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다에서 행방불명
아루 마을에 모험가의 도움이 필요한 몬드 상인이 한 명 있다
???:
오! 안녕! 차림새를 보아하니 현지인은 아닌 것 같은데? 여긴 이방인이 흔치 않아서, 너희가 타향에서 왔다는 걸 한눈에 알아봤어
???:
어휴… 이방인이 여기서 밥벌이를 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
페이몬:
너도 외지에서 왔어?
보니파츠:
티가 나? 난 보니파츠라고 해. 몬드 출신이야. 전에는 도시에서 물자 장사를 좀 하다가 아카데미아 학자로부터 의뢰를 받고 이곳에 오게 됐어
페이몬:
장사하러 몬드에서 사막까지 왔다는 거야…?
보니파츠:
그건 그렇고, 사막 같은 외진 곳에 온 너희 둘도 사전 수전 다 겪었을 거라고 봐
페이몬:
당연하지, 우린 너의 고향인 몬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구!
보니파츠:
오오! 그럼 우리 몬드 사람의 특징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겠지?
보니파츠:
맞아! 우리 몬드 사람이 가장 중요시하는 건 바로 「자유」야
보니파츠:
갑자기 그 말이 기억 안 나네
여행자:
「바람과 함께 사라져라」!
페이몬:
…「바람의 인도에 따라」가 맞겠지!
보니파츠:
아, 맞다, 맞아! 바로 그거야!
보니파츠:
북풍이 불자 민들레 씨앗들이 바다를 건너 일부는 이나즈마로, 일부는 리월로 날아갔지
보니파츠:
나는 아마 바람의 신의 특별한 총애를 받았는지 도착한 리월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수메르까지 날아왔지
보니파츠:
여기는 말이야, 기후나 생활 습관 모두 몬드와 다르지만 기왕 왔으니 즐기자는 마음으로 안착했어
페이몬:
그렇구나… 근데 앞서 이방인이 여기서 밥벌이를 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는데, 무슨 골치 아픈 일이 생긴 거야?
보니파츠:
아, 실은 아카데미아 학자의 의뢰를 받았거든…
보니파츠:
티르자드라는 학자가 두 명의 용병을 데리고 어떤 유적을 찾아갔어. 아마 고고학 연구하러 갔겠지? 아카데미아에서 하는 일에 관한 건 나도 잘 몰라
보니파츠:
나와 파트너는 그들에게 일부 물자를 제공하고 동물 짐꾼 몇 마리도 빌려주었지
보니파츠:
나의 파트너 나흐티갈은 그들이 동물 짐꾼을 다루지 못할까 봐 걱정돼서 따라갔어
보니파츠:
그들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보급품을 조달해서 보내기 위해, 주기적으로 황혼새로 소식을 전하기로 약속했는데…
보니파츠:
초반에는 황혼새가 소식을 전했지만 지난 이틀 동안 소식이 뚝 끊겼어…
페이몬:
설마 무슨 사고가 생긴 건 아니겠지…
보니파츠:
그래, 나도 그게 걱정이야! 그래서 모험가 길드에 찾아가서 의뢰할까 생각했지만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아서…
페이몬:
오? 이런 우연이!
여행자:
우리도 자격증 있는 모험가예요
보니파츠:
젊은 모험가였구나! 하지만 사막은 위험하니 현지인이나 경험이 많은 베테랑에게 부탁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페이몬:
지금 우리 무시하는 거야? 흥! 몬드를 떠난 지 오래돼서 잘 모르는 거 같은데…
페이몬:
여행자은(는) 결코 평범한 모험가가 아니야,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명예 기사」이기도 하지!
보니파츠:
뭐라고? 여행자… 설마 그 유명한…?
페이몬:
오! 너도 들어봤구나? 맞아! 이쪽이 바로 그 유명한 여행자! 그리고 난 그 유명한 페이몬이지!
보니파츠:
아이고! 실례했네! 이런 곳에서 대영웅을 만나게 될 줄이야. 그리고… 작은 영웅까지!
보니파츠:
그렇다면 할 말이 없네. 다만 도시를 구하는 중요한 일을 맡을 두 사람이 어떻게 이런 하찮은 작은 의뢰를 받을 시간이 있겠어…
페이몬:
어… 우리라고 맨날 그런 거창한 일만 받는 건 아니라구… 당연히 일반 의뢰도 받지!
보니파츠:
그럼 이 의뢰를 수락하는 거야? 잘됐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대영웅님은 아량이 넓으니 죽어가는 사람을 두고 볼 리 없겠지!
페이몬:
우린 아직 한다고 안 했어… 그리고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데 죽어간다니, 불길해!
보니파츠:
아… 그럼 난 혼자 성으로 돌아가 모험가 길드에 의뢰를 넣을 수밖에… 그리고 누군가 의뢰를 수락할 때 쯤엔 그 네 명은 아마도… 어흑…
페이몬:
으음…
보니파츠:
두 영웅님이 바쁜 와중에 이 의뢰를 수락해준다면 보수는 어떻게든 챙겨줄게! 참, 그 아카데미아의 학자가 꽤 부자라고 하던데…
보니파츠:
그들이 곤경에 빠진 순간에 여행자 같은 진정한 영웅이 짠하고 나타난다면!
보니파츠:
보수를 양쪽에서 받을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이건 어딜 봐도 남는 장사라고!
페이몬:
음…? 여행자, 넌 어떻게 생각해?
여행자: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야지
보니파츠:
잘됐다! 정말 잘됐어. 내 사이러스도 이제 살았어!
페이몬:
…「사이러스」?
보니파츠:
응, 이번에 빌려준 동물 짐꾼 중 한 마리의 이름이 사이러스야
페이몬:
응? 그치만 「사이러스」라고 하면…
여행자:
이건 사이러스 본인도 알고 있나요?
보니파츠:
…아? 그… 그건…
보니파츠:
…하하, 괜찮아, 영웅님이 알려주지만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까
보니파츠:
크흠… 학자들은 마을을 떠나 서쪽으로 갔는데, 이쪽의 길은 찾기 힘들지만 발자국만 따라가면 그들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보니파츠:
그럼 두 사람한테 부탁할게!
캐서린:
여행자 그리고 페이몬, 마침 잘 왔어. 지금 너희에게 긴급 의뢰를 맡기려고 해
캐서린:
의뢰인은 현재 아루 마을에 있는 몬드의 상인인데, 그의 파트너가 아카데미아의 학자에게 빌려준 동물 짐꾼과 함께 사막에서 실종된 지 꽤 됐대…
캐서린:
경험이 풍부한 모험가가 이 의뢰를 받아 자신의 파트너와 동물 짐꾼의 안전 여부를 확인해 줬으면 한대
캐서린:
여행자 그리고 페이몬 같은 경험이 풍부한 모험가에게 이런 의뢰는 당연히 식은 죽 먹기겠지?
페이몬:
사막에서 실종되다니… 정말 걱정이 되네. 여행자, 가보자
캐서린:
의뢰인의 이름은 보니파츠이고, 현재 아루 마을에 머물고 있으니 직접 가서 구체적인 상황을 들어 봐. 잘 다녀와
페이몬:
혹시 보니파츠야? 우리는 모험가 길드에서 온…
보니파츠:
오! 안녕! 하지만 옷차림을 보니 현지인은 아니겠지? 모험가 길드에서 상황을 더 잘 아는 현지 모험가를 보낼 줄 알았는데
보니파츠:
어휴… 그나저나 나도 이방인인데, 이방인이 여기서 밥벌이를 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
보니파츠:
나와 파트너는 모두 몬드 출신으로 도시에서 물자 장사를 좀 하다가 아카데미아 학자로부터 의뢰를 받고 이곳에 오게 됐어
페이몬:
장사하러 먼 몬드에서 사막까지 온 거구나…
보니파츠:
그건 그렇고, 사막 같은 외진 곳에 온 너희 둘도 사전 수전 다 겪었을 거라고 봐
페이몬:
당연하지, 우린 너의 고향인 몬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구!
보니파츠:
오오! 그럼 우리 몬드 사람의 특징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겠지?
보니파츠:
맞아! 우리 몬드 사람이 가장 중요시하는 건 바로 「자유」야
보니파츠:
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몬드 사람은 「자유」를 가장 중요시한다는 거야
보니파츠:
갑자기 그 말이 기억 안 나네
여행자:
「바람과 함께 사라져라」!
페이몬:
…「바람의 인도에 따라」가 맞겠지!
보니파츠:
아, 맞다, 맞아! 바로 그거야!
보니파츠:
북풍이 불자 민들레 씨앗들이 바다를 건너 일부는 이나즈마로, 일부는 리월로 날아갔지
보니파츠:
나는 아마 바람의 신의 특별한 총애를 받았는지 도착한 리월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수메르까지 날아왔지
보니파츠:
여기는 말이야, 기후나 생활 습관 모두 몬드와 다르지만 기왕 왔으니 즐기자는 마음으로 안착했어
페이몬:
그랬구나… 그런데 모험가 길드에 요청한 의뢰에 대해 자세히 알려줄 수 있어?
보니파츠:
아, 실은 아카데미아 학자의 의뢰를 받았거든…
보니파츠:
티르자드라는 학자가 두 명의 용병을 데리고 어떤 유적을 찾아갔어. 아마 고고학 연구하러 갔겠지? 아카데미아에서 하는 일에 관한 건 나도 잘 몰라
보니파츠:
나와 파트너는 그들에게 일부 물자를 제공하고 동물 짐꾼 몇 마리도 빌려주었지
보니파츠:
나의 파트너 나흐티갈은 그들이 동물 짐꾼을 다루지 못할까 봐 걱정돼서 따라갔어
보니파츠:
그들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보급품을 조달해서 보내기 위해, 주기적으로 황혼새로 소식을 전하기로 약속했는데…
보니파츠:
초반에는 황혼새가 소식을 전했지만 지난 이틀 동안 소식이 뚝 끊겼어…
페이몬:
설마 무슨 사고가 생긴 건 아니겠지…
보니파츠:
그래, 나도 그게 걱정이야! 그래서 과감하게 모험가 길드에 찾아가서 의뢰했더니, 드디어 너희들이 도착했군
보니파츠:
하지만 사막은 위험해. 너희… 활력이 넘쳐 보이지만 사막 같은 곳에 대처할 수 있겠어?
페이몬:
지금 우리 무시하는 거야? 흥! 몬드를 떠난 지 오래돼서 잘 모르는 거 같은데…
페이몬:
여행자은(는) 결코 평범한 모험가가 아니야,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명예 기사」이기도 하지!
보니파츠:
뭐라고? 여행자… 설마 그 유명한…?
페이몬:
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지? 맞아! 이쪽은 바로 그 유명한 여행자! 그리고 난 그 유명한 페이몬이야!
보니파츠:
아이고! 실례했네! 이런 곳에서 대영웅을 만나게 될 줄이야. 그리고… 작은 영웅까지!
보니파츠:
그렇다면 할 말이 없네. 다만 도시를 구하는 중요한 일을 맡을 두 사람이 어떻게 이런 하찮은 작은 의뢰를 받을 시간이 있겠어…
페이몬:
음… 어떻게 매일 그런 거창한 일만 하겠어… 당연히 일반 의뢰도 받지! 너의 의뢰도 받았잖아?
보니파츠:
그럼 정말 잘됐네! 참, 보수… 보수는 어떻게든 챙겨줄게! 그리고 그 아카데미아의 학자도 꽤 부자니까…
보니파츠:
그들이 곤경에 빠진 순간에 여행자 같은 진정한 영웅이 짠하고 나타난다면!
보니파츠:
보수를 양쪽에서 받을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이건 어딜 봐도 남는 장사라고!
페이몬:
음…? 여행자, 넌 어떻게 생각해?
여행자: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야지
보니파츠:
잘됐다! 정말 잘됐어. 내 사이러스도 이제 살았어!
페이몬:
…「사이러스」?
보니파츠:
응, 이번에 빌려준 동물 짐꾼 중 한 마리의 이름이 사이러스야
페이몬:
응? 그치만 「사이러스」라고 하면…
여행자:
이건 사이러스 본인도 알고 있나요?
보니파츠:
…아? 그… 그건…
보니파츠:
…하하, 괜찮아, 영웅님이 알려주지만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까
보니파츠:
크흠… 학자들은 마을을 떠나 서쪽으로 갔는데, 이쪽의 길은 찾기 힘들지만 발자국만 따라가면 그들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보니파츠:
그럼 두 사람한테 부탁할게!
페이몬:
여기에 동굴이 있네. 들어가 보자
페이몬:
(차림새를 보면 아카데미아의 학자 같은데, 왜 술 냄새가 나지…)
???:
내, 내가 만만해 보인다고… 사기를 치다니! …끅
???:
제… 제브라엘, 이 쓸모없는 놈! 출발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갇혀버리다니…
???:
…흑… 이 망할 석판만 아니었다면…
페이몬:
(와, 이 사람 취했나 봐. 의사소통이 전혀 안 돼.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자)
페이몬:
안녕, 우린…
???:
너희들도… 여기로 떨어진 건가?
???:
사막은 너 같은 이방인이 올 곳이 아니야. 돌아갈 방법이 있다면 어서 돌아가
페이몬:
(우리랑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거 같은데… 다른 사람을 찾아가 보자)
페이몬:
(이 사람이 혹시 보니파츠가 말한 그 파트너 나흐티갈인가?)
???:
으……
페이몬:
(어? 몸이 불편한 것 같네. 쉬고 있으니까 방해하지 말자…)
제트:
아버지, 돌아왔어요! 나흐티갈의 상태는 좀 나아졌나요?
제트:
참! 여행자, 페이몬이 다 말했어요. 아버지는 왜 또 사람을 그렇게 차갑게 대하시는 거예요? 진짜 그 나쁜 성격은 대체 언제 고칠 생각인지…
제트는 세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페이몬:
그럼 보니파츠의 의뢰는 완료한 셈이겠지? 의뢰 내용은 고고학 팀, 그리고 동물 짐꾼의 안전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거니까
티르자드:
보니파츠!!
페이몬:
뭐, 뭐야?!
티르자드:
보니파츠 그 녀석이 나흐티갈과 손잡고 나에게 사기 치려고 했어… 흑흑… 그 비겁한 몬드인이 수메르까지 찾아와 나한테 사기 치다니…
페이몬:
이 사람은 아직도 취한 건가…?
나흐티갈:
티르자드 씨, 무슨 말씀이세요? 가격 협상은 같이하지 않았나요? 다 인정해 놓고, 왜 이제 와서 갑자기 딴 소리를…
티르자드:
항상 연구만 하는 내가 가격 책정하는 법을 어떻게 알아? 너희 같은 상인을 상대해 본 적도 없는데…
티르자드:
너희가 정한 가격이 정상가보다 훨씬 높다는 걸 제트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지금까지도 큰 이득을 봤다고 생각했을 거야! 순진하게 말이지!
나흐티갈:
그건…
제트:
아이고 나흐티갈, 정말 미안해. 아버지가 말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제브라엘:
휴…
페이몬:
와… 제트는 말 한마디로 세 사람을 화나게 하는 재능이 있네…
티르자드:
나는… 너희를 해고할 거야! 사람을 괴롭히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흑흑…
제트:
티르자드 씨, 그렇게 말하면 진짜 섭섭하죠. 나흐티갈과 보니파츠는 그렇다 쳐도, 나랑 아버지는 잘못한 게 없잖아요
제트:
따지고 보면 우리가 여기에 갇힌 것도 당신이 이 방향을 고집했기 때문이지 않나요? 게다가 떨어지니까 화부터 내고, 못 마시는 술도 억지로 마시고…
제트:
그러고 보니 당신은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어린아이 같네요. 하하
티르자드:
너… 너!
페이몬:
제트, 그만해. 티르자드가 또 이성을 잃으려고 하잖아! 지금은 다툴 때가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쳐 난관을 해결해야 할 때라고
티르자드:
오오! 넌 사리 분별을 할 줄 아는구나… 너희는 보니파츠 그 악덕 상인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나를 찾아온 거 맞지? 너희도 유명한 모험가인가?
티르자드:
내가 너희를 고용할 테니 빨리 이 지옥 같은 곳을 벗어나게 도와줘. 이러다 연구는커녕 조만간 목숨마저 잃을 수도 있겠어…
티르자드:
너희 둘은 유명한 모험가니까 당연히 믿어도 되겠지?
페이몬:
(설마 보니파츠가 말했던 두 몫의 보수라는 게 이거였나… 여행자, 우리 이제 어떡하지?)
여행자:
다툴 때가 아니야. 일단 나가서 얘기하자
페이몬:
음, 그렇긴 해. 지금은 나가는 길을 찾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해. 불만 같은 건 안전한 곳으로 돌아간 후에 따져도 늦지 않아
제트:
페이몬 말이 옳아. 티르자드 씨도 페이몬처럼 철이 들었으면 지금까지 여기에 갇혀 있지 않았을 텐데
페이몬:
제트…
제트:
아까 앞을 좀 탐사해 봤는데, 유적처럼 보이는 곳을 발견했어. 거기에 지상으로 나가는 출구가 있을지도 몰라
티르자드:
사막의 유적은 위험한 곳이야. 믿을 수 없는 사람과는 같이 가기 싫다고…
페이몬:
하지만 티르자드는 학자잖아. 유적을 직접 방문하게 되면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티르자드:
나, 나는 연구실파야! 연구실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게 내 일이라고… 유적을 보면 흥분하는 모험가와는 달라…
제트:
당신은 정말…
제브라엘:
제트, 더는 말 섞지 마. 여기 남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게 놔둬
제트:
하지만, 아버지…
제브라엘:
이 사람은 고용주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권리가 있지. 우리는 그냥 우리 일을 하면 되는 거야
페이몬:
아, 그냥 가버렸어…
제트:
어휴! 아버지와 나는 안전한 길을 찾은 후에 돌아올게요. 티르자드 씨는 따라오기 싫으면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세요!
페이몬:
제트도 가버렸어, 이제 어떡하지?
여행자:
여기서 가만히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페이몬:
그래, 우리도 나가는 길을 찾자
티르자드:
너… 너희들… 날 버릴 거야? 의뢰 보수는 다시 상의해 볼 수 있으니까, 나랑 이 몬드 악덕 상인만 단둘이 남겨두지 마…
나흐티갈:
아까는 반박을 안 했지만 나랑 보니파츠는 악덕 상인이 아니에요. 어느 캐러밴이 우리처럼 친절한 애프터 서비스를 제공하겠어요?
나흐티갈:
티르자드 씨, 잘 생각해 보세요. 애초에 우리는 돈만 받으면 손을 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당신과 같이 어려움을 나누고 있잖아요
티르자드:
…말이 되는 거 같은데? 하지만 경험이 풍부한 모험가랑 같이 있어야 안심이 된단 말이야
페이몬:
아직 술이 덜 깬 상태잖아… 여기서 쉬는 게 좋겠어
티르자드:
나 안 취했어! 갈 수 있어! 너희랑 같이 가게 해줘! 제발 날 버리지 마, 흑흑…
페이몬:
음… 그럼 빨리 출발하자, 아직 제트를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나흐티갈:
나는 그냥 여기 남아서 대기하고 있을게요. 이 앞은 동물 짐꾼이 다니기 힘들 것 같거든요. 행운을 빌게요
페이몬:
안녕?
???:
어? 너희는 새로 떨어진 사람들이야?
