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row_back 원신 퀘스트
조화의 칸티클·제3장
파르살리아 광시곡
위험한 해구를 건너 마침내 침몰한 고대 레무리아 수도에 도착했다. 이제 「황금 궁전」으로 가서 보에티우스와 결전을 펼쳐야 한다…
페이몬:
후아, 드디어 도착했네!
페이몬:
저게 황금 궁전인가? 꼭 커다란 파이프 오르간 같이 생겼네. 너네 존엄자는 궁전을 왜 저런 모양으로 세웠대?
페이몬:
그러게. 위에서 봤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인걸
우스 씨:
그야 이 궁전은 대악장을 연주하기 위해 큰 배를 개조해서 만든 악기이기 때문이지
우스 씨:
저쪽에서부터 뻗어 나온 수로 보여? 지금은 파괴됐지만, 한때 존엄자의 악장은 저 수로를 통해 전역으로 전파됐어
페이몬:
궁전 자체가 악기였다고?!
페이몬:
와아… 궁전에서 연주가 시작되면 수역 전체가 진동하겠네? 너무 가까이 갔다가 두부처럼 으스러지는 거 아닐까…
우스 씨:
야옹? 두부가 뭔데?
페이몬:
어? 우스 씨는 안 먹어봤어? 그럼 설명하기 곤란한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같이 먹으러 가자. 근데 고양이가 두부를 먹을 수 있으려나?
스킬라:
역시 「영원의 성」답게… 레무스의 의지가 여전히 이곳을 지키고 있군. 그래서 그 뻔뻔한 배신자가 지금까지 살아 있던 거였어…
우스 씨:
흥, 보에티우스는 저 궁전에서 수천 년 동안 숨어있었던 덕에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은 거겠지
우스 씨:
그리고 그동안 천천히 「포보스」의 힘을 장악한 거고…
페이몬:
힘들게 여기까지 왔으니까 그 무례한 녀석을 만나 보자구. 우리가 온 걸 보면 깜짝 놀랄지도 몰라!
스킬라:
그럼 여기서 잠시 갈라지도록 하지
페이몬:
어? 같이 안 갈 거야?
여행자:
설마 겁먹으신 건 아니겠죠?
스킬라:
그럴 리가 있나, 난 그저 두 번 다시 그 녀석을 보고 싶지 않은 거다
스킬라:
그 마귀가 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더 듣고 싶지 않다. 전부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뻔뻔한 거짓말뿐이니, 너희도 절대 속지 말거라!
스킬라:
게다가 너희와 같이 가봤자 난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다. 지금의 나는 이 영혼 이슬로 구성된 몸에 잠시 머물고 있을 뿐이니까
스킬라:
정말로 싸우게 된다면, 반격할 힘도 없겠지…
스킬라:
이 늙은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레무스가 맡긴 「악장」을 녀석에게 빼앗긴다면 본전도 못 찾겠지
스킬라:
일단 잠시 헤어지자꾸나. 비록 큰 도움을 줄 순 없지만, 물살로 너희를 가려는 곳에 보내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으니, 필요하면 찾아오너라
스킬라:
어쨌든 그 배신자를 쓰러뜨리면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다
스킬라:
그때가 되면 나도 당시 남았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보에티우스:
카시오도, 나의 벗이여, 네가 올 줄 알았어
우스 씨:
……
보에티우스:
아, 야만족 불청객도 함께 왔군…
페이몬:
애초에 넌 여기 주인이 아니잖아. 게다가 우스 씨가 우릴 데려온 거니까 불청객이라고 할 수도 없지, 안 그래?
여행자:
무례한 쪽은 당신이죠
페이몬:
맞아! 그리고 다 들었거든? 네가 저지른 그 악행들 전부 다…
보에티우스:
벌레 주제에 시끄럽군…. 나와 카시오도의 대화를 방해하지 마라!
