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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헤스페리데스


상아로 만든 문을 지나
눈보라 속 외로운 등불…
아글라야:
미시킨인가? 드디어 왔구나…
페이몬:
…미시킨? 우린 지나가던 모험가,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페이몬이야
페이몬:
여기서 결혼식이 열린다고 해서 왔어! 우리도 초대장을 받았으니 손님이라구
아글라야:
……
아글라야:
문 옆에 있는 조각상에게 초대장을 건네줘
페이몬:
조각상? 아, 알았어…
페이몬:
(이코르, 넌 안에서 왔잖아. 여긴 원래 규칙이 이렇게 이상해?)
이코르:
(이건 「의식」의 일부가 아닌 것 같아요)
페이몬:
(너도 모르는구나. 그래도 왔으니 일단 시키는 대로 해 보자)
살티코프:
「결혼식」이 곧 시작될 예정이오니, 귀빈 여러분은 로비에서 잠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사포노프:
「결혼식」이 곧 시작될 예정이오니, 귀빈 여러분은 로비에서 잠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아글라야:
헤스페리데스 저택에 온 걸 환영해
아글라야:
초대장을 보니, 정말 초대받은 손님이구나. 그럼 환대해 줘야지. 난 아글라야
아글라야:
둘 다 눈 요정의 결혼식은 처음이야?
여행자:
네
아글라야:
둘 다 외지인인가 보네. 그 추문을 알았다면 선뜻 찾아오진 않았겠지
페이몬:
추문?
아글라야:
적어도 인간들은 그 일을 추문으로 생각해. 이 정도로 성대한 의식은 라리사의 결혼식이 마지막이었어
아글라야:
하지만 인간 신랑은 라리사를 배신했고, 그녀는 그를 죽인 대가로 목숨을 잃었지
아글라야:
라리사는 눈 여인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어. 심지어 죽는 방식까지 말이야
아글라야:
그날, 그녀의 분노가 일으킨 눈보라는 번개마저 얼려 버렸어. 정말 아름다우면서도 치명적인 순얼음 마법이었지…
페이몬:
음…
아글라야:
후훗, 걱정 마. 이 저택에선 금기만 건드리지 않으면 안전해
아글라야:
의식은 종이 8번 울린 뒤 시작되니, 종소리가 들리면 바로 예식장으로 와
아글라야:
그전까지는 저택에서 편하게 지내… 다른 방은 손님에게 개방되지 않지만…
아글라야:
로비에서 결혼 잔치를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는 건 자유야
여행자:
들어갈 수 없는 방이요?
아글라야:
우리가 머무는 방도 있고, 신랑 신부를 위해 준비된 방도 있거든…
여행자:
아 실례가 될 뻔했네요
아글라야:
최근 어떤 겁 없는 인간 여자가 신랑의 방에 들어갔다가 곧바로 발각됐어…
페이몬:
서, 설마 신랑을 가로채려는 거야?!
아글라야:
파블리나 님이 원하는 건 그 누구도 빼앗지 못해
아글라야:
그분은 눈 여인답지 않게 냉담하지만, 자신의 소년을 순순히 내어 줄 리는 없어
아글라야: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이번 「의식」은 무사히 진행될 거야. 그분은 라리사의 검에 맹세했으니까
아글라야:
우린 맹세를 어긴 자의 최후를 잘 알고 있거든
아글라야:
자, 지루한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기쁜 「의식」인 만큼 둘 다 헤스페리데스 저택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길 바랄게
아글라야:
어머, 이런 곳에 떨어져 있다니
아글라야:
가자,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지
눈 요정 하인:
「의식」이 시작되었으니, 손님께서는 안으로 들어가 주십시오… 다른 곳으로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페이몬:
시간이 다 됐어! 다들 예식장 쪽으로 가고 있다구
페이몬:
우리도 빨리 따라가자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벌써 지친 거야? 그럼 결혼 잔치는…
페이몬:
응, 네 말대로 할게
너무 피곤해 페이몬과 소파에 기대 졸았다. 이윽고 종이 여덟 번 울렸다…
페이몬:
나 좀 긴장되기 시작했어. 아침에 먹은 버섯 닭꼬치가 뱃속에서 춤추는 것 같아… 으으
페이몬:
눈 여인 대공 파블리나는 어떤 사람이고, 신랑은 또 어떤 사람일까…
페이몬:
아글라야 말로는 파블리나가 그 신랑한테 푹 빠진 것 같아. 게다가 빼앗으려는 사람까지 있으니 엄청 잘생겼겠지!
페이몬:
아, 그러고 보니 여기에도 이코르는 없네… 그럼 걘 왜 이 저택에 있는 거지?
여행자:
분명 눈 여인 대공과 관련이 있을 거야
페이몬:
내 생각도 그래. 마침 오늘은 모두가 파블리나를 축복하는 기쁜 날이잖아
페이몬:
파블리나가 기분 좋을 때 물어보면 단서를 알려 줄지도 몰라
「잿빛 눈동자」:
과연 그럴까요? 그래도 지금이 단서를 모을 좋은 기회라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페이몬 님
숭배하는 눈 요정:
파블리나! 파블리나!
페이몬:
앗,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잿빛 눈동자」:
이곳의 주인인 파블리나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죠
「잿빛 눈동자」:
하지만… 어떻게…?
여행자:
뭘 발견했어?
「잿빛 눈동자」:
어째서인지 파블리나의 「생명」 속에 제 힘의 일부가 들어 있습니다
페이몬:
엥?
파블리나: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우리는 축복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파블리나:
사랑은 영혼의 진정한 양식이니까!
파블리나: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영혼이 없었기에, 영혼을 얻고자 사랑을 좇았다. 우리는 사랑을 위해 살아가며, 사랑이 있기에 존재한다
파블리나:
그렇다, 우리는 인간의 사랑을 빌려야만 비로소 영혼을 얻고, 처음으로 온전한 존재가 될 수 있다
파블리나:
하지만 영혼을 나눠 준 인간은 때로 가증스러운 빚쟁이가 되어, 변덕스러운 사랑의 제약을 강요하더구나…
파블리나:
라리사 역시 한때 이 자리에 섰으며, 우리는 그 비열한 배신을 목격했다. 그로 인해 그녀는 영혼과 생명을 잃었지
망설이는 눈 요정:
그분의 죽음은 수치가 아니야. 오히려 영광이며, 그분의 고귀함을 증명하지
이성적인 눈 요정:
하지만 그분의 죽음은 분명 큰 손실이야. 그분만큼 순수한 눈 여인은 다신 없을 테니까
이성적인 눈 요정:
파블리나 님은 근원 연구소 시절… 아니, 그보다 전부터 인간에 물든 것 같아
이성적인 눈 요정:
인간에게 물들었기에 이런 생각을 한 거겠지. 비록 본인은 깨닫지 못했겠지만 말이야
여행자:
모두가 파블리나의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닌가 봐
페이몬:
그나저나… 이건 결혼식 축사로는 좀 이상하지 않아?
파블리나:
…그녀의 억울한 죽음을 끝으로, 우리 일족의 비참한 운명도 막을 내릴 것이다!
파블리나:
오늘부로 영혼 없는 과거는 끝나고, 신께서 내려 주신 미래가 도래하리라
파블리나:
너희는 알지 못했으며, 알 필요도 없다… 희생은 이미 바쳐졌노라
페이몬: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어… 다들 왜 저러는 거야…
파블리나:
오너라, 신에게서 탄생해 신을 위해 존재하는 영혼의 물이여
파블리나:
어서 와 우리의 제물이 되어라, 이코르
이코르:
……
페이몬:
이 사람이 신랑이야? 어? 이코르!
페이몬:
아무런 반응이 없어… 어떻게 된 거지? 저 족쇄 때문인가?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빨리 방법을 생각해 보자! 이 「의식」은 우리가 예상했던 결혼식이 아닌 것 같아…
「잿빛 눈동자」:
페이몬 님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잿빛 눈동자」:
눈 여인 대공이 어떻게 제 조각의 힘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남은 부분까지 차지할 방법도 알고 있을 겁니다…
「잿빛 눈동자」:
지금 파블리나는 이치를 거슬러 이 눈 요정들에게 영혼을 불어넣으려 합니다. 하지만 본인의 힘만으로는 부족하죠
페이몬:
설명할 시간이 없어, 이코르가 곧 붙잡힐 거야!
파블리나:
이코르, 어서 우리의 염원을 이뤄주겠다고 말하렴
이코르:
네, 이뤄드리겠습니다
악시냐:
「반대합니다!」
악시냐:
거슬리시겠지만, 때맞춰 간언하는 게 「궁정 광대」의 본분이잖아요?
파블리나:
…악시냐. 그 감옥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몰라도… 넌 초대받지 않았다
악시냐:
그 말은 아까도 했잖아요. 옛 동료한테 너무 매정하시네요
악시냐:
하지만 당신도 알잖아요. 전 이곳의 손님이 될 자격이 있어요!
파블리나:
그만——!
파블리나:
포기해라, 넌 아직도 날 이길 수 없어
악시냐:
그래서 이번에는 조력자를 데려왔죠
파블리나:
잔꾀로 잠시 시간을 끌어 봤자 소용없다…
악시냐, 제물은 이미 바쳐졌다. 결말은 반드시 이루어질 테니,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이번」엔 실패했지만, 상관없어요. 또 한 번의 「예행연습」일 뿐인걸요… 다음번엔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종소리가 다시 울리는구나」 여러 번 들었던 차가운 속삭임이 다시 당신의 귓가에 들려온다. 고통이 아름다움이라면, 영혼은 무수한 시련 끝에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며, 뒤틀림이 웅장함이라면, 영혼은 무수한 승화 끝에 더욱 웅장해질 것이라고…
고통은 매번 더 깊어지고, 그만큼 갈망하던 것에는 한층 더 가까워진다… 하지만… 당신은 말하려던 입을 다문다. 이제는 어떤 말로도 막을 수 없다. 그 염원이 이미 무엇보다 중요해졌으니…
「그래, 종소리가 또다시 울렸어. 다시 한번 시작하자, 너의…」 당신은 이 속삭임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나의」 「『우리의…』」 「끝없는 『결혼식』을」
페이몬:
어라? 이코르는 어디 갔지? 「안경」, 이코르가 어디로 갔는지 봤어?
