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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두루마리·하
아쿠르바티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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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틀라리의 계획대로라면, 오늘은 레이라의 영력을 몸으로 돌려놓는 날이다. 과연 일이 순조롭게 끝날 수 있을까…
시틀라리:
다들 안녕
페이몬:
시틀라리, 왔구나!
시틀라리:
응, 의식용 검을 구해왔어. 이 검의 힘을 빌리면 몇 가지 일을 마무리할 수 있거든
시틀라리:
오늘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다들 알지?
페이몬:
당연하지. 레이라가 깨어나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구
올로룬:
나도 할머니가 말한 물건을 준비해 뒀어. 오늘은 틀림없이 성공할 거야
시틀라리:
좋아. 그럼 더 지체하지 말고 바로 시작하자
시틀라리가 「에슈의 재앙」이라 불리는 의식용 검을 소환했다
시틀라리:
신비한 연기 속에 공양을 바치네. 달 없는 밤에 별을 바치고, 꿈의 화환을 바람에 바치네
시틀라리:
죽음의 주인에게 공양을 바치네. 사라지고 사라지고 또 사라지네. 세 번 반복하고, 또 세 번 반복하네
페이몬:
으아——이건 무슨 주문이야? 갑자기 추워졌어! 뭐가 나타난 건 아니야?!
올로룬:
목소리 낮춰. 지금은 방해하면 안 돼
시틀라리:
제사장 왕의 후손인 우리는, 자고이래의 맹약에 따라 밤 영역의 베일을 찢는다
시틀라리:
시틀라리가 이곳에서 알리니, 나는 아쿠르바티, 끝의 땅을 사육하는 주인이다
레이라:
……
올로룬:
봐! 레이라의 영력이 돌아와서 몸으로 향하고 있어
시틀라리:
나는 부싯돌의 칼로 밤의 망토를 찢어, 망자의 나라에 속하지 않은 모든 영혼을 추방하리라
시틀라리:
레이라여! 나의 명령에 따라 태양 아래의 땅으로, 그대의 길로 돌아오라!
페이몬:
서… 성공한 거야?
레이라:
어… 여긴 어디지…? 당신들은…
레이라:
으아——흑요석 할머니! 아, 아니… 시틀라리 대제사장님! 제발 용서해 주세요!!
시틀라리:
이 녀석,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나 보구나?
시틀라리:
하마터면 못 돌아올 뻔한 거 알아? 널 빈 껍데기로 만드는 게 그렇게 재밌었니?
레이라:
죄, 죄송합니다…. 벌이라면 받을게요
시틀라리:
오? 진심이야? 그럼 지금 당장 집에 가서 부모님한테 이렇게 작별 인사를 드리고 와
시틀라리:
「안녕히 계세요, 엄마 아빠. 전 빈 껍데기 인생이 좋아 흑요석 할머니 댁에서 100년 동안 집을 지키는 석상이 되기로 했어요」
레이라:
안 돼요, 잘못했어요! 절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시틀라리 대제사장님!
시틀라리:
흐흥, 내 손자한테나 감사해. 녀석이 이상을 느끼지 않았으면 난 상관도 안 했을 거야
올로룬:
아냐, 레이라. 할머니가 말은 저렇게 해도, 우리 중에 널 탓하는 사람은 없어
올로룬:
너도 다른 사람의 꼬임에 넘어간 거잖아? 그 타니나카가 원흉인 거지?
레이라:
아니… 타니나카 씨랑은 상관없어, 내가 하겠다고 한 거야
페이몬:
어?
레이라:
물론 강력한 영물을 매개체로 쓰는 방법을 알려준 건 타니나카 씨지만, 결정을 내린 건 나였어. 꼬임 같은 게 아냐
레이라:
미안해, 탓하려면 전부 날 탓해줘
시틀라리:
허, 이 녀석 세뇌가 아주 제대로 걸렸구만
페이몬:
음… 그럼 이 매개체 조각도 타니나카가 가져온 거야?
레이라:
맞아, 잿더미 바다와 관련된 보물이라고 했어
페이몬:
딱 봐도 널 이용한 거잖아! 영력 투시를 하려고 널 이용한 거라고!
레이라:
하지만 난 영적 무능자잖아, 아무런 술법도 못 배운다고… 나한테 무슨 이용 가치가 있겠어?
