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백조》라는 발레극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코롤료프스키 극장 안에서는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한다…
페이몬:
어? 저기 있는 포스터 봤어? 코롤료프스키 극단에서 새로운 발레 공연을 하나 봐!
페이몬:
《검은 백조》…? 재밌는 이름이네. 백조는 원래 하얗지 않나?
페이몬:
이 공연의 주연은…
보댜니차:
이봐요 오데트 씨, 정신 좀 차리세요. 그 많은 일을 다 하는 건 무리라니까?
페이몬:
이 목소리는… 보댜니차? 저쪽에서 들리는 것 같은데?
보댜니차:
정식 공연까지 이제 2주밖에 안 남았어. 근데 「우인단」 임무를 또 맡으면 어떡해? 극장 연습이랑 팬미팅은 어쩌려고?
오데트:
연습이랑 팬미팅이 하루 종일 걸리진 않아. 만약 걸린다 해도, 밤 시간이 있어
보댜니차:
그래? 그럼 이번엔 저녁을 거를 거야, 잠을 포기할 거야?
오데트:
둘 다 아니야. 내 능력에 맞춰 합리적으로 내린 판단이니까 아무 문제… 응?
페이몬:
으앗! 미안 미안, 엿들으려던 건 아니었어. 보댜니차가 화내는 목소리가 들리길래 걱정돼서 와본 거야
보댜니차:
Nhà Lữ Hành, 페이몬, 마침 잘 왔어. 너희도 오데트 좀 말려봐
여행자:
무슨 일인데?
오데트:
별일 아니야
보댜니차:
맞아, 우리 부지런한 수석님이 또 무리하려는 것뿐이지. 밖에 있는 포스터 봤지? 오데트가 2주 뒤에 《검은 백조》라는 발레극에 출연할 예정이야
보댜니차:
이번 발레극은 기술은 물론이고, 인물의 감정에 대한 높은 이해도까지 요구되는 공연이지
보댜니차:
근데 연습 일정도 빠듯한 상황에서, 「우인단」의 마물 소탕 임무까지 덥석 맡아버린 거야
보댜니차:
시간도 엄청 잡아먹고 몸도 축날 게 뻔한데! 공연에 문제라도 생기면… 극장에도 클레임 들어올 수도 있는데 어쩌려고 그래?
페이몬:
음, 「우인단」 쪽에 업무를 좀 조정해 달라고 하면 안 돼? 오데트도 연습 일정이 이렇게 빡빡할 줄은 몰랐잖아
오데트:
아니, 오해했구나. 「우인단」 쪽 업무는 공연 일정을 다 확인한 뒤에 신청한 거야
페이몬:
엥?! 왜?
오데트:
……
여행자: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눈치네…)
오데트:
아무튼, 양쪽 일 다 잘 해낼 수 있어
보댜니차:
하… 네 고집은 진짜 못 말린다니까. 미리 말해두는데, 이번에도 널 찾을 때 안 보이는 상황이 생기면, 나도 더 이상은 안 감싸줄 거야
페이몬:
응. 네가 오데트를 걱정해서 그러는 건 알지만, 오데트는 진심으로 둘 다 잘 해내고 싶은 것 같아…
보댜니차:
말려봤자 소용없을 줄은 알았어…. 그래도 친구로서 이거 하나는 약속해 줘. 일정 짜는 건 다른 사람한테 맡기기로
오데트:
나 혼자서도 충분히…
보댜니차:
오데트?
오데트:
…알겠어
오데트:
……
여행자:
(날 빤히 쳐다보고 있네…)
여행자:
그럼… 괜찮다면…
오데트:
좋아, 그럼 맡길게
페이몬:
바로 수락하는 거야?!
오데트:
Nhà Lữ Hành이(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건 전에 극장에 갇혔을 때부터 느꼈어
오데트:
게다가 Nhà Lữ Hành은(는) 여러 집행관과 교류한 적이 많으니, 「우인단」의 업무 방식도 잘 알 테지. 난 Nhà Lữ Hành이(가) 적임자라고 생각해
보댜니차:
…흥…
여행자:
(이번엔 왜 보댜니차가 날 쳐다보는 거지…)
보댜니차:
오데트, 왜 나한텐 안 맡겨?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너랑 알고 지낸 시간이 훨씬 길잖아
오데트:
길지. 극장에서든 「포효단」에서든, 너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해, 보댜니차
오데트:
하지만 너한테 맡기면, 넌 일정표에 휴식 시간을 잔뜩 넣겠지. 쇼핑하러 가거나 디저트 먹으러 가자고도 할 테고
보댜니차:
그건 꼭 필요한 휴식이거든?
오데트:
넌 꼭 필요한 게 너무 많아
보댜니차:
이 세상에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 하나씩 다 경험해 봐야지. 눈에 보이는데 그냥 지나칠 순 없잖아
오데트:
난 잘 모르겠던데
보댜니차:
맨날 눈앞에 있는 것만 쳐다보니까, 뭐가 있는지 당연히 모르지
오데트:
눈은 원래 앞을 보라고 있는 거야
보댜니차:
맞아, 그래서 친구가 필요한 거야. 친구가 있으면 눈이 한 쌍 더 생긴 거나 다름없잖아
보댜니차:
Nhà Lữ Hành, 페이몬, 오데트는 너희한테 맡길게. 난 너희의 「눈」을 믿어
여행자:
응. 걱정 마
보댜니차:
오데트, 너도 Nhà Lữ Hành한테 맡기기로 한 이상, 얌전히 그 일정표대로 움직여야 해
오데트:
그래, 약속할게
보댜니차:
흥… 좋아. 그럼 오데트는 너희한테 부탁할게. 일정표는 저쪽에 있으니까, 이따 알아서 채워 넣어
보댜니차:
명심해, 《검은 백조》 공연은 2주 뒤야
오데트:
「우인단」 임무 평가는 1주 뒤고. 이것도 꼭 고려해서 일정 짜줘
페이몬:
응! 우리한테 맡겨!
페이몬:
어? 그러면… 앞으로 2주 동안 우리가 오데트의 전담 매니저가 되는 건가?
