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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악룡? 동화 나라! 1장
비가 내리지 않는 숲에서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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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가 『예언의 절벽』에 강림하리라…」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얼른 일어나 봐!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여행자:
(……)
페이몬:
어휴, 드디어 깼네. 걱정돼서 죽는 줄 알았어
페이몬:
나도 모르겠어. 눈 떠보니까 여기였어…. 머리도 어지럽고…
페이몬:
주변 광경 좀 봐봐…. 흑, 어쩌지? 이상한 곳에 잡혀 와서 다신 못 돌아가는 거면 어떡해?
여행자:
페이몬, 침착해…
페이몬:
…알겠어. 그래… 그냥 새로운 모험이라고 생각할래!
페이몬:
휴… 그래도 네가 곁에 있어서 다행이야. 나 혼자였으면 나무 구멍에 숨어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을 거야…
페이몬:
와, 엄청 빠르네! 역시 개구리인가…. 마지막엔 어디로 뛰어가는지도 제대로 못 봤어
아몬드:
두 분… 설마 저쪽에 있는 「예언의 절벽」에서 오신 건가요?
페이몬:
으악! 뚜… 뚱뚱한 쥐가 말을 한다!
아몬드:
뚜…! 뚱뚱하다뇨? 전 그냥 몸에 있는 종이가 조금 두꺼울 뿐입니다!
아몬드:
크흠… 제 소개부터 드리죠. 전 아몬드, 이 「축복의 숲」의 장로입니다. 여기서 예언 속의 용사를 기다리고 있었죠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내 볼 좀 꼬집어 줄래? 아무래도 잠이 덜 깬 거 같아
여행자:
내 볼도 꼬집어 줘…
아몬드:
제가 도와드릴까요? 다만 전 팔이 짧아서 두 분이 가까이 와주셔야 합니다만…
페이몬:
괘, 괜찮아…. 그냥 진정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래. 후우… 잠깐 생각 좀 정리할게…
페이몬:
일단 여기가 우리가 알던 세계가 아니라는 건 확실해. 길가의 나무도 말하는 종이 동물도 너무 이상하잖아
아몬드:
「이세계의 용사와 그 동료들이 이 세계의 평화를 되찾아줄 것이다…」 예언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몬드:
이런, 내 얼빠진 아몬드 머리 좀 보소…. 용사의 등장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이 세계를 소개하는 것도 깜빡했군요…
아몬드:
제 종이도 정말 수명을 다해가는 건지…
페이몬:
괜찮으니까 천천히 얘기해 봐. 안 그래도 여기가 어딘지 궁금하던 참이었어
아몬드:
어디 보자,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나…. 예전 일은 거의 다 잊어서 말이죠…
아몬드:
아, 맞아요. 숲의 종이강에 흐르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아몬드:
…옛날 옛적, 세 명의 여신께서 이 「시뮬랑카」라는 세계를 창조하셨습니다
아몬드:
마법과 물질을 주관하는 「창세의 여신」께선 저희에게 생명을, 자연에게 형태를 부여하셨습니다. 이로 인해 「시뮬랑카」도 수많은 세계 사이에서 존속할 수 있게 되었죠…
아몬드:
다음으로는 별과 궤적을 주관하는 「예언의 여신」께서 별하늘을 움직이고 세계를 흐르게 하셨습니다…. 그분의 조각상은 지금도 별길 왕성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죠
아몬드:
마지막으로, 모든 이야기와 소원을 주관하는 「운명의 여신」께선 우리에게 꺼지지 않는 사랑과 타오르는 증오를 주시고, 죽음과 희망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페이몬:
굉장하네, 엄청 유능한 신인가 봐
아몬드:
그야 물론이죠. 「시뮬랑카」의 새 주민들은 모두 숲에 가서 「창세의 여신」의 창조에 감사드리고, 왕성에 가서 「예언의 여신」이 신탁을 내려주시길 기도한답니다…
아몬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계의 끝에서 「운명의 여신」께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하죠…. 휴… 얼마 전까진 그랬습니다만…
페이몬:
응? 얼마 전까지라니…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여행자:
「용사가 이 세계의 평화를 되찾아줄 것이다…」
페이몬:
아, 네가 기다리는 「용사」랑 관련이 있는 거야?
