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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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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스네즈나야성에서 코롤료프스키 극단 수석 소프라노인 보댜니차를 만났다…
페이몬:
자, 오늘 의뢰도 다 끝났지? 너무 배고픈데, 우리 뭐 좀 먹으러 갈까?
페이몬:
둘 다 먹어도 돼? 헤헤, 진짜 다 먹을 수 있어, 너한테 먹어달라고 안 할게!
여행자:
페이몬은 매번 그릇을 싹싹 비우긴 했지…
페이몬:
그건… 너무 맛있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알았어, 그럼 이번엔 내가 쏠게!
페이몬:
우리… 아, 마침 옆에 식당이 있네. 여기 수프 진짜 맛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행자? 왜 그래, 뭘 보고 있어?
여행자:
저기…
보댜니차:
……
보댜니차:
…휴. 힘들어 죽겠네, 다음엔 오데트한테 응대를 맡겨야겠어
보댜니차:
아… 안 돼, 안 돼. 걔가 오면 분위기가 싸해질 텐데, 결국 내가 할 수밖에 없나? 하…
페이몬:
보댜니차, 안녕! 헤헤, 너도 맛있는 거 먹으러 온 거야?
여행자:
근데 테이블엔 차밖에 없는데…
보댜니차:
됐어. 이런 「친구」랑 같이 식사하면서 얘기하면, 뭘 먹든 아무 맛도 안 나거든
페이몬:
어… 그럼 왜 굳이 식당에서 만난 거야?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서 맛없게 변하는 걸 보면 더 괴롭잖아…
보댜니차:
하하, 다들 이런저런 이유로 말하기 싫어질 때, 적어도 나이프랑 포크로 먹는 척은 할 수 있잖아
보댜니차:
그렇게 하면 분위기도 안 깨고, 여기까지만 얘기하고 싶다는 뜻도 전할 수 있어
보댜니차:
——대신, 다들 뭐를 먹든 양초 씹는 것처럼 아무 맛도 안 나겠지
페이몬:
그 정도라고…?
보댜니차:
못 믿겠어? 그럼 직접 보여줄게. 하지만 그전에…
보댜니차:
안녕하세요! 주문할게요——
보댜니차:
이거, 이거, 그리고 이거요. 아… 페이몬은 아이스크림을 제일 좋아하지? 꿀 두 배로 해서 두 개 주세요
보댜니차:
이것도 하나, 어… 샐러드랑 호밀빵은 됐고, 훈제 소시지 두 접시 주세요
여행자:
너무 많아!
페이몬:
어? 나 혼자서는 이렇게 많이 못 먹는다구——
보댜니차:
괜찮아, 남으면 포장하면 돼. 어차피 내 얘기 다 들으면, 한 입도 못 넘길 테니까
리시나야:
…보댜니차, 이번 연회에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축하해, 이번 공연은 세상에 둘도 없는 최고의 무대였어
리시나야:
정말 인상 깊었어. 맨 앞줄에서 선명하게 네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페이몬:
우와… 좀 과장스럽긴 해도 어쨌든 칭찬이잖아. 나쁘진 않은데?
보댜니차:
단순한 칭찬 치고는 이런 거창한 연회까지 열 필요가 있나? 저 사람은 리시나야, 스네즈나야 한 상회의 사장이야
보댜니차:
맞아. 그걸로 소위 상류층에서의 인맥을 굳히려는 거지. 하… 「보댜니차 수석의 친구」라는 타이틀로
보댜니차:
…사실 우린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야. 예전에 리시나야는 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공연 보는 걸 좋아했어
리시나야:
안녕! 보댜니차, 오늘 공연 있어? 있으면 나 표 한 장 살래!
보댜니차:
리시나야, 내 공연 티켓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알아? 왜 줘야 하는지부터 들어 봐야겠어
리시나야:
난 네 노래도 좋고, 너도 정말 좋으니까!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최고야! 보댜니차
보댜니차:
정말이지, 어쩜 그렇게 완벽한 정답을 말할 수 있어? 이건 무조건 티켓 한 장 줘야겠는걸
리시나야:
첫 번째 줄?
보댜니차:
두 번째. 지난번보다 「진짜」가 하나 줄었거든
리시나야:
그럼 다음엔 여섯 번 말할래!
보댜니차:
그럼 예전처럼 무대 커튼 뒤에 숨어서 내 노래를 들으면 되겠네
리시나야:
괜찮아, 어차피 전에도 그랬으니까… 잠깐! 설마 또 티켓을 만들려는 거야? 그거 또 들킬 텐데!
보댜니차:
커튼 뒤에서 듣는 것도 꽤 익숙한 모양인데… 만약 들키면, 네가 가장 익숙한 자리로 가면 되지 뭐
리시나야:
너, 너—— 다음엔 무대에 왁스를 잔뜩 발라서, 노래 부르다 미끄러지게 할 거야!
여행자:
늘 그렇듯 흔쾌히 표를 줬네…
보댜니차:
맞아… 그땐 우린 친구였고, 매일 티켓 때문에 난리였지
보댜니차:
표가 남으면 내가 한 장을 챙겨줬고, 없으면 리시나야는 백스테이지 커튼 뒤에 쪼그려 앉아 내 노래를 듣곤 했어
보댜니차:
그때 리시나야에게 티켓은 그저 편히 앉아 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수단이었는데, 나중에는…
보댜니차:
자! 일단 여기까지. 더 얘기했다간 페이몬이 입맛이 떨어져서 아무것도 못 먹게 될 테니까!
페이몬:
이봐! 말을 하다 마는 게 제일 감질난다구!
보댜니차:
오? 그럴 때가 가장 뭘 먹기 좋은 타이밍이잖아?
페이몬:
으음… 듣고 보니 그러네… 여행자, 말로는 내가 못 이기겠어…
여행자:
난 됐어…
보댜니차:
헤헤, 다음에 마저 얘기해 줄 테니까, 지금은 먹는 데 집중하자. 여행자, 이거 받아
여행자:
노트?
보댜니차:
시간 적어두라고 주는 거야. 네 모험 핸드북은 이미 빼곡할 테니까, 극장 갈 시간을 적을 자리도 없잖아
보댜니차:
그래서 마류슈카 보물 상점 친구한테 부탁해서 노트를 하나 만들었어. 새 거니까, 깔끔하게 적을 수 있을 거야
보댜니차:
아, 맞다! 티켓은 노트에 끼워뒀어. 늦지 말고 극장에 놀러 와!
페이몬:
응? 갑자기 왜…
보댜니차:
안 알려줄 거야. 감질나게 해야 페이몬의 식욕이 돋을 테니까
페이몬:
으악—— 짜증 나! 별명 지어줄 거야——
여행자:
페이몬…
페이몬:
——아직 정해진 건 아니지만, 아주 잘 어울리는 별명이 될 거야!
보댜니차:
하하하,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릴게. 아무튼 극장에서 봐
브즈디할로프:
어서 오세요. 공연 보러 오셨나요? 티켓 보여주세요
페이몬:
찾았다! 티켓 두 장이야, 여기
브즈디할로프:
음… 하아…
여행자:
티켓에… 문제라도 있나요?
페이몬:
이건 보댜니차가 준 건데, 혹시 문제가 있으면…
브즈디할로프:
문제없습니다
여행자:
깜짝이야…
브즈디할로프:
두 분, 백스테이지로 이동해 주세요
페이몬:
응? 백스테이지? 우리가 거긴 왜?
브즈디할로프:
이건 보댜니차 씨의 수제 티켓이에요. 규정대로 해당 티켓을 가진 분은, 백스테이지 대기실로 이동해 무대 커튼 옆에서 관람해야 합니다
브즈디할로프:
두 분, 이쪽으로 오시죠
상황 파악은 전혀 안 됐지만, 그래도 브즈디할로프를 따라 무대 커튼 뒤편으로 이동했다…
페이몬:
…공연은 어디서 보는 거야? 여기선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게다가 향이 너무 진해서… 기침 나올 것 같아…
보댜니차:
응, 오늘은 그나마 적은 편이야
페이몬:
와앗——! 보댜니차? 너, 너 어디서 나타난 거야?
