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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여는 옥마차·후일담

백마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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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여행기
해등절이 끝나고, 일행은 자백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세 대포 주점」으로 가서 종려 찾기
페이몬:
종려가 오늘은 차 마시러 안 온 것 같네…
전달변:
어, 자네들 친구 찾으러 온 게지? 저 앞에 있더군
페이몬:
종려가 앞에 있어?
전달변:
아니, 며칠 전에 백마 선인을 연기했던 그 아가씨 말이야. 자네들 친구 맞지?
전달변:
방금 만민당으로 들어가는 걸 봤어. 혼자길래 이상하다 싶었는데, 자네들이 바로 왔군그래
페이몬:
오, 우리도 마침 찾으러 가던 참이었는데 잘됐네. 근데… 만민당엔 왜 간 거지?
전달변:
글쎄다. 인사는 했다만, 날 쳐다보지도 않더군
전달변:
설마 날 기억 못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우린 동종 업계 사람 아닌가!
페이몬:
그… 일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잠이 덜 깬 걸 거야!
전달변:
오! 하긴… 눈이 아주 시뻘겋더군
페이몬:
눈이 빨갛다고? 왠지 느낌이 안 좋은데…
여행자: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
전달변:
젊고 쌩쌩하다고 맨날 밤새고 그러면 안 돼. 봐, 잠도 안 자고 백마 선인 흉내만 내니까 눈까지 퀭해지지
전달변:
이건 내가 연장자로서 하는 충고라 전해주게
페이몬:
아… 하하… 누가 연장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전달변:
뭐라 했나?
여행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꼭 전해줄게요
전달변:
그럼 얼른 가보게나. 다음엔 내 암왕제군 공연복 보러 오는 거 잊지 말고!
만민당으로 가기
자백:
주인장 어디 있지? 당장 나와!
신학:
향릉이랑 묘 사부님은 외출했어요. 무슨 일이시죠?
자백:
넌 또 누구냐?
신학:
신학. 만민당 알바요
자백:
신… 학…? 민트 키우길 좋아한다는 그 학인가?
자백:
흥, 며칠 사이 원예 실력은 좀 늘었나? 산을 민트로 뒤덮는 데는 성공했고?
신학:
민트? 그건 잘 모르는데…. 청심이나 유리백합이라면 익숙하지만
자백:
허! 민트를 벌써 잊다니! 수행자가 어찌 그리 변덕스럽게 마음을 바꾼단 말이냐?
신학:
무슨 말인지 잘…
신학:
아, 배고픈 건가요? 먹을 거 드려요?
페이몬:
신학! 백마 선… 자백! 다들 여기 있었구나…. 하하!
신학:
여행자, 페이몬, 너희 왔구나. 오랜만이야. 해피 해등절
여행자:
해피 해등절, 신학 씨
신학:
이 손님은 너희 친구야?
여행자:
그런 셈이죠…
페이몬:
신학, 얘가 좀 예민하게 굴 수도 있는데, 사실은… 어젯밤에 잠을 설쳐서 투정 부리는 거야…
페이몬:
눈 빨개진 것 좀 봐!
신학:
그렇구나. 그럼… 자백 씨, 저한테 청심이 들어간 감로수가 있어요. 눈에 넣으면 시원하고 편해질 거예요. 드릴까요?
자백:
잠깐!
자백:
시끄럽게 떠드는 너희 둘은 또 누구냐?
페이몬:
야아! 벌써 우릴 잊은 거야?!
여행자:
저희는 당신의 안내자예요
자백:
안내자…?
자백:
음… 뭔가 기억이 날 듯 말 듯한데…
자백:
아, 기억났다, 너희였구나. 마침 유롱항으로 안내할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잘됐군
페이몬:
어! 정신이 좀 돌아온 거 같은데?
여행자:
유롱항엔 무슨 일로 가는 거예요?
자백:
부탁을 받아 찻잎을 사러 가는 길이지. 축제 기간엔 할인 판매한다더구나
페이몬:
찻잎…? 분명 종려가 시킨 걸 거야…. 하여튼 사람 부려 먹기는!
여행자:
종려 씨가 할인 상품을 산다고요?
자백:
너희 친구 암주… 종려는 물론 가장 귀한 찻잎을 골랐지
자백:
그런데 옆에 있던 태괘모를 쓴 소녀가 그러더구나. 며칠 전 전시회에서 종려가 왕생당의 1년치 예산을 다 써버렸다고
자백:
그래서 이번 달엔 할인 상품만 사도록 제한해 버렸어
페이몬:
아! 그건 종려네 사장 호두야! 호두가 드디어 심각성을 깨달았구나. 진작에 객경의 과소비를 막았어야 했다구!
신학:
그렇군요. 하지만 만민당에서는 찻잎을 팔지 않아요…. 정말 필요하다면, 제가 산에 가서 야생 찻잎을 좀 따올게요
자백:
찻잎이 없다고? 분명 만민당의 노 사장 댁에 차밭이 몇 군데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페이몬:
넌 진짜 좀 쉬는 게 좋겠다…. 그 사람은 만민당 사장이 아니야! 너처럼 밥 먹으러 온 손님이었다구!
자백:
그래? 인생은 참으로 놀라움의 연속이로군
페이몬:
뭐가 놀랍다는 거야! 종려 녀석, 머리에 슬라임이 들어찬 애를 갖다가 유롱항에서 찻잎을 사오라고 시켰다니…
여행자:
저희가 유롱항까지 데려다드릴까요?
자백:
그게 좋겠다, 두 안내자여
자백:
아, 그리고 신학 양, 방금은 내가 좀 무례했구나. 이해해다오
신학:
스승님이 인체는 기관장치와 같아 평소 관리가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잠을 설쳤다면 예민해질 법도 하니, 이해해요
자백:
신학 양은 사리에 밝고 성정이 온화하군. 하지만 영혼 속에 어두운 기운이 소용돌이치고 있어…. 그 붉은 끈으로 억누르고 있는 건가?
신학:
…그게 느껴지나요?
