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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물어온 제비·첫 번째

구름 사이에 그대가 보이네, 옥빛 무지개를 그리며 춤추고


구름 사이에 그대가 보이네, 옥빛 무지개를 그리며 춤추고
축월절 이야기에 당신과 페이몬은 과거를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하지만 지금은 축제를 즐길 때다. 축제 때마다 뜻밖의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페이몬:
우와, 달 진짜 크다! 지금 유롱항은 완전 명절 분위기네…
여행자:
페이몬, 왜 그래?
페이몬:
그냥 처음 축월절을 보냈을 때가 생각나서. 각청이랑 같이 레시피를 찾아다녔던 일이 생생하네
페이몬:
너와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명절이 굉장히 특별해진 것 같아
페이몬:
명절만 되면 좋은 친구들도 잔뜩 만날 수 있는 데다, 맛있는 것도 잔뜩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
페이몬:
하지만 한편으로는, 명절은 매년 돌아오는데… 많은 것이 변해버려서 자꾸만 예전 생각이 나고는 해…
페이몬:
물론이지! 그럼 하던 대로 축제를 맘껏 즐겨보자구~ 우선 어디서부터 돌아봐야 하려나…?
여행자:
저 사람, 남연 아니야?
페이몬:
응광이랑 같이 가주님 만나러 간 거 아니었나? 가서 물어보자! 가볼 만한 곳 좀 추천해 달라고도 하고. 남연은 유롱항에 대해 빠삭할 테니까!
페이몬:
안녕, 남연!
남연:
안녕, 여행자, 페이몬. 음… 「오랜만이야」라고 하긴 좀 그렇고, 「방금만이야」라고 해야겠네
페이몬:
그치? 방금 전에도 봤으니까. 근데 응광이랑 같이 가주님을 만나러 간 거 아니었어? 엄청 빨리 돌아왔네?
남연:
나는 그냥 길 안내만 했거든
남연:
천권님처럼 대단한 분이 찾아오면 보통 종가의 어르신들이 모두 참석하셔. 그런 자리에 나 같은 애가 있어봤자 방해만 될 걸?
페이몬:
종가의 어르신들이라니?
남연:
큰아버지, 삼촌, 이모, 고모…
페이몬:
으앗, 그마안! 대충 그림이 그려지네…
남연:
회담이 열리면 앉는 순서부터 차를 올리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따져야 하겠지? 그런 자리는 내게 너무 벅차
남연:
그래서 가주님에게 인사만 드리고 바로 나왔어
페이몬:
솔직히 나도 그런 자리는 영 불편하더라구…. 뭐, 잘됐네. 가볼 만한 곳 추천 좀 해주라!
페이몬:
실은 여행자(이)랑 같이 유롱항에서 명절을 보내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서
남연:
이번 축월절에는 침옥 협곡 상회에서 맛있는 거랑 재밌는 것들을 잔뜩 준비했거든. 말로 다 설명하면 너무 길어질 걸? 후훗, 내가 제대로 안내해 줄게
페이몬:
그럼 더 좋고! 근데 좀 오래 걸리지 않을까? 응광이 남씨 가문 도사들이랑 천암군을 같이 움직일 거라고 하던데, 넌 안 가?
남연:
종가에서 작전에 참여할 고수들을 선별할 테니까, 나까지 가서 폐를 끼칠 필요는 없을 거야
페이몬:
그렇구나…
남연:
여행자은(는) 그렇게 생각했구나…. 그럼 내가 질문 하나만 해볼게
남연:
너희는 기문술이 열심히 수련해야 할 「책임」과 마음 가는 대로 가지고 노는 「취미」 중 어느 쪽이라고 생각해?
페이몬:
어려운 질문이네. 양쪽 다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남연:
옛날에 바람각을 읽는 영관께서도 후배에게 이렇게 물어보셨대. 후배가 답을 못 하니까, 「그냥 둘 다 맞다고 치자」고 하셨다더라고
남연:
그 뒤로 우리 집안에는 규칙이 하나 생겼어. 아이가 기억이란 걸 할 무렵이 되면 선택권을 줘
남연:
만약 기문술을 진지하게 배우고 싶어 하면 종가로 가서 사부님을 모시게 해 주고, 기문술을 취미로 삼겠다고 하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거지
페이몬:
그래서 남연은 기문술을 취미로 선택한 거야?
