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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색채·제3막
마음과 푸른 달빛 그리움
임무 목록
야코브를 찾자
페이몬:
어… 어떻게 된 거지? 왜 갈 수 없는 거야?!
마메흐:
이상하네… 뭔가에 막힌 것 같아…
페이몬:
으아, 어쩌지…
시모어:
죄송합니다, 여행자 님.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암벽의 두께가 제 능력 한계를 초월해서 구멍을 뚫기 전에 제 동력이 먼저 소진될 것입니다
마메흐:
저…쪽에서, 헤엄쳐서 가면… 아버지의… 피가… 이미…
페이몬:
피…? 마메흐, 괜찮아? 피라니?
마메흐: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우리… 저쪽으로 가야 해…
페이몬:
으아! 저쪽에 있던 이상한 돌이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지!?
페이몬:
게, 게다가 이 색깔… 심장 같잖아…
야코브:
그렇습니다. 이것이 「심장」의 본래 모습입니다
페이몬:
잠깐, 이 목소리는… 설마 야코브?
마메흐:
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야코브:
보시다시피 「물감」을 채집하는 것뿐입니다, 마메흐 양
야코브:
생각해 보니 「물감」이라는 건 꽤 흥미로운 표현이군요. 설마 이토록 더러운 것을 자기 캔버스에 바르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마메흐:
뭐… 뭐라고?
야코브:
하지만, 그것보다… 여러분이 이곳을 찾아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야코브:
접근 가능한 입구는 전부 봉쇄했을 텐데… 어딘가 뚫린 곳이 있었나 보죠?
페이몬:
너… 너, 심연 교단 패거리구나?!
페이몬:
아, 진짜! 대체 왜 너희는 안 좋은 일이 있는 곳이라면 한 군데도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거야!
야코브:
심연 교단? 저를 그 어리석고 졸렬한 자들과 비교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군요
야코브:
그들은 저 압제자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오직 소수만이 휘두를 수 있는 힘을 추구하니까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정한 평등, 「의지」의 해방입니다
야코브:
제 친구가 말했지요. 의지에 어떠한 결함도 없는 자는 신에게도, 죽음에게도 굴복하지 않는다고
페이몬:
정신 나간 소리 그만해! 심연 교단 패거리가 아니라면 그 마법은 대체 뭔데?
야코브:
심연의 힘을 빌려 결정화 과정을 약간 역전시킨 것뿐입니다
야코브:
저도 수백 년이 지났다고 그것의 심장이 이 정도로 말라붙어버릴 줄은 몰랐거든요. 충분한 양의 피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다시 뛰게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행자:
충분한 양의 피?
야코브:
그렇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그다지 우아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야코브: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마메흐 양으로부터 응고된 피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야코브:
그림자 사냥꾼의 관심을 끌지 않은 상태로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습니다만… 아쉽게도 뜻대로 되지는 않은 것 같군요. 뭐, 어쩔 수 없죠
페이몬:
뭐? 잠깐만…. 전에는 물감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어? 응고된 피는 또 뭔데?
여행자:
제대로 말하세요
야코브:
…?
야코브:
이건 또… 흥미로운 일이군요. 그러니까 당신은 「물감」의 본질은 고사하고, 그 안에 담긴 힘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까?
야코브:
그랬군… 그랬군요. 제가 쓸데없는 말을 했을 줄이야
야코브:
하지만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물감」의 가치도 모르면서 마메흐 양에게는 왜 접근한 거죠?
페이몬:
흥, 우리가 너처럼 온통 꿍꿍이로 가득 찬 줄 알아!?
페이몬:
게다가, 전의 그 마수들… 네가 소환한 거지? 대체 이유가 뭔데? 왜 다른 멜뤼진을 습격한 거야?