자백:
후후, 자네 실력이라면 수련하며 한두 군데쯤은 속박을 풀 수도 있겠어
페이몬:
신학의 끈을 푼다고? 그건 위험하지 않을까…
자백:
붉은 끈으로 혼을 묶는 법은 신묘하다만, 수행자라면 결국 외부에 기대지 않고 내면을 갈고닦는 법을 배워야 하지
신학:
스승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지만… 아직은 준비가 안 됐어요
자백:
자네의 수행은 이미 그 문턱에 다다랐어
신학:
스승님한테 다시 한번 가르침을 청해볼게요
자백:
그래. 궁금한 게 있으면 나중에 백마 여관으로 찾아오거라. 나는 그곳에 머무니
자백:
자, 두 안내자여. 이제 출발하자꾸나
유롱항으로 가기
페이몬:
유롱항으로 간다며? 왜 이런 산꼭대기까지 와버린 거야?
자백:
앞에 있는 마을이 유롱항인가? 흠… 저쪽에서 익숙한 향이 느껴져
페이몬:
응, 저기 맞아. 근데 난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자백:
그건… 영혼을 맑게 해주는 옥의 향기이기 때문이지
페이몬:
아! 침옥 협곡에 옥이 많긴 하지…. 근데 옥에서 그런 냄새가 나?
자백:
물론. 덕분에 몇 가지가 떠오르는군
페이몬:
응? 뭐?
자백:
힘을 다루는 몇 가지 요령이지
페이몬:
이게 뭐야?!
자백:
유롱항에는 여러 번 와봤을 테지?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경험은 해본 적 있나?
자백:
두 사람이 내 안내자로서 최선을 다했으니, 이번엔 내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주마
자백:
가자
마차 탑승…
페이몬:
대, 대단해! 선인이 돼서 하늘을 나는 것 같아…. 이게 뭐야?
자백:
후후, 이건 내가 기억 속의 달 궁전 마차를 본떠 만든 것이지
자백:
오랜 세월이 흘러 조금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게야
페이몬:
달 궁전 마차! 와… 달 궁전 마차를 타는 날이 올 줄이야…
페이몬:
그럼 그때의 자백은 달에서 일한 거야?
자백:
일? 흥미로운 표현이로군. 그런 셈이지
자백:
나는 본래 인간을 인도하는 천사 일족이었으나, 우연한 기회로 달의 사자로 임명되었다
페이몬:
어? 달의 사자? 더 높은 등급의 천사 같은 건가?
자백:
달의 사자는 그저 하나의 직책일 뿐. 천사든 다른 존재든 누구나 달의 사자가 될 수 있어
페이몬:
그럼 달의 사자가 너 말고도 더 있다는 거네?
자백:
그렇지. 기억이 명확하진 않다만, 따오기로 변신하는 동료가 있었던 게 희미하게 떠올라…
페이몬:
따오기? 설마…
페이몬:
달의 사자들은 전부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거야?
페이몬:
그럼 라우마도 달의 사자겠네? 걘 사슴으로 변신할 수 있거든! 달을 읊는 사자도 달의 사자 아닌가?
자백:
달을 읊는 사자? 그건 잘 모르겠구나
페이몬:
알겠어…
차 상인에게 가기
풍련:
자자, 교영 마을 직송 고급 찻잎이요! 해등절 맞이 특별 할인 중입니다!
페이몬:
오, 찻잎 할인 중이래!
풍련:
손님, 찻잎 사러 오셨나요?
풍련:
기품이 남다르신 것 같은데, 저희 가게에 딱 맞는 상등품이 있습니다
자백:
품질은 상관없네. 할인만 되면 되네
풍련:
할인이요? 그럼 잘 찾아오셨네요! 마침 「송라선아」라는 찻잎을 할인 판매 중이거든요
페이몬:
이 차 이름,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풍련:
해등절 기간 동안, 세 상자는 10% 할인, 네 상자는 20% 할인, 열 상자는…
여행자:
열 상자는 반값이죠?
풍련:
맞아요. 반값에 드립니다! 혹시 저희 가게에 오신 적이 있나요?
페이몬:
가격도 왠지 익숙해!
자백:
3, 4, 10…
자백:
10, 20, 50…
페이몬:
자백, 뭘 중얼거리는 거야…?
자백:
구매 수량이 3, 4, 10일 때… 할인율은 각각 10, 20, 50…
자백:
숫자 사이의 간격은 각각 1과 6, 10과 30이로군…
페이몬:
이거 봐, 얘 눈이 파래졌어. 이런 건 처음인데…
자백:
숫자 간 간격이 일정한 규칙을 따른다면, 6 다음 간격은 6에 6과 1의 차를 더한 11이 되지. 같은 원리로, 30 다음 간격은 50이 되니…
자백:
두 묶음의 숫자는 각각 3, 4, 10, 21과 10, 20, 50, 100으로 뻗어나가게 돼
페이몬:
자백…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대체 무슨 뜻이야?
자백:
즉… 「송라선아」를 21상자 사면, 50%에 50%가 더해져서, 총 100% 할인이 된다는 뜻이다
페이몬:
100%?! 그럼 공짜라는 거야?!
여행자:
맞아
페이몬:
이런 규칙이 숨어있었다니…. 이… 이거 맞아?
자백:
꼬마, 이게 바로 수학의 법칙이다. 어떻느냐?
페이몬:
대단해, 너 완전 쇼핑의 천재구나! 뭐… 왠지 이상한 느낌은 들지만…
풍련:
크흠… 저희 가게의 가격 책정에 이런 규칙이 숨어 있었다니,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만…
자백:
별거 아니네. 주인장, 무료 찻잎 21상자 주시게
페이몬:
자, 잠깐만!
자백:
왜 그러지?
페이몬:
뭐가 이상한지 알았어…
풍련:
드디어 눈치채셨나요?
페이몬:
응응! 이러면 우리가 손해지!
페이몬:
생각해 봐, 21상자보다 더 많이 사면, 반대로 사장이 우리한테 돈을 내야 하는 거 아니야?
풍련:
예…?
페이몬:
자백, 빨리 계산해 봐. 만약에 100상자를 사면 돈을 엄청 버는 거잖아, 그치!
자백:
흠… 일리가 있군
풍련:
잠깐만요… 손님들… 가격 흥정을 너무 잘하시는 거 아닙니까?
자백:
할인율은 주인장이 정했고, 우리는 그 안에 숨겨진 규칙을 따랐을 뿐. 흥정이 아니네
풍련:
그… 맞는 말씀이긴 한데… 아! 맞다!
