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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의 긴 하루·제3장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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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심판
마침내 무념무상의 공간에서 기둥 전당으로 돌아왔다…
차이틀린트:
살다 보면 정말 별일을 다 겪게 되네
차이틀린트:
아까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멜란타를 상대할 때 너희는 정말 대단했어… 그런데…
차이틀린트:
…너희가 뭘 했더라?
차이틀린트:
그리고… 너희는 또 누구지?
페이몬:
기억이 흐려지기 시작한 건가?
차이틀린트:
나는… 누구?
여행자:
네 이름은 차이틀린트야
페이몬:
맞아! 난 페이몬이고, 이쪽은 Nhà Lữ Hành! 우린 네 친구야!
차이틀린트:
친구…?
페이몬:
그럼! 우린 산전수전을 함께 헤쳐 온 사이라구
차이틀린트:
그런가?
차이틀린트:
응, 왠지 그런 느낌이 들어
페이몬:
그리고 네 언니는 요즘 기분 전환 삼아 온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어. 걱정 마, 분명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테니까
페이몬:
비록 언니도 너랑 비슷한 상황이라 널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너희는 똑같이 생겼잖아?
페이몬:
직접 만나면 분명히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차이틀린트:
나한테 언니가 있다고?
페이몬:
아, 이 묘비는 신경 쓰지 마!
페이몬:
이건 네 언니가 자신의 새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거야
페이몬:
네 언니는 진짜 살아 있어!
차이틀린트:
언니…
페이몬:
응응
차이틀린트:
우리 언니는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페이몬:
응
페이몬:
아무튼 가방 안에 네 정보가 들어 있으니까, 보면 다 기억날 거야
차이틀린트:
응
페이몬:
아, 그리고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페이몬:
세상을 구했을 정도로 대단하다구!
차이틀린트:
내가?
페이몬:
다들 엄청 고마워하고 있어. 그러니까 가슴 펴고 당당하게 살아 봐
페이몬:
누가 널 괴롭히면 Nhà Lữ Hành한테 편지 써! 얘가 해결 못 하는 일은 없으니까
여행자:
지금 뭘 하고 싶어?
차이틀린트:
잘 모르겠어. 다만 며칠을 굶은 것처럼 배가 고파
페이몬:
나도 배고파! 뭐라도 먹어야겠어!
페이몬:
얼른 배낭을 털어서 버섯 닭꼬치를 왕창 만들어 먹자!
이스토리아:
차이틀린트… 널 이대로 인간 세상에 돌려보낼 수는 없어
이스토리아:
하지만 나는 또다시 두려움 때문에 침묵했지
이스토리아:
난 알아. 네가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면, 어떤 선택을 할지…
차이틀린트:
괜찮아요. 전 이미 모든 작별을 끝냈는걸요
페이몬: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페이몬:
지금 승천의 길을 만들고 멜란타를 혼내 줄 방법을 의논하던 거 아니었어?
이스토리아:
사실… 저번에 멜란타를 만나기 위해 모든 기억을 바친 사람은…
이스토리아:
차이틀린트의 언니 라움힐다였어
차이틀린트:
네?!
이스토리아:
그 당시 멜란타는 광기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수많은 사람을 징벌했지
이스토리아:
우리는 기계가 아니고 수명도 길어서, 잊어버린 걸 언젠가는 떠올리기 마련이니까
이스토리아:
라움힐다는 멜란타의 폭정을 직접 보고 들었어
이스토리아:
난 라움힐다에게 그 일로 화내거나 슬퍼하지 말고, 그저 천국의 약간 어두운 이면 정도로 생각하라고 했지
이스토리아:
어차피 라움힐다는 니힐리타가 올려보낸 거라, 오른쪽이가 다시 돌려보낼 수 있었거든
차이틀린트:
하지만 그대로 돌아간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죠?
이스토리아:
라움힐다도 그렇게 말했지. 하하, 너희 둘은 참 많이 닮았네
차이틀린트: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이스토리아:
다만 라움힐다는 명랑하고 수다스러운 반면, 너는 내향적이고 차분하지
차이틀린트:
다들 그렇게 말해요
페이몬:
잠깐, 전에 그랬잖아. 지금은 공간의 신전에 신이 없으니까, 승천의 길은 한 번 써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페이몬:
그럼 우리는 차이틀린트의 언니가 남긴 길을 따라 올라가는 거야?