남연:
당연하지. 난 학당에 앉아서 꾸중 듣는 건 질색이거든. 아마 교영 마을 근처 언덕으로 가서 연을 날리느라 학당에 가는 것도 까먹을 걸?
페이몬:
듣고 보니까 남연의 마음이 이해되네!
남연: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선택한 거니까
남연:
종가의 언니 오빠들은 엄청난 기문술을 잔뜩 전수받아. 요마를 상대할 때 엄청 효과적이더라. 정말 존경스러워
남연:
난 거의 독학으로 배우고 있어. 관심이 가는 기문술이 생기면 관련 서적을 빌려서 연구해 보곤 해
페이몬: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남연은 어떤 기문술에 관심이 있어?
남연:
음… 요즘에는 제비와 관련된 기문술을 연구하고 있어
페이몬:
진짜? 자세히 얘기해 주라!
남연:
어른들한테 들은 건데, 제비는 특별한 새라 진흙이랑 풀을 물어다가 처마 밑에 둥지를 튼대
남연:
근데 난 침옥 협곡 처마 밑에서 제비가 지은 둥지를 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
남연:
제비들은 해마다 바삐 오갈 뿐, 둥지를 틀기는커녕 모습조차 보기 힘들어. 아무래도 어르신들의 말씀은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 같아
페이몬:
왜 그런 걸까?
남연:
잘 모르겠어. 다만 제비들의 몸에서 어떤 힘이 느껴졌는데, 그게 우리 가문에서 쓰는 기문술과 아주 잘 맞더라고
남연:
그래서 제비들이 다시 돌아와서 둥지를 틀게 할 수 있는 기문술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
페이몬:
제비들이 둥지를 틀게 한다니… 그게 가능한 거야?
남연:
아쉽게도 지금은 벽에 부딪힌 것 같아. 술식에서 결정적인 한 조각이 부족하더라고…
페이몬:
그… 그 정도는 별거 아니잖아, 그치?
남연:
당연히 별거지! 종가의 기문술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운 게 다라서. 뭐, 너무 걱정 마. 기왕 연구가 막혔으니 일단은 그대로 놔두려고
남연:
어느 날 언덕에 누워 구름 구경하다가 뭔가가 떠오를지도 모르잖아?
페이몬:
뭐라도 위로를 해줘야 하나 싶었는데
남연:
페이몬은 다른 사람을 잘 챙겨주는구나. 최고의 가이드답네
페이몬:
그야 당연하지, 에헤헤…
남연:
참, 아까 너희들 안내해 주기로 했었지? 자, 따라와. 헤헷, 마침 나도 가이드가 된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거든
여행자:
그럼 부탁할게, 남연
남군명:
축월절은 이런 게 아니야…
페이몬:
어라? 누가 소란을 피우는 것 같네?
남연:
길을 잃은 사람 같은데…. 일단 가보자. 나도 협회 소속이라 축제 쪽 일을 도와줘야 하거든
페이몬:
알겠어, 우리도 도울게! 남연에게 보답도 해야 하고
남군명:
축월절은 이런 게 아니야…
남연:
선생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남군명:
축월절은 절대 놓쳐서는 안 돼… 하지만 축월절은 이런 게 아니야… 축월절뿐만이 아니야. 리월은 원래 이런 곳이 아니었다고!
페이몬:
그게 무슨 소리야?
남군명:
국제 미식 거리? 언제부터 축월절에 이런 게 생겼지? 이 늙은이의 기억 속 축월절은 요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는데 말이야
페이몬:
요리랑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니… 축월절이 원래 그런 거였어?
남연:
집안 어른들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오래전에 조신절 풍습을 축월절에 들여온 뒤로 요리와 관련된 행사가 생겼대
남연:
어쩌면 리월 어딘가에는 조신절 풍습을 들이기 전의 축월절을 지내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
여행자:
그럴 가능성도 있겠네
남연:
선생님, 어디서 오셨어요?