페이몬:
응? 뭐가 「새로 떨어진」이라는 거야?
???:
뭐라고? 설마 출구가 있는 거야?
페이몬:
응? 우린 보니파츠의 의뢰를 받고 티르자드의 고고학 팀을 찾으러 왔어…
제트:
보니파츠? 그 몬드 상인 말인가. 그 사람 알지, 고고학 팀을 찾으려면… 아, 맞다 바로 우리잖아. 난 제트라고 해, 티르자드가 고용했지
페이몬:
보니파츠가 한참 동안 너희 연락을 못 받았다며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우리에게 상황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어
페이몬:
아까 저기서 쉬던 사람이 혹시…
제트:
몬드 사람은 다 그렇게 성질이 급한 거야? 한참 동안은 무슨, 겨우 하루 지난 걸 가지고…
제트:
나흐티갈이 심하게 넘어진 데다가 더위까지 먹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출구를 찾았겠지…
페이몬:
그래서 이 구덩이는…
제트:
그러게, 사막은 참 신기하단 말이야. 분명히 그냥 바닥으로 보였는데 밟으니까 바로 가라앉더라고. 덕분에 우리는 지금 여기에 갇혀 있는 상황이야. 보시다시피 말이지
제트:
너희도 떨어진 거야? 아니면 다른 길이 있다는 건가? 한참을 찾았는데도 근처에는 지상으로 돌아갈 길이 없는 것 같던데
여행자:
바람의 날개가 있어
제트:
바람의 날개! 나흐티갈한테 들어본 적 있어. 좋겠다, 나도 한번 날아보고 싶은데! 잠깐만, 그러고 보니 이쪽 꼬마는 바람의 날개 없이도 날 수 있잖아?!
제트:
꼬마야, 좀 가르쳐 줄래? 어떻게 하면 너처럼 자유자재로… 음… 떠다니지?
페이몬:
난 꼬마가 아니야! 보니파츠조차 내가 그 유명한 페이몬이라는 걸 알고 있다구!
페이몬:
그리고, 이쪽 여행자도 나만큼 유명해
제트:
알았어, 유명한 꼬마 페이몬, 어떻게 해야 제트도 너처럼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을래?
페이몬:
이건 내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야… 여행자…
여행자:
최고의 경지까지 수련하면 기적이 일어날지도
페이몬: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 「아, 떠다니네…」 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제트:
알겠다. 여행자은(는) 비행 기술을 배우기 위해 페이몬을 고용했지만 수련 기간이 부족하다 보니 바람의 날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거구나…
제트:
여행자도 수련을 마치면 바람의 날개 없이도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겠지!
제트:
페이몬은 정말 딱 맞는 선생님이네! 나도 페이몬을 고용할 수 있을까? 저기, 여행자. 페이몬을 고용하려면 모라를 얼마나 지불해야 해?
페이몬:
으아! 망상이 너무 심한 거 아냐? 나와 여행자의 관계는 그런 게 아니야
제트:
뭐? 티르자드가 모라로 나랑 아빠, 그리고 나흐티갈를 고용한 것처럼, 내가 모라를 지불하면 페이몬을 고용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여행자:
페이몬은 내 파트너야
페이몬:
맞아! 나는 절대 여행자 곁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야
제트:
흠, 아쉽네
제트:
참, 내 아버지랑 티르자드를 만나본 적 있니?
페이몬:
만나긴 만났는데…
방금 다른 사람과 만났던 상황을 제트에게 설명한다
제트:
하하, 그렇구나. 아까도 말했듯이 나흐티갈은 심하게 넘어진 데다 일사병까지 겹쳐서 아직도 많이 힘들어할 거야
제트:
아버지는 원래 성격이 그러니까 마음에 두지 마. 티르자드는 오는 내내 과정이 순탄치 않다면서 내내 어린애처럼 생떼를 부리고 있어
페이몬:
성질부리는 어린아이가 만취해서는 안 되잖아…
제트:
그렇긴 하지, 하하, 페이몬의 말이 맞아! 아버지도 가끔 몇 잔 마시곤 했지만 지금까지 취한 걸 본 적이 없었어
제트:
그럼 이제 다 같이 돌아가서 아버지한테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자. 너희도 이곳에 오래 머무르고 싶지는 않겠지?
보니파츠:
나흐티갈은 둘째치고, 사이러스는 꼭 무사히 돌아와야 할 텐데…
페이몬:
우리 왔어. 티르자드도 같이 탐사하겠대
제트: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학자 나리가 마음을 바꾸셨나?
티르자드:
으…
제브라엘:
손익을 따져보면 따라오지 않을 수 없었겠지
제트:
자, 지금이 바로 학자님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예요! 어떻게 해야 유적 내부로 들어갈 수 있죠? 학자님의 전문 분야니까 익숙하겠죠?
제트:
티르자드 씨, 이런 사소한 일은 식은 죽 먹기겠죠?
티르자드:
그럼, 당연하지! 비록 내가 연구실파 학자지만 이런 사소한 일쯤이라면 책에 적힌 내용과 거의 비슷할 거야
티르자드:
잘 봐!
티르자드:
…어? 이건… 음, 으음… 이러면 되겠지…
페이몬:
와, 진짜 문이 열렸다!
제트:
역시 티르자드 씨 최고!
티르자드:
흥, 난 프로야. 아마추어랑은 다르다고
페이몬:
안에는 어떻게 되어있을지 모르니까 일단 들어가 보자!
티르자드:
너희는? 끅… 됐어, 그만 줘. 더는 못 마시겠어
제브라엘:
괜찮아졌으면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도록 해
나흐티갈:
어휴, 사이러스도 무사해서 다행이지, 안 그러면 보니파츠가 펑펑 울었을 거야
나흐티갈:
으음…
티르자드:
한참을 걸었는데도 진전이 없네. 차라리 멈추고 좀 쉬자
제트:
농담이죠? 얼마나 걸었다고 벌써 쉴 생각을 하세요?
티르자드:
전에도 말했잖아, 나는 연구실파 학자라고. 애초에 이런 외진 곳은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페이몬:
잠깐만, 이해가 안 되네. 고고학 팀은 티르자드가 짠 거 아냐?
페이몬:
제트와 제브라엘, 그리고 나흐티갈 모두 티르자드가 고용한 거 맞지?
티르자드:
그래 맞아
페이몬:
뭐? 티르자드가 조직한 거라면 대체 왜 가는 길 내내 끌려다니는 사람처럼 그러는 거야?
페이몬:
사정을 몰랐다면 제브라엘이 유적의 보물을 찾기 위해 티르자드를 납치했다고 오해했을 정도라고
제트:
하하, 재미있는 말이네. 하지만 아버지가 험악해 보여도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니야
제브라엘:
……
페이몬:
…째, 째려보지 마! 난 그냥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라고!
여행자:
페이몬 괴롭히지 마세요
제트:
미안 미안, 하지만 아버지는 악감정 같은 건 없어. 믿어도 돼
페이몬:
그래서, 티르자드는 도대체 왜 이렇게 의욕이 하나도 없는 거야?
티르자드:
에휴, 난 애초에 이 과제가 싫었어. 이 망할 석판만 아니었다면…
티르자드:
난 항상 세뇌당해 왔어. 학술 연구는 독창적이고, 「누구도 찾지 못한」 것이어야 한다고
티르자드:
남의 말에 따르거나 반복되는 작업만 한다면 연구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말이야
티르자드:
그런데 말이야, 학계의 오랜 전통과 많은 선배들도 있고, 난 무슨 학술 천재도 아닌데,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걸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못했을까?
티르자드:
인제 와서 내가 채워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학술적 공백이 어디 있겠냐 이 말이야…
페이몬:
어… 학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그게 티르자드의 본업이니까 열심히 해봐야지
티르자드:
난 열심히 했어! 최선을 다했어! 안 그러면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이런 괴상한 데까지 왔겠어…
티르자드:
허, 웃긴 건 이 「적색 사막의 석판」은 예전에 친척이 진행하던 연구 프로젝트였다는 거야…
티르자드:
그녀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 학자였는데, 어느 날 가족을 버리고 정체도 모르는 녀석을 따라 야반도주했다지 뭐야
티르자드:
듣자 하니 이쪽으로 도망쳤다고 하던데, 안타깝게도 어렸을 때 몇 번 본 게 전부라 지금은 얼굴조차 기억 못 해
제트:
그럼 더 분발해야죠. 같은 걸 연구하게 됐으니 이를 계기로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제트:
어쨌든 인연이라는 건 누구도 모르는 거니까요
티르자드:
하하… 네 말대로 진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쳐,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 해도, 내가 무슨 면목으로 그녀를 만나겠어?
티르자드:
지금의 나는 들개나 다름없어. 다른 사람이 버린 찌꺼기나 주워 먹으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티르자드:
새로운 이론을 구축할 능력도 없어서, 단지 운에 기대어 현장에서 논문을 쓸 소재를 찾는 처지야
티르자드:
물론 적왕에 관해서는 학계에서 이미 정설이 있어, 그저 멸망을 자초한 또 하나의 폭군일 뿐이라고…
티르자드:
그러고 보면 그녀가 떠날 때 이 석판을 남긴 것도, 이 망할 석판에는 연구 가치 따윈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야
티르자드:
하하, 그런데도 나는 멍청하게도 이걸 중요한 물건이라 여겼지… 이 망할 석판 같으니라고! 내가 미쳤지, 이게 뭐라도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하다니…
페이몬:
음…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페이몬:
맞다… 그래… 음, 사실 이런 유적을 탐사하다 보면 종종 예상하지 못한 발견이 나오지! 그렇지, 여행자?
페이몬:
티르자드한테는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티르자드:
너희들 중에 학술 연구를 제대로 해 본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나를 이해하고, 연구자의 어려움을 헤아릴 수 있겠어…
제브라엘:
그런 어린애 같은 말은 그만하시죠. 학술 발표는 아카데미아가 장악하고 있지만, 지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브라엘:
적왕을 그 정도로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 애초에 학문의 길을 포기하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테니까요
제트:
아버지…
티르자드:
이… 일개 용병에 불과한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내 견해에 토를 다는 거야?
제브라엘:
학자로서 전문성 따윈 없다는 건 당신이 직접 말한 겁니다
티르자드:
뭐라고? 그건… 너… 너!
너무 흥분해서 피가 거꾸로 솟은 티르자드는 기절하고 말았다…
페이몬:
으아, 세상에. 이 사람, 괜찮겠지…?
제트:
앞으로 술을 못 마시게 감시 잘해야겠어. 아직 술이 덜 깨서 피가 거꾸로 솟아버린 모양이야
제트:
방금은 아버지도 이상했어요. 그렇게까지 몰아세울 필요는 없었잖아요
제브라엘:
…이대로 이 자에게 발목을 잡힐 수는 없어
페이몬:
에엥? 그래도 티르자드를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제브라엘:
나는 남아서 티르자드의 곁을 지킬 테니까, 그동안 너희는 제트와 함께 계속해서 출구를 찾아봐
페이몬:
음… 여행자, 이제 어떡하지…
여행자:
시간은 귀하니까
페이몬:
그렇긴 하지… 그럼 탐사를 계속하자!
제트:
티르자드는 아버지한테 맡기자. 걱정할 거 없어, 나도 따라갈 테니까!
티르자드:
(고통스러워 보인다, 아직은 깨우지 않는 게 좋겠다…)
페이몬:
어디서 본 거 같은데!
???:
삐삐?
페이몬:
와! 움직이기 시작했어!
제트:
응? 우리가 방금 쓰러뜨린 적과 아주 비슷하게 생겼네. 하지만… 우리를 공격하려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제트:
그러고 보니 페이몬처럼 떠다닐 수 있네. 설마 페이몬의 먼 친척은 아니겠지?
페이몬:
그럴 바에는 비둘기와 친척하는 게 낫겠어!
???:
삐—— 삐——?
페이몬:
이 녀석이 또 이상한 소리를 내는데… 도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야… 게다가, 우리를 갑자기 공격하는 건 아니겠지? 여행자, 조심하는 게 좋겠어
제트:
페이몬이 직접 이야기해 볼래? 너희 둘은 키도 비슷하니까, 대화가 되지 않을까?
페이몬:
이거랑 어떻게 대화를 해! 아—— 일부러 날 놀리는 거지?
제트:
하하
???:
삐뽀삐삐!
여행자:
무슨 장치처럼 보이는데
페이몬:
그럼, 한번 해볼까?
???:
삐——!!
페이몬:
앗! 깜짝이야!
제트:
싫어하는 거 같은데
페이몬:
뭐? 제트는 알아들을 수 있어?
제트:
음… 뜻은 모르겠지만 감정이 전달된다고 할까나?
페이몬:
진짜 괴상한 녀석이네…
???:
삐삐, 삐
제트:
그런가? 페이몬이랑 약간 닮았는데? 둘 다 귀여워!
페이몬:
하나도 안 닮았다고 했잖아!
제트:
페이몬은 둥글둥글하게 귀여운데 얘는 뭐… 뾰족뾰족하게? 그래도 귀여워!
페이몬:
으응… 제트의 기준은 이해할 수가 없네…
페이몬:
여행자,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야
제트:
내가 봤을 때 페이몬은 몰라. 여행자, 네가 더 잘 아는 거 같아
제트:
얘는 왜 여기에 있고, 무슨 용도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티르자드에게 보여준다면 알 수 있을지도 몰라
제트:
넌… 음? 뭐라고 부를까?
???:
삐뽀?
제트:
페이몬은 둥둥 떠 있고, 너는 낮게 날아다니니 「붐붐」이라고 부를게!
붐붐:
삐삐!
제트:
너도 그 이름이 마음에 드는구나? 잘됐네!
페이몬:
어떻게 대화가 가능한 거지…
여행자:
제트는 참 대단하네
페이몬:
제트는 이상한 면에서 대단하긴 해…
제트:
붐붐, 혼자 여기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 차라리 우리랑 같이 가자. 나는 말할 것도 없고, 여행자도 좋은 사람이야
제트:
페이몬은… 고고해 보이지만 동료를 배려할 줄 아는 착한 아이야. 오래 지내다 보면 너도 좋아하게 될 거야
페이몬:
내가 고고하다니… 생각해 보니 높이 떠 있기는 하네? 하지만 절대 눈높이를 맞춰주기 위해서 낮게 날지 않을 거야! 여긴 조금만 낮게 날아도 모래가 입에 들어갈 것 같아…
제트:
우리와 함께 아버지를 찾으러 가자. 아버지는 사나워 보이지만 사실… 실제로도 꽤 사나워. 하하, 하지만 낯선 사람에게만 그러지, 친해지면 안 그래
제트:
그리고 티르자드는, 비록 쓸모없는 학자지만 품행은 그리 나쁘지 않아. 참, 네가 그의 연구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
붐붐:
삐뽀?
제트:
그럼 붐붐아, 우리랑 같이 갈래?
붐붐:
삐… 삐삐!
제트:
잘됐어, 얘가 가겠다고 하네!
페이몬:
정말로? 소통이 가능한 거야?
제트:
페이몬, 걱정하지 마. 나는 이미 붐붐과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됐어! 붐붐, 맞지!
붐붐:
삐삐!
제트:
헤헤, 그럼 우리 빨리 아버지한테 가자. 어쩌면 티르자드도 깨어났을지도 몰라
페이몬:
눈을 뜨자마자 제브라엘을 보고 또 기절하지 않았다면 말이야…
제트:
하하, 그건 장담할 수 없지!
제브라엘:
시간 낭비하지 말고 빨리 출발해
제브라엘:
함부로 다른 사람을 염탐하지 마라… 특히 고용주의 비밀 같은 건 더더욱. 이미 가르쳐줬을 텐데
제트:
그치만… 우린 이제 동료 아니에요? 난 그렇게 생각했는데…
제트:
바람이 느껴져… 출구가 아마 근처에 있겠지? 좀 더 찾아보면 곧 나갈 수 있을 거야
페이몬:
잘됐다! 드디어 나갈 수 있겠어!
페이몬:
…밖에는 여전히 모래가 흩날리겠지만
여행자:
어찌 됐든 하늘을 볼 수 있잖아
페이몬:
그렇긴 하네!
티르자드:
너… 너희들은 아직도 에너지가 넘치는구나. 탐사하랴 전투하랴… 우리 좀 천천히 가자
제트:
티르자드 씨는 젊어 보이는데 꼭 할아버지 같네요. 가는 내내 몇 번이나 쉬는 거죠?
제트:
아이의 마인드에 할아버지의 몸이라… 풉
붐붐:
삐삐, 삐삐삐
티르자드:
난 연구실파 학자라고… 됐어. 난 고용주니까 내 말대로 하면 돼!
티르자드를 따라 잠시 휴식을 취한다
페이몬:
응? 나흐티갈이잖아!
나흐티갈:
역시 너희였구나. 반대편 문이 갑자기 열려서 너희가 출구를 찾았구나 싶었어. 그래서 사이러스를 데리고 왔지
페이몬:
와, 무모해라. 그게 지름길이 아니라 함정으로 통하는 길이었다면 어쩌려고 그랬어?
나흐티갈:
……
나흐티갈:
듣고 보니 그렇네
페이몬:
그런 가능성은 아예 생각도 안 한 거였냐!
나흐티갈:
에이, 결과가 좋으면 됐지 뭐. 어쨌든 순조롭게 너희랑 합류했잖아. 그나저나… 새로운 멤버가 생긴 건가? 하하, 그것도 좋지
여행자:
역시 자유의 몬드인 답네
페이몬:
이럴 때는 좀 신중해라!
제트:
되돌아갈 필요 없이 합류하면 좋은 거 아니겠어? 이제 다 같이 출구를 찾을 수 있겠다!
제브라엘: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따라 출구를 찾자. 하지만 경계를 늦추진 마
제트:
음… 알겠어요!
미르사드:
난 원래 그냥 사막이나 한 바퀴 돌아보는 아주 시시한 여행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이런 일을 겪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 놀랐지만 아주 싫지만은 않은 것 같아
오미드: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일을 좀 해보려다가 오히려 내 목숨을 잃을 뻔했어…
제트:
아버지, 또 새로운 친구를 데리고 왔어요! 방금 사귄 친구 붐붐이에요
붐붐:
삐삐
제트:
아, 티르자드 씨도 일어났군요. 아버지랑은 잘 지내고 있는 거 같네요
티르자드:
네가 어쩌다 그런 엉뚱한 결론을 내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그렇고, 저건 대체 뭐야?
제트:
방금 소개했잖아요, 우리의 새 친구 붐붐이라고
티르자드:
아니야, 아니야. 이건 아무리 봐도 「친구」라고 할 수 없는 거 같은데! 아무리 봐도 조금 전까지 우리를 공격하던 녀석들과 같은 종류로 보이잖아?
제트:
……
제트:
티르자드 씨, 친구 없죠?
티르자드:
친구는 거의 없기는 한데… 근데 이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
제트:
티르자드 씨는 융통성이 없어요. 열린 마음을 가져야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죠. 붐붐, 그렇지?
붐붐:
삐
티르자드:
네가 너무 자유로운 거겠지!
페이몬:
보아하니 티르자드도 붐붐의 정체를 모르는 것 같은데, 맞지?
티르자드:
아마… 경비병과 같은 종류겠지. 뭐, 어떻게 움직이는지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티르자드:
하지만 외부인을 공격하지도 않고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한 건 처음 봐… 문헌에서도 읽어본 적 없고
제트:
티르자드!