아몬드:
네… 비록 전 많은 걸 잊었지만, 악룡이 하늘을 뒤덮던 그날만큼은 잊히질 않습니다…
아몬드:
악룡은 불길한 검은 안개와 함께 하늘에서 나타나, 저희의 보금자리를 짓밟았습니다…. 방울바람 왕국엔 아직도 그 거대한 발자국이 남아있지요…. 피해자가 없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페이몬:
으아, 무서워…
아몬드:
그게 끝이 아닙니다…. 그 뒤로 숲의 잉크빛 주점까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문을 닫아버렸어요. 숲의 주민들에겐 재앙이나 다름없는 일이죠…
페이몬:
응? 그게… 그렇게 심각한 일이야? 여기가 몬드라면 모를까
아몬드:
오, 창세의 여신이시여. 이건 홍수보다 끔찍한 일입니다!
아몬드:
젖은 종이는 말리면 되고, 쓰러진 나무는 세우면 되지만… 잉크빛 주점에서 파는 건 주민들의 생존에 꼭 필요한 「마법의 물」이거든요!
페이몬:
…마법의 물?
아몬드:
저희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마법의 물약이죠…. 창세의 여신께서 이 숲에 내리신 은혜입니다
여행자:
그걸 안 마시면 어떻게 되는데…?
아몬드:
음… 몸에 점점 주름이 가고 갈라지다, 끝내 색을 잃고 많은 걸 잊게 되지요. 심지어는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페이몬:
뭐? 그럼 설마 아몬드 너도…
아몬드:
예… 제 색도 이젠 거의 다 바랬습니다. 아직 여기서 용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건 기억하지만, 누가 그걸 얘기해 줬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페이몬:
그, 그럼 시간이 얼마 없잖아! 우리가 도울 일이 있을까?
아몬드:
오오, 용감한 꼬마 요정과 그 동료분. 운명의 여신이 두 분의 선한 마음에 찬사를 보내시길
아몬드:
설마… 당신들이 바로 제가 기다리던 용사인가요?
페이몬:
그건… 그렇게 물어도 우린 몰라…. 그치만 자기가 여기에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는 용사가 있나?
여행자:
우린 그냥 길을 따라오게 된 것뿐이야…
아몬드:
흐음… 아몬드 머리에겐 어려운 문제로군요…. 예언에 이런 상황은 없었는데…
아몬드:
저와 함께 「축복의 오두막」으로 가보는 건 어떠십니까? 거기엔 숲의 요정이 살고 있어서, 두 분이 답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페이몬:
숲의 요정? 와아, 그럼 막 마법도 부려?
아몬드:
네, 그분도 용사와 함께 모험에 오르는 예언 속 동료거든요
페이몬:
오! 믿음직해 보이네. 그럼 아몬드 장로, 길 안내 부탁할게
페이몬:
그나저나 여기 길가에 보이는 식물들 되게 특이하지 않아? 꼭… 종이로 만든 것 같아
페이몬:
앗, 저기 봐봐! 저기 있는 개구리 두 마리도 종이로 접은 것처럼 생겼어
폭죽:
아이고! 연잎 좀 봐. 냇물, 설마 뛰어오는 법까지 까먹은 건 아니겠지?
냇물:
안… 안 까먹었어, 폭죽. 그냥… 내 기억이 맞는지 헷갈려서 그런 거야
폭죽:
아휴, 됐어. 이대로 가다간 악보는커녕 노래하는 법까지 다 까먹게 생겼네. 모두가 널 왜 냇물이라고 부르는지는 기억하지?
냇물:
응, 내 목소리가 예뻐서잖아. 근데 요즘엔 좀 놀리는 것처럼 들리기도 해
폭죽:
네 목소리는 꼭 이른 아침 샘물에 떨어지는 이슬 같아! 그러니까 힘내서 뛰어와! 정 힘들면 마법의 실을 써, 비웃지 않을 테니까. 설마 마법의 실 사용법은 안 잊었지?