남군명:
어디서 왔냐고…? 지난 일은 묻지 마라. 중요한 건 어디로 향할지가 아니겠나!
페이몬:
그럼 어디로 갈 건데?
남군명:
어디로 가냐라…. 축월절이 왔으니 이 늙은이도 가야겠지…. 하지만 축월절은 이런 게 아니야…
페이몬:
왜 또 제자리로 돌아온 거냐구…
남연:
저기, 선생님… 일단 다른 곳으로 갈까요? 여긴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른 분들께 불편을 드릴 수 있거든요
남연:
제가 선생님을 도와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남군명:
음… 좋다. 앞장서거라
페이몬:
자, 이제 뭐가 문제인지 얘기해 봐. 페이몬은 원래 남 돕는 걸 좋아하거든!
남군명:
이 꼬마 친구, 생김새는 기이해도 마음씨는 따뜻하군. 감사를 표하지
페이몬:
어디가 기이하다는 거야? 기이한 건 너겠지! 생김새는 젊은데 입만 열면 「늙은이」라 하고. 물론 머리는 하얗긴 하지만…
남군명:
괜찮다, 괜찮아. 조금 별나면 뭐 어떤가?
여행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죠
남군명:
본론이라… 축월절을 놓칠 수는 없어. 하지만… 축월절은 이런 게 아니야
페이몬:
또 제자리로 돌아왔네…
남연:
선생님, 인간이 아니시죠?
페이몬:
뭐어?!
남군명:
이 녀석,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게냐? 이 늙은이는… 우욱!
페이몬:
이게 뭐지?
남연:
이건… 우리 남씨 가문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기문술이야. 영혼 구속술이라고 해
남연:
사람의 혼백 일부를 등나무 인형에 가둬서 그 사람과 똑같이 생긴 꼭두각시를 만드는 거야. 술자가 맘대로 부릴 수 있는…
남연:
우리 선조들께서는 그것이 이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셨대. 적에게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 기문술의 사용을 금지시키셨어
페이몬:
그러니까 이 사람의 정체는…
남연:
이분은 본질적으로 등나무 인형 안에 갇혀 있는 잔혼이야
페이몬:
으아아…
남연:
선생님, 혹시 누가 선생님께 영혼 구속술을 사용했는지 아시나요?
남군명: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게냐? 리월에서 누가 내게 영혼 구속술을 쓴단 말이야?
남군명:
허튼수작은 관두게. 이 늙은이는 축월절 약속에 가야 하니. 잠깐… 축월절은 이런 게 아닌데
페이몬:
아휴, 말이 안 통하네…
남연:
잔혼의 기억은 온전치 않을 테니, 일단 술식부터 해제해야겠어. 잔혼을 무사히 돌려보내기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야
남군명:
으음…
남연:
앗…
페이몬:
왜 그래?
남연:
술식에 강력한 금제가 부여되어 있어서 풀 수가 없어. 아무래도 가주님을 찾아가야 할 것 같아
남연:
하지만 가주님은 천암군과 함께 요마로 인한 소란을 진압하러 가셨어. 한동안 돌아오지 못하실 텐데, 너무 오래 지체되면 잔혼이…
남군명:
당황하지 말게나. 방금 자네가 손을 쓴 덕분인지 기억이 조금 돌아온 것 같구만
남군명:
허나 며칠 전 잠에서 깨어난 것만 기억날 뿐, 그 외에는 모르겠군
남연:
그게 아니라, 어르신 상태가 지금 정말 심상치 않아서 그래요. 사안이 중대한 만큼, 어떻게든 가주님께 연락드려서 이쪽으로 모셔 와야겠어요
남연:
영혼 구속술은 저희 남씨 가문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기문술이라, 분명 해결해 주실 거예요
남군명:
남씨 가문의 가주? 그자가 뭐라고? 아무 소용없을 게야!