야코브:
「멜뤼진을 습격한다」? 제게는 그딴 무의미한 일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
야코브:
다만… 이론적으로는 잔류한 마법진을 활성화해서 결정화 과정을 역전시킬 때, 짧은 시간 동안 야수계로 통하는 길이 열리기는 하겠군요…
야코브:
당신이 말한 그 「마수」들은 이곳에 이끌려 왔을 겁니다. 마치 길 위에 버려진 썩은 고기에 파리가 이끌리는 것처럼 말이죠
야코브:
그 멜뤼진들은… 뭐, 알 바 아닙니다. 그런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이야기 나눌 필요는 없겠지요
페이몬:
너… 너 이 녀석!
야코브:
그보다, 여행자 씨…. 문득 궁금해지는군요. 이곳의 원래 풍경을 보셨을 텐데, 감상이 어떻습니까?
야코브:
발 아래를 살펴보시지요. 피가 강이 되어 흐르고, 먼지조차 기름과 하나되어 윤기가 흐르고 있지 않습니까?
야코브:
만약 제가, 언젠가 이보다 더한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말한다면… 뭐라 답하시겠습니까?
여행자:
?
페이몬:
대, 대체 뭐라는 거야? 뭐가 피고 기름이라는 거야…. 그냥 조금 붉어진 게 전부 아냐?
시모어:
아닙니다. 피는 이미 여행자 님의 발목까지 차오른 상태입니다. 이곳의 오염 지수는 인체가 견딜 수 있는 임계값을 10배 이상 초과했습니다
시모어:
안전을 위해 즉시 이곳을 떠날 것을 권고합니다. 이대로라면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실신, 백질 돌연변이, 지능 저하 및…
야코브:
과연, 벌써 그 정도까지 오염되었던 거군요
야코브:
정말 가엾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제가 해방시켜 드릴 테니까요
야코브:
「세계식」의 예정 시간이 곧 도래합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지요
엘리나스:
여행자, 더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
야코브:
재미있군요. 단순히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온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야코브:
단순 호기심입니다만… 여행자 씨, 당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여행자:
상관없잖아요
야코브:
대답하고 싶지 않은 건가요? 뭐, 괜찮습니다. 살짝 궁금했던 것뿐이니까요
야코브:
더욱이 제게는 더 이상 이런 곳에서 낭비할 시간이 없기도 하고요
야코브:
예정된 날이 가까워졌습니다. 피도 이 정도라면 충분할 테고요. 게다가 이 이상 지체하면 불필요한 관심을 끌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페이몬:
도망치지 마! 예정된 날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야코브: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어차피 예정된 날은 여러분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으니까요
마메흐:
여행자…?! 조심해!
여행자:
무슨…
페이몬:
이, 이게 뭐야? 너 이 비열한 녀석, 여행자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야코브:
저를 비열하다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는 실용주의에 따른 전략적 선택일 뿐, 도덕과는 무관하니까요
야코브:
당신은 강한 사람입니다, 여행자 씨.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요
페이몬:
으악! 이 마수들은 또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시모어: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야코브·잉골드 씨. 그렇게 둘 순 없습니다
시모어:
마메흐 님, 페이몬 님, 제 뒤로 물러나십시오. 지키는 것이 제 사명입니다. 여러분께 가해질 모든 피해를 막겠습니다
야코브:
감히 네가? 영혼도 없는 고철 주제에?
야코브:
그때 넌 마리안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러니 이번에도 넌 네놈의 무능함을 깨닫게 될 뿐일 테지
시모어:
마…리안?
야코브:
…전투에서 살아남더라도, 신체 기능이 곧 되살아날 괴수가 여러분을… 짓밟고 소화할 것입니다
야코브:
그럼, 작별입니다
페이몬:
으아아! 마물들이 달려든다!
