닿았어. 스네즈나야는 오래전부터 심판의 못이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라였지
페이몬:
말도 안 돼…
아나스타샤:
세상 만물은 언제든 부정당할 수 있는 껍데기에 불과해. 이건 절대 빈말이 아니야. 우리가 반드시 직시해야 할 위협이지
여행자:
그래서였군요…. 수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폐하를 따르는 이유가. 이건 단순한 이념 싸움 따위가 아니라, 모두의 안위가 걸린 일이니까요
아나스타샤:
자리를 옮겨서 얘기하지
협력에 대한 보상으로 얼음 여왕은 공개 가능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숨겨진 방의 문을 열어줬다. 그곳은 제3 강림자의 봉인이 남아 있는 지하실로,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여왕 따라가기
페이몬:
여긴 어디야?
아나스타샤:
제3 강림자가 남긴 봉인
아나스타샤:
원래는 선대 얼음의 신——하얀 차르가 보관하고 있었지. 그의 말에 따르면, 제3의 강림자가 천리에게 최후를 맞이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물건이라고 해
아나스타샤:
당시에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무도 몰라. 이 봉인 역시 천리의 시선을 비껴간 듯하고
더 알아보기
여행자:
안에 뭐가 봉인되어 있나요?
아나스타샤:
그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지
아나스타샤:
제3 강림자가 마지막까지 지키려 한 것이라면, 틀림없이 지극히 중요한 것이겠지. 하지만 수백 년 동안, 그것을 열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로 끝났어
아나스타샤:
유일하게 반응을 보인 건 신의 심장뿐이었지. 어쩌면… 흩어진 제3 강림자의 유골을 온전히 하나로 모아야만, 그가 봉인해 둔 유산을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몰라
페이몬:
잠깐, 내가 한번 정리해 볼게. 그러니까 너희가 신의 심장을 수집하는 건 힘을 증폭시켜 천리에 맞서려는 목적도 있지만, 제3 강림자가 남긴 봉인을 풀기 위해서이기도 하다는 거지?
페이몬:
근데 불의 신의 심장이 없어서, 지금 당장은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거고…
아나스타샤:
맞아
여행자: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을게요
여행자:
여왕 폐하… 폐하의 「권능」은 대체 무엇인가요? 운명에 대한 「반항」인가요?
아나스타샤:
아니…
아나스타샤:
「자애」야
여행자:
아…
페이몬:
엥?
아나스타샤:
……
페이몬:
미, 미안… 너무 놀라서. 자애라니… 음… 뭐라고 해야 하지…
아나스타샤:
내 권능답지 않다는 거지?
페이몬:
응. 예를 들면 「자유」의 신이나 「계약」의 신은… 같이 지내다 보니까 왜 그런 칭호가 붙었는지 대충 감이 오더라구
페이몬:
근데… 음…
아나스타샤:
굳이 숨길 필요는 없겠지. 난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애」를 내보인 적이 없으니까. 애초에 그 권능을 인정하지도 않을뿐더러, 쓸 생각조차 없거든
아나스타샤:
우리의 「사랑」은… 이미 천리에게 더럽혀진 지 오래야.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지
아나스타샤:
그거 아나? 마신이 인간에게 품는 사랑은 천리의 「저주」에서 비롯된 거야. 천리가 정해 둔 규칙의 일부일 뿐이지
페이몬:
음… 그래도 예외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아나스타샤:
천리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우리 뼛속 깊이 새겨 넣은 순간부터, 그 감정은 너무나도 값싼 것이 되어버렸지
아나스타샤:
그런 거짓된 감정에 굴복해야만 권능을 발휘할 수 있는 거라면… 난 차라리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선택해 여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어
아나스타샤:
이 땅에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누군가의 동정이나 연민 따윈 필요 없어. 우리 모두 각자의 운명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으니까
여행자:
(그러고 보니, 그때 벤티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
벤티:
…신에게 명령받은 자유도 일종의 「구속」이잖아?
다니카:
…폐하, 말씀 중에 송구합니다. 피에로 님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아나스타샤:
들라 하라
「피에로」:
폐하… 아, 그리고 두 분의 귀빈께도 인사 올립니다
아나스타샤:
격식은 차릴 것 없어, 피에로. 그래, 진전은 좀 있나?
「피에로」:
죽음의 집정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실험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폐하께서도 함께 지켜봐 주시기를 청하고자 합니다
아나스타샤:
잠시 기다리거라. 먼저 오늘의 기억 각인부터 완료할 것이니
페이몬:
기억 각인?
아나스타샤:
피에로, 그대가 이들에게 설명해 주도록 하게. 다니카, 넌 날 따라오거라
「피에로」 & 다니카:
알겠습니다, 폐하
「피에로」:
…폐하께서는 기억이란 온전히 믿을 게 못 된다고 여기신다네
「피에로」: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폐하께서는 프리즘 결정에 하루하루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아 오셨지
여행자:
프리즘 결정에 담긴 기억이 개정될 일은 없나요?
「피에로」:
프리즘 결정은 「별의 쐐기」와 비슷한 원리라네. 둘 다 제3 강림자의 힘이 깃들어 있어서, 티바트 법칙의 영향을 어느 정도 비껴갈 수 있지
「피에로」:
제3 강림자가 우리에게 안겨준 이 세계 바깥의 변수야말로, 천리에 맞서기 위해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라네. 잠시 후면 그것의 다른 쓰임새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게 될 걸세
아나스타샤:
기록은 끝났다
아나스타샤:
다니카, 네가 옛뜰 식당에 가서 여행자한테 시비를 걸었다지?
다니카:
네. 혹시 베스나가 말씀드리던가요?
아나스타샤:
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아나스타샤:
하지만 단순무식한 접근 방식은, 진심으로 협력하려던 친구의 신뢰마저 잃게 될 수 있다
다니카:
…이해했습니다
아나스타샤:
좋다, 가자꾸나
군수궁으로 가기
「피에로」:
폐하, 그리고 여러분. 이쪽으로 오시지요
페이몬:
또 군수궁에 왔네. 헤헤, 여긴 엄청 넓어서 나 혼자 왔으면 꼼짝없이 길을 잃었을지도 몰라!
「피에로」:
길이란 게 으레 그런 법이지. 몇 번 더 오가다 보면 자연스레 눈에 익을 걸세
베스나:
흐아암… 피에로 님은 아직도 안 돌아왔어? 이러다 실험이 내일로 미뤄지는 거 아니야?
베스나:
미탸, 너 예전에 헌혈해 본 적 있어?
미탸:
몇 년 전에 했던 「의료 비축 계획」 말하는 거야? 해본 적 있지.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
베스나:
음~ 무섭진 않았어? 바늘이 피부를 파고드는 그 느낌 말이야
미탸:
…무섭긴, 내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베스나:
그러니까 어릴 때는 무서웠다는 거네, 그렇지?
미탸: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베스나:
내가 지켜보니까 말이야, 바늘에 찔리는 고통보다 그 직전에 밀려오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사람을 더 두렵게 만들더라고
베스나:
딱 지금 우리 상황 같지 않아? 부름을 받고 오긴 했는데, 막상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는 전혀 감도 못 잡고 있잖아——
「피에로」:
안심하거라, 베스나. 이번 실험에선 그 어떤 고통도 느끼지 못할 테니
베스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피에로 님!
베스나:
…폐하, 오셨습니까
아나스타샤:
예의 차릴 거 없다
아나스타샤:
이쪽은 베스나. 겨울군 사령관이자 「바람 요정」 일족 출신의 요정이지
다니카:
……
베스나:
♪~
아나스타샤:
자, 본론으로 들어가지. 우리 동맹도 알아듣기 쉽게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도록
「피에로」:
모두가 익히 알다시피, 죽음의 집정관의 개입으로 인해 에너지원 연구와 겨우살이 계획은 모두 부득이하게 중단된 상태라네
「피에로」:
하나 언제까지나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 반드시 돌파구를 찾아야 해. 그 첫걸음은 죽음과 부활 이면의 진실을 밝히는 것
「피에로」:
죽은 자가 어찌 되살아나는가? 천리의 충견들도 분명 제약이 있을 터… 반드시 해답을 찾아야 하네
베스나:
이 커다란 걸로요?
미탸:
이렇게 거대한 프리즘 결정은 난생처음 보네요
「피에로」:
이건 군수궁에서 이뤄낸 연구의 결실… 일반 프리즘 결정을 단단하게 고정하고 한층 더 강화해 만들어 낸 가공품이지. 우리는 이것을 「역행의스반토비트의 돌 거울」이라 명명했네
「피에로」:
프리즘 결정은 세상의 기억을 봉인하고, 또 이를 어느 정도 불러내는 힘을 품고 있지. 한 번 활성화되면 스스로 반응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과 자연스레 연결된다네
여행자:
(그렇구나. 그래서 그때 군수궁을 지날 때 페이몬의 과거를 보게 된 거였어…)
페이몬:
대충 이해한 것 같아. 근데 이… 「역행의스반토비트의 돌 거울」을 어떻게 쓰려는 거야?
「피에로」:
죽음의 집정관은 신중하게 움직이는 자라 사소한 단서만으로 그녀의 흔적을 찾아내기는 매우 어렵지
「피에로」:
다행히 우리 수중에는 생명과 죽음, 두 힘의 탁본이 이미 쥐어져 있지
페이몬:
뭐라고?!
「피에로」:
「죽음」에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 없겠지. 그 일들을 겪은 뒤, 미탸의 영혼 깊은 곳에는 죽음의 집정관의 표식이 낙인처럼 새겨져 있으니
미탸:
그 뒤로 며칠 내내 악몽에 시달렸는데, 저주 같은 낙인이 쓸모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죠
미탸:
하지만 생명의 집정관의 힘이라니… 잠깐만, 베스나, 너 설마——
베스나:
어머나, 여기서 그렇게 엄청난 비밀을 공개하시게요?
베스나:
정보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초대형 특종이자, 들은 사람조차 그저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던 항간의 소문. 바람 요정 일족이 수백 년 동안 꽁꽁 숨겨 온 절대 기밀——
아나스타샤:
휘페르보레아 시기, 전 천사장이 생명의 집정관의 권능 일부를 빼돌렸고, 우여곡절 끝에 바람 요정 일족이 이를 맡아 보관하게 되었지
아나스타샤:
베스나는 최초의 바람 요정의 피는 물론이고, 그 힘마저 고스란히 물려받았어
베스나:
폐하… 아직 빌드업 다 안 끝났단 말이에요…!
베스나:
크흠! 아무튼 뭐, 그렇게 됐어요. 피에로 님, 그러니까 프리즘 결정을 우리 몸속의 두 가지 힘이랑 연결해서 두 집정관의 기억을 엿보시겠다는 거죠?
「피에로」:
그래. 그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지
미탸:
가능하긴 한데, 그러다 실수로 우리 둘의 진짜 기억까지 들여다보게 되는 건 아닐까요?
미탸:
아무래도 저희 안에서 「생명」과 「죽음」의 힘은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니까요…
미탸:
(큰일 났네. 맨날 핑계 대고 오페라 하우스로 몰래 빠져나갔던 일이…!)
다니카:
들키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도 있는 건가요?
「피에로」:
최대한 못 본 척 눈감아 주겠네
미탸:
하, 하하… 그럼 부탁드릴게요
「피에로」:
정보의 바다에서 생명과 죽음의 집정관에 관한 단서를 건져 올리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할 터. 다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게나
「피에로」가 기억을 불러오길 기다리기
「피에로」:
흠…
페이몬:
알아낸 게 있어?