티르자드:
왜, 왜?
제트:
그럼 엄청난 희소식 아닌가요?
여행자:
「누구도 찾지 못한」 소재가 제 발로 찾아온 거잖아요
티르자드:
……?
티르자드:
잠깐만, 그렇네? 아냐, 벌써 기뻐하긴 일러… 내가 실수해서 다른 사람이 이미 했던 연구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티르자드:
이미 붐붐에 관해서 족보까지 기록된 논문이 수십 편씩 발표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페이몬:
이 사람은 왜 모든 게 부정적이지…
제브라엘:
모두 멈춰. 붐붐이 뭔가 이상해
붐붐:
삐—— 삐——
제트:
왜 그래, 붐붐? 이건——
페이몬:
붐붐이 티르자드의 석판에 반응하는 거 같은데?
제브라엘:
티르자드 씨, 석판을 붐붐에게 가까이 대보세요
티르자드:
너는 내 피고용인이야.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고…
페이몬:
우와——
제트:
붐붐! 대단해!
붐붐:
삐삐, 삐!
붐붐:
삐뿌삐삐, 삐삐삐!
페이몬:
무슨 소린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척 기뻐하는 거 같은데?
제트:
석판 한쪽이 빛나고 있어요… 이건 무슨 뜻이죠?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티르자드:
음… 이 부분만 봐서는 장담하지 못하겠어. 전에도 말했지만…
제트:
「학술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신중한 태도」라서 「함부로 결론」 내리고 싶지 않다는 거죠?
티르자드:
오, 오, 그래, 맞아
제트:
흠, 석판을 완전히 빛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그렇지, 붐붐?
붐붐:
삐… 삐삐
티르자드:
잠깐만. 여행자에게 진지하게 부탁 하나 하고 싶어
티르자드:
크흠. 이 일은 제브라엘이랑 제트와는 상관없으니, 두 사람은 자리 좀 비켜줬으면 좋겠군
제트:
네? 비밀 이야기하려는 건가요? 나도 듣고 싶어요!
제브라엘:
제트,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말거라
제트:
아버지, 우리는 동료잖아요. 이게 어떻게 남의 일이에요?
제브라엘:
……
제트:
알았어요! 비킬게요, 붐붐, 가자
붐붐:
삐삐
제트:
오, 그 은밀한 대화는 끝났어?
제브라엘:
티르자드 씨도 이제 출발할 수 있을 거야. 되도록 빨리 출구를 찾아내야 해
티르자드:
네가 대신 말해줄 필요 없어. 음… 난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어
제트:
좋아! 오늘은 정말 알찬 하루였어! 곧 나가는 길을 찾게 될 거 같은 예감이 들어! 나는 붐붐과 앞장설게, 모두 잘 따라와야 해
페이몬:
제트와 붐붐은 역시 잘 통하는 거 같아. 이건… 좋은 일이겠지?
페이몬:
왜 그래? 갑자기 정색을 하고서는…
티르자드:
이 석판… 네가 보관해 줄 수 있겠어?
페이몬:
응? 이거 중요한 물건 아니야?
티르자드:
중요하니까 너한테 맡기는 거야! 솔직히 석판이 빛나니까 살짝 불안해서…
티르자드:
무슨 돌발 상황이 생긴다면 난 감당할 자신이 없어, 그리고 저 괴상한 녀석도 석판에 반응해서…
페이몬:
괴상한 녀석… 붐붐을 말하는 건가? 그럼 석판을 제트에게 맡기는 게 낫지 않을까?
티르자드:
그건 안 돼! 크흠… 그건 절대 안 돼
티르자드:
뭐랄까… 제브라엘은 못 믿겠어. 왠지 다른 의도가 있는 거 같아… 제트는 그의 딸이니까 당연히 한패일 테고
페이몬:
제브라엘은 과묵하기는 해도 믿음직스러운데? 티르자드가 잘못 봤겠지…
티르자드:
제트는 자기가 사막에서 왔다고 말했어. 사막에서 온 사람들 중에 좋은 사람 봤어? 차라리 보니파츠가 나에게 사기 치지 않았다는 걸 믿겠어
페이몬:
음… 여행자, 어떻게 생각해?
페이몬:
당근이랑 양배추도 들어가니까, 이 작은 석판도 충분히 넣을 수 있겠지?
티르자드:
부탁할게! 이 황량한 모래바다에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은 너희들뿐이야!
티르자드가 부탁한 「적색 사막의 석판」을 받았다
페이몬:
그래, 부탁한 대로 잠시 보관해 줄게
티르자드:
정말 고마워!
티르자드:
설명은 이게 끝이야… 크흠! 이제 제트 일행을 찾으러 가면 되겠구만

연구실파 고고학 입문
고고학 팀과 함께 함정에서 벗어났다. 이제 제브라엘이 말한 오아시스로 이동해 야영을 준비해야 한다
페이몬:
사막에 이런 곳이 있다니…
나흐티갈:
금빛 비단 위의 보석…
티르자드:
이 근처면 안전하겠지? 드디어 쉴 수 있겠다
제트:
붐붐이 물에 닿아도 돼? 망가지는 건 아니겠지? 역시 멀리 두는 게 좋겠어…
붐붐:
삐?
티르자드가 쉬는 사이 모두 힘을 합쳐 야영지를 만든다
나흐티갈:
휴, 이럴 때 민들레주가 있어서 오아시스를 향해 건배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흐티갈:
민들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 동물 짐꾼 중에 「민들레」라는 애가 있거든? 다른 동물 짐꾼보다 더 보송보송하고 털 빠짐이 더 심해서 민들레라고 부르고 있어
나흐티갈:
그런데 그 아이는 이 이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아. 보니파츠가 「민들레」라고 부를 때마다 고개를 막 흔들어서 그를 털투성이로 만들거든…
나흐티갈:
몬드식 이름은 싫은 걸까? 수메르식 이름을 지어줘야 하나? 「티르자드」라든가…
제브라엘:
……
여행자:
제브라엘, 유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브라엘:
티르자드한테 물어봐. 그 분야는 티르자드가 전문가니까
제브라엘:
…난 무지렁뱅일 뿐이야. 내가 아는 적왕 이야기는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오래된 이야기들뿐이지
제트:
나흐티갈한테서 들었어. 여행자은(는) 몬드에서 풍마룡을 물리치고 그 공로로 「명예 기사」까지 됐다면서?
티르자드:
여행자 실력이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정도였어?
페이몬:
당연하지. 여행자은(는) 몬드에서 유명한 영웅님이라고
사람들에게 몬드에서의 모험을 이야기해 준다
제트:
정말 대단해!
티르자드:
휴, 난 어렸을 때부터 책만 읽느라 여행 한번 간 적도 없어. 고향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고…
제트:
참, 티르자드 씨는… 「연구실파 학자」라고 했죠? 듣기만 해도 지루하네요
티르자드:
음…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너희들의 삶과 비교하면 기복이 없는 건 사실이야
티르자드:
마치 이런 사막에서 체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새로운 오아시스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인 것처럼
제트:
지금 인생이 불만이면 그냥 다른 일을 알아보지 그래요? 나흐티갈처럼 상인이 된다거나…
제트:
아니면 우리 아버지처럼 자기가 잘하는 일을 하든가
티르자드:
하하, 그게 뭐 쉬운 줄 알아? 우리 힌디 가문은 학자 가문이야. 난 어려서부터 학자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아왔어
티르자드:
농민의 아이가 농사일을 배우고 대장장이의 아이가 쇠질을 배우는 거랑 마찬가지지. 비록 난 어린 나이에 훌륭한 성과를 거둔 가문의 다른 사람들처럼 재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티르자드:
지금까지 공부만 해왔는데 갑자기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티르자드:
휴, 낮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봐. 너희들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비웃고 싶으면 비웃어
나흐티갈:
티르자드 씨는 너무 고지식한 것 같아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죠
나흐티갈:
나랑 보니파츠도 처음부터 상인이었던 건 아니었고, 가문 사람 중 수메르로 온 사람들도 없었죠…
나흐티갈:
하지만 우리는 북풍을 따라 수메르까지 왔고 그 선택에 후회하진 않아요. 넓은 세상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진 순간, 자유를 느낄 수 있었거든요
제트: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티르자드 씨,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제트:
참, 전에 당신이 말했던 그 친척 말이에요… 그 사람도 가문의 규칙, 전통 같은 걸 전부 버리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위해 떠났다면서요
제트:
그 사람도 지금 우리처럼 사막에서 우유 같은 달빛을 받고 건조한 밤바람을 맞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몰라요
티르자드:
휴, 내가 그 용기의 반만 있었다면…
제트:
결정을 내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난 한 번도 망설인 적이 없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대로 살아왔거든요
페이몬:
그건 정말…
여행자:
선택은 항상 어렵지
제트:
그런가?
여행자:
하나를 선택한다는 건 나머지를 포기한다는 뜻이니까
페이몬: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열 가지나 있는데 그중 하나 밖에 선택할 수 없는 거랑 비슷한 건가…? 음… 페이몬이 열 명이라 각각 하나씩 고를 수 있으면 좋겠다!
제브라엘:
큰 나무의 나뭇가지처럼, 같은 뿌리에서 자랐지만 수많은 갈래로 갈라져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지
제브라엘:
나무가 죽고 뿌리와 몸통이 썩고 나서야 떨어진 나뭇가지들은 다시 흙에서 만날 수 있는 법이야
제트: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왜 사막을 떠난 거죠? 아버지께서는 옛날이야기를 거의 안 하셔서, 나랑 티르자드가 느끼는 바가 전혀 다른걸요…
제트:
난 가문의 전통 같은 것도 없고, 심지어 엄마의 얼굴도 생각나지 않아요. 나한테는 아버지밖에 없고. 아버지한테도 나뿐이고. 큰 나무도, 가지 같은 것도 없죠
제트:
아버지는 아주 오래전 사막을 떠나셨고 나도 이번에 처음 사막에 오는 거지만 마치 처음부터 이 사막의 모래였던 것처럼 익숙해요
제트:
가문도 없고 목적도 없지만… 자유롭죠. 하하
페이몬:
제트…
제브라엘:
사막은 과거만 있을 뿐, 미래가 없어. 바람과 모래 아래 묻힌 것도 진실이라 부를 수 있다고 해도 그건 결코 즐거운 과거가 아닐 거야
제브라엘:
난 사막을 떠났어. 그 길이 잘못된 길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더 좋은 길을 발견했기 때문이야. 제트, 난 네가 더 밝은 길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단다
제트:
아버지가 하는 말은 너무 어려워요. 사막이 아버지가 원하는 곳이 아니었다면 왜 티르자드의 의뢰를 받아들이신 거죠? 자신이 버렸던 곳을 다시 돌아보고 싶어서인가요?
제트:
내생각에 아버지는 이 사막의 모래를, 뜨거운 바람을 아직 그리워하고 계셨던 거예요
제트: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사막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는데.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 같아
제트:
난 모래가 좋아. 페이몬과 붐붐을 좋아하는 만큼 좋아해
제트:
이곳에도 희망은 있어. 분명히 있을 거야. 우리가 이곳에서 붐붐을 발견한 게 바로 그 증거 아니겠어?
제트:
헤헤, 내일은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거야. 저 멀리 있는 유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제트:
그러니까 티르자드 씨, 이제 기운 내세요.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난 당신이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편안한 집을 떠나 첫발을 내디뎠잖아요
제트:
그렇게 두 번째, 세 번째 발걸음을 나아가다 보면…
제트:
분명 당신이 말하는 「누구도 방문한 적 없는」 곳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누구도 찾지 못한」 연구자료도 찾을 수 있을 거고!
티르자드:
제트… 너도 그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제트:
하하, 그냥 내가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것뿐이에요. 난 자유로운 모래니까
제트:
하지만 아무리 자유로운 모래라도 오아시스를 만나면 잠시 쉬어가야 하는 법이죠. 밤이 늦었으니. 다들 일찍 쉬세요
제브라엘:
불침번은 내가 설게
제트:
아버지가 지켜주신다면 안심이죠
잠이 들기 전, 제브라엘의 낮은 노랫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그 편안한 멜로디는 어쩌면 이곳에서 아주 오래전에 잊혀진 민요일지도 모른다
「별들이 황원 위에 떠오르고, 부엉이들은 무한한 시간에 피곤함을 느끼네. 이제 장미의 왕관을 내려놓아야 할 때야. 이제 와인으로 속세의 먼지를 씻어내야 할 때야. 자장자장. 황금빛 꿈이 떠도는 모래를 부르네. 이곳에서는 더 이상 쓴 소금물을 마시지 않아도 돼. 이곳에서는 더 이상 내일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티르자드:
휴… 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건 결코 좋은 경험이 아닌 것 같아
페이몬:
티르자드는 정말… 왜 또 기운 빠지게 그런 말을 해?
티르자드:
여행자, 페이몬은 모험가니 그렇다 치더라도 제트, 넌… 여자가 어떻게 모래 위에서 잘 수 있는 거야? 이해가 안 되네
제트:
티르자드 씨는 너무 곱게 자라셨네요. 엄지 공주처럼 이불 10개를 깔고도 그 아래 있는 완두콩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시죠?
티르자드:
그 정도는 아니야… 그리고 누가 이불을 열 개나 깔고 자?
제트:
뭐 부자들이라면 그럴지도. 하지만 야외에서 잠을 잘 거라는 건 출발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거 아니었나요? 그래서 어떡하실 거죠? 다시 돌아갈 건가요?
티르자드:
그건 안 돼! 어제 모은 재료로는 좋은 논문을 쓸 수 없어! 아카데미아는커녕 시장 바닥에도 낼 수 없다고
제트:
오? 아직 기운이 남아있는 모양이군요?
티르자드:
무, 물론이지. 저렇게 커다란 유적이 눈앞에 있잖아. 아마 저곳이 바로 「비밀 의식 성전」일 거야. 나도 학자인 이상 들어가 보고 싶은 게 당연하지
티르자드:
그리고 이… 이…
페이몬:
붐붐?
티르자드:
맞아, 이 「붐붐」이라는 이상한 물건도…
붐붐:
삐삐!
티르자드:
윽, 그러니까… 이 「독특한」 물건도 적왕 문명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렇다면 더더욱 포기할 수 없지
티르자드:
포기하고 다시 돌아간다면 콩이 100개 깔린 침대 위에서 자는 정도가 아니라, 100개의 「붐붐」 위에서 자는 것처럼 불편할 거야! 잘 수 있을 리가 없어!
페이몬:
붐붐이 백 개나 있다면… 불편하긴 하겠다
티르자드:
어쨌든 논문에 필요한 자료… 큼, 그러니까 이 학술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난 절대 돌아갈 수 없어
티르자드:
너희들도 그래. 내가 너희들한테 쓴 돈이 얼만데… 앞으로 위험한 상황이 있으면 날 위해 싸워줘야 한다는 거 잊지 마!
제트:
어? 우린 함께 동행하는 파트너 아니었나요? 물론 위험한 상황이 닥친다면 당연히 당신을 지킬 거예요. 나도 아버지도 프로라고요
페이몬:
맞아. 여행자도 실력 하나는 끝내줘.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티르자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어…
제브라엘:
신중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제트:
아버지?
제브라엘:
우리가 떠나있는 동안 상인은 오아시스에 남아 쉬도록 해
나흐티갈:
안 그래도 그럴 참이야
제브라엘: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미리 말해 뒀지만, 출발하기 전에 물자 중 일부를 묻어 둬야 하지
제브라엘:
최악의 경우 캐러밴이 여길 떠난다고 해도… 다시 돌아와 숨겨둔 물자를 챙기면 되니까
페이몬:
엥?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제브라엘:
사막을 우습게 보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
제트: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분명 이유가 있으신 거겠지. 음, 준비를 단단히 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제브라엘의 말에 따라 사람들은 물자 중 일부를 묻기 시작한다
제트:
이 정도면 됐겠지? 자, 출발!
티르자드:
천… 천천히 가. 아직 숙취가 남았단 말이야…
제트:
하하. 티르자드 씨, 그렇게 뭉그적거리면 다른 학자들이 먼저 논문을 발표해 버릴지도 몰라요!
티르자드:
그런 말 하지 마! 재수 없게!
페이몬:
여행자, 준비됐어? 우리도 출발하자!
제트:
응? 이번에는 순조로운 줄 알았는데 결국 문을 열 방법을 생각해야 하잖아…
티르자드:
문이 닫혀있으면 좋지 뭘? 누가 들어가보지 않았다는 얘기고, 나랑 연구 과제가 겹치는 학자가 온 적이 없다는 얘기잖아!
제브라엘:
적왕의 유산을 노리는 건 아카데미아 학자들뿐만이 아닙니다
티르자드:
「노리다니」… 난 아카데미아의 허가를 받아 정식으로 학술 연구를 진행하려는 거라고. 보물 사냥단 같은 자식들과 똑같은 취급하지 마!
여행자:
일단 문을 어떻게 열지부터 생각해 봐요
페이몬:
참, 여행자 기억나? 전에 붐붐이 석판에 뭔가를 했더니 석판이 빛났잖아
페이몬:
석판을 꺼내 보자.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제트:
어? 티르자드의 석판이 왜 여행자 너한테 있는 거야?
티르자드:
그건…
제브라엘:
여행자은(는) 경험이 풍부한 모험가니 유적 장치에 대해 티르자드보다 더 잘 알고 있을 터, 그러니 중요한 아이템은 그가 보관하는 게 더 효과적인 거야
티르자드:
…아! 맞아! 그래! 내 말이 그 말이야
제트:
그런 거였어요? 흠, 그것도 일리 있는 말이네요
제트:
그래서, 여행자, 석판에서 뭘 발견했어?
여행자:
아무것도 못 발견했어…
페이몬:
음… 여행자은(는) 연구 같은 건 잘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지
티르자드:
공부는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아. 온갖 논문을 통달한 나도 지금은 전혀 모르겠는걸. 음, 역시 더 학문을 갈고 닦아야겠어
여행자:
아카데미아에서 십 년만 고생하면…
티르자드:
문외한이 십 년을 공부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그냥 깔끔하게 포기해!
페이몬:
뭐어? 해보지도 않았는데 결과를 어떻게 알아?
제트:
잠깐, 붐붐이 뭔가 이상해
붐붐:
삐—— 삐——
제트:
설마 붐붐이 문을 열 수 있는 걸까?
붐붐:
삐삐. 삐!
페이몬:
와! 진짜 열렸잖아!
티르자드:
붐붐한테 이런 능력이 있는 줄 몰랐는데…
붐붐:
삐——삐!
제트:
하하, 붐붐이 자기는 할 줄 아는 게 많대
붐붐:
삐!
페이몬:
붐붐이 석판보다 유용한 거 같네… 이 석판 진짜 쓸데가 있긴 한 거야?
티르자드:
당연히 있지. 있어야만 하고… 만약 이게 붐붐만 못한 물건이면, 나 진짜 돌아버릴 거야!
제브라엘:
인내심을 가지세요. 아직 때가 아닙니다
페이몬:
?
티르자드:
제브라엘 말이 맞아! 멀리 보지 못하는 학자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지. 인내심을 가져야 해!
페이몬:
으엑… 나랑 여행자은(는) 학자가 아니라구…
페이몬:
음… 그렇긴 하지…
제트:
그만 좀 싸우세요. 누구 덕이든, 문이 열렸으면 된 거 아닌가요?