이스토리아:
정말 그렇다면 회의는 필요 없겠지. 바로 올라가서 혼내주면 되니까
이스토리아:
하지만 멜란타가 라움힐다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몰라도, 분노한 멜란타는 라움힐다의 기억으로 만든 승천의 길을 끊어 버렸어
이스토리아:
그리고 라움힐다도 지금 이곳에 없지
페이몬:
그럼 또 누군가가 기억을 바쳐야만 올라갈 수 있다는 거야?
페이몬:
음… 오른쪽이한테 부탁하면 안 될까?
페이몬:
오른쪽이는 그 나쁜 녀석이랑 같은 종족이잖아? 멜란타가 오갈 수 있는 곳이라면 오른쪽이한테도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이스토리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비유비무의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는 전당」과 기둥 전당의 공간은 「무소유 회랑」에 의해 격리되어 있어
이스토리아:
그 「무소유 회랑」에는 신전 그 자체의 힘이 깃들어 있고, 파수꾼들은 유지를, 회랑은 떠남을 관장하고 있지
이스토리아:
오른쪽이는 아직 어린 파수꾼이라 힘이 부족해
페이몬:
그럼 어떡하지?
이스토리아:
내가 기억을 바칠게
페이몬:
그치만 이스토리아, 넌…
이스토리아:
말했다시피, 난 무거운 역사와 지식을 짊어지고 있어서 겁이 많아
이스토리아:
그래서 그때 난 망설였고, 라움힐다는 그걸 눈치챘지
차이틀린트:
당신이 짊어진 것에 비하면, 평범한 인간의 고통스러운 일생은 사소한 대가에 불과할 테죠
페이몬:
절대 안 돼, 이스토리아. 넌 인류의 보물이잖아. 다른 사람이 바치는 게 낫겠어
페이몬:
그치만 나랑 Nhà Lữ Hành한테는 중요한 일이 남아 있는데…
여행자:
그렇지 않아, 페이몬. 모든 사람은 평등해
여행자: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다른 사람을 대신 희생시킬 수는 없어
페이몬:
확실히, 남한테 모든 기억을 포기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좀…
차이틀린트:
제가 바칠게요
페이몬:
차이틀린트!
이스토리아:
언니랑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야
이스토리아:
넌 이곳에서 수많은 세계의 역사와 불가사의를 봤잖아
이스토리아:
그럼에도 이 세계에 대한 미련이 조금도 생기지 않은 거니?
이스토리아:
난 지금 그때 말했던 그 근본적인 철학내일을 계속 살아갈지 말지 문제의 답을 찾았어
차이틀린트:
……
이스토리아:
봐, 방금 망설였잖아. 그게 바로 답이야. 내일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지
차이틀린트:
아뇨, 이스토리아 씨. 당신은 지혜로운 사람이지만,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이스토리아:
말해 봐
차이틀린트:
니힐리타는 어째서 언니를 선택한 걸까요?
차이틀린트:
그리고 제가 이곳으로 보내진 것은 정말로 우연일까요?
이스토리아:
그건 단순한 우연이라고 네 언니가 말했어
이스토리아:
요양원 폐쇄가 결정된 날 밤, 네 언니는 산책하다 니힐리타와 마주쳤다고 했지
차이틀린트:
아뇨, 그건 우연이 아니었어요. 자신을 구하는 게 곧 세계를 구하는 거였으니까요
이스토리아:
음?
차이틀린트:
만약 모든 걸 잊지 않았다면, 언니는 분명 자살했을 거예요
차이틀린트:
어째서 언니가 살아 있을 거라고 확신하셨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새로운 인생은 분명 희망으로 가득 차 있겠죠
차이틀린트:
전 카라사와 에이이치의 소설에서 이런 구절을 본 적이 있어요
차이틀린트:
「어두운 세계를 위해 구세주께서 희생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시니, 그분의 영혼은 구원받아 빛의 왕국으로 승천했다」
차이틀린트:
자신의 우울을 치유하는 동시에 세계를 구원하다니, 참 멋지지 않나요?