「피에로」:
남겨진 잔상들을 좀 찾아냈네. 함께 확인해 보도록 하지
로노바:
봉쇄… ■■… ■■의 방식…
로노바:
■■■ 깨어나면… 직접 심판할 것이다…
라인도티르:
죽음은 남용해선 안 돼, 로노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라인도티르:
천리는 인간을 아끼지. 명도 없이 함부로 죽음을 내리는 건… 천리가 용납 못 할 대죄야
로노바:
물론 알아. 하지만 그분이 잠드신 동안, 셀레스티아는 그저 주기적으로 우리 동태를 살필 뿐이야
로노바:
두 감시 사이의 간격을 틈타 죽음과 부활을 이뤄내기만 하면, 죄업은 생겨나지 않아
라인도티르: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걸린 족쇄를 연구해 온 모양이군
로노바:
당연하지. 그래서 도울 거야, 말 거야?
라인도티르:
죽음의 저주를 내리고 명확한 발동 조건을 걸어두면, 그들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도 전에 즉각 싹을 자를 수 있어
라인도티르:
그리고 그 짧은 틈을 타 내가 그들을 부활시킨다면, 셀레스티아의 징벌이 내려질 일도 없을 테지
라인도티르:
참 명쾌한 방법이긴 하지만, 약간의 위험도 뒤따르겠네
라인도티르:
셀레스티아의 통치와 천리의 규칙을 수호하기 위한 일인데도, 이토록 에둘러 가는 방식을 써야 하다니…
나베리우스:
라인도티르, 그건 거절할 이유가 못 되는 것 같은데
나베리우스:
어떤 방안이든 위험은 늘 뒤따르기 마련이야…
나베리우스:
게다가 천리가 잠들어 있다는 건 우리가 당장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잖아. 정해진 규칙 안에서 위험을 배제하는 것, 그게 바로 우리 「네 그림자」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무고
라인도티르:
네 잔소리는 여전히 때를 참 잘 맞춘단 말이지, 나벨 씨
라인도티르:
내가 거절하면, 다음 화제는 또 신분과 책임을 운운하는 쪽으로 흘러가려나?
나베리우스:
우린 서로를 너무 잘 알잖아. 사람 마음을 돌리는 게 잔소리의 내용이 아니라 잔소리 그 자체라면, 그런 피곤한 과정은 생략하고 싶네
라인도티르:
좋아. 도와줄게, 로노바
라인도티르:
다만 말이야, 너와는 다르게 난 스네즈나야에 아는 얼굴이 좀 많거든
라인도티르:
예전처럼 뒤에 숨어서, 먼저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거야. 괜찮지?
로노바:
물론이지, 라인도티르. 네 뜻은 존중하도록 하지…. 네가 자신의 책무만 제대로 이행한다면
「피에로」:
찾아낼 수 있는 기억은 이것이 전부일세
미탸:
이른바 「죽음의 저주」라는 건 사실 죽음의 집정관 혼자서 완성한 게 아니었어요. 생명의 집정관도 그 과정에 깊이 관여했네요
미탸:
게다가 천리는 그들이 힘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주기적으로 감시하고 있었고… 죽은 사람들은 다음 감시가 시작되기 전에 어떻게든 부활해야만 했던 거죠
베스나:
그렇게 따지고 보면 로노바도 지레 겁먹을 만큼 무시무시한 상대는 아닌 것 같은데?
베스나:
어차피 규칙에 발목이 잡혀서 우리를 진짜로 죽일 수도 없잖아. 그럼 우리가 끈질기게 계속 도전하다 보면 언젠간 승리할 날이 오지 않겠어?
미탸:
안타깝지만, 그날이 오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무너질지도 몰라
미탸:
로노바의 권능 아래에서 죽음을 반복하다 보면 기억이 망가지는 건 물론이고, 결국 영혼마저 깎여 나가고 마모되지
미탸:
이미 일부 연구원들에게서 꽤 골치 아픈 정신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 그러니까 이런 식의 죽음은 최대한 피해야 해
「피에로」:
방금 나눈 대화에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하나 더 있네
「피에로」:
죽음의 집정관 로노바는 진작부터 천리가 가한 족쇄를 피할 방법을 연구해 온 모양이야
「피에로」:
지금은 한 치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네. 우리가 온갖 실험을 거듭하는 동안, 상대 역시 두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진 않을 터. 언젠가 그녀가 우리를 부활 없이 죽일 방도를 찾아낼지도 모르는 일이지
미탸:
……
베스나:
……
여행자:
(분위기가 다시 무겁게 가라앉는다. 죽음과 부활의 진실은 알게 되었지만, 현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죽음의 집정관에게는 어떻게 맞서야 할까?)
「판탈로네」:
베스나 양이 생명의 집정관의 힘을 조금이나마 다루실 수 있으니, 그 힘을 이용해 죽음에 맞서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페이몬:
어라… 판탈로네랑 산드로네잖아! 너희도 왔구나!
「판탈로네」:
안녕하십니까, 폐하. 다들 평안한 오후 보내고 계시는지요
여행자:
……
베스나:
벌써부터 절 이용할 궁리를 하시는 건가요? 휴, 안타깝지만 실망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베스나:
제가 이런 규격의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는 둘째 치더라도… 선조께서 남긴 정보에 따르면 제 안의 권능은 아주 미미해서, 오히려 일종의 「샘플」에 가깝다고 했거든요
「산드로네」:
상위 존재를 상대로 단일한 힘만으로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어.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지
「산드로네」:
하지만 발상을 바꿔서, 굳이 맞설 것 없이 생명의 집정관의 권능을 보물 창고를 여는 열쇠로 써먹는다면…
페이몬:
무슨 뜻이야?
「산드로네」:
생명과 죽음은 서로 상쇄하는 양극단이잖아. 즉,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그 존재 자체가 끊임없이 죽음에 맞서는 과정이라는 소리지
「산드로네」:
생명의 집정관의 권능으로 이 「생명력」을 응집하고 증폭시킨다면, 어쩌면 생사를 가르는 그 경계에 간섭할 수 있을지도 몰라
베스나:
생명력… 어디 보자, 뭔가 떠오른 것 같아요
베스나:
하앗!
페이몬:
어라, 이건…
「산드로네」의 조언 덕분에 베스나는 「생명력」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얻은 것 같다. 그녀의 손바닥 위로 물결치듯 찬란한 광채를 뿜어내는 무언가가 순식간에 형태를 갖추었고, 그 안에서는 색다른 빛무리가 어렴풋이 일렁이고 있다…
기억 확인하기
베스나:
오, 다니카, 드디어 돌아왔구나. 몇 년 못 본 새에 어쩜 이리 훌쩍 컸니?
다니카:
어른 행세 좀 하지 마세요, 베스나
베스나:
그치만 내가 원래 너보다 나이가 많은걸. 기억 안 나? 카피타노 선생님 밑에서 배울 때만 해도, 넌 고작 요만했잖아
베스나:
용병 생활은 좀 어때? 그때 그렇게 대판 싸울 만한 가치가 있었어?
다니카:
나쁘지 않았어요. 자유로운 시간이었죠. 참 많은 곳을 돌아다녔어요. 폰타인, 수메르, 리월…
다니카:
하지만 이나즈마엔 못 가봤어요. 뇌폭이 워낙 거세서 출항하려는 배가 통 없었거든요
베스나:
그 많은 곳을 다? 하긴, 네가 스네즈나야를 떠난 지도 벌써 8년이나 흘렀으니까. 그래서 소감은 좀 어때?
다니카:
모든 생명이 저마다의 도전을 마주하고 있었죠. 폐하의 말씀이 옳았습니다. 천리가 만든 규칙은 이미 생명력을 잃은 채 서서히 소멸해 가고 있습니다
베스나:
그래서 스네즈나야로, 이 폭풍 속으로 기꺼이 돌아오려는 거네
다니카:
「돌아가는」 게 아닙니다, 베스나. 우린 새로운 폭풍을 일으킬 겁니다. 구세계가 완전히 무너질 때까지요
베스나:
하하하—— 정말 멋진 말이야, 다니카. 폐하를 위해, 찬란한 이상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내일을 위해. 건배!
다니카:
건배
기억 확인하기
여행자:
…방금 그건 뭐야?
베스나:
아마 이게 산드로네 님이 말씀하신 「생명력」이겠지. 난 이걸 「생명의 인장」이라고 부르는 편을 더 좋아하지만
베스나:
사람의 생명력이란 대개 홀로 존재하지 않아. 그건 아름다운 시간이 남긴 표식에서 비롯되거든
베스나:
뜨겁게 빛나던 삶의 조각들은 사람의 내면을 벅찬 힘으로 채워주지. 심지어 죽음이 드리우는 짙은 공허에 맞설 수 있을 정도로
베스나:
내가 이 물질을 추출할 수 있다는 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 방금 산드로네 님이 일깨워 주신 덕분에 문득 깨달았지. 생명의 인장을 충분히 수집한다면, 어쩌면 정말로 죽음이라는 운명에 맞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미탸:
그냥 곁에 있기만 해도 불꽃처럼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
미탸:
우리한테서도 생명의 인장을 추출할 수 있어? 모두의 힘을 한데 모으면, 분명 뭐라도 해낼 수 있을지도 몰라
미탸:
예전에 우리가 다 같이 진행했던 의료와 에너지원 비축 계획 때처럼
여행자:
그렇게 하면 부작용은 없어?
「산드로네」:
보통은 그럴 일 없어
「산드로네」:
생명이란 게 원래 무척 강인하거든. 누구한테나 이 정도 생명력쯤은 넓은 바다 속 물 한 방울이나 다름없다고
「산드로네」:
하지만… 베스나 말로는 생명의 인장 자체가 기억이랑 깊게 얽혀 있다고 해. 손상되기라도 하면 그 안에 든 기억까지 모조리 날아간다는 소리야
페이몬:
그, 그럼 그 기억들을 다 잊게 된다는 거야?
베스나:
분명 그럴 가능성도 있어
미탸:
전 그 정도 대가라면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저는 지원할 생각입니다. 그 생명의 집정관 말이 맞아요. 어떤 방안이든 위험은 따르기 마련이니까요
미탸:
기억 일부를 잃는 정도라면… 꽤 가벼운 대가죠
「판탈로네」:
위험 대비 보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베스나:
음…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반대하시는 분 계신가요?
여행자:
(협력하기로 결정한 이상, 이런 자리에서 방관자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되겠지)
여행자:
…나도 껴줘
페이몬:
그럼 나도 낄래!
베스나:
만장일치네요? 그럼 시작할게요
베스나:
다들 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릴랙스, 릴랙스——
베스나가 모두에게서 생명의 인장을 추출했다…
베스나:
마지막으로 폐하 차례입니다. 잠시 실례를… 어라?!
「피에로」:
왜 그러지?
베스나: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베스나:
(폐하의 생명의 인장에는 단 하나의 기억조차 없어! 그저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눈뿐이야. 마치 동토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것만 같아)
베스나:
(말도 안 돼… 설마 폐하의 삶에는 즐거운 기억이 단 하나도 없는 걸까?)