여행자:
너의 내력에 관해…
엘리나스:
응! 엄마 덕분에 난 이곳에 올 수 있었어.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야. 내 이름은 엄마가 지어줬는데 발음도 예쁘고 반짝이는 이름인 것 같아
엘리나스:
난 태어나기 전에 어두운 우주 속을 떠돌았는데, 거긴 너무 차갑고 외로워서 자주 울었어
엘리나스:
그러다가 엄마의 목소리를 듣게 됐지
엘리나스:
엄마는 내가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나길 바라셨어. 그래서 내게 생명과 대지에서 걸을 수 있는 건강한 신체를 주셨고, 듣기 좋은 이름을 지어주셨어
엘리나스:
그리고 수많은 형제자매를 갖게 해주셨고, 많은 친구를 사귀게 해주셨어. 어두운 우주 말고 색채로 가득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게 말이야
엘리나스:
엄마가 날 속인 게 아니라서 기뻐. 언니 오빠들도 나한테 잘해주는데 나중엔 수많은 동생이 생겨서 나도 언니 오빠들처럼 동생들을 대했어
엘리나스:
그 후에 우리는 지하 세계를 떠났고, 난 바람이 피부를 간질이는 것과 햇빛의 열기, 차가운 물과 따뜻한 물을 느낄 수 있었어
엘리나스:
생명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이 세계를 알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
엘리나스:
……
엘리나스:
그런데 나중에야 알게 됐어. 난 지상의 생명과 달라서, 내겐 즐겁고 재밌는 일들이 그들에겐 무섭고 커다란 피해를 주는 일이라는 걸
엘리나스:
결국 난 이곳에 쓰러져 죽었어. 슬펐지만 기쁘기도 했지. 엄마가 내게 준 생명도 소중하지만 내 생명이 그들에게 고통을 줬으니까. 그래서, 이걸로 됐어
엘리나스:
훗날, 엄마가 날 태어나게 한 것처럼 나도 아이들에게 세상을 걸어다닐 수 있는 생명을 줬어. 정말 자랑스럽고 기뻐
여행자:
야코브에 대해…
엘리나스:
전의 그 사람? 미안하지만 난 그 사람과 관련된 건 잘 몰라. 그는 너랑 달라서 내 피를 마셔도 나와 대화할 수 없더라구
엘리나스:
처음에 그는 다른 누군가와 함께 내 몸 안에서 혈액을 찾았는데, 그때 난 그들이 다르단 걸 바로 알아차렸어
엘리나스:
그의 몸에서 미약하지만 어둡고 차가운 우주의 힘이 느껴졌거든
엘리나스:
아! 그래서였구나. 그래서 내 피가 그에게 유익한 거였어. 정말 잘됐다
엘리나스:
나중에 그는 내 피를 수집하러 자주 왔어. 그러다가 마지막에 그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여기서 싸웠고, 그는 더 이상 오지 않았지
엘리나스:
난 처음엔 그가 죽은 줄 알고 걱정했어. 하지만 이번에 보니까 죽기는커녕 더 커지고 강해졌더라. 정말 기뻐
페이몬:
후아, 어쨌든 무사히 끝난 것 같네…
페이몬:
근데 방금 그 동그란 것들은 대체 뭐였을까? 마치 우리를 도와주려던 것 같은데…
페이몬:
마메흐, 괜찮아?
마메흐:
…네, 아버지
페이몬:
엥?
마메흐:
네? 이곳에서요…?
페이몬:
아, 아아… 난 또 나랑 얘기하는 줄 알았네…
여행자:
(또 똑같은 소리…)
마메흐:
…알겠습니다. 그게 아버지의 바람이라면, 그렇게 하겠어요
마메흐:
여행자, 페이몬. 포즈를 취해줘. 지금부터 그림을 그릴 테니까
페이몬:
어? 잠깐만,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구. 어떤 자세를 취하지… 아, 아니지. 그것보다 왜 지금 이 시간에 갑자기 그림을 그리겠다는 거야?!
마메흐:
어…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는데, 시모어가 설명해 줄 거야…
시모어:
논리 모듈 연산 중. 마메흐 님의 요구 사유를 합리화 중입니다. 연산 결과: 데이터 부족, 설명 불가
시모어:
논리 모듈 연산 결과에 따라, 당신의 선택은 매우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마메흐 님
페이몬:
정말이지, 시모어 너 대체 뭐 하는 거야! 아니지… 마메흐는 왜 문제를 시모어한테 떠넘기는 거냐구!