「잿빛 눈동자」:
죄송합니다. 특수한 의식의 힘 때문에 그를 감지할 수 없습니다. 분석할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페이몬:
아이 참, 걔한테 「안경」의 일부면서 어떻게 온전한 몸을 가진 건지 물어보려 했는데…
「잿빛 눈동자」:
그건 간단합니다. 마치… 「석류에서 씨앗이 다 빠져나가도, 껍질만 다시 맞추면 억지로라도 완전하다고 부를 수 있는 것」과 같죠
페이몬:
으… 아무리 그가 진짜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그런 비유는 좀 섬뜩하잖아
페이몬:
아무튼 다른 단서도 없으니까, 「안경」이 분석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
페이몬:
그럼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우리 가서 결혼 잔치를 즐겨보자! 무려 눈 요정의 결혼식이잖아!
페이몬:
어라? 이코르는 어디 갔지? 「안경」, 이코르가 어디로 갔는지 봤어?
「잿빛 눈동자」:
죄송합니다. 특수한 의식의 힘 때문에 그를 감지할 수 없습니다. 분석할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페이몬:
아이 참, 걔한테 「안경」의 일부면서 어떻게 온전한 몸을 가진 건지 물어보려 했는데…
「잿빛 눈동자」:
그건 간단합니다. 마치… 「석류에서 씨앗이 다 빠져나가도, 껍질만 다시 맞추면 억지로라도 완전하다고 부를 수 있는 것」과 같죠
페이몬:
으… 아무리 그가 진짜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그런 비유는 좀 섬뜩하잖아
페이몬:
아무튼 다른 단서도 없으니까, 「안경」이 분석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
페이몬:
그럼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우리 먼저 가서 결혼식 분위기를 느껴보자!
「잿빛 눈동자」:
…제가 알기로 눈 여인의 대공 파블리나는 인간과 결혼식을 올릴 타입은 아닐 텐데, 이상하군요
「잿빛 눈동자」:
그분은 인간보다는… 자기 동족을 더 사랑합니다…
페이몬:
그건 모르는 일이지! 어쩌면 「천생연분」을 만났을지도 모르잖아!
「잿빛 눈동자」:
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낮습니다
「잿빛 눈동자」:
어쩌면… 「결혼식」이 그것에 대한 답일지도 모르겠군요
페이몬:
좋아, 그럼 일단 이 결혼식부터 참가하자구! 무려 눈 요정의 결혼식이잖아!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벌써 지친 거야? 그럼 결혼 잔치는…
페이몬:
오예!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페이몬과 소파에 서로 기댄 채 꾸벅꾸벅 졸고 말았다. 비몽사몽한 순간에 어렴풋이 열 번의 종소리가 들려왔다…
페이몬:
결혼식 시작할 때까지 여기 좀 앉아 있을까?
너무 피곤해 페이몬과 소파에 기대 졸았다. 이윽고 종이 여덟 번 울렸다…
눈 요정 하인:
「의식」이 시작되었으니, 손님께서는 안으로 들어가 주십시오… 다른 곳으로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페이몬:
나 좀 긴장되기 시작했어. 아침에 먹은 버섯 닭꼬치가 뱃속에서 춤추는 것 같아… 으으
페이몬:
눈 여인 대공 파블리나는 어떤 사람이고, 신랑은 또 어떤 사람일까…
페이몬:
아글라야 말로는 파블리나가 그 신랑한테 푹 빠진 것 같아. 게다가 빼앗으려는 사람까지 있으니 엄청 잘생겼겠지!
「잿빛 눈동자」:
…어쩌면 이건 단순한 결혼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잿빛 눈동자」:
만약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님이 하얀 왕관궁에서 본 과거가 사실이라면, 파블리나 역시 악시냐 님을 배신한 사람 중 하나라는 거고… 그렇다는 건…
페이몬:
네 몸의 일부가 분명 그 파블리나한테 있을 거야
「잿빛 눈동자」:
네, 그리고 조각난 제 몸의 힘을 가지고 있는 건… 이코르입니다. 아무래도 그 신랑이 어쩌면…
숭배하는 눈 요정:
파블리나! 파블리나!
페이몬:
앗,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잿빛 눈동자」:
이곳의 주인인 파블리나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죠
「잿빛 눈동자」:
하지만… 어떻게…?
여행자:
뭘 발견했어?
「잿빛 눈동자」:
그녀의 「생명」 속에도 제 몸의 힘 일부가 들어 있습니다…
페이몬:
엥?
파블리나: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우리는 축복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파블리나:
사랑은 영혼의 진정한 양식이니까!
파블리나: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영혼이 없었기에, 영혼을 얻고자 사랑을 좇았다. 우리는 사랑을 위해 살아가며, 사랑이 있기에 존재한다
파블리나:
그렇다, 우리는 인간의 사랑을 빌려야만 비로소 영혼을 얻고, 처음으로 온전한 존재가 될 수 있다
파블리나:
하지만 영혼을 나눠 준 인간은 때로 가증스러운 빚쟁이가 되어, 변덕스러운 사랑의 제약을 강요하더구나…
파블리나:
라리사 역시 한때 이 자리에 섰으며, 우리는 그 비열한 배신을 목격했다. 그로 인해 그녀는 영혼과 생명을 잃었지
망설이는 눈 요정:
그분의 죽음은 수치가 아니야. 오히려 영광이며, 그분의 고귀함을 증명하지
이성적인 눈 요정:
하지만 그분의 죽음은 분명 큰 손실이야. 그분만큼 순수한 눈 여인은 다신 없을 테니까
이성적인 눈 요정:
파블리나 님은 근원 연구소 시절… 아니, 그보다 전부터 인간에 물든 것 같아
이성적인 눈 요정:
인간에게 물들었기에 이런 생각을 한 거겠지. 비록 본인은 깨닫지 못했겠지만 말이야
여행자:
모두가 파블리나의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닌가 봐
페이몬:
그나저나… 이건 결혼식 축사로는 좀 이상하지 않아?
파블리나:
…그녀의 억울한 죽음을 끝으로, 우리 일족의 비참한 운명도 막을 내릴 것이다!
파블리나:
오늘부로 영혼 없는 과거는 끝나고, 신께서 내려 주신 미래가 도래하리라
파블리나:
너희는 알지 못했으며, 알 필요도 없다… 희생은 이미 바쳐졌노라
페이몬: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어… 다들 왜 저러는 거야…
파블리나:
오너라, 신에게서 탄생해 신을 위해 존재하는 영혼의 물이여
파블리나:
어서 와 우리의 제물이 되어라, 이코르
이코르:
……
페이몬:
이 사람이 신랑이야? 어? 이코르!
페이몬:
아무런 반응이 없어… 어떻게 된 거지? 저 족쇄 때문인가?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빨리 방법을 생각해 보자! 이 「의식」은 우리가 예상했던 결혼식이 아닌 것 같아…
「잿빛 눈동자」:
네, 이건 일종의 제 몸이 가진 힘을 이전하는 의식입니다…
「잿빛 눈동자」:
눈 여인 대공이 어떻게 제 조각의 힘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남은 부분까지 차지할 방법도 알고 있을 겁니다…
「잿빛 눈동자」:
지금 파블리나는 이치를 거슬러 이 눈 요정들에게 영혼을 불어넣으려 합니다. 하지만 본인의 힘만으로는 부족하죠
페이몬:
설명할 시간이 없어, 이코르가 곧 붙잡힐 거야!
파블리나:
이코르, 어서 우리의 염원을 이뤄주겠다고 말하렴
이코르:
네, 이뤄드리겠습니다
악시냐:
「반대합니다!」 거슬리시겠지만, 때맞춰 간언하는 게 「궁정 광대」의 본분이잖아요?
파블리나:
…악시냐. 그 감옥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몰라도… 넌 초대받지 않았다
악시냐:
그 말은 아까도 했잖아요. 옛 동료한테 너무 매정하시네요
악시냐:
하지만 당신도 알잖아요. 전 이곳의 손님이 될 자격이 있어요!
파블리나:
그만——!
파블리나:
포기해라, 넌 아직도 날 이길 수 없어
악시냐:
그래서 이번에는 조력자를 데려왔죠
파블리나:
잔꾀로 잠시 시간을 끌어 봤자 소용없다…
악시냐, 제물은 이미 바쳐졌다. 결말은 반드시 이루어질 테니,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이번」엔 실패했지만, 상관없어요. 또 한 번의 「예행연습」일 뿐인걸요… 다음번엔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페이몬:
음, 이상한 등불이네… 가까이 다가가니까 눈보라가 잦아들고, 주변도 따뜻해진 것 같아…
페이몬:
잠깐, 갑자기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추위로 인한 환각일 수도 있다던데…
페이몬:
역시, 너도 좀 따뜻해졌구나!
이코르:
걱정 마세요. 이 특제 등불은 등불 요정의 축복을 받아서…
이코르:
추위를 약간 막아 주니까요
페이몬:
으악! 갑자기… 사람이 나타났어!
이코르:
안녕하세요, 하늘을 나는 친구분
이코르:
이 등불은 제가 두고 간 거예요. 심심해서 잠깐 산책하러 왔답니다
페이몬:
네 등불이었구나… 그런데 그렇게 얇게 입고 눈보라 속을 돌아다녀도 안 추워?
이코르:
춥다라…
이코르:
제가 추위에 반응해야겠죠? 그게 당신들이 바라는 거고요?
페이몬:
어… 반응을 바란 게 아니라, 보통 그렇게 얇게 입으면 꽁꽁 얼어버리거든
여행자:
오히려 너무 심하게 떨어서 얼지 않은 걸지도?