베스나:
(하지만 이 생명력은 분명히 존재해… 이상하네)
미탸:
이 정도 생명의 인장으로 충분할까요? 죽음의 집정관에 맞서려면…
「산드로네」:
초기 연구엔 이 정도면 충분해. 모자라면 그때 가서 다른 수를 찾아보면 돼
아나스타샤:
미탸, 너도 산드로네의 실험을 도와
아나스타샤:
생명력을 다루는 법을 연구해 죽음의 집정관에 맞서는 것——그것이 현재 가장 중요한 일이다
미탸:
명 받들겠습니다, 폐하
아나스타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경들은 지체 없이 행동에 나서도록
「판탈로네」:
…폐하, 아직 염려되는 사안이 있어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아나스타샤:
그래, 따라오거라. 가면서 마저 듣도록 하지

동토에 모인 별빛
여왕을 통해, 전임 천사장이 생명의 집정관의 권능 일부를 빼돌려 바람 요정 일족에게 맡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황이 긴박한 지금, 베스나는 그 작은 권능으로 생명의 인장을 추출해 죽음에 맞서기로 했다
방으로 돌아가서 쉬기
페이몬:
엥! 다니카, 네가 여긴 웬일이야?
다니카:
폐하께서 제게 며칠 휴가를 내려 주셨습니다
페이몬:
그래서?
다니카:
당분간 두 분의 숙식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옛뜰 식당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사과라고 생각해 주세요
페이몬:
좀 수상한데… 진짜 사과하러 온 거 맞아? 혹시 몰래 우리를 감시하려는 속셈은 아니고?
다니카:
그 점이라면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폐하께서 이미 조사를 중단하라 명하셨으니, 또 무례를 범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다니카: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일단 문부터 열어주시겠습니까?
방에 들어간 뒤, 다니카는 매우 빠른 속도로 방을 말끔히 정리했다
페이몬:
여기저기… 전부 반짝반짝해…! 진짜 대단해!
다니카:
하녀로서 가장 기본적인 소양입니다
다니카:
따뜻한 우유 두 잔 준비했습니다. 왼쪽 잔에는 꿀을 살짝 넣었어요. 페이몬 님은 달달한 걸 더 좋아하실 것 같아서요
페이몬:
맞아 맞아! 이 잔은 내 거라구!
여행자:
다니카 씨는 하녀 일을 얼마나 했나요?
다니카:
저 말씀이신가요? 예법과 기술은 오랫동안 익혔지만, 실제로 일한 지는 대략 3년 2개월 정도 됐습니다
다니카:
저희 포스텔니츠카야 가문은 3대째 폐하를 모시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외할머니도 궁정 하녀셨죠. 청소나 수납 같은 일은 어릴 적부터 연습해서 눈 감고도 할 만큼 익숙하답니다
페이몬:
어머니… 외할머니… 세상에, 그럼 족히 수십 년은 된 거잖아!
페이몬:
아, 맞네. 그러고 보니 여왕도 분명 엄청 오래 살았겠네… 어쩌면 여왕한테 수십 년쯤은 오히려 아주 짧은 시간일지도 몰라…
다니카:
외할머니께서도 가끔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인간인 우리는 그저 유한한 세월 동안만 폐하와 함께할 수밖에 없단다」
다니카:
「그러니 폐하를 따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거라. 그래야 그분의 자애를 저버리지 않을 수 있다」고요
다니카:
…폐하께서 진정 본인 말씀처럼 그런 분이셨다면, 애초에 제가 원하는 길을 가도록 허락해 주셨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다니카:
설령 천리의 저주가 없었더라도 폐하께선 분명… 아, 제 실언입니다. 감히 폐하의 깊은 뜻을 헤아리는 건 저희가 할 일이 아닙니다
여행자:
……
페이몬:
저기… 네가 하고 싶다던 일이 혹시 용병이 되는 거였어?
다니카:
네, 맞아요. 아버지가 세상을 누비는 용병이셨거든요. 어릴 땐 하녀로 길러졌지만, 아버지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바깥세상을 꿈꾸곤 했어요
다니카:
폐하께서 제게 꿈을 펼칠 기회를 주셨어요.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설득해서 제가 저 먼 세상으로 모험을 떠날 수 있게 허락해 주셨죠
다니카:
스승님 밑에서 무예를 갈고닦은 뒤, 마침내 여정에 올랐어요. 그리고 조국이 저를 필요로 할 때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여행자:
기회가 된다면, 다니카 씨의 모험 이야기도 들려줘요
다니카:
여행자님 역시 훌륭한 모험가이시니, 저의 여정도 분명 어떤 울림을 얻을 수 있겠죠
다니카:
시간이 늦었습니다. 아쉽지만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가도록 하죠
다니카:
따뜻한 음료 덕분에 잠이 오실 테니 이만 푹 쉬세요. 쌀쌀한 밤이지만 포근한 꿈을 꾸시길 바랄게요
페이몬:
하암… 진짜 잠이 솔솔 오네. 그럼 다음에 또 보자!
다니카:
또 뵙겠습니다
페이몬과 대화하기
페이몬:
이상하네, 밖이 왜 이렇게 시끄러워… 다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지?
밖에 나가서 상황 살피기
수리코프:
그 소문 들었어? 방금 겨울군 병사가 생명의 인장인가 뭔가 하는 걸 기증하고 갔대
멘시코프:
생명의 인장? 그게 뭔데?
수리코프:
사람의 생명력과 관련된 거라던데, 그걸 뽑아내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대
멘시코프:
그거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수명이 몇 년은 깎일지도 모르잖아
수리코프:
에이, 설마 그 정도겠어? 예전에 의료 물자 비축할 때도 헌혈하면 수명 줄어든다고 호들갑 떠는 사람들 많았잖아? 근데 결국 아무 일도 없었고
멘시코프:
그것도 그렇네…
여행자:
(생명의 인장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이 퍼졌다고? 어떻게 된 거지…)
광장에서 사람들의 반응 살펴보기
여행자:
(어딜 가나 생명의 인장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여행자:
(죽음의 집정관에 관한 부분은 새어 나가지 않은 듯하다. 사람들은 그저 새로운 문제가 생겼고, 이를 해결하려면 대량의 생명의 인장이 필요하다는 것만 알고 있다)
여행자:
(우연히 소문이 샌 걸까, 아니면 누군가 일부러 흘린 걸까? 다들 얼음 궁전 쪽으로 몰려가고 있는데, 따라가서 확인해 봐야겠어)
라긴:
벨로제르스키 의원님, 인터뷰 부탁드립니다! 폐하께서 수집 중이라는 생명의 인장이 사람의 생명력에서 비롯됐다는 게 사실입니까?
스코르나야:
대체 왜 그런 걸 수집하는 겁니까? 정말 쓸모가 있어서입니까, 아니면 소수의 사심 때문입니까?
타로프:
비켜요, 비켜! 좀 제대로 된 질문 좀 할 수 없습니까?
타로프:
폐하께선 대체 왜 생명의 인장을 수집하시는 겁니까? 무슨 큰일이라도 생기신 건가요? 우리 일상에도 지장이 생기는 일인가요?
스트루지나:
얼마나 더 모자란 겁니까? 부족하면 어쩌죠? 저희도 겨울군처럼 생명의 인장을 보탤 순 없나요?
벨로제르스키:
여러분, 일단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벨로제르스키:
현재 파악된 바로는, 겨울군 병사들이 조직적으로 생명의 인장을 일부 기증한 건 사실입니다. 다만 아직 시민 여러분을 위한 창구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벨로제르스키:
생명의 인장 용도는 아직 여러분께 비밀로 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폐하께서 계시는 한 어떤 어려움이든 바로 해결될 테니까요
트루닌:
겨울군은 늘 폐하를 호위하며 위험한 적과 맞서 싸우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그들부터 생명의 인장을 내놓으라 할 수 있습니까?
베드린:
맞습니다! 의원님들부터 솔선수범하셔야죠!
벨로제르스키:
그건…
「판탈로네」:
벨로제르스키 씨, 평의회에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일 텐데, 이만 가 보시지요
「판탈로네」:
여러분의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방금 제가 폐하께 상황을 보고드렸고, 폐하께서도 생명의 인장 기부 창구를 더 확대하는 데 흔쾌히 동의하셨습니다
「판탈로네」:
관료와 귀족들은 의무적으로 기증해야 하며, 여러분께서도 뜻을 함께하고자 하신다면 언제든 북국은행을 방문해 동참하실 수 있습니다
「판탈로네」:
여러분께서 제공하신 생명의 인장은 북국은행의 가장 안전한 금고에 보관되어 철저한 관리를 받게 됩니다. 물론 북국은행 측에서도 그에 대한 보답으로 소정의 「이자」를 쳐 드릴 예정입니다
타로프:
이자? 생명의 인장을 기증하면 돈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까?
「판탈로네」:
물론이지요. 여러분께서 이토록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시는데, 저희도 확실하게 성의를 보여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판탈로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북국은행으로 오셔서 차례대로 신청해 주시길 바랍니다. 더 이상 얼음 궁전 앞이 혼잡해지는 건 곤란하니까요
오데트:
…너희 생각은 어때?
알료샤:
난 높으신 분들은 영 못 믿겠어. 하지만 나라가 진짜 위기라면 나도 구경만 하진 않을 거야
알료샤:
대부분의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같은 생각일 거라고 믿어
보댜니차:
맞는 말이야. 폐하께서 생명의 인장을 필요로 하시니, 우리도 힘을 보태자!
오데트:
나도 찬성이야! 얼른 따라가자
북국은행으로 가기
즈메이나:
안녕하세요. 손을 여기에 올려주세요. 네, 이 등 위에요
오데트:
이렇게요?
즈메이나:
됐습니다. 생명의 인장 추출이 완료되었습니다. 기여에 감사드립니다
즈메이나:
고객님의 생명의 인장은 북국은행에서 안전하게 보관하겠습니다. 아래 약관도 확인해 주세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배상 규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알료샤:
생각보다 별거 없네
보댜니차:
예전에 의료 비축 계획에 참여했을 때랑 좀 비슷한 느낌이야. 머리가 살짝 어질어질하긴 한데, 별문제는 없어
보댜니차:
다들 방금 봤어? 생명의 인장 가운데 있던 그 알록달록한 구슬 말이야. 안을 들여다보니까 어떤 기억들이 보이더라
오데트:
봤어. 엄청 옛날 기억이던데, 별거 아니었어
알료샤:
난 투가린이랑 설원을 신나게 달렸어. 녀석의 첫 사냥이었는데 눈 속에 숨으려던 토끼를 낚아챘지
알료샤:
그 녀석이랑 사냥 못 나간 지도 꽤 됐네. 눈보라만 멎으면…
베스나:
흐아—— 진짜 힘드네. 어라? 여행자, 페이몬. 너희도 온 거야?
베스나:
그리고 오데트에 보댜니차까지… 다들 원래 아는 사이였나 보네. 이분은?
알료샤:
전 알료샤, 외지에서 온 사냥꾼입니다. 설마 두 분은…
베스나:
난 겨울군 사령관 베스나야. 이쪽은 폐하 곁을 모시는 하녀장 다니카고
다니카:
안녕하세요, 여러분
페이몬:
베스나, 저 등은 대체 뭐야? 어떻게 저것도 너처럼 생명의 인장을 추출할 수 있는 거야?
오데트:
「너처럼」? 설마 생명의 인장을 추출할 수 있나요?
베스나:
잠깐, 잠깐. 설명하려면 좀 복잡하니까 차근차근 얘기해 줄게
베스나:
사실 나에겐 생명의 인장을 추출할 수 있는 힘이 있어. 말하자면 좀 길지만 짧게 요약하는 건 또 아주 쉽지. 한마디로: 집안 내력이야
베스나:
나 혼자서 그 많은 사람의 생명의 인장을 다 추출해 줄 순 없잖아. 그래서 산드로네 님의 도움으로 내 힘을 다시 나눠 이 등을 제작했지
베스나:
그러면 내가 없어도 시민들이 북국은행에서 생명의 인장을 추출하고 맡길 수 있거든. 참 편하지?