냇물:
대부분의 일은 기억하고 있어, 폭죽. 네가 폭죽이라고 불리는 게 네 불같은 성격 때문인 것도! 일단 잠깐만 조용히 해줘. 금방 갈게
페이몬:
너… 너도 봤지?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페이몬:
점점 더 이해가 안 되는걸…
페이몬:
모르겠다… 일단 따라가 보자. 저… 음… 종이 개구리들은 나쁜 녀석들 같진 않으니까 길을 물어봐도 될 거야
아몬드:
여깁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요정님은 지금쯤 아마…
닐루:
…!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페이몬!
페이몬:
어라? 이 목소리는…
닐루:
…세상에! 너희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닐루:
앗…! 미… 미안!
페이몬:
「숲의 요정」이 닐루였어? 그리고 그 옷차림은…
여행자:
예쁘네…
닐루:
칭찬 고마워. 실은 아직 적응이 잘 안돼…
닐루:
…바자르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까 이런 모습이었어…
닐루:
꿈에서 이런 말을 들은 것 같아——「넌 축복의 숲의 요정이란다. 이 숲을 구해주렴」
닐루:
처음엔 그냥 꿈인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해도 깨질 않는 거야.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고…
페이몬:
우리랑 비슷하네. 우리도 뜬금없이 이 세계에 오게 됐거든…
닐루:
그렇구나. 미안, 방금 너희를 보고 너무 흥분했나 봐…
페이몬:
아냐, 이해해. 우리도 원래 세계로 못 돌아가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던 참이었어. 아는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야
아몬드:
오, 운명의 여신께서 돌보시는군요. 두 분이 요정님의 친구였다니!
닐루:
아몬드, 내 친구들을 데려다줘서 고마워.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까? 금방 도우러 갈게
아몬드:
물론이죠, 문제없습니다!
아몬드:
하하하, 이런 땅콩 껍질 같은 일이! 오늘은 참으로 운 좋은 날이군…
페이몬:
역시 닐루야, 숲속 주민들이랑 완전 친해졌네
닐루:
응… 난 어제 여기 도착해서 아몬드 장로한테 이 세계의 상황을 전해 들었어. 주민들이 날 「요정」이라고 여기는 이상, 나도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페이몬:
앗! 설마 숲의 마법인가 뭔가로 주점을 복구해 주려고?
닐루:
안타깝지만, 나도 이 세계의 「마법」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겠어. 신의 눈의 원소력을 사용해 봤지만 효과가 없더라고…
닐루:
오두막에 있던 책 내용으로 보면, 여긴 과거 「창세의 여신」이 일하던 곳이야
닐루:
창세의 여신은 책 페이지를 작은 동물로 접은 후, 마법으로 생명을 부여했대. 그렇게 점차 축복의 숲이 형성된 거지
페이몬:
「마법」을 다루는 방법이 적힌 책은 없었어?
닐루:
다 뒤져봤는데, 관련된 내용은 이것뿐이었어——
닐루:
「『아브라카다브라』. 이것은 『내 뜻대로 창조하리라』는 뜻의 주문이다. 이 세계는 언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누구나 신비한 마법의 힘을 다룰 수 있다」
페이몬:
아브라… 뭐? 아무튼 누구나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거지? 좀 막연한 설명이네…
닐루:
다른 책도 읽어봤는데, 디테일을 잘 적어놓은 여신은 아니었던 거 같아
페이몬:
그럼 이제 어떡하지 닐루? 아까 장로한테 도우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닐루:
응, 숲의 주민들도 주점 영업을 재개하려고 준비하는 거 같더라고. 일단 가서 주민들을 도울까 해
페이몬:
알겠어, 일단은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겠네
닐루:
사실은 나도 좀 떨려. 낯선 무대에 떠밀려 올라가는 기분이랄까
닐루:
그래도 의상까지 갈아입었으니, 일단은 무대에서 춤을 춰야겠지. 그래야 어엿한 무용수니까
닐루:
추다 보면 「나만의 마법」을 찾게 될 수도 있잖아, 안 그래?
페이몬:
닐루는 역시 긍정적이야
여행자:
나도 같이 춤을 춰줄게
닐루:
응! 그럼 출발하자
왕밤:
저기 봐! 요정님이 오셨어!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동료까지 데려오셨네. 아몬드 장로님 말씀대로야!
닐루:
안녕, 어제 여기서 잉크빛 주점에 쓸 파이프를 만들 거라고 들었어. 혹시 도울 일이 있을까?