페이몬:
몸을 떨면서 생긴 열 때문에 안 춥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그건 인간의 경우고…
페이몬:
요정은 추위를 별로 안 타는 것 같아. 눈 요정이나 서리 요정은 오히려 따뜻한 곳을 더 불편해할 거야
페이몬:
하지만 넌 요정이 아닌 것 같은데? 장비도 없이 그 얇은 옷차림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이코르:
저는… 「이코르」입니다. 어떤… 여성분이 저택을 떠나라고 했지만, 갈 곳을 알려주지 않아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페이몬:
저택이라면… 헤스페리데스 저택을 말하는 거야? 우리도 결혼식 때문에 그쪽으로 가는 중이었어
페이몬:
눈 요정은 사랑을 위해 태어난 종족이라고 하니까, 결혼식도 무척 낭만적이겠지?
이코르:
네… 결혼식은 눈 요정에게 중요한 「의식」이라서, 다들 오랫동안 준비해 왔죠
페이몬:
엄청 성대한 결혼식인가 보네? 더 기대되는데, 헤헤… 근데 널 저택에서 나가라고 한 그 여자는 누구야?
이코르:
모르는 분입니다
페이몬:
잠깐만! 모르는 사람이 나가라고 했는데 순순히 나온 거야?
이코르:
네, 그분이 아주 간절히 바랐으니까요. 그런 염원은 들어주고 싶은 게 당연하죠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쟤는 어려 보이지도 않는데, 말투와 행동은 꼭 어린애 같아. 좀 맹한가 봐…)
「잿빛 눈동자」:
…그에게서 제 힘의 일부가 느껴집니다
페이몬:
(엥? 이렇게 빨리 찾았다고?)
「잿빛 눈동자」:
다만 이 힘은 회수할 수 없을 만큼 조각나 있습니다. 지능에 생긴 결함도 그 때문일지 모르겠군요…
페이몬:
엥? 그럼 어떡해?
「잿빛 눈동자」:
제 신체의 일부가 저택에서 특수한 의식으로 분할된 것 같습니다… 힘을 회수하려면, 조각난 힘부터 복원해야 합니다…
「잿빛 눈동자」:
아쉽군요. 힘의 핵심에 더 가까이 가면, 정확한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여행자:
(그럼 결혼식에 가야겠네)
페이몬:
(얘를 데리고 돌아가야 하나? 음, 계속 여기에 둘 수도 없겠지. 누가 왜 저택에서 내보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페이몬:
저기… 갑작스럽겠지만, 우리를 헤스페리데스 저택으로 데려가 줄래?
페이몬:
그게… 우린 이곳이 낯설지만, 넌 그곳을 잘 아니까 길을 안내해 줄 수 있을 거야!
이코르:
그게 여러분의 염원인가요?
여행자:
응, 날 위해 도와줄래?
페이몬:
너한테도 좋을 거야. 안 춥다곤 해도 눈보라 속에 있는 널 두고 볼 수는 없거든
이코르:
「그들은 아침에는 폭풍을 택하지만, 밤에는 평온을 기원한다.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지 모르기 때문이다」
페이몬:
응?
이코르: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에요. 전 춥지 않지만, 여러분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코르:
누구든 제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기꺼이 들어 드리고 싶어요. 자, 이제 여러분의 염원을 이루어 드릴 테니 저를 따라오세요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페이몬:
휴——이제야 깼네. 종소리에 깬 거야? 아주 푹 자던데, 침대가 그렇게 편했어?
여행자:
나 꿈을 꾼 거 같아
페이몬:
그럴만도 하지 내가 쭉 지켜봤는데 너 엄청 오래 잤다구. 그래서, 좋은 꿈이었어 아니면 악몽이었어?
페이몬:
아니다, 지금은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니지
페이몬:
이전에 있었던 일 기억해? 우린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헤스페리데스 저택에 왔잖아
여행자:
하지만 그 「의식」은 평범한 결혼식이 아니었지
페이몬:
그 눈 여인 대공… 파블리나가 하마터면 이코르를 찔러 죽일 뻔했어…
페이몬:
물론 이코르는 진짜 인간이 아니라 「안경」의 조각이긴 한데, 그래도…
「잿빛 눈동자」:
연민이라는 고귀한 품격을 지니셨군요, 페이몬 님
페이몬:
고마워, 「안경」. 참, 파블리나가 마법을 썼을 때 우릴 이 안전한 곳으로 보내준 것도 「안경」이었어
페이몬:
네가 깨어나길 기다리며 조사해 봤는데, 여긴 예전에 미시킨이라는 사람이 살았나 봐. 아글라야도 그 사람을 언급했잖아
악시냐:
…크흠! 어때, 잘 들려?
악시냐:
에휴, 일을 망쳐 놔서 참 고맙네. 내가 「그」의 일부를 겨우 내보냈는데, 너희가 너무 쉽게 되돌려 보내는 바람에 모든 게 파블리나의 뜻대로 흘러갈 뻔했잖아
페이몬:
어라, 악시냐잖아! 어떻게 「안경」으로…
악시냐:
음, 「잿빛 눈동자」를 만든 건 나니까, 이 정도 기능은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어
악시냐:
…휴, 오랜만에 만난 동료한테 하는 행동치고는 좀 「과하게 열정적」인걸
악시냐:
아, 너희한테 한 말은 아니야. 난 지금 그 미친 여자를 상대하느라 바쁘거든. 이성을 잃은 눈 요정이란 정말 비참하네
악시냐:
파블리나는 순얼음처럼 냉정해 보이지만, 머릿속은 폭발적인 생각으로 가득해 불티 하나만 튀어도 주변을 박살 내버리지
악시냐:
지금 파블리나는 내게 묶여 있어. 그녀의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타 「그」의 조각을 하나씩 빼내고 지배에서 해방시켜
악시냐:
그래야 이 여자가 「그」의 힘을 종족의 제물로 바치는 걸 막을 수 있어
악시냐:
우린 힘을 되찾아야 해. 그녀는 네 힘을 갈구하지만, 네 염원은 「다시 육신을 얻는 것」이잖아?
「잿빛 눈동자」:
네…
악시냐:
그럼 바로 시작하자. 난 오래 못 버티지 못할 거야. 다들 서둘러——
페이몬:
연락이 끊겼어…
페이몬:
하나씩 빼내라… 근데 파블리나도 힘의 조각 일부를 가지고 있잖아? 설마 그건 모르는 건가?
여행자: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어
페이몬:
음… 그 여자 말을 그대로 믿진 말자. 하지만 이제 우린 어쩌지?
페이몬:
아, 이건 「안경」 본인과 관련된 일이잖아. 우선 안경의 의견부터 물어보자
「잿빛 눈동자」:
제 생각엔… 흩어진 힘을 모아 그를 온전히 회복시킨 뒤 다시 회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잿빛 눈동자」:
조금 아이러니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불완전한 조각에게도 온전해지고자 하는 염원이 있으니까요…
「잿빛 눈동자」:
눈 여인 대공 역시 눈 요정 일족이 지닌 선천적인 결핍을 느꼈기에 「의식」을 치르기로 결심한 거겠죠
「잿빛 눈동자」:
파블리나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페이몬:
어떻게 걔한테 공감할 수 있어? 걔는 자기 목적을 위해 네 일부를 통째로 삼켜 버리려고 했잖아!
페이몬:
음식이나 모라 같은 건 나눠줄 수 있어도, 누가 내 팔이나 다리를 내놓으라고 하면…
페이몬:
머리카락이라도 안 돼! 으음, 몇 가닥 정도는 괜찮으려나…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페이몬:
걔한테 아무리 중요한 이유가 있어도 난 신중하게 고민해 볼 거야! 아마 허락하진 않겠지만…
여행자:
남을 위해 너무 희생하는 건 좋지 않아
「잿빛 눈동자」:
…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이유와는 별개로, 그를 「온전한」 상태로 회수해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페이몬:
무슨 이유?
「잿빛 눈동자」:
……
여행자:
페이몬은 몰라도 돼
페이몬:
엥? 너희 나한테 뭐 숨기고 있지? 간식 같은 사소한 일도 아니고——
여행자:
일단 움직이자
「잿빛 눈동자」:
조각이 있는 위치를 표시했습니다. 가시죠, 종소리가 열 번 울리기 전에요
페이몬:
음, 이상한 등불이네… 가까이 다가가니까 눈보라가 잦아들고, 주변도 따뜻해진 것 같아…
페이몬:
잠깐, 갑자기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추위로 인한 환각일 수도 있다던데…
페이몬:
역시, 너도 좀 따뜻해졌구나!
이코르:
걱정 마세요. 이 특제 등불은 등불 요정의 축복을 받아서…
이코르:
추위를 약간 막아 주니까요
페이몬:
으악! 갑자기… 사람이 나타났어!
이코르:
두 분 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놀라실 필요 없어요, 날아다니는 친구분
이코르:
이 등불은 제가 두고 간 거예요. 심심해서 잠깐 산책하러 왔답니다
페이몬:
네 등불이었구나… 그런데 그렇게 얇게 입고 눈보라 속을 돌아다녀도 안 추워?
이코르:
춥다라…
이코르:
제가 추위에 반응해야겠죠? 그게 당신들이 바라는 거고요?
페이몬:
어… 반응을 바란 게 아니라, 보통 그렇게 얇게 입으면 꽁꽁 얼어버리거든
여행자:
오히려 너무 심하게 떨어서 얼지 않은 걸지도?
페이몬:
몸을 떨면서 생긴 열 때문에 안 춥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그건 인간의 경우고…
페이몬:
요정은 추위를 별로 안 타는 것 같아. 눈 요정이나 서리 요정은 오히려 따뜻한 곳을 더 불편해할 거야
페이몬:
하지만 넌 요정이 아닌 것 같은데? 장비도 없이 그 얇은 옷차림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이코르:
저는… 「이코르」입니다. 어떤… 여성분이 저택을 떠나라고 했지만, 갈 곳을 알려주지 않아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페이몬:
저택? …이렇게 눈과 바람뿐인 산 위에 사람이 사는 저택이 있다구?