우스 씨:
여행자, 페이몬, 여긴 내게 맡겨
우스 씨:
보에티우스, 네 말대로 이곳에 왔으니까 지상 사람들의 영혼을 풀어주겠단 약속을 지켜
우스 씨:
그 사람들은 이런 재앙을 겪어선 안 돼…. 우리의 원한은 우리끼리 해결하자고
보에티우스:
지금 재앙이라고 했나?
보에티우스:
네 눈에는 우리의 동족이 안 보이나 보지? 그들은 빛 한 점 들지 않는 깊은 물속에서 죽지 못해 살고 있어!
보에티우스:
그들은 햇빛이 비치는 지상에서 살아갈 자격조차 없다는 말인가?
보에티우스:
지상 사람들의 영혼을 잠시 가둬둔 게 재앙이라면, 우리 동족이 수천 년간 견뎌온 고통은 대체 무엇이지?
보에티우스:
잘 들어. 지상 사람을 향한 징벌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우스 씨:
아니, 그들을 가둔 건 너야. 우리의 동족을 마물로 변하게 한 것도 너고
우스 씨:
그들에겐… 아니, 우리에겐 선택지가 있었어. 우리가 과거의 원한만 버린다면, 물의 주인도 우리를 새 나라에 받아주겠다고 약속했었지
우스 씨:
그런데 넌 그들과 그들의 고통, 그리고 너에 대한 믿음을 네 야망을 이루는 도구로 삼았어
보에티우스:
네가 가져온 달콤한 죽음이 아니라 지난날의 질서를 선택한 건, 바로 그들 자신이다
보에티우스:
그들이 존엄자께서 하사하신 지휘봉을 우리에게 넘겨준 만큼, 우리에겐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책임이 있지
우스 씨:
이 뻔뻔한 배신자 같으니! 존엄자의 믿음을 저버리고 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장본인 주제에 못 하는 말이 없구나!
보에티우스:
하! 그 악룡의 혓바닥에 놀아나다니, 동족과 전우보다 나라를 배신한 원수가 더 믿음직스럽더냐?
보에티우스:
내가 충성하는 건, 신이나 왕이 아닌 위대한 레무리아이자 우리의 고귀한 이상이다
보에티우스:
레무스가 배반의 명령을 내린 순간, 그는 존엄자로 불릴 자격을 잃었어. 그러니까 난 배신한 게 아니야. 오히려 그의 실수로부터 나라를 구한 거다
보에티우스:
그는 나라의 적과 결탁하고 악룡에게 우리 도시를 멸망시키라고 명령했으며, 심지어 대악장을 파괴해 모든 사람을 「포르투나」의 속박 속으로 돌려보내려 했지
보에티우스:
그런 정신 나간 행동을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 있겠나?
우스 씨:
그래서 존엄자를 배신하고 야누스의 문을 닫았지만… 결국 「포보스」의 힘은 폭주했고 수도 전체가 물속에 가라앉았지…
보에티우스:
아직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군. 비극의 서장은 레무스가 우리와 「포보스」를 배신하면서 시작된 거다
보에티우스:
난 과거의 악장을 재현하기 위해 이 심해에서 간절히 조각난 선율을 엮었다. 거기에만 수천 년의 세월을 허비했지
우스 씨:
아니, 악장은 네 손에 의해 귀에 거슬리는 소리로 바뀌었어. 고통과 원한으로 가득한 불협화음이 네 만행을 고발하고 있다고
보에티우스:
하, 멜로디가 조화로운지 아닌지는 누가 결정하는 거지? 바로 절대적인 힘 아닌가? 레무스는 그걸 깨닫지 못해서 야만족과 악룡에게 무릎을 꿇은 거야
보에티우스:
뭐, 상관없어. 머지않아 뒤집어진 세계는 바로잡힐 거고, 난 새로운 존엄자가 될 테니까!
우스 씨:
말도 안 돼. 보에티우스, 넌 인간일 뿐이야! 인간은 신이 될 수 없어…
보에티우스:
카시오도, 모든 인간이 「신」이 되어 자신의 운명을 장악하는 게 바로 레무스의 이상이라는 사실을 그새 잊은 건가?