제트:
문도 열렸겠다… 붐붐도 얼른 들어가고 싶지?
붐붐:
삐! 삐삐!
제트:
좋아! 티르자드 고고학 팀, 출발!
붐붐:
삐삐!
제브라엘:
조심히 가시죠
티르자드:
아, 알았어. 여행자 뒤만 잘 따라가면 괜찮을 거야
페이몬:
여행자, 어서 움직이자!
페이몬:
음… 붐붐도 계속 문 근처에서 맴돌긴 하지만 이번엔 딱히 도움은 안 됐네
붐붐:
삐… 삐삐…
제트:
아까부터 문이랑 대화하고 있는 거 같은데
티르자드: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문이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제트:
그렇게 치면 「붐붐」 같은 존재가 「말」을 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티르자드:
으… 으잉?
페이몬:
그러고 보니… 그렇네! 왠지 자연스럽게 붐붐이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었어… 「삐삐」 소리를 내는 게 「말」을 하는 거라고 볼 수는 없지
제트:
우리가 아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교류」만 가능하다면 대화라고 볼 수 있는 거야! 동물과 모래가 자신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페이몬: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으니 답답하네… 문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제트:
궁금하면 직접 붐붐한테 물어보면 되지! 붐붐, 아까 문이랑 무슨 얘기를 나눈 거야?
붐붐:
삐…삐뽀삐삐, 삐삐, 삐——삐삐삐, 삐!
제트:
응응, 그렇구나
페이몬:
대단해! 그걸 알아들은 거야?
제트:
하하, 그럴 리가. 그냥 어떤 「감정」인지만 대충 느껴질 뿐이야
제트:
하지만 「감정」을 이해한다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유추할 수 있지 않겠어?
페이몬: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난 전혀 모르겠어… 여행자, 넌 어때?
페이몬:
엥? 진짜?
제트:
음… 그러니까. 여긴 아주 오랫동안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대
티르자드:
아, 그건 당연하지
제트:
전에 누군가 왔었는데 결국 이 문을 열지 못했대
페이몬:
그래. 붐붐도 문을 여는 데는 실패했으니까
제트:
이 문은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지키고 있대. 그런데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서 자신도 어떻게 여는지 잊어버렸대
제트:
아주 오래전, 이곳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었대
티르자드:
이렇게 큰 공사였으니까. 멸망 전에는 분명 번화한 곳이었겠지. 음…
제트:
아, 그런 거 말고. 주인이 장난꾸러기 고양이를 잡으려고 몇 번이나 드나들었대
티르자드:
음? 잠깐, 이것도 문이 직접 붐붐한테 말해준 거야?
제트:
당연히 아니죠. 붐붐의 「감정」에 따라 추측한 거니까요
티르자드:
…너?! 진지하게 받아들일 뻔했잖아. 이걸 논문에 적었으면 사람들이 얼마나 비웃었겠어!
티르자드:
그 피해를… 대체 어떻게 책임질 건데?
제트:
하하하, 티르자드 씨. 그건 당신의 실수죠. 학자로서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도 없는 건가요?
티르자드:
으으!
페이몬:
(이런! 나도 진짜라고 생각할 뻔했잖아…)
여행자:
(우리는 논문을 쓰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야)
붐붐:
삐?
제브라엘: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계속 이동하죠
티르자드:
하긴. 이렇게 큰 공간이라면 문은 몇 개 더 있겠지, 문을 여는 게 다 이렇게 힘들다면 언제 여기서 나가겠어…
제트:
잘 된 거 아니에요? 티르자드 당신은 사막에서 자는 게 싫다면서요. 여긴 벽도 있고 천장도 있고, 당신이 원하는 연구 재료도 있잖아요!
티르자드:
적왕 문명은 폭정으로 인해 멸망했어. 이 주위는 그의 무덤이라고. 여기서 하룻밤을 보낼 바에야… 차라리 사막에서 쭉 자겠어…
제트:
내가 볼 땐 티르자드 씨는 적왕에 대해…
제브라엘:
제트
제트:
음, 알겠어요! 나흐티갈도 오아시스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계속 탐사하죠!
제브라엘:
왜 그러지? 무슨 일 있나?
페이몬:
별일은 아닌데…
여행자:
이건 누구 비석이죠?
제브라엘:
……
제브라엘:
글쎄. 아마 이름 없는 학자의 무덤이겠지. 티르자드처럼 연구를 위해 사막으로 왔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모양이야
제브라엘:
적왕의 비밀은 누구나 함부로 다가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제브라엘:
티르자드가 석판을 너희한테 넘겼지?
페이몬:
아, 알고 있었어?
제브라엘:
잘 보관해 둬
여행자:
이 석판이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제브라엘:
넌 아직 그 물건의 가치를 몰라
여행자:
그 가치는 누구를 위한 거죠?
제브라엘:
…당연히 우리의 고용주지. 그가 논문을 쓸 수 있느냐가 이 석판에 달렸으니까
제브라엘:
좋아. 이제 그만 돌아가자. 제트가 기다리겠어
붐붐:
삐… 삐삐?
티르자드:
휴, 너무 힘들다. 그리고 지금까지 「붐붐」을 제외하면 성과라고 부를 만한 발견도 없잖아. 그러니까 더 힘든 것 같아
페이몬:
응? 여긴 공간도 크고 오는 동안 본 것도 많잖아. 왜 성과라고 할만한 게 없다고 하는 거야? 뭐, 내가 그쪽으로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티르자드:
페이몬과 여행자은(는) 학자가 아니니까 모를 거야. 우리가 오는 동안 봤던 모든 건 모두 기존 연구를 입증했을 뿐이야. 붐붐을 제외하고…
티르자드:
이걸 문외한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티르자드:
예를 들게. 난 내 논문이 아카데미아의 심사에 통과했으면 좋겠어… 이 감정은 마치 사랑 같아!
티르자드:
내 설명 좀 계속 들어 봐!
티르자드:
크흠! 그러니까 논문이 심사를 통과하려면 특별한 점이 있어야 해. 구애할 때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어?
페이몬:
예시가 너무 억지인 것 같은데…
제트:
티르자드 씨는 정말 이상한 것 같아요. 연애는 서로 마음만 통하면 되는 거잖아요. 왜 굳이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해야 하는 건데요?
여행자:
우리 지금 논문 심사에 대해 얘기하는 거 아니었나요?
티르자드:
으… 이걸 예로 드는 게 아니었는데. 방금 내가 했던 말은 잊어버려!
제브라엘:
잡담은 거기까지 하시죠. 이제부터는 각자 흩어져서 단서를 찾는 게 효율적일 것 같군요
티르자드: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데 효율은 무슨
제브라엘:
석판은… 이미 한 번 빛났습니다. 계속 탐색하다 보면 분명히 전부 밝힐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티르자드: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데… 잠깐, 너 뭔가 알고 있는 거지?
제브라엘:
제가 알고 있는 건, 지금 앞으로 계속 나아가다 보면 희망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포기하고 돌아가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뿐입니다
티르자드:
음… 일리가 있는 말이네…
제트:
티르자드 씨, 괜한 생각은 그냥 하지 마세요. 어차피 당신 같은 연구실파 학자는 직접 유적에 올 기회도 없잖아요. 선배 학자들의 연구를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거예요
티르자드:
…하긴. 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야겠어. 하지만 따로 흩어져서 단서를 찾는다 해도 내 곁에서 멀리 떨어지면 안 돼, 여행자
여행자:
알았어요…
티르자드:
너만 있으면 안심이 되니까
제트:
하하, 여긴 그렇게 위험한 곳도 아닌데 호들갑은! 티르자드 씨, 당신은 학자인데도 수수께끼 푸는 데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여행자을(를) 방해하고 있잖아요
티르자드:
애초에 유적 탐색은 내가 잘하는 분야도 아니라고! 시간만 충분히 있었다면… 그리고 종이와 펜도 있었다면 나도 풀 수 있어!
제트:
알겠어요. 혹시나 위험해지면 바로 「살려줘」라고 소리치세요
제트:
음… 우리 중에 누군가는 달려가겠죠
티르자드:
그러다 제때 못 오면 어떡해?
제트:
그건 마치 아침에 계란 10개를 깨봤는데 전부 썩은 계란일 확률과 비슷해요. 불가능한 일이죠
티르자드:
제트, 넌 수학을 제대로 배워야 할 필요가 있겠어… 우리가 무사히 돌아간다면 바로 선생님을 소개해 줄게
페이몬:
이상하네. 여기 어떻게 배가 있는 거지?
여행자:
「모래바다」니까 배가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
티르자드:
오래전에는 강이 흘렀을 수도 있어. 지금은 말라버린 거지. 아니면, 산자를 위한 배가 아니거나…
티르자드:
음, 지형의 변화에 대해서는 자료를 찾아봐야 할 것 같네…
제트:
붐붐은 계속 문과 대화를 하고 있잖아? 나랑 아버지도 이렇게 지냈으면 좋겠다…
제브라엘:
……
제브라엘:
무슨 일이야? 단서를 찾았어? 이쪽은 별다른 진척이 없어
티르자드:
좋아! 역시 내가 선택한 조수답네. 모든 장치를 완벽하게 풀어내잖아. 여행자만 있으면 걱정 없겠어!
여행자:
과장이 너무 심하네요
페이몬:
맞아. 여행자이(가) 대단하긴 하지만 티르자드 너도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제트:
티르자드 씨, 당신은 아까부터 힘들고 성과도 없다며 불평만 해대고 제대로 한 것도 없잖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열심히 하려는 거죠?
티르자드:
큼! 학자로서의 예감이 말해주고 있어. 연구에 돌파구가 생길 거라고!
페이몬:
…학자의 예감?
여행자:
모험가의 직감이랑 비슷한 건가?
페이몬:
아! 알겠다! 코너 쪽에 매복이 있거나 문 뒤에 바로 함정이 있을 거라고 예측할 수 있는 거지?
제트:
여행자, 그럼 조심해. 아버지, 우리도 전투 준비를 해둬야겠어요
티르자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학자로서의 예감은 대량의 지식과 현장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한 「번뜩이는」 느낌이라고!
티르자드:
…뭐, 너희들 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야. 난 그쪽으론 잘 모르지만. 혹시나 위험하면… 날 위해 잘 싸워줘야 해
오미드:
후, 드디어 한숨 돌릴 수 있겠군. 쉬는 동안 계획을 제대로 짜봐야겠어…
나흐티갈:
이 틈에 물자를 정리하고 황혼새를 이용해 보니파츠한테 편지도 보내야겠어. 이제 안전해졌다고 알려줘야지
제트:
아버지가 뭔가 이상해… 전에 사막에서 지내던 생각이 나서 그런가? 우리한테도 얘기해 주시면 좋을 텐데
제트:
이건… 벽화인가?
티르자드:
오오! 하하! 하하하하!
페이몬:
티르자드, 괜찮아?
티르자드:
당연히 괜찮지. 아니, 기분이 끝내줘. 살면서 이렇게 기뻤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티르자드:
페이몬과 여행자은(는) 다른 곳에서 왔으니 이 벽화의 가치를 모르는 게 당연해
티르자드:
제브라엘과 제트는 음… 학문에 대해 잘 모르니까? 아니지, 이건 너희들이 알면 안 되는 거야
티르자드:
페이몬, 질문이야. 넌 이 벽화에서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지?
페이몬:
음… 사람이 굉장히 많고? 태양… 같기도 하고 눈 같기도 한 뭔가가…
티르자드:
휴, 역시 페이몬은 학자가 될 재능은 없는 것 같네
페이몬:
알면서 왜 물어!
티르자드:
여행자, 넌 벽화에서 뭘 발견했지?
티르자드:
대칭인 건 맞아… 하지만 이건 단순한 예술 스타일이 아니야. 단단한 구조, 즉 탄탄한 「권력 구조」를 상징하고 있지
티르자드:
태양과 눈은 적왕을 상징해.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일곱 기둥」은 적왕을 도와 권력의 탑을 지탱하고 있어
티르자드:
그리고 그의 백성들… 저 미천한 인간들은 그 결정에 어떤 불만도 가질 수 없는 존재들이야.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순종과 복종뿐이지
티르자드:
하지만 결국 저들도 멸망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었어…
페이몬:
음… 정말 그런 뜻이야?
티르자드:
내 말이 틀릴 리가 없잖아? 이 벽화가 표현하는 의미는 내가 봤던 논문 속 적왕의 이미지와 완벽하게 똑같아
티르자드:
절대적인 권력, 모든 백성들을 발아래에 두는 무시무시한 공포의 군주
제트:
음? 하지만 내가 볼 때 이 벽화의 분위기는 아주 평화로워 보이는데요? 다들 질서정연하게 자기가 맡은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티르자드:
뭐? 그건 또 무슨 엉터리 해석이야
티르자드:
…제트, 붐붐이 문과 대화를 한다느니 그런 헛소리를 하는 건 그렇다고 쳐. 하지만 적왕 문명 역사에 대한 해석은 내 전문 분야라고
제트:
하지만…
티르자드:
내가 말한 내용들은 전부 연구를 통해 입증된 거야. 이 벽화 자체가 우리 인론파 연구의 일부가 될 거라고
티르자드:
물론 그 부분은 바로 내가 써낼 테고
제브라엘:
제트의 말이 완전히 맞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당신은 사막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것 같군요
티르자드:
하! 오는 내내 아무 말도 안 하더니, 인제 와서 딸 편을 들어주는 건가? 내가 너보다 싸움을 못 하는 건 사실이지만 나한테는 여행자이(가) 있다는 걸 잊지 마!
티르자드:
여행자, 넌 내 편이지?
여행자:
음…
페이몬: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우린 함께 여행… 아니 고고학 연구를 위해 여기까지 온 거잖아.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굳이 싸우기까지 해야겠어?
티르자드:
뭐? 함께? 이번 연구는 내가 먼저 제안했고 자금도 전부 내가 지불했어. 너희들은 내가 고용한 사람들이라고
티르자드:
그리고 여기서 제대로 된 학술 교육을 받은 건 나뿐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왈가왈부할 자격 같은 건 없다고!
제브라엘:
…다른 사람의 지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건 제대로 된 학자라고 볼 수 없습니다
티르자드:
오? 그래? 그럼 네 견해는 얼마나 「독특」한지 어디 한번 들어볼까?
제브라엘:
적왕 문명은 이미 멸망했지만 한때는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그 왕국이 이 황량한 사막 위에 세워졌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제브라엘:
당신은 벽화 속 백성들의 순종만 보았을 뿐, 저 사람들의 염원이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브라엘:
모래의 백성들은 염원으로 적왕과 긴밀하게 연결된 채 살았습니다. 그러면 모든 재앙을 이겨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요
티르자드:
망상도 정도껏 해야지. 지금 선배들의 모든 연구 결과를 뒤엎겠다는 거야? 네 망상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어?
제브라엘:
공교롭군요, 저도 자포자기해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이곳까지 온 몰락한 학자의 말에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티르자드:
너… 너…
티르자드:
…하, 이렇게 말을 잘하는 사람인 줄은 몰랐구만…
제트:
아버지…
여행자:
여기서 더 싸워봤자 결론을 내는 건 불가능해요
페이몬:
맞아…. 왜 싸우는지 이해는 안 되지만 학술 쟁점은 서로 토론할 여지가 있잖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일단 내려놓고…
여행자:
어쨌든 양쪽 모두 서로를 설득할 수 없으니까요
페이몬:
그래. 그럼 계속 조사를 해보자! 어쩌면… 음, 어쩌면 더 많은 단서를 얻을 수도 있잖아. 그러고 나서 시시비비를 따져도 늦지 않겠지?
티르자드:
에잇, 짜증 나네! 학자도 아닌 사람들과 학술 문제를 토론하는 게 아니었는데!
페이몬:
우왓! 왜 이러지?!
티르자드:
내 탓이 아니야!
여행자:
위로 올라가는 통로 같은데요
제브라엘:
함정은 없는 것 같군
페이몬:
어디로 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가만히 있어봤자 결론이 나오지는 않잖아. 계속 가보자, 응?
티르자드:
붐붐과 제트의 교류를 주제로 논문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런데 그 논문은 뭐로 분류해야 할까?
티르자드:
지금까지 특별히 기록해야 할 일은 발견되지 않았어… 붐붐을 데리고 가려 한다면… 날 따라올까?
티르자드:
여행자, 너도 왜 제트랑 똑같아진 거야. 그건… 크흠, 붐붐은 내 연구재료가 되었을 때만이 진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어
제트:
붐붐은 여기가 아주 익숙한 것 같은데? 그리고 다른 물건보다 「문」에 더 집착하는 것 같아
제트:
그게 사실이라면 어느 문의 열쇠일까?
붐붐:
삐?
미르사드:
오아시스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사막 깊숙한 곳에 왜 이런 수역이 있는 거지? 꼭 일부러 모험가들 쉬라고 만든 것처럼…
오미드:
오르모스 항구에 열까, 수메르성에 열까?
오미드:
뭘 팔지… 술을 팔까 커피를 팔까…
오미드:
아, 너구나. 출발하려고? 탐험이 순조롭길 바랄게. 함정에 더는 빠지지 말고
미르사드:
유적 깊이 들어가 저 커다란 놈 안에 뭐가 숨겨졌는지 볼 수 있다니 진짜 부럽다. 우린 여기서 모래나 먹고 있는 게 단데
미르사드:
나도 너희처럼 많은 곳에 가서 많은 사람을 사귀고 싶어
미르사드:
예를 들어 몬드의 성당이라거나, 사장님한테 한두 번 들어본 게 아니거든. 가볼 기회가 없어서 문제지만…

아흐마르의 비밀
티르자드가 우연히 벽화 뒤에 숨겨진 통로를 발견했다. 이 통로는 일행을 어디로 안내할까…
페이몬:
가까이 갈수록 나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이야… 마치 사막의 작은 모래알처럼 느껴진달까…
티르자드:
이것 또한 적왕의 통치 수단 중 하나였어. 거대한 건물을 지음으로써 통치자에 비해 개개인이 얼마나 작고 보잘것 없는 존재인지 세뇌시키고 길들이는 거지
티르자드:
거대한 인력을 들여 사막에 이렇게 큰 건축물을 세웠다는 자체가 적왕이 폭정을 일삼았다는 증명이기도 하지만
붐붐:
삐—— 삐—— 삐삐, 삐…
페이몬:
와! 붐붐, 이렇게 큰 문도 열 수 있는 거야?
티르자드:
그거야 모르지! 문이 알아서 열린 걸 수도 있잖아. 꼭… 붐붐이 한 게 아닐 수도 있다고
페이몬:
아직도 고집을 부리네…
티르자드:
그럼 설명해 봐. 이 녀석이… 붐붐이 어떻게 문을 연 건데? 도대체 무슨 원리로?
페이몬:
그거야… 페이몬도 모르지!
제트:
붐붐, 왜 그래?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저 안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는 거야?
붐붐:
삐—— 삐——
제브라엘:
모래 한 알의 가치는 작고 미세할지 몰라도, 그 모래들이 모여 만든 사막의 힘은 결코 작지 않지. 학문만 맹신하는 학자 양반, 몰아치는 모래폭풍 속으로 들어갈 용기는 있습니까?
티르자드: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히 들어가야지!
티르자드:
……
티르자드:
하지만 학자로서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어. 저 앞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것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이야!