이코르:
확실히 저택이 하나 있어요. 이름은 헤스페리데스 저택인데, 눈 요정들이 사는 곳이고, 그 저택의 주인은 눈 여인 대공 파블리나예요
이코르:
지금쯤…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겠죠
페이몬:
눈 요정의 결혼식?
페이몬:
눈 요정은 사랑을 위해 태어난 종족이라고 하니까, 결혼식도 무척 낭만적이겠지?
이코르:
네… 결혼식은 눈 요정에게 중요한 「의식」이라서, 다들 오랫동안 준비해 왔죠
페이몬:
그렇다는 건 엄청 성대하게 열린다는 거네? 그럼 더 기대된다구. 음… 우리도 가도 되나?
이코르:
그게 여러분의 염원인가요?
페이몬:
난 그냥, 눈보라도 이렇게 심한데 어디서 잠깐 쉴 수 있으면 좋겠어… 게다가 눈 요정의 결혼식도 볼 수 있구…
여행자:
페이몬의 염원이었구나
페이몬:
맞아!
이코르:
알겠어요, 그럼 이걸 받아주세요…
페이몬:
이게 뭐야?
이코르:
결혼식 초대장이에요. 이 초대장을 가진 사람은 식장 안에 들어가서… 의식에 참여하는 귀한 손님이 될 수 있어요
페이몬:
하지만, 이… 이건 네 청첩장 아니야?
이코르:
아니에요… 친구. 초대장은 손님만 필요한 거니까요
페이몬:
그럼 고맙게 받을게! …아, 참, 그나저나 네가 말한 「그녀」는 누구야? 널 저택에서 떠나게 한 사람 말이야
이코르:
모르는 분입니다
페이몬:
잠깐만! 모르는 사람이 나가라고 했는데 순순히 나온 거야?
이코르:
네, 그분이 아주 간절히 바랐으니까요. 그런 염원은 들어주고 싶은 게 당연하죠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쟤는 어려 보이지도 않는데, 말투와 행동은 꼭 어린애 같아. 좀 맹한가 봐…)
「잿빛 눈동자」:
…그에게서 제 힘의 일부가 느껴집니다
페이몬:
(엥? 이렇게 빨리 찾았다고?)
「잿빛 눈동자」:
다만 이 힘은 회수할 수 없을 만큼 조각나 있습니다. 지능에 생긴 결함도 그 때문일지 모르겠군요…
페이몬:
엥? 그럼 어떡해?
「잿빛 눈동자」:
제 신체의 일부가 저택에서 특수한 의식으로 분할된 것 같습니다… 힘을 회수하려면, 조각난 힘부터 복원해야 합니다…
「잿빛 눈동자」:
아쉽군요. 힘의 핵심에 더 가까이 가면, 정확한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여행자:
(그럼 결혼식에 가야겠네)
페이몬:
(얘를 데리고 돌아가야 하나? 음, 계속 여기에 둘 수도 없겠지. 누가 왜 저택에서 내보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페이몬:
저기… 갑작스럽겠지만, 우리를 헤스페리데스 저택으로 데려가 줄래?
페이몬:
그게… 우린 이곳이 낯설지만, 넌 그곳을 잘 아니까 길을 안내해 줄 수 있을 거야!
이코르:
그게 여러분의 염원인가요?
여행자:
응, 날 위해 도와줄래?
페이몬:
너한테도 좋을 거야. 안 춥다곤 해도 눈보라 속에 있는 널 두고 볼 수는 없거든
이코르:
「그들은 아침에는 폭풍을 택하지만, 밤에는 평온을 기원한다.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지 모르기 때문이다」
페이몬:
응?
이코르: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에요. 전 춥지 않지만, 여러분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코르:
누구든 제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기꺼이 들어 드리고 싶어요. 자, 이제 여러분의 염원을 이루어 드릴 테니 저를 따라오세요
페이몬:
으음, 산 위로 올라갈수록 눈보라가 더 거세지는 것 같아…
페이몬:
음, 이게 뭐지…
「잿빛 눈동자」:
초대장입니다…
페이몬:
음, 어디 보자… 파블리나라는 눈 여인 대공이 이 초대장을 받은 사람을 결혼식에 초대한 것 같아…
페이몬:
「의식에 참가하려면 초대받았음을 증명하는 초대장을 지참해야 한다…」
페이몬:
음, 결혼식이 열리는 곳은… 설산 위에 있는 무슨 데스인가봐 봐…
「잿빛 눈동자」:
헤스페리데스 저택은… 눈 요정을 다스리던 대공이 머물던 곳입니다. 그리고 파블리나…
「잿빛 눈동자」:
그 이름은… 어렴풋이 기억나는군요…
페이몬:
설마, 파블리나라는 눈 여인 대공도 「안경」의 과거랑 관련되어 있는 거야?
「잿빛 눈동자」:
아마 그럴 겁니다
페이몬:
그 저택, 설산에 있다고? 더 위로 올라가야 해?
「잿빛 눈동자」:
아마 그럴 겁니다. 지난 500년 동안 헤스페리데스 저택이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면요…
페이몬:
알았어, 그럼 계속 올라가 보자
페이몬:
나 좀 긴장되기 시작했어. 아침에 먹은 버섯 닭꼬치가 뱃속에서 춤추는 것 같아… 으으
페이몬:
눈 여인 대공 파블리나는 어떤 사람이고, 신랑은 또 어떤 사람일까…
페이몬:
아글라야 말로는 파블리나가 그 신랑한테 푹 빠진 것 같아. 게다가 빼앗으려는 사람까지 있으니 엄청 잘생겼겠지!
「잿빛 눈동자」:
…어쩌면 이건 단순한 결혼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잿빛 눈동자」:
만약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님이 하얀 왕관궁에서 본 과거가 사실이라면, 파블리나 역시 악시냐 님을 배신한 사람 중 하나라는 거고… 그렇다는 건…
페이몬:
네 몸의 일부가 분명 그 파블리나한테 있을 거야
「잿빛 눈동자」:
네, 그리고 조각난 제 몸의 힘을 가지고 있는 건… 이코르입니다. 아무래도 그 신랑이 어쩌면…
숭배하는 눈 요정:
파블리나! 파블리나!
페이몬:
앗,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잿빛 눈동자」:
이곳의 주인인 파블리나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죠
「잿빛 눈동자」:
하지만… 어떻게…?
여행자:
뭘 발견했어?
「잿빛 눈동자」:
그녀의 「생명」 속에도 제 몸의 힘 일부가 들어 있습니다…
페이몬:
엥?
파블리나: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우리는 축복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파블리나:
사랑은 영혼의 진정한 양식이니까!
파블리나: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영혼이 없었기에, 영혼을 얻고자 사랑을 좇았다. 우리는 사랑을 위해 살아가며, 사랑이 있기에 존재한다
파블리나:
그렇다, 우리는 인간의 사랑을 빌려야만 비로소 영혼을 얻고, 처음으로 온전한 존재가 될 수 있다
파블리나:
하지만 영혼을 나눠 준 인간은 때로 가증스러운 빚쟁이가 되어, 변덕스러운 사랑의 제약을 강요하더구나…
파블리나:
라리사 역시 한때 이 자리에 섰으며, 우리는 그 비열한 배신을 목격했다. 그로 인해 그녀는 영혼과 생명을 잃었지
망설이는 눈 요정:
그분의 죽음은 수치가 아니야. 오히려 영광이며, 그분의 고귀함을 증명하지
이성적인 눈 요정:
하지만 그분의 죽음은 분명 큰 손실이야. 그분만큼 순수한 눈 여인은 다신 없을 테니까
이성적인 눈 요정:
파블리나 님은 근원 연구소 시절… 아니, 그보다 전부터 인간에 물든 것 같아
이성적인 눈 요정:
인간에게 물들었기에 이런 생각을 한 거겠지. 비록 본인은 깨닫지 못했겠지만 말이야
여행자:
모두가 파블리나의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닌가 봐
페이몬:
그나저나… 이건 결혼식 축사로는 좀 이상하지 않아?
파블리나:
…그녀의 억울한 죽음을 끝으로, 우리 일족의 비참한 운명도 막을 내릴 것이다!
파블리나:
오늘부로 영혼 없는 과거는 끝나고, 신께서 내려 주신 미래가 도래하리라
파블리나:
너희는 알지 못했으며, 알 필요도 없다… 희생은 이미 바쳐졌노라
페이몬: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어… 다들 왜 저러는 거야…
파블리나:
오너라, 신에게서 탄생해 신을 위해 존재하는 영혼의 물이여
파블리나:
어서 와 우리의 제물이 되어라, 이코르
이코르:
……
페이몬:
이 사람이 신랑이야? 어? 이코르!
페이몬:
아무런 반응이 없어… 어떻게 된 거지? 저 족쇄 때문인가?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빨리 방법을 생각해 보자! 이 「의식」은 우리가 예상했던 결혼식이 아닌 것 같아…
「잿빛 눈동자」:
네, 이건 일종의 제 몸이 가진 힘을 이전하는 의식입니다…
「잿빛 눈동자」:
눈 여인 대공이 어떻게 제 조각의 힘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남은 부분까지 차지할 방법도 알고 있을 겁니다…
「잿빛 눈동자」:
지금 파블리나는 이치를 거슬러 이 눈 요정들에게 영혼을 불어넣으려 합니다. 하지만 본인의 힘만으로는 부족하죠
페이몬:
설명할 시간이 없어, 이코르가 곧 붙잡힐 거야!
파블리나:
이코르, 어서 우리의 염원을 이뤄주겠다고 말하렴
이코르:
네, 이뤄드리겠습니다
악시냐:
「반대합니다!」
악시냐:
거슬리시겠지만, 때맞춰 간언하는 게 「궁정 광대」의 본분이잖아요?