베스나:
아침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거든. 폐하의 부름에 이렇게 많이들 오실 줄이야. 아, 두 사람도 생명의 인장을 추출하러 온 거야?
베스나:
진작 알았으면 내가 직접 도와줄 걸 그랬네. 이참에 두 슈퍼스타와 친해질 기회였는데! 나 사실 팬이거든
오데트:
아까 조례 때 뵀었죠… 대화할 기회는 없었지만요. 겨울군 사령관님, 궁정 하녀장님… 두 분 명성이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잖아요
다니카:
폐하를 모시는 데 신분이 무슨 대수겠어요
베스나:
맞아, 맞아. 오늘 안면도 텄겠다, 다음에 병사들이 포토 카드를 부탁하면 나도 철판 깔고 찾아갈게
베스나:
그리고 좀 궁금한 게 있어. 이분은 본인을 사냥꾼이라 했는데… 사냥꾼이 어쩌다 스타나 여행자랑 이렇게 친해진 걸까?
베스나:
(관심사가 맞았던 건가, 아니면 함께 무슨 일을 했던 걸까? 마침 얼마 전 꽤 활발히 움직이던 민간 조직이 있었는데——)
페이몬:
그게, 우린…
베스나:
괜찮아, 그냥 조금 궁금했을 뿐이야. 하긴, 여행자라면 누구를 알고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 친구가 많다 보면 자연스레 시끌벅적해지는 법이야
보댜니차:
(완전 예리하네. 우릴 보는 저 눈빛, 딱 봐도 뭔가 눈치챈 것 같아)
페브초바:
여러분——제가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죠? 여행자님이랑 오데트 씨 맞으시죠?
여행자:
당신은…
페브초바:
저예요, 저! 페브초바요. 예전 오색얼음 마을에서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전 진작에 마물 밥이 됐을 거예요
페이몬:
아!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 같아. 근데 여긴 웬일이야?
페브초바:
마을 재건이 거의 끝나서 마지막 물자를 사러 왔거든요. 마침 생명의 인장 얘길 듣고 저도 힘 좀 보태려고요
페브초바:
마침 여기서 뵙네요! 저번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된 감사 인사도 못 드렸어요. 정말 다 여러분 덕분이에요.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오데트:
별말씀을요, 당연한 일인걸요. 마을 분들은 좀 어떠세요?
페브초바:
아직 다친 분들이 많지만 다들 금방 털고 일어나실 거예요. 휴, 조금만 빨리 나으셨어도 이번 생명의 인장 기증에 힘을 보태셨을 텐데 아쉽네요
페브초바:
지난번 마을이 파괴됐을 때 평의회와 군부에서 발 벗고 나서서 재건을 도와주셨거든요. 주민들 모두 그 은혜에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어 해요
베스나:
그럼 우리 오색얼음 마을에 한번 가볼까요?
다니카:
진심인가요?
베스나:
지금 딱히 급한 일도 없잖아? 바람도 쐴 겸 생명의 인장도 챙겨 오면, 폐하께서도 분명 허락하실 거야
페브초바:
정말요? 마을에 가서 생명의 인장을 수집할 방법이 있나요?
베스나:
물론이죠. 다들 어때?
보댜니차:
저랑 오데트의 다음 공연은 3일 뒤예요. 후딱 다녀오면 늦진 않을 거예요
알료샤:
이견 없어요
베스나:
그럼 가자! 어디 보자, 오색얼음 마을행 다음 열차가 언제더라?
다니카:
한 시간쯤 뒤면 출발합니다
베스나:
뭐라고? 그럼 서둘러야겠네. 얼른 가자!
오색얼음 마을로 가기
여행자:
(오색얼음 마을은 위기라곤 단 한 번도 없었다는 듯 평온하기만 하다)
여행자:
(고난에도 꺾이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은 정말 경이롭다. 우리의 노력이 이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생명의 인장 수집하기
베스나:
아주 어린아이들은 줄 서면 안 돼요.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도 돌아가 주세요!
보댜니차:
여러분, 순서대로 줄 서 주세요——
차긴:
이게 바로 생명의 인장이구나. 반짝반짝한 게 은근 예쁜데?
오데트:
이 증표 잘 챙겨주세요. 별일 없으면 나중에 생명의 인장을 돌려드릴 때도 저희가 올 텐데, 그때 이걸로 수령하시면 돼요
차긴:
아아, 네! 고마워요, 오데트 씨
투마노바:
방금 생명의 인장 안에서 반짝거리는 걸 봤는데, 그건 뭐야?
차긴:
베스나 씨 말로는 사람 인생에 담긴 「아름다운 추억」이라던데
투마노바:
뭐?! 그럼 어디 말해 봐, 네 기억 속 그 여잔 대체 누군데?
차긴:
아, 아니——그, 그건 돌아가서 설명할게…
베스나:
하하하하, 꼭 제대로 설명하게 하세요!
베스나:
오데트… 이번엔 다들 정말 고마워. 나 혼자였다면 이런 골치 아픈 자리는 도저히 수습할 엄두도 못 냈을 거야
오데트:
별말씀을요. 오히려 제가 더 놀랐는걸요, 베스나 씨. ——뭐랄까, 행동력이 정말 대단하시던데요
베스나:
행동력이라… 음, 칭찬 고마워. 다니카는 그런 근사한 표현은 할 줄 모르거든. 맨날 나더러 「기분 내키는 대로 일을 벌인다」고만 하니까
오데트:
북국은행에선 꽤 지쳐 보였는데, 오색얼음 마을 사람들도 돕고 싶어 한다는 페브초바 씨의 말에 흔쾌히 수락했잖아요
베스나:
그 사람이 빈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거든.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고, 마침 내가 도울 수 있다면 한번 와 보는 거지. 어차피 그리 힘든 일도 아니고
다니카:
겸사겸사 여행도 하고 말이죠
베스나:
물론이지, 사랑하는 다니카. 어디까지나 「겸사겸사」일 뿐이지만
다니카:
마을 사람들에겐 다 알렸어요. 오겠다는 사람도 전부 모였고요. 이 속도면 오늘 밤엔 돌아갈 수 있겠네요
베스나:
뭐야? 난 여기서 며칠 더 있다 가고 싶었는데
다니카:
겨울군 쪽에 아직 하셔야 할 일이 산더미잖아요. 전 스네즈나야성으로 돌아갈 열차편이나 알아볼게요…
알료샤:
오늘 밤에 하나 있긴 한데, 이 많은 생명의 인장을 다 싣기엔 무리일걸요
페이몬:
헤헤, 누가 열차 문제로 끙끙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페이몬:
이번엔 우리 전용 열차로 모두를 데려다주자!
베스나:
생명의 인장을 기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뭐라고? 전용 열차가 따로 있다고? 진짜야?
페이몬:
당연히 진짜지! 나중에 제대로 구경시켜 줄게!
베스나:
멋진데. 얼마나 큰 열차야?
오데트:
여기 증표입니다. 잘 챙겨주세요!
보댜니차:
줄이 거의 끝나 가요! 아직 차례가 오지 않은 분들도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금방 여러분 차례가 될 거예요!
그라즈노프:
어라… 내 장갑이 어디 갔지? 줄 서다 사람들에 치여서 빠졌나?
즈다나:
보댜니차 수석님을 극장 밖에서 뵙다니… 제 생명의 인장은 분명 수석님 공연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할 거예요…!
투마노바:
헤어지고 그 여자 다신 안 만났다며——!!
다니카:
…가서 상황 좀 정리하죠
베스나:
좋아! 나도 정신 바짝 차리고, 단숨에 생명의 인장 수집을 끝내볼까!
사람들과 대화하기
페브초바:
…마을에서 며칠 더 묵으시지 않고요?
다니카:
호의는 감사하지만, 돌아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베스나:
저희가 생각나시면 언제든 스네즈나야성으로 놀러 오세요, 하하
보댜니차:
배웅은 여기까지면 충분해요. 다들 이만 들어가 보세요. 다치신 분들 모두 얼른 나으셨으면 좋겠고, 내일도 좋은 날씨였으면 좋겠네요!
고르노바:
시간 나면 자주 들러주세요, 오데트 씨
오데트:
네, 그럼요. 그럼 먼저 가 볼게요. 다들 안녕히 계세요
페이몬:
안경, 안경. 들리면 응답해——
「잿빛 눈동자」:
수신 양호! 열차 상태 점검 중
「잿빛 눈동자」:
엔진 정상, 바퀴 정상, 차체 이상 무. 출발 준비 끝!
페이몬:
모두 탑승! 그럼 출발하자!
베스나와 대화하기
베스나:
자기만의 열차가 있다니 정말 부럽네~
베스나:
사실 나도 폐하께 열차 한 대만 내어달라고 청해봤는데, 단칼에 거절당했지 뭐야. 판탈로네 씨한테 빌려달라고 해봐도 늘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요리조리 빠져나가기만 하고
베스나:
음~ 아니면, 나한테 이틀만 빌려주는 건 어때? 내가 전속 기사가 돼서 신나게 드라이브시켜 줄게!
여행자:
운전할 줄 알아?
베스나:
면허가 있냐고 묻는 거라면, 그건 없어. 하지만 운전 실력 하나는 기가 막히거든. 내 겨울군 동료들이 산증인이라고
다니카:
커브에서 확 밟다가 세 명을 날려버려서 6개월간 운전 금지당했잖아요. 금지령이 풀리려면 아직 40일이나 남았고요
베스나:
야! 내 흑역사 좀 그만 까발려!
다니카:
자, 커피 세 잔이요. 이 두 잔엔 설탕 넣었어요. 맛있게 드세요
베스나:
사랑하는 다니카, 나도 오늘은 달달한 걸 마시고 싶은데
다니카:
제 업무에 당신을 시중드는 일은 없습니다. 필요하시면 알아서 가져가시죠
베스나:
서비스 정신은 어디다 팔아먹은 거야? 에휴, 어릴 때는 분명…
다니카:
동년배로서 말하는데, 어른 행세 좀 하지 말아주실래요
베스나:
동년배는 무슨! 내가 너보다 무려 두 달이나 더 일찍 태어났거든!
여행자:
두 달 차이면 확실히 동년배지
베스나:
너까지 그러기야?
페이몬:
그래도 너희가 겨우 두 달밖에 차이 안 날 줄은 진짜 몰랐어. 헤헤, 요정이라고 하면 왠지 엄청 오래 살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
베스나:
수명이 길다고 해서 벌써 오래 살았다는 뜻은 아니거든
베스나:
사실 예전엔 나도 굳이 나이 타령을 하진 않았어. 그런데 이 녀석이 여행을 다녀오더니만, 갑자기 세상 진지한 척 잔뜩 무게를 잡지 뭐야
베스나:
맨날 차가운 표정으로 쿨한 척이나 하니까, 오히려 나만 철없는 애처럼 보이잖아. 그래서 내가 언니라는 걸 자꾸 강조할 수밖에 없다니까
다니카:
첫째, 전 무게 잡지 않았습니다. 둘째, 나이만 헛먹었다는 게 더 불쌍하게 들리는군요
베스나:
하하, 안 들을래!
다니카:
……
여행자 & 페이몬:
……
페이몬:
그러고 보니 다니카, 아직 우리한테 여행 이야기 안 들려줬잖아! 전에 기회 되면 꼭 들려주기로 약속해 놓고선!