티르자드:
제브라엘과 제트만으로는 불안해! 여행자, 네가 날 지켜줘야 해!
페이몬:
어… 그냥 의견 차이가 있는 것뿐이잖아? 그렇게 심각하진 않다구
티르자드:
흥! 네가 뭘 안다고 떠들어! 학술적인 의견 차이는 살육이 난무하는 전장 못지않게 치열하다고!
페이몬:
와, 이 녀석 진짜 갈수록 사람 열받게 하네?!
제트:
어휴… 다 싸웠어요? 붐붐을 붙잡아두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는 건지…
여행자:
미안
페이몬:
붐붐은 어서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것 같네. 우리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말자
페이몬:
우와~ 정말 멋진 유적이네!
티르자드:
이건 평범한 유적이 아니야. 문헌에 기재된 내용이 정확하다면 이곳은 「적왕의 무덤」, 바로 폭군을 묻은 곳이지
페이몬:
어… 그, 그럼 들어가는 게 맞는 거야?
제브라엘:
모든 수수께끼에는 답이 있지. 그리고 그 답은 이곳에 잠들어있어
티르자드:
흥, 세상 물정 모르는 용병들한테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해 주기 위해서라도 들어가야지…
페이몬:
음… 여행자, 우린 역시 조심해서 들어가자!
페이몬:
여행자! 여행자!
여행자:
어떻게 된 거지?
페이몬:
다행이야! 드디어 깨어났구나!
페이몬:
음… 어떻게 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눈을 떠보니까 여기 떨어져 있던데? 설마 함정이었나?
페이몬:
…어쨌든 일단 다른 사람들부터 찾아보자
제브라엘:
씁쓸하군, 유페이와 이 광경을 함께 하지 못하다니…
페이몬:
(유페이? 처음 듣는 이름인데)
제트:
후아… 다행이다. 붐붐은 무사해… 정말이지, 왜 그렇게 빨리 가는 거야! 행여나 위험한 거라도 있으면…
페이몬:
음? 이럴 땐 「부상」이라고 해야 하나 「고장」이라고 해야 하나?
제트:
어느 쪽이든 최악이야! 여긴 의사도 기술자도 없으니까
붐붐:
삐?
페이몬:
화가 잔뜩 난 어른들만 있을 뿐이지
제트:
하하, 그렇긴 해
티르자드:
난 화 안 났어. 여긴 온통 증거투성이니까. 이제 곧 내 말이 맞다는 걸 입증할 수 있을 거야. 봐! 저 거대한 관을! 쯧쯧…
티르자드:
이상하네… 이건 어떻게 여는 거지?
페이몬:
대담한 건지 소심한 건지 모르겠네…
제브라엘:
이건…
페이몬:
주변의 거대한 조각상은… 경비병 같은데? 압박감이 엄청나! 티르자드, 여기 물건은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티르자드:
조각상은 그냥 돌덩이일 뿐이야! 돌덩이가 뭐가 무섭다고… 아! 뭔가 장치 같은 게 있을지도 몰라… 빨리 찾아봐!
제브라엘:
…각자 흩어져서 단서를 찾도록 하지
제트:
읏, 어쩐지 아빠가 낯설어. 왜일까? 붐붐, 넌 어떻게 생각해?
붐붐:
삐삐?
티르자드:
지금 획득한 자료로… 2장 정도는 쓸 수 있겠어. 아니지? 정말 충분한가?
티르자드:
오! 역시 여행자(이)야! 내가 순조롭게 논문을 발표한다면 네 도움도 한몫한 거라고
티르자드:
크흠… 지금 우리 행동은 무례한 것이기는 하지만, 모든 건 학문의 진보를 위한 것. 절대 사심 같은 건 없어!
티르자드:
으잉?
티르자드:
잠깐, 어라? 이건…
페이몬:
안에 아무것도 없잖아!
티르자드:
어떻게 이럴 수가? 하지만 이 도안들은… 잠깐, 가만있어봐. 정리를 좀 해봐야겠어
티르자드:
……
티르자드:
알겠다. 이건 전부 허상이었던 거야
티르자드:
적왕도 후세에 나 같이 학구열이 뛰어난 학자가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모든 비밀을 파헤치려 할 거라는 걸 알았겠지
티르자드:
그 비밀을 남이 쉽게 엿보도록 둘 리도 없고. 그래서 이렇게 많은 왕릉을 짓고, 이렇게 많은… 문과 방을 준비한 거야
티르자드:
심지어 이렇게 사람을 현혹하는 허상까지… 전부 우리를 홀리려는 수작이라고
티르자드:
가장 중요한 물건을 이렇게 눈에 띄는 곳에 둘 리가 없잖아? 게다가 여긴 너무 낮아, 너무 낮다고…
티르자드:
진짜 보물은 분명 더 높은 곳에, 하늘과 더 가까운 곳에 있을 거야…
제브라엘:
얼토당토않는 소리를 하는군
티르자드:
호오? 그럼 당신의 의견을 한번 들어볼까?
제브라엘:
비록 이 방들의 용도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당신이 말한 용도는 아닙니다
티르자드:
흥, 당신이 나한테 훈수를 둘 자격이 있나? 다른 사람의 지혜도 제대로 빌리지 못하는 주제에!
제브라엘: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죠. 당신이 사막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티르자드:
사막이고 뭐고, 눈에 보이는 게 진실이야! 당신… 두고 봐. 그 입을 다물게 만들 확실한 증거를 찾을 테니까!
티르자드:
위로! 위로 가야 해!
페이몬:
여행자, 어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을 찾자. 티르자드를 저대로 내버려 두면 큰일 날 것 같아…
티르자드:
이론대로라면 여기가 적왕의 「장기」를 보관하고 있는 곳일 텐데…
티르자드:
하지만 이곳에도 역시 「실체」는 없어 보이는군
페이몬:
어… 그게 무슨 뜻이야?
티르자드:
음… 생각나는 가설이 몇 개 있는데, 증명하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해
제트: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요? 분명 뭔가 알고 계신 거죠? 저를 비롯한 누구한테도 말씀해 주지 않으셨지만…
제브라엘:
석판은 열쇠야. 하지만 이 열쇠로 모든 문을 열 수는 없어. 열쇠도 「인정」을 받아야 하거든
붐붐:
삐삐! 삐——
티르자드:
윽… 붐붐이 이곳과 뭔가 관련이 있다는 건 누가 봐도 알아. 그런데 석판이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그건 너무 황당한 주장 아닌가?
제트:
붐붐, 넌 누구 말이 더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붐붐:
삐—
티르자드:
냉정하게 생각하면 제브라엘이 내 관점에 이의를 거는 것도 이해가 가. 과거에 사막 주민이었다고 했으니까…
티르자드:
경험이 좀 있다거나? 아니면 「지식」이라는 껍데기를 쓴 소문을 들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진정한 지식이 아니야. 당연히 학계에 기록되지도 않았을 거고
티르자드:
그런 환경속에서 살았으니 미신을 믿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겠지
티르자드:
하지만 제트, 넌 정말 붐붐의, 음… 그 「말」… 이란 걸 믿을 수 있어? 학문에 정통한 학자가 아닌 출처도 불분명한 로봇의 말을 믿겠다고?
제트:
네? 하지만 붐붐은 지금까지 우리한테 많은 도움을 줬다고요. 오히려 티르자드 씨 당신은… 말은 거창한 거에 비해 별로 한 것도 없잖아요!
제트:
게다가 그 고상한 학문 이론도 전부 정확한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전 아빠가 뭔가 알고 계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아빠가 솔직하게 말해 주신다면…
티르자드:
틀린 건 아무리 반복해도 정확한 게 될 수 없어!
티르자드:
여행자, 그리고 페이몬, 너희 둘은 경험이 풍부한 모험가니까 견식이 넓겠지. 저 부녀처럼 이곳과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 두 사람은 누가 맞는 것 같아?
페이몬:
와! 갑자기 어려운 문제를 우리한테 떠넘기네…
티르자드:
여기에 붐붐의 「말」을 진짜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페이몬:
그런 질문을 나랑 여행자한테 해봤자, 우리가 뭐라 답할 수 있겠어…
페이몬:
의견이 다르다고 싸우기 보단 실질적인 문제를 생각해보자구. 예를 들어…
페이몬:
아 맞다, 지난번에 석판이 빛났었잖아? 근데 여긴 아직도 빈 곳이 많단 말이지! 이게 석판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페이몬:
여행자, 일단 석판을 꺼내서 확인해 보자!
붐붐:
삐—
페이몬:
와! 석판이 빛났어! 게다가… 새로운 통로가 열린 것 같아!
제트:
역시 그게 열쇠였어
페이몬:
근데 자세히 보니까 아직도 빈 곳이 남아있잖아? 음… 티르자드, 이제 이 석판에 적힌 부호가 뭘 의미하는지 설명해 줄 수 있겠어?
티르자드:
그건… 석판이 완전히 빛나게 되면 알 수 있을 거야. 지금은 함부로 판단을 내릴 수 없어…
제트:
하하, 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만약 옛날 사람들이 도치법을 사용했다면, 문장의 전부를 보지 않는 한 정반대의 결론을 얻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페이몬:
어…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제브라엘:
……
티르자드:
크흠! 어쨌든 다음 장소로 통하는 통로가 나타났으니 앞으로 더 나아가는 수밖에 없지
페이몬:
음… 정말 그렇게 순조로울까? 뭔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가는 느낌이 드는데…
여행자:
다시 돌아가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죠…
티르자드: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다시 돌아가란 거야! 마지막 한 조각, 콩알만 한 마지막 결정적 증거 한 조각만 더 찾으면 내 일생일대의 역작을 완성할 수 있다고! 너흰 나랑 끝까지 가야 해
페이몬:
그렇게 「결정적인 증거」라면 「콩알만」 하다고 할 수 없는 거 아니야?
페이몬:
끙… 대체 제브라엘이랑 티르자드 중에 누구 말이 맞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뭐, 계속 가다 보면 답을 알게 되겠지?
페이몬:
여행자, 우리 좀 더 조심하면서 나아가자
티르자드:
오… 드디어 왔구나, 내 구세주들!
티르자드:
정신을 차려보니 난 이곳에 떨어져 있었어. 온몸의 뼈가 으스러진 것 같은 느낌이야…
티르자드:
그게 다가 아니야! 겨우 제트 부녀를 찾았는데 우인단한테 붙잡히고 말았지!
페이몬:
와… 그것 참 안 됐네…
제트:
페이몬, 여행자, 오면서 붐붐 못 봤어? 붐붐… 붐붐이 사라졌어! 주변을 한참 찾았는데도 없어…
페이몬:
오는 동안 못 본 것 같은데. 그치, 여행자?
여행자:
확실히 못 봤어
제트:
그럼… 분명 더 앞쪽에서 잃어버린 거야. 지금 혼자 있을 거라고. 어서 찾아야 해!
티르자드:
그렇게 호들갑 떨 필요가 있나? 그 자식 그거 혼자 멋대로 돌아다니다 우리랑 떨어진 게 분명하다고
제트:
여기까지 오면서 붐붐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데! 붐붐은 우리 동료예요! 동료를 버리고 가자니, 난 그런 냉정한 짓은 못해!
제트:
난 반드시 붐붐을 찾을 거야…
제브라엘:
티르자드, 당신도 붐붐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 텐데요
티르자드:
왜 제브라엘 너마저…
티르자드:
그래, 알았어! 일단 붐붐부터 찾자. 하지만… 또 우인단을 만난다면 그땐 난 뒤로 빠질 거야!
페이몬:
그나저나 우인단은 왜 여길 온 거지… 여기가 무슨 고고학 핫플레이스라도 되나?
티르자드:
뭐? 그럴 리가! 그렇게 인기 있는 연구 과제였으면 내가 여길 선택할 리가 없잖아
페이몬:
하긴, 자긴 뛰어난 학자가 아니라고 자기 입으로 그랬으니까…
페이몬:
인기 있는 과제를 선택해서 다른 엘리트들과 경쟁했다간 승산이 아예 없을 테니까!
티르자드:
…그냥 불확실한 도전을 하지 않는 것뿐이야
제브라엘:
상황이 생각보다 더 복잡한 것 같아. 조심해서 움직여야겠어
사마일:
하! 안 그래도 언제 오려나 하고 있었다, 친애하는 제브라엘
티르자드:
엥?
사마일:
여기까지 왔으니 내가 초대장을 보낼 필요는 없겠네. 아, 저번에 만나 대화를 나눈 후 얼마 만이지?
사마일:
열 손가락을 모두 사용해도 모자라는군. 넌? 넌 기억해? 제브라엘?
제브라엘:
……
페이몬:
으엑… 뭔가 좀 이상한 사람이네. 제브라엘이랑 아는 사이인가?
사마일:
너무 차갑네. 몇 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술이라도 한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사마일:
과거에 있었던 일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어. 날 알잖아. 「사마일은 한 입으로 두 말하지 않는다는 거」
사마일:
투트모세에 여전히 네 자리를 남겨뒀어. 너만 원한다면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지… 바벨이 우리한테 진 빚도 한 번에 갚을 수 있고 말이야
티르자드:
…역시 그랬군, 역시 그랬어. 제브라엘이 좋은 놈이 아니었을 줄 알았다니까! 저런 인간과… 친구였다고?
제트:
헛소리하지 말아요! 아빠는 비밀이 많은 분이시지만… 분명 이유가 있으셨을 거예요
사마일:
하하, 제트, 그렇게 말하면 나 상처받는다고
제트:
뭐? 당신 날 알아?
사마일:
내가 어떻게 널 모르겠어. 제브라엘, 넌 정말 지하의 차가운 샘물 같은 사람이야.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매정한 딸을 키워냈겠어?
사마일:
꼬마 제트야, 넌 날 잊었지만 다행히 난 널 여전히 기억하고 있단다
사마일:
네가 아주 어린 아이었을 때 난 달빛 아래 모닥불 옆에서 널 품에 안아주었단다. 마치 네… 부모처럼
제트:
그게 무슨…
사마일:
아무래도 제브라엘이 아무 말도 안 해줬나 보구나? 제브라엘, 자기 딸한테도 솔직해지지 못하는 거야?
사마일:
아! 하긴, 이상할 것도 없지. 이유야 어쨌든 넌 「사막의 배신자」니까
사마일:
수하가 오아시스에 외부 상인이 도착했다고 보고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 누가 그들에게 그런 것을 알려준 걸까, 그렇게 하라고만 알려주고 이유는 왜 알려주지 않은 걸까…
사마일:
너한테는 꼬마 제트나 별 교류도 없는 외지 상인들이나 다를 게 없었던 거야
사마일:
넌 심지어 제트한테 네 과거를 알려주지 않았어. 왜? 네가 배신했다는 걸 알게 되면 너한테 실망할 것 같아서?
제트:
아빠…
제브라엘:
사마일, 넌 여전히 변한 게 없군. 여전히 말이 많아. 솔직히 조금 안심이다
제브라엘:
…망설임 없이 널 때려눕혀도 되겠어
사마일:
하하! 제브라엘! 넌 역시 두려운 거야. 나라는 과거의 망령이 네게 빚을 받아낼까 봐, 그게 두려운 거지
사마일:
난 자격이 있어! 아흐마르의 비밀은 투트모세의 것이야! 하지만 넌 「열쇠」를 가지고 우리를, 사막의 모두를 배신했어!
사마일:
지금 네 꼴을 봐. 꼬맹이와 겁쟁이를 팀원이라고 뒀다니. 하! 옛날 그 용맹하던 모습은 어디로 간 거지?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전부 사라진 건가?
제브라엘: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붐붐을 내놔
사마일:
「붐붐」? 아… 설마 이 기계 덩어리를 말하는 건가?
사마일:
하하하하! 어이, 다들 들었어? 그 제브라엘이 이 깡통을 「붐붐」이라고 부르네?
사마일:
스네즈나야 사람들이 네 옛 모습을 모르는 게 아쉽네. 알았다면 이 상황이 백 배는 더 웃겼을 텐데
제브라엘:
붐붐을 내놔라. 그러지 않으면…
사마일:
그러지 않으면 뭐? 제브라엘, 우리 사이에 이럴 필요가 있어? 최후통첩을 몇 번이나 하는 거야? 아니면 생각이 바뀌어서 나랑 회포라도 풀고 싶어졌나?
사마일:
아 그래, 유페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 나? 잊은 건 아니지? 하하하
사마일:
괜찮아. 잊었다고 해도 다시 기억나게 해줄 테니까. 기회는 아주 많거든…
페이몬:
저 자식이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사마일:
우리 사이에는 특별한 소통 방식이 있을 텐데? 제트, 그리고 거기 꼬마들, 전부 덤벼. 지금의 제브라엘은 실력이 예전만 못할 테니까!
페이몬:
여행자, 저 사마일이라는 녀석… 쉬운 상대가 아닌 것 같아. 하지만 붐붐을 위해서라도 한 방 제대로 먹여줘야겠어!
제트:
붐붐! 괜찮아?
붐붐:
삐삐! 삐…
페이몬:
괜찮아 보이네. 그런데 어쩐지 좀 우울해 보이는걸?
티르자드:
어이. 제브라엘, 너…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해. 안 그러면 더 이상 너희들과 함께 갈 수 없어!
티르자드:
저 사마일이라는 놈, 딱 봐도 선량한 인간이 아닌 것 같던데… 너와 제트에게는 왜 그리 친근하게 구는 거지? 설마… 한패인 거야?
티르자드:
그럴 줄 알았어… 그럴 줄 알았다고! 의뢰를 올렸을 때 당신은 임무의 세부 사항도 묻지 않고 바로 수락했지. 전부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그랬던 거야. 맞지?
티르자드:
너와 사마일은 세상 물정 모르는 순박한 학자인 날 이용해 수수께끼를 풀려고 했던 거였다고!
티르자드: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딸까지 이용한 거야?
티르자드:
그리고 제트, 그 순진한 모습도 전부 제브라엘의 계획대로 연기한 거지? 좋아, 좋아! 아주 대단한 연기력이었어…
페이몬:
티르자드, 그만해. 말이 너무 심하잖아. 제트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라구. 그냥 제브라엘이…
티르자드:
페이몬, 그리고 여행자! 정신 차려! 저 두 부녀의 속임수에 놀아난 건 내가 너무 착해서라고, 너희들도 더 이상 속지 마!
제트:
티르자드 씨, 전 당신이 말한 것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연기는 무슨…
제트:
아버지! 이젠 더 이상 입 다물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저도 진실을 알고 싶어요…
제브라엘:
내가 「배신」했다는 사실을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그 선택이 틀렸다 생각하지도 않아
페이몬:
사마일이 제브라엘을 그렇게 불렀지…
여행자:
「사막의 배신자」라고
제브라엘:
그래. 더 숨길 것도 없지. 난 과거 사막의 주민이자 투트모세의 일원이었다. 과거에 그게 어땠든 지금은 이미…
제브라엘: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마일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치광이라는 거다
페이몬:
그렇게 보이긴 하더라…
제브라엘:
…내 아내, 제트의 엄마도 그놈의 손에 죽었지
제트:
그랬군요… 아빠가 엄마에 대해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것도 다…
제브라엘:
네 엄마도… 학자였다. 나만 아니었다면… 아마 더 성공했을 테지…
제브라엘:
최소한 그렇게 젊은 나이에 명을 달리하진 않았을 거야…
제브라엘:
티르자드
티르자드:
뭐, 뭐 어쩌라고. 겨우 그런 얘기를 늘어놓는다고 내가 믿을 것 같아?