파블리나:
…악시냐. 그 감옥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몰라도… 넌 초대받지 않았다
악시냐:
예전 같았으면 그런 말씀은 하지 않으셨을 텐데…
악시냐:
무엇이 당신을 변하게 한 건가요? 끝없는 야심의 고통 때문인가요?
악시냐:
하지만 당신도 알잖아요. 전 이곳의 손님이 될 자격이 있어요!
파블리나:
그만——!
파블리나:
포기해라, 넌 아직도 날 이길 수 없어
악시냐:
그래서 이번에는 조력자를 데려왔죠
파블리나:
잔꾀로 잠시 시간을 끌어 봤자 소용없다…
악시냐, 제물은 이미 바쳐졌다. 결말은 반드시 이루어질 테니,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이번」엔 실패했지만, 상관없어요. 또 한 번의 「예행연습」일 뿐인걸요… 다음번엔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종소리가 다시 울리는구나」 여러 번 들었던 차가운 속삭임이 다시 당신의 귓가에 들려온다. 고통이 아름다움이라면, 영혼은 무수한 시련 끝에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며, 뒤틀림이 웅장함이라면, 영혼은 무수한 승화 끝에 더욱 웅장해질 것이라고…
고통은 매번 더 깊어지고, 그만큼 갈망하던 것에는 한층 더 가까워진다… 하지만… 당신은 말하려던 입을 다문다. 이제는 어떤 말로도 막을 수 없다. 그 염원이 이미 무엇보다 중요해졌으니…
「그래, 종소리가 또다시 울렸어. 다시 한번 시작하자, 너의…」 당신은 이 속삭임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나의」 「『우리의…』」 「끝없는 『결혼식』을」
눈 요정 하인:
「의식」이 시작되었으니, 손님께서는 안으로 들어가 주십시오… 다른 곳으로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태양의 금사과
「잿빛 눈동자」의 힘을 온전히 회수하려면, 먼저 곳곳에 흩어진 힘 조각을 회수해야 한다…
「잿빛 눈동자」:
흠, 조각은 정원 안에 있었군요. 더 정확히 말하면, 정원에 있는 저 큰 나무 위에 있습니다
페이몬:
좋아, 바로 가보자…
페이몬:
안녕! 우리 안에 들어가서 구경 좀 해도 돼?
라돈:
……
페이몬:
음, 우린 아주 먼 곳에서 왔거든. 이렇게 멋진 정원은 처음인데…
라돈:
멀리서 온 손님이었구나. 칭찬 고마워. 라리사 님은 생전에 이 정원을 직접 돌보셨어
라돈:
그때는 나무에 열매가 풍성하게 열리곤 했지만, 그분이 떠난 뒤로는 아무리 정성껏 돌봐도 다시는 열매를 맺지 않았지…
라돈:
그래도 열매가 열리지 않는 나무 말고도, 이 정원에는 볼거리가 꽤 많아. 안 그래?
페이몬:
그럼 우리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해도 돼?
라돈:
하하, 안 돼
라돈:
규칙은 규칙이니까. 지금은 정원 보수 중이라 관계자 외에는 출입할 수 없어
라돈:
물론 여기서 구경만 하는 건 괜찮아. 마침 잘됐네, 다른 곳에서 왔다고 했지? 그곳 이야기 좀 들려줘
페이몬: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봐!
페이몬을 따라 눈 요정의 귀가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했다…
페이몬:
으… 순조롭게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패야! 이제 어떡하지?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차라리 옆으로 몰래 넘어가자!
페이몬:
아, 근데 우리 둘 다 없어져 버리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 분명 눈치챌 거야
여행자:
그럼 주의를 끄는 건 너한테 맡길게
페이몬:
응? 나?
여행자:
알다시피 난 원래 말주변이 없잖아
페이몬:
듣고 보니 그렇네… 좋아, 그럼 나한테 맡기라구!
페이몬:
하지만 빨리 갔다 와야 해! 아무리 티바트 최고의 가이드라도 들려줄 이야기가 무한하진 않으니까
라돈:
좋아, 다른 곳 이야기도 좀 더 들려줘
페이몬:
그래…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아까 말한 대로 내가 쟤랑 얘기하고 있을 테니까 넌 옆으로 넘어가!)
라돈:
…오, 그런 일도 있다니. 덕분에 많은 걸 배웠어
페이몬:
맞아… 아, 내 동료가 날 찾으러 왔어. 우, 우린 다른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
라돈:
별말씀을. 정말 즐거운 대화였어.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시간 내줘!
페이몬:
아하하… 기회가 된다면 그럴게…
여행자:
얘기가 아주 잘 통했나 봐, 내가 방해한 거야?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드디어 왔구나! 말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처음 알았어…
페이몬:
음, 앞으로 한동안은 말을 좀 줄여야겠어

만종
「의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전에 파블리나를 막아야 한다…
페이몬:
이, 이건 번개가 얼어붙은 거야?!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아글라야가 한 말 기억나? 분노한 라리사가 일으킨 눈보라는 번개조차 얼린다고 했잖아. 설마 이게 그건가…
「잿빛 눈동자」:
아무래도 「의식」의 최종 장소는… 구름 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페이몬:
우와…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올라갈 때 조심해야 해. 혹시 못 참고 아래를 내려다보게 되면 내가 네 눈을 가려줄게!
파블리나:
너희는 초대받지 않았다
여행자:
초대장을 가져왔어요
파블리나:
초대장… 이제야 알겠군. 너희는 본래 이곳에 초대될 수 없었지만, 어긋난 운명은 결국 너희를 예정된 침입자로 만들었어
파블리나:
코셰이가 이곳에 있었다면 뭐라고 했을까? 아마 「결국 일어날 일」이라고 했겠지
파블리나:
하지만 화살은 이미 활시위에 걸렸고, 활은 당겨졌다. 운명이 우리를 여기로 이끌었으니, 이제 돌이킬 수 없지
악시냐:
휴, 겨우 빠져나왔네… 전 당신한테 기술을 배운 만큼 당신이 만든 함정의 허점도 잘 알고 있어요
페이몬:
넌 또 어디서…
악시냐:
그건 신경 쓰지 마. 난 파블리나가 의식을 통해 「그」의 힘을 바치는 걸 막아야 해… 청산할 빚도 있고
파블리나:
……
악시냐:
제게서 「그」의 힘을 빼앗은 건 당신 종족을 위해서였군요… 그들이 차르 폐하와의 약속을 배신할 만큼 가치가 있나요?
악시냐: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맞이했어야 했어요
파블리나:
눈 요정 일족은 나의 책임이자, 나의 부담이지…
파블리나:
더 나은 내일? 너에겐 그럴지 몰라도, 우리에겐 또 다른 지옥일 뿐이야
파블리나:
네가 추구하는 「내일」은 영원한 기쁨과 충만, 사랑의 세계지. 그런데 사랑이 없는 사람과 요정은 어떻게 되는 거지, 악시냐?
악시냐:
그들은… 새로운 정원에서 다시 태어날 거예요
파블리나:
아니야, 악시냐. 너도 알잖아. 순환의 고리가 끝나면, 새로운 문명은 없어
파블리나:
새로운 「창조」는 불가능해. 할 수 있는 건 「선별」과 「개조」뿐이야
파블리나:
우리에게 「문」은 넘어설 수 있는 통로가 아니라… 단두대일 뿐이지
악시냐:
……
파블리나:
…난 터무니없는 「사랑」을 좇다 죽어간 내 친구를 위해, 그녀를 위해… 그리고 동족을 위해 인조 생명체도 가질 수 있는 삶의 의미를 찾아내야만 해
악시냐:
하지만 모든 눈 요정이 당신의 선택을 이해하는 건 아니던데요. 그들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건 아닌가요?
파블리나:
…사랑은 언제나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법이지
파블리나:
하, 악시냐, 넌 「그」에게 선택권을 줬나?
악시냐:
…「그」는 이해해 줄 거예요
악시냐:
예전에 당신이 그랬죠… 그들은 최선의 선택을 모른다고. 하지만 당신 역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파블리나:
어쩌면 우리 모두 마찬가지일지도 모르지
파블리나:
마땅히 찾아올 「내일」을 위해서는 대가와 희생이 불가피하며…
파블리나:
결과를 알 수 없었으니… 우린 각자 최선의 선택을 했지
파블리나:
이번에는 네가 이겼구나, 악시냐… 어서 와서 승자의 전리품을 가져가거라
악시냐:
알아요. 하지만 저는 당신이 패배하길 바란 게 아니에요… 파블리나
악시냐:
파블리나…
페이몬:
사라…졌어?
악시냐: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야. 파블리나는 이걸 남겼어. 「결합」 의식은 끝났지만, 이 힘을 제물로 바치진 못했거든…
「잿빛 눈동자」:
그래서 「조각의 조각」으로 변했던 제 육신의 일부가 다시 「결정」의 형태로 되돌아온 겁니다
악시냐:
맞아. 파블리나는… 거의 성공할 뻔했어. 막아서 정말 다행이야
악시냐:
자, 받아
여행자:
이게 뭔가요…
악시냐:
이게 「안경」이야… 원래 「안경」의 신체 일부였지
페이몬:
그냥 우리한테 줘도 돼? 그럼 왜 눈 여인 대공은 막았어?
악시냐:
우린 목적이 같으니까
악시냐: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페이몬, 그러고 보니 내가 아직 너희한테 제대로 자기소개를 하지 않았네
악시냐:
나는 그저 하얀 차르 폐하의 어전에서… 「궁정 광대」 노릇이나 하던 하찮은 사람, 악시냐야
「잿빛 눈동자」:
악시냐 님…
악시냐:
응, 조금 떠올랐어?
악시냐:
이즈마일로프는 내 자기소개가 너무 겸손하다고 했지만, 난 이것도 나름의 개성이라고 생각해
「잿빛 눈동자」:
…익숙한 이름입니다
악시냐:
당연하지. 네가 깃든 장치를 만든 사람의 이름이니까
여행자:
당신이… 「안경」 제작자인가요?