오데트:
응. 잘 부탁해, 매니저
보댜니차:
내 친구 오데트는 너희한테 맡길게.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옆에서 잘 지켜봐 줘
오데트:
일정표는 저쪽에 있어. 앞으로 2주 동안 잘 부탁해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오데트:
일찍 왔네. 잠깐 쉬고 있어. 물 마실래?
페이몬:
고마워! 어… 아니지, 이런 건 원래 매니저가 챙겨야 하는 건데…
오데트:
신경 쓰지 마
페이몬:
그나저나 팬미팅장이 꽤 예쁘게 꾸며져 있네. 매번 사람들이 많이 와?
오데트:
응. 공연도 알리고, 무용수를 홍보하는 자리이기도 해서, 극장에선 이런 행사를 꽤 중요하게 생각해
여행자:
그럼 이따가 뭐 해?
오데트:
극장 오픈일이나 간담회 같은 행사엔 관객들과 직접 교류하는 시간이 있지만…
오데트:
오늘 같은 사인회에선 팬들이 가져온 포스터나 기념 책자에 사인만 해주면 돼
페이몬:
오오, 나 알아. 관객이 올 때마다 환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지? 「언제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데트:
웃거나 감사 인사를 하는 건 필수가 아니야. 너희가 전에 다른 사람의 매니저를 해봤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과장된 표현을 잘 하지 않아
페이몬:
어… 되게 독특하네. 그래도 나쁠 건 없지
여행자:
꼭 검은 백조 같아
오데트:
그러게… 꼭 검은 백조 같네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타이시아:
좋은 아침이에요, 오데트 씨!
오데트:
좋은 아침. 금방 갈게
오데트:
좋은 아침, 매니저, 페이몬
오데트:
곧 연습이 시작되는데, 혹시 구경하고 싶으면 연습실 바닥에 편하게 앉아서 봐도 돼
오데트:
다만 발레 연습은 똑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하는 거라, 보는 재미는 없을 거야. 지루하면 언제든 나가도 돼
페이몬:
응! 걱정 말고 편하게 연습해! 우린 신경 쓰지 마
오데트:
응, 먼저 들어갈게
페이몬:
저 문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몰입한 것 같아.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
페이몬:
응, 우리도 조용히 따라 들어가자. 오늘 연습이 순조로웠으면 좋겠다!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오데트:
여기야
페이몬:
오데트, 네 임무는 여기 있는 마물들을 소탕하는 거 맞지?
오데트:
여기뿐만 아니라 이 구역 전체의 마물이야. 하지만 한 번에 끝낼 필요는 없어. 차근차근 한 걸음씩 하면 돼. 춤을 추듯이 말이야
페이몬:
오, 알겠어… 「우인단」도 좋은 일을 하는구나
오데트:
당연한 거 아니야?
페이몬:
헤헤, 맞지. 적어도 이 땅에선 마물들이 침범하지 못하게 지키고 있으니까!
오데트:
대화는 이쯤 하고, 슬슬 움직이자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오데트:
(오늘은 매니저가 정해준 휴일이야…. 밖에 나가서 좀 쉬다 오라고 했지)
오데트:
(지금은 쉴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체력도 괜찮고…)
오데트:
(그래도 보댜니차와 Nhà Lữ Hành한테 일정대로 움직이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약속은 지켜야겠지)
오데트:
레몬물 한 잔이랑 설원 위 눈덩이꽃 하나 주세요. 감사합니다
오데트:
(뭐, 좋아. 모처럼이니… 잠깐 쉬어볼까)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슈발로프:
친애하는 관객 여러분, 코롤료프스키 극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오늘은 극장 오픈을 맞아, 수석 발레리나 오데트 씨를 특별히 자리에 모셨습니다!
페이몬:
(박수 소리)
오데트:
반갑습니다
페이몬:
와, 오데트는 이런 자리에서도 안 웃네
에이, 그게 바로 오데트 씨의 매력이죠!
슈발로프:
뜨거운 환호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슈발로프:
곧 상연될 작품이자,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발레극, 《검은 백조》에 대해 얘기해 보죠!
슈발로프:
이 발레극은 아주 유명한 고전 문학을 각색한 작품인데요
슈발로프:
홀로 다르게 태어난 검은 백조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탐구함과 동시에, 운명이라는 주제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죠
슈발로프:
이 자리를 빌려, 관객분들 대신 오데트 씨께 여쭤보겠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데트: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대에서 발레로 표현하기엔 난이도가 높지만…
오데트:
…그만한 가치가 있죠
슈발로프: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답변이네요
슈발로프:
하지만 이 담담한 결론을 내뱉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도 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오데트:
……
오데트:
무대 위의 모든 무용수들이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제 노력을 내세우고 싶진 않네요
오데트:
하지만 《검은 백조》는 제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인 만큼, 반드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슈발로프:
네, 좋습니다! 그럼 이제 관객분들의 질문을 받아볼까요…
슈발로프:
거기 파란 옷 입으신 분?
이번 안무에 고난도 동작을 많이 넣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무대에서 연속 푸에테 횟수 신기록에 도전하실 거란 소문도 있던데… 사실인가요?
오데트:
네
오데트:
지금의 저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스네즈나야는 재건이 시급합니다. 이런 공연을 홍보하기보단, 스타로서 솔선수범해서 좀 더 실질적인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페이몬:
어? 잠깐만, 무슨 질문이 이래? 저 사람 시비 걸려고 온 거 아니야?
오데트:
저는 수석 발레리나로서, 스네즈나야의 예술적 전통을 존중하며, 발레라는 방식으로 이 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데트:
제 공연을 보는 분들 역시, 예술을 통해 운명에 맞설 힘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당신도 마찬가지고요
……
오데트 씨! 검은 백조를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데트:
고독함과 고결함… 그리고 목숨을 잃더라도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슈발로프:
답변 감사합니다, 오데트 씨. 또 질문 있으신 분 계신가요?
오데트 씨! 하루 연습량이 어떻게 되세요? 주로 어떤 걸 연습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오데트 씨! 연습할 때 보통 어떤 음악을 들으시나요?
관객들의 열기가 워낙 뜨거웠던 탓에, 오픈일 행사가 끝났을 때는 이미 예정 시간을 30분 넘긴 뒤였다…
오데트:
후…
페이몬:
오데트, 기분이 별로야? 질문에 답도 잘했고, 다들 널 엄청 좋아하던데!