왕밤:
앗, 이런 사소한 일로 요정님을 귀찮게 할 순 없죠. 저희끼리 해결할 수 있어요!
페이몬:
정말? 이 파이프들, 앞뒤도 안 맞고 영 엉망인 것 같은데…
왕밤:
윽… 그건 덤벙대는 동료 때문이에요. 파이프 연결은 자기한테 맡기라면서 호언장담을 하더니…
은행:
난…! 파이프를 하나하나 꼼꼼히 검사하려 했을 뿐이야! 이건 「마법의 물」을 운송하는 중요한 뼈대잖아! 그래서… 그래서 해체한 건데…
왕밤:
그치만 다시 조립하는 법을 까먹었잖아! 휴, 어제 무슨 견과류를 잘못 먹고 저러는지 원…
닐루:
싸우지들 마. 다들 한시라도 빨리 주점을 열고, 숲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그런 거잖아
닐루:
우리가 좀 도와줄까?
페이몬:
그래,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도와줄게! 파이프만 연결하면 되는 거지?
왕밤:
감사해요. 「마법의 물」이 파이프를 통과하게 만들어야 해요. 어긋나면 물이 도중에 막혀버릴 거예요
은행:
꼼꼼함을 요하는 작업이죠
왕밤:
넌 가만히 있어!
은행:
성공이에요! 여러분 정말 대단해요!
페이몬:
헤헤, 이제 마법의 물이 모두의 잔까지 잘 흘러 들어가겠지?
페이몬:
근데 「마법의 물」이 대체 뭐야? 나 조금만 마셔봐도 돼? 아주 조금만!
페이몬:
먹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그래!
왕밤:
어… 좋아요, 한 방울만이라면…
은행:
조… 조금만이에요! 이건 실험을 위해 남겨둔 숲에 얼마 안 되는 마법의 물이라고요!
페이몬:
많이는 안 마신다니까… 어디… 음…
페이몬:
엑…! 콜록콜록, 이게 무슨 맛이야? 혀에 달라붙었어! 이거 그냥 평범한 「잉크」 아냐?
여행자:
「잉크」와 「종이」라…
닐루:
설마, 이곳의 전설에 기록된 것처럼——
닐루:
「운명의 여신이 잉크로 종이에 이야기를 썼고… 창세의 여신의 손길을 거쳐 이야기에 생명이 깃들었다…」는 건가
페이몬:
그래서 숲 주민들한테 주점이 그렇게 중요했던 거구나…
닐루:
「퇴색증」을 앓고 있는 주민들의 몸속의 잉크가 마르고 빛이 바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잊게 된 걸지도 몰라…
닐루:
……
왕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요정님. 파이프를 고쳤으니 곧 주점을 다시 열 수 있을 거예요
은행:
그것도 몰라? 요정님은 여신께서 우리한테 생명을 주신 이야기를 하신 거잖아. 훗, 난 사실 창세의 여신님을 직접 뵌 적도 있지롱!
닐루:
어? 정말?
왕밤:
너 나랑 동갑 아니었어? 우리 둘이 운명의 여신상 앞에서 같이 소원도 빌었었잖아. 허풍 떨지 마!
은행:
윽… 알겠어. 정확히는 우리 할아버지가 뵌 거야
은행: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가다, 오두막 창밖으로 창세의 여신님이 우리에게 생명을 내리는 광경을 목격하셨대
은행:
여신님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종이를 손에 올리고 무언가를 읊자… 깡충깡충 뛰는 종이 개구리가 탄생했어. 오, 그야말로 신의 기적이었지!
왕밤:
직접 본 것처럼 말하긴…
페이몬:
엥? 그게 다야? 여신의 마법은 뭔가… 좀 더 짜잔! 하고 화려할 줄 알았는데!
은행:
앗! 여러분의 세계에선 새로운 생명이 짜잔 하고 화려하게 탄생하는 건가요? 새로운 지식을 배웠네요
페이몬:
어… 그렇진 않아…
닐루:
마법이 꼭 화려할 필요는 없겠지…
왕밤:
네 허풍 때문에 요정님이 헷갈려 하시잖아
닐루:
아, 그런 건 아냐. 오히려 덕분에 힌트를 얻은 것 같아, 고마워
은행:
그럼 저희야 영광이죠
폭죽:
냇물! 또 박자를 틀렸잖아! 이대론 잉크빛 주점이 오픈해도 우리 악단은 영업 못 하게 생겼어!