레이라:
나 같은 놈은 명상만 해선 평생 영력을 감지할 수 없을 거야
레이라:
타니나카 씨는 강제로 술법을 사용해 대량의 영력에 내 몸을 담그면 오히려 그 흔적을 잡을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했어. 그래서…
페이몬:
그건 그냥 자포자기하는 거잖아! 시틀라리가 아니었다면 진짜 못 돌아왔을 거라고!
레이라:
미안… 미안해…. 부족의 모두가 재능이 뛰어난 사람인데, 난 무능자니까… 나만 별종으로 살고 싶지 않았어…
올로룬:
네 마음 이해해… 레이라
올로룬:
가만히 있어도 예쁜 양배추로 자라는 씨앗이 있는 반면, 어떤 씨앗은 아무리 노력해도 싹조차 트지 않으니까
올로룬: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어. 어쩌면 그게 인생이겠지?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일이 많더라
올로룬: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잘 추스르길 바라
시틀라리:
일단 다른 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지금은 나랑 같이 마틀라한테 가서 몸부터 확인하자
마틀라:
음, 좋아, 딱히 이상은 없고, 그냥 굉장히 굶주린 상태야. 돌아가서 밥 잘 챙겨 먹어
올로룬:
다행이다, 탈혼 상태를 너무 오래 유지하면 신체 일부가 괴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
페이몬:
그건 너무 무섭잖아
올로룬:
그러게. 아무튼 레이라, 잘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지만, 네가 무사해서 정말 기뻐
레이라:
사실 올로룬, 네가 날 몰랐을 뿐이지… 난 네 얘길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어
레이라:
시틀라리 대제사장님,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페이몬, 여러분의 업적도 다 알고 있어요…
페이몬:
엥? 우리까지 알고 있었다고…?
레이라:
이런 말 하긴 부끄럽지만, 여러분은 제가 꿈에 그리던 존재예요. 하지만 보다시피, 전 결국 여러분을 우러러볼 수밖에 없죠
레이라:
제가 타고난 영적 무능자인 걸 어쩌겠어요? 하하, 괜찮아요. 무시당하는 일엔 익숙하거든요. 고마워요, 절 구해줘서
레이라:
올로룬, 네 말이 맞아. 어쩌면 이게 인생이겠지. 앞으로 이런 위험한 일은 안 할 거야, 누구한테도 폐 끼치지 않을 거고
페이몬:
레이라…
레이라:
위로 안 해도 돼, 하하
시틀라리:
이 꼬맹이 녀석이 지금 무슨 소리래? 나나 제대로 봐봐
레이라:
예? 대제사장님, 왜 그러세요?
시틀라리:
보라면 보기나 해. 뭔가 느껴지지 않아?
올로룬:
할머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페이몬:
어…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시틀라리 얼굴에도 「남 돕기 좋아함」이라고 쓰여 있는 것 같지 않아?
레이라:
…잠깐만, 뭔가가…
레이라:
제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대제사장님의 몸이 허상처럼 느껴져요…
레이라:
아니… 착각이겠죠.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보겠어요
올로룬:
잠깐만, 이건… 내가 전에 썼던 술법이야. 할머니는 지금 우리한테서 엄청 멀어진 상태고. 정말 감쪽같네
시틀라리:
봤지? 넌 조금이지만 영력의 이상을 감지할 수 있게 됐어. 축하해
레이라:
저… 정말로요?
올로룬:
근데 어딜 가려는 거야?
시틀라리:
바보 같긴, 당연히 낚시하러지
시틀라리:
동굴에 설치해 둔 함정이 발동했어, 그 타니나카라는 놈이 걸려든 거야
페이몬:
뭐어?
시틀라리:
잡담은 나중에 하고, 동굴로 찾아와
시틀라리:
……
시틀라리:
(노… 놓쳐 버렸잖아, 체면 다 구기게시리…. 방금 전까지 자신만만하게 굴었는데, 으으! 내 이미지 어떡해…)
시틀라리:
(타니나카라는 놈, 도망치는 데 일가견이 있네. 뭔가 적당한 변명을 생각해 두지 않으면…)
페이몬:
시틀라리! 그 타니나카라는 녀석은 잡았어?
올로룬:
동굴에 할머니 혼자 있는 걸 보면 놓쳤나 봐
시틀라리:
…내가…
시틀라리:
일단은 그냥 놔줬어
시틀라리:
대신 녀석한테 표식을 남겨뒀으니까, 근처에 나타나면 바로 추적할 수 있지
올로룬:
동굴에서 나가는 척하고 숨어 있다가, 독 안에 든 쥐를 잡으려던 거였구나
페이몬:
아! 처음 올로룬을 잡을 때처럼 말이지?