시모어:
제가 설계된 주요 목적은 바로… 데이터 조각 정리 중
페이몬:
응? 시모어, 괜찮아? 뭔가 「작동 에러」가 난 것 같은데…
마메흐:
미안해, 페이몬… 더는 설명할 시간이 없어. 아니면 모든 게 늦어버려
페이몬:
알았어. 그럼 어쩔 수 없지.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지만 마메흐를 믿을게
여행자:
나도 마메흐를 믿어
여행자:
일부러 우리에게 해가 될 일을 하진 않을 거야
페이몬:
하지만… 어흑, 어떤 자세를 취할지 아직도 모르겠어…
페이몬:
여행자, 좋은 아이디어 없어?
페이몬:
좋아, 그럼 나도——
페이몬:
음… 어때? 이런 자세면 될까?
마메흐:
응, 아주 멋져
마메흐:
그럼 이제 남은 일은 나한테 맡겨
자신을 격려하듯 마메흐가 심호흡을 한다. 짧은 꼬리가 공중에서 몇 번 흔들리더니 말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표정으로 보나 여행자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보나 사뭇 진지해서 엄숙함마저 느껴진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마메흐의 그림이 완성된다
마메흐:
완성…했어
페이몬:
우와, 진짜 빠르다!
페이몬:
어, 여행자, 이리 와서 좀 봐봐. 이건…
여행자:
좀 전의 균열계 원형체에 대해…
엘리나스:
아! 그때 네가 갇힌 걸 봤어. 이러다간 내가 살아나고 너희는 죽을 것 같았지
엘리나스:
내 힘이 회복되기 시작하길래 이 세포들로 너를 옭아맨 물건을 파괴하자고 생각했어! 그래서 네가 움직일 수 있게 된 거야
여행자:
그게 네 세포였어?
엘리나스:
응! 내 세포들은 몸 안의 유해 물질을 몰아내고, 아이들을 보호해줘. 하지만 아이들처럼 똑똑하진 않아서 널 공격한 거야. 미안해
엘리나스:
그래도 도와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여행자:
이만 가볼게. 마메흐랑 페이몬이 걱정할 거야
엘리나스:
그렇구나…
엘리나스:
응, 내 시간도 거의 다 됐으니까! 너랑 하고 싶은 얘기가 아직 많지만, 이번에 얻은 생명도 거의 다 써버렸어
엘리나스:
여행자,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여행자:
어떤 일인데?
엘리나스:
나 대신 마메흐한테 전해줘…. 근데 뭐라고 전하지?
엘리나스:
그래, 이렇게 하자! 「네 그림은 정말 아름다워. 사랑해. 난 네가 자랑스러워」
엘리나스:
아, 맞다! 그리고 또 「언니 동생들이랑 잘 지내. 모두 널 사랑하니까」
엘리나스:
그럼 부탁할게, 여행자!
여행자:
응, 명심할게
엘리나스:
응, 고마워! 널 만나서 정말 기뻐. 미래의 언젠간 나도 누가 다치거나 죽을까 봐 걱정하지 않고 떳떳하게 지상을 걸었으면 좋겠다
엘리나스:
그때가 되면 내 진짜 모습을 꼭 보여줄게!
여행자:
마리안…
페이몬:
응? 그 이름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엘리나스:
앗, 드디어 왔구나. 줄곧 널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어, 여행자
여행자:
날 알아?
엘리나스:
응, 계속 널 보고 있었어. 아니지, 계속 널 느끼고 있었다고 하는 게 맞겠네. 그 그림 그리길 좋아하는 아이가 널 내 몸속으로 데려온 후부터 난 느낄 수 있었거든
엘리나스:
아주 따뜻한 빛이 줄곧 내 장기와 혈관 안에서 뛰어다니는 걸 말이야
여행자:
엘리나스…
엘리나스:
응. 내 이름이야. 예쁘지? 난 이 이름이 정말 좋아
여행자:
넌 왜 멜뤼진의 모습으로 나타난 거야?
엘리나스:
왜? 난 이 모습이 예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여행자 넌 안 그래?