냇물:
윽… 진짜 미안…
닐루:
저기… 안녕, 연습하는 데 방해가 됐을까?
페이몬:
어? 전에 길에서 본 종이 개구리잖아?
폭죽:
요정님? 오, 연잎과 이슬을 봐서라도, 냇물, 이번에는 제대로 노래 좀 해봐
냇물:
그치만… 난…
닐루:
부담스럽게 안 그래도 돼. 연습 중이었어?
폭죽:
네. 보시다시피, 저희 합창단은 잉크빛 주점의 손님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요
폭죽:
주점이 문을 닫은 뒤로 한동안 쉬다가, 어제 요정님이 오셨다는 얘기를 듣고 다들 기쁘게 한자리에 모였어요. 드디어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으니까요!
닐루:
후후, 나도 그 마음 알아. 바자르에 있을 때 주바이르 극단 사람들도 그렇게 지냈거든
폭죽:
바자르? 거기서도 연잎 위에서 노래를 부르나요?
닐루:
응, 엄청 커다란 연잎에서! 네가 이 악단의 지휘자니? 어쩐지 주바이르 씨랑 성격이 비슷해 보이네
폭죽:
오, 그분도 분명 원대한 야망을 품고 연잎 위 모든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분이겠죠. 다만 지금은…
냇물:
……
닐루:
냇물, 우리가 도울만한 일이 있을까?
냇물:
앗, 아니에요. 이건… 제 문제예요…
냇물:
주점이 문을 닫은 후로 갑자기 노래 부르는 법을 잊은 것만 같아요. 박자도 틀리고, 삑사리까지 나더라고요…
폭죽:
그치만 넌 우리 악단에서 노래를 제일 잘 부르는 에이스잖아!
냇물:
나도 알아, 안다고. 하지만… 휴…
페이몬:
「퇴색」돼서 그런 걸지도 몰라
닐루:
냇물, 너무 속상해하지 마. 나도 중요한 스텝을 잊은 적이 있거든. 그럴 때면 바자르의 동료들이 날 격려해 줬어
닐루:
다들 미소 띤 얼굴로 「괜찮다」고 말해주고, 몇 번이고 멜로디를 연주하며 내가 기억을 되찾게 도와줬지…. 이번엔 우리가 널 도와줄게
페이몬:
맞아, 그냥 노래 부르는 거잖아? Путешественник은(는) 리듬감이 좋으니까 우리가 박자를 맞춰 줄게
폭죽:
음, 좋은 생각이네요. 리듬은 요정님의 동료한테 맡기고 넌 노래에만 집중해
냇물:
정말… 그래도 될까요? 괜히 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닐루:
그런 생각 마. 잉크빛 주점이 열렸을 때 거기서 네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고 싶은걸?
냇물:
네… 감사합니다. 그, 그럼 해볼게요!
아몬드:
감귤, 농담은 그쯤 하게. 주점 오픈이 코앞이란 말이네
감귤:
장로님, 농담 아니에요. 어젯밤에 너무 흥분해서 베개도 없이 잠드는 바람에…
페이몬:
아몬드 장로! 도와주러 왔어!
아몬드:
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소개드리죠, 이쪽은 잉크빛 주점의 바텐더 감귤 양입니다
여행자:
키가 엄청 크네…
아몬드:
감귤 양은 마법의 물에 맛있는 과일을 더해서 맛 좋은 술을 만들어내죠. 잉크빛 주점에 빠질 수 없는 존재입니다
감귤:
아몬드 장로님, 너무 띄워주지 마세요…. 아야야… 목이…
닐루:
괜찮니?
감귤:
윽… 죄송해요, 하필이면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담이 걸릴 줄은…
감귤:
실례가 안 된다면 목 풀게 꼬리 좀 당겨 주실래요? 전 손이 안 닿고, 아몬드 장로님은 연세도 있고 너무 가벼워서요…
페이몬:
꼬리랑 목이… 상관이 있나?