남군명:
아무튼 이 영혼 구속술과 금제가 대충 뭔지 알겠군. 상당히 정교한 금제라 설령 선인이 와도 쉽지 않을 게야, 허허…
페이몬:
지금 웃음이 나와? 그 말이 사실이라면 더 큰일 난 거잖아!
남연:
당장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데…. 우선 차를 마시면서 천천히 이야기해 보죠
페이몬:
엥? 차?
남군명:
오오, 그래. 차부터 마시자꾸나!
남군명:
음, 좋은 차로군
남연:
선생님, 기문술에 대해 잘 아시는 것 같은데… 혹시 도사 가문 출신이신가요?
남연:
도사 가문을 대상으로 수소문해 보면 선생님이 누군지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어쩌다 영혼 구속술에 걸렸는지 알게 되면, 그걸 푸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거고요
남군명:
가문? 난 가문이니 어쩌니 하는 곳 출신이 아냐
남군명:
리월의 기문술은 오묘하기 그지없어, 조금만 익혀도 유유자적하게 살아가기 충분하거늘… 뭐 하러 가문 같은 곳에 몸을 의탁하겠나?
남군명:
그런데 젊은이, 성격을 보아하니 나와 제법 비슷한 구석이 있구만. 그런데 하필 대가집 규수라니…
남군명:
그냥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은 거두고, 아가씨가 도와주구려. 이 늙은이에게 생각이 있거든
남연:
네, 말씀하세요
남군명:
비록 내 많은 것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하나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네. 절대 축월절을 놓쳐선 안 된다는 것을 말이지. 허나…
페이몬:
…축월절은 이런 게 아니라는 거지?
남군명:
아무렴! 지금 내 머릿속이 온통 그 생각뿐이니, 뭔가 끝맺지 못한 미련이 있는 것 같군. 다만 기억이 끊겨 있어서 방법이 없구만
남군명:
아가씨가 이 늙은이의 집념을 풀 수 있게 기억 속 축월절을 찾아주면, 금제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르지
남연:
일리 있는 말씀이지만,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 같네요. 그때까지 어르신의 잔혼이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남연:
영혼 구속술은 영구적인 술법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잔혼이 서서히 흩어질 거예요. 갑자기 어르신께서 등나무 인형으로 변해버리면 어쩌죠?
남군명:
하하, 그러니까 자네가 도와줘야지
남군명:
방금 아가씨가 내게 술법을 썼을 때, 놀랍게도 잔혼이 조금 안정되었다네. 자네의 기문술에는 어떤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는 것 같더군
남군명:
자네가 잔혼을 안정시켜 준다면, 등나무 인형으로 변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겠지
남연:
확실히 괜찮은 방법이네요. 하지만 방금 페이몬이랑 여행자에게 안내를 해주기로 약속해서, 중간에 자리를 뜨기가 조금…
남연:
음… 차라리 페이몬이랑 여행자도 나랑 같이 움직이는 건 어때?
남연:
등나무 인형 안에 갇힌 혼백을 상상해 봐. 기억은 산산조각 나 있고, 풀지 못한 미련도 남아 있지. 우리가 이분의 수수께끼를 풀어드려야 해…
남연:
꼭 공포 소설에 나오는 뜻밖의 만남 같지 않아? 분명 재미있을 거야!
페이몬:
그렇게 말하니까 좀 솔깃하네. 좋아, 같이 움직이자! 근데 이 사람이 기억하는 축월절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거야?
남연:
현재 유일한 단서는, 이분이 기억하는 축월절에는 요리와 관련된 행사가 없다는 거야
남연:
그렇다면 이분의 「축월절」은 어쩌면 옛 귀리의 선조들이 리월항으로 내려오기 전까지 거슬러 가야 할지도 몰라
남연:
그때도 이미 축월과 관련된 풍습이 있었대. 다만 옛 귀리의 조신절이 도입되기 전이라, 요리와는 관련이 없었다더라고
여행자:
그렇다면…
페이몬:
그렇네…. 아마 지금쯤 백마 여관에 묵고 있을 거야
남연:
너희들, 벌써 방법을 떠올린 거야?
페이몬:
응, 게다가 아주 믿을 만한 방법이라구!