보댜니차:
저쪽에서 걸어왔지. 꽃이 너무 많아서 날 못 본 건가?
보댜니차:
그나저나, 브즈디할로프 씨가 「수제 티켓」의 사용 규칙을 잘 기억하고 있었네. 너희를 여기까지 잘 안내해 줬고
여행자:
수제 티켓… 백스테이지…
보댜니차:
기억력이 꽤 좋네. 자, 그럼 전에 약속한 대로 그 뒤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보댜니차:
이 꽃들은 치워 줘. 아, 그냥 아무 데나 둬도 돼. 어차피 꽃 보낸 사람들은 내 공연을 안 볼 테니까
페이몬:
공연을 안 본다고? 그럼 꽃은 왜 보낸 거야…
보댜니차:
흥, 당연히 내 공연을 본 척하기 위해서지
보댜니차:
리시나야, 왜 지난번엔 내 공연 보러 안 왔어? 이번엔 자리 남아 있으니까, 수제 티켓으로 앞줄도 가능해
리시나야:
아, 미안해… 나… 그때 급한 일이 있어서 못 갔어…
보댜니차:
알았어. 리시나야, 넌 아주아주 멋진 공연을 놓친 거야. 앞으로 다시 없을 공연을
리시나야:
…다음엔 절대 안 놓칠게, 약속해. 그래도 이것 봐, 꽃바구니 가져왔어!
보댜니차:
잘 받을게. 하지만 꽃이 너 대신 관객석에 앉아 내 노래를 들을 순 없잖아?
보댜니차:
넌 내 친구고, 난 꽃이 아닌 네가 내 노래를 들어줬으면 좋겠어
리시나야:
알아… 미안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내가 꼭…
보댜니차:
급한 일이긴 했지, 내가 비워둔 그 자리에, 리시나야가 포섭하려던 거상이 앉았으니까. 내 노래가 출세를 위한 발판이 된 거야
페이몬:
너무해! 친구한테 받은 티켓인데, 왜 사업 수단으로 쓰는 거야!
여행자:
그렇다면 왜 아직도…
보댜니차:
그 애랑 친구로 지내냐고?
보댜니차:
그야 내 친구니까. 그 애는 우리의 우정을 쉽게 버릴 수 있어도, 난 못 버려. 난 내 것을 잃고 싶지 않으니까
보댜니차:
리시나야는 늘 똑똑했어. 내가 선물한 티켓으로 권세 있는 새 친구들을 많이 사귀더니, 지금은 극지의 별 구역의 신흥 귀족이 됐지
보댜니차:
그 후로도 가끔 내 노래를 들으러 왔지만, 이제 리시나야에게 내 노랫소리는 연회장 음식이나 다름없어
보댜니차:
화려하고, 고귀하고, 정교하지만, 진심으로 즐길 만한 가치는 없는 거지
보댜니차:
꽃을 보낸 사람들 중 대부분은 아예 극장에 와본 적도 없고, 내 노래에도 전혀 관심 없거든
보댜니차:
그래서 난 이 꽃들이 싫어. 이걸 보고 있으면, 텅 빈 극장에서 나 혼자 노래하는 기분이 들어…
보댜니차:
공허하게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마치 죽은 물 님프들이 유령으로 변해 내 귓가에서 미친 듯이 노래하는 것만 같아…
보댜니차:
울고 웃고, 시끄럽게 떠들고…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감정을 품은 채, 이 고요하고 메마른 심해에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어
보댜니차:
꼭 필요한 공연이나 리허설이 아니면 극장에 오지 말까 생각한 적도 있어. 하지만 그러면 누가 그들의 노랫소리를 들어주지?
보댜니차:
청중이 없는 노래는 존재할 의미가 없어 사라지기 마련이야. 그래서 난 그들의 노래를 들어야 하고… 그들 역시 내게 노래를 들려줘야만 하지
보댜니차:
하지만 나는? 나는 죽은 자들의 노래를 듣는데, 내 노래는 누가 들어주지?
보댜니차:
내 공연에 오는 사람은 많아지는데, 정작 내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어
보댜니차:
사람들은 내 노래가 좋아서 오는 게 아니야. 그저 급히 왔다 가면서, 구하기 힘든 티켓을 손에 넣을 능력이 있다는 걸 과시하려는 것뿐이지
보댜니차:
근데 그게 내 노래와 무슨 상관이지? 그 옛날의 유령들조차 그 사람들보다 내 목소리를 더 이해하려 했어
보댜니차:
…아무도 내 노래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면, 차라리 이 극장에서 단 한 번도 울리지 않는 편이 나아
보댜니차:
여행자, 페이몬, 미안해. 놀랐지?
페이몬:
놀랐다기보단 그냥… 보댜니차가 좀 슬퍼 보여…
보댜니차:
내가 방금 물 님프의 유령에 빙의됐다고 하면, 믿어줄 거야?
페이몬:
그럴 리가 없잖아. 보댜니차는 그냥 너무 슬펐던 거지,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게 아니라구
여행자:
슬퍼하는 보댜니차라도…
보댜니차:
훗, 사람들이 다 너희들 같았다면, 극장에 있는 모두가 좀 더 즐겁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보댜니차:
근데 안 믿는다니까 크세니아한테 인사하라고는 안 할게. 아까 음이탈까지 내면서 얼마나 시끄럽던지. 저러니까 수석 소프라노가 못 된 거야
페이몬:
…어? 하지만 여긴 우리 셋밖에 없잖아
보댜니차:
그 애가 안 보이는 건 당연해, 나한테만 들리거든. 하지만 보고 싶다면, 눈 감고 손 내밀어 봐…
보댜니차:
슬픔의 심해로 가라앉는다고 상상해 봐. 낮과 밤도 없는 어둠 속으로… 천천히, 천천히…
여행자:
……
페이몬:
……
보댜니차:
워!
페이몬:
으아아아아악——!!
여행자:
깜, 깜짝이야…
보댜니차:
장난이었어. 아까 보니까 나 때문에 너희까지 축 처져 있길래, 정신 번쩍 들게 해주려고 그랬지
페이몬:
그, 그럼 맛있는 거 사주거나, 듣기 좋은 노래를 불러주면 되잖아! 흐아… 진짜 기절할 뻔했어…
보댜니차:
그러면 효과가 너무 느리잖아. 더 지체되면, 너희들이 정말 물 님프들의 노랫소리를 들을지도 몰라…
페이몬:
됐어! 흥, 맛있는 거 먹으러 갈 때 보댜니차는 안 데려갈 거야!
여행자:
일단 진정 좀 할게…
보댜니차:
하하하, 알았어. 이제 그만할게. 이따가 옛뜰 식당에 가서 맛있는 거나 먹고 와
보댜니차:
결제는 내 앞으로 달고 마음껏 먹어. 어때, 이 정도 보상이면 괜찮지?
페이몬:
흥, 그, 그럼 용서해 줄게…
보댜니차:
그래, 가봐. 맛있는 거 먹으면 기분이 금방 좋아질 거야
여행자:
너도 같이 가자
보댜니차:
아니야. 좀 있으면 공연도 있고, 구매 목록 정리해서 가게에도 다녀와야 해
보댜니차:
나중에 시간 괜찮으면, 「사도프·알바트」에서 만나자
여행자:
그래. 근데 진짜 밥 안 먹을 거야?
보댜니차:
괜찮아, 정리할 게 산더미거든. 얼른 가, 아니면 내가 먼지투성이가 된 채 백스테이지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야?
보댜니차:
나중에 「사도프·알바트」에서 만나자. 약속 어기면 안 된다?