풍련:
어쩌죠? 갑자기 생각났는데, 오늘 공급상이 안 와서 재고가 없습니다…
풍련:
아이고… 이걸 어쩌나…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봉변이! 아하하하…
자백:
그럼 공급상은 어디 있지?
풍련:
그건…
자백:
걱정 말게. 직접 공급상에게 가서 구매하겠네
풍련:
저… 손님, 사실 공급상의 할인율은 저만큼 후하지가 않아요. 거기 가셔도 이 가격으론 못 구하실 겁니다
페이몬:
어? 그럼 돈을 못 번다는 거야?
풍련:
아하하하… 아마 100% 할인도 안 될걸요…
자백:
아쉽긴 하다만, 공급상이라면 최소한의 할인 정책은 있겠지
자백:
우리도 돈을 벌려는 건 아니네. 할인만 되면 돼
풍련:
아 예…. 제 공급상은 교영 마을의 차 농부들인데… 그냥 마을에 가서 찾아보시면 됩니다. 제가 소개했다고는 말하지 말아 주십쇼…
자백:
걱정 말게, 주인장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네
자백:
고객을 소개하고도 이름조차 남기지 않는다니, 참으로 군자다운 성정이군. 앞으로 사업이 번창할 걸세
풍련:
아하하… 그랬으면 좋겠네요…
자백:
그럼 이제 교영 마을로 가지. 두 사람, 길은 알고 있겠지?
페이몬:
응! 우리한테 맡겨!
풍련:
휴… 대체 어디서 나타난 사람들이래. 겨우 보냈네…
풍련:
두 번 다시 이런 손님 안 만나게 해달라고, 백마 선인께 절이라도 올려야겠어
교영 마을로 가기
페이몬:
교영 마을 도착이야!
자백:
자연의 풍채가 참으로 아름답군
페이몬:
그렇긴 한데, 여기선 찻잎을 사도 돈을 못 번다고 생각하니까 좀 덜 예뻐 보이는 거 같아
자백:
인연이 있다면, 모라가 언젠가는 찾아올 게다
페이몬:
우린 모라보단 모락스랑 더 인연이 깊은 거 같아. 이번 해등절에도 그렇고…
자백:
후후, 우선 찻잎을 파는 농부가 있는지 찾아볼까
자백:
시야가 넓으면 찾기 좋을 테니, 마을 구경도 할 겸 공중에서 둘러보자꾸나
마차 탑승…
페이몬:
우와… 하늘에서 보니까 진짜 예쁘다!
자백:
음. 이곳의 민가는 리월항과 많이 다르군. 지형에 맞춰 지어졌고, 구조도 정교해서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어
페이몬:
응, 완전 예뻐!
자백:
흰 벽과 회색 기와가 푸른 차밭과 어우러지고, 날렵한 처마와 곧게 선 문루가 조화를 이루는구나
페이몬:
어쩜 이렇게 예쁠까?
자백:
동물의 울음소리와 농부의 목소리가 뒤섞여, 생기 넘치는 전원 풍경을 그려내고 있어
페이몬:
너무 예쁘잖아!
자백:
너… 글을 배운 적이 있느냐?
페이몬:
엥?
자백:
예쁘다는 말밖에 할 줄 모르는 것 같구나
페이몬:
아… 아름답다는 말도 알아!
자백:
알겠다…. 그럼 먼저 찻잎을 파는 농부가 있는지 찾아보자…
페이몬:
저기 봐! 차밭에 누가 서 있어. 왠지 익숙한 얼굴인데…. 설마 노향향인가?!
자백:
노향향이 누구지?
페이몬:
휴, 가서 인사하면 기억날 거야
노향향과 대화하기
페이몬:
역시 너였구나! 노향향!
노향향:
응? 페이몬, 여행자, 그리고 「백마 선인」 언니! 안녕하세요!
페이몬:
헤헤, 얘는 자백이라고 부르면 돼!
자백:
…너는?
자백:
아… 생각났다. 자네는 그…
페이몬:
생선 먹고 중독됐다는 얘기는 그만해
자백:
그… 성공해서 높은 사람이 되고 싶다던 소녀로군
노향향:
하하… 맞아요. 지금은 낮디낮은 사람이 돼버렸지만요…
페이몬:
낮은 사람? 그게 무슨 소리야?
노향향:
지난번에 말씀드렸죠? 가문의 법도대로 벌을 받게 될 거라고요
노향향:
지금 집안에는 제 위로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있거든요…
페이몬:
와, 진짜 많네…
노향향:
네. 해등절 날 밤, 다 같이 모여서 가족회의를 열고 제 일을 논의했어요
페이몬:
그래도 네가 걱정되니까 그러는 거 아냐?
노향향:
걱정이야 하시죠. 근데 리월항에서 사고를 쳤다는 건 아직 제가 미숙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하시나 봐요. 그래서 결국 근신 처분이 떨어졌어요
페이몬:
근신 처분?
노향향:
네. 집에만 갇혀있는 그런 건 아니고, 차나무 묘목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을 때까지 직접 키워보래요
페이몬:
엄청 작은데?! 부모로서 무언가를 기르는 고생을 느껴보라는 건가?
노향향:
마음을 갈고닦으라는 뜻이에요. 자신을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페이몬:
하지만 이건 네 잘못이 아닌데…. 됐다, 다행히 엄청 심각한 벌은 아닌 것 같고
페이몬:
그래서… 이 묘목은 얼마나 키워야 나무가 돼?
노향향:
저도 잘 모르겠어요. 키워본 적이 없거든요…
자백:
이삼 년 정도 걸리지
노향향:
이삼 년이요?!
자백:
그래, 이 차밭의 차는 자라는 데 족히 이삼 년은 걸린다
페이몬:
너무 오래 걸리잖아! 자백, 농담하는 거 아니지? 너 차나무도 알아?
자백:
곡식만큼 초목도 알지. 이것이 무르익는 시기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노향향:
정말 여기서 이삼 년이나 갇혀 지내야 하는 건가요? 이제 막 미래의 방향을 잡았는데…
여행자: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거예요?
노향향:
네! 해등절 날 밤에, 사람들이 낭간국의 시문을 읊는 걸 듣는데, 문득 성취감이 느껴지더라구요…
노향향:
저도 낭간국 유물 발굴에 참여했으니, 거기에 조금은 제 공도 있겠죠?