보에티우스:
우리가 황금성에서 연구하고 기록한 그 술식의 종착지 역시 그러했잖아?
우스 씨:
하지만 우린 그 종착지 뒤에 뭐가 있는지 몰랐잖아. 그걸 알았다면 수천 년 전에 이미…
보에티우스:
세월은 흘렀고, 이제 상황은 바뀌었어. 우리와 합류해라, 카시오도. 난 준비됐어. 이건 우리가 함께 해야만 완수할 수 있는 일이야
보에티우스:
난 영혼 속의 모든 불순물을 분리해 내고 진정한 의지를 얻었어. 하늘로 가는 계단까지 이제 한 걸음만 남았지
보에티우스:
이제 물에 흩어진 모든 의지를 한데 모으고, 레무스가 직접 분리해 낸 네 영혼을 더하기만 하면 돼
보에티우스:
두 가지 지혜를 하나로 합치면, 레무리아는 다시 하나가 되리라! 그리고 강철과 광석으로 만든 불멸의 몸에 넣으면…
보에티우스:
난… 아니, 우리는 다시 「몸 수여」 의식을 통해 새로운 존엄자가 되고… 레무스조차 장악하지 못한 세계의 본질을 뒤흔드는 힘을 얻을 거다
보에티우스:
난 운명의 시계를 되감고 지난날의 세계를 땅 위로 돌려놓아 정의를 바로잡을 것이며, 지상 사람들은 그저 우리의 의지에 굴복할 테지
보에티우스:
찬송가의 그 가사처럼, 「의지로 명령을 내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경청할 것이다」!
우스 씨:
내가 널 인정하지 않을 걸 알잖아? 넌 존엄자의 이상을 더럽혔어
우스 씨:
난 나만의 정의를 구현할 거야
보에티우스:
상관없어. 어차피 「포보스」의 선율에 들어가면 너도 나를 이해하고 함께하게 될 테니까
여행자:
(여긴… 황금의 궁전이잖아)
여행자:
(또 레무스의 기억 속에 들어온 걸까?)
여행자:
(하지만 분위기가… 지난번과는 사뭇 달라)
보에티우스:
나의 궁전, 나의 악장에 온 걸 환영한다, 이방인
여행자:
보에티우스?!
보에티우스:
뭘 그렇게 놀라는 거지? 한두 번 본 사이도 아닌데
보에티우스:
내가 현실 세계에 남긴 환영에서든, 레무스가 남긴 기억 속 궁전에서든 말이지
보에티우스:
하지만 여긴 레무스의 기억이 만들어낸 환영이 아니야. 내 「악장」이자 나의 금빛 무대지
여행자:
역시…
여행자: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로 가득한 곳이네요…
보에티우스:
그런가? 이방인이여, 네 정체는 모르겠지만…
보에티우스:
넌 원초의 바다에서 태어난 인간이 아닌 듯하군. 심지어 지상에서 온 존재도 아닌 것 같아
보에티우스:
네 영혼은 색이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어
보에티우스:
어쨌든 이건 너랑 상관없는 전쟁이다. 지상 사람들과 나의 원한은 너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에티우스:
그런데 어째서 우리의 과업을 방해하려는 거지?
카시오도:
여행자! 드디어 찾았다…
카시오도:
난 카시오도야. 존엄자의 기억 속에서 날 봤겠지만, 이런 모습으로 만나는 건 처음이지?
카시오도:
시간이 없어. 보에티우스의 악장 궁전에서 이런 형체를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카시오도:
그러니 짧고 굵게 얘기하자
여행자:
여긴 어떤 곳이죠?