보댜니차:
……
보댜니차:
「…왜 날 버렸어요? 왜 날 구하지 않고 내 목소리를 듣지 않죠? 낮에 노래해도 응답이 없고, 밤에 울어도 억울함이 풀리지 않아요…」
보댜니차:
…들었어, 크세니아… 아니면 파라스케바…? 아니, 너희가 아니구나…
보댜니차:
…다 끝났어…? 그래, 이제 끝났네… 적어도 지금은…
페이몬:
여기가 「사도프·알바트」겠지? 물건들이 다 엄청 비싸 보여… 보댜니차는 진짜 여기서 물건을 사는 건가?
보댜니차:
응, 벌써 다 샀어. 예블레나한테 바로 극장으로 보내라고 했지
말리니나:
진짜 보댜니차 씨잖아…! 있잖아, 같이 사진 찍어 달라고 하면 찍어줄까?
로제스트벤스키:
아브렐리야가 여기 있었다면 「너무 무례하잖아!」라고 했겠지. 하지만 살다 보면 가끔은 예의에 어긋날 때도 있는 법이야
말리니나:
그… 그럼 네가 앞장서! 빨리, 샤홉스카야 님이 오기 전에!
로제스트벤스키:
같이 가. 어차피 같이 나온 거니까, 잡혀도 같이 잡혀야지
말리니나:
아… 어… 그게…
보댜니차:
말리니나 씨, 로제스트벤스키 씨. 두 분, 거기 춥지 않으세요?
보댜니차:
기념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이쪽으로 와서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말리니나:
…헉! 어떻게 들은 거지?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로제스트벤스키:
세상에… 나 진짜 바보야. 보댜니차 씨는 물 님프잖아. 우리 귓속말이 안 들릴 리가 없지…
보댜니차:
…여행자, 페이몬, 조금만 기다려 줄래? 금방 끝날 거야
페이몬:
우와… 보댜니차가 응대 모드에 들어갔어. 구경하러 나온 건데도 바쁘네…
여행자:
일단 옆에 가서 기다리자
페이몬:
응. 참, 마침 너한테 할 얘기가 있는데…
말리니나:
보, 보댜니차 씨… 아니, 보댜니차 수석님! 안녕하세요!
보댜니차:
두 분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격식 안 차려도 돼요. 지난 공연 때 샤홉스카야 부인이 데려오셨었죠?
로제스트벤스키:
네! 죄송해요, 그때는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어서 이 차림으로 갈 수밖에 없었어요…
말리니나:
저, 저도요… 그래도 노래는 정말 너무 좋았어요! 제가 말주변도 없고 제대로 이해한 것도 아니지만…
보댜니차:
괜찮아요. 한 번에 다 이해해 버리면, 극장은 어떻게 돈을 벌겠어요?
말리니나:
네? 아…
로제스트벤스키:
…보댜니차 씨가 농담하신 거잖아. 말리니나, 자꾸 아브렐리야처럼 긴장해 있지 마
말리니나:
나, 나도 알아…! 하지만… 정말 듣기 좋단 말이야!
로제스트벤스키:
죄송해요, 저희가 너무 흥분했네요. 저도 만나 뵙게 돼서 정말 영광이에요. 혹시 같이 사진 찍어도 될까요?
보댜니차:
괜찮아요, 제 공연을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하지만 여기서 찍는 건 조금 곤란한데, 대신 사인을 해드릴까요?
말리니나:
좋아요! 사인… 사인… 그럼 제 소매에 해주실래요…?
로제스트벤스키:
어, 저도요!
보댜니차:
후후, 그러다 빨래할 때 곤란해질 텐데요. 자, 이걸로 드릴게요
말리니나:
이건… 공연 티켓인가요? 보댜니차 씨, 이걸…
보댜니차:
티켓에 사인해 뒀어요. 두 분이 원하신다면 극장 검표원에게 미리 말씀해 두세요. 검표가 끝난 뒤에도 두 장 모두 기념으로 간직하실 수 있을 거예요
로제스트벤스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는…
말리니나:
…근데 우리 휴가는 어떻게 내지? 공연 시간을 보니까…
로제스트벤스키:
그런 사소한 건 걱정하지 마! 어… 어떻게든 방법은 생기니까
페이몬:
완벽한 응대였네… 그나저나 보댜니차, 사인 티켓은 어디서 꺼낸 거야?
보댜니차:
늘 가지고 다녀. 아침마다 주머니에 대여섯 장씩 넣어두거든. 다 쓸데가 있지
여행자:
그럼 앞으로 보댜니차를 만나면…
보댜니차:
그럴 것 없어, 내가 수제 티켓을 줬잖아? 계속 쓸 수 있어
페이몬:
어…? 진짜네, 수제 티켓에 이런 용도가 있을 줄이야. 그럼 일반 티켓이 떨어지면, 보댜니차가 직접 써 줘도 되는 거 아니야?
보댜니차:
가능은 하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한테 수제 티켓은 정식 티켓보다 못하거든
리시나야:
정말 고마워, 보댜니차! 그 사람들이 티켓을 받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넌 모를 거야!
보댜니차:
…리시나야, 많이 피곤해 보여. 주름도 늘었고
리시나야:
아… 맞아. 상회 일이 복잡해서, 내가 직접 처리해야 하거든
보댜니차:
백스테이지에서 내 노래를 안 들은 지도 꽤 오래됐네
리시나야:
나… 난 네 공연을 자주 보러 갔어. 다만…
보댜니차:
내가 준 수제 티켓은 안 썼지
리시나야:
맞아, 미안해. 내 비즈니스 파트너도 참석해서, 백스테이지에만 있을 순 없었어…
보댜니차:
나도 알아. 넌 이미 어른이 됐으니까, 이제 커튼으로는 가릴 수 없지. 게다가 밖에서 해야 할 일도 많을 테고
리시나야:
미안해
보댜니차:
괜찮아. 수제 티켓은 영원히 유효하니까, 시간 나면 내 노래 들으러 자주 와 줄래?
리시나야:
…응, 그럴게, 보댜니차. 꼭 갈게
보댜니차:
하지만 리시나야는 그 후로 백스테이지에 오지 않았어
보댜니차:
그리고 내 백스테이지에는 쪼그려 앉은 채 웃으며 손을 흔들던 바보 소녀도 더 이상 없었지
보댜니차:
대신… 스네즈나야에 치밀하고 수완 좋은 거상이 한 명 늘었지. 이 점에 대해선 평의회의 그 늙은이들이 나한테 감사해야 할걸
여행자:
수제 티켓을 많이 써 줬어?
보댜니차:
그렇게 많진 않아. 내 노래를 듣고 싶지만, 여러 사정으로 티켓을 못 구한 사람을 만났을 때만 써주거든
보댜니차:
거의 모든 공연에서 쓸 수 있어. 빈자리가 있으면 앉으면 되고, 자리가 없으면 백스테이지로 비집고 들어가면 돼
보댜니차:
난 그저 내 노래를 들어줬으면 했을 뿐인데… 처음엔 다들 정말 공연을 보러 온 거였을지도 몰라. 그러다 나중엔…
보댜니차:
어떤 사람은 금은보화를 들고 와서 백스테이지에서 나랑 큰 거래를 하려고 했고
보댜니차:
어떤 사람은 암시장에서 티켓값을 수없이 부풀렸고
보댜니차:
또 어떤 사람은 티켓으로 사기를 치면서… 자신의 인맥과 수완을 과시했지
보댜니차:
전에 말했던 것처럼, 그 사람들은 내 노래엔 관심이 없어. 그저 내 공연에 참석했다는 특권을 자기들 칩으로 삼으려는 거야
보댜니차:
하지만 수제 티켓은 칩이 될 수 없어. 돈도 이익도 아닌, 그저 내 노래를 들어달라는 초대일 뿐이니까
보댜니차:
하, 어쩌면 내 수제 티켓이 너무 단순했던 걸지도 몰라. 그 무엇도 담아내지 못할 만큼
보댜니차:
…그런 칩을 담아낼 수 있는 건, 오직 「코롤료프스키 극단 수석 소프라노」라는 타이틀뿐이야
보댜니차:
너한테도 바꾸고 싶은 칩이 있어?