페이몬:
근데 시틀라리, 어떻게 타니나카가 올 줄 알았던 거야?
시틀라리:
미끼를 던졌거든. 잿더미 바다의 지도와 활의 조각을 일부러 책상 위에 놔뒀지. 그게 타니나카의 목적일 수 있으니까
시틀라리: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떠난 지 얼마 안 돼서 내가 남겨둔 함정이 발동했어
페이몬:
뭐어? 정말로 동굴에 함정이 있었던 거야?
시틀라리:
물론이지, 너희 둘은 자동으로 무시하도록 설정했을 뿐이야
올로룬:
봐, 내 말이 맞지?
레이라:
타니나카 씨, 정말 나를 이용한 거였군요…. 잿더미 바다의 정보가 목적이었어…
시틀라리:
그래. 난 처음부터 녀석이 왜 조각을 야영지에 남겼는지 의아했어
시틀라리:
그러다 잿더미 바다의 위치를 알아냈을 때, 그 조각이 미끼였다는 걸 눈치챘지
시틀라리:
녀석은 레이라에게 문제가 생기면 부족의 누군가가 반드시 도우러 오리라는 걸 알고 있었어…
페이몬:
앗! 녀석도 낚시를 하고 있었구나! 진짜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그 조각을 영력 투시하도록!
시틀라리:
맞아, 그리고 그 낚인 사람이…
올로룬:
미안해, 나구나…
올로룬:
그리고 할머니도
시틀라리:
이 자식! 내가 너 때문에 진짜!
올로룬:
어쨌든, 이 타니나카란 놈은 꽤 교활하게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취한 셈이야
페이몬:
그러게, 직접 시틀라리를 찾아왔으면 1분도 안 돼서 들통났을 텐데!
페이몬:
그나저나 시틀라리, 왜 그 녀석을 놓아준 거야?
시틀라리:
크흠… 여긴 내가 전력을 다하기엔 불편하기도 하고, 녀석도 도망치는 데 선수라 억지로 잡으려다간 문제가 생길 수 있었거든
올로룬:
내가 장소를 잘못 택해서인가…. 미안해
올로룬:
레이라를 구하기 위해 영력이 풍부한 지역을 찾다가, 미친 현자의 영역에 오게 됐거든
페이몬:
미친 현자?
시틀라리:
맞아, 바로 저 벽 뒤에 있는 녀석인데, 깨기라도 하면 더 문제라 그냥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
시틀라리:
그래도 좋은 소식을 알려주자면, 지도와 조각을 다시 되찾았어. 이 할머니도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고
페이몬:
다행이다! 그 녀석도 자기 몸 하나 빼내는 게 고작이었나 봐
시틀라리:
음… 근데 나쁜 소식도 있어. 아마 그 녀석은 이미 지도를 봤을 거야. 잿더미 바다가 사라진 위치가 딱히 비밀은 아니지만…
페이몬:
휴, 걱정이네. 그 녀석이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하면…
시틀라리:
내가 추적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시틀라리:
그리고 레이라, 너만 괜찮다면 이 지도와 조각을 Путешественник에게 주고 싶어. Путешественник의 여정에 도움이 될지도 몰라
레이라:
물론이죠! 무조건 찬성이에요! 당연히 Путешественник한테 줘야죠
여행자:
진짜 그래도 돼?
시틀라리:
우린 어차피 이거에 관심도 없어. 이게 가리키는 곳이 정말 잿더미 바다라면, 너 같은 모험가에겐 놓치고 싶지 않은 곳일 거야
시틀라리:
이건 흑요석 할머니의 감이라구
레이라:
저기, 흑요석 할머니, 하나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전 아직도 영적 무능자인가요?
시틀라리: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이야? 이 할머니의 환영술을 눈치챘잖아? 일부러 허점을 보이긴 했지만, 영적 무능자가 알아챌 수준은 절대 아니었어
시틀라리:
올로룬, 나중에 시간 되면 이 녀석 좀 제대로 가르쳐줘
시틀라리:
얼마나 배울 수 있을지는, 레이라, 너한테 달렸어
올로룬:
잘 됐다. 역시 인생이란 참 신기해.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비료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
올로룬:
정말 기뻐, 레이라. 앞으로 같이 힘내자. 우리 모두 예쁜 양배추가 되면 좋겠다
레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