다니카:
좋아요. 딱히 비밀이랄 것도 없는걸요
다니카:
저희 아버지가 수메르의 용병이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처음 발을 내디딘 곳도 사막이었죠
다니카:
그곳에서 전 사막과 우림의 첨예한 대립을 보았습니다. 이해 따윈 없었고, 필요해 보이지도 않았죠. 오직 원한만이 모두를 앞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다니카:
고요하고 시린 밤, 우린 모닥불에 둘러앉아 사막 학자의 열변을 듣곤 했습니다. 참 뼈저리게 와닿더군요. 전쟁이야말로 티바트의 진리라니…
다니카:
그 후 폰타인으로 건너가 잿빛의 강 조직들과 자주 엮였습니다. 번듯하게 차려입고도 손에 피를 잔뜩 묻힌 자들도 있었죠
다니카:
온갖 암투에 멸망의 예언까지 떠돌아서, 알면 알수록 절망만 깊어질 뿐이었죠
다니카:
그 밖에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 나타, 신의 비호 아래 긴 꿈을 꾸는 리월, 온갖 위기에 빠진 이나즈마도 있죠…
페이몬:
헤헤, 네가 말한 그런 상황들은 이제 거의 다 해결됐어. 우리도 많이 도왔고!
다니카:
그럼 당신들이 없었다면요?
페이몬:
음, 그건…
다니카: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결국 다 해결은 됐겠지만, 지금처럼 순조롭진 않았을 거예요
여행자: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여행자: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기 때문에 이 여정이 뜻깊은 거고, 모두가 함께해 줬기에 그 대단한 일들을 해낼 수 있었던 거예요
다니카:
…역시 따뜻한 분이시네요. 그 말씀, 부정하진 않을게요. 우리도 함께 어려움을 헤쳐가고 있으니까요
다니카:
하지만 하늘의 주재자와 그 대행자들에 대한 제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그자들은 막강한 권력을 쥐고도 수많은 생명의 고통을 외면했으니까요
베스나:
게다가 나와 다니카의 선생님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버린 것도 바로 그들이야
페이몬:
어라? 너희 둘 다 「카피타노」의 제자였단 말이야?
다니카:
예전 스네즈나야에서는 재능 있는 아이들 중 선발 시험을 통과한 이들이 카피타노 님의 지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니카:
선생님은 항상 「불씨」를 남기고 싶다고 하셨죠…. 그땐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알겠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이별을 준비하고 계셨다는 걸요
베스나:
나랑 다니카도 카피타노 선생님 밑에서 처음 만났어. 학교도 같이 다니고 밥도 늘 같이 먹고 그랬지. 그때 다니카는 키가 진짜 딱 요만했었는데…
다니카:
어른 행세 좀 하지 마세요
다니카:
시간이 늦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이미 잠드셨으니, 저희도 일찍 쉬는 게 좋겠습니다. 모두 안녕히 주무십시오
베스나:
그래, 그럼 조금만 더 수다 떨다 자자. 왠지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 아, 맞다, 열차!
페이몬:
하하, 안 빌려줄 거야
베스나:
그럼 할 수 없지 뭐. 가만 생각해 보니까 직접 운전하는 것도 신나지만, 객실에 느긋하게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여유도 꽤 괜찮은걸
페이몬:
심경 변화가 빠르네…
베스나:
그런 말 자주 들어. 아무래도 내가 좀 사람 골치 아프게 하는 스타일인가 봐
베스나:
그래도 나랑 친구해서 절대 손해 볼 일은 없을걸?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 바로 달려갈 테니까
페이몬:
괜찮아. 우리는 정말 많은 친구를 사귀었고, 온갖 고생도 다 겪어 봤으니까
페이몬:
이번에는 네 덕분에 이렇게 많은 생명의 인장을 모을 수 있었어. 이 정도면 분명 그 죽음을 내리는 나쁜 녀석도 쓰러뜨릴 수 있을 거야
베스나: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 내 몸속에 줄곧 잠들어 있던 힘인데, 지금껏 제대로 빛을 본 적이 거의 없었거든
베스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야. 바람 요정 일족을 빼면, 애초에 나랑 폐하, 피에로 님, 그리고 나와 다니카의 스승님이 전부였거든
베스나:
스승님께선 정말 벼랑 끝에 내몰린 게 아니라면, 내 것이 아닌 힘에 너무 기대지 말라고 당부하셨어. 그 가르침만큼은 지금껏 철저하게 지켜왔지
베스나:
인간을 도우라고 우리 바람 요정에게 맡겨진 이 힘을, 정작 처음 쓰는 일이 인간에게 도움을 청하는 거라니… 막상 말하고 나니 좀 쑥스럽기도 하네…
여행자:
인간의 신뢰가 부담스럽게 느껴져?
베스나:
응? 아니아니, 전혀. 그냥 친구 같은 거지 뭐. 친구가 믿어주면 오히려 없던 힘도 막 솟아나잖아
베스나:
그래도 이 생명의 인장들을 꼭 지켜내겠다고 결심했어. 내가 직접 가져온 거니까… 후아암… 무사히 돌려주는 것까지 확실하게 책임져야지…
베스나:
진짜 졸리네. 나 먼저 눈 좀 붙일 테니까, 역에 도착하면 잊지 말고 꼭 깨워 줘야 해!
여행자:
(밤이 깊어지자 객차 안은 어느새 고요해졌고, 귓가엔 열차가 달리는 소리만이 맴돌 뿐이었다)
여행자:
(덜컹이는 흔들림에 슬슬 졸음이 밀려온다. 나도 잠깐 눈 좀 붙여야지…)
여행자:
……!
여행자:
(이상하네… 기분 탓인가? 방금 뭔가…?)
북국은행으로 가기
베스나:
운송 완료~
베스나:
퇴근, 퇴근! 돌아가서 한잔해야지
다니카:
저도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여러분. 다음에 또 뵙죠
알료샤:
우리도 슬슬 가자
알료샤:
난 스네즈나야 꼬치구이 좀 사러 갈 거야. 투가린한테 맛있는 것도 좀 먹일 겸. 너희는?
보댜니차:
맛있는 음식 이야기라면 나도 빠질 수 없지! 방금 막 《맛있고 건강한 스네즈나야 레시피》를 다 읽어서, 지금 내 머릿속엔 지식이 아주 꽉꽉 차 있거든!
보댜니차:
날 「미식가」 보댜니차라고 불러도 좋아
오데트:
미식 책 진짜 많이 샀네
보댜니차:
늘 마음껏 먹을 수는 없으니까, 이 한정된 배는 당연히 제일 가치 있는 음식으로 채워야지!
알료샤:
그럼 네 추천만 믿을게
페이몬:
맛있는 거라고? 그럼 우리를 빼놓으면 안 되지. 같이 먹으러 가자
리스나야:
오데트——다행이다, 여기 있었구나
오데트:
무슨 일이야?
리스나야:
우리 쪽 사람이 소식을 좀 알아왔는데…
오데트:
뭐라고? 걔네가 감히——
오데트:
……
보댜니차:
우리가 도와줄 일이라도 있어?
오데트:
여기서 얘기하긴 좀 그래. 일단 「늘 가던 곳」으로 가자
페이몬:
늘 가던 곳?
여행자:
「그곳」 말이지?
페이몬:
너희끼리만 알아듣는 얘기 하지 말라구! 에휴, 됐어 됐어, 그냥 따라갈게

마지막 한 수
오색얼음 마을에서 생명의 인장을 수집해 돌아온 오데트는 비밀 보고를 받았다…
극장 대기실로 가서 상의하기
페이몬:
늘 가던 곳이라는 게 여기였구나
알료샤:
무슨 일 있어, 오데트? 얼굴이 말이 아니네
오데트:
우리가 없는 동안, 스네즈나야성 뒷골목에서 수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어
오데트:
열차역에 정체불명의 「연락책」이 있는데, 수명을 늘려주는 서비스를 한대
보댜니차:
뭐?
알료샤:
설마——
여행자:
누가 생명의 인장을 도용하기라도 한 건가?
페이몬:
너무하잖아!
오데트: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생명의 인장으로 진짜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걸까? 베스나 씨가 없으니 확인할 방법도 없잖아
오데트:
하지만 생명의 인장이 빼돌려질 위기라는 건 분명해. 험한 말은 하기 싫지만, 진짜 무슨 짓이든 다 하는 인간들이 있거든
알료샤:
한겨울 계획 때랑 똑같아. 강도보다 더 악질적인 놈들이 어둠 속에 숨어서 이 나라의 피를 빨아먹고 있어
보댜니차:
생명의 인장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거야.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면서, 오직 순수한 믿음 하나로 그 귀중한 걸 선뜻 우리에게 맡긴 거지
보댜니차:
만약… 만약 생명의 인장을 나쁜 속셈을 품은 자들이 빼돌리기라도 한다면, 사람들 볼 낯이 없을 거야
여행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녀석 꼬리를 잡아보자고
알료샤:
응. 전에 우리가 손발을 맞췄던 것처럼 말이지
오데트:
하지만 내가 들은 정보에 따르면, 이번 상대는 꽤 신중해
오데트:
그 사람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노인들만 상대해. 그러니까 수명 연장이 필요한 사람들 말이야
보댜니차:
근데 우리 중엔 그런 사람이 없어… 어? 잠깐, 나한테 좋은 방법이 있어
알료샤:
왜 나를 봐? 포효단 사람들을 불러서 도와달라고 할까?
보댜니차:
아니아니! 지금 사람을 부르기엔 너무 늦었어! 이럴 땐 날 딱 믿어. 자, 이리 와, 이리 와!
보댜니차:
짜잔!
페이몬:
이, 이건——
여행자:
정말 감쪽같은 분장술이네…
오데트:
여기 조금 더 손보는 게 좋지 않을까?
알료샤:
……
알료샤:
흠…
알료샤:
근데 진짜 이런다고 그 녀석이 넘어갈까?
페이몬:
나도 처음엔 좀 의심했는데, 지금 보니까 진짜 될 것 같아
보댜니차: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알료샤, 이제 네 연기력에 달렸어!
알료샤:
알았어, 감 좀 잡아볼게. 미리 말해두는데, 난 연기 경험 없어
알료샤:
어험!—— 요즘 젊은것들은 참 버릇이 없구먼. 어른을 보고도 인사할 줄을 몰라
보댜니차:
통과
오데트:
아주 좋아. 이제 연락책의 질문에 어떻게 둘러댈지 입을 맞춰보자…
보댜니차:
이 정도면 준비는 완벽한 것 같아
페이몬:
알료샤? 빨리 따라와
알료샤:
젊은이, 이렇게 빠른 노인 본 적 있나?
오데트:
상황극은 이따 해도 돼. 가자
열차역으로 가기
알료샤:
(이 근처일 거야. 주변 경보는 다른 애들한테 맡기고, 접선은 내가 해야겠어. 단서를 바탕으로 최대한 빨리 상대를 찾아내야 해)
손님으로 위장해 연락책과 연락하기
아바자:
어르신, 뭘 찾고 계십니까?
알료샤:
콜록… 난…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다네
아바자:
당연한 일입니다.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죠. 차가운 관 속에 누워 다시는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공허함을요
아바자:
하지만 죽음이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 제가 그 두려움을 없애 드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죠
알료샤:
들었네… 자네가 수명을 늘려줄 수 있다고?
아바자:
물론이죠. 다만 작은 대가가 필요할 뿐입니다. 이쪽에서 이야기하시죠
아바자:
어르신, 저한테 말 걸기 전에 여기저기 묻고 다니시던데… 저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오신 거 맞아요?어르신, 제가 상대한 손님 중에서도 꽤 눈치가 빠르시네요. 별로 헤매지 않고 저와 단번에 접선하셨으니까요
아바자:
뭐, 됐습니다. 어르신 연세엔 헷갈리시는 게 당연하니까요. 우선 다음 주제부터 얘기해 보죠
아바자:
말씀드렸듯, 어르신의 수명을 늘려드릴 방법은 있습니다. 다만 약간의 대가가 따르죠. 예전엔 무슨 일 하셨습니까?