악시냐:
맞아
악시냐:
하하, 그러니까 「안경」은 내 거였다는 말이지. 이제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도둑놈들아?
페이몬:
뭐어——?
악시냐:
하하, 농담이야. 「그」는 너희가 데리고 있어
악시냐:
원래 계획대로라면 「잿빛 눈동자」와 그 안에 깃든 의지를 손에 넣는 건 나였겠지만, 난 「그」의 선택을 존중해
악시냐:
나는 「그」를 믿고, 「그」가 선택한 너희도 믿으니까
악시냐:
자, 인사는 이쯤 해 두자. 우리의 목표는 같아… 「잿빛 눈동자」에 깃든 의지가 몸과 힘을 되찾도록 돕는 거야
「잿빛 눈동자」:
그 힘은 대체 뭐죠?
악시냐:
무엇을 되찾으려 했는지조차 잊어버린 건가? 그저 되찾아야 한다는 염원만 남았다니… 안타깝지만, 계획대로라면 오히려 잘된 일이야
악시냐:
네 힘과 육신은 「생명이 생명을 초월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야
악시냐:
파블리나가 네 힘을 노린 것도 그 때문이지… 요정은 휘페르보레아 사람들이 노예로 부리려고 만든 불완전한 피조물이거든…
악시냐:
눈 요정은 오직 「의식」을 통해서만 온전해질 수 있는데, 「의식」의 재료가 눈 요정을 초월하게까지 해 준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어?
악시냐:
그게 바로 파블리나의 목적이야…
악시냐:
그녀는 태생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어… 하지만 불완전한 생명체였기에, 의식을 반복해 「그」의 힘을 뽑아낼 수밖에 없었지…
악시냐:
파블리나가 눈 여인의 대공이자 요정 중에서도 손꼽히는 존재라 해도, 순환 의식은 그녀의 정신과 의지에 끝없는 고통을 안겨 주었어
페이몬:
그런데도… 거의 성공한 거야?
악시냐:
파블리나에게는 성공일지 몰라도, 세계에게는 가장 큰 실패라고 할 수 있지
악시냐:
그녀가 바란 「내일」은 태생적으로 결함이 있던 종족을 온전하게 만드는 것뿐이었어. 어쩌면 그건 그녀만의 사랑 방식이었을지도 몰라
악시냐:
하지만 세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 힘을 그렇게 쓰는 건 분명한 낭비야… 다행히 그 전에 우리가 회수했지
페이몬:
듣고 보니까… 그 눈 요정들이 좀 불쌍해
악시냐:
…연민은 오만한 감정이야. 어쩌면 그 눈 요정들은 「동정」도, 그녀의 「사랑」도 원하지 않을지도 몰라
페이몬:
그, 그렇긴 해…
악시냐:
아마 그럴지도 몰라. 특히 눈 요정 일족이라면 그녀를 부정해서는 안 돼
악시냐:
하지만 거대한 세계에 비해… 그녀의 사랑은 너무 편협했지
페이몬:
으음, 이해하기 너무 어려워. 사랑에 정말 좁고 넓다는 구분이 있는 걸까…
악시냐:
그런 사랑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나는 더 많은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 「사랑」일수록 더 위대하다고 생각해
「잿빛 눈동자」:
만약… 모든 힘이 회수되면, 전 어떻게 되는 겁니까? 모두를 구할 힘을 갖게 될까요?
악시냐:
그건 그때가 됐을 때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달렸어
악시냐:
자, 우리의 목적은 같으니까 나중에 또 만나게 될 거야… 잠시 작별하자…
악시냐:
우리에겐 아직 각자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잖아?
페이몬:
악시냐가 떠났네… 「안경」, 어때? 몸의 힘을 일부 회수했는데, 뭔가 떠오르는 거라도 있어?
「잿빛 눈동자」:
조금 떠올랐지만, 그저… 흐릿한 인상뿐입니다…
페이몬:
음… 알겠어
페이몬:
나중에 또 만날 거라고 했으니까 그때 제대로 물어보자!
악시냐:
파블리나…
페이몬:
사라…졌어?
악시냐: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야. 파블리나는 이걸 남겼어. 「결합」 의식은 끝났지만, 이 힘을 제물로 바치진 못했거든…
「잿빛 눈동자」:
그래서 「조각의 조각」으로 변했던 제 육신의 일부가 다시 「결정」의 형태로 되돌아온 겁니다
악시냐:
맞아. 파블리나는… 거의 성공할 뻔했어. 막아서 정말 다행이야
악시냐:
자, 받아
여행자:
이게 뭔가요…
악시냐:
이게 「안경」이야… 원래 「안경」의 신체 일부였지
페이몬:
그냥 우리한테 줘도 돼? 그럼 왜 눈 여인 대공은 막았어?
악시냐:
우린 목적이 같으니까
악시냐:
「잿빛 눈동자」 안의 의지가 몸과 힘을 되찾도록 돕는 것
「잿빛 눈동자」:
그 힘은 대체 뭐죠?
악시냐:
무엇을 되찾으려 했는지조차 잊어버린 건가? 그저 되찾아야 한다는 염원만 남았다니… 안타깝지만, 계획대로라면 오히려 잘된 일이야
악시냐:
네 힘과 육신은 「생명이 생명을 초월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야
악시냐:
파블리나가 네 힘을 노린 것도 그 때문이지… 요정은 휘페르보레아 사람들이 노예로 부리려고 만든 불완전한 피조물이거든…
악시냐:
눈 요정은 「의식」으로만 온전해질 수 있기에, 파블리나는 그걸 「의식」의 재료로 삼아 생명을 초월하려 했던 거야…
악시냐:
그녀는 태생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어… 하지만 불완전한 생명체였기에, 의식을 반복해 「그」의 힘을 뽑아낼 수밖에 없었지…
악시냐:
파블리나가 눈 여인의 대공이자 요정 중에서도 손꼽히는 존재라 해도, 순환 의식은 그녀의 정신과 의지에 끝없는 고통을 안겨 주었어
페이몬:
그런데도… 거의 성공한 거야?
악시냐:
파블리나에게는 성공일지 몰라도, 세계에게는 가장 큰 실패라고 할 수 있지
악시냐:
그녀가 바란 「내일」은 태생적으로 결함이 있던 종족을 온전하게 만드는 것뿐이었어. 어쩌면 그건 그녀만의 사랑 방식이었을지도 몰라
악시냐:
하지만 세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 힘을 그렇게 쓰는 건 분명한 낭비야… 다행히 그 전에 우리가 회수했지
페이몬:
듣고 보니까… 그 눈 요정들이 좀 불쌍해
악시냐:
…연민은 오만한 감정이야. 어쩌면 그 눈 요정들은 「동정」도, 그녀의 「사랑」도 원하지 않을지도 몰라
페이몬:
그, 그렇긴 해…
악시냐:
아마 그럴지도 몰라. 특히 눈 요정 일족이라면 그녀를 부정해서는 안 돼
악시냐:
하지만 거대한 세계에 비해… 그녀의 사랑은 너무 편협했지
페이몬:
으음, 이해하기 너무 어려워. 사랑에 정말 좁고 넓다는 구분이 있는 걸까…
악시냐:
그런 사랑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나는 더 많은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 「사랑」일수록 더 위대하다고 생각해
「잿빛 눈동자」:
만약… 모든 힘이 회수되면, 전 어떻게 되는 겁니까? 모두를 구할 힘을 갖게 될까요?
악시냐:
그건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달렸어
악시냐:
자, 우리의 목적은 같으니까 나중에 또 만나게 될 거야… 잠시 작별하자…
악시냐:
우리에겐 아직 각자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잖아?
페이몬:
악시냐가 떠났네… 「안경」, 어때? 몸의 힘을 일부 회수했는데, 뭔가 떠오르는 거라도 있어?
「잿빛 눈동자」:
조금 떠올랐지만, 그저… 흐릿한 인상뿐입니다…
페이몬:
음… 알겠어
페이몬:
나중에 또 만날 거라고 했으니까 그때 제대로 물어보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실
헤스페리데스 저택에서의 결혼식은 상상했던 것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파블리나는 자신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이코르를 제물로 바치려 했으나, 다행히 악시냐가 의식을 중단시켰다. 파블리나는 그림자 영역으로 끌려가 악시냐와 대치하게 되는데…
차가운 문: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약속 시간이 되어야 열릴 것 같다…)
아글라야:
너희는 누구지? 왜 이 방에 있는 거야?
페이몬:
어? 아글라야 맞지? 우린 아까 초대장 보여줬잖아?
아글라야:
그래? 그런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 아, 다른 사람한테 들었나 보구나
아글라야:
좋아, 그럼 그 사람이 이곳의 규칙도 알려줬겠지?
아글라야:
이 방 역시… 출입 금지야. 크흠! 여긴 평범한 손님을 위해 마련된 방이 아니거든
아글라야:
의식은 종이 8번 울린 후 시작될 거야. 헤스페리데스 저택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길 바랄게
아글라야가 떠났다…
페이몬:
이상하네, 우릴 처음 보는 것 같았어… 설마 모든 게… 다시 시작돼서 그런 걸까?
눈 요정 하인:
왜 이런 행동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시면 저희가 곤란해집니다
눈 요정 하인:
앞으로는 위험한 일을 하지 말아 주세요
페이몬:
괜찮아? 지금은 좀 어때?
「잿빛 눈동자」:
형체는 있지만 여전히 인형일 뿐이라서, 그런 복잡한 감정은 느끼지 못하고 질문에 대답할 수도 없습니다
페이몬:
물어봐도 손해는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
「잿빛 눈동자」:
전에 말씀드렸듯이, 연민은 당신의 고귀한 미덕입니다
「잿빛 눈동자」:
다만 저도,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님도 이 일로 페이몬 님이 상처받는 건 바라지 않으실 겁니다
페이몬: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설마 너희가 전에 나한테 숨겼던 일이랑 관련된 건 아니겠지?