감귤:
당연히 상관있죠. 하늘의 무지개와 비 같은 관계랄까요? 어쨌든 적당한 높이에서 과일을 따서 옆쪽 나무통에 넣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감귤:
음, 목이 훨씬 편해졌어요
페이몬:
진짜로 상관이 있구나…
아몬드:
오오! 덕분에 한시름 놨어요. 이제 잉크빛 주점의 음료는 전과 다름없이 맛있겠죠!
페이몬:
헤헤, 이쪽 문제도 해결 완료!
페이몬:
대충 다 도와준 것 같네. 이제 잉크빛 주점의 영업을 재개할 일만 남은 건가?
닐루:
그치만 우린 아직 마법을 다루는 법도, 잉크빛 주점이 문을 닫은 이유도 모르잖아
페이몬:
뚱뚱쥐가 들려준 방법을 써보는 건 어때?
닐루:
할아버지가 집 밖에서 봤다는 방법 말이야? 음… 창세의 여신은 대체 어떻게 주민들에게 생명을 준 걸까…
페이몬:
어쨌든 뭐라도 시도해 보자. 주민들이 다 널 요정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넌 애초부터 마법을 쓸 수 있는 거 아닐까?
닐루:
그러니까 이 숲의 「무대」가 나라는 「무용수」에게 맞춰 움직인다는 거야? 하하, 꼭 동화 같네
페이몬:
음, 그런가? 나도 이곳 풍경에 영향을 받았나 봐. 움직이는 종이 동물에, 마법 물약에… 여기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거 같다구
닐루:
페이몬 말이 맞아. 될지 안 될지는 해봐야 알겠지. 그럼…
닐루가 책페이지를 꺼내 뚱뚱쥐 모양으로 접는다…
닐루:
이렇게 접으면 되겠지? 내 기억이 틀리진 않았을 거야
페이몬:
우와! 손재주가 대단하네!
닐루:
예전에 무대 소품을 담당한 동료가 비슷한 걸 접길래, 재밌어 보여서 쉬는 시간에 따라 배웠거든. 평소에 졸음을 쫓기에도 딱 좋아!
페이몬:
어때? 뭔가… 음… 마법의 힘이 느껴져?
닐루:
……
닐루:
…전혀
페이몬:
엥? 이럴 수가…. 우리가 뭔가를 놓친 건가?
여행자:
뭔가 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닐루:
말이라…. 창세의 여신이라면 이럴 때 뭐라고 말했을까…
페이몬:
맞아, 숲의 요정으로서 새로운 주민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보는 게 어떨까?
닐루:
……
닐루가 뚱뚱쥐를 들어 올려, 이마에 가볍게 입 맞춘다…
닐루:
「네게 숲의 축복을 내리니, 숲의 멋진 일원이 되길…」
닐루:
「파디사라라는 이름을 가지고, 이 세계에서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길…」
파디사라:
……
파디사라:
…파디사라, 내 이름
페이몬:
세상에…! 진짜 성공했잖아!
아몬드:
이런 땅콩 껍질 같은 일이… 이 아몬드, 신의 기적을 직접 목도하는 날이 올 줄은…! 전설로만 듣던 창세의 여신의 마법과 정말 똑같군요!
파디사라:
땅콩… 아몬드…?
닐루:
안녕, 파디사라. 난 이 숲의 요정 닐루라고 해. 오늘부터 넌 숲의 일원이란다
파디사라:
요정, 닐루, 안녕
닐루:
네가 이곳에서 행복하게 자라나길 바랄게
파디사라:
자랄 거야——
아몬드:
하하하, 숲의 새 주민은 일단 제가 돌보겠습니다. 정말 그립군요, 마지막으로 환영 축제를 연 게 벌써 언제인지…
아몬드:
자, 파디사라. 이 아몬드 할아버지한테 오렴
페이몬:
이제 닐루가 마법을 다룰 줄 아니까, 잉크빛 주점도 오픈할 수 있지 않을까?
닐루:
음… 아몬드, 주점 지하에 사람을 보내서 잠깐 살펴봐 줄 수 있을까?
아몬드:
물론입니다. 다만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닐루:
방금 마법을 시전하는 순간, 그곳에서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어. 잉크빛 주점이 문을 닫은 이유와 연관이 있을지도 몰라
아몬드:
네, 문제없습니다! 어려운 일도 아니죠
닐루:
파디사라도 할아버지 말 잘 들으렴.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파디사라:
파디사라… 말 잘 듣고… 돌아다녀!