페이몬:
이 수제 티켓만 있으면 보댜니차의 노래를 공짜로 들을 수 있는데, 다른 걸로 바꿀 이유가 없지
페이몬:
흥흥, 눈앞의 한 끼보다 앞으로 매끼 배부르게 먹는 게 훨씬 이득이지
여행자:
그런 비유법도 있구나…
페이몬:
참, 본론으로 돌아가서, 전에 보댜니차가 맛있는 것도 사주고 극장 구경도 시켜 줬잖아. 우리도 계속 얻어먹을 순 없지
페이몬:
헤헤, 이번엔 우리가 맛있는 거 사줄게. 곧 공연도 있잖아? 우리의 응원이라고 생각해 줘. 돈은…
여행자:
나한테 맡겨!
보댜니차:
맛있는 거 사준다고? 좋아, 미리 말해두는데, 오데트랑 알료샤 둘이 합쳐도 나만큼은 못 먹어
여행자:
그 두 사람은 합쳐봤자…
페이몬:
하하하… 그건 아마 오데트가 적게 먹어서일 거야…
페이몬:
보댜니차는 아직 안 온 것 같네, 우리 먼저 자리를 잡자. 어디… 잠깐, 저긴…
에스코피에:
…이 식자재들, 진짜 포장해 주시면 안 될까요?
네페도프:
손님, 그걸 사 가시면 저희는 뭘로 요리를 하나요…
에스코피에:
제가 대신 요리를 할 테니까, 남은 식자재를 주시는 건 어떤가요?
네페도프:
네? 그, 그건…
에스코피에:
전 조수도 있고 여긴 바쁘니까, 저희가 요리 만드는 걸 도와드리면 좋지 않나요?
사바나:
셰프, 그… 난…
페이몬:
에스코피에? 사바나? 스네즈나야엔 어쩐 일이야?
에스코피에:
페이몬이랑 여행자? 이런 우연… 아, 우연은 아닌가…
에스코피에:
노드크라이에서의 일은 《스팀버드》에서 봤어. 생각해 보니까, 너희가 계속 여행을 했다면 스네즈나야에 올 때가 되긴 했지…
사바나:
하하하… 난 셰프한테 끌려왔어. 레시피 정리 같은 걸 도와달라고 해서… 어차피 호텔도 별일 없어서 따라왔지…
에스코피에:
이게 다 널 위한 훈련이야! 네가 만든 새 케이크 좀 봐. 내가 원한 건 촉촉한 식감인데, 이건 수메르 사막처럼 바싹 말랐잖아!
사바나:
그 정도는 아니야, 기껏해야 말라붙은 강바닥 느낌이지…
에스코피에:
아무래도 말대꾸 실력이 확실히 경지에 오른 모양이네
사바나:
맞아… 아, 아니야! 아니라고, 셰프!
보댜니차:
네페도프 씨, 이분들은… 새로 온 요리사인가요?
네페도프:
아니요. 폰타인에서 온 요리사들인데, 주방 일을 도와주는 대신 식자재를 사겠다고 하네요…
페이몬:
보댜니차, 왔어? 이 소포는…
보댜니차:
오는 길에 겸사겸사 팬레터를 챙겨왔어. 집에 가져가서 보려고
보댜니차:
혹시… 에스코피에 씨? 얘기 들은 적 있어요. 예전에 폰타인에 갔을 때, 드보르 호텔에 초대받아 새로 나온 케이크를 시식했었거든요
에스코피에:
오? 맛은 어땠나요?
보댜니차:
음… 재료는 좋았는데, 케이크가 좀 퍽퍽하고 약간 모래 같은 식감이 났어요
사바나:
윽…
에스코피에:
하하… 하…
에스코피에:
사——바——나——!
사바나:
미——안——해!!!
에스코피에:
맹세하는데, 여기서 요리 실력을 못 늘리면, 오븐을 냉장고로 바꿔서 평생 차가운 푸딩이나 만들게 할 거야! 알아들었어? 푸딩!
사바나:
응! 나, 나 푸딩 할게!
페이몬:
하하하… 에스코피에가 이제 주방장이 아닌데도 사바나를 제압하는 건 여전하네…
여행자:
아무래도 에스코피에니까…
사바나:
그… 근데 셰프, 요즘 호텔에 케이크 사러 오는 손님들이 점점 이상해지고 있어. 어떤 사람은 먹으려고 사는 게 아니더라고…
에스코피에:
하? 그럼 뭐, 망할 케이크 대전이라도 하는 거야?
사바나:
선물하거나, 사진 찍는 거지… 아무튼 피드백을 받으러 가니까 재료가 뭔지, 얼마나 비싼지만 묻고 맛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더라고…
보댜니차:
…훗, 폰타인에서 쓰는 「칩」은 케이크였구나. 꽤 독특하네
사바나:
에휴, 손님들이 케이크를 안 먹는다는 얘기를 들은 뒤로는, 다들 그런 케이크를 만들 땐 기운이 안 나는 모양이야…
에스코피에:
사람들이 케이크를 케이크로 안 보니까, 만들 의욕이 안 난다는 거야?
사바나:
…그, 그렇지. 정성 들여 만든 건데 아무도 제대로 맛보지 않으니까… 케이크가 다 안쓰럽더라
사바나:
그래서 더 맛있게 만들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봤어…
에스코피에:
그래서 저런 케이크가 나온 거고?
사바나:
맞아, 하지만 확실히 실패했지…
에스코피에:
사바나, 네가 아직 견습생이었다면 그런 생각을 했다고 무척 기뻐했을 거야. 케이크를 사랑하는 마음은 훌륭한 미덕이니까
에스코피에:
하지만 지금 넌 드보르 호텔의 주방장이야. 손님이 값을 치르면 케이크를 내놓는 게 네 역할이지. 견습생의 사고방식에 휘둘리지 마
보댜니차:
훗, 견습생의 사고방식이라…
보댜니차:
하지만 정성껏 만든 맛있는 케이크를 아무도 안 먹는 건… 확실히 짜증 나는 일이긴 하죠
보댜니차:
마치 열심히 노래를 불렀는데, 관객들이 속닥거리거나 딴청 피우고 있는 걸 본 것처럼…
보댜니차:
많이 허탈하잖아요?
사바나:
아, 정말 잘 아시네요! 그… 뭔가 허탈한 기분이죠…
에스코피에:
사바나, 넌 하루 종일 드보르 호텔 주방장 역할만 하는 게 아니잖아?
에스코피에:
어쨌든 넌 적어도 케이크를 진지하게 맛보는 나를 알고 있어
페이몬:
그리고 나! 나도 있어!
여행자:
전 엄청 잘 먹어요
에스코피에:
주방장으로서 네 책임은 손님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거고, 요리사로선 당연히 맛있는 케이크를 만드는 게 최고의 염원이겠지
에스코피에:
언제 주방장이 되고, 언제 요리사가 될지는 결국 본인이 정하는 거야. 사바나 주방장
사바나:
그럼 대신 주방장 역할을 맡아 줄 순 없어?
에스코피에:
안 돼, 난 요리사 역할이 정말 좋거든
사바나:
셰프——
보댜니차:
정말 요리사가 되고 싶으시다면, 저희 극장에 잠시 머무는 건 어때요? 다들 분명 진지하게 케이크를 맛볼 거예요
보댜니차:
에스코피에 씨, 혹시 오데트를 아세요? 저희 극장의 발레 스타예요
에스코피에:
네, 지나가면서 포스터를 봤어요. 포스터에 있는 동물이 백조인가요? 정말 예쁘던데요
보댜니차:
맞아요. 오데트를 상징하는 백조가 자주 만드시는 얼음조각과 비슷한 것 같은데, 혹시 오데트를 위한 케이크를 디자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
보댜니차:
며칠 뒤에 오데트의 공연이 있는데, 끝나고 예쁜 케이크를 받는다면 분명 아주 기뻐할 거예요
보댜니차:
아, 「요리사」가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케이크 맛은 제대로 음미할게요
에스코피에:
사바나, 네 솜씨를 보여줄 때야
사바나:
하지만 그 새로운 케이크는 아직 완벽하게 구상하지 못했는데…
에스코피에:
그럼 지금 시작하면 되지. 주방으로 가서 요리사의 일을 시작하자
에스코피에:
무슨 일이 있어도 식자재랑 레시피는 꼭 손에 넣어야 해!