오데트:
피곤해. 하지만…
페이몬:
하지만?
오데트:
기대에 찬 사람들의 눈빛과, 자리를 뜨면서도 무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까, 이 공연을 꼭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어
여행자:
(아까 했던 말들이 전부 진심이었구나…)
페이몬:
힘내, 오데트! 일단 오늘은 일정 다 끝났으니까, 얼른 들어가서 쉬어!
오데트:
쉬는 건 됐어. 극장 연습실에서 조금 더 연습하다가 지치면 들어갈게
오데트:
훗…
오데트:
이 분야에선 내가 프로니까, 매니저님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이 무용극을 선택해 주셔서 감사해요! 오데트 씨만의 고고한 분위기가 검은 백조랑 완전 찰떡이에요. 무대에서 보여주실 연기를 기대하고 있을게요!
오데트: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탸:
안녕, 오데트
오데트:
……
오데트:
미탸, 넌 따로 줄 설 필요 없어. 그냥 내 매니저한테 말하면 돼
미탸:
그건 안 되지. 그러면 팬으로서의 자각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미탸:
게다가 줄을 서는 것도 팬미팅을 즐기는 과정 중 하나야. 다들 활기차 보이고 얼마나 좋아
미탸:
나도 그냥 기다린 건 아니고, 이것저것 메모하면서 있었어.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니까 기분이 꽤 좋던데? 너라면 이해하지?
미탸:
그나저나 요즘 우리 협회 동료들도 《검은 백조》 얘기를 하더라. 네 영향력이 에너지 협회까지 미칠 줄은 몰랐어…
오데트:
여기, 사인 다 됐어
미탸:
오! 고마워, 오데트. 공연 파이팅!
발레리:
……
오데트:
사인 필요하신가요?
발레리:
전 미탸 씨를 따라왔을 뿐입니다만… 아닙니다. 저도 사인 하나 해주십시오
오데트:
네
발레리:
필체가 아름다우시군요
발레리:
제 부하 중에도 공연을 보러 갈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대신해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군요. 공연을 무사히 마치시길 바랍니다
오데트: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데트:
어쩐지 우리 매니저가 안 보인다 했더니
페이몬:
친구가 온 걸 보고 인사하러 가느라. 오데트, 이쪽은 별일 없었지?
오데트:
응. 오늘은 꽤 즐거웠어
페이몬:
말투는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아!
오데트:
이게 즐거운 거야. 억지로 웃거나 남에게 반응을 맞추는 타입이 아닐 뿐이지
여행자:
난 네가 이런 행사를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어
오데트:
…내 태도 때문에 오해한 모양이네
오데트:
이 일에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아. 특히 날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오데트:
그리고 나도 외부의 인정에서 힘을 얻기도 해…. 단지, 그런 힘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내면의 목소리를 놓칠까 봐 스스로 경계하고 있을 뿐이야
오데트:
그렇게 되면 나는 오르골 안에서 계속 돌기만 하는 인형이 되어버리는 거니까. 내 모습이 아니라, 타인이 바라는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거지
페이몬:
역시 넌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하구나
오데트:
자, 이야기는 이쯤 하자. 너희도 사인받을래?
오데트:
여기
페이몬:
앗, 이건!
오데트:
오래전에 찍은 건데, 나도 이거 한 장만 남겨뒀어…. 기념할 만한 의미가 있을 거야
페이몬:
예쁘다! 근데 이렇게 귀한 사진을 우리한테 줘도 되는 거야?
오데트:
자랑하고 다니지만 마. 아무나 내 매니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여행자:
고마워
오데트:
천만에
오데트:
…그리고… 응원해 줘서 고마워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오데트:
후…
페이몬:
이러면 소탕은 끝난 거겠지?
페이몬:
괜찮아, 오데트? 오늘따라 유달리 열심히 싸우는 것 같던데…
오데트:
별일 아니야. 그저…
오데트:
……
여행자:
말하기 싫으면 굳이 안 해도 돼
오데트:
아니,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잠깐 생각하고 있었어
오데트:
여긴 내가 어렸을 때 발레 연습을 하던 곳이야
페이몬:
발레 연습? 이런 야외에서?
오데트:
보통은 거울로 둘러싸인 실내 연습실에서 했지
오데트:
하지만 가끔은 혼자 밖으로 나와서 연습하기도 했어. 난 자연 속에서 춤추는 걸 좋아했거든. 아름다움을 찬양한다는 무용 예술의 본질을 떠올리게 해 주니까
페이몬:
오! 설마 그래서 「우인단」의 임무를 받은 거야? 이곳의 평온함을 지키고 싶어서?
오데트:
그것도 이유 중 하나지
여행자:
그럼 다른 이유는 뭔데?
오데트:
다른 이유는… 《검은 백조》 때문이야
페이몬:
《검은 백조》? 그 발레극 말이야?
오데트:
응. 난 어릴 때 이 작품을 연습한 적이 있어. 하지만 결국 무대에는 서지 못해서 오랫동안 아쉬워했지
페이몬:
깃털 색이 남들과 다른 검은색 백조의 이야기라고 들었어. 맞아?
오데트:
맞아. 어릴 땐 검은 백조가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어. 타고난 깃털 색 때문에 운명의 불공평함을 겪어야 했잖아
오데트:
안 그랬으면 다른 동족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오데트:
그래서 난 그때… 검은 백조를 싫어했어. 그런 모습이 되고 싶지 않았거든
오데트:
하지만 운명은 참 짓궂지. 무대 위에서 빛나는 하얀 백조가 되려고 할수록, 현실의 나는 남들과 다른 검은 백조에 더 가까워지더라고
여행자:
(「우인단」과 「포효단」에서의 역할을 말하는 거겠지…)
오데트:
다행히 지금은 검은 백조가 싫지 않아
오데트:
그래도 어린 시절의 감정을 되새겨보면,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돌아보고, 검은 백조의 감정을 더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어
페이몬:
그래서 여기 온 거구나…
여행자:
직접 느껴보니 어때?
오데트:
음… 너희, 발레극에 나오는 그 검은 백조의 결말 알아?