차이틀린트:
이런 기회를 당신에게 양보할 수는 없죠
이스토리아:
아…
이스토리아:
순간 네 언니가 말하는 줄 알았어. 하지만 라움힐다라면 그렇게 말하진 않겠지
차이틀린트:
물론이죠. 언니는 책을 거의 안 읽으니까요. 저처럼 고전소설을 인용할 리 없죠
차이틀린트:
Nhà Lữ Hành, 페이몬, 너희가 반대해도 소용없어
차이틀린트:
대신 기억을 잃은 내가 지상으로 돌아가면, 내가 누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 줘
페이몬:
음… 우린 친해진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처음부터 시작해야겠네
차이틀린트:
「기억을 지우고 다시 읽고 싶을 만큼 재밌는 소설」이야말로 최고의 평가잖아? 너희도 그만큼 좋은 친구야
페이몬:
그런 농담 하지 마. 슬퍼지잖아
차이틀린트:
이스토리아 씨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다주세요
페이몬:
아직 볼 일이 남아 있어?
이스토리아:
휴…
차이틀린트:
이건… 언니의 필체야
페이몬:
어? 아래에서 찾지 못했던 편지가 남아 있었나?
차이틀린트:
아니, 이건 언니가 짤막하게 남긴 메시지와 한 편의 시야
차이틀린트:
확실히 작별 인사는 아니네. 언니는 아직 살아있을 거야
페이몬:
이거 우리가 봐도 돼?
차이틀린트:
곧 보게 될 거야
이스토리아:
차이틀린트,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설득해도 될까?
차이틀린트:
당신의 주장은 이미 논파당했어요, 이스토리아 씨
차이틀린트:
마침 언니의 무덤이 비어 있는데, 제가 그 안에 들어갈까 봐 걱정되지는 않으신가요?
이스토리아:
…알겠어
이스토리아:
네 언니의 기억으로 만든 승천의 길은 끊어졌지만, 아마 절반쯤은 남아 있을 거야
이스토리아:
어쩌면 네 기억이 라움힐다의 기억과 뒤섞여서 독특한 장면이 보일지도 몰라
페이몬:
그럼 차이틀린트의 기억도 절반은 남길 수 있는 거 아냐?
이스토리아:
저번에 말했잖아. 기억을 바치는 일과 무소유의 회랑을 통과하는 일은 아무 관련도 없어
이스토리아:
그저 기억을 돌이켜 볼 수 있게 해 주는 자비일 뿐이지
페이몬:
음, 그럼 차이틀린트의 개인적인 기억도 보게 될 텐데, 우리가 같이 가도 괜찮을까?
차이틀린트:
「난 네가 태어나기 수년 전 석양 속에서 보았던 노란 장미 한 송이의 기억을 네게 바친다」
차이틀린트:
「난 너에 대한 설명과 이론, 그리고 진실하고도 놀라운 소식을 네게 바친다」 어때, 괜찮은 시지?
차이틀린트:
너희는 이따가 기억을 잃은 내가 누구인지 알려줘야 하잖아
차이틀린트:
마음껏 봐. 그래야 참된 나를 재구성할 수 있으니까
차이틀린트:
그리고 언니의 개인적인 기억은… 봐도 상관없어. 동생을 까맣게 잊고 혼자 세계 여행을 떠나 버린 사람이니까
페이몬:
방금 그 말에는 감정이 실린 것 같은데?
페이몬:
그리고 너 갑자기 말이 많아진 것 같네?
차이틀린트:
그런가?
차이틀린트:
이스토리아 씨, 승천의 길은 여기서 만드는 건가요?
이스토리아:
맞아
차이틀린트:
그럼 시작하죠
차이틀린트:
언니의 시는…
차이틀린트:
감정만 가득했고, 문학적 소양은 없었어
차이틀린트:
그래도, 나쁘지는 않더라
페이몬:
차이틀린트, 우리가 누군지 기억해?
차이틀린트:
이스토리아가 그랬어.이곳을 떠나야 내 기억이 사라질 거라고
차이틀린트:
지금은 문제 없어
차이틀린트:
방금 본 건 언니가 상상하고 내게 들려준 바깥세상의 모습이야
차이틀린트:
과연 폰타인 바다에는 정말로 보물선이 있을까? 이나즈마 진수의 숲에는 정말로 요괴가 살까?