제브라엘:
합리적인 반응입니다. 내가 먼저 목적을 숨겼으니, 이런 결과도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겠지
티르자드:
흥, 알면 됐어
제브라엘:
하지만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지킬 겁니다. 이 임무가 끝날 때까지는
티르자드:
안 돼! 그 사마일이라는 놈… 딱 봐도 너한테 앙심을 품고 있는 것 같던데, 네가 날 계속 따라온다면… 난 그런 놈이랑 다신 엮이고 싶지 않아!
제트: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마요, 티르자드 씨. 사마일과 아빠 사이의 원한은 다 옛날 일이에요…. 지금 사마일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적왕의 보물이라고요. 그게 아니면 왜 붐붐을 훔쳐갔겠어요?
제트:
아빠가 있든 없든 사마일은 당신을 노릴 거예요. 당신한텐 모든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물건이 있으니까요
티르자드:
…나한테? 설마 석판 말이야?!
티르자드:
미리 여행자한테 넘겨서 다행이네… 분명 뭔가 있을 줄 알았다고!
페이몬:
야!
제브라엘:
석판뿐만이 아닙니다. 당신의 지혜, 학자로서 얻은 모든 지식… 사마일은 그 모든 걸 노리고 있습니다
티르자드:
왜… 왜 하필 여기서 이렇게 인기가 넘치는 건데!
페이몬:
그래. 나랑 여행자이(가) 있잖아. 걱정하지 마, 티르자드!
제브라엘:
더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시간을 끌수록 사마일한테 더 많은 준비 시간을 주는 꼴이니까요
제브라엘:
사마일은 어둠을 누비는 독사 같은 녀석입니다. 그 양날검은 마치 독사의 독니와 같죠. 절대 약점을 드러내면 안 됩니다…. 그랬다간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될 테니까요
티르자드:
…뱉은 말은 제대로 지켜주기를 바라지
페이몬:
어… 어쨌든 다시 붐붐을 찾았으니까 더 똘똘 뭉쳐야지! 저길 좀 봐! 아직 갈 길이 멀었다구!
페이몬:
근데 이상하네. 사마일은 왜 여기에 온 거지? 녀석들이 노리는 건 이 위에 있는 거 아니야?
제브라엘:
분명 다른 계획이 있을 거야. 아니면 이 근처에 우리가 놓친 단서가 있거나…
페이몬:
음… 그렇다면 더더욱 싸우는 데 시간을 낭비할 순 없지, 어서 출발하자!
페이몬:
나랑 여행자(이)가 앞장설게. 다들 잘 따라와야 해
제트:
그나저나… 그 방의 함정인지 뭔지는 왜 우리를 여기로 보낸 걸까요?
티르자드:
허가를 받지 않은 외부 침입자를 추방하는 건 아주 흔한 방식이야. 기술적인 디테일을 묻는 거라면, 돌아가서 묘론파 전문가한테 물어보든지…
제트:
음… 하지만 티르자드 씨 말대로라면 적왕은 폭군이니까 더 치명적인 장치를 설치할 수도 있었을 텐데…
티르자드:
그건 우리가 운이 좋아서 안 걸린 것뿐이야!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고…
티르자드:
저길 좀 봐! 저 길을 따라가면 우린 여행을 계속할 수 있어. 겨우 석판에 대한 단서를 찾았는데 이렇게 도중에 포기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제브라엘:
쉿. 저 아래에 있는 것들은 우호적인 놈들이 아니야. 앞으로 가려면 돌아갈 방법을 찾거나, 아니면…
페이몬:
또 우인단과 도금 여단이야! 여행자, 보면 볼수록 말이야… 저 녀석들이 붐붐을 데려간 것 같지 않아?
제트:
그럼 빨리 가서 붐붐을 구해야지!
제브라엘:
제트! 진정해!
티르자드:
장난해? 난 그냥 평범한 학자란 말이야. 학술적인 문제면 몰라도 싸움은 못한다고!
페이몬:
하지만 붐붐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어… 붐붐의 도움이 없다면 티르자드의 그 학술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을 거라고
제트:
맞아, 앞으로의 탐색을 위해서라도 붐붐을 구해야 해! 여행자, 넌 저 사람들이 두렵지 않지?
페이몬:
우인단이랑 싸우는 건 여행자의 전공이라구. 물론 그래도 조심은 해야겠지만!
제트:
여기가 아마 마지막일 거야…
페이몬:
여행자, 일단 석판을 꺼내 봐! 전처럼 석판에 관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티르자드:
이건…
제트:
역시 석판에 불이 들어왔어. 그리고 이건… 지도?
페이몬:
티르자드, 석판에 적힌 부호들을 해석하는 건 전문 분야 아니야? 이제 우리한테 설명해 줘
티르자드:
음, 이 명문의 대부분은 공적을 치하하는 내용이야. 적왕은 최고의 자리에 앉은 왕이니 이런 걸 좋아했을 테지
티르자드:
여기 이 광경을 보라고. 전부 적왕의 통치를 미화하고 있잖아
페이몬:
「미화」라니…? 전에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여행자:
「권력구조」였지!
페이몬:
맞아! 공포의 통치네, 굴복이네… 그런 말만 했잖아
티르자드:
이, 이건 내 치밀한 분석과 추리를 거쳐 얻은 결론이야. 겉모습만 보면 분명 미화지!
티르자드:
통치자는 자신의 모든 행동을 미화하려고 해!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야. 게다가 이곳의 유적은 전부 적왕이 직접 만든 거잖아?
티르자드:
자신의 작품을 통해 실수를 반성하는 건… 학자들이나 하는 일이지, 하하
티르자드:
뭐, 그것도 논문 마지막 감사 인사 부분에 가식적으로 고맙다는 말 몇 마디 적는 것뿐이겠지만
티르자드:
그것도 결국 겸손이란 단어로 스스로를 높이는 것뿐이지만, 학계에 정말 자신을 낮추려는 사람은 없을걸?
티르자드:
……
페이몬:
여행자, 저 사람 왠지 자아비판하고 있는 거 같지 않아…?
티르자드:
큼큼, 인정해. 제브라엘의 분석이 나한테 영감을 준 건 맞아…
티르자드:
훌륭한 학자라면 융통성이 있어야 하는 법이지. 자기 의견만 고수한다면 학문의 돌파를 이룰 수 없으니까, 안 그래?
페이몬:
네가 다 알아서 말해 놓고 우리 의견은 왜 묻는 건데…
여행자:
학자들은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꾼다더니…
티르자드:
무슨 소리야. 이건 인식의 성장이라고! 어휴,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다니, 다들 갈 길이 머네
제트:
길이라고 하니까 말인데요, 지도에 표시된 곳이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건가요?
티르자드:
그래. 그곳이 바로 모든 보물과 비밀이 모여있는 곳일 거야
티르자드:
또한 우리의 위대한 여정의 종착지이자 내 인생 역작의 시작점이 되겠지!
티르자드:
비록 지금 당장이라도 답을 얻고 싶지만, 몸이 너무 지쳤어…
제트:
나흐티갈은 아직 오아시스에 있었지… 참, 사마일의 부하가 나흐티갈에 대해서도 보고한 것 같던데, 설마 습격이라도 당한 건 아니겠죠?
티르자드:
그걸 깜박할 뻔했잖아?!
제브라엘:
내가 전에 대응법을 알려줬으니까 괜찮을 거야… 아마도
페이몬:
와… 제브라엘이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은 처음 봤어
페이몬:
음… 일단 어서 돌아가서 나흐티갈과 합류하는 게 좋겠어. 행여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면 정말 큰일이잖아!

뜨거운 모래의 꿈
오아시스에 남은 상인과 동물 짐꾼이 위험할 수도 있다. 어서 오아시스의 야영지로 돌아가 나흐티갈의 안위를 확인하자
나흐티갈:
다행이야. 사이러스가 기분이 좋아 보여. 풍차 국화의… 상태도 아주 좋고
나흐티갈:
풍차 국화라는 이름은 이 아이가 술통을 넘어트리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고 지어준 거야… 사실 그냥 「술통」이라고 지어주려고 했는데 보니파츠가 「술통」이라는 이름은 너무 별로라고 해서 말이야
나흐티갈:
「이미 민들레도 있으니 풍차 국화 정도 하나 있는 것도 어울리지 않겠어?」라고 말했어
나흐티갈:
보니파츠는 비록 내 파트너지만 이름 짓는 센스는 정말 꽝이라니까
제트:
붐붐, 다시는 나쁜 사람들 따라가면 안 돼?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고 나면 티르자드 씨는 돌아가서 인생의 역작을 쓰겠지… 그럼 붐붐은 나랑 아버지랑 같이 집에 가자
제트:
페이몬과 여행자처럼, 나랑 붐붐도 분명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헤헤
나흐티갈:
다들 무사하니 다행이야. 휴, 그 자식들 정말 아주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던걸? 다행히 제브라엘이 말한 방법대로 대응한 덕분에 별로 힘들지는 않았어
나흐티갈:
보니파츠에게 제브라엘과 같은 지혜가 있었다면 장사가 더 잘됐을지도 모를 텐데 말이야
티르자드:
제브라엘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그게 무슨 「지혜」라고… 제브라엘은 그 자식들과 아는 사이였어. 이런 짓을 예전부터 해왔을 수도 있지
제트:
아버지는 절대 그런 짓을 하실 분이 아니에요!
제브라엘:
반박할 필요 없다, 제트. 내가 잘못한 거야
제트: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 상관없어요! 아버지는 지금 사마일과 아무런 관련도 없잖아요. 그거면 됐다고요!
나흐티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오아시스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다들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새 또 사이가 나빠졌네?
페이몬:
말하자면 길어…
나흐티갈에게 전에 있었던 일을 알려준다…
나흐티갈: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지만, 나도 그 일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자격이 없어
페이몬:
응? 왜 그렇게 생각해?
나흐티갈:
하, 티르자드 씨야말로 우리에게 보수를 주는 사람이니까. 누구 편을 들든 난 난처해질 거야
나흐티갈:
제브라엘의 편을 들면 티르자드 씨가 날 쫓아버릴 테고
나흐티갈:
그렇다고 티르자드 씨의 편을 들 수도 없어. 이 주위는 온통 모래뿐이야. 게다가 도적떼들이 곳곳에서 우리를 노리고 있지. 제브라엘 없이는 힘들어…
나흐티갈:
여행자, 너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어?
페이몬:
음… 나도 제브라엘을 믿고 싶지만, 과거에 대해 거의 얘기를 하지 않으니까
페이몬:
게다가 갑자기 이상한 자식이 튀어나와서 과거 자신의 동료라고 주장했는데도 딱히 부정하지 않았지…
여행자:
서로 신뢰를 쌓기 위해선, 먼저 솔직해야 해
페이몬:
음, 제브라엘이 모두에게 진실을 얘기한다면 다들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페이몬:
게다가 제트는 제브라엘의 딸이잖아. 제트를 키운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걸…
나흐티갈:
그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티르자드 씨가 제브라엘을 믿도록 설득하는 거겠지
티르자드:
넌 상인이잖아.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게다가 학계를 막론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한 학자는 연구 자격을 박탈당한다고
티르자드:
너라면 널 속였던 사람과 계속 거래를 할 수 있겠어?
나흐티갈:
음, 그거라면 실제 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 같은데요. 하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와 보니파츠는 도덕적 기준이 꽤 자유롭다고요
나흐티갈:
이익과 리스크를 저울질할 때는 보통 운에 맡기는 편이에요. 그러지 않았다면 티르자드 씨의 의뢰를 받아들이지도 않았겠죠
티르자드:
이 인간들은… 어휴!
나흐티갈:
전에 말했죠, 티르자드 씨는 너무 고지식하다고요. 제 생각엔 사마일이 한 말을 잊고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동안 제브라엘이 티르자드 씨한테 해가 되는 일을 한 적이 있나요?
티르자드:
…그건 없는 것 같군
나흐티갈:
그럼 이미 자신의 행동으로 스스로를 증명하지 않았나요?
페이몬:
맞아. 전에 티르자드가 술에 잔뜩 취해 주사를 부릴 때도 제브라엘이 보살펴줬단 말이야
티르자드:
윽…
여행자: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에요
페이몬:
그래. 지도에 표시된 곳도 아직 못 찾았다고
페이몬:
우리 중 사막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제브라엘이야. 제브라엘의 안내가 없다면 앞으로 굉장히 힘들어질 거야
티르자드:
…좋아! 페이몬과 여행자은(는) 믿을 수 있으니까. 두 사람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페이몬:
헤헤, 그렇다면 티르자드 고고학 팀이 해체되지 않아도 되겠네!
제브라엘: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앞으로의 탐색을 위해 다음 오아시스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쉬는 게 좋겠어
제브라엘:
난… 나도 너희들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해명하고 싶어. 하지만 지금은 빨리 움직이는 게 더 중요해
제브라엘:
……
제브라엘:
사마일이 어딘가에서 우릴 지켜보고 있을 거야. 여기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마일은 나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거든. 내가 사마일을 잘 알고 있듯이
티르자드:
이제 술도 마시고 배도 불렀으니 무슨 핑계든 말해 봐. 그리고 아까 몰래 나흐티갈한테 준 거… 그건 도대체 뭐야?
티르자드:
…설마 상인을 이용해 적에게 편지를 보내려는 건 아니겠지?
나흐티갈:
티르자드 씨, 그런 말투로 물으면 어떻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겠어요?
나흐티갈:
그건 사소한 일들을 적은 메모일 뿐입니다. 휴대가 어려운 짐들과 함께 두었으니, 안전하게 돌아온 다음 가져가면 될 겁니다
제트:
그런 말투여도 이해해요. 이번에는 나도 화가 났으니까! 아버지는 과거의 일에 대해 티르자드 씨뿐만 아니라 나한테까지 비밀로 했어요!
제트:
나도 아버지가 정말 나쁜 사람이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계속 숨기니까 이렇게까지 된 거라고요
제트:
진작 마음을 터놓고 얘기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텐데. 어휴! 인제 와서는 너무 혼란스러워서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네
여행자:
일단 사마일과의 관계부터 시작하죠…
티르자드:
그래! 그걸 확실히 하지 않으면 오늘 밤 잠도 제대로 못 잘 것 같아…
제브라엘:
사마일과의 관계는 너희가 들은 대로야. 사마일이 말한 건 모두 사실이야
제브라엘:
나도 한때 사마일처럼 도금 여단 「투트모세」의 일원이었어. 하지만 이후 내가 사마일과 투트모세를 배신했지
제트:
엄마 때문이에요?
제브라엘: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이 얘기를 다시 꺼내게 될 줄은 몰랐지만… 결국은, 다 나 때문이었어
제브라엘:
나와 사마일은 오래전부터 사이가 안 좋았어. 그때 난 나 자신을 하찮은 모래알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고, 투트모세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지
제브라엘:
유페이는 유능한 학자였고, 투트모세는 그녀의 지혜를 노리고 있었지. 놈들은 그녀의 학식으로 아흐마르가 남긴 수수께끼를 풀려고 했어
제브라엘:
그래서 난 그녀를 사막으로 「모셔」 왔고, 함께 유적들을 탐색했어
제브라엘:
몇 년 동안 함께 탐색하면서 성과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투트모세는 만족하지 못했지
티르자드:
그 「성과」에 설마 제트도 포함되어 있는 건 아니겠지?
나흐티갈:
…크흠! 티르자드 씨,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티르자드:
합리적인 추측일 뿐이야…
제브라엘:
…아까도 말했지만, 나와 사마일은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어
제브라엘:
제트가 태어난 이후, 난 스스로에게 계속 묻기 시작했지. 앞으로도 이전처럼 투트모세가 내게 맡긴 임무를 그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제브라엘:
사마일의 행동들을 앞으로도 계속 묵인할 수 있을까?
제브라엘:
결국 나와 유페이는 연구에 진전이 없다는 것을 핑계로 제트와 함께 사막을, 투트모세를 떠났어
제브라엘:
하지만 사마일은 내 약점을 간파했지
페이몬:
아, 설마…
제브라엘:
투트모세를 위해 아흐마르의 수수께끼를 풀 수 없는 학자는 사마일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을 뿐이었지…
제브라엘:
게다가 사마일은 내가 자신과 똑같다고 생각했어. 유페이만 없어지면 내가 투트모세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제트:
아버지…
티르자드:
정말이지 충격적이군! 그런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도 저녁에 안심하고 잘 수 있나?
제브라엘:
최선을… 다하고 있죠
여행자:
그럼 이번에 사마일을 만난 것도 우연인 건가요?
제브라엘: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투트모세는 아흐마르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 그들을 만나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사마일 본인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페이몬:
우인단 탓도 있어! 사마일과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건지…
제브라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사마일은 바로 그런 사람이야
여행자:
그럼 제브라엘, 이번 여행에 참여하게 된 목적이 뭔가요?
제브라엘:
내 목적?
나흐티갈:
정말 보수를 위해서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어. 티르자드 씨처럼 돈 많고 멍청한… 크흠, 이렇게 씀씀이가 큰 좋은 고용주는 만나기 힘드니까
티르자드:
나 안 취했어. 귀도 멀쩡해서 다 들었다고!
제브라엘:
제트가 말했던 것처럼, 사막에 오니 집에 돌아온 것 같아. 나도 결국 사막의 모래였던 거야. 이곳에서 태어나고 이곳에 묻힐 운명인 거지
제브라엘:
나와 유페이는 물고기와 새처럼 아예 다른 존재였어. 하지만 아흐마르의 비밀 덕분에 운명적으로 엮이게 된 거지. 지금 다른 지역 출신인 너와 내가 그 비밀 때문에 다시 여기에 온 것처럼
제브라엘:
모두에게 미리 말하지 않은 건 내 이기적인 염원 때문이지, 제트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 난 제트가 그것으로 인해 자신이 짊어지지 않아도 될 짐을 지는 걸 원치 않아
제브라엘:
티르자드 씨. 비록 아흐마르에 대한 우리의 견해는 서로 다르지만, 당신 역시 힌디 가문의 학자입니다. 우리가 왕좌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페이몬:
…왕좌?
제브라엘:
내일의 목적지인 성현의 전당이 바로 아흐마르의 왕좌가 있는 곳이야. 사막의 전설에 따르면, 선택받은 자만이 왕좌 앞에 무릎을 꿇을 자격이 있다고 하지…
제브라엘:
지금은 과거와 달라. 만약 아흐마르가 허락한 황금빛 꿈을 엿볼 수 있다면… 유페이와 나의 오랜 숙원을 이루는 셈이지
제브라엘:
그렇기 때문에, 전에 약속했던 대로 나는 티르자드 씨를 끝까지 지킬 거야
티르자드:
음… 좋아. 나와 여행자만 있다면 아마 힘들겠지
페이몬:
티르자드, 어떻게 날 뺄 수 있어!
티르자드:
페이몬은 전투력에 포함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페이몬:
흥, 티르자드랑 비교하면 내가 훨씬 더 셀걸?