노향향:
저, 고고학 팀에 남아서 더 많은 역사를 발굴하고 싶어졌어요
자백:
흠… 확신하느냐? 추후 몇 년 동안 큰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그 마음을 유지할 자신이 있느냐 말이다
노향향:
그럼요! 고고학은 제게 「삐카」한 느낌을 주거든요!
페이몬:
이 말… 혹시 향릉이 알려줬어?
노향향:
헤헤, 네. 그날 향릉 사장님한테 이런 조언을 들었어요. 「삐카」한 느낌을 주는 일이 있다면, 그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노향향:
그 순간 떠올랐어요. 유적을 발굴할 때마다 꼭 옆에 귀신이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전혀 무섭지 않았다는 걸요
노향향:
오히려 제 먼~ 선조 할머니가 제 어깨를 두드리며, 「힘내거라! 조상의 지식이 바로 눈앞에 있단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달까요
여행자:
정말 「삐카」한 느낌이네요
노향향:
그쵸? 꼭 조상님이랑 연결된 듯한 기분인데… 되게 좋아요!
자백:
이미 결심했다면, 열심히 해보거라
노향향:
저도 그러고야 싶은데… 아직 근신 기간이라서요
자백:
「삐카」하고, 차밭을 벗어나 이 마을에서 도망치면 되지
페이몬:
으음… 그건 좀 아니지 않아? 나쁜 거 가르치지 마…
여행자:
가족들과 다시 상의해 보는 건 어때요?
페이몬:
맞아, 그 먼~ 선조 할머니 얘기를 꺼내보는 거야! 따지고 보면 집안에서 제일 높은 분이잖아
노향향:
…차라리 백마 선인 얘기를 꺼내볼게요. 그분이야말로 먼 옛날 선조 할머니를 구해준 가장 높은 분이시니까요!
자백:
그래. 가족들한테 가서, 이는 나의 뜻이라고 전하거라
노향향:
음… 고마워요, 자백 언니. 하지만 제 가족들한텐 역할놀이가 통하지 않을 거예요
자백:
통할 필요는 없지. 그들이 정해준 규칙만 따르면 그만이야
노향향:
그게 무슨 뜻이에요?
자백:
자네도 알다시피, 백마 선인은 일부 고서에서 시간의 딸이라 전해지지
노향향:
네, 저희 집에도 그 기록이 있긴 한데… 그건 왜요?
자백:
그녀가 차나무를 하룻밤 사이에 자라게 해준다면, 자네도 자유가 되지 않겠나?
페이몬:
그런 게 가능해?!
노향향:
백마 선인이 정말 영험하시다면, 할아버지도 당장 저를 내보내 주시겠지만… 휴… 백마 선인이 어디 있겠어요
자백:
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는데, 한번 불러보지 그래? 모라가 드는 일도 아니잖은가
노향향:
그건 그래요…. 딱히 다른 방법도 없으니까요…
노향향:
백마 선인님——제 목소리가 들리시면, 제발 와서 저를 구해주세요!
노향향:
하아,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네요
자백:
후후, 어쩌면 자네의 소원이 백마 선인에게 닿았을지도 몰라. 내일 다시 와서 확인해 보거라
자백:
혹시 모르지. 자네가 심은 묘목이 어느새 차나무로 자라 있을지도
노향향:
자백 언니, 위로해 주려고 그러는 거 알아요. 고마워요, 덕분에 조금 나아졌어요
페이몬:
자백한테… 정말로… 그런 능력이 있을까?
여행자:
나도 궁금해
노향향:
여러분, 시간도 늦었는데 오늘 밤은 저희 집에서 묵고 가세요. 제 가족들도 저한테나 엄격하지, 손님한테는 친절해요!
페이몬:
그… 그래. 오늘 하룻밤 묵고, 내일 다시 와서 확인해 보자
소녀와 함께 교영 마을의 노가 저택에서 휴식을 취한다…
고요한 밤이 지나 아침이 밝자, 일행은 다시 차밭으로 향한다…
그리고 눈앞에는 신기한 광경이 펼쳐진다…
노향향:
차… 차나무다…!
페이몬:
와아! 나무가 다 컸잖아!
자백:
그래. 이제는 비바람도 견딜 수 있는 성숙한 차나무가 되었구나
노향향:
이이… 이럴 수가…
페이몬:
백마 선인이 현신한 거야! 네 진심이 선인을 감동시켰나 봐!
노향향:
정말요?
자백:
어쩌면 어딘가에서 네 소원을 듣고 응답해 준 걸지도 모르지
노향향:
…그분은 제 선조를 구해주시고, 이번에는 저까지 구해주시네요!
페이몬:
세상에, 너희는 백마 선인의 보살핌을 받는 가문이구나!
노향향:
네… 당장 이 소식을 집에 알려야겠어요!
여행자:
이제 근신도 끝이겠네요!
노향향:
네! 백마 선인의 뜻이 있으니, 이제 아무도 절 막지 못해요!
자백:
가보거라. 다음에도 문제가 생기면, 어제처럼 백마 선인을 부르면 된다
노향향:
감사합니다!
페이몬:
푸흡… 자백, 난 네가 진짜 선력으로 묘목을 자라게 할 줄 알았어
자백:
선인이 힘을 썼으니, 그게 선력이 아니겠느냐
페이몬:
졸려…. 한밤중에 여기는 왜 온 거야?
자백:
노향향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왔지
페이몬:
정말 묘목을 자라게 할 방법이 있어?
자백:
쉽진 않지만,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어
자백:
자, 이제 됐군. 다 자랐어
페이몬:
야아! 이건 그냥 옆에 있던 차나무를 옮겨 심은 거잖아!
자백:
안 되나? 어쨌든 이건 다 자란 차나무가 맞지 않으냐?
페이몬:
그야 그렇지만…
자백:
아니면 내가 백마 선인이 아니란 말인가?
페이몬:
넌 당연히 백마 선인이지…
자백:
그럼 이는 백마 선인의 현신이 아니더냐?
페이몬:
아… 틀린 말은 아닌데, 이번에도 뭔가 말려드는 기분이야!
페이몬:
이것도 선인에 관한 또 하나의 전설이 돼서, 저 집안 족보에 기록될지도 모르겠네
자백:
그것도 나쁘지 않지
페이몬:
헤헤, 맞아…. 여행자, 자백의 상태가 처음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지 않아?