페이몬:
바로 여기야
남군명:
리월항이라…
페이몬:
어때? 뭔가 떠오르는 게 있어?
남군명:
…저 상인은 어디서 온 거지? 바다 저편에는 언제 저런 섬들이 생겨난 거고? 내가 알던 리월은, 결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페이몬:
또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네
여행자:
우선 자백이 있는지부터 알아보자
페이몬:
저쪽에 노 사장이 있어!
노 어르신:
아니, 이게 누구야. 여행자(이)랑 침옥 협곡의 남연 아가씨 아닌가? 여기는 무슨 일로…?
페이몬:
실례지만 뭐 좀 물어볼게! 그 자백이라는 사람 아직도 여기서 지내?
노 어르신:
그 아가씨라면 아까 나갔어. 오랜 지인을 만나서 축월절 일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다더군
페이몬:
그 오랜 지인이 누군데?
노 어르신:
잘 모르겠구만. 전달변 쪽으로 갔다는 것만 알아
여행자:
누굴 찾는 건지 알 것 같네…
페이몬:
나도! 근데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하려나…. 모르겠다. 남연, 우선 같이 가자
남군명:
백마 여관…
전달변:
축월절의 기원으로 말하자면, 먼 옛날 리월에서 선인들이 달을 쫓으며 선도를 구하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지…
자백:
축월 의례…. 선가의 일이 어찌하여 인간들의 명절이 된 거지?
종려:
선도라는 건 속세의 중생들에겐 너무나 머나먼 이야기일세
종려:
오히려 「축월」이라는 단어는 절기와 잘 어울려, 상상력을 자극하네. 후대에 이를 명절의 상징으로 삼은 것도 이상할 게 없지
자백:
문득 떠오르는군. 옛 낭간의 작은 존재들도 비슷한 명절을 지냈었지
자백:
축제가 열리면 그들은 곡식으로 술을 빚었지. 그것을 밝은 달 아래에서 내게 바쳤고, 이듬해의 풍년을 기원했어. 나는 그들에게 농사법과 셈법을 전해주었고
자백:
오늘날의 축월절에도, 지상의 사람들은 여전히 하늘의 신선에게 소원을 빌까?
종려:
그런 일은 이제 흔치 않네. 그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술을 마시며 달을 감상하거나, 친우와 회포를 푸는 것이 보통이지
자백:
먹고 마시며 즐기는 건가? 그렇다면 오늘날의 축월절은 설령 「달 월」 자가 들어가 있더라도 나와는 별 관계가 없겠군
종려:
꼭 그렇지만은 않네.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셈법을 배우는 것은, 언젠가 풍족해진 뒤에… 먹고 마시기 위함이니
종려:
「명절」이란 대개 그런 식으로 생기는 법이지. 그렇게 따지자면, 리월의 수많은 명절이 자네와 깊은 인연이 있다 할 수 있겠군
자백:
후후… 기발한 논리로군. 그 말솜씨도 인간들에게 전수한 건가? 어쩐지 오늘날의 리월에는 이야기꾼이 참 많다 했더니
종려:
난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네. 말솜씨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페이몬:
안녕! 종려, 그리고 백ㅁ… 자백!
남연:
백마 선인? 축월절에 관련된 일을 물어볼 거라면 확실히 믿을 만한 분이시지
페이몬:
어라?
자백:
이거 페이몬과 여행자, 그리고 남연 동생 아닌가?
여행자:
남연, 아는 사이야?
남연:
얼마 전에 연을 하나 만들었는데, 그걸 가지고 놀다가 산꼭대기까지 올라갔거든. 그때 마침 수레를 타고 지나가던 자백 님이랑 딱 마주쳤었어
남연:
그 수레가 어떻게 하늘을 나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자백 님이 대뜸 이러시더라. 「이 몸은 백마 선인이니라. 그리고 이것은 내 마차지. 여기에 타면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단다」
페이몬:
확실히 자백이라면 그럴 것 같네…
자백:
숨길 필요가 뭐 있겠느냐? 내가 바로 백마 선인이고, 이쪽은——
종려:
음?