보댜니차:
너희 친구 에스코피에 씨는 정말 남다른 사람이네
여행자:
아무래도 에스코피에니까…
보댜니차:
…하지만, 자신이 언제 「주방장」이 되고, 언제 「요리사」가 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잖아
보댜니차:
훗, 생각해 보면, 지금의 스네즈나야에선… 난 언제나 「코롤료프스키 극단 수석 소프라노」일 수밖에 없어…
보댜니차:
그 타이틀이 없다면, 내 노랫소리를 기억해 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보댜니차:
…아, 네페도프 씨한테 얘기해서 그 식자재는 내가 살게
보댜니차:
그 케이크를 위해 미리 내는 계약금인 셈이지
에스코피에와 사바나 덕분에 스네즈나야 식자재로 만든 폰타인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어찌 됐든, 맛은 확실히 괜찮았다…
오데트: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
보댜니차: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해?
오데트:
늘 유령처럼 내 뒤에 불쑥 나타나선 왜 공연 안 보러 오냐고 묻더니, 벌써 5일째 안 그러고 있잖아
오데트:
또 그 목소리가 들렸구나
보댜니차:
가끔 이래. 환청일 뿐이야, 그들은 존재하지 않아
오데트:
…어쨌든 지켜보고 있을게, 보댜니차
보댜니차:
좋아, 그럼 난 무대 앞에만 집중할 수 있겠네
페이몬:
보댜니차, 역시 극장에 있었구나! 후… 힘들어… 어? 오데트도 있었네
페이몬:
지금… 공연 준비하는 거야?
보댜니차:
응, 전에 말했던 그 공연이야. 근데 이번엔 좀 특별해서 아무나 볼 수 있는 건 아니야
오데트:
예전처럼 네 수제 티켓을 가진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거, 맞지?
보댜니차:
응. 아쉽게도 이 공연에 올 수 있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보댜니차:
흥, 티켓으로 뭔가 얻으려는 사람들은, 노랫소리에 자신의 속셈을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지
보댜니차:
안타깝게도 난 귀가 꽤 밝거든. 마음속 꿍꿍이든, 주머니에서 짤랑거리는 모라 소리든 다 들려
보댜니차:
내 노래를 듣고 싶지도 않으면서, 대체 왜 오는 거야?
오데트:
그래서 보댜니차는 매번 수제 티켓 몇 장을 무효 처리해. 심한 경우엔 신문에 공고까지 내고
여행자:
신, 신문에 낸다고?
보댜니차:
하하하, 마음대로 하라 그래. 내가 쓴 표인데, 어떻게 처리하든 내 마음이지
보댜니차:
내 노래를 받아놓고선 함부로 버렸잖아. 그 정도 모욕이면, 나도 굳이 존중할 필요 없지
페이몬:
으아… 그 사람들, 극장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건 아니겠지?
오데트:
그럴 배짱은 없어
보댜니차:
맞아. 게다가 내 노래는 나만을 위한 게 아니라, 이곳에서 노래했던 모든 물 님프를 위한 거야
보댜니차:
이젠 나밖에 안 남았으니, 이 노랫소리를 지킬 사람도 결국 나뿐이야
보댜니차:
…미안, 나 잠깐 백스테이지로 가서 정리 좀 하고 올게
보댜니차:
오데트, 나 대신 여행자(이)랑 페이몬 좀 챙겨줄래?
오데트:
내가 잘 챙길게
페이몬:
오데트, 요즘 보댜니차한테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좀 피곤해 보이던데…
오데트:
최근 극장의 물 님프들이 또 소란을 피우기 시작해서 그런가 봐
여행자:
잠깐, 극장의… 물 님프?
오데트:
당연히 우리한텐 없는 존재야. 하지만 보댜니차에겐 물 님프들의 목소리가… 계속 귓가를 맴돌고 있어
오데트:
예전에 이 무대에 섰던 모든 물 님프가 남긴 악보를 다 외우고 있고, 일정 시간마다 무대에서 그 노래들을 다시 부르거든
오데트:
즐거운 찬송가든, 슬픈 애가든, 극적인 영웅의 찬가든… 전부 마음속에 새겼어
오데트:
내가 이유를 물어보니까, 보댜니차는 이렇게 말했어…
보댜니차:
「그녀들… 그 죽은 영혼들을 위해 노래하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보댜니차:
「난 노래하는 사람이자 청중이야. 그래야만… 그녀들의 노랫소리가 영영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오데트:
그래서 일정 시간마다, 물 님프들이 남긴 곡들을 차례대로 노래하기 위한 특별 공연을 열어
오데트:
…보댜니차 말로는, 그 곡들은 너무 오래돼서 감상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대… 하지만 그건 전부 물 님프들이 직접 쓴 곡들이야
오데트:
그래서 누군가가 이 곡들과, 또 이곳에 열정을 쏟았지만 쓸쓸히 떠나야만 했던, 물 님프들의 마음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랐어
오데트:
처음엔 이런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극단의 실력 있는 가수들을 키워 부르게 하려고 했어
오데트:
…하지만 티켓이 생각보다 안 팔렸고, 잘 알려지지도 않은 곡에 무명 가수의 조합이니, 최신 대중음악에 밀려 사람들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한 거지
오데트:
결국 보댜니차는 자신의 명성으로 관객을 모으기로 했어. 하지만…
여행자:
그 관객들은 명성을 보고 온 거니까
페이몬:
그래서 보댜니차가… 공연을 보러 왔는데도, 노래에는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을 그렇게 싫어했던 거구나…
페이몬:
수제 티켓을 받은 사람들은 분명 믿을 수 있고, 자신의 노래를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여행자:
하지만 결국 또 누군가는…
오데트:
…멋대로 남의 마음을 짐작하고 싶진 않지만, 보댜니차도 물 님프니까, 어쩌면…
여행자:
자신의 미래를 본 걸지도 몰라…
오데트:
……
오데트:
후… 맞아. 어쩌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몰라. 자신이 더 이상 소프라노도, 극단의 수석도, 모두가 열광하는 보댜니차도 아니게 된다면…
오데트:
자신의 노랫소리도 다른 물 님프들처럼 점차 잊히고 버림받아… 외롭게 돔 천장에서 메아리치게 되는 건 아닐까?
오데트:
자신은 다른 물 님프들을 위해 노래를 불렀지만, 그 후엔 누가 보댜니차의 노래를 기억해 줄까?
페이몬:
그랬구나… 어쩐지 보댜니차가 갑자기 엄청 슬퍼 보이더라…
여행자: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오데트:
…그래? 알았어,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극장으로 찾아와
페이몬:
알았어! 헤헤, 오데트는 보댜니차를 많이 신경 쓰는구나. 방금 한 말, 아주 깔끔하고 명확한 분석이었어
오데트:
…분석은 안 했어. 그저 보댜니차가 극장 휴게실에서 졸면서 한 잠꼬대야
여행자:
잠, 잠꼬대?
오데트:
나도 방금 잠들었던 것 같아. 이제 백스테이지 정리 도우러 가야겠어. 또 봐, 여행자, 페이몬
페이몬:
어? 엥? 뭐야, 잠깐만! 이봐, 오데트——
이네파:
안녕하세요, 여행자 님, 페이몬 님. 연락받고 왔습니다. 원하시는 물건 가져왔어요
이네파:
여행자님께서 얼마 전 공방으로 편지 한 통을 보냈는데, 아이노 님께 가슴에 착용할 수 있는 소형 축음 장치를 어떻게 제작하는지 문의했습니다
아이노:
소형 축음 장치? 그걸 어디에 쓰려고… 됐어, 어차피 편지에서 제일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보내준다고 했으니까
아이노:
후후, 내 실력을 보여주지! 응? 장식은 너무 복잡하게 하지 말라고? 좋아, 그럼 무난하게 하지 뭐——
페이몬:
엥? 너 언제 편지를 보낸 거야? 전혀 몰랐어!