티르자드:
그래서 말인데,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어… 제브라엘, 혹시 복수하려는 건 아니지? 비록 약속대로 임무가 종료될 때까지 날 지키겠다고는 했지만…
티르자드:
아내를 죽인 원한은 웃고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음…
티르자드:
만약 그를 다시 만난다면… 아니, 무조건 만나게 되겠지. 그 정도는 나조차도 알 수 있어. 아마 종착지에서 매복하고 있을 거야
티르자드:
그럼 무엇을 더 우선할 거지? 앞으로 나아가 피의 원한을 갚을 건가? …아니면 뒤로 물러서서 우리를 지킬 건가?
페이몬:
티르자드, 그렇게 곤란한 질문을 하면 어떡해!
티르자드:
이건 아주 현실적인 문제야! 그리고 내 목숨이 달린 문제이기도 해. 당연히 확실히 해야지…
제브라엘:
사마일을 죽여 유페이를 되살릴 수 있다면… 만약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제브라엘:
…내 손으로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죽일 겁니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페이몬:
으에…
제브라엘:
후… 하지만 그건 결국 아무 의미 없는 가설일 뿐입니다. 아흐마르조차 거들떠보지 않을 그런 망상이죠. 이제 난 그저 유페이가 무한한 사막에서 편안히 쉬고 있길 바랄 뿐입니다…
제브라엘:
과거의 원한에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은 딸을 훌륭하게 키울 수 없으니까요
제브라엘:
그래서 사막을 뒤로한 것이었습니다. 제트에게 전혀 도움 되지 않는… 그런 감정을 멀리하기 위해서
제트:
아버지… 전… 전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것도 모르고 아버지가 모래를, 이곳의 뜨거운 바람을 잊지 못한다고 말하다니…
제트:
아버지, 여기가 싫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떠나요! 더 이상 사마일이고 뭐고 신경 쓰지 말아요…
제트:
솔직히 말하면, 저도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요. 아버지와 엄마가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 어떤 길을 걸었는지, 어떤 풍경을 함께 보았는지 전부 다요…
제트:
하지만… 하지만 그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는 게 아버지를 고통스럽게 만든다면, 차라리 모르고 살래요. 그냥 이 모래 속에 전부 묻어버려요!
제트:
저도 이제부터 모래를 멀리할게요. 여길 고향이라 생각하지 않을게요…
제트:
기억이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전 아버지와 함께 서로 의지하며 살았어요. 이 세상에 아버지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고요… 아버지가 좋은 곳이 바로 집이에요…
티르자드:
그건 안 돼, 가면 안 된다고. 우린 아직 임무를 채 끝내지 못했잖아!
여행자:
아까까지만 해도 의심했으면서…
티르자드:
그때랑 지금이랑 같아? 지금은 완전히 제브라엘을 신뢰하고 있단 말이야. 적어도 사마일과 같은 편이 아니라는 건 알게 됐으니까. 음… 아닌 게 맞겠지?
제브라엘:
걱정하지 마십시오. 중도에 포기할 생각은 없으니까
제브라엘:
어쩌면 언젠가 「영원의 오아시스」에서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
제브라엘:
그때가 되면 바닷물 대신 달콤한 샘물이, 고통 대신 기쁨이 내 곁에 자리하겠지. 장미는 더 이상 지지 않고, 즐거움은 영원히 계속될 테고…
제브라엘:
하지만 그때가 오려면 아직 멀었어.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그녀도 알 거야. 나한테는 반드시 완수해야 할 사명이 있으니까
제브라엘:
당신을 도와 아흐마르의 비밀을 풀고, 임무가 끝날 때까지 지켜드리겠습니다. 사마일은 절대 당신을 방해하지 못할 겁니다. 제가 대신 처리해 드리죠
제브라엘:
유페이에 관한 건… 기회가 되면 천천히 들려주마, 제트. 시간이 흐르면 씁쓸한 기억들은 점차 사라질 테니까. 하지만 난 언변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제브라엘:
…내 말솜씨로는 유페이의 고운 마음씨를 천분의 일도 표현할 수 없을 테지만, 네가 듣고 싶다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해주마
제트:
전… 전 지금 혼란스러워요. 아버지, 그 민요 다시 한번 불러주실 수 있으세요? 「별들이 황원 위에 떠오르고…」 그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제브라엘:
그 노래도, 유페이가… 아흐마르의 문헌에서 해석해낸 거다
제브라엘:
「별들이 황원 위에 떠오르고, 부엉이들은 무한한 시간에 피곤함을 느끼네. 이제 장미의 왕관을 내려놓아야 할 때야. 이제 와인으로 속세의 먼지를 씻어내야 할 때야」
제브라엘:
오늘 밤은 제가 보초를 서도록 하죠. 다들 일찍 쉬십시오
「자장자장. 황금빛 꿈이 떠도는 모래를 부르네 이곳에서는 더 이상 쓴 소금물을 마시지 않아도 돼 이곳에서는 더 이상 내일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티르자드:
후… 드디어 도착했네
티르자드:
그런데… 내가 아직 술이 덜 깬 건가, 아니면 눈에 모래가 들어갔나? 여기가 정말 우리가 찾던 곳 맞아? 성현의 전당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제트:
사실 진작부터 묻고 싶었는데. 티르자드 씨는 주량도 별로면서 왜 그렇게 술을 좋아해요…?
붐붐:
삐… 삐삐?
티르자드:
…술을 마시면 영감이 막 떠오를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머리만 어지럽네. 음… 앞으로 좀 줄여야겠어
티르자드:
그래도 괜찮아. 출발 전에 나흐티갈이 에너지 드링크를 준 덕분에 지금은 아주 멀쩡하다고
여행자:
뭔가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
티르자드:
조금이 아니겠지. 성현의 전당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 그저 우리 앞에 나타나고 싶지 않은 것뿐이지…
페이몬:
그게 무슨 말이야?
제브라엘:
쉿, 저길 봐
페이몬:
도금 여단이야!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건가…
티르자드:
뭐? 그럼 이제 어떡해? 피해서 가야 하는 건가?
제브라엘:
아니, 직접 「소통」을 해보죠
티르자드:
하지만 저쪽과는 사이가 안 좋은 편이지 않나? 얼마 전에는 싸우기까지 했으면서 인제 와서 무슨 소통을 하겠다는 거야?
제트:
하하, 티르자드 씨, 우리가 정말 앉아서 함께 차라도 마실 줄 알았어요?
제트:
당연히 우리만의 방식으로 교섭을 해야죠. 정 안 되면 주먹으로라도 「소통」을 한다. 이게 바로 저와 아버지의 방식이에요
도금 여단 단원:
너희는… 학자와 배신자? 마침 잘 왔군. 사마일의 물건을 돌려주실까!
페이몬:
뭘 돌려달라는 거야? 우린 빚진 게 없는데?
도금 여단 단원:
흥, 모르는 척해도 소용없다! 받아라!
페이몬:
와! 이 사람들, 협상할 생각은 하나도 없나 보네!
오미드:
결정했어, 오르모스 항구로 갈 거야! 뭘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장사를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오미드:
아루 마을로 돌아가서 사장님한테 말할 거야. 일손이 부족하다는 둥 뭐라고 하겠지만, 상관없어. 어차피 미르사드도 있잖아
제트:
아무리 봐도 저들은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 같아. 이상하네… 그리고 사마일의 물건이라는 건 도대체 뭘까?
페이몬:
붐붐을 말하는 게 아닐까? 전에 붐붐이 납치됐었잖아
붐붐:
삐삐?! 삐——
제트:
음… 그럴 수도 있겠어. 티르자드 씨도 티르자드 씨지만 붐붐도 잘 지켜야겠네
제브라엘:
여기서 한동안 머물러 있던 것 같군. 잘 찾아보면 뭔가 단서가 있을지도 몰라
페이몬:
제브라엘! 이걸 찾았어. 쓸모 있는 단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브라엘:
내가 투트모세에 있을 때 이런 암호로 서로 메시지를 남겼었지
페이몬:
아! 그러니까 제브라엘이 알아볼 수 있다는 거네?
여행자:
사마일도 제브라엘이 해석 가능하다는 걸 알 거야
페이몬:
뭐? 그… 그럼 설마 이 모든 게 사마일의 함정이었다는 거야?
티르자드:
그럴 줄 알았어. 두 사람의 악연이 언젠간 우리 모두를 해칠 줄 알았다고…
티르자드:
하아. 붐붐, 지금 당장 수메르성으로 돌아가자. 논문의 마지막 두 챕터를 채우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일단 살고 봐야지. 언젠가 다시 올 기회가 있을 테니까
붐붐:
삐?
티르자드:
다음에는 좀 더 신원이 확실한 조수를 찾아야겠어…
제브라엘:
꼼수에는 꼼수로 대응하는 수밖에
페이몬:
무슨 뜻이야?
제브라엘:
순서를 따진다면 도금 여단이 우리보다 먼저 도착했어. 도착한 지 꽤 지났으니, 당연히 뭔가 먼저 발견했겠지
제브라엘:
하지만 어떤 중요한 물건이 없어서 더 나아갈 수 없었던 거야
제브라엘:
그리고 마침 우리한테 그들에게 없던 게 있었던 거고
제브라엘:
맞아, 그리고 석판
제브라엘:
우리에게서 억지로 빼앗는 것보다 더 쉬운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려 했던 거야
여행자:
곰이 재주를 부릴 때까지 기다리기?
제브라엘:
그래. 우리가 모든 수수께끼를 대신 풀 때까지 기다렸던 거지
티르자드:
아! 알겠다! 함께 연구할 때 농땡이만 피우다 마지막 발표 단계에서만 존재감을 높이며 모든 성과를 가로채는 그런 놈 같은 거지!
제브라엘:
그런데 우리도 여기서 막힌다면 그들 역시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겠지요
제브라엘:
그러니 꼼수에는 꼼수로, 저들이 남긴 정보를 이용하는 겁니다
제브라엘: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면 분명 전투가 일어나게 될 거야. 하지만 제트, 여행자, 너희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지. 안 그래?
제트:
당연하죠. 다음번에 만나면 제대로 한 방 날려줄 거라고 이미 결심한걸요
여행자:
도금 여단을 두려워한 적은 없어요
페이몬:
맞아. 더 무시무시한 적과도 싸웠었다고
티르자드: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더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티르자드:
보라고. 이 유적은 오랜 시간 동안 이곳에 있었어. 몇 달… 아니, 몇십 년이 흐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다음에 다시 오면 되잖아!
티르자드:
어휴, 꼼수에는 꼼수로라니. 너희 네 사람이 자신만만한 건 본인의 전투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잖아
티르자드:
저쪽은 우리보다 훨씬 수가 더 많아. 난전이라도 벌어지면 페이몬은 날아서 숨을 수라도 있지, 난 어떡해?
티르자드:
일단 안전하게 다시 수메르성으로 돌아간 뒤 신중하게 의논해 보자… 아니, 그럴 필요 없이 아루 마을까지 다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제브라엘:
투트모세는 비록 적왕의 신도들이지만 유적에 손을 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사마일이라면 평범한 방법으로 풀 수 없을 경우, 분명 다른 수단을 쓸 겁니다…
제브라엘:
그들이 먼저 적왕이 남긴 수수께끼를 푼다면, 티르자드 씨가 다시 돌아왔을 때 유적은 지금 이 모습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티르자드:
뭐?! 여기에 존재하는 물건들은 전부 유물이라고!
제브라엘:
아카데미아의 학자들에겐 이곳이 소중한 「유적지」일지 모르지만, 투트모세에겐 아닙니다. 이 모든 게 하나의 과정이자, 거쳐야 할 단계에 불과합니다…
제브라엘:
그들에게는 마지막 목적인… 결과만이 가장 중요할 뿐입니다
제브라엘:
티르자드 씨,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이미 돌이킬 방법은 없습니다
티르자드:
하아… 고지가 눈앞에 있는데, 기뻐할 겨를도 없이 어둠 속에서 습격해 오는 독사를 상대해야 한다니…
제브라엘:
비록 놈은 어둠 속에 숨어있지만, 우리의 대비도 충분합니다. 당신의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하게 해드리죠
제브라엘:
이 암호 편지의 내용에 따르면, 아흐마르의 옥좌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겁니다. 삼중 시련을 겪은 자만이 옥좌에 경배할 자격을 얻게 되지요
페이몬:
삼중 시련… 주위의 건축물들을 가리키는 걸까? 여기에 거대한 조각상들이 많이 있잖아. 갑자기 움직이기라도 할까 봐 너무 무서워…
여행자:
조각상들과 싸워 이기는 게 시련일지도
티르자드:
그게 정답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제브라엘:
여긴…
사마일:
제브라엘! 하하, 드디어 왔군!
사마일:
그럴 줄 알았어… 그럴 줄 알았다고! 너와 난 투트모세의 양날검이다. 우리의 인생은 황금빛 꿈에 숨어있는 비밀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했던 것이다…
사마일:
먼 길을 돌아왔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그 기나긴 길의 끝에서 우린 결국 다시 만났으니까
사마일:
넌 그저 잠깐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렸던 것뿐이야. 투트모세의 모래는 결국 아흐마르의 왕좌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
사마일:
목마른 자가 샘물을 갈망하듯이, 영원의 오아시스의 환영만이 우리의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지…
제브라엘:
난 이미… 아흐마르가 허락한 황금빛 꿈에 들어온 건가?
사마일:
아… 넌 아직 「우리」가 아니야
사마일:
하지만 괜찮아. 머지않아, 「너」는 곧 사라질 거야. 「너」는 「우리」의 일부가 될 거야. 그때가 되면 굳이 이런 의미 없는 말들로 소통할 필요도 없겠지
제브라엘:
아니, 아니야. 난 널 막기 위해 온 거야! 내 사명은 지키는 것이다… 난 제트와 다른 사람들을 지켜야 해…
사마일:
왜? 왜 그렇게 사소한 일에 신경 쓰는 거지? 이렇게나 위대한 힘이 바로 네 눈앞에 있어. 마치 사막의 거대한 흐름과도 같은 위대한 힘이 느껴지지 않나?
사마일:
그 힘에 순종해야 해. 아흐마르의 의지가 곧 우리의 의지고, 투트모세의 염원이 곧 우리의 염원이야
제브라엘:
아니야! 유페이가 말했어. 난 너희들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 독립적인 개체라고. 난 나만의 염원이 있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야!
사마일:
제브라엘, 아직도 깨닫지 못한 건가? 사랑은 열병과도 같은 거야. 내가 널 위해 그 「병균」을 제거해 줬잖아. 그런데 넌 아직도 그 고열로 인해 이성을 잃은 것 같군
제브라엘:
이성을 잃은 건 너야, 사마일. 아흐마르가 허락한 황금빛 꿈은 이런… 「우리」만 있고 「나」라는 존재가 없는 슬픈 곳이 아니라고
사마일:
난 슬프지 않아. 난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어. 내 염원은 투트모세와 함께하는 거야
사마일:
잘못된 건 너야. 인간의 따스함… 난 그런 감정을 경멸한다. 그건 누군가를 약하게 만들거든
사마일:
네 배신은 칼이 되어 내 가슴을 찔렀지만, 이제 난 아흐마르의 지혜를 얻었어. 영원히 아물지 않을 것만 같던 상처가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
사마일:
사실 너도 이미 느꼈잖아? 잠이 솔솔 오는 그 느낌… 아흐마르가 널 꿈속으로 부르는 거야. 여기서 나와 의미 없는 논쟁은 그만하고, 깊이 잠드는 게 어때…
사마일:
네가 다시 깨어날 때면, 아니, 「우리」가 다시 깨어날 때면, 모든 장애물은 사라지고 투트모세의 염원도 이루어질 거야
제브라엘:
…아니, 넌 내 원수다! 내 염원은… 염원은…
사마일:
너도 알잖아. 「우리」는 사막이고 넌 사막의 모래라는 걸. 우리는 하나야
제브라엘:
아니, 난 「사막의 배신자」야. 난 투트모세를 배신했고 다른 길을 선택했어…
사마일:
넌 먼 길을 돌았지만, 결국 올바른 종점에 도착한 거야. 제브라엘, 인정해. 이게 바로 네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염원이란 걸
제브라엘:
…내가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어 했다고?
사마일:
그래. 넌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거야. 이곳에는 원한 같은 건 없어, 영원한 안식뿐이지. 쓰디쓴 소금물 같은 건 없어, 오직 마셔도 마셔도 끝이 없는 맑은 샘물뿐이야
사마일:
잠들어라, 제브라엘. 잠들어
제브라엘:
……
제트의 목소리:
(…아버지! 아버지!)
티르자드의 목소리:
(그… 그의 형체는 이미 사라졌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제트…)
페이몬의 목소리:
(어떻게 이럴 수가…)
제트의 목소리:
(믿을 수 없어! 아버지는 약속을 지키시는 분이야. 나한테 엄마에 대해 얘기해 주시겠다고 했어… 너희들도 다 들었잖아! 날 속이셨을 리가 없어. 한 번도 날 속인 적이 없었는데. 흑…)
제브라엘:
…굴복하지 않아. 제트 말이 맞아… 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난 마지막까지 모두를 지키겠다고 약속했지!
사마일:
……
사마일:
…알았다. 속세의 인연이 네 발목을 잡고 있었던 거군, 마치 「병균」처럼. 그들을 제거하기만 하면…
티르자드의 목소리:
(…문이 열렸잖아? 틀림없이 제브라엘이… 제트, 진동이 아직 멈추지 않았어! 여긴 너무 위험해. 여기 더 있으면 안 된다고! 안 그러면 그의 희생은 헛된 것이 될 거야!)
제트의 목소리:
(가려면 너희 먼저 가! 아버지… 아버지는 분명 다시 돌아오실 거야. 깨어난 뒤에 날 찾지 못하시면 얼마나 슬프시겠어… 난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사마일:
흥, 멍청하긴. 하지만 곧 그런 사소한 고민은 메마른 바람에 의해 전부 사라지게 될 거다
제브라엘:
네 뜻대로 되게 두지 않을 테다!
제브라엘:
하하, 그래. 이제야 알겠어… 사마일, 네 말이 맞아. 이제 더 이상 「나」는 없어. 「우리」만 있을 뿐…
제브라엘:
하지만 그 「우리」의 의지를 꼭 네가 정하는 건 아니잖아?
사마일:
설마 너…
제브라엘:
사마일, 투트모세의 양날검은 양쪽 모두 똑같이 날카롭지. 나와 함께 파멸하자!
제트, 미안하다. 앞으로 길은 너 혼자 걸어야 해… 넌 날 용서하지 못하겠지. 너와의 약속을 어긴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여긴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이야. 유페이의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아. 그녀가 고향의 노래를 부르고 있어. 아… 너에게도 들려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왜 너에게 유페이에 대해 더 말해주지 못했을까? 유페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 그리고 순진한 미소… 너와 함께 나누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이미 내 기억인지… 아니면 「우리」의 기억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아…
미안하다…
미르사드:
어휴, 이 나이에 모험가로 전향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하지만, 시도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지
미르사드:
내가 모험가가 되려 한다는 말을 들으면, 오미드는 분명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 거야. 그래서 오미드 몰래 사장님한테 말할 생각이지. 오미드한테 말하지 말아 줘…
페이몬:
들어오긴 했는데… 왕좌는 어디 있는 거지?