자백:
——왕생당의 객경이지. 박식하기는 하나 저잣거리를 떠도는 걸 즐기는 양반 말이다. 굳이 소개할 필요는 없겠지?
자백:
이쪽과는 구면이기도 하고, 마침 침옥 협곡에서 좋은 찻잎을 구해 함께 맛이나 볼까 해서 찾아온 참이었다
종려:
…참으로 선인의 은혜가 따로 없군그래
자백:
그래서, 남연 동생. 날 찾아온 이유는?
남연: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어떤 어르신과 관련된 일인데…
자백:
남망나니!?
남군명:
백망아지?
여행자:
아는 사이세요?
자백:
이자가 바로 그 바람각을 읽는 영관이지 않나!
페이몬:
뭐어!?
남연:
그러니까, 이분이 바로 저희 남씨 가문의 선조라는 말씀인가요?
남군명:
바람각을 읽는 영관이라… 과연. 뭔가가 또 떠올랐어. 허나 그건 남들이 붙여준 칭호일 뿐, 내 이름은 남군명이야
남군명:
이 선인에 대해선 잘 기억나지 않네만, 갑자기 「백망아지」라는 별명이 튀어나오더군…. 그대는 내 옛 지인인 겐가?
자백:
흥, 역시나 일개 속물이었군! 아니, 어리석은 자인가…? 가만 보면 흥미로운 자인 것 같기도 하고?
페이몬:
자백이 기억하는 이 양반은 대체 어떤 사람인 거지?
자백: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남망나니는 장생의 비술 같은 것을 원하는 자가 아니었다. 진작 세상을 떠났을 터이니…. 역시, 한 줌 잔혼일 뿐이겠군
자백:
잔혼이 남겨졌다는 건 지맥으로 돌아간 영혼도 온전치 못하다는 뜻이다. 잔혼이 이곳에 묶여 있는 한, 그는 진정한 안식을 얻을 수 없을 터
페이몬:
그렇구나…. 역시 엄청 심각한 일이었어
남연:
이분에게 걸려 있는 영혼 구속술을 풀어야 해요. 하지만 술식에 금제가 걸려 있어서 제 실력으로는 풀 수가 없더라고요
자백:
어디 한번 보마…. 강제로 금제를 뚫어버리면 술식을 풀 수는 있겠군
자백:
다만 이 금제는 무척이나 특수하여, 강제로 뚫으려 했다간 잔혼도 함께 사라져 버릴 게다. 그러니 다른 방도를 찾는 게 좋겠어
남군명:
내가 말했지? 선인이 와도 쉽지 않을 거라고
남연:
술자를 찾을 수 있다면…
자백:
술자? 바로 너희들 눈앞에 있지 않느냐?
자백:
영혼 구속술은 바로 저 남망나니가 만든 술법이다. 다루는 솜씨로 치자면 그에 견줄 자가 없을 터
자백:
술식 자체도 견고하고, 덧씌운 금제 또한 정교하기 그지없다. 본인의 솜씨임이 분명해
자백:
아무래도 그는 잔혼을 남겨 무언가를 하기 위해, 자신에게 영혼 구속술을 시전한 듯하구나
남군명:
허허, 이 늙은이가 비록 많은 걸 잊어버렸어도 가장 중요한 건 기억하고 있지. 결국엔 이 늙은이 생각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
자백:
이 망나니가 대체 무슨 속셈인 게지?
남연:
자백 님,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남연은 자백에게 앞서 나눈 대화를 들려주었다
자백:
그랬군…. 자신에게 영혼 구속술까지 써가면서 잔혼을 남겨둔 것이 고작 명절을 쇠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확실하게 하고자 금제까지 걸어뒀다니
자백:
하지만 듣고 보니, 확실히 남망나니가 할 법한 일이로군
종려:
사람들이 명절을 기다리는 건, 명절 그 자체가 아니라 명절과 관련된 사람과 사건 때문이 아니겠나?