여행자:
잘 모르겠어…
오데트:
검은 백조는 더 이상 무리에 섞이려 하지 않고, 홀로 고고하게 살아가기를 선택했어
오데트:
그 결심을 한 뒤, 그녀는 어떤 백조보다도 높이 날아올랐지. 순백의 구름은 그녀를 감싸안았고, 그녀는 다른 백조들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났어
페이몬:
나름대로 아름다운 결말이네
오데트:
응. 고독하지만, 아름다워
페이몬:
헤헤,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지금의 오데트라면 분명 잘 해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응원할게!
오데트:
고마워…
오데트:
하지만 그 전에, 우선 「우인단」 업무부터 잘 마무리해야겠지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오데트:
소탕 완료
페이몬:
오! 수고했어! 잠깐 쉴래?
오데트:
괜찮아, 안 힘들어
페이몬:
음, 전에 네가 이 임무를 맡은 이유를 말해주긴 했지만, 내가 보기에 넌 「우인단」 일을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아
페이몬:
적어도 우리랑 마물을 소탕하면서 힘들거나 어렵다고 불평하는 건 한 번도 못 봤어
오데트:
그래서 이상해?
페이몬:
그건 아닌데, 보통은… 이런 일이 발레랑 잘 안 맞는다고 여기잖아
오데트:
음… 예전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어
여행자:
지금은?
오데트:
지금은… 오히려 이런 일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줘. 가끔은 긴장을 풀어주기도 해
오데트:
처음 「우인단」에 들어왔을 땐, 여기서 하는 일이 정말 싫었어. 발레 연습할 시간만 뺏는다고 생각했지
오데트:
게다가…
오데트: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상처까지… 난 꽤 오랫동안, 예전의 행복이 완전히 부서졌다는 사실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어
오데트:
그래서 그 책임을 로잘린과 「우인단」, 그리고 「한겨울 계획」에 돌리면서, 증오를 원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갔지
오데트: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어. 내가 정말 싫었던 건 그런 게 아니야…. 난 그냥 내 것이 아닌 무언가가 내 삶을 통제하는 게 싫었던 거야
페이몬:
오데트…
여행자: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는 건 좋은 일이야
오데트:
자신을 마주한다라…
오데트:
지금의 나는 그토록 꿈꾸던 무대에 올랐고, 어릴 적 꿈도 이뤘어. 자랑스러워야 맞을 텐데… 가끔은 하나도 기쁘지가 않아
페이몬:
어? 왜?
오데트:
사람들이 기대하는 「나」의 모습은 너무나 눈부시고 완벽한데, 그건 내 빛이 아니거든
오데트:
이제는 그 빛이 조금씩 내 삶에 영향을 미치며, 나를 통제하는 기분이야
오데트:
아이러니하지? 통제받기 싫어하던 무용수로서의 삶이, 지금은 오히려 내 현실의 삶을 통제하고 있다니
오데트:
네 말이 맞아. 아직 그렇게 심각하진 않아. 가끔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질 뿐이지
오데트:
그럴 때면 난 「우인단」의 일에 몰두해. 그러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내가 뭘 위해 춤을 추는지 다시 돌아볼 수 있거든
오데트:
빛 속에 있으면 자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법이지
페이몬:
꽤… 철학적이네
오데트:
그냥 살아가면서 느낀 점일 뿐이야
오데트: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어. 핏줄을 물려받으면서, 부모님이 각자의 일에 품고 있던 열정까지 물려받은 게 아닐까?
오데트:
하지만 난 둘 다 절반씩만 받은 거지. 그래서 계속 양쪽을 오가며 끊임없이 헤매고, 영영 정착하지 못하는 걸지도 몰라…
여행자:
관점을 바꿔서…
오데트:
음…
오데트:
그럼… 내가 어디로 가든, 두 분이 걸어왔던 길을 따라가는 셈이겠네
오데트:
천진난만했던 즐거움은 사라졌지만, 적어도 외롭지는 않겠어
오데트:
두 분의 날개 아래에서, 나도 언젠가는 나만의 단단한 깃털을 키워내고, 내가 선택한 하늘로 날아오를 거야. 마치 검은 백조처럼
페이몬:
응! 우리도 널 계속 응원할게!
여행자:
나도 네가 이런 이야기를 해줘서 좋아
오데트:
매니저가 이런 말을 하니까 이상하네…
오데트:
그래도 이젠 알 것 같아. 왜 네가 그 많은 「우인단」 거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오데트:
적어도 넌, 남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야
오데트:
귀중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진 않아서… 자, 이 책갈피 너 줄게. 기념으로 간직해 줘
페이몬:
예쁘다, 고마워!
오데트:
나야말로 고마워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보댜니차:
이렇게 돌면 돼? 으아, 이거 발끝이 너무 아픈데, 원래 이런 거야?
오데트:
원래 그런 거야
보댜니차:
알았어, 그럼 어지러운 건? 물속에서 돌 땐 하나도 안 어지럽단 말이야
오데트: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해서 그래
보댜니차:
넌 무대 위에서 나보다 훨씬 격하게 돌잖아, 그럼 어지러운 걸 꾹 참으면서 춤춰?
오데트: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고, 고개를 빠르게 돌려봐. 이렇게. 다시 해볼래?
보댜니차:
…이렇게?
보댜니차:
오데트, 나 좀 늘었어?
오데트:
아주 조금은
보댜니차:
휴, 육지 사람들의 삶은 물속의 요정보다 훨씬 힘든 것 같아…
오데트:
해결책은 계속 연습하는 거야. 물론 육지에서
오데트:
내 경험상 최소 한 달은 걸려
보댜니차:
으… 그럼 한 달 뒤에는 어떻게 되는데?
오데트:
익숙해지지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페이몬:
오늘은 쉬는 날인데, 오데트가 잘 쉬고 있으려나…. 걘 워낙 무리하는 타입이잖아
페이몬:
우리 오데트가 자주 가는 곳을 한번 돌아볼까? 혹시 마주치면 상태도 좀 볼 겸
페이몬:
아, 극장엔 안 왔구나. 으응, 알겠어!
페이몬:
여기에도 없네. 마물이 나타난 흔적도 없고…
페이몬:
옛뜰 식당에 밥 먹으러 온 것 같지도 않아…
페이몬:
대충 다 둘러본 것 같네. 우연히 엇갈린 게 아니면, 오데트는 집에서 쉬고 있는 거겠지? 이제 좀 안심된다!