이코르:
당신이 바로 저였다니…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잿빛 눈동자」:
눈 여인 대공의 개입이 줄어들어서, 제 존재가 더 선명해졌나 봅니다
여행자:
자신과 대화하는 기분은 어때?
「잿빛 눈동자」:
예상보다 평범합니다. 지금 제게 육신이 있어도, 서로 끌어안고 울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코르:
이 몸은 순얼음 기술로 만들어진 거라 눈물을 흘리지 않아요
「잿빛 눈동자」: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코르:
아, 당신은 형체가 없지만 제가 부족한 이성과 지혜를 갖고 있군요…
페이몬:
휴, 그 얘긴 나중에 하자. 지금은 안전한 곳부터 찾아야 해. 파블리나가 또 나타날지 몰라…
페이몬:
걔가 아직 조각을 갖고 있는데… 그건 어떡하지?
페이몬:
설득해서 「의식」을 포기하게 해볼까? 하지만 아까 상태를 보면 말이 통하진 않을 것 같아…
페이몬:
결국 쓰러뜨리고 조각을 되찾아야 하나? Путешественник의 실력은 믿지만…
이코르:
…「의식」을 중단하려는 건가요?
페이몬:
맞아, 「의식」을 멈추지 않으면, 네가 목숨을 잃을 거야!
페이몬:
네가 진짜 인간이 아니라는 건 알아. 우리와는 존재하는 형태가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널 「살해」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이코르:
죄송하지만, 그 염원은 아무래도 이뤄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페이몬:
응? 어째서?
이코르:
「의식」은 이미 시작됐으니까요.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금기가 깨지면서 「의식」이 왜곡되어… 이제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어요
이코르:
전 그 속에 녹아들거나 안개처럼 흩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완전히 사라지는 거죠
페이몬:
그건 안 돼! 네가 없으면 「안경」이 완전해질 수 없어…
페이몬:
하지만, 「의식」을 계속하면…
이코르:
이건 죽음도 종점도 아니에요. 회귀이자 새로운 탄생이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파블리나의 가호를 받은 눈 요정들은 모두 새 생명을 얻게 될 거예요
여행자:
이건 네 생각이야, 아니면 그녀의 생각이야?
페이몬:
마, 맞아! 넌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잖아. 이 생각도 걔가 주입한 거 아니야?
이코르:
이상하게도 정신이 아주 맑아져서 심지어 예전 일도 좀 기억 나요
이코르:
우린 원래 같은 뜻을 품은 동료였습니다. 자유로운 사랑과 파블리나가 꿈꾸는 「더 완벽한 세계」를 위해, 우리는 기꺼이 대가를 치르려 했어요
이코르:
염원에는 합당한 대가가 따르니까요. 그러나 결심해도 그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이코르:
결국, 그녀는 수많은 담금질과 승화의 과정 속에서 길을 잃고 말았죠…
이코르:
심지어 이건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이며, 족쇄가 필요 없다는 것조차 잊어버렸어요
「잿빛 눈동자」: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코르:
저한테는 당신 같은 이성이나 지혜가 없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요
페이몬:
이걸 숨기고 있었던 거야? 말도 안 돼… 다른 방법은 없어?
이코르:
융합은 되돌릴 수 없어요. 시냇물에 스며든 이슬을 다시 건져낼 수 없는 것처럼요
이코르:
그래도…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다른 「제」가 여러분과 함께한 이유를 알겠어요
악시냐:
…내 말 들려? 하하, 다들 부탁한 대로 조각을 내보냈기를 바랄게. 난 지금… 버티기도 벅차거든
악시냐:
아, 갇혔다… 일단 잠시 물러나야겠네… 진짜 살벌하잖아? 뒷일은 너희한테 맡길게
파블리나:
……
이코르:
아, 오셨네요. 전 이만 가봐야겠어요
「종소리가 또 울리는구나」 차가운 목소리가 이렇게 속삭인다. 「수천만 번을 반복한다 해도, 넌 막을 수 없어…」 「아무것도 막을 수 없어…」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여행자:
우린 순환하고 있어…
페이몬:
음… 그런가… 아… 맞아…
페이몬:
으으, 갑자기 머리가 어질어질해… 하지만 우리가 지금 다시 깨어났다는 건…
「잿빛 눈동자」:
의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잿빛 눈동자」:
악시냐 님이 여전히 파블리나를 붙잡고 있습니다…
페이몬:
아, 그럼 빨리 출발하자! 그 전에 조각을 되찾아야 한다구
차가운 문: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약속 시간이 되어야 열릴 것 같다…)
「종소리가 또 울리는구나」 차가운 목소리가 이렇게 속삭인다. 「수천만 번을 반복한다 해도, 넌 막을 수 없어…」 「아무것도 막을 수 없어…」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페이몬:
휴——이제야 깼네. 종소리에 깬 거야? 아주 푹 자던데, 침대가 그렇게 편했어?
여행자:
아니, 페이몬… 우린 이미 한 번 겪었어… 이 일을…
페이몬:
어라, 그러게, 나도 왠지… 좀 익숙한 것 같아…
페이몬:
아, 생각났어. 그 종소리, 여덟 번 울리고… 그리고 우린…
「잿빛 눈동자」:
이곳으로 돌아왔습니다
페이몬:
아, 「안경」아…
「잿빛 눈동자」:
이게 바로 이곳의 의식… 몇 번이고 순환하는 것…
「잿빛 눈동자」:
눈 여인 대공 파블리나가 제 육신의 조각에서 나오는 모든 힘을 남김없이 흡수할 때까지 계속되는 겁니다
페이몬:
그럼… 설마 그녀가 의식을 끝냈고… 이젠 다 늦어버린 거야?
악시냐:
…아직도 안 끝났어?
악시냐:
아무래도 내가 더 버텨야겠네… 저택의 순환 의식은 파블리나가 직접 유지하지 않아도 계속되는 모양이야…
악시냐:
좋은 소식은… 그녀가 직접 주관하지 못하는 의식은 「완전한 복원」을 진행할 수 없다는 거야. 이전 순환에서 네가 개정한 것은 완전히 복구되진 못한 것 같아…
악시냐:
또한 그녀도 방금 전의 순환에서 힘을 얻지 못했어… 어쨌든 지금은 그림자 영역에서 나랑 막상막하로 싸우고 있으니까…
여행자:
아직 늦지 않았나요?
악시냐:
…적어도 지금은 아직 늦지 않았어
악시냐:
하지만 내가 몇 번의 순환을 더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세 번? 네 번?
악시냐:
내가… 더는 못 버티기 전에 너희가… 하아,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페이몬:
아… 의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 봐…
페이몬:
빨리 가서 조각을 가져오자!
차가운 문: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약속 시간이 되어야 열릴 것 같다…)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페이몬:
휴——이제야 깼네. 종소리에 깬 거야? 아주 푹 자던데, 침대가 그렇게 편했어?
여행자:
나 꿈을 꾼 거 같아
페이몬:
그럴만도 하지 내가 쭉 지켜봤는데 너 엄청 오래 잤다구. 그래서, 좋은 꿈이었어 아니면 악몽이었어?
페이몬:
아니다, 지금은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니지
페이몬:
이전에 있었던 일 기억해? 우린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헤스페리데스 저택에 왔잖아
여행자:
하지만 그 「의식」은 평범한 결혼식이 아니었지
페이몬:
그 눈 여인 대공… 파블리나가 하마터면 이코르를 찔러 죽일 뻔했어…
페이몬:
물론 이코르는 진짜 인간이 아니라 「안경」의 조각이긴 한데, 그래도…
「잿빛 눈동자」:
연민이라는 고귀한 품격을 지니셨군요, 페이몬 님
여행자:
그들은 이 「의식」을 여러 번 반복했어
페이몬:
그… 그런 거야?
페이몬:
네가 꿈에서 본 게… 바로 그거였어?
「잿빛 눈동자」: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님… 침착하세요. 파블리나는 요정이라서… 제 육신의 조각에 담긴 힘을 단번에 뽑아낼 수 없습니다
「잿빛 눈동자」:
그래서 여러 번의 의식을 거쳐 추출할 수밖에 없죠… 이건 눈 요정이 사랑하는 이에게서 영혼을 받아 자신을 온전하게 만드는 의식입니다
「잿빛 눈동자」:
…눈 요정은 창조될 때부터 피와 살이 없어, 영혼에 결함이 있습니다
페이몬:
눈 요정은 사랑을 위해 태어난 거 아니었어?
「잿빛 눈동자」:
눈 요정은 오직 사랑을 통해… 타인의 영혼을 빼앗아야만 자신을 온전하게 만들 수 있는 요정입니다
「잿빛 눈동자」:
…눈 요정을 주인공으로 한 수많은 사랑 이야기가 결국 비극으로 끝나는 이유이기도 하죠
페이몬:
뭐?! 휴… 「안경」 덕분에 살았네
페이몬:
파블리나가 마법을 썼을 때 우릴 안전한 이곳으로 보내준 것도 「안경」이었어. 고마워, 「안경」
페이몬:
네가 깨어나길 기다리며 조사해 봤는데, 여긴 예전에 미시킨이라는 사람이 살았나 봐. 아글라야도 그 사람을 언급했잖아
악시냐:
…크흠! 어때, 잘 들려? 내가 하는 말 제대로 듣고 있지?