아몬드:
앗, 파디사라! 기다리거라!
페이몬:
역시 닐루가 접은 동물이라 그런가? 기운이 넘치네. 닐루, 그나저나 방금은 어떻게 한 거야?
닐루:
글쎄… 파디사라에게 전하는 내 축복을 말로 내뱉었을 뿐이야. 책에 적힌 것처럼 「언어 자체가 마법」인 건 아닐까?
페이몬:
정말 동화스러운 사고방식이네
닐루:
그러고 보면… 이 숲의 이름도 「축복의 숲」이었지?
페이몬:
헤헤, 닐루한테 참 잘 어울리는 마법 같아
여행자:
근데 주점 아래…
닐루:
음… 나, 축복을 전할 때 이 숲의 마법의 흐름을 느꼈어. 꽃과 나무에 깃든 마법, 모두의 몸속에 흐르는 마법…
닐루:
그런데 잉크빛 주점 지하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곳이 있었어…
아몬드:
요정님, 다녀왔습니다
페이몬:
엄청 빠르네!
아몬드:
잉크빛 주점 아래에 정말로 제가 처음 보는 물건이 있더군요. 투명하고, 두드리면 「쿵쿵」 소리가 났습니다…
닐루:
투명한 물건… 앗! 뭔지 알겠다!
페이몬:
뭐? 어떻게 벌써 안 거야?
닐루:
하하, 페이몬도 「동화스러운 사고방식」으로 생각해 보는 게 어때?
여행자:
…설마 「잉크병」?
닐루:
맞아, 정확히는 「비어있는 잉크병」이지. 페이몬, 「마법의 물」이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해?
페이몬:
앗! 그런 거구나!
아몬드:
제 아몬드 머리로는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어쨌든, 저희가 더 도울 게 있을까요?
닐루: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페이몬. 나랑 같이 재료 수집하러 안 갈래? 오두막에서 마법의 물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읽은 적이 있어
페이몬:
당연하지! 뭐가 필요한데?
닐루:
음… 「영원히 걸린 노을」, 「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그리고 「밤에만 피는 달」이야…
페이몬:
엥? 그… 그게 다 무슨 이상한 재료야…
여행자:
「일몰 열매」, 「금어초」, 그리고 「달 연꽃」…
페이몬:
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아챘어?!
여행자:
「동화」잖아, 페이몬
페이몬:
동화는 넌센스 퀴즈가 아니라구!
닐루:
잠깐만 기다려줘, 들어가서 잉크병을 가져올게
페이몬:
진짜 희한하네. 들어가는 재료는 다 맛있는데 막상 결과물은 잉크 맛이라니
페이몬:
이번엔 마시라고 해도 안 마실 거야…
닐루:
오래 기다렸지?
닐루:
어디 보자, 책에 쓰여 있는 대로면… 이렇게 하고, 그다음은… 이렇게…
닐루:
…다 됐어!
페이몬:
와, 마법이 있으니까 엄청 편리하다!
아몬드:
이 맛은… 우리에게 필요한 「마법의 물」이 맞습니다!
닐루:
그럼 아몬드, 이걸 지하에 있는 투명한 병 옆에 놔줘. 나머진 나한테 맡기고
아몬드:
네, 알겠습니다! 숲의 요정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닐루:
휴우… 막상 할 때가 되니까 조금 긴장되는걸… 무대 한가운데 서서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기분이야
닐루:
응! 고마워, 너희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나도 운명의 여신의 축복을 받았나 봐
닐루:
가자, 숲의 모두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파디사라:
닐루 요정님, 대단해!
페이몬:
우와, 예쁘다! 잉크빛 주점이 이렇게 예쁜 곳이었다니!
닐루:
숲의 경치랑도 잘 어울려. 잉크빛 주점이 이런 식으로 열릴 줄은 몰랐는데, 꼭 종이접기 책 같네
아몬드:
…기억났다, 전부 기억났어!
아몬드:
…예전에, 제가 별길 왕성 꼭대기에서 예언의 여신께 신탁을 구했습니다!