엘리나스:
난 이 아이들을 사랑해. 모두 내 아름다운 아이들이거든. 이곳에서 난 내 모습을 결정할 수 있으니, 당연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을 선택해야지
여행자:
멜뤼진이 네 아이라고?
엘리나스:
응! 그건 아주아주 오래전, 내가 첫 번째 죽음을 경험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야
엘리나스:
아주 많은 사람과 원시의 물의 정령, 그리고 수많은 강철의 동물이 내 몸 안에 들어왔었어
엘리나스:
처음엔 그들도 그 두 사람처럼 이곳을 탐험하며 내 혈액을 수집하려는 줄 알고 아주 기뻤는데 결국 서로 싸우더라구
엘리나스:
하지만 그때 난 이미 죽어 있었고, 너무 허약해서 그들이 내 몸에 상처를 남기는 걸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
엘리나스:
결국 누군가 폭발을 일으켜 무시무시한 충격을 만들어 냈고, 수많은 사람과 강철의 동물들이 죽었어. 살아남은 사람들은 떠났고, 또 엄청 조용해졌지
엘리나스:
아주아주 많은 날카로운 파편들이 충격 때문에 내 몸에 박혔어. 하지만 나중에 이 상처 속 찢긴 살점에서 작은 생명이 나타났지
엘리나스:
난 정말 기뻤어. 아이들은 아름답고 또 똑똑했거든. 게다가 그때부터 알게 됐어. 난 파괴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새 생명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말이야
엘리나스:
그래서 난 아이들과 대화했어. 아이들에게 많은 일을 들려주고, 집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아이들을 열심히 키웠어. 그렇게 곳곳이 즐겁고 떠들썩해졌지
엘리나스:
그러다가 아이들이 점점 내 말을 못 듣게 됐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예전에 엄마랑 내가 헤어졌던 것처럼, 아이들은 자라서 부모 곁을 떠나는 거니까
엘리나스:
다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그 아이만큼은 계속 나랑 이야기를 했어. 심지어 친구까지 데리고 왔지. 덕분에 널 알게 돼서 난 정말 기뻐
여행자:
네가 바로 마메흐가 말한 「아버지」구나…
엘리나스:
그래, 맞아!
엘리나스:
근데 넌 정말 특별해. 예전에 모든 걸 돌이키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제야 난 깨달았거든. 내 피가 사람에게 독이라는 걸
엘리나스:
하지만 내 피와 접촉한 넌 중독이 되기는커녕 점점 나와 내 아이들의 정신과 연결되어,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됐지
엘리나스:
너는 내가 아는 인간 중에 내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 두 번째 인간이야. 아, 너희 같은 사람이 더 많았으면 정말 좋겠다
여행자:
다른 사람은 누구야?
엘리나스:
아, 서로 모르는 사이였구나? 둘이 얘기를 많이 하던데? 그 사람 말이야. 내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든 사람
여행자:
야코브…
엘리나스:
아주아주 오래전, 그는 어떤 사람과 내 몸속에 들어와 내 피를 수집해 흡수했어. 그리고는 늠름하게 변했지
엘리나스:
그때 내 아이들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었어. 난 줄곧 이곳에 누워 있었고, 너무 외로웠어. 그래서 그들을 만나서 정말 기뻤지.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정말 다행이야
엘리나스:
그래서 난 생각했어. 분명 내 피가 도움이 돼서, 그는 보답으로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해주려던 걸 거라고
엘리나스:
하지만 난 받아들일 수 없었어. 그래서, 네가 그를 막고 날 막아줘서 정말 고마워
여행자:
어째서야?