차이틀린트:
아란나라는 정말로 존재할까? 어른이 된 나는 아란나라를 볼 수 있을까?
페이몬:
아란나라는 진짜 있어! 걔들은 기억을 힘으로 삼지
차이틀린트:
그럼 나도 아란나라겠네?
페이몬:
우린 아란나라보다 더 신기한 것도 많이 봤어. 걔들은 진짜 있다니까!
차이틀린트:
언젠가 아란나라를 한 번 만나보고 싶네
차이틀린트:
지금부터 기둥 전당과 이곳을 잇는 탑에는——
차이틀린트: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던 두 소녀의 마음만이 영원히 남아 있겠지
차이틀린트:
그것도 일종의 영원함 아닐까?
차이틀린트:
준비는 다 됐어?
이스토리아:
차이틀린트, 다시 한번 생각해 봐
차이틀린트:
됐어요
이스토리아:
휴…
멜란타:
이방인이여, 너는 인간 아이가 아니니 어찌 불러야 하는가?
여행자:
Nhà Lữ Hành, 이게 제 이름이에요
여행자:
인간 아이라는 게 무슨 뜻이죠?
멜란타:
모든 생명의 통솔자께서 창조하신 시조와 그 후손은 모두 인간 아이다. 모태 바다의 거짓된 인간 역시 특별히 사면받아 그 부류에 속하지
멜란타:
하지만, 너는 아니다
여행자:
신은 어째서 제 여동생을 잡아간 거죠?
멜란타:
그건 답할 수 없다. 나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지
멜란타:
처음에는 주제넘은 행동에 대한 징벌이라 생각했지만, 어쩌면 빛과 어둠에서 원초의 인간이 탄생했다는 이단 신화처럼 더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겠군
페이몬:
너 왜 갑자기 묻는 말에 전부 대답해 주는 거야?
멜란타:
이것이 내 영혼에 새겨진 규칙이다. 인간 아이가 모든 것을 바쳐 알고자 했으니, 창조주의 대행자인 나는 숨김없이 답해야 마땅하지
멜란타:
어차피 인간 아이는 모든 것을 잊게 될 테니, 이 찰나의 문답과 영원한 해방 또한 신의 자비이니라
페이몬:
그럼 사람들한테는 왜 그렇게 가혹하게 군 거야?
멜란타:
그것 또한 규칙이다. 창조주께서 떠나셨고 니힐리타는 타락했으니, 내가 주인님의 규율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멜란타:
이곳은 오직 보존만을 위한 곳. 그 어떠한 혁신과 진화도 용납되지 않는다
차이틀린트:
제 기억이 맞다면, 당신의 이름은 멜란타죠?
멜란타:
인간 아이여, 네 이름은 알고 있다
멜란타:
차이틀린트
차이틀린트:
언니가 저에 대해 뭐라고 말했죠?
멜란타:
라움힐다는 날 설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 네가 대신 날 설득하러 올 거라고 했지
차이틀린트:
들었지? 사실 휘말린 건 내가 아니라 너희였던 거야
페이몬:
으, 우리는 그저 고용된 싸움꾼에 불과했구나. 니힐리타, 진짜 나빴어!
멜란타:
니힐리타! 배신한 타락자여!
멜란타:
책무를 포기해 놓고 감히 눈을 떴다는 거짓말을 하다니!
멜란타:
파수꾼은 본디 세계의 기둥 전당에서 조용히 파수해야 하거늘!
페이몬:
엄청 흥분했네! 너도 갇혀 있는 건 참아도 남이 자유로운 꼴은 못 보는 타입이구나?
차이틀린트:
음, 언니가 실수한 게 있네요
차이틀린트:
저는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 건 많지만, 내향적인 성격이라 말재주가 없거든요
차이틀린트:
저는 소통을 피하는 사람이니까, 당신을 설득할 사람은 제가 아니에요
차이틀린트:
Nhà Lữ Hành, 부탁할게
멜란타:
인간 아이여… 아니, 너는?!
멜란타:
나의 창조주시여… 어찌하여 그녀를 선택하고, 저를 버리셨나이까…!
페이몬:
쟤 갑자기 화난 것 같은데?
멜란타:
저들을 쫓아내라!