아몬드:
——「이 세계를 구할 용사가 『예언의 절벽』에 강림하리라. 이세계의 용사와 그 동료들이 이 세계의 평화를 되찾아줄 것이다…」
페이몬:
예언의 앞부분을 잊었던 거구나…
아몬드:
그곳에서 계속 기다리던 이유가 그거였어요…. 하하하, 좋군요! 이 아몬드 머리도 아직 쓸만해요!
페이몬:
예언의 절벽이라면… 엄청 큰 벽화가 있던 그곳? 우리가 거기에서 깨어난 건 맞지만, 기억도 없고 복장도 그대로인데… 정말 우리가 용사가 맞을까?
아몬드:
아닐 리가요! 두 분은 요정님과 함께 축복의 숲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주시지 않았습니까. 이 숲의 용사가 마땅하지요!
페이몬:
헤헤, 알겠어. 너희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어차피 우리도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모험해야 하니까
페이몬:
좋아! 다른 사람을 돕는 건 우리 전문이지!
아몬드:
역시, 여신님의 예언은 빗나가는 법이 없군요
닐루:
나도 같이 갈게. 마법을 다루는 숲의 요정이 있으면 여정이 훨씬 편해지지 않겠어?
여행자:
바라던 바야
페이몬:
용사와 마법 요정, 용과 모험… 헤헤, 정말로 동화 이야기 같네
아몬드:
그럼 여러분의 다음 목적지는 바다 건너편의 「별길 왕성」이겠군요. 거긴 시뮬랑카에서 가장 번영한 곳이랍니다
아몬드:
왕성 꼭대기에 있는 별빛 정원에 도착하면, 예언의 여신께 여러분이 원하는 답을 물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파디사라:
…닐루 요정님, 가는 거야?
닐루:
응, 아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거든. 그래도 멀리 가진 않을 거야. 시간 되면 파디사라를 보러 올게
닐루:
그러니까 파디사라도 말 잘 듣고, 아몬드 할아버지 잘 도와드리고 있어!
파디사라:
응! 알겠어! 파디사라, 기다릴게!
아몬드:
하하, 착하기도 하지. 참, 깜빡할 뻔했군요. 별길 왕성으로 가려면 「해상 열차」를 타야 합니다
아몬드:
내일 아침 제가 먼저 열차역에 가서 게으름뱅이 직원을 깨워놓겠습니다. 오늘은 일단 쉬면서 숲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는 게 어떠신가요?
페이몬:
좋아! 하루 종일 일했더니 좀 피곤하긴 해. 안 그래도 잉크빛 주점에서 잠시 쉴까 했어
감귤:
응? 주문인가요?
페이몬:
맞아! 풍선귤 맛 마법의 물 한 잔 부탁해. 음… 마법의 물은 빼고! 고마워!
냇물:
역시 안 되는 건가…
페이몬:
그래, 너무 낙담하지 마. 우리가 박자를 잘못 맞춘 거니까 몇 번만 더 해보자!
냇물:
오오… 감 잡은 거 같아요!
폭죽:
여신이시여! 냇물, 지금 이 느낌을 잘 기억해 놔! 이렇게만 부르면 돼!
냇물:
다들 고마워요…. 덕분에 다시 샘물처럼 맑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 같아요!
닐루:
괜찮아졌다니 다행이야. 그럼 우린 다른 쪽도 도와주러 가볼게
페이몬:
응응! 합창단의 멋진 공연 기대하고 있을게!
아몬드:
병은 말씀하신 곳에 뒀습니다. 이제 요정님만 믿겠습니다!
감귤:
어떤 맛의 마법의 물부터 만들까나…
은행:
…내가 뭐랬어? 창세의 여신님도 예전에 이렇게 하셨다고 했지?
왕밤:
쉿, 그만하고 이따 나랑 같이 파이프나 옮기자
폭죽:
냇물, 숲의 요정님을 봐서라도 이따가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해야 해!
냇물:
걱정 마, 폭죽. 내가 이날만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닐루:
……
닐루:
후우…
닐루:
숲아… 내 말이 들리니…? 내 축복을 받아줘——
닐루:
이 마법의 샘이 영원히 마르지 않길… 이곳에 사는 모든 생명에게 행복이 가득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