여행자:
페이몬, 저기 봐
페이몬:
아, 오데트다!
오데트:
……
페이몬:
우연이네. 여기서 널 만날 줄은 몰랐어!
오데트:
너희… 나한테 볼일이라도 있어?
페이몬:
아니 아니, 그냥 우연히 보여서 인사하러 온 거야. 근데 왜 그렇게 긴장해?
페이몬:
와, 상자가 엄청 많네…. 방금 쇼핑한 거야?
오데트:
음…
페이몬:
오데트?
오데트:
이건, 오르골 랜덤 박스야. 여기서 히든 제품을 갖고 싶어서…
페이몬:
그래서 이렇게 많이 산 거구나? 그래서… 원하는 건 나왔어?
오데트:
아니
오데트:
이제 마지막 하나 남았어…
여행자:
힘내!
오데트:
응…
오데트:
중복이네. 벌써 똑같은 것만 다섯 개째야
여행자:
운이 너무 없는데…
오데트:
열 개만 더 사 올게
페이몬:
잠깐만, 오데트! 조금 진정해
오데트:
흥분한 적도 없어. 그래서 열 개만 사겠다는 거야
페이몬:
돈 쓰는 걸 말리려는 건 아닌데… 이미 엄청 많이 샀잖아. 잘 생각해 봐. 진짜 그게 갖고 싶은 거 맞아? 오기가 생긴 거 아니고?
오데트:
음…
오데트:
예전에 발레 연습을 하다가 바닥에 넘어진 적이 있어. 그때 어머니가 날 일으켜 세워주시다가, 실수로 가장 아끼던 오르골을 떨어뜨리셨지…
오데트:
워낙 오래된 물건이라 이젠 똑같은 디자인을 구할 수도 없고, 수리도 어려운데… 이번에 새로 나온 히든 제품이 그거랑 비슷하더라고
페이몬:
그랬구나…
오데트:
…고마워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보댜니차:
옛뜰 훈제 소시지 하나, 글루포프 호밀빵 하나, 설국 냉수프 두 개, 스네즈나야 꼬치구이 네 개 주시고요, 베리 아이스크림은 인원수대로…
오데트:
난 괜찮아
보댜니차:
뭐? 쉬는 날인데 샐러드만 먹으려고?
오데트:
응
보댜니차:
그럼 베리 아이스크림은 네 개만 주세요, 감사합니다
페이몬:
미안 미안, 우리가 좀 늦었지?
알료샤:
우리가 일찍 온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보댜니차가 방금 막 음식 시켰어
페이몬:
헤헤, 오늘도 맛있는 걸 잔뜩 먹겠네!
보댜니차:
우선 건배부터 할까? 내일 오데트의 공연이 잘 풀리길 바라면서!
페이몬:
공연 파이팅!
여행자:
공연 파이팅!
보댜니차:
공연 파이팅!
알료샤:
공연 파이팅!
보댜니차:
넌 왜 같이 안 해?
오데트:
할 필요가 없으니까?
보댜니차:
공연 파이팅!
오데트:
……?
보댜니차:
분위기 맞추려고 내가 대신 말해준 거야
오데트:
……
보댜니차:
고맙긴, 나도 너를 동료이자 친구로 둬서 정말 기뻐
보댜니차:
매니저 생각은 어때? 이 녀석이랑 2주 동안 같이 지내보니까,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거나 그러진 않았어?
보댜니차:
하긴, 오데트랑 같이 있는데 안 즐거울 사람이 어디 있겠어?
보댜니차:
그럼 구체적으로 뭐가 즐거웠는지 한번 말해봐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지난 이야기들을 골라 두 사람과 공유했다…
오데트의 눈치를 살피면서, 보댜니차의 호기심을 최소한으로 만족시켜 주었다…
보댜니차:
좋았겠다…
보댜니차:
Nhà Lữ Hành, 나중에 내 매니저도 한번 해볼래? 이 경험을 그냥 썩히긴 아깝잖아
오데트:
일정표를 짜야 할 만큼 일정이 많긴 해?
보댜니차:
뭐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거든!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오데트:
(…아직 더 남았어. 빨리 다음 장소로 가야 해)
「산드로네」:
잠깐 서 봐
오데트:
…「산드로네」 님
「산드로네」:
임무 기한에 쫓겨서 눈밭을 허둥지둥 뛰어다니는 꼴이라니… 너답지 않아, 오데트
오데트:
……
「산드로네」:
이번 소탕 임무의 평가는 내가 맡았어. 평가 결과는, 굳이 내 입으로 말 안 해도 잘 알지?
오데트:
죄송합니다, 「산드로네」 님
「산드로네」:
그래, 사과는 받을게. 나도 네 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야
「산드로네」:
《검은 백조》 포스터 봤어. 바로 일주일 뒤가 공연이던데, 시간이 부족한 만큼 연습에 상당한 노력을 들이고 있겠지?
「산드로네」:
이런 상황이면, 임무를 받을 때 자기 역량을 신중히 판단하고 움직였어야지
오데트:
죄송합니다, 「산드로네」 님…
「산드로네」:
됐어, 이미 사과했잖아. 나도 잔소리하려고 이러는 건 아니야
「산드로네」:
……
「산드로네」:
네 노력이 헛된 건 아니었어. 포스터 앞을 지나가는데, 관객들이 네 이야기를 하더라
「산드로네」:
너의 예술성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어. 이번에도 네가 훌륭한 작품을 선보일 거라고 믿고 있었지
「산드로네」:
솔직히 나도 네 공연을 기대하고 있어. 하지만 그건 그거고,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해야겠지
오데트:
…알고 있습니다
「산드로네」:
그래, 그럼 나도 더 할 말 없어. 다음부턴 알아서 주의하도록 해
오데트: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산드로네」:
아, 참, 오데트
오데트:
네?
「산드로네」:
공연 잘해. 나랑 아를레키노도 보러 갈 테니까
오데트:
…아, 네. 감사합니다
페이몬:
오늘은 「우인단」의 임무 평가 날이지?
페이몬:
오데트는 일을 잘했으니까 분명 문제없을 거야!