카시오도:
여긴 보에티우스의 영혼으로 구현된 공간이야
카시오도:
네가 전에 들어갔던 존엄자의 기억 공간처럼 악장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지
여행자:
방금은…
카시오도:
그가 악장의 힘으로 우리를 이곳으로 끌어들인 거야
카시오도:
「포보스」의 힘의 중심이 황금 궁전에 너무 가까워서, 그 녀석이 직접 현 세계에 힘을 미칠 수 있게 됐어
카시오도:
녀석이 정말 현실을 초월하는 힘을 얻는다면 지상 세계가 통째로 이곳에 끌려올지도 몰라
카시오도:
그럼 녀석의 망상은 현실 세계를 대체해 버리고, 폰타인은 수천 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겠지
카시오도:
페트리코 마을에서 일어난 그 일처럼… 아니, 그것보다 더 심각해
여행자:
그자가 정말 신이 될 수 있을까요?
카시오도:
그건 신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다르지. 단순히 거짓된 환상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하지만 운명을 초월하는 거라면, 절대 불가능해
카시오도: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었다면, 수천 년 전에 우리가 이미 해냈겠지
카시오도:
지금 녀석이 할 수 있는 건 더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자신이 만든 악몽으로 끌어와 꼭두각시 노릇을 하게 만드는 것뿐이야
여행자:
그자를 막아야 해요
카시오도:
맞아, 하지만 여기선 불가능해. 반드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야 하지
카시오도:
내가 도와줄게
여행자:
그럼 당신은요?
카시오도:
걱정 마. 녀석은 당분간 날 어쩌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방금 보에티우스를 없앨 방법이 떠올랐거든
카시오도:
보에티우스는 현실 세계의 자신을 위한 강력한 몸을 준비해 뒀고, 황금의 궁전에서 「몸 수여」 의식을 진행할 생각이야
카시오도:
녀석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깊은 물속에 있는 「악장」을 그 몸에 모은 다음…
카시오도:
기회가 왔을 때 녀석과 그 몸을 한꺼번에 없애버리면… 모든 게 끝날 거야
카시오도:
여행자,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너뿐이야
카시오도:
「포보스」의 악장에 네 운명은 없어. 보에티우스도 네 영혼에 간섭할 수 없다는 거지
카시오도:
넌 계획에서 예외적인 존재야. 존엄자의 기억이 널 이곳으로 인도한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겠지…
카시오도:
어서 가. 난 더는 형상을 유지하기 힘들어
카시오도:
현실 세계에서 다시 만나자. 어쩌면 이번엔 이 기나긴 악몽을 끝맺을 수 있을지도 몰라
페이몬:
앗, 드디어 깨어났구나!
페이몬:
걱정돼 죽는 줄 알았어. 난 혹시라도… 마을의 다른 사람들처럼 그 녀석한테 영혼을 뺏긴 줄 알았다구!
페이몬:
으앙, 정말 다행이야!
페이몬:
네가 쓰러지고 나서 보에티우스랑 우스 씨도 음파와 함께 사라져 버렸고, 여긴 나 혼자만 남겨졌다구…
페이몬:
나중에 저 덩치 녀석도 오긴 했는데, 별 도움은 안 됐어…
스킬라: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난 영혼 이슬로 만들어진 몸에 깃든 영혼일 뿐이니까. 비록 레무스 그 녀석이 마지막 「악장」을 내게 맡겼다 한들…
스킬라:
「악장」의 힘을 사용해 보에티우스를 상대하는 건 또 다른 일이지
페이몬:
여행자은(는) 무사히 깨어났다지만, 우스 씨는 어디로 간 걸까? 설마 그 녀석한테…
여행자:
우스 씨를 봤어
당신은 보에티우스의 영혼 궁전에서 겪은 일을 모두에게 알려준다
페이몬:
뭐? 그럼 우스 씨 혼자 거기 남아 있다는 거야?
여행자:
우스 씨한테도 계획이 있으니 걱정 하지 마
스킬라:
어쨌든 그 녀석의 계획대로라면 그 뻔뻔한 마귀를 쓰러뜨릴 수 있겠군. 하지만 먼저 그 황금 궁전에 진입해야 할 터…
페이몬:
덩치, 그럼 네가…
스킬라:
무엇을 부탁하려는 것이냐
페이몬:
넌 용 도마뱀을 잔뜩 이끌고 레무리아 수도를 공격했었잖아? 거기에 비하면 우리를 황금 궁전으로 보내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냐?