알료샤:
(출발 전에 연락책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입을 맞춰뒀지. 이 문제의 답은…)
알료샤:
장사를 했네사냥…?
아바자:
오, 상인이십니까? 차림새는 영 안 그래 보이는데요
알료샤:
화려하게 빼입었다가 벽난로의 집한테 찍히기라도 하라는 겐가?
아바자:
하긴 그렇군요. 요새 그놈들이 미친개처럼 닥치는 대로 사람을 잡아들이고 다니니, 몸 사리는 게 상책이죠
아바자:
그럼 이제 거래 얘기를 해보죠. 아시다시피 우리가 거래할 물건은 절대 극비 사항이니까요
아바자:
윗선 단속이 꽤 삼엄한데, 꼬리라도 밟히면 빠져나갈 구멍은 있으시겠죠?
알료샤:
나도 윗선에 사람 있네며칠 뒤면 스네즈나야를 떠날 걸세
아바자:
뒷배가 있다고요? 흥… 영 미덥지 않은데요
아바자:
저도 숱한 거물들을 상대해 봤지만, 늘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죠. 어르신 뒷배가 커 봐야 얼마나 크겠습니까?
아바자:
마지막 질문입니다. 여기 오신 걸 가족들도 아십니까?
알료샤:
그건 자네 물건이 진짜 효과가 있는지에 달렸네자식은 이제 없네
알료샤:
효과만 확실하다면, 내 전 재산을 자네한테 털어줬다고 말하진 않을 걸세. 아무도 자네를 귀찮게 하지 않겠지
알료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족들과 함께 자네의 행방을 끝까지 추적할 걸세
아바자:
(쳇… 꽤 성가신 사람이군)
아바자:
(하긴 세상 노인들은 다 고집불통이지. 아버지도 돌아가시기 전에 손에 들어온 돈은 절대 건들지 말고 정직하게 살라며 억지로 맹세까지 시켰으니까)
아바자:
(이렇게 보니 이 노인 수염, 아버지랑 좀 닮았네… 쳇,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난 돈에 손 안 댔어, 그저 조금 챙겼을 뿐…)
아바자:
꽤 믿음직한 협력자시군요.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볼까요?
알료샤:
크흠!… 젊었을 적에는 사냥으로 밥벌이 좀 했지
아바자:
(사냥꾼이었군. 수중에 큰돈은 없겠어…)
아바자:
스네즈나야를 떠난다… 현명하군요. 그게 유일하게 안전한 방법이니까요
아바자:
이미 대안을 생각해 두신 모양이니, 제가 더 말할 필요는 없겠군요
아바자:
그렇습니까? 안타까운 일이군요.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아바자:
(딱 좋군. 자식 없는 늙은이는 뒤탈이 없어서 편하지. 혼자 사는 노인네가 내 행방을 쫓을 기력이나 있겠어?)
아바자:
음, 여러모로 따져보니 어르신은 꽤 괜찮은 거래 상대군요
아바자:
따라오시죠. 구체적인 거래 조건부터 맞춰봅시다
아바자:
아시다시피, 그 물건은 지금 북국은행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손에 넣기가 쉽지 않지요
아바자:
500만 모라입니다. 어르신께 작은 금액은 아닐 수 있지만, 이게 최저가입니다2천만 모라입니다. 어르신, 왕년에 상인이셨으니 이 정도 돈쯤이야 거뜬하시겠죠?
아바자:
이틀 뒤 여기서 거래합시다. 모라를 가져오시면 원하시는 걸 드리죠…
알료샤:
(거의 다 됐어. 날 완전히 믿는 눈치고, 이 근처엔 도망칠 길도 없어)
알료샤:
……
아바자:
음? 뭐 하는 겁니까? 이거 놓으세요——!!
아바자:
이야기는 이쯤 하죠. 갑자기 만나야 할 고객이 생각났거든요
아바자:
내일 여기서 다시 뵙죠… 어라, 여긴 어쩐 일이세요?
비흐레바:
안녕하세요?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오데트:
녀석이 도망친다! 쫓아가!
페이몬:
우리는 앞에서 막을게!
알료샤의 위장이 들통나고, 황급히 도망친 아바자를 쫓아 열차역에서 추격이 시작됐다…
알료샤:
거기 서!
아바자:
서라면 설 줄 알아? 사람 잘못 봤네, 웬 노인네가 이렇게 빨라?
알료샤:
조심해, 열차가 온다
아바자:
얌전히 열차에 치여 날아가 버려!
당신은 가장 빠른 속도로 아바자의 도주 경로를 차단한다…
페이몬:
거기 서!
보댜니차:
이제 더는 도망칠 구석이 없나 보네요, 범인 씨
아바자:
매복하고 있었다니… 진짜 비겁하잖아!
알료샤:
비겁하다니요. 순순히 따라오시죠
용의자 심문하기
아바자:
여러분, 굳이 이렇게 얼굴 붉힐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아바자:
보아하니 여러분도 다들 이름깨나 있는 분들 같은데요. 보댜니차 수석, 오데트 양…
아바자:
서로 제 갈 길 가면서 각자 돈이나 버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오데트:
다들 그렇게 제 갈 길만 가니까, 정작 해야 할 일은 아무도 안 하는 거 아니겠어요?
오데트:
말해 보세요. 생명의 인장은 어디서 났죠?
아바자:
생명의 인장이라뇨?
아바자:
전 그런 거 없습니다. 생사람 잡지 마시죠. 다짜고짜 사람을 납치하다니, 당장 평의회에 항의할 겁니다!
알료샤:
보아하니 꽤 독종이군
아바자:
뭘 하려는 겁니까? 고문이라도 하게요?
알료샤:
난 공직자가 아니라 보통 사냥꾼일 뿐이거든. 그러니 고문 취조라 할 순 없지
아바자:
총, 총부터 내려놔! 사람 살려——!!
보댜니차:
음… 어쩐지 아까부터 낯이 익더라니. 이 아저씨, 북국은행에서 일하는 사람 맞지?
아바자:
……!
보댜니차:
제가 사람 얼굴 하나는 잘 기억하거든요. 정확한 시간은 가물가물하지만, 예전에 북국은행에 물건을 맡기러 갔을 때 절 안내해 준 사람이 당신이었던 것 같은데요
아바자:
그런 일이 있었나요? 보댜니차 수석님은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시니, 잘못 보신 거겠죠
보댜니차:
그럴 리가요. 아까 살려달라고 외치실 때 목소리가 워낙 쩌렁쩌렁하고 튀었거든요. 덕분에 제 예상이 맞다는 걸 더 확신하게 됐죠
오데트:
숨겨봤자 소용없어요. 언제든 북국은행에 가서 확인해 보면 되니까요
아바자:
하아… 북국은행까지 들쑤시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꽤 높으신 분들이 얽혀 있거든요
오데트:
높으신 분들이요?
아바자:
집행관급이라면요?
보댜니차:
북국은행의 집행관이라… 설마 「판탈로네」 님을 말하는 건가요?
알료샤:
별로 설득력이 없군. 그 정도로 큰 사건이라면 이렇게 단독 행동을 할 리 없겠지
알료샤:
순순히 협조해. 다음은 없어
아바자:
말할게요, 말하면 되잖아요——저기, 일단 총부터 내리고 말로 합시다
아바자:
그날 평소처럼 북국은행 입출고 기록을 확인하는데, 금고 안의 생명의 인장 수량이 기록이랑 안 맞더라고요. 몇 개 비어 있었죠
아바자:
그 금고는 평소 「판탈로네」 님만 자유롭게 드나드실 수 있거든요… 여러분도 이 얘기를 들으면 저랑 똑같은 결론을 내리시겠죠
아바자:
「판탈로네」 님마저 생명의 인장에 손을 대셨길래, 저도 슬쩍 한몫 챙겨볼까 했죠. 그래서 판로 좀 알아보러 나온 건데, 이렇게 될 줄은…
알료샤:
이번엔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네
보댜니차:
들어보니 아직 생명의 인장을 본격적으로 팔진 않았나 봐. 우리 쪽 손해도 그리 크지 않고
보댜니차:
설마 이 일에 「판탈로네」가 엮여 있을 줄이야… 북국은행 은행장씩이나 돼서 생명의 인장을 빼돌린다고?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어
오데트:
어쩌면 진짜일지도 몰라
오데트:
예전에 로잘린한테 들은 적이 있어. 「도토레」가 별의별 실험을 다 했는데, 그중엔 생명에 관한 연구도 꽤 많았대
오데트:
피해 본 사람도 많지만, 오히려 덕을 본 사람도 있댔어. 그중엔 「어느 집행관 동료」도 있었다고
페이몬:
그러니까 네 말은…
오데트:
어디까지나 추측이야. 「도토레」도 없겠다, 「그 집행관 동료」가 생명의 인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알료샤:
확실히 일리 있는 추측이네
보댜니차:
집행관이 얽혔다니, 조사하기 꽤 골치 아프겠는걸
오데트:
그러게. 일단 폐하의 허락부터 받아야지. 내일 말씀드릴까? 아니면——
여행자:
여왕 폐하가 내게 얼음 궁전을 자유롭게 출입할 권한을 줬어. 내가 가서 말해 볼게
오데트:
응, 그럼 내일 점심에 옛뜰 식당에서 보자. 폐하의 뜻을 들어보고 다음 계획을 짜는 거야
오데트:
범인은 일단 우리가 맡을게. 타초경사하면 안 되니까
여왕에게 상황 설명하기
아나스타샤:
이 밤중에 찾아오다니,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건가?
페이몬:
여왕, 베스나, 내 말 좀 들어 봐. 생명의 인장이 위험해——
얼음 여왕과 베스나에게 범인의 자백, 특히 「판탈로네」에 대한 부분을 낱낱이 보고했다
아나스타샤:
꽤 쓸 만한 보고군. 잡아 온 범인은 내무국에 넘기도록 해
아나스타샤:
판탈로네라면… 자존심상 그런 일에 낄 리가 없지
페이몬:
그치만…
베스나:
폐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자자, 얼른 가자. 밖까지 바래다줄게
여행자:
(우린 아직 「판탈로네」와 직접 부딪혀본 적이 없으니, 속내를 파악하기 힘든 건 사실이야)
여행자:
(하지만 평의회에서 「판탈로네」를 처음 봤을 땐,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
그 규칙이 정말 옳은 걸까요? 하늘 높은 곳에 있는 천리는 과연 현명할까요, 아둔할까요? 세계의 권력을 쥔 일곱 신이 타락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하죠?
여행자:
(그때… 그 사람의 느낌… 내 생각이 맞다면, 판탈로네는 얼음 여왕에게 그리 큰 충성과 존경심을 품고 있지 않은 것 같아)
베스나:
아직도 맘이 안 놓여?
베스나:
음~ 너도 나름의 이유가 있나 보네
베스나:
사실 방금 생각난 건데, 내가 북국은행에 맡겨 둔 물건이 하나 있거든. 슬슬 찾으러 가볼까 해
베스나:
어차피 가기로 한 거, 생명의 인장이 있는 금고를 슬쩍 들여다보는 것쯤이야 대수도 아니지
페이몬:
엥? 우리랑 같이 조사해 주겠다고?
베스나:
조사? 내가 언제 조사한댔어?
페이몬:
헤헤, 고마워, 베스나. 넌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베스나:
고맙긴. 생명의 인장은 우리가 같이 가져온 거잖아. 나도 무사한지 챙겨야지
베스나:
가자, 북국은행으로
프런트 직원과 대화하기
즈메이나:
네, 베스나 씨. 물품 수령 신청 확인했습니다. 지금 바로 처리해 드릴까요?