「산드로네」:
안녕, 오데트. 응? 너희도 있었네
오데트:
…「산드로네」 님
페이몬:
산드로네?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산드로네」:
그건 내가 할 말 같은데? 난 이번 소탕 임무의 평가를 맡은 집행관이야
오데트:
「산드로네」 님이 직접 맡으실 줄은 몰랐네요…
「산드로네」:
마침 시간도 비고, 별것도 아닌데 뭐. 너희 둘은 잠깐 자리 좀 비켜줄래? 이 평가는 「우인단」 내부 업무라서 말이야
페이몬:
아… 으응…
오데트:
제가 해야 할 게 있을까요? 「산드로네」 님
「산드로네」:
아니. 네 평가는 이미 끝났어
오데트:
…네?
「산드로네」:
「마물 소탕」 평가잖아? 그럼 목표 지역의 마물 출몰 상황만 확인하면 되지
「산드로네」:
오기 전에 미리 둘러봤는데, 잘 끝내놨더라. 통과야. 앞으로도 계속 잘해 봐
오데트:
…감사합니다, 「산드로네」 님
「산드로네」:
왜 나한테 감사해? 고생한 건 넌데
「산드로네」:
참, 《검은 백조》 포스터 봤어. 준비는 잘 돼 가? 몸은 좀 버틸 만하고?
오데트:
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산드로네」:
……
「산드로네」:
(하! 후배랑 소통하는 건 정말 어렵네. 특히 이런 성격은 더더욱… 로잘린이 그때 얼마나 고생했을지 알겠어)
오데트:
「산드로네」 님? 다른 용무가 없으시다면…
「산드로네」:
아, 잠깐만
오데트:
네?
「산드로네」:
어… 내가 알기론, 네가 이번에 소탕한 구역이 어릴 때 자주 가던 곳이라던데, 맞지?
오데트:
…예전에 로잘린한테 들으셨나요?
「산드로네」:
대충 그렇지
「산드로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어…
오데트:
…?
「산드로네」:
하아, 그냥 솔직하게 말할게. 내 생각엔 너나 나나, 어느 정도는 자신의 내면과 공존하는 법을 찾아야 해
「산드로네」:
조언하자면, 가끔은 마음 깊은 곳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너무 꽁꽁 숨겨두지만 말고
오데트:
……
「산드로네」:
이건 「상관의 지시」도 아니고, 생색내려는 것도 아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내가 혼잣말했다고 생각하고 넘겨
오데트:
왠지… 예전과 조금 달라지신 것 같네요, 「산드로네」 님
「산드로네」:
그래? 하, 좋게 달라졌다는 뜻으로 들을게
오데트:
네, 조언 감사합니다. 참고할게요
「산드로네」:
좋아, 그럼 됐어. 나중에 기회 되면 우리랑 차라도 한잔하자. 아를레키노도 올 거야
「산드로네」:
부담스러우면 리니 쪽 애들이나 Nhà Lữ Hành도 불러. 찻잔 몇 개 더 준비하는 건 일도 아니야
오데트: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페이몬:
얘기 끝났어? 어떻게 됐어?
오데트:
응… 통과했어.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수확을 얻은 것 같아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페이몬:
오늘은 드디어 《검은 백조》 공연 날이네. 오데트, 컨디션은 좀 어때?
오데트:
좋아. 연습 중에 다친 곳도 없고, 몸도 안 피곤해
오데트:
최근 리허설 결과를 보면, 계획해 둔 고난도 동작들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 예상보다 더 잘될지도 모르지
오데트:
근데…
오데트:
요즘 극장 쪽 일정에 집중하느라, 「우인단」 임무에 조금 소홀했어
오데트:
아니, 그렇게 말하지 마. 능력 이상으로 많은 일을 맡아버린 내 책임이야
오데트:
이런 생각이 공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오늘 「아를레키노」님과 「산드로네」 님도 공연을 보러 오신다던데, 조금 긴장되네
페이몬:
아… 네 마음 이해해
페이몬:
하지만 상하 관계를 떠나서, 둘 다 네 공연을 기대하고 있으니까 오는 거 아니겠어?
페이몬:
그러니까 일 생각은 잠시 잊고, 지금은 눈앞의 발레극에만 집중하자
오데트:
그래, 그럴게
오데트:
이따 일찍 입장할래? 미리 표를 줄 테니까, 직원 통로로 가면 돼. 가서 친구들이랑도 얘기 나눠
페이몬:
오, 또 누가 오는데?
오데트:
두 집행관님 말고도, 보댜니차랑 알료샤, 미탸, 발레리 씨…
여행자:
정말 시끌벅적하네…
오데트:
하지만 난 사람들을 미리 만나진 않을래
오데트:
남은 시간 동안 마음을 가라앉히고, 《검은 백조》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거든
오데트:
신체 유연성과 제어력은 자신 있어. 무용 기술도 검은 백조의 특별함을 표현하기엔 부족하지 않고…
오데트:
하지만 검은 백조의 내면이 변화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정리가 좀 부족한 것 같아…
여행자:
원작을 다시 한번 읽어보는 건 어때?
오데트:
진작에 이미 읽어봤어. 하지만…
오데트:
그건 어디까지나 작가의 표현이야. 참고는 되겠지만, 「나」 자신의 표현과는 엄연히 달라
오데트:
그래도 걱정 마. 너희 덕분에 외부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었고, 관객들이 생각하는 검은 백조의 이미지가 어떤지도 알게 됐으니까
오데트:
덕분에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 적어도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을 거야
여행자:
그거 다행이다
오데트:
그럼 이따 봐
오데트:
너희의 박수 소리를 기대하고 있을게
오데트:
「기술적으로 완벽한 공연이었지만, 나 자신을 찾을 수는 없었어」
페이몬:
오늘은 드디어 《검은 백조》의 공연 날이야…
페이몬:
시간 진짜 빠르다. 한 가지 일을 겨우 끝냈다 싶으면, 바로 다음 일이 시작되는 것 같아
여행자:
매니저 일도 생각보다 쉽지 않네…
페이몬:
오데트, 좀 어때? 이제 곧 공연인데, 자신 있어?