여행자:
밖을 거니는 게 도움이 되나 봐
페이몬:
응! 그래서 종려가 자백을 밖에 나가게 했었나 봐…
여행자:
계속 리월을 구경시켜 주자
페이몬:
그래! 좋은 생각이야! 리월항, 유롱항, 교영 마을은 이미 가봤으니까, 다음은 경책 산장으로 가볼까?
자백:
경책? 왠지 익숙한 이름이군
페이몬:
응응! 거긴 경치도 멋지고, 여행하기 딱 좋은 곳이야! 우리가 데려다줄게. 어때?
자백:
마침 나도 리월의 풍경을 더 구경하고 싶었다. 그럼 가자꾸나, 두 안내자여
페이몬:
좋아! 그럼 출발…
페이몬:
어라? 뭔가 잊은 것 같은 기분이…
자백:
괜찮다. 잊어버리는 일이라면 내가 너보다 훨씬 많아
페이몬:
하긴… 잊어버릴 정도면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었겠지
페이몬:
자, 그럼 경책 산장으로 출발!
경책 산장으로 가기
돌쇠:
오이!
달래:
유채!
돌쇠:
오이가 잘 팔려! 오이 심어야 돼!
달래:
유채가 예뻐! 유채 심어야 돼!
자백:
두 꼬마야, 뭘 가지고 다투는 게냐?
달래:
해등절 끝나고 밭에 뭘 심을지 상의하고 있어요
돌쇠:
네! 아빠가 저희한테 작은 밭을 나눠줬거든요. 농작물을 길러서 팔면, 그 모라는 저희 거래요!
돌쇠:
당연히 오이를 심어야겠죠? 아빠도 매년 오이만 심으셨어요
달래:
유채를 심어야죠! 유채씨는 기름도 짤 수 있고, 향도 좋아서 값이 비싸다구요
자백:
농사라, 그거라면 어렵지 않지
달래:
아주머니, 농사도 지을 줄 아세요? 저희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돼요?
자백:
아… 아주머니?!
자백:
꼬맹이, 지금 날 뭐라고 부른 거지?
페이몬:
앗, 사나워졌다…
달래:
그게, 아주머니한테 저희 이모랑 비슷한 향기가 나서… 그래서…
돌쇠:
죄, 죄송해요! 그럼 이모라고 부를게요…
자백:
이모?!
여행자:
자백 언니, 누나라고 불러
달래:
저… 그럼 자백 언니, 이 땅에 오이랑 유채 중에 뭘 심는 게 좋을까요…
자백:
흥! 꼬맹이들 같으니. 이 좋은 땅에 유채와 오이를 심겠다니, 아깝기 짝이 없구나!
돌쇠:
네? 그럼 뭘 심어요?
자백:
만물이 시작되는 봄에 가장 먼저 심어야 할 건 당연히 오곡이지
달래:
…오곡이 뭐예요?
자백:
오곡은 백성의 식량이다. 이곳 사람들은 주로 쌀을 먹으니, 벼를 심는 게 가장 좋을 게야
자백:
기후와 토양을 볼 때, 사오월에 모를 심으면 두세 달 후 무르익을 게다
자백:
그리고 가을에 다시 한번 심으면,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두 번째 수확이 가능하지
자백:
이러면 시장에 내다 팔든 창고에 보관하든, 오이와 유채만 심는 것보단 훨씬 효율적이야
달래:
그렇구나…. 하지만 아주… 언니, 전 그래도 유채가 좋아요
자백:
흠, 문제없지. 유채는 본디 연작이 어려우니, 벼와 번갈아 심으면 되거든
자백:
두 번째 벼 수확이 끝나면 겨울이 가까워지는데, 그때가 유채를 심기 좋은 때다
자백:
이듬해 사오월에 유채가 익으면 수확하고, 다시 모를 심으면 딱 맞지
자백:
이러면 이 땅은 계속해서 순환하며, 벼와 유채를 끊임없이 낳게 돼
달래:
와, 그럼 일 년 내내 수확할 수 있는 거네요!
돌쇠:
잠깐, 잠깐만요! 그럼 제 오이는 어디다 심어요?
자백:
반딧불이 달빛에 견줄 수 없듯, 오이가 벼의 땅을 차지할 수는 없지
달래:
어… 언니… 그렇게 말하면 돌쇠가 상처받을 거예요…
돌쇠:
오이를 무시하지 마세요… 으에에엥…
자백:
뭐, 뭘 우는 게냐! 내 말은… 오이는 아무데서나 잘 자라서, 공들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자백:
집 뒤뜰 구석에 씨앗만 뿌려둬도, 두 달이 채 안 돼서 오이밭이 될 게야
자백:
오이는 햇빛과 습기를 좋아하지만 추위에 약하니, 지금 심으려면 방한에 신경 쓰거라
돌쇠:
와… 그렇게 쉬운 거였어요? 우리 지금 집에 가서 바로 해보자!
달래:
지금? 그럼… 고마워요! 무섭지만 농사 잘 짓는 언니!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돌쇠: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누나! 안녕히 계세요!
페이몬:
자백, 너 진짜로 농사 잘 짓는구나…
자백:
놀라울 게 뭐가 있지? 땅은 사(社)요, 곡식은 직(稷)이니, 이른바 사직(社稷)이란 땅에 곡식을 심는다는 뜻이거늘
페이몬:
아! 그렇구나! 그럼… 사직신은 농사짓는 신이고… 백마 선인은 농사짓는 선인인 거네?
여행자:
갑자기 좀 친근감이 느껴지는 거 같기도
페이몬:
음, 농사는 아무래도 친숙한 거니까!
자백:
방자하구나! 선인의 위엄은 네가 함부로 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페이몬:
뭐야! 사직은 농사짓는 거라고 방금 네 입으로 그랬으면서!
자백:
시끄럽다! 하늘로 올라가 산천과 들판을 보여주마. 따라오너라
마차 탑승…
페이몬:
와, 하늘에서 내려다보니까 논밭이 너무 예쁘다!
자백:
우뚝 솟은 산맥과 굽이치는 언덕, 겹겹이 쌓이면서 조화를 이루는구나…
자백:
참으로 색다른 절경이야…
페이몬:
그러고 보니… 여긴 너랑 인연이 깊은 곳이야!
자백:
나와 인연이 있다고?
페이몬:
응! 이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어. 샘에서 백마가 뛰어나와, 암왕제군의 전투를 도왔다는 이야기야!