악시냐:
에휴, 일을 망쳐 놔서 참 고맙네. 내가 「그」의 일부를 겨우 내보냈는데, 너희가 너무 쉽게 되돌려 보내는 바람에 모든 게 파블리나의 뜻대로 흘러갈 뻔했잖아
여행자:
어, 당신은…
악시냐:
…휴, 오랜만에 만난 동료한테 하는 행동치고는 좀 「과하게 열정적」인걸
악시냐:
아, 너희한테 한 말은 아니야. 난 지금 그 미친 여자를 상대하느라 바쁘거든. 이성을 잃은 눈 요정이란 정말 비참하네
악시냐:
파블리나는 순얼음처럼 냉정해 보이지만, 머릿속은 폭발적인 생각으로 가득해 불티 하나만 튀어도 주변을 박살 내버리지
악시냐:
어쨌든, 너희가 뭘 원하는지 알아. 우리 목표는 같으니까
악시냐:
지금 파블리나는 내게 묶여 있어. 그녀의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타 「그」의 조각을 하나씩 빼내고 지배에서 해방시켜
악시냐:
이 저택… 예전에 여러 번 와본 적이 있어. 지도를… 이따가 전해줄게
악시냐:
바로 시작하자. 난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너희는 종이 8번 울리기 전에 끝내야 해. 결혼식이나 모든 것이 다시 반복되기 전에…
페이몬:
이봐! 끊겼어…
페이몬:
하나씩 빼내라… 근데 파블리나도 힘의 조각 일부를 가지고 있잖아? 설마 그건 모르는 건가?
여행자: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어
페이몬:
음… 그 여자 말을 그대로 믿진 말자. 하지만 이제 우린 어쩌지?
페이몬:
아, 이건 「안경」 본인과 관련된 일이잖아. 우선 안경의 의견부터 물어보자
「잿빛 눈동자」:
제 생각엔… 흩어진 힘을 모아 그를 온전히 회복시킨 뒤 다시 회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잿빛 눈동자」:
조금 아이러니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불완전한 조각에게도 온전해지고자 하는 염원이 있으니까요…
「잿빛 눈동자」:
눈 여인 대공 역시 눈 요정 일족이 지닌 선천적인 결핍을 느꼈기에 「의식」을 치르기로 결심한 거겠죠
「잿빛 눈동자」:
파블리나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페이몬:
어떻게 걔한테 공감할 수 있어? 걔는 자기 목적을 위해 네 일부를 통째로 삼켜 버리려고 했잖아!
페이몬:
음식이나 모라 같은 건 나눠줄 수 있어도, 누가 내 팔이나 다리를 내놓으라고 하면…
페이몬:
머리카락이라도 안 돼! 으음, 몇 가닥 정도는 괜찮으려나…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페이몬:
걔한테 아무리 중요한 이유가 있어도 난 신중하게 고민해 볼 거야! 아마 허락하진 않겠지만…
여행자:
남을 위해 너무 희생하는 건 좋지 않아
「잿빛 눈동자」:
…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이유와는 별개로, 그를 「온전한」 상태로 회수해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페이몬:
무슨 이유?
「잿빛 눈동자」:
……
여행자:
페이몬은 몰라도 돼
페이몬:
엥? 너희 나한테 뭐 숨기고 있지? 간식 같은 사소한 일도 아니고——
여행자:
일단 움직이자
「잿빛 눈동자」:
조각이 있는 위치를 표시해 놨습니다. 가시죠, 종소리가 8번 울리기 전에요
페이몬: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페이몬:
휴——이제야 깼네. 종소리에 깬 거야? 아주 푹 자던데, 침대가 그렇게 편했어?
여행자:
나 꿈을 꾼 거 같아
페이몬:
그럴만도 하지 내가 쭉 지켜봤는데 너 엄청 오래 잤다구. 그래서, 좋은 꿈이었어 아니면 악몽이었어?
페이몬:
아니다, 지금은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니지
페이몬:
이전에 있었던 일 기억해? 우린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헤스페리데스 저택에 왔잖아
여행자:
하지만 그 「의식」은 평범한 결혼식이 아니었지
페이몬:
그 눈 여인 대공… 파블리나가 하마터면 이코르를 찔러 죽일 뻔했어…
페이몬:
물론 이코르는 진짜 인간이 아니라 「안경」의 조각이긴 한데, 그래도…
「잿빛 눈동자」:
연민이라는 고귀한 품격을 지니셨군요, 페이몬 님
여행자:
그들은 이 「의식」을 여러 번 반복했어
페이몬:
그… 그런 거야?
페이몬:
네가 꿈에서 본 게… 바로 그거 였어?
「잿빛 눈동자」:
Путешественник 님… 침착하세요. 파블리나는 요정이라서… 제 육신의 조각에 담긴 힘을 단번에 뽑아낼 수 없습니다
「잿빛 눈동자」:
그래서 여러 번의 의식을 거쳐 추출할 수밖에 없죠… 이건 눈 요정이 사랑하는 이에게서 영혼을 받아 자신을 온전하게 만드는 의식입니다
「잿빛 눈동자」:
…눈 요정은 창조될 때부터 피와 살이 없어, 영혼에 결함이 있습니다
페이몬:
눈 요정은 사랑을 위해 태어난 거 아니었어?
「잿빛 눈동자」:
눈 요정은 오직 사랑을 통해… 타인의 영혼을 빼앗아야만 자신을 온전하게 만들 수 있는 요정입니다
「잿빛 눈동자」:
…눈 요정을 주인공으로 한 수많은 사랑 이야기가 결국 비극으로 끝나는 이유이기도 하죠
페이몬:
뭐?! 휴… 「안경」 덕분에 살았네
페이몬:
파블리나가 마법을 썼을 때 우릴 안전한 이곳으로 보내준 것도 「안경」이었어. 고마워, 「안경」
페이몬:
네가 깨어나길 기다리며 조사해 봤는데, 여긴 예전에 미시킨이라는 사람이 살았나 봐. 아글라야도 그 사람을 언급했잖아
악시냐:
…크흠! 어때, 잘 들려?
악시냐:
에휴, 일을 망쳐 놔서 참 고맙네. 내가 「그」의 일부를 겨우 내보냈는데, 너희가 너무 쉽게 되돌려 보내는 바람에 모든 게 파블리나의 뜻대로 흘러갈 뻔했잖아
여행자:
어, 악시냐 씨?
악시냐:
음, 「잿빛 눈동자」를 만든 건 나니까, 이 정도 기능은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어
악시냐:
…휴, 오랜만에 만난 동료한테 하는 행동치고는 좀 「과하게 열정적」인걸
악시냐:
아, 너희한테 한 말은 아니야. 난 지금 그 미친 여자를 상대하느라 바쁘거든. 이성을 잃은 눈 요정이란 정말 비참하네
악시냐:
파블리나는 순얼음처럼 냉정해 보이지만, 머릿속은 폭발적인 생각으로 가득해 불티 하나만 튀어도 주변을 박살 내버리지
악시냐:
지금 파블리나는 내게 묶여 있어. 그녀의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타 「그」의 조각을 하나씩 빼내고 지배에서 해방시켜
악시냐:
그래야 이 여자가 「그」의 힘을 종족의 제물로 바치는 걸 막을 수 있어
악시냐:
우린 힘을 되찾아야 해, 그렇지? 그녀가 네게 힘을 갈구하는 이유와 달리, 「다시 육신을 얻는 것」 그게 「그」의 염원이잖아?
악시냐:
그럼, 가봐. 이 저택… 예전에 여러 번 와본 적이 있어. 지도를… 이따가 전해줄게
악시냐:
바로 시작하자. 난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너희는 종이 8번 울리기 전에 끝내야 해. 결혼식이나 모든 것이 다시 반복되기 전에…
페이몬:
연락이 끊겼어…
페이몬:
하나씩 빼내라… 근데 파블리나도 힘의 조각 일부를 가지고 있잖아? 설마 그건 모르는 건가?
여행자: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어
페이몬:
음… 그 여자 말을 그대로 믿진 말자. 하지만 이제 우린 어쩌지?
페이몬:
아, 이건 「안경」 본인과 관련된 일이잖아. 우선 안경의 의견부터 물어보자
「잿빛 눈동자」:
제 생각엔… 흩어진 힘을 모아 그를 온전히 회복시킨 뒤 다시 회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잿빛 눈동자」:
조금 아이러니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불완전한 조각에게도 온전해지고자 하는 염원이 있으니까요…
「잿빛 눈동자」:
눈 여인 대공 역시 눈 요정 일족이 지닌 선천적인 결핍을 느꼈기에 「의식」을 치르기로 결심한 거겠죠
「잿빛 눈동자」:
파블리나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페이몬:
어떻게 걔한테 공감할 수 있어? 걔는 자기 목적을 위해 네 일부를 통째로 삼켜 버리려고 했잖아!
페이몬:
음식이나 모라 같은 건 나눠줄 수 있어도, 누가 내 팔이나 다리를 내놓으라고 하면…
페이몬:
머리카락이라도 안 돼! 으음, 몇 가닥 정도는 괜찮으려나…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페이몬:
걔한테 아무리 중요한 이유가 있어도 난 신중하게 고민해 볼 거야! 아마 허락하진 않겠지만…
여행자:
남을 위해 너무 희생하는 건 좋지 않아
「잿빛 눈동자」:
…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이유와는 별개로, 그를 「온전한」 상태로 회수해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페이몬:
무슨 이유?
「잿빛 눈동자」:
……
여행자:
페이몬은 몰라도 돼
페이몬:
엥? 너희 나한테 뭐 숨기고 있지? 간식 같은 사소한 일도 아니고——
여행자:
일단 움직이자
「잿빛 눈동자」:
조각이 있는 위치를 표시해 놨습니다. 가시죠, 종소리가 8번 울리기 전에요

영혼 없는 자의 집
「잿빛 눈동자」의 힘을 온전히 회수하려면, 먼저 곳곳에 흩어진 힘 조각을 회수해야 한다…
눈 요정 경비병:
음? 당신은… 아무튼 이곳은 손님이 올 만한 곳이 아닙니다. 당장 떠나세요
눈 요정 경비병:
음? 당신은… 아무튼 이곳은 손님이 올 만한 곳이 아닙니다. 당장 떠나세요
꽃병:
(자세히 보니 꽃병 주변 바닥에 마찰 흔적이 있다)
꽃병:
(꽃병 바닥에도 고양이 발톱에 긁힌 자국이 남아 있는데, 설마…)
여행자:
(꽃병을 돌린다)
페이몬:
아, 안쪽 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어!
꽃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