여행자:
한밤중에 생각났거든…
페이몬:
우와—— 너 진짜! 또 몰래——
이네파:
마침 야호다 님의 행방을 찾으러 스네즈나야성에 오려고 했는데, 겸사겸사 부탁하신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여행자:
나도 마침 야호다를 만났어…
이네파에게 야호다의 일을 알려주었다…
이네파:
…제 판단으론 야호다 님이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이노 님께 보고하고, 즉시 야호다 님과 합류하겠습니다
이네파:
감사합니다, 여행자 님, 페이몬 님
이네파:
그럼 이 「우당탕탕 축음 오리」를 받아주세요. 너무 소형화된 탓에 저장 용량이 작으니, 정기적으로 부품을 교체해야 합니다
아이노:
그렇게 복잡하진 않아! 음… 아이스크림 한 컵에 한 번씩 교체해 줄게!
페이몬:
이것도 아이스크림으로 계산하는 거야? 근데 이네파, 아이노가 아이스크림 많이 먹는 건 이제 괜찮아?
이네파:
아닙니다. 아이스크림은 냉동 보관했다가, 기존의 당분 섭취 계획에 따라 아이노 님한테 드릴 예정입니다
페이몬:
역시 이네파야…
보댜니차:
(저 애는… 친구인가? 하긴, 넌 친구가 많았지…)
보댜니차:
(근데 몸이 기계라니… 음, 스네즈나야의 혹한을 잘 견뎌냈으면 좋겠네)
예블레나:
보댜니차 씨, 주문하신 물건은 전부 극장으로 보냈어요. 더 필요하신 게 있나요?
보댜니차:
…아. 아니, 괜찮아. 고마워, 예블레나
예블레나:
별말씀을요. 순조로운 공연 되시길 바랄게요, 보댜니차 씨
보댜니차:
너도 사업 번창하길 바랄게
보댜니차:
(여행자라면 자신을 칭송하는 사람이 없을까 걱정하지 않겠지… 아니, 아예 그런 생각조차 안 하려나)
보댜니차:
(모든 명예를 빼앗긴다 해도, 마음은 여전히 눈부시게 빛날 테니까)
이네파:
안녕하세요, 여행자 님, 페이몬 님. 연락받고 왔습니다. 원하시는 물건 가져왔어요
이네파:
여행자님께서 얼마 전 공방으로 편지 한 통을 보냈는데, 아이노 님께 가슴에 착용할 수 있는 소형 축음 장치를 어떻게 제작하는지 문의했습니다
아이노:
소형 축음 장치? 그걸 어디에 쓰려고… 됐어, 어차피 편지에서 제일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보내준다고 했으니까
아이노:
후후, 내 실력을 보여주지! 응? 장식은 너무 복잡하게 하지 말라고? 좋아, 그럼 무난하게 하지 뭐——
페이몬:
엥? 너 언제 편지를 보낸 거야? 전혀 몰랐어!
여행자:
한밤중에 생각났거든…
페이몬:
우와—— 너 진짜! 또 몰래——
이네파:
마침 야호다 님의 행방을 찾으러 스네즈나야성에 오려고 했는데, 겸사겸사 부탁하신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페이몬:
응? 왜 갑자기 스네즈나야에서 야호다를 찾는 거지…? 아니, 잠깐. 야호다도 스네즈나야에 온 거야?
이네파:
야호다 님이 며칠 동안 공방 간식을 몰래 먹으러 오지 않으셨고, 아이노 님은 많이 신경 쓰이셨는지 네페르 님한테 문의하셨습니다
이네파:
그러다 야호다 님이 스네즈나야성에서 「후크파」와 관련된 의뢰를 해결하고 있다고 들었고, 그래서 제가 야호다 님이 무사하신지 확인하러 왔습니다
여행자:
알겠어
이네파:
감사합니다, 여행자 님, 페이몬 님
이네파:
그럼 이 「우당탕탕 축음 오리」를 받아주세요. 너무 소형화된 탓에 저장 용량이 작으니, 정기적으로 부품을 교체해야 합니다
아이노:
그렇게 복잡하진 않아! 음… 아이스크림 한 컵에 한 번씩 교체해 줄게!
페이몬:
이것도 아이스크림으로 계산하는 거야? 근데 이네파, 아이노가 아이스크림 많이 먹는 건 이제 괜찮아?
이네파:
아닙니다. 아이스크림은 냉동 보관했다가, 기존의 당분 섭취 계획에 따라 아이노 님한테 드릴 예정입니다
페이몬:
역시 이네파야…
보댜니차:
(저 애는… 친구인가? 하긴, 넌 친구가 많았지…)
보댜니차:
(근데 몸이 기계라니… 음, 스네즈나야의 혹한을 잘 견뎌냈으면 좋겠네)
예블레나:
보댜니차 씨, 주문하신 물건은 전부 극장으로 보냈어요. 더 필요하신 게 있나요?
보댜니차:
…아. 아니, 괜찮아. 고마워, 예블레나
예블레나:
별말씀을요. 순조로운 공연 되시길 바랄게요, 보댜니차 씨
보댜니차:
너도 사업 번창하길 바랄게
보댜니차:
(여행자라면 자신을 칭송하는 사람이 없을까 걱정하지 않겠지… 아니, 아예 그런 생각조차 안 하려나)
보댜니차:
(모든 명예를 빼앗긴다 해도, 마음은 여전히 눈부시게 빛날 테니까)
셰필드:
보… 보댜니차?! 여왕님 맙소사, 술만 많이 안 마셨어도… 사인을 받았을 텐데…
아브렐리야:
안녕하세요, 보댜니차 씨. 음, 사람들이 사인해달라고 몰려들 테니, 저쪽으로 가시죠
보댜니차:
고마워요, 아브렐리야. 다음 공연에도 오실 생각 있으세요?
아브렐리야:
하하… 물론이죠. 휴가를 낼 수 있고, 로제 그 녀석이 얌전히 있는다면요. 참석할 수 있다면 저야말로 영광이죠
보댜니차:
(…영광이라. 만약 내가 더 이상 수석 소프라노도, 심지어 극단의 일원도 아닌…)
보댜니차:
(…하, 그저 스네즈나야성에 눌러앉은 물 님프일 뿐이라면, 그래도 사람들은 내 노래에 귀 기울여 줄까?)
아르카디:
수석님!
보댜니차:
다음 공연엔 너희가 무대에 오를 차례니까, 지금은 푹 쉬는 게 좋을 거야
보댜니차:
아… 오데트한테는 말 안 할게. 어때?
아르카디:
네! 감사합니다, 수석님!
보댜니차:
(나도 오랫동안 무대에 서지 않고 노래하지 않은 물 님프들처럼, 결국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말까?)
보댜니차:
(내 노랫소리도… 그들과 함께 극장 천장을 외롭게 맴돌다가, 결국 완전히 사그라져서 아무 소리도 남지 않게 되겠지)
부르나야:
…보댜니차 씨? 공연 준비 중인가?
아가로바:
나도 수제 티켓을 한 장 받을 수 있다면…
부르나야:
꿈 깨. 보댜니차 씨의 수제 티켓은…
아가로바:
상류사회로 가는 입장권이라고? 에휴, 암시장에서도 못 사는데…
부르나야:
있으면 좋겠다. 많은 유명 인사들이 극장에 자주 온다던데
부르나야:
그 사람들이랑 말만 섞을 수 있다면, 노래 같은 건 상관없어…
보댜니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로를 이용하고… 머릿속엔 모라가 짤랑거리지…)
보댜니차:
(물 님프의 노랫소리가 흥정거리로만 취급받는다면… 차라리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게 나아)
아르카디:
수석님!