페이몬:
기억 안 나? 예전에 이쪽에서 은거했잖아!
자백:
…그랬던 것 같기도…
페이몬:
그리고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엄청 으스스한 곳이 나와
페이몬:
거기도 너랑 관련 있을지 몰라! 되게 오래된 진법이 있는데, 그 안에 마신의 잔해가 봉인되어 있거든
자백:
마신의 잔해?
페이몬:
응, 리월 사람들이 그 마신의 이야기를 팔기연도도라는 노래로 엮기도 했어. 혹시 이건 기억나?
자백:
도도? 아… 팔문 칠문 진 이야기인가…
페이몬:
맞아! 기억났구나!
자백:
그래…. 생사를 안정시키고 유명을저승 가르는 마신 부네였지…
페이몬:
어? 마신 도도의 이름이 그거였구나…!
자백:
그리로 가봐야겠다
페이몬:
으아! 무망의 언덕에 들어오니까 분위기가 오싹해졌어…
???:
객경, 오랜만에 만난다는 그 친구, 왠지 느낌이 이상해요
페이몬:
어? 누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 내려가서 확인해 보자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기
호두:
객경, 오랜만에 만난다는 그 친구, 왠지 느낌이 이상해요
종려:
이상하다니? 그게 무슨 뜻이오?
호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오묘함이 있다니까요! 뭔가 수수께끼에 싸인 듯한 느낌이에요
종려:
후후, 당주가 또 알 수 없는 말을 하는군
호두:
아휴, 참. 그나저나 그 먼 유롱항에 혼자 찻잎을 사게 보내다니, 길 잃을까 걱정되지 않으세요?
종려:
사람이 있는 곳엔 자연히 길이 생기는 법
호두:
못 알아듣겠어요
종려:
…그 친구가 알아서 길을 물을 거요
호두:
그다음은요?
종려:
낯선 땅에서 사람을 만나고, 친분을 쌓고, 또 헤어지는…. 긴 여정을 겪겠지
종려:
여정이 길수록 발자취는 깊어지고, 발자취가 깊어질수록 세월에 쉬이 잊히지 않게 되오
호두:
아~ 그러니까 객경은 그분이 새 친구를 많이 사귀길 바라시는 거군요?
호두:
알겠어요. 근데 그렇게 말한다는 건, 그분이 리월 사람은 아니신가 보네요?
종려:
예전엔 아닌 것에 가까웠지만, 앞으로는 맞게 될지도 모르겠소
호두:
점점 더 오묘해지는걸요
호두:
오! 객경, 누가 왔는지 보세요!
페이몬:
호두! 종려! 너희구나!
호두:
여행자, 페이몬, 나도 여기서 너희를 만날 줄은 몰랐어. 아, 자백 씨도 계셨군요
여행자:
우연히 만났어
호두:
인연이 꽤 깊은가 보네
페이몬:
헤헤, 호두, 우린 자백이랑 유롱항에 찻잎 사러 갔다 온 거야. 종려 심부름을 가는데 길도 잘 모르는 거 있지…. 아! 망했다! 찻잎!
페이몬:
아, 뭔가 잊어버린 것 같더라니! 찻잎 사는 걸 깜빡했네!
종려:
후후, 마음에 두지 말게. 새 찻잎은 매년 있으니, 인연이 닿는 대로 구하면 되지
호두:
맞아, 우리 객경이 어딜 가든 차 한 잔 못 마시겠어?
페이몬: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 안심되네… 아하하…
호두:
근데 찻잎 사러 간다면서, 어쩌다 이런 황량한 곳까지 오게 된 거야?
페이몬:
자백이랑 풍경 구경하고 있었거든! 리월항에서 출발해서 유롱항을 거쳐, 교영 마을이랑 경책 산장을 지나… 여기까지 온 거지
호두:
와, 엄청 많이 다녀왔네!
페이몬:
응…. 이제 슬슬 돌아가도 될 것 같아
여행자:
호두는 종려 씨랑 여기서 뭐 해?
호두:
헤헤, 객경은 나랑 제사 지내러 왔어. 해등절이니까, 선인이랑 선조께 인사드려야지
자백:
제사? 잠깐, 설마 자네가…
자백:
무망동자… 혹은 붉은 저승 나비의 계승자인가?
페이몬:
어? 너 다 기억났구나!
호두:
어라? 자백 씨, 왕생당이랑 팔기의 일을 아세요?
자백:
이야기꾼에게 팔기연도도 이야기를 들었네
호두:
흠~ 팔기연도도를 들어본 사람은 많아도, 본 당주의 유파를 한눈에 알아보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
호두:
객경, 객경의 벗은 역시 보통이 아니네요
호두:
오늘은 산에도 가야 하니, 다음에 시간 맞춰 모여서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어요. 달구경 하면서 시라도 읊죠
자백:
그럼 기대하고 있겠네, 호 당주
호두:
헤헤. 맞다, 밖을 오래 돌아다녔으니, 돌아가는 길에 망서 객잔에서 하루 쉬고 가세요. 너무 지치지 않도록요
여행자:
고마워, 호두
호두:
우리 사이에 고맙긴
호두:
그럼 난 객경이랑 먼저 가볼게. 또 봐!
페이몬:
호두는 참 세심하다니까. 우리 호두 말대로 망서 객잔에서 하룻밤 쉬고 갈까?
페이몬:
거기는 적화주 전체가 내려다보여. 경치도 좋고, 주방장 언소가 만든 요리도 맛볼 수 있지!
자백:
망서… 음… 흥미로운 이름이군. 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페이몬:
좋아! 그럼 가자구!
망서 객잔으로 가기
자백:
저 높은 건물이 망서 객잔인가?
페이몬:
응응, 저쪽에서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면 돼!
자백:
후후, 늘 가던 길로만 가면 지루하지 않겠나?