베스나:
지금 바로 부탁할게요. 급히 쓸 데가 있어서요. 고마워요
즈메이나:
알겠습니다. 글루호프, 이리 좀 와 봐——베스나 씨를 금고로 안내해서 맡겨 둔 물품을 찾아 드려
글루호프:
세 분 같이 오셨나요?
베스나:
이쪽은 제 친구들인데 북국은행은 처음이에요. 여기 보안이 워낙 철저하다고 했더니 직접 구경하고 싶다네요
글루호프:
하하, 그럼 두 분도 베스나 씨와 함께 제대로 한번 둘러보시죠. 분명 이번 경험이 앞으로 북국은행을 선택하실 확실한 이유가 될 겁니다
글루호프:
자, 세 분, 이쪽으로 오시죠
베스나와 대화하기
글루호프:
안녕하십니까.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발밑 조심하십시오
글루호프:
이 열차를 타시면 물품이 보관된 금고로 이동합니다. 도착하시면 다른 직원이 고객님을 모실 겁니다
은행 지하 열차 타기
페이몬:
엄청 크다—— 지하에 이렇게 넓은 곳이 있다니!
페이몬:
여긴 건물이 엄청 많네! 안에는 전부 금고야?
베스나:
맞아. 하지만 우리가 찾는 곳은 여기가 아니야. 금고 구역은 등급별로 나뉘는데, 여긴 초급 구역일 뿐이거든
베스나:
어떻게든 제일 깊숙한 금고로 들어가야 해. 보안이 가장 철저한 곳이니까 생명의 인장도 분명 거기 있을 거야
직원 따라가기
카르포프:
이쪽은 계단이 많으니 발밑을 조심하세요
페이몬:
와… 지하에 이렇게 멋진 건물을 짓다니, 보통 힘든 게 아니었겠는데?
카르포프: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북국은행은 항상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카르포프:
이 건물들은 단순한 미관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저희의 실력을 증명하고, 저희를 선택해 주신 고객분들께 더욱 안심을 드리기 위함이지요
카르포프:
권한키를 이곳에 올려주십시오.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도 절차상 신원 확인은 거쳐야 해서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베스나:
괜찮아요. 그 철저한 절차 때문에 북국은행을 선택한 거니까요
페이몬:
카드를 두 종류나 찍어야 해? 엄청 까다롭네…
카르포프:
권한 승인 완료. 1074번 금고를 꺼냅니다
카르포프:
금고 관리인이 보관품을 꺼내 오는 중이니, 휴게실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베스나:
비밀 통로가 아직 있다면, 이 근처에 출구가 있을 텐데
페이몬:
방금 둘러봤는데, 딱히 수상한 곳은 못 찾았어…
베스나:
「바람 샐 틈 없는 벽은 없다」잖아. 다시 꼼꼼히 찾아보자
비밀 통로 찾기
카르포프:
안녕하세요, 베스나 님. 북국은행에 맡기신 물품이 도착했는데 들어가도 될까요
베스나:
들어오세요
카르포프:
북국은행을 믿고 선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지품을 잘 챙기시고 해당 열차에 탑승——
페이몬:
엄, 엄청 빨라!
베스나:
어디 보자… 찾았다! 내부 직원용 권한키랑 무전기야. 혹시 모르니 챙겨 둬. 가자, 비밀 통로로 데려가 줄게
금고에 잠입하기
라도프:
카르포프, 교대하러 왔어?
베스나:
방금 고객님과 물품 수량을 확인하고 있었어. 지금 가는 중이야. 걱정 마
베스나:
잘 넘겼어, 계속 가자
금고에 잠입하기
베스나:
다음은 이쪽으로… 엇, 얼른 숨어! 여기 누가 있어
마로조프:
점검 이상 무, 철수한다
푸스토바:
퇴근이다, 퇴근~
베스나:
이제 권한키를 여기에 대면… 권한 부족? 게다가 고급 권한키가 두 장이나 필요하다고?
페이몬:
어떻게 된 거야
베스나:
우릴 안내한 직원은 여길 통과할 권한이 없었나 봐. 마지막 금고가 코앞인 게 확실해
베스나:
옆문이 열려있네, 일단 들어가서 찾아보자
금고에 잠입하기
마로조프:
거기 서! 어느 부서 소속… 아니! 침입자다!
베스나:
해치워! 지원을 부를 틈을 주면 안 돼!
금고에 잠입하기
베스나:
이쪽이야, 이쪽
베스나:
마지막 금고는 이 앞일 거야. 판탈로네 씨 말로는 근처 은행장실에 금고를 여는 단서가 있을 거랬거든
베스나:
어디 있지? 아, 이건가 봐
「판탈로네」:
기억력이 좋으시군요
「판탈로네」:
그렇다면 베스나 양, 제가 했던 다른 말도 기억하십니까? 오기 전에 제게 미리 언질을 주시는 게 좋을 거라고요
페이몬:
에에엑——!!
페이몬:
이런 데서 다 만나네? 잠깐, 네 손에 든 그건——
여행자:
생명의 인장…
페이몬:
너, 너 진짜 생명의 인장을 빼돌리고 있었구나!
베스나:
아니, 아니, 일단 잠깐만. 저 사람이 들고 있는 건 증거가 안 돼. 저건 본인 거니까
베스나:
죄송하지만 판탈로네 씨, 생명의 인장을 횡령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판탈로네」:
이상할 것도 없죠. 북국은행의 조타수로서 받은 제보만 모아도 상급 보관실 하나쯤은 거뜬히 채울 테니까요
「판탈로네」:
하지만 여러분은 아십니까? 그토록 빗발치는 의혹에도 폐하께서 어째서 생명의 인장 수집 업무를 북국은행에 맡기셨는지
페이몬:
왜?
「판탈로네」:
답은 간단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약속을 지키기 때문이죠
「판탈로네」:
제가 집행관이 되기 전까지, 스네즈나야엔 국영 은행이 없었습니다. 경제의 명맥이 지도자의 손을 벗어나 각 세력이 제멋대로 굴었죠
「판탈로네」:
그때는 인간은 인간의 규칙대로, 요정은 요정의 관습대로 움직였습니다. 우인단이 이 모든 걸 통합해 북국은행을 세운 덕분에 더 나은 체계가 완성된 겁니다
「판탈로네」:
이후 수백 년간 우리는 이 체계로 쌓아 올린 신용을 발판 삼아 숱한 위기를 헤쳐왔습니다. 오늘 마주한 이 곤경조차도 마찬가지입니다
「판탈로네」:
늘 더 나은 규칙을 추구해 온 제가 제 손으로 그걸 저버리겠습니까? 원금 없는 수익은 없다는 것쯤은 은행가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여행자:
그 집착이 목숨보다도 중요한가요…?
「판탈로네」:
그 이치는 저보다 여러분이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판탈로네」:
인간은 부와 생명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를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여겨야 하죠
「판탈로네」:
결국… 구차하게 사는 건 죽음보다 비참한 법입니다
베스나:
폐하께선 당신의 그 긍지를 높이 사셨고, 스네즈나야의 편에 설 거라 판단하셨죠
페이몬:
하지만 우린 이미 다 들었다구! 금고 안의 생명의 인장 수량이 입고 데이터랑 안 맞는다며
페이몬:
네가 아니면 대체 누가 생명의 인장을 빼돌릴 수 있다는 거야?
「판탈로네」:
그러게 말입니다. 대체 누가 철통같은 경비를 뚫고 북국은행에 몰래 침입할 수 있었을까요? 저도 그 답을 얻고 싶어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겁니다
경보음:
삐——
베스나:
이건…
「판탈로네」:
곧 진실을 알 수 있겠군요. 쉿… 목소리를 낮추세요. 타초경사는 금물입니다
「판탈로네」 따라가기
페이몬:
이, 이, 이, 이게 대체 뭐야!
여행자:
생명의 인장을 먹는 건가…?
페이몬:
젠장, 설마 죽음의 집정관이 우릴 방해하려고 보낸 거야?
베스나:
아니야. 저 힘은——생명의 집정관의 기운이야
베스나:
저 녀석, 생명의 집정관이 보낸 거였어
「판탈로네」:
어디서 왔는지 따윈 중요치 않습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에겐 똑같은 골칫거리가 생겼으니까요
신비한 마물 처치하기
movie
라인도티르:
참 이상하단 말이야——
라인도티르:
다들 아쉬워하는 표정인데 오직 당신, 아나스타샤 여왕만은 조금의 동요도 없어 보이네
아나스타샤:
드디어 만났군, 생명의 집정관
아나스타샤:
그냥 라인도티르라고 부르지. 얼굴 한 번 보기 참 쉽지 않군
아나스타샤:
그래서, 판탈로네. 하고 싶은 말이 뭐지
「판탈로네」: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폐하. 생명의 인장을 수집해 죽음에 맞선다——이 완벽해 보이는 계획에도 풀기 힘든 모순이 존재합니다
「판탈로네」:
죽음의 집정관에 맞서려면 막대한 생명의 인장이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이토록 대규모로 수집한다면 생명의 집정관이 경계할 수밖에 없겠죠
아나스타샤:
그 정도는 이미 예상했다
「판탈로네」:
음? 흠…
라인도티르:
좋아. 도와줄게, 로노바
라인도티르:
다만 말이야, 너와는 다르게 난 스네즈나야에 아는 얼굴이 좀 많거든
라인도티르:
예전처럼 뒤에 숨어서, 먼저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거야. 괜찮지?
「판탈로네」:
…알겠습니다. 생명의 인장이 표면적인 계획이라면, 「생명의 집정관」 역시 돌파구를 여는 열쇠가 되겠군요
「판탈로네」:
허나 그녀를 만나기란 쉽지 않으니, 절대 피할 수 없는 판을 짜야 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폐하의 계획에 불을 지펴보겠습니다
「판탈로네」:
북국은행을 통해 스네즈나야 곳곳에 「폐하께서 생명의 인장을 수집하신다」는 소문을 흘리는 겁니다. 진위 모를 소문이 온 거리에 파다해지면 그녀도 별수 없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겠죠
아나스타샤:
한겨울 계획의 여파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생명의 인장을 모은다는 소식을 흘려도, 백성은 호응하지 않을 것이다
아나스타샤:
오히려 잘된 일이지.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을 테니
「판탈로네」:
그건 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시장엔 늘 한 치 앞도 모를 바람이 부니까요. 어쩌면 예상보다 더 폐하를 굳게 믿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판탈로네」:
그나저나, 폐하께선 생명의 집정관을 설득할 패를 쥐고 계십니까?