엘리나스:
왜냐하면, 내가 다시 살아나면 내 심장이 뛰어 피가 솟구칠 거고, 내장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테니까
엘리나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어떡해? 아이들이랑 아이들의 아름다운 집이 다 짓밟히고 소화돼 버릴걸? 그렇게 되면 너무 슬프잖아
엘리나스:
지금 보는 거랑 다르게 사실 내 몸은 엄~청 커. 게다가 무시무시하지
엘리나스:
처음에 난 형제자매들과 함께 엄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지상에 놀러왔었어
엘리나스:
하지만 마지막에서야 알게 된 거야. 내가 재밌고 즐거워한 일이 모두에게 엄청 무서운 일이었다는 걸. 그걸 발견했을 땐 모든 게 늦은 후라 너무 슬펐고, 크게 후회됐어
엘리나스:
그래서 마메흐한테 내 피로 그림을 그려서 너에게 주라고 한 거야. 그래야 네게 고맙다고 전할 기회가 있을 테니까
엘리나스:
고마워, 여행자, 내 심장을 멈춰줘서. 나는 살아있으면 남을 슬프게만 하니까. 그런 슬픈 일은 다시 보고 싶지 않아
여행자:
고맙긴
엘리나스:
응. 내 의식이 이렇게 또렷한 건 정말 오랜만이야. 우리 다른 얘기 하자! 어때?
페이몬:
야! 여행자, 여행자? 괜찮아? 왜 말도 없이 그림만 쳐다보는 거냐구…
페이몬:
정말이지, 시모어랑 똑같아졌어… 걔도 그래. 데이터를 검색한다더니 꿈쩍도 안 하잖아
여행자:
「네 그림은 정말 아름다워」
여행자:
「사랑해. 난 네가 자랑스러워」
마메흐:
어? 여행자, 어떻게… 나는… 아니, 너는…
페이몬:
여행자,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너 괜찮아?
여행자:
방금은 부탁을 받고 마메흐한테 말을 전한 거야
마메흐:
그렇구나, 고마워
여행자:
「언니 동생들이랑 잘 지내」
여행자:
「모두 널 사랑하니까」
마메흐:
줄곧 모두와 잘 지냈거든! 정말이지…
마메흐:
하지만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셨다면… 응, 알겠어. 고마워, 여행자
페이몬:
응? 여행자만 보느라 몰랐는데, 저기 저건 언제 또 돌로 변한 거야?! 흔들림도 멈춘 것 같고…
페이몬:
설마 마메흐가 그렇게 급하게 그림을 그려주려고 했던 게…
페이몬:
알겠다! 좋은 그림은 「사람을 끌어당긴다」는 말이 있으니까! 마메흐는 그림을 그려서 여행자을(를) 끌어당긴 거구나!
페이몬:
…일 리가 없지! 내가 말해놓고도 말이 안 되잖아!
여행자:
구체적인 건 나중에 설명해줄게
여행자:
최소한 이곳의 문제는 일단락됐어
페이몬:
흥! 알았어. 대신 나중에 제대로 설명해줘야 해!
마메흐:
응. 여행자, 페이몬, 이 그림 어때? 저기, 그… 얼마든지 날카롭게 평가해 줘…
마메흐:
시간은 없고 몸 상태도 별로일 때 그린 거라 자신이 없네…
마메흐:
아아, 변명 같잖아! 이러면 안 돼!
마메흐:
그래서… 너희의 감상은…?
여행자:
아주 마음에 들어
페이몬:
어, 어디가 마음에 드는데? 난 하나도 모르겠는데…
마메흐:
그렇구나… 응! 정말 다행이야!
페이몬:
마메흐의 그림은… 「대단하다」는 말 외에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쩌면 이게 「예술의 세례」인 걸까?
마메흐:
응, 너희 마음에 들었다면 그걸로 충분해. 너희가 좋으면 나도 좋아
마메흐:
나는 말을 잘 못하고, 페이몬처럼 똑똑하지도 않지만, 너희랑 같이 있을 땐 정말 즐거워. 그래서, 나도 너희에게 즐거운 걸 주고 싶어…
시모어:
조각난 데이터 초벌 정리 완료
페이몬:
우왓!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어!