보댜니차:
다음 공연엔 너희가 무대에 오를 차례니까, 지금은 푹 쉬는 게 좋을 거야
보댜니차:
아… 오데트한테는 말 안 할게. 어때?
아르카디:
네! 감사합니다, 수석님!
보댜니차:
(나도 오랫동안 무대에 서지 않고 노래하지 않은 물 님프들처럼, 결국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말까?)
보댜니차:
(내 노랫소리도… 그들과 함께 극장 천장을 외롭게 맴돌다가, 결국 완전히 사그라져서 아무 소리도 남지 않게 되겠지)
부르나야:
…보댜니차 씨? 공연 준비 중인가?
아가로바:
나도 수제 티켓을 한 장 받을 수 있다면…
부르나야:
꿈 깨. 보댜니차 씨의 수제 티켓은…
아가로바:
상류사회로 가는 입장권이라고? 에휴, 암시장에서도 못 사는데…
부르나야:
있으면 좋겠다. 많은 유명 인사들이 극장에 자주 온다던데
부르나야:
그 사람들이랑 말만 섞을 수 있다면, 노래 같은 건 상관없어…
보댜니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로를 이용하고… 머릿속엔 모라가 짤랑거리지…)
보댜니차:
(물 님프의 노랫소리가 흥정거리로만 취급받는다면… 차라리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게 나아)
보댜니차:
…후. 비즈니스 서신들에 답장을 다 하고 나면 좀 쉬어야겠어. 공연도 이제 얼마 안 남았고
보댜니차:
연회 초대? 가긴 해야지. 하지만 그 전에 배를 채워야겠어. 안 그러면 배고파서 쓰러질 테니까
보댜니차:
…연회, 전시회, 좌담회… 이 모임, 저 모임…
보댜니차:
다 속이 텅 빈 가식뿐이야
보댜니차:
…아무래도 오늘은 관객들의 편지가 없나 보네
보댜니차:
멀리 계신 언니들, 대체 어디로 간 거예요?
보댜니차:
모든 노래를 다 연습했는데도, 언니들한테선 편지 한 통이 안 오네요
보댜니차:
언니들이 있는 곳에는, 다른 물 님프의 노래를 순수한 마음으로 들어줄 물 님프가 분명 많이 있겠죠?
보댜니차:
대가를 바라거나 야망을 위해서도 아니고, 노래로 화려한 비단을 짜서 자신을 치장하려는 건 더더욱 아닌…
보댜니차:
하. 됐다… 여긴 너무 추워서, 말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편이 나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얼어붙고, 떨어져 산산이 부서질 테니까
보댜니차:
…창문 열고 환기나 좀 해야겠어
보댜니차:
(…누가 문을 두드리네. 이 시간에 누구지? 왠지 익숙한 발소리인데…)
보댜니차:
들어오세요. 누구…
페이몬:
안녕! 보댜니차!
보댜니차:
어?
보댜니차:
페이몬? 여행자? 너희가 갑자기 왜——
페이몬:
헤헤, 깜짝 놀랐지? 전에 보댜니차가 우리를 놀라게 했으니까, 이번엔 우리 차례야!
페이몬:
맞아, 아까부터 너를 봤거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이네파도 소개해 주려고 했어
페이몬:
근데 계속 사람들이랑 얘기하고 있길래, 아직 처리할 일이 남은 것 같아서 방해 안 했어
페이몬:
하지만 여행자(이)가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면 엄청 피곤하고 배도 고플 거라고 해서, 맛있는 걸 사 왔지!
보댜니차:
아… 그렇구나. 좋아, 내… 내가 테이블 좀 치울게! 잠깐만 기다려
여행자:
나도 같이 할게
페이몬:
우와… 보댜니차, 너 진짜 잘 먹는다. 이 많은 야식을 거의 혼자서 다 먹었잖아…
여행자:
페이몬이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네
보댜니차:
맞아, 배가 든든해야 노래 부를 힘이 나니까. 야식 정말 고마워. 근데 내가 여기 사는 걸 어떻게 알았어?
페이몬:
헤헤, 날아다니면서 찾았지. 보댜니차의 머리색이 예뻐서, 창밖에서도 바로 발견할 수 있었어
여행자:
널 못 찾았다면…
보댜니차:
선물? 이건…
페이몬:
이건 여행자(이)가 친구한테 부탁해서 특별히 제작한 건데, 이름이…
여행자:
「우당탕탕 축음 오리」야!
보댜니차:
…내 목에 있는 거랑 똑같이 생겼고, 오리 장식 같은 건 전혀 없는데?
페이몬:
하하하… 그건 아이노가 오리를 엄청 좋아해서 붙인 이름이거든. 우리가 함부로 이름을 바꾸면 아이노가 화낼 거야…
여행자:
앞으로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이걸로 녹음하면 돼
여행자:
내가 아주 대단한 감독이랑 훌륭한 배우 친구들을 알고 있어. 다들 분명 네 노래를 진심으로 감상해 줄 거야——물론 나도 그렇고
보댜니차:
응? 아무리 오래되고 시대에 뒤떨어진 노래라도 괜찮아?
여행자:
「영화 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이야. 아무리 화려한 기교라도, 진심 어린 마음만큼 사람을 사로잡진 못해」 감독인 친구가 해준 말이야
여행자:
난 보댜니차가 기억할 만한 노래라면, 분명 가장 진실되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노래일 거라고 믿어
여행자:
보댜니차와 함께 그 오래된 노래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네가 부르고 싶은 노래만큼은 전부 듣고 기억할게
보댜니차:
오데트가 많이 얘기해 줬나 보네
보댜니차:
뭘 그렇게 놀라? 난 물 님프라니까. 너희의 귓속말은 내 귀에 다 들린다고
보댜니차:
선물 고마워. 다음에 노래하고 싶어질 때 꼭 써볼게
보댜니차:
그런데 방금 말했지…? 내가 기억할 만한 노래라면, 분명 가장 진실되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노래일 거라고
여행자:
맞아!
보댜니차:
응, 그럼 이 선물에도 당연히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겠지…?
여행자:
…그렇지…?
보댜니차:
좋아. 그럼 이 선물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진실을 가득 담은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보댜니차:
여행자, 이걸로 네 가장 진실한 노랫소리를 녹음해 봐
여행자:
어? 나, 나 노래 못 하는데… 페이몬, 너 전에 이토랑 《귀신풍뎅이로 환생해서 세상을 뒤집어버리자》 불렀잖아. 한 번 더 불러봐!
페이몬:
나? 그게, 나, 난 가사가 기억 안 나! 그리고 너도 예전에 구라구라꽃한테 노래 불러준 적 있잖아——
보댜니차:
…누구한테 불러줬다고? 구라구라꽃?
여행자:
아니, 그게 아니라… 어, 사실 있긴 한데, 이유가 있었어! 어떻게 된 거냐면…
보댜니차:
불러줘
여행자:
잠깐만 준비 좀…
보댜니차:
지금
여행자:
여기 구라구라꽃이 없어서 못 부르겠어…
보댜니차:
그럼 찾으러 가자
여행자: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보댜니차:
상관없어. 오늘은 네가 구라구라꽃한테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꼭 듣고 말 거야
보댜니차:
그리고 페이몬! 그 《귀신풍뎅이로 환생해서 세상을 뒤집어버리자》도 들을 거야
보댜니차:
하하하, 무슨 이름이 그래? 너무 웃기잖아! 꼭 불러줘야 해! 일단 구라구라꽃부터 찾자!
여행자:
안 돼——————
페이몬:
안 돼——————
페이몬:
으… 다행이다, 감기는 안 걸렸어. 넌 좀 어때…? 여행자…?
페이몬:
이마를 만져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 어제 보댜니차가 준 약 덕분인가?