티르자드:
아니… 입구 맞은편에 왕좌가 있을 리가 없잖아. 여관 프런트도 아니고. 음… 여기서 이런, 어… 불경한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티르자드:
어쨌든 적왕의 옥좌는 더 「존귀」한 곳에 있을 거야. 쉽게 말하면 더 「높은 곳」에 있을 거란 말이지
제브라엘:
이곳의 장치들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은 것 같군. 다시 작동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
페이몬:
음… 얼른 「옥좌」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네
페이몬:
적왕과 관련된 것들은 전부 엄청 컸으니까, 「옥좌」도 분명 커다란 의자겠지? 헤헤, 나도 앉아보고 싶다!
붐붐:
삐삐? 삐——
제트:
붐붐이 왜 저러지? 아래층으로 가려는 것 같은데?
페이몬:
어? 하지만 티르자드는 옥좌가 더 높은 곳에 있을 거라고 했잖아…
티르자드:
음… 높은 곳으로 가려면 일단 낮은 곳으로 가는 게 맞아. 정상에 오르려면 낮은 골짜기를 넘어야 하는 거지. 마치…
여행자:
인생처럼
티르자드:
맞아! 바로 그거야! 여행자, 나랑 같이 있는 며칠 동안 꽤 많이 배운 것 같네?
제브라엘:
해야 할 말이 많지만… 일단 야영지부터 만들지
침묵 속에서 다들 야영지를 세웠다. 간단하게 음식을 먹고 나니,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티르자드:
…너희들이구나. 뭐 더 할 말 있어?
티르자드:
…난 마지막까지 제브라엘을 의심했어. 난 정말 최악이야…
티르자드:
지금은 제브라엘에게 고마운 마음뿐이야…
티르자드:
학술 연구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난 항상 줏대 없이 흔들려왔어…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거야.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믿는 길을 꿋꿋이 걸어 나갈 거야…
티르자드:
제브라엘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제트:
미안… 아직 감정이 잘 조절되지 않네
여행자:
사과할 필요 없어
페이몬:
그래… 제트가 매우 힘들다는 거, 우리도 다 알아
제트:
고마워… 앞으로 순조로운 여행이 되길 바랄게…
페이몬:
음… 제트의 모든 게 순조롭길 바라… 분명 그럴 수 있을 거야!
보니파츠:
오미드랑 미르사드는 왜 안 보여? 설마 그 둘이…
나흐티갈:
둘 다 무사해. 단지… 각자 생각이 달라서 우리랑 동물 짐꾼 장사를 안 하려는 것 뿐이지
보니파츠:
뭐? 그럼 어떡해. 우리 둘만으론 일손이 부족하다고. 사람을 더 뽑을래도… 아루 마을에 올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
보니파츠:
아 됐어. 이 문제는 나중에 얘기해. 사이러스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됐지. 다음엔 절대 그런 위험한 곳에 데려가지 말자고
나흐티갈: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린 동물 짐꾼 상인이야. 동물 짐꾼에게 일을 안 시키면 우린 뭐 먹고 살아?
나흐티갈:
불어오는 바람만으로 배를 채울 수는 없어. 게다가 이런 곳에서는 모래만 잔뜩 먹게 될 거라고…
보니파츠:
그렇다고 사이러스에게 또다시 모험을 시킬 수는 없어. 네 몸도 제법 튼튼해 보이는데, 짐은 그냥 네가 옮기든지
나흐티갈:
?
페이몬:
하하, 아주 큰 의자네.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아!
티르자드:
난 적왕 같은 폭군은 인정하지 않지만, 그건 좀 불경한 말인 것 같아. 페이몬…
티르자드:
그러고 보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 뭐지? 뭔가가 빠진 건가? 아니면 절차가 잘못된 건가?
티르자드:
음… 제브라엘이 말했었지. 「선택받은 자만이 왕좌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있다」라고… 서, 설마 정말 왕좌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건가?
티르자드:
하지만 난 아카데미아의 학자야. 어떻게 폭군의 왕좌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있겠어? 게다가 이 왕좌는 텅 빈 상태인데!
페이몬:
괜찮아. 페이몬이 앉으면 비어있지 않을 테니까
티르자드:
너 이 녀석 정말… 제트, 너도 페이몬 좀 말려봐. 제트?
티르자드:
제트가 어디 갔지? 방금 전까지 우리랑 같이 있지 않았어?
제브라엘:
사마일…
사마일:
제브라엘, 아직도 자신이 뼛속까지 투트모세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 건가? 그렇게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사마일:
아흐마르의 옥좌가 바로 눈앞에 있어. 너도 옥좌에 시선을 빼앗긴 나머지 다른 것이 보이지 않는 상태이지 않나?
사마일:
황금빛 꿈을 거부할 수 있는 모래는 없어. 아흐마르의 윤허, 그곳이야말로 모든 모래가 돌아가기를 갈망하는 장소야
사마일:
투트모세를 배신하면 네 본능을 거스를 수 있을 줄 알았나? 하, 네가 결국 돌아올 것이란 걸 난 알고 있었지
사마일:
제트, 봤지? 네가 사랑하는 아버지는 아흐마르의 옥좌를 보자마자 모든 것을 잊어버렸단다. 심지어 너조차도 말이지
제트:
이건 내 실수야. 아버지와는 상관없어!
사마일:
흥, 고집이 센 건 제브라엘을 꽤 닮았군. 말이 많은 건… 아마 유페이를 닮은 거겠지
제브라엘:
사마일, 우린 널 위해 모든 수수께끼를 풀고 널 옥좌 앞으로 데리고 왔어. 네 염원은… 이미 이루어진 거 아닌가? 제트는 너한테 아무런 쓸모도 없어. 계속 잡아둘 필요 없잖아
티르자드:
그래. 제브라엘, 너 이 자식… 결국 본성을 드러내는군. 뭐? 꼼수에는 꼼수로? 넌 역시 그 자식들과 한패였어!
사마일:
하하하하! 이게 바로 너의 결정인 건가? 보아하니 네 「파트너」는 널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제브라엘:
티르자드, 당신의 고고학 모험도 이제 마칠 때가 된 것 같군요. 이게 바로 성현의 전당의 전부입니다. 논문에 필요한 건 전부 알게 되지 않았습니까…?
제브라엘:
지금은 안전하게 돌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전에 당신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했지요? 그 약속은 절대 어기지 않을 겁니다
사마일:
쯧쯧쯧, 탐욕스럽기는!
사마일:
제브라엘, 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네 행동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군
사마일:
뭐든 다 손에 넣으려고 하는 게 말이 돼? 딸의 안전! 학자의 의뢰! 심지어 아흐마르의 비밀까지!
사마일:
유페이가 죽을 때 탐욕의 대가에 대해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아, 그래. 내가 손수 가르쳐줬었지
사마일:
오! 아니면 설마 이미 교훈을 얻어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된 건가? 어디 보자. 여기 있는 사람 중 누구를 「대가」로 바치려나?
페이몬:
이상한 녀석이 계속 이상한 말만 하니까 머리가 어지러워… 우린 이미 모든 비밀을 풀었잖아? 아흐마르의 비밀은 또 뭔데?
여행자:
게다가 황금빛 꿈은 또 뭐고…
티르자드:
그건 사막의 미신 아니었나? 그런 건… 너무 허황한 개념이잖아. 연구할 가치도 없다고
티르자드:
적왕의 지혜를 얻은 사람은 황금빛 꿈으로 갈 수 있고, 그곳에서 영원한 평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지
티르자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들 말고…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까?
사마일:
흥, 삼류 학자 주제에. 만약 유페이가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벌써 논문을 산더미같이 썼겠지? 그랬으면 이딴 녀석이 아흐마르의 유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지
제브라엘:
…그만! 아흐마르의 옥좌에 앉고 싶다면 당장 앉아. 난 널 막지 않을 거야. 티르자드가 널 방해하게 두지도 않을 거고
제브라엘:
아흐마르의 옥좌로 향하는 길은 널 위해 연 거야. 내가 티르자드, 여행자을(를) 이용해 성현의 전당이 모습을 드러내도록 한 거지
제브라엘:
그렇다고 티르자드한테 미안한 건 아니야. 티르자드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논문을 쓰는 게 목적이었지. 이제 그 「독창적인」 소재도 손에 넣었으니, 티르자드가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 거나 마찬가지야
제브라엘:
그러니까 이제, 제트를 돌려줘. 그럼 우리 둘 사이의 악연도 끝나는 거야
사마일: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아흐마르의 비밀에 대해 말만 했다 하면 매번 어물쩍 넘어가려는 거야?
사마일:
빈 옥좌에는 누구든 앉을 수 있어. 자격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 앉는다고 해서 그 신분이 고귀해지는 것도 아니지…
사마일:
중요한 건 바로 그 기도문이야… 그걸 네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음… 혹시 나중에 다시 혼자 여기까지 다시 돌아오려는 건가? 그렇다면 말이 되는군
사마일:
하지만 아쉽게도 그건 안 되겠어. 네가 제트를 「대가」로 지불하지 않는다면…
여행자:
이 세상에 가족보다 더 소중한 건 없어요
페이몬:
맞아! 제브라엘이 항상 말하는 「아흐마르의 비밀」이 도대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티르자드가 말하는 미신이든, 진짜 존재하는 것이든 상관없어
페이몬:
강력한 힘도, 무한한 재물도, 가족보다 더 소중하진 않아!
티르자드:
기도문이 그렇게나 매력적인 것이라고…? 믿을 수 없어. 하지만 뭐 들어봐도 상관은 없겠지. 그 정도는 하나의 일화로 논문에 써넣을 수 있을 테니까
티르자드:
그걸로 제트를 구할 수 있다면 망설일 필요 없잖아. 어서 알려줘
티르자드:
솔직히 말하면 양쪽 모두 큰 피해를 입을 줄 알았어…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니야?
티르자드:
하지만 그 미신에 이 정도로 집착한다니… 내가 모르는 게 아직 많은 것 같군. 적왕 전설에 대한 미신이라… 연구할 가치가 있는 과제일지도 모르겠어
제브라엘:
……
제브라엘:
「별들이 황원 위에 떠오르고…」
제브라엘이 오아시스의 밤에 부르던 노래 가사를 읊기 시작한다
페이몬:
엥…? 어라?
티르자드:
하지만 그건…?
제트:
…아버지?
여행자:
(제브라엘? 왜?)
제브라엘:
(준비해)
사마일:
「별들이 황원 위에 떠오르고」라… 그랬군
사마일은 옥좌에 앉아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티르자드: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페이몬:
여행자, 뭔가 이상해! 잠들었어… 아니, 숨을 쉬지 않아!
제브라엘:
사마일은 소원대로 아흐마르가 허락한 황금빛 꿈, 「영원한 꿈」에 들었다…
여행자:
「영원한 꿈」이라는 게 그런 뜻이었어요?!
도금 여단 단원:
사마일 저 자식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쨌든 너희들은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제브라엘:
여행자, 전투 태세를 갖춰!
제트:
아버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그 「기도문」은…?
티르자드:
제브라엘이 전에 말했었지. 그 노래 가사는 제트의 어머니가 적왕과 관련된 문헌에서 해석한 내용이라고… 그게 여기에 사용되는 것일 줄이야…
티르자드:
하지만, 적왕이 말한 황금빛 꿈이라는 게 자신의 신도를 「영면」에 빠지게 만드는 거였어?
티르자드:
생각보다 훨씬 더 끔찍한데… 어서 돌아가서 학계에 알려야겠어
페이몬:
으엑… 아까 함부로 앉지 않아서 다행이야… 역시 자기 게 아닌 자리에 앉아서 좋을 건 없는 거였어!
여행자: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많아…
제브라엘:
아흐마르의 윤허에 대해 유페이는 이렇게 추측했지…
제브라엘:
아흐마르에게 올바른 기도문을 바치는 자는 허락을 받아 황금빛 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여정이야
제브라엘:
「영원한 꿈」과 현실 사이를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지금 보니… 유페이의 말이 맞는 거 같군. 사마일은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야
제브라엘:
인정하지. 리스크가 매우 높은 도박이었어…
여행자:
어쨌든, 제트가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페이몬:
여행자 말이 맞아! 다들 무사한 게 가장 중요한 거잖아
티르자드:
음? 어디 보자. 지금 상황은… 제트도 무사히 돌아왔고, 사마일의 부하들도 격퇴했고
티르자드:
사마일도… 이렇게 되면 소원을 이룬 셈이잖아? 악당만 아니었다면 고맙다고 하고 싶을 정도네…
티르자드:
어쨌든, 음, 자신이 꿈꾸던 「행복과 즐거움」의 땅으로 갔으니, 굳이 본인한테 허락 받지 않아도 논문 사례로 써도 되는 거겠지?
티르자드:
…휴! 그럼 해피 엔딩이로군! 나, 티르자드가 선포한다. 이번 고고학 모험은 순조롭게 진전되었고, 큰 성과를 거두었음을!
제트:
…정말 끝난 거 맞나요? 현실감이 없는데…
티르자드:
정확히 말하면, 아직 끝난 건 아니지. 의뢰 조건은 날 아루 마을까지 안전하게 호송하는 거였잖아?
제트:
네, 확실히 그렇네요. 티르자드 씨의 의뢰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다시 정신 차려야겠네요
제트:
티르자드 씨를 아루 마을까지 안전하게 호송하면 저랑 아버지는 이제 자유예요! 헤헤, 이제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
제트:
아! 제 말은, 사막이 아니라면 어디든지요!
제브라엘:
괜찮아, 제트. 네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함께 가주마. 유페이에 대해서도… 네가 원한다면 알려주마
제브라엘:
그리고 유페이의 연구 노트도 있었지… 네가 관심 있는지 모르겠다만
제브라엘:
혹시나 잃어버릴까 봐 가져오지 않고 일부 짐들과 함께 보니파츠에게 맡겨 뒀다. 아루 마을로 돌아가서 짐을 되찾으면…
제트:
그럼 뭘 더 기다리고 있어요? 어서 가요!
페이몬:
음? 주위가 뭔가 이상하지 않아?
티르자드:
뭔가가 다가오고 있는데?
제트:
뭐지? 도대체 뭐야?
붐붐:
삐삐—— 삐——
제브라엘:
설마 사마일이… 이런. 사마일이 아주 잠시라도 아흐마르의 지혜를 얻었다면, 아흐마르의 권능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어…
제브라엘: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해!
제브라엘: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해!
페이몬:
문이 닫혔어! 여행자… 이제 어떡하지…
제브라엘:
아흐마르의 권능을 찬탈한 사마일을 물리쳐야 하지만, 현세에 있는 사마일의 형체는 이미 소멸되었을 거야…
제트:
형체가 없으면… 어떻게 물리쳐요? 「영원한 꿈」에 있는 한 그는 무적이란 소리 아니에요…?
티르자드:
누군가가… 그가 있는 곳으로 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제브라엘:
누군가가 「영원한 꿈」에서 놈을 저지해야 해… 내게 맡겨라… 반드시 너희들을 지켜줄 테니까…
제트: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는 어떻게 돌아오실 건데요? 「영원한 꿈」과 현세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했잖아요…
제브라엘:
더는 지체할 수 없어. 나는 마지막까지 너희들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단 말이다… 여기서 다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보니파츠:
그런 일이 있었다니… 바람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보니파츠:
후우. 제브라엘의 일은 정말 안타깝지만, 다들 무사히 돌아와서 너무 다행이야
나흐티갈:
장사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 사막은 내 생각보다 100배는 더 위험해… 제브라엘 같은 사람조차도 그렇게 됐으니…
나흐티갈:
나 같은 변변찮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어? 휴…
보니파츠:
지금 이런 걸 묻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나흐티갈:
티르자드 씨는 수메르성으로 돌아가시겠죠?
티르자드:
…나? 응, 그래. 난… 난 돌아가서 논문을 써야 해
티르자드:
반드시… 내가 본 것들을 사실대로 기록할 거야
티르자드:
학술적인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야… 제브라엘은 항상 말한 걸 지켰지만, 나는… 지금까지 줄곧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만 했어
티르자드:
이제 내 차례야. 나도 이제 내 책임을 다할 거야…
여행자:
그럼 이 석판은…
티르자드:
논문에 참고할 탁본은 이미 준비했어. 하지만 원본은… 네가 대신 보관해 줘. 위험한 일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야! 의뢰라고, 의뢰!
티르자드:
생각해 봐. 논문을 쓰는 동안에는 난 다른 데 신경 쓸 여력이 없어. 하지만 너희 모험가들은 계속 움직일 거잖아, 안 그래?
티르자드:
그 사이에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한다면… 저절로 좋은 협력이 될 수 있지 않겠어? 논문 자료를 내게 주면, 보수를 챙겨줄게…
티르자드:
그래, 이게 바로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거지!
페이몬:
제트… 제트는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음, 함께 지낼 친구는 있어?
제트:
아버지는… 항상 너무 바빴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정도로… 항상 쓰던 도끼 말고는 남기신 것도 없고…
제트:
언젠가 「영원의 오아시스」에서 엄마와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하셨어. 하지만 그건 먼 훗날의 일이라고 했으면서… 거짓말쟁이, 나도 엄마도 모두 속인 거야…
제트:
아버지는 약속을 지키는 분이셨어. 그리고 이제 내가 그 약속을 대신 지킬 수밖에 없어. 아버지가… 남긴 도끼, 아버지가 보관하셨던 짐들, 그리고 엄마가 남긴 연구 노트들…
제트:
이 모든 걸 「영원의 오아시스」로 가지고 갈 거야. 그곳에서 진정한 휴식을 취하셨으면 좋겠어
붐붐:
…삐삐!
페이몬:
우리가 도와줄 게 있을까…?
제트:
고마워… 고맙지만… 괜찮아. 엄마가 적은 연구 노트를 봤는데, 엄마가 직접 쓴… 일기 같은 게 있더라고
제트:
일기에는 아버지가 「타니트」 부족 출신이라고 했어. 타니트로 가면…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제트:
……
제트:
미안, 난 그냥… 아직… 미안…
여행자:
잠시 혼자 있게 내버려 두죠
보니파츠:
그래… 후우. 어쨌든 나랑 나흐티갈은 한동안 여기 머물 생각이야
나흐티갈:
여기서 앞으로 어디로 갈지 고민해 보려고…
페이몬:
나와 여행자은(는) 당분간 수메르에서 지낼 것 같아… 왠지 아직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보니파츠:
지내는 동안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 최선을 다해 도울 테니까
나흐티갈:
모두 순조로운 여행이 되길 바랄게
페이몬:
문이 또 닫혔네…? 바로 도망쳐 나와서 다행이야…
티르자드:
제브라엘이… 우리를 지켜주고, 자기는… 크윽…
제트:
흑… 아버지…
붐붐:
삐… 삐뿌삐삐, 삐삐…
페이몬:
틀림없이 그가 우리를 위해 문을 열어줬을 거야. 안 그랬으면…
여행자:
제브라엘은 자신의 약속을 지켰어…
티르자드:
아직… 완전히 안전해졌다고 확신할 수는 없어… 일단 나흐티갈과 함께 아루 마을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제트는 포기하지 않고 거듭 확인했지만 성현의 전당의 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문 뒤쪽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모든 일은 이미 일어났고, 더는 돌이킬 수 없었다. 현실을 받아들인 제트는 제브라엘이 유일하게 남긴 도끼를 조심스럽게 수습했다. 그녀는 결국 우리의 설득에 따라 함께 야영지로 돌아가 상인에게 상황을 설명한 이후, 아루 마을로 돌아갔다…
티르자드:
크흠, 나흐티갈의 에너지 드링크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지금 책상 앞에 앉으면 단숨에 10만 자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