스킬라:
몸집은 작지만 머리는 잘 돌아가는구나.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스킬라:
우리 용의 후예의 힘은 강인한 육체에서 비롯되지. 영혼 이슬 속에 머물고 있는 내게 남은 건 보잘것없는 정신력뿐이니라
스킬라:
내 힘은 야누스의 문을 파괴할 때 거의 다 써버렸다. 더구나 「악장」의 보호를 받고 있는 황금 궁전은 돌문과는 비교가 안 되지
페이몬:
그럼 더더욱 큰일이잖아! 보에티우스가 우스 씨를 집어삼키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거야?
스킬라:
성격 급한 꼬마로군. 방법이 없는 건 나지 너희가 아니다
스킬라:
궁전을 보호하는 게 「악장」의 힘이라면, 그 보호를 깰 수 있는 것 또한 「악장」의 힘이지
여행자:
하지만 제가 다룰 수 있는 「악장」은…
페이몬:
맞아! 궁전을 보호하는 「악장」은… 그 무슨 「포보스」라는 엄——청난 악장이잖아? 그런 악장을 어떻게 이기냐구…
스킬라:
이길 수 없다면 빌리면 되지 않겠느냐!
스킬라:
과거에 「포보스」의 의지는 금빛 수로를 따라 레무리아 전역으로 흘러갔다
스킬라:
지금은 수로가 파괴됐지만, 눈앞의 이 수로를 다시 연결하기만 하면…
스킬라:
황금 궁전의 대문도 그때처럼 다시 열릴 것이다. 「악장」에 그리 쓰여있으니까!
여행자:
한번 시도해 볼 만한 것 같네요
스킬라:
아까 이 해역에서 레무스가 남긴 유물을 찾다가 일부 흔적을 발견했다. 거기에 그 마귀가 미처 통합하지 못한 「악장」의 조각도 보였지
스킬라:
따라오너라. 그 힘을 찾아 시간을 되돌리면 지난날 수로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거다
페이몬:
오오, 왠지 희망이 보이는걸! 그럼 어서 출발하자!
스킬라:
레무스, 그대에게 당부할 것이 있다…
스킬라:
그대의 나라와 그대가 만든 악장은 이미 통제에서 벗어난 것 같더군
여행자:
……
스킬라:
물들의 찬탈자가 만들고 그대가 기른 생명체에게 기대를 품은 적은 없지만,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타락했다
스킬라:
그대와 그대의 백성이 창조해 낸 문명은 지상의 있었던 모든 것을 뛰어넘을 정도로 빛났지만, 이젠 짙은 어둠만이 보일 뿐이야
스킬라:
문명과 질서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만행은 순수한 야만보다 더 잔혹한 법이지. 가장 잔인한 용 도마뱀조차 이렇게 무의미한 학살은 저지르지 않아
여행자:
그건 나도 알고 있다…
스킬라:
알고 있으면서도 손을 놓고 있는 건가? 아니면 힘이 없는 건가?
스킬라:
아니, 그대가 마음만 먹는다면 죽어야 마땅할 인간들을 손쉽게 쓸어버릴 수 있을 터, 하지만 그대는 그러지 않았지
스킬라:
그대는 인간을 사랑하니까. 이 또한 찬탈자로서 감당해야 할 저주로군
스킬라: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그들을 도와 무고한 인간을 죽이지는 않겠으나, 막지도 않을 것이야
스킬라:
그대는 물들의 찬탈자에게 약속했지. 그녀에게 받은 순수한 물로, 분쟁이 없는… 영원히 행복한 세계를 만들겠다고
스킬라:
나 또한 그런 미래가 보고 싶어 그대를 따라 지상에 왔건만, 결국… 그대는 실패했다, 레무스. 그대는 「운명」을 이길 수 없어
스킬라:
피가 다시금 높은 바다를 물들이다니, 높은 하늘은 자신의 창조물에게 참으로 잔인하군
여행자:
나한테 계획이 있다…
스킬라:
오? 그대는 늘 많은 것을 계획하고 있군 그래, 레무스. 하지만 계획은 전부 실패했고 심지어 문제의 근원조차 찾아내지 못했지
여행자:
이건 마지막 계획이니까, 들어보지 않겠는가?