남연:
네, 그래서 그분이 기억하시는 축월절을 찾을 수 있다면 뭔가를 떠올리지 않으실까 싶었거든요
남연:
시조님의 소원을 이루어 드리면 분명 금제도 풀릴 거예요
자백:
그렇군…. 그가 생각하는 축월절은 옛 귀리의 선조들이 남쪽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거라고 했던가?
페이몬:
응응, 그 시대의 달과 관련된 일이라면 잘 알고 있지?
자백:
공교롭군, 방금 그 이야기를 나누던 참이었는데. 혹시 「축월 의례」라고 들어봤나?
자백:
「축월」이라는 말이 속세의 축제로 자리 잡기 훨씬 전, 암왕제군이 나를 깨우려 했었다. 「축월 의례」는 그렇게 시작된 것이지
자백:
고대 리월인들은 그 의식을 모방했고, 그로써 「축월」과 관련된 몇몇 풍습이 생겨나게 되었다
자백:
남망나니, 그것이 네가 찾던 「축월」인가?
남군명:
선인 의례를 따라 하라고? 늙은이가 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남군명:
속세의 술과 음식, 산천 사이를 거닐다 보면 시간마저 잊게 될 정도인데, 그런 데 신경 쓰고 있을 수야 있나
남군명:
그것은 이 늙은이가 찾는 「축월」이 아니야
자백:
흥, 적어도 네 녀석에 대해 평가는 확실하게 내릴 수 있겠군. 결국 속세를 떨쳐내지 못한 속물이었어
페이몬:
그럼 어쩌지? 유일한 단서마저 끊어진 건가?
종려:
흐음…
남연:
종려 선생님, 뭔가 조언해 주실 거라도?
종려:
축월절의 풍습에 관해서라면 확실히 들은 바가 있네
종려:
태고적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화주에도 달과 관련된 풍습이 몇몇 있었지
종려:
가을이 오면 리월 사람들은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를 하고, 술을 마시며 시를 지었다고 해. 그것을 「달맞이 축제」라 불렀지
종려:
달맞이 축제는 축월절의 뿌리 중 하나라고 하던데, 어쩌면 남 선생이 찾고자 하는 「축월」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자백:
확실히 술이나 음식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군. 아마 맞을 거야
남군명:
달맞이 축제…? 언제? 어디서?
종려:
이틀 뒤, 망서 객잔에서 비슷한 행사가 열릴 것이오
페이몬:
그럼 우리도 참가해 볼까? 어쩌면 뭔가가 떠오를지도 모르잖아
남연:
정말 감사합니다, 종려 선생님
남연:
그리고 어르신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남씨 일족의 선조이시자, 기문술의 시조이시기도 하고…
남군명:
선조라…. 내가 죽은 뒤에 가문을 남겼다는 건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로군…. 그래도 시조님이라는 말이 더 귀에 익구나
남연:
아무래도 큰일을 도모하고 계신 모양인데, 그러면 종가 어르신들께 와서 도와달라고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남군명:
네가 말해봐라. 종가의 윗것들이 주변에 득실거리면 어떻게 할 테냐?
남연:
저라면… 기회를 봐서 슬쩍 빠져나와, 언덕에 올라 바람이나 쐬고 있을 것 같네요
남군명:
나도 그래 욘석아!
남연:
…헤헤,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남군명:
그냥 너만 있으면 충분할 게다. 효도하는 셈 치고 이 시조님 좀 도와주면 안 되겠느냐?
여행자:
걱정 마, 남연
페이몬:
맞아, 점점 더 궁금해지고 있다구. 대체 어떤 축월절을 보내고 싶은 건지 말이야!
남연:
그럼 제게 맡겨주세요. 여행자, 그리고 페이몬. 우리 이틀 뒤에 같이 출발하자
페이몬:
알겠어!
종려:
백망아지라…
자백:
내 하체 귀신이 속세를 거닐 적에, 저 난봉꾼과 안면을 트자마자 그런 별명을 얻게 되었지
종려:
그래도 그가 도움이 필요로 했을 때 결국 손을 내밀어 주었군
자백:
이 또한 그의 「염원」일 텐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자백:
허나… 그의 염원은 대체 무엇일까? 단순히 명절을 즐기려는 것뿐이라는 건 믿기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