오데트:
음… 요즘 「우인단」 임무에 집중하느라, 춤 연습에 조금 소홀했어
오데트:
아니, 그렇게 말하지 마. 능력 이상으로 많은 일을 맡아버린 내 책임이야
페이몬:
어… 그, 그럼 지금이라도 더 연습하면 어때? 정식 공연까진 아직 시간이 좀 남았어
오데트:
발레 실력은 매일 꾸준히 쌓아 올리는 거야. 벼락치기로 메울 수 있는 게 아냐
페이몬:
그건 그래…
오데트: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 상황이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아
페이몬:
정말?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오데트:
방법까진 아니고… 이번 무대에서는, 관객들에게 조금 색다른 검은 백조를 보여주게 될 것 같아
페이몬:
응?
오데트:
너희 덕분에 「우인단」 임무를 수행하면서 과거의 나를 똑바로 마주하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어
여행자:
우린 딱히 한 게 없는데…
오데트:
아니, 너희는 관객이 되어줬잖아. 관객의 시선이 있었기에, 무대 위의 나를 또렷이 바라볼 수 있었던 거야
오데트:
외부의 평가와 화려한 무대에 너무 오래 둘러싸여 있던 탓인지, 이렇게 차분하게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
오데트:
마치 검은 백조가 하얀 백조들 사이에 너무 오래 섞여 지내서, 자기 깃털의 색을 잊을 뻔한 것처럼 말이야
페이몬:
그럼… 지금 상태가 오히려 더 좋다는 거야?
오데트:
적어도 나한테는 그래. 이번엔 내 방식대로 이 발레극을 해석할 생각이야
오데트:
관객들의 마음에 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할래
여행자:
그거 다행이다
페이몬:
응, 혹시 우리가 더 도와줄 건 없을까?
오데트:
고마워, 하지만 이제 충분해. 남은 시간은 혼자 조용히 보내고 싶어
오데트:
내 마음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관객들에게 뭘 보여주고 싶은지, 차분히 생각해 보려고 하거든
페이몬:
알겠어, 그럼 저녁 공연을 기대하고 있을게!
오데트:
그래, 무대 위에서 너희를 찾아볼게
오데트:
「나 자신이 되기로 결심했지만, 그 선택에도 대가는 따르는 법이지」
보댜니차:
오데트, 너 요즘 대체 뭐 하고 다니는 거야?
오데트:
흥
보댜니차:
내가 수소문하고 다니지 않아도, 네 얘기가 알아서 귀에 들어오더라
보댜니차:
네 동료 무용수들이 극장 대기실에서 쉴 새 없이 떠들던데? 네가 연습 때 완전히 넋을 놓고 있었다고
보댜니차:
게다가 우인단 제복을 입은 팬도 나한테 슬쩍 와서 네 근황을 묻더라…. 보아하니 「우인단」 일도 제대로 못 끝낸 모양이지…?
보댜니차:
이봐! 오데트! 내 말 듣고 있어? 「눈」은 왜 딴 데를 보고 있는 건데!
오데트:
미안, 반성하고 있어. 오늘은 좀 피곤해서 먼저 들어가 볼게
보댜니차:
하? 피곤? 지난 2주 동안 제일 많이 쉰 사람이 너 아니었어?
보댜니차:
오데트!
오데트:
……
페이몬:
어, 저기… 오데트
오데트:
매니저 일이 쉬운 일도 아니잖아. 너희를 탓할 생각 없어
오데트:
처음부터… 보댜니차 말이 맞았어. 한꺼번에 여러 일을 맡는 게 아니었는데…
오데트:
내 능력을… 너무 과신했던 것 같아
오데트:
…먼저 들어갈게. 다음에 보자
페이몬:
오데트… 하아…
페이몬:
미안한 마음은 크지만, 지금 우리가 억지로 붙어 있으면 더 힘들어할 것 같아…. 조금 시간을 두고 나중에 다시 찾아가자
페이몬:
모든 게 다 잘 풀리면 좋겠다…
페이몬:
너 혹시 오데트 봤어?
여행자:
못 봤어
페이몬:
방금 무대 뒤에 갔는데 직원들이 그랬어. 오데트가 커튼콜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더니, 어디로 가는지도 말 안 하고 혼자 나가버렸대…
페이몬:
원래… 간단한 축하 파티를 하기로 했었는데…
페이몬:
아… 오데트!
오데트:
……
오데트:
미안…
오데트:
잠깐 나 좀 혼자 있게 해줄래?
여행자:
네가 걱정돼, 오데트
페이몬:
우린 지난 2주 동안 널 지켜봤잖아. 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양쪽 일을 다 잘 해내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알아…
오데트:
하지만 결국 잘하지 못했어
페이몬:
그래도 최선을 다했잖아! 네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구. 단지…
오데트:
페이몬, 네 마음은 고맙지만, 그런 위로는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
오데트:
안무에 있는 동작을 수행하지 못한 건,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린 거고…
오데트:
「우인단」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건, 나 자신을 저버린 거야
오데트:
이런 실수들이 타인의 선의만으로 쉽게 용서된다면, 난 고개를 들 수가 없어
페이몬:
넌 스스로한테 너무 엄격해…
여행자: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데트:
……
오데트:
좋은 질문이네, Nhà Lữ Hành. 내 대답은 「아니오」야
오데트:
그래, 맞아. 난 포기하기가 싫어…
오데트: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도 여전히 헛된 희망을 품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도 어떻게든 해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돼
오데트: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페이몬:
너무 나쁘게 말하지 마. 그게 바로 오데트 너인걸. 넌 고집이 세지만 끈기 있고 강한 사람이야!
여행자:
마치 날개를 펴기 전의 검은 백조처럼
오데트:
…둘 다 고마워
오데트:
위로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했으면서, 막상 너희랑 얘기하고 나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지네
페이몬:
어, 정말?
오데트:
응. 무엇보다 나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게 된 것 같아
오데트:
이미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 책임은 질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에 굴복할 생각은 없어
오데트:
다음 무대, 그리고 다음 임무에서는… 반드시 오늘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게
페이몬:
드디어! 《검은 백조》의 공연 날이 됐어!
페이몬:
돌이켜보면 지난 2주 동안 일정이 진짜 빡빡했지…. 오데트가 잘하는 발레 동작처럼 계속 빙글빙글 돌아갔어
페이몬:
다행히 「우인단」의 임무도 잘 마쳤고, 극장 쪽 연습이랑 팬미팅도 빠짐없이 다 소화했어. 그야말로 완벽해!