아나스타샤:
걱정할 필요 없다. 패는 진작에 준비해 뒀으니. 나타나기만 하면 돼
라인도티르:
하아… 나라고 이런 가능성을 예상 못 했을까? 로노바와 너희의 골이 깊어질수록 어떻게든 날 포섭하려 들 테니까
라인도티르:
그래서 실패한 실험체가 존재해선 안 될 것들을 폐기하도록 내버려둔 거야. 이 일에 휘말리기 싫었거든
라인도티르:
너도 알잖아. 널 마주하는 건 참 심경이 복잡해, 아나스타샤 여왕
라인도티르:
그리고—— 이젠 로노바가 왜 널 싫어하는지 알겠네. 사사건건 우리 계획을 망쳐놓잖아
라인도티르:
어차피 마주친 거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너희가 아무리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도, 내가 로노바에 맞서는 걸 도울 일은 절대 없어
아나스타샤:
그 점은 나도 잘 알고 있지. 나 역시 그런 희박한 가능성에 기대를 걸 생각은 없다
아나스타샤:
내가 바라는 건… 그대들을 얼음 궁전에 손님으로 초대하는 것뿐이다.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 적당한 선에서 정보 교환이나 하자는 거지
나베리우스:
정말 정보뿐일까? 마신 바사가한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경계해야 할 것 같은데…
나베리우스:
그래도 바사가가 대체 어떤 정보를 줄지 좀 궁금하네? 진짜 솔깃한 내용이라면 수락 못 할 것도 없지
라인도티르:
흥미롭군. 어떤 정보로 교환할 생각이지? 나와 나벨 씨의 흥미를 끌 만한 건 그리 많지 않거든
아나스타샤:
내 손에 아스모데이의공간의 집정관 정보가 있다. 그대들도 분명 솔깃할 것 같은데
나베리우스:
설마…
라인도티르:
…아스모데이를 만났단 말인가?
아나스타샤:
그렇다. 우연한 기회였지
나베리우스:
꽤 흥미로운걸. 라인도티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아
라인도티르:
어쩐지 자신만만하더라니, 아나스타샤 여왕. 확실히 거절하기 힘든 정보야
라인도티르:
그래서, 우리한테서 뭘 알아내고 싶은 거지?
아나스타샤:
그대들이 내 정보에 관심이 있다면, 우선 내 초대를 응하는 건 어떤가
아나스타샤:
흔치 않은 기회이니, 나도 다시 생각해 보지… 대등한 가치를 지닌 질문을. 7일 뒤에 만나면 어떻겠나?
라인도티르:
좋아. 하지만… 질문이 너무 터무니없다면 대답은 거절하겠어
아나스타샤:
물론,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다른 화제를 선택해도 좋다. 이게 내 최대한의 성의다
나베리우스:
괜찮은 조건이군. 우리한테 주도권을 쥐여준 셈이니까
라인도티르:
나도 그런 상황은 원치 않아. 그저 대등하게 교류하길 바랄 뿐이지. 난 일방적으로 이득 보는 걸 즐기는 성격이 아니거든
라인도티르:
그럼 스네즈나야의 여왕, 7일 뒤에 보지
아나스타샤:
……
「판탈로네」:
교섭은 순조롭게 끝난 듯하군요, 폐하. 축하드립니다
여행자:
(…라인도티르는 여왕을 도와 로노바에 맞서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왕은 기어코 그녀를 얼음 궁전에 초대하고는 먼저 정보까지 내주었다…)
여행자:
(돌고 돌아 다시 원점이네. 라인도티르한테 정말 판세를 뒤집을 핵심 정보가 있는 걸까? 지금으로선 여왕을 믿어보는 수밖에)
아나스타샤:
경들이 품은 수많은 의문은 시간이 답하게 두어라
아나스타샤:
하늘의 오만함이 우리의 노력을 비웃어도 저항은 결코 헛되지 않다. 출발하라, 다음 계획을 시작할 때다
베스나:
후…
여행자:
좀 나아졌어?
베스나:
응, 다행인지 불행인지 생명의 집정관의 힘은 회수됐지만, 덕분에 힘이 폭주하면서 생긴 고통도 싹 사라졌어
베스나:
그보다——
베스나:
(라인도티르라는 여자가 모든 생명의 인장을 돌려주었을 때, 난 폐하의 것을 다시 마주했어)
베스나:
(내 착각이었을까? 생명의 인장에 깃든 기억은 사실 텅 비어 있던 게 아니었을지도…)
베스나:
(폐하의 등 뒤로 희미한 빛이 아른거려. 어쩌면 폐하께서도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눈보라 속에서 자신을 따르던 이들을 돌아보셨던 걸까)
페이몬:
왜 그래?
베스나: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도 슬슬 돌아가자
북국 은행 나가기
페이몬:
그러고 보니, 오늘 알료샤네랑 옛뜰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어
페이몬:
가자, 출발하자!
사람들과 식사하기
알료샤:
여행자, 페이몬! 여기야
페이몬:
다들 모였네——어라, 다니카랑 베스나, 너희도 있었어?
베스나:
밥 먹으러 왔다가 마침 마주쳤어. 너희끼리 편하게 얘기해, 우린 신경 쓰지 말고
보댜니차:
다 모였네!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른 얘기해 줘
보댜니차:
북국은행 지하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포효가 들리더니, 스네즈나야성이 지진 난 것처럼 흔들렸어. 그러고는 생명의 인장이 우리 몸으로 돌아왔고——
오데트:
오늘 아침 평의회에서 공지를 냈는데, 생명의 인장이 사명을 완수하고 어젯밤에 반환됐대
오데트:
손실된 부분은 북국은행이 배상 방안을 협의할 거래… 아무래도 우리가 다시 오색얼음 마을에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알료샤:
무슨 일 있었어? 어디 안 다쳤어?
사람들에게 어젯밤 겪은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
보댜니차:
일이 이렇게 꼬일 줄이야. 그 신비주의 거물까지 직접 나타나다니
오데트:
폐하께선 생명의 인장을 수집하면 그녀가 경계할 걸 진작 아셨던 모양이야. 그래서 이런 대비책을 남겨두신 거겠지
보댜니차:
그치만 베스나 씨의 힘은 뺏겨버렸잖아…
베스나:
나? 괜찮아. 어차피 내 것도 아니었으니 원래 주인한테 돌려준 셈 치지 뭐
보댜니차:
베스나 씨는 정말 쿨하시네요. 저도 그런 마음가짐이면 참 좋을 텐데요
알료샤:
그러게. 다들 다음 계획은 뭐야
오데트:
폐하께서 다음 계획이 있다고 하셨으니까, 난 우인단 쪽에서 대기하려고
보댜니차:
난 코롤료프스키 극단으로 돌아갈래. 일도 다 끝났으니 다음 공연을 멋지게 준비해야지! 알료샤, 넌 어떡할래?
알료샤:
나도 이슬 마을로 돌아가려고. 눈도 그쳤겠다, 드디어 사냥 나갈 수 있겠네
페이몬:
나랑 여행자은(는) 당분간 딱히 할 일도 없으니까, 근처에서 바람이나 쐬려구
보댜니차:
휴… 다음엔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오데트:
언젠간 다시 만날 거야
보댜니차:
하나도 위로 안 되거든! 여행자, 페이몬, 시간 나면 꼭 내 공연 보러 와
페이몬:
헤헤, 꼭 갈게!
알료샤:
너희 아직 여관에서 지내? 희귀한 사냥감 잡으면 너희한테도 좀 보내줄게. 스네즈나야는 추워서 고기도 오래 저장할 수 있거든…
베스나:
얍! 속았지, 다니카! 네 스테이크는 내 거야
베스나:
대신 이 채소는 답례로 줄게, 하하
다니카:
진짜 장난칠 때랑 척할 때 표정이 은근 다르시다는 걸 알고 계세요?
베스나:
어?
다니카:
힘을 잃어서 좋을 건 없잖아요
베스나:
흥. 폐하를 따르는 자가 그깟 희생을 신경이나 쓰겠어?
다니카:
신경 쓰는 거랑 마음 아픈 건 별개죠. 아무리 그래도 바람 요정 일족이 천 년이나 전승해 온 건데요
베스나:
…괜찮아, 우리 다니카. 난 그렇게 여리지 않아
「판탈로네」:
마침 알맞은 때에 온 듯하군요. 이 화제를 놓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베스나:
판탈로네 씨, 여긴 어쩐 일이시죠?
「판탈로네」:
북국은행에 맡겨두신 물건을 돌려드리러 왔습니다
베스나:
그건 이미 찾아가지 않았나요? 우여곡절이 좀 있긴 했지만…
「판탈로네」:
정식 절차로 맡겨두신 것들이 아니라, 바로 이겁니다
베스나:
이건…!
「판탈로네」:
생명의 집정관의 힘을 분리해 만든 등입니다. 북국은행이 대신 보관하며 생명의 인장을 수집하는 데 사용했죠. 이제 돌려드리겠습니다
「판탈로네」: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늘 약속을 지킵니다. 물론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않으시는 생명의 집정관께도 감사해야겠지만요
「판탈로네」:
더 이상 생명의 인장을 대규모로 수집하지만 않으면, 힘이 온전히 회수됐는지 꼬치꼬치 따지진 않을 겁니다
베스나:
정말 뜻밖의 선물이네요. 고마워요, 판탈로네 씨
「판탈로네」:
제게 감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모두 폐하의 안배니까요. 당신이 이 힘을 사용하는 걸 탐탁지 않아 한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곁에서 함께하도록 조금은 남겨두라 하셨죠
「판탈로네」:
정든 걸 잃으면 아무래도 허전한 법이니까요. 북국은행의 의뢰는 이로써 종결되었습니다. 그럼 여러분, 이만 실례하죠
베스나:
남아서 같이 뭐 좀 먹고 갈래요?
「판탈로네」:
사양하겠습니다… 이곳의 음식은 제 입맛에 안 맞아서요
베스나:
알겠어요. 어쨌든 전해줘서 고마워요. 지하에 방치한 차를 이틀만 빌려주면 더 좋겠지만요
「판탈로네」:
베스나 양의 신용으로는 그런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습니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아마 불가능하겠군요
다니카:
정말 잘됐네요
베스나:
폐하께서 이런 것까지 고려하셨을 줄이야. 역시 폐하께선…
베스나:
7일 뒤면 폐하께서 그 여자와 협상을 시작하실 거야. 난 폐하께서 반드시 상황을 타파할 방법을 찾아내실 거라고 믿어
???:
여행자, 페이몬?
페이몬:
이 목소리는——
페이몬:
리니! 리넷에 프레미네까지! 진짜 오랜만이야!
리니:
정말 너희구나. 여기서 이렇게 마주칠 줄이야
리넷:
안녕
프레미네:
오랜만이야…
페이몬:
스네즈나야에 온 뒤로는 통 못 봤네! 그동안 잘 지냈어?
리니:
바쁘긴 했지만 별일은 없었어. 요즘엔 아버지, 그리고 벽난로의 집 동료들이랑 같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거든
리니:
할 일이 제법 많았어. 각종 정보를 수집해 정리한다든가, 배신하려는 관료들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준다든가
리니:
응, 아버지께서 며칠 쉬라고 하셨어. 아버지는 군수궁에 가서 「피에로」 님을 만나 다음 일을 상의하신대
리넷:
안녕하세요, 이거, 이거, 이거, 그리고 이것도요…
리니:
프레미네, 네가 가서 리넷 좀 말려줘. 디저트 너무 많이 못 시키게
프레미네:
응, 가볼게
리넷:
…흥
리니:
너희는 요즘 별일 없지? 스네즈나야 날씨엔 좀 적응했고?
페이몬:
처음 왔을 땐 좀 낯설었는데 지금은 훨씬 나아졌어! 너희는 어때? 너흰 주로 폰타인에 있었던 것 같은데, 거긴 이렇게 춥지 않잖아
리니:
리넷은 추위를 좀 타는데, 나랑 프레미네는 그나마 나아
리니:
너흰 밥 먹었어? 같이 좀 먹을래
페이몬:
우린 방금 먹었어. 헤헤, 너희 먼저 먹어. 얘기는 나중에 천천히 하자구
여행자:
(페이몬도 알아차릴 정도로 리니 일행은 몹시 지쳐 보인다. 지금은 회포를 풀 때가 아니니 일단 푹 쉬게 두자)
리니:
그래, 그럼 일단 배부터 좀 채우고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리니:
스네즈나야에서 다시 만나 정말 반가웠어. 너희도 몸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