페이몬:
왜 추위를 쫓는 약까지 따로 있는 거지? 물 님프도 추위를 타나?
여행자:
아마 그건…
오데트:
걱정 마, 효과가 아주 좋은 약이니까
페이몬:
하하하… 한밤중에 끌려다니던 사람이 나타났네…
오데트:
내가 아니라 알료샤야. 난 추위를 잘 버텨서, 그런 약은 필요 없어
페이몬:
…너흰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거야… 그나저나 오데트, 보댜니차의 공연을 보러 온 거야?
페이몬:
게다가 이번 공연… 관객이 정말 몇 명 없네? 이게 바로 보댜니차의 「수제 티켓 특별 공연」인 거야?
오데트:
좋은 이름이네, 보댜니차한테 말해둘게. 그런데 특별 공연은 아니고, 일반 티켓도 소량 판매하고 있어
오데트:
그 표들을 구하는 방법은… 보댜니차의 말로 하자면, 「각자의 실력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어」
여행자:
역시 페이몬이 지은 이름답네
페이몬:
헤헤, 조금만 더 생각해 볼게… 쉿, 공연 시작한다. 이따 얘기하자
보댜니차:
후우… 왠지 이번 공연은 평소보다 마음이 더 편안했던 것 같아. 에휴, 이럴 줄 알았으면 다들 아는 그 곡으로 오프닝을 하지 말 걸
페이몬:
헤헤, 우리가 준 선물 덕분 아닐까?
보댜니차:
당연하지. 참, 이 축음기는 이제 용량이 다 찼을 거야. 자, 받아
보댜니차:
내가 기억력이 좀 좋거든. 잘 챙겨야 해
페이몬:
응! 아이노한테 가져가서 녹음 장치를 바꾼 다음에 다시 가져다줄게!
보댜니차:
꼭 돌아와야 해, 아직 공개 안 한 곡도 들어있으니까. 헤헤, 어젯밤에 내가 많이 녹음해 뒀거든
보댜니차:
이 「우당탕탕 축음 오리」는 이젠 「우당탕탕 고압 오리」나 다름없어. 잘못하면 폭발할지도 몰라
보댜니차:
안에 있는 노래가 새어 나오기라도 하면, 너희는…
여행자:
어… 갑자기 좀 받기 싫어졌어…
보댜니차:
응? 안 받을 거야? 어제 페이몬이 그렇게 열창한 《귀신풍뎅이로 환생해서 세상을 뒤집어버리자》도 녹음되어 있는데?
페이몬:
내, 내가 언제——
보댜니차:
에휴, 네가 부른 구라구라꽃 노래도 녹음되어 있는데… 너희가 안 가져가면, 이 노래들을 전부 공개할 수밖에 없겠네
여행자:
너, 너——
보댜니차:
맞아. 명성이 자자한 여행자(이)가, 내가 부르고 싶은 모든 노래를 듣고 기억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보댜니차:
나랑 극장의 물 님프들은 아직 부르고 싶은 노래가 많아. 그러니까 앞으로도 공연 보러 자주 와줘
보댜니차:
아, 너희한테 준 그 수제 티켓은 평생 유효해
보댜니차:
자, 다음은… 백스테이지! 확성 장치 켜주세요, 페이몬의 노래를 틀어야 하니까요!
페이몬:
틀——지——마——
보댜니차:
하하하, 네 거 틀고 나면 여행자 노래도 틀어줄게. 이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기뻐해야지!
여행자:
거기 서!
페이몬:
너한테 진짜 듣기 싫은 별명 지어줄 거야!
페이몬:
…음, 각설이는 겹쳐서 안 되고. 으아, 두고 봐! 진짜 별로인 별명을 지어줄 테니까——
에스코피에:
…사바나, 벌써 휴지 세 팩을 다 썼는데, 대체 뭐 하는 거야?
사바나:
미안, 셰프! 난 그냥, 감동해서… 흑——
사바나:
보댜니차 씨한테 케이크 하나 만들어 드려도 돼? 흑——
에스코피에:
그래, 대신 내 옷에 눈물 좀 그만 닦아줄래?!
사바나:
흑—— 셰프——
에스코피에:
이—— 바보야——
아이노:
이네파, 진짜 보댜니차 언니가 부른 노래를 녹음할 순 없는 거야?
아이노:
네페르 언니가 좋아할 텐데. 라우마 언니랑 바르카 아저씨도!
이네파:
극장 규정상 공연 중 녹음 장치 사용은 금지입니다. 아이노 님
아이노:
알았어… 그럼 앞으로 자주 들으러 와도 돼? 어젯밤에 보댜니차 언니한테서 수제 티켓도 한 장 받았잖아. 우리 둘이 같이 써도 된다면서
이네파:
네. 보댜니차 씨가 어제 제 임시 거처를 방문해 이 수제 티켓을 주셨고, 아이노 님을 공연에 초대하라고 하셨어요
이네파:
그리고 저희의 숙식도 해결해 주셨고요
아이노:
보댜니차 언니는 정말 좋은 사람이네… 나중에 야호다를 찾으면, 같이 공연 보러 오자
아이노:
지금은, 후후… 「우당탕탕 축음 오리」를 어떻게 개조할지 생각해 봐야겠어
오데트:
…훗, 보댜니차의 무거운 짐을 나눌 사람이 몇 명 생긴 것 같네
오데트:
여행자, 페이몬, 그 노랫소리를 잘 들어줘
오데트:
물 님프의 노랫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진실된 소리야. 거짓도 계산도 없이, 오직 순수한 감정만 담겨 있으니까
오데트:
…물론, 어떤 물 님프의 노래는 감정만 있고 기교는 조금 부족하기도 해. 보댜니차가 불러준 적이 있는데, 정말 인상적이었어
베스나:
…흑흑, 흑—— 너무 좋았어!
베스나:
보댜니차 씨는 정말 착한 요정이야! 왜 다른 요정들은 보댜니차 씨처럼 바른길을 가지 않는 거지?
베스나:
앞으로 나쁜 요정들을 혼내줄 땐, 극장에 묶어 놓고 반나절 내내 보댜니차 씨의 노래를 들려줘야겠어
베스나:
이렇게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이 왜 나쁜 짓을 하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다니카:
……
다니카:
그렇게 하면 무료 공연을 보기 위해 일부러 잘못을 저지르는 요정만 늘어날 겁니다. 불필요한 자금 낭비는 삼가주세요
베스나:
그럼 보댜니차 씨를 우리 쪽으로 모셔서, 나쁜 요정들한테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할까?
다니카:
방금 전과 다를 바 없는 말씀이군요
다니카:
…하지만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미탸:
후, 보댜니차의 노래는 들을 때마다 영감이 떠오르네요. 이래서 문제 풀 때는 음악을 들어야 해요
미탸:
…아! 또 어려운 문제의 풀이법이 떠올랐어요. 얼른 적어둬야지
미탸:
지금은 공연 시간이 아니니까, 보댜니차한테 눈총을 받진 않겠죠? 하하하——
발레리:
정말입니까? 축하드립니다
알료샤:
보댜니차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좋네
알료샤:
투가린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지만… 후후, 여긴 극장이니까 소리 내면 안 돼, 알았지?
「산드로네」:
……
「산드로네」:
날 보는 눈빛이, 마치 「콜롬비나는 전에 들어본 적 있어?」라고 묻는 것 같은데
「산드로네」:
들어봤어, 내 대답은 끝이야. 게다가 눈을 가리고 있는데 보댜니차의 노래를 안 들으면, 오데트가 춤추는 걸 들어야 하나?
「아를레키노」:
보댜니차 씨의 노래는 여전히 인상적이네
「아를레키노」:
꽤 오래된 곡들이지만, 그 매력은 여전하군
「아를레키노」:
하지만… 훗, 제대로 감상하려면, 노래 외에도 알아야 할 게 많지
「아를레키노」:
아쉽게도 타르탈리아는 이번에도 긴급 임무를 수행하러 나가서, 공연을 보러 오지 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