멜란타:
니힐리타! 니힐리타!
멜란타:
그랬군… 그랬어…
멜란타:
신이 자리에 없으면, 창조물은 자유로워져야 하는 법이지
차이틀린트:
멜란타
멜란타:
말해라
차이틀린트:
이건 우울증을 겪어온 제 경험담인데, 이제 와서 말하기엔 좀 늦은 감이 있네요
차이틀린트:
우울증은 질병이에요. 우울감을 억제할 수 없다면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세요
멜란타:
넌 네 언니와 똑같군.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
멜란타:
하하, 그럼 규칙이 구현되어 탄생한… 괴물은 어디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
차이틀린트:
이제야 환자를 때린 일에 대해 죄책감이 드나 보죠?
페이몬:
차이틀린트, 넌 친할수록 더 짓궂어지는 타입이구나
차이틀린트:
내향적인 사람은 원래 속이 새까맣거든
차이틀린트:
어차피 내 본모습을 볼 시간도 얼마 없잖아
페이몬:
또 그런 슬픈 소리를 하네…
차이틀린트:
난 속이 새까만 사람이니까
여행자:
멜란타, 물어볼 게 있어요
멜란타:
궁금한 게 있다면 어서 물어봐라. 난 곧 사라질 거다
멜란타:
난 제멋대로 공간의 이치를 모욕한 화가를 처리했고, 무소유 회랑으로 통하는 길도 끊었다…
멜란타:
이는 월권 행위였지. 그 탓에 규칙이 발동해 몸이 서서히 붕괴하고 있군
멜란타:
사실 난 네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규칙을 어기면 소멸이 앞당겨질 테니 어쩔 수 없지
여행자:
제 가족에 대해…
멜란타:
자유로운 의지와 두 발로 여기까지 왔으면서, 어째서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냐? 네가 직접 찾아보거라
멜란타:
넌 나처럼 날개를 스스로 속박한 끝에 꺾인 것도 아니잖느냐!
여행자:
왜 사람들을 학대하는 거죠?
멜란타:
학대라니? 난 그저 천국의 변치 않는 신성한 화음을 따르지 않고, 부정한 속세를 부러워하는 자들을 교정했을 뿐이다
멜란타:
그랬군… 난 질투하고 있었어. 그들을 질투했고, 타락한 니힐리타를 질투했으며, 변화와 자유, 그리고… 생명까지 질투했지
멜란타:
난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창조주께서 돌아오시면 그분의 칭찬을 받아 모두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려 했지
멜란타:
어째서 그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셨을까. 어째서 함께 떠나자고 하지 않으셨을까…
차이틀린트:
그 이유를 알 것 같네요. 당신이 이렇게까지 매정하고 고지식하지 않았다면 데리고 갔을지도 모르죠
여행자:
차이틀린트는 물어보고 싶은 거 없어?
차이틀린트:
나? 음, 요양원에 마성의 산이라는 전설이 있는 이유가 뭐죠?
멜란타:
…심연 재앙이 발생했을 때, 주둔 기사들은 목숨을 걸고 그곳에서 맞서 싸웠다. 이윽고 돈만 항구에는 이런 소식이 전해왔지:
멜란타:
「바람 멎은 산으로 간 자,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
차이틀린트:
아, 전설이 왜곡된 거군요. 그곳은 저주받은 곳이 아니라 페보니우스 기사들이 잠든 안식처였던 거네요
멜란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너희 모두가 증오스럽구나. 하지만 그보다도 이 의식을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앞서는군
멜란타:
인간인 너와 네 언니는 모든 걸 사랑했으나 죽음을 갈망했다. 반면 살고 싶어하는 나는 곧 소멸을 맞이하게 되다니…
멜란타:
니힐리타여, 나는 우울하구나…
멜란타:
니힐리타! 니힐리타!
멜란타:
그랬군… 그랬어…
멜란타:
신이 자리에 없으면, 창조물은 자유로워져야 하는 법이지
차이틀린트:
멜란타
멜란타:
말해라
차이틀린트:
이건 우울증을 겪어온 제 경험담인데, 이제 와서 말하기엔 좀 늦은 감이 있네요
차이틀린트:
우울증은 질병이에요. 우울감을 억제할 수 없다면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세요
멜란타:
넌 네 언니와 똑같군.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
멜란타:
하하, 그럼 규칙이 구현되어 탄생한… 괴물은 어디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
차이틀린트:
이제야 환자를 때린 일에 대해 죄책감이 드나 보죠?