자백:
자, 이번엔 날아서 가지
마차 탑승…
페이몬:
망서 객잔까지 날아간다고? 너무 눈에 띄는 거 아냐? 객잔엔 사람도 많다구
자백:
음? 선인이 현신하면 객잔의 몸값이 더 올라가는 것 아닌가? 도리어 사장이 우리에게 감사해야지
페이몬:
너 진짜 뽐내는 거 좋아하는구나…
자백:
훗, 이 객잔은 모양도 특이하고, 주변 풍경도 수려하구나. 백마 여관의 새 주인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가게 이름을 바꾼다는 게 이해가 돼
페이몬:
백마 여관의 새 주인? 아, 노향향의 아버지 말이지? 너도 그 일 알고 있었구나
페이몬:
사실 나는 암왕 여관 같은 이름으로 바꾸면 더 경쟁력 있을 거 같아
자백:
그래도 나쁠 건 없지
페이몬:
어? 넌 반대 안 해? 선조의 규칙을 거스르는 건 싫어할 줄 알았는데
자백:
시간은 늘 내일로 향하는데, 규칙만 어제에 머물러서야 되겠느냐? 그런 건 오늘을 사는 사람이 결정할 일이야
페이몬:
너 생각보다 꽉 막힌 사람은 아니구나!
자백: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하니… 나는 세월 속 한낱 티끌일 뿐
자백:
그 암왕제군조차, 세월의 강을 떠다니며 전과 달라지지 않았더냐
페이몬:
…종려? 종려는 예전에 어떤 모습이었는데…?
자백:
그건 또 다른 이야기지
망서 객잔으로 들어가기
페이몬:
망서 객잔에 마차를 타고 오는 건 처음이야. 신선하네…
자백:
망서… 망서라… 월등과 소등처럼 우연의 일치겠지…
페이몬:
응? 무슨 우연?
자백:
너희는 「망서」의 뜻을 모르는가?
자백:
「망서」는 달을 뜻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소:
달빛 마차를 타는 신이라는 뜻이지
자백:
이자가 바로 그… 항마대성인가?
페이몬:
소! 안 그래도 하늘에서 내려오면 너한테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던 참이었어
소:
괜찮아. 하늘에 뭔가 있는 건 느끼고 있었는데, 그게 마차를 타고 오는 너희일 줄은 몰랐군
자백:
마침내 누가 봐주었군
자백:
원래는 좀 더 낮게 날까 생각했었다. 이 몸의 모습을 아무도 못 보면 재미없으니까 말이야
페이몬:
안 돼 안 돼, 이미 충분히 눈에 띈다구!
자백:
훗. 그렇다고 난 너희 암왕제군처럼 화려한 차림으로 밤길을 다니진 않아
소:
이자가 바로…
여행자:
응, 백마 선인이야
자백:
실은 백마 선인 역할놀이 중이지
소:
역할놀이? 그게 뭐지?
페이몬:
하하… 한 귀로 듣고 흘려. 얘가 백마 선인 맞아. 다만…
페이몬:
소, 종려가 말 안 해줬어? 얘 지금 여기에 살짝 문제가 있거든…
소:
…정신이 이상한가?
페이몬:
종려가 그렇게 말했어?!
소:
아니, 내 추측이야
페이몬:
음, 꽤 정확해. 지금 쟤 머릿속은 슬라임이 잔뜩 들어찬 것처럼 엉망이거든
페이몬:
성질 나쁜 화염 슬라임이랑… 산수에 빠진 물 슬라임… 장난꾸러기 바람 슬라임까지 있어…
페이몬:
근데 이 말 쟤한테 들리게 하면 안 돼. 쟤 완전 난리 나
자백:
흰 털 꼬마! 내가 못 듣는 줄 아느냐?
페이몬:
으악!
소:
음… 백마 선인… 오느라 고생했을 텐데, 잠깐 쉬어가지 그래?
페이몬:
맞아 맞아! 자백, 배고프지? 일단 밥부터 먹자…. 헤헤… 여기 주방장 솜씨가 아주 좋다구…. 하하…
자백:
으… 맵구나… 너무 매워…
페이몬:
괜찮아? 물 좀 가져다줄까?
자백:
신경 쓰지 말거라… 조금 쉬고 있으마…
소:
그래서, 이자의 현상에 대해 제군도 마땅한 계책이 없는 건가?
페이몬:
응, 종려가 알아서 괜찮아질 거라고 그냥 기다리래. 근데 얼마나 걸릴지는 모른댔어…
여행자:
세 영혼이 합쳐진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적응이 안 된 거랬어
소:
성격이 변덕스러운 것도 이 때문인가?
페이몬:
난 몸속 세 귀신 때문이라고 생각해! 종려도 그랬잖아. 그건 안 좋은 존재라 주변 생명체에 영향을 준다고…
소:
음. 백마 선인의 잔혼이 그것에 오랫동안 의존해 왔다면, 성격과 기억이 영향을 받은 것도 이해가 가
페이몬:
사실 이렇게 말하긴 하지만, 몸속 세 귀신이라는 게 대체 뭔지 잘 모르겠어…
소:
페이몬, 넌 수행자가 아니니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간단히 말해 인간의 감정과 욕망이라고 생각하면 돼
소:
그 셋을 베어내는 건, 악한 욕망을 자르고 진정한 자아를 수련하는 수단이야.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수행법이 있어. 수메르에서는 이걸 「아뜨마그라호 끊기」라고 부르지
페이몬:
아! 그러니까 감정이랑 욕망, 집착 같은 거구나!
소:
맞아. 다만 지금의 백마 선인이 과거의 일을 기억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군
페이몬:
어느 정도는 기억할 거야. 잠이 덜 깨서 반은 현실, 반은 꿈속에 있는 듯한 그런 상태니까
페이몬:
아직 꿈속에 있는 기억은 현실의 기억이 떠올리지 못하는 거지
자백:
후후, 항마대성이 이런 걸 묻는 건, 암왕제군의 과거를 알고 싶어서겠지?
소:
백마 선인, 당신은 제군의 오랜 벗이니, 내 이름을 불러도 좋아
자백:
훗, 그래도 항마대성 쪽이 더 기백이 있어서 좋네
여행자:
저도 종려의 과거를 알고 싶어요
자백:
그는… 과거의 암주천성이지
페이몬:
어? 돌아온 날에도 그 얘길 했었잖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어?
자백:
아쉽게도, 잊어버렸어
페이몬:
에! 진짜 잊은 거야, 말하기 싫은 거야?
자백:
암왕 본인에게 직접 묻지 그래? 내가 정말 잊었는지는 모른다 해도, 그는 분명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소:
흠… 제군께서 과거를 언급하지 않는 데는 깊은 뜻이 있겠지. 백마 선인도 마찬가지일 테고. 나는 더 묻지 않겠어
자백:
역시 금붕대장답군. 근데 이 말을 하니, 문득 떠오르는 일이 있어…
소:
뭐지?