시모어:
앞서 하지 못한 답변을 이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마메흐:
엥? 「앞서 하지 못한 답변」이라면…
시모어:
페이몬 님이 말한 「주인님」에 관한 문제… 그리고 방금 언급한 「제 설계의 목적」입니다
시모어:
저는 프로토타입 4ACV07입니다. (시끄러운 기계음) …에 의해 설계되었으며 제 주인인 마리안 님을 보필하고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페이몬:
응? 마리안? 아까 그 야코브란 녀석도 그런 이름을 말했던 것 같은데…
시모어:
맞습니다. 마리안 님은 제 주인입니다. 그리고 제 가장 중요한 명령은 바로 (시끄러운 기계음) …대신해 주인님 곁을 지키며 행복한 웃음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시모어:
현시점에 도달하기까지 톱니바퀴 시계 (1/7)×10^21 주기 동안, 중계 모듈이 사라진 탓에 제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시모어:
사실상 현재 마리안 님의 위치 역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됩니다. 제 논리 유닛이 즉시 수정을 요청합니다
시모어:
따라서 여러분만 괜찮다면 잠시 작별을 고하겠습니다. 제 연산 모듈은 이미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을 계산해 냈습니다. 전 즉시 이동해야 합니다
마메흐:
어…? 잠깐만, 시모어… 가려는 거야?
시모어:
맞습니다. 지금까지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메흐 님. 하지만 전 제 사명을 이행해야 합니다
마메흐:
그… 그럼 나도 같이 가…
시모어:
안 됩니다. 행동 위험 정도 추정: 높음. 당신의 안전을 위해 당신의 제의를 거절해야 합니다, 마메흐 님
시모어:
하지만 보장하겠습니다. 주인님을 찾은 후 이곳에 돌아와 정식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시모어:
다만 제 일부 기억 데이터에 손상이 있어 제가 가야 하는 곳, 「수선화 십자 결사회」의 위치를 아직 파악할 수 없습니다
시모어:
따라서 검색 과정 중 대량의 시간을 소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리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메흐:
그렇구나… 알겠어
마메흐:
시모어는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떠나야 하는 거지? 하지만, 꼭 나한테 돌아올 거야, 그렇지?
시모어:
그렇습니다
마메흐:
그래. 그럼 시모어, 조심히 다녀와…
마메흐:
꼭 돌아와야 해. 내 생명을 상징하는 「증표」가 너한테 있으니까. 내가 못 찾는 곳에서 망가지면 안 돼…
시모어:
약속하겠습니다, 마메흐 님. 사명을 이행한 후 당신이 있는 좌표로 돌아오겠습니다
마메흐:
응, 그래… 알겠어! 그, 저기, 나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서 그림을 그리러 가야겠어! 일 다 보면 꼭 돌아와 줘!
여행자:
약속할게
여행자:
우리가 대신 시모어를 잘 보살필게
마메흐:
응, 알겠어! 여행자, 페이몬, 그리고 시모어, 조심히 다녀와!
마메흐:
난… 먼저 갈게…
페이몬:
마메흐…
페이몬:
그럼 이제 어디로 가지…? 방금 시모어가 「수선화 십자 결사회」라고 했던가?
여행자:
수선화 십자 결사회?
페이몬:
음, 수선화 십자 결사회… 그건 어디에 있는데?
시모어:
검색 중… 데이터 부족, 답변할 수 없습니다
시모어:
제 연산 모듈은 이 이름 외에 다른 어떤 관련 정보도 검색해 내지 못했습니다
페이몬:
그럼 어떻게 찾아!
여행자:
우리도 돕자
시모어:
연산 중… 그렇습니다. 당신이 함께라면 작전 성공률이 상승할 겁니다
시모어: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여행자 님
페이몬:
좋아, 그럼 일단 출발하자! 모든 걸 해결한 후에 다 같이 마메흐에게 돌아가는 거야!
여행자:
난 그게 어딘지 알아…
시모어:
…?
페이몬:
응, 확실히 가봤던 것 같아…. 아주 신비로운 방법으로 가야 하는데, 시모어가 들어갈 수 있는지 모르겠네…
페이몬:
좋아, 그럼 일단 출발하자! 모든 걸 해결한 후에 다 같이 마메흐에게 돌아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