페이몬:
차이틀린트, 넌 친할수록 더 짓궂어지는 타입이구나
차이틀린트:
내향적인 사람은 원래 속이 새까맣거든
차이틀린트:
어차피 내 본모습을 볼 시간도 얼마 없잖아
페이몬:
또 그런 슬픈 소리를 하네…
차이틀린트:
난 속이 새까만 사람이니까
여행자:
멜란타
여행자:
아직 궁금한 게 있어요
멜란타:
더는 대답할 힘도 없고, 대답하고 싶지도 않다
멜란타:
난 제멋대로 공간의 이치를 모욕한 화가를 처리했고, 무소유 회랑으로 통하는 길도 끊었다…
멜란타:
이는 월권 행위였지. 그 탓에 규칙이 발동해 몸이 서서히 붕괴하고 있군
멜란타:
니힐리타여, 나는 우울하구나…
페이몬:
이스토리아, 우리가 멜란타를 혼쭐내 줬어
이스토리아:
하늘이 바뀐 걸 보니 성공했나 보네
이스토리아:
멜란타가 뭐 도움이 될 만한 얘기라도 해줬어?
이스토리아에게 방금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이스토리아:
휴, 「파수꾼」은 원래 각성한 자, 눈을 뜬 자를 뜻해
이스토리아:
눈을 감은 파수꾼은 결국 어둠에 눈이 멀 수밖에 없어. 하지만 각성 또한 창조주의 의지를 거스르는 일이니, 타락한 것으로 간주되겠지
이스토리아:
오른쪽이야. 우리가 너를 가르쳐 줬고, 같이 놀아 줬고, 잘 돌봐줬지? 넌 우리 모두가 함께 키운 거나 다름없는 거야
이스토리아:
그러니까 나중에 다 크고 나서 우리가 잘해줬던 거 잊으면 안 된다?
이스토리아:
?
페이몬:
그나저나 빛과 어둠의 원초 인간에 관한 이단 신화가 대체 뭐야?
이스토리아: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어. 지금 떠오르는 건 천사들이 이단으로 지목했던 어떤 비유뿐이야
이스토리아:
빛의 신은 자신과도 같은 몸을 만들었으나, 어둠의 신에게 빼앗겼다
이스토리아:
그 몸속에서 빛과 어둠이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고, 빛과 어둠을 동시에 지닌 원초의 인간은 선과 악을 품게 되었다
이스토리아:
이건 원초의 인간에 대한 잘 알려지지 않은 전설이지
페이몬:
너무 간략해서 별 도움은 안 될 것 같은데
이스토리아:
지금은 더 이상 떠오르는 게 없어
차이틀린트:
이스토리아 씨, 작별 인사는 안 해주실 생각인가요?
이스토리아:
난 너와 네 언니를 볼 면목이 없어
차이틀린트:
사실 아까부터 생각하던 게 있어요
페이몬:
그게 뭔데?
차이틀린트:
내 묘비명을 생각하고 있었어
차이틀린트:
오해하지 마, 페이몬. 난 불로불사의 존재가 아니니까. 언젠가는 쓰게 될 거야
차이틀린트:
처음엔 뾰족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어. 언니의 가짜 묘비명이 워낙 훌륭했으니까
차이틀린트:
그런데 방금 막 생각났어
이스토리아:
뭐라고 쓸 건데?
차이틀린트:
제 묘비명은 「다음 편에 계속」이에요
차이틀린트:
「한 번의 삶은 중요치 않다.Einmal ist keinmal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만큼 멋지지 않나요?
이스토리아:
사람은 끊임없이 전개되는 이야기야. 죽는다고 해서 완결되진 않지
차이틀린트:
그럼 잘 있어요, 이스토리아 씨
이스토리아:
잘 가, 차이틀린트. 라움힐다를 만나게 되면 안부 전해줘
차이틀린트:
약속은 못 해요. 언니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을 거란 보장도 없고요
차이틀린트:
Nhà Lữ Hành, 페이몬. 지상에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