스킬라:
나더러 원류바다에서 떠나 달라고 설득할 때도 그런 말을 했지… 말해라, 내가 이곳을 떠나 다시 원류바다에 있는 물들의 찬탈자 곁으로 돌아가기 전에 말이다
여행자:
(……)
스킬라:
……
스킬라:
하하하하, 재밌구나, 정말 재밌어!
스킬라:
이기적이면서도 사심 없는 계획이로군.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그대뿐일 테지!
스킬라:
나까지 계획에 끌어들이다니 정말 제멋대로군, 인간의 찬탈자여
스킬라:
하지만 마음에 들어
스킬라:
용 도마뱀 일족을 이끌고 그대의 오만하고 어리석은 백성을 짓밟으라니, 상상만으로도 짜릿하군
여행자:
하지만 이건 의식이자 연극일 뿐이니…
스킬라:
걱정 마라. 그대의 뜻대로 자비를 베풀 테니
스킬라:
하지만 그렇게 하면 마신으로서 그대의 생명도 끝날 터. 「악장」 외에는 무엇도 남지 않을 텐데, 각오는 했나?
여행자:
물론이다
여행자:
재앙의 상자는 열었던 사람이 닫아야겠지
스킬라:
그래, 그럼 그대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그 순간이 오면 내 힘과 그대의 악장을 합쳐…
스킬라:
「포보스」의 사슬을 끊고 그대의 백성에게 자유를 되찾아주지
여행자:
그럼, 부디…
여행자:
내 마지막 「악장」을 받아주기를
페이몬:
여행자, 또 레무스의 기억을 본 거야?
페이몬:
앗, 설마 그 무례한 녀석이 또 나온 건 아니지?
페이몬:
아무리 꿈속이라도 그 녀석을 보고 싶진 않아!
여행자:
그러려면 스킬라의 악장을 연주해야만 해
페이몬: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기억 속에서 대체 뭘 봤는데?
스킬라:
재밌군. 레무스의 힘은 흩어지지 않은 채 심해를 떠돌고 있고, 지금 난 결국 이곳에 왔지.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느냐?
여행자:
조건이 이미 충족됐다는 거죠
스킬라:
그래. 나 또한 오랜 세월의 아쉬움을 풀기 위해 너희들과 함께 이곳에 온 것이다
여행자:
남은 문제는 「포보스」가 과연…
페이몬:
잠깐만,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래서 악장으로 대체 뭘 하겠다는 거야? 왜 나만 쏙 빼놓고 둘이서만 얘기하는 건데?
페이몬:
이건 불공평해! 얼른 설명해 줘!
스킬라:
레무스가 내게 맡긴 마지막 「악장」, 즉 「진혼곡」은 「포보스」를 자멸하게 하는 명령이었다
스킬라:
그가 자신을 희생해 「악장」의 힘을 방출하면, 내가 그 힘에 깨어난 원초적인 야만과 황량의 힘을 제어하기로 했지
스킬라:
그러면 그의 백성들은 돌의 몸에서 해방되어 다시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을 되찾을 테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종족 간의 장벽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스킬라:
그는 내게 이 계획을 백성에게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더군. 그들이 자신의 한계를 깨달아야만 편견과 오만을 버릴 수 있다고 말이다
스킬라:
하지만 여행자, 너는 이미 녀석이 남긴 기억을 통해 계획의 전모를 알아차린 모양이구나
페이몬:
그랬구나…. 하지만 그의 희생은 수포로 돌아간 거네…
스킬라:
아니, 이제 내 영혼이 자유를 되찾았으니, 비로소 만회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스킬라:
레무스의 옛 백성들의 방황하는 영혼은 여전히 조각상 속에 갇혀있다. 만약 그 마귀를 처치할 수만 있다면…
스킬라:
「진혼곡」의 힘으로 해방된 그들의 영혼을 높은 바다와 영원한 생사의 순환으로 돌려보낼 수 있겠지
스킬라:
이로써 나도 그의 염원을 이뤄줄 수 있겠군
여행자:
어쩌면 그게 제가 이곳에 온 이유일지도 몰라요
스킬라:
이런 걸 두고 인연이라고 하는 거겠지, 이방인이여
페이몬:
이러면 수로를 다시 연결한 거나 마찬가지겠지?