오데트:
좋은 아침, 매니저, 페이몬
페이몬:
크흠! 당사자한테 인터뷰를 해볼까. 오데트 씨, 오늘 공연에 자신 있으신가요!
오데트:
응
페이몬:
너무 담백해! 수석 발레리나가 「응」 한 글자로 모든 소감을 끝내버리면…
페이몬:
아무리 전문적인 기자도 재미있는 기삿거리를 못 뽑아낸다구!
오데트:
나도 너희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페이몬:
정말? 물어봐!
오데트:
너희는 검은 백조의 내면이 변화한 근본적인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
페이몬:
어, 그러니까 왜 더 이상 무리에 섞이려고 애쓰지 않게 됐냐는 거지?
오데트:
음, 이 질문엔 정답이 없으니까, 너희의 답이 틀렸다곤 생각하지 않아
오데트:
다만 내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검은 백조가 진정한 자신을 찾았기 때문인 것 같아
페이몬:
오? 넌 어쩌다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됐어?
오데트:
음… 1막부터 이야기해 볼게
오데트:
이야기의 주인공인 검은 백조는 스포트라이트 아래 서게 돼. 그녀는 운명의 불공평함을 맞닥뜨리고, 그에 맞서 끝까지 싸우기로 결심하지
오데트: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고집스럽게 버텼어. 그리고 오만하게도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었지…
오데트:
하지만 빛 속에 있으면 자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법이야
페이몬:
그 말은…
오데트:
그녀가 아는 유일한 삶의 방식은, 자신의 삶을 통제하려는 힘에 「맞서 싸우는」 거였어
오데트:
그래서 그녀는 백조 무리에 맞서고, 자연에 맞서고, 운명에 맞섰지…
오데트:
그녀의 눈에는 적이 너무 많아 보였지만, 그중에는 사실 적이 아닌 존재도 있었어. 그녀는, 진짜 적이 관성처럼 흘러가는 삶 자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지
오데트: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녀는 한 곳에서 다음 곳으로, 한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끊임없이 달려가기만 했어
페이몬:
오데트…
오데트:
하지만 그동안 너희와 함께 지내면서,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오데트:
이 발레극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 마음속에 수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었어
오데트:
무엇을 위해 춤추는지, 왜 「우인단」의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지…
오데트:
이번 기회를 통해, 늘 수동적인 태도 아래 파묻혀 있던 내 「갈망」을 깨닫게 됐어
오데트:
난 타인의 인정도 받고 싶고,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인정받고 싶어. 그리고 그 욕심이 너무 커서, 어중간한 결과로는 절대 만족하지 못해
오데트:
평소엔 잘 의식하지 못했지만, 결국 이 「갈망」이 지금의 나를 만든 거야. 날 여기까지 이끌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가게 해줄 원동력이지
오데트:
난 삶과 맞서 싸우느라 지칠 필요가 없었어. 마치 검은 백조가 자신의 깃털 색을 바꾸려고 애쓸 필요가 없었던 것처럼. 난 그저 내 안의 갈망을 따라가면 돼…. 그리고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어
여행자:
맞는 말이야
페이몬:
응, 지금 이렇게 말하는 오데트가 엄청 눈부셔 보여!
오데트:
고마워
오데트:
아, 맞다. 마지막 구절을 너희와 공유하고 싶어. 음… 내가 읽어줄게
오데트:
「춤추지 않아도 되는 이른 아침, 검은 백조는 호수 위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데트:
「떠오르는 해 곁의 구름은 지척에 있어, 마치 날갯짓 한 번이면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오데트:
「검은 백조는 생각했다. 언젠가 삶의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가장 높은 곳까지 날아올라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
오데트:
「다른 백조들이 해보지 못한 일을 하고, 꾸지 못한 꿈을 꿀 거야」
여행자:
이게 바로 검은 백조가 품은 갈망이야…
오데트:
훗… 정답은 없어.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 대답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싶어
오데트: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셨어. 발레는 기교와 기술이기도 하지만, 감정과 표현이기도 하다고
오데트:
이제 이 답을 찾았으니, 나만의 방식대로 이 작품을 멋지게 완성해 낼 수 있을 거야
오데트:
이걸로… 어릴 적 소원은 이룬 셈이네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보댜니차:
오데트, 나랑 눈사람 만들자♪~
오데트:
……
보댜니차:
아님 기차 타고~ 스네즈나야 돌자♪~
오데트:
……
보댜니차:
맨날 나랑 안 놀아줘서~ 물고기한테 노래하네♪~
오데트:
……
보댜니차:
관객이 있다 해도~ 나는 언제나 외로워~ 시간만 똑딱똑딱♪~
오데트:
……
보댜니차:
똑딱~ 똑딱~ 똑딱~♪ 똑딱~ 똑딱~ 똑딱~♪
오데트:
……
보댜니차:
「안 돼! 난 널 물속으로 끌고 가고 싶지 않아. 난 전설 속의 물 님프가 아니라구!」
오데트:
…이 정도면 연습은 충분한 것 같아. 대사도 잘 숙지했고
보댜니차:
에이! 아니지 아니지. 여기선 「괜찮을 거야, 보댜니차」라고 받아쳐 줘야지
오데트:
…애초부터 아주 아주 괜찮아 보여
보댜니차:
알았어——
오데트:
……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오데트: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데트: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데트: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데트:
후…
알료샤:
오데트, 팬미팅장에 펜 두고 갔더라. 내가 대신 가져왔어
오데트: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료샤:
뭐?
현재 오데트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오데트:
이런 데서 만날 줄은 몰랐네. 마침 업무 보고를 끝낸 참이었거든
여행자:
좀 어때?
오데트:
음… 글쎄… 꽤 잘 풀린 것 같아. 신경 써줘서 고마워
오데트:
요즘 잠을 너무 못 잤나 봐. 사고 속도가 좀 느려졌네
오데트:
원래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라서 다행이야. 딱히 티 나는 실수는 안 했거든. 아니었으면 빠져나오지도 못했겠지
여행자:
쉴 수 있을 때 푹 쉬어 둬!
오데트:
꼭 그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