자백:
아주 오래전, 사람들과 함께 모였던 자리에, 암왕도 함께 있었던 것 같아…
페이몬:
오! 그리고? 그리고?
자백:
그 자리에는 봄을 맞이하여 낭간 사람들이 집집마다 만든 음식, 봄 춘권이 있었지
자백:
바로 그 요리의 조리법이 떠오르는군
페이몬:
…그게 다야?!
자백:
그래. 마침 리월의 해등절이니, 내가 직접 만들어서 맛보여 주겠네
소:
…그거… 좋군
페이몬:
와!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못 들었지만… 이거 진짜 맛있어 보인다!
자백:
봄이 다가오니, 이 음식을 맛보기에 딱 좋은 시기지
자백:
두 안내자는 리월을 구경시켜 주느라 고생이 많았고, 항마대성까지 기쁘게 함께해 주었으니, 이 음식은 그 답례라 생각해 주시게
소:
이럴 필요까진 없다만…
여행자:
저도 줄 선물이 있어요
자백:
…이건?
페이몬:
아! 유물 전시회에서 봤던 그 옥 증표구나!
여행자:
이거 자백의 물건 맞죠?
자백:
훗, 그래. 원래 내 보물 중 하나였는데, 네 손에 있다니 뜻밖이구나. 다만 이제는 잔해만 남아 쓸모가 없으니, 네가 기념으로 간직하거라
페이몬:
아쉽네…. 고칠 수는 없어?
자백:
세상일이 원래 그렇지. 한번 깨진 옥은 다시 붙일 수 없어
소:
그러면… 새로운 걸 만드는 건?
자백:
흠… 일리 있군. 그 물건이 네 손에 들어간 것도 결국은 인연일 테지
자백:
이걸로 다른 물건을 만들어 보마. 너희 여행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페이몬:
응? 뭐 만들게?
자백:
후후, 문득 떠오른 생각일 뿐이니, 조금 더 기다리거라. 내 천천히 생각해 보마
자백:
이제 식사도 마쳤으니, 슬슬 쉴까. 내일 리월항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 번 더 신세를 져야겠구나
리월항으로 돌아가기
요요:
치치, 해등절도 거의 끝나가는데, 소등 만드는 구절은 다 외웠어?
치치:
동쪽에서 베고, 여행자을(를) 말린 뒤…
치치:
삼베를 덧발라서, 페이몬을 완성…
요요:
또 잘못 외웠잖아!
치치:
어… 또 두 사람이야
페이몬:
요요! 새 옷을 입었구나! 완전 예쁘다!
요요:
페이몬! 헤헤, 백 선생님이 주신 거야. 어때? 잘 어울려?
여행자:
귀엽고 잘 어울려
요요:
고마워!
페이몬:
백출이 요요한테 옷을 선물할 줄은 몰랐어!
치치:
요요가 치치 소등 알려줘서, 백 선생님, 요요한테 보답했어요…
요요:
그냥 치치랑 재밌게 논 것뿐인데, 백 선생님도 참!
요요:
맞다! 이거 봐. 옷은 백 선생님이 주신 거지만, 이 바구니는 치치가 직접 만든 거야!
페이몬:
와, 대단하다! 치치, 너 손재주가 엄청 늘었구나?
치치:
소등 만들면서 늘었어요. 요요 덕분에…
치치:
그리고, 소원도 빌었어요…
노 어르신:
꼬마야, 이게 바로 백마 선인의 영험함이란다. 어서 나와 같이 감사드리러 가자꾸나
요요:
응? 노 어르신? 어르신도 소원을 비셨어요?
노 어르신:
내 어리석은 아들놈이 정신을 차렸지 뭐냐. 이제 백마 여관의 이름은 안 바꾸겠다고 하더구나
페이몬:
정말?! 어떻게 된 일이래?
노 어르신:
너희는 모르겠지만, 며칠 전에 우리 손녀가 집에 차나무를 심었단다
노 어르신:
근데 백마 선인께 기도를 드렸더니, 하룻밤 사이에 묘목이 차나무로 자라났지 뭐냐!
페이몬:
아하하… 와, 정말 신기하다…
요요:
진짜 백마 선인이 현신하신 건가요…
노 어르신:
그럼! 가짜일 리 없지! 백마 선인께서 우리 노 씨 가문을 보살펴 주시는 게 틀림없고 말고!
자백:
참으로 신묘한 일이군. 가히 족보에 남겨 기념할 일이겠어
노 어르신:
그야 물론이지…. 응? 아가씨가 바로 그 자백 씨인가?
자백:
맞소. 주인장네 가게에 장기 숙박을 잡아두었지
노 어르신:
아아, 그게 아가씨군. 종려 씨가 결제는 왕생당에 가서 하면 된다던데, 맞지?
페이몬:
종려 그 녀석… 또 호두한테 부담 주게 생겼네
노 어르신:
그날도 느꼈지만, 아가씨, 우리 집 족보에 있는 백마 선인의 초상화를 꼭 빼다 닮았군. 특히 그 금빛 눈동자가 똑같아…
자백:
어쩌면 이 가게와 인연이 있는지도
노 어르신:
하하! 이 노인네가 오늘 기분도 좋고, 모처럼 이렇게 만났으니, 우리 집 찻잎을 좀 대접하도록 하지
노 어르신:
우리 집안의 찻잎 「송라선아」라네. 유롱항에서 소문난 좋은 차니, 사양 말고 받아주시게
페이몬:
어! 열 상자에 반값인 「송라선아」다!
노 어르신:
열 상자에 반값? 하하, 농담도 참. 돈은 됐네!
페이몬:
최고다…. 진짜 공짜로 받았어!
자백:
후후, 그럼 고맙게 받겠소, 주인장
노 어르신:
고맙기는. 외지에서 온 손님 같은데,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머무시게
노 어르신:
해등절의 소등회는 끝났지만, 거리는 여전히 시끌벅적하지
노 어르신:
밖에 나가 구경도 하고, 새 친구도 사귀면서 즐겁게 보내도록 해
노 어르신:
그리고 너희도, 즐거운 해등절 보내거라
요요:
네, 노 어르신!
치치:
해피… 해등절
페이몬:
헤헤! 해피 해등절!
자백:
그래. 해피 해등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