페이몬:
그럼 이제 덩치를 찾으러 돌아가자구
페이몬:
음… 그나저나 우스 씨는 어떻게 됐으려나. 역시 서두르는 게 좋겠어!
페이몬:
어? 여행자, 왜 그래? 설마 또…
여행자:
우스 씨를 위해…
보에티우스:
너희의 짧은 우정이 우리의 동족 관계보다 깊다고 생각하나?
보에티우스:
나와 카시오도는… 레무스가 직접 만든 신인류이자, 지금까지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생존자다
보에티우스:
다른 동족과 비교하자면 그의 영혼은 물에 섞일 수 없는 영혼 이슬과 같지
보에티우스:
나를 제외하고 진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은 카시오도뿐이다. 우리가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완전한 「자아」를 이룰 수 있지
보에티우스:
「우리의 의지는 하나다」. 오페라의 피날레에서 그는 우리에게 돌아왔으니, 이 또한 그의 「운명」 아니겠나
여행자:
페트리코 마을 주민을 구하기 위해…
보에티우스:
그 사람들은… 네 동족도 아니고, 백성도 아닐 텐데?
보에티우스:
넌 그들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갖고 있다. 네 앞에서 그들은 개미만도 못하지
보에티우스:
약자가 강자에게 굴복하는 것이 이 세계의 당연한 이치 아니더냐?
보에티우스:
그런데도 그들을 지키겠다니. 자비롭다 해야 할지, 멍청하다 해야 할지 모르겠군
여행자:
세계의 정의를 위해…
보에티우스:
정의라고? 설마 진심은 아니겠지?
보에티우스:
나조차 꿰뚫어 볼 수 없는 힘을 가졌다 한들, 오직 힘만으론 나를 쓰러뜨릴 순 없다. 역시 순진하군, 타향인이여
보에티우스:
난 이미 온 심해를 채운 「악장」과 하나가 되었다. 네가 운 좋게 내 몸을 파괴하더라도, 고통의 바닷물이 흐르고 원한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한…
보에티우스:
내 의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현 세계의 악몽일지니!
보에티우스:
네가 카시오도… 그 들고양이처럼 스스로를 추방하고 지난날의 감옥을 지키는 간수가 된다면 모르겠지만… 너 같은 존귀한 존재가 그러진 않겠지
보에티우스:
쓸데없는 동정심은 버려라! 벌을 받아 마땅한 자가 심판을 받는 게 정의 아니더냐?
여행자:
벌을 받아 마땅한 자…? 하지만 그들은 무고해요
보에티우스:
무고하다니? 폰타인 사람 중에 무고한 자는 없다! 그들은 모두 우리의 적인 야만족의 후예야…
보에티우스:
그들의 조상이 우리가 가져야 했던 나라를 빼앗았으니 당연히 그 대가를 치러야지. 그것이 바로 그들의 원죄다!
보에티우스:
…이방인, 뭔가 더 할 말이라도 있나?
보에티우스:
어쨌든 계속 내 일을 망칠 생각이라면, 나도 널 내 궁전에서 지내게 하는 수밖에 없겠군
보에티우스:
널 오래 묶어둘 순 없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해. 내가 신이 되어 존엄자의 자리에 오른 후, 신세계에서 다시 만나도록 하지
보에티우스:
그전까지 일단 내 악단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거라
「황금 궁전」에 들어가려면 고대 금빛 수로를 재건해야 한다…
「황금 궁전」에 들어가려면 고대 금빛 수로를 재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