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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속 광경 첫 번째

젓가락 한 짝으로 맛과 명성 모두 얻으리


젓가락 한 짝으로 맛과 명성 모두 얻으리
식탐이 발동한 페이몬이 여행자를 끌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만민당으로 향한다. 바로 이때 고민에 빠진 향릉을 만나게 된다…
페이몬:
이봐, 우리 왔어!
여행자:
실례합니다
향릉:
어라! 여행자랑 페이몬이잖아!
묘 사부:
여어, 여행자 왔구나! 오늘은 좀 한가한가 보네, 뭐 먹을래?
페이몬:
삶은 검정 농어!
묘 사부:
그래, 금방 나오니까 얘기 좀 나누고 있어!
페이몬:
고마워, 묘 사부!
향릉:
마침 너희 생각 중이었는데 진짜로 왔네! 헤헤, 마음이 통했나 봐
페이몬:
우릴 찾았어?
향릉:
응, 상의할 일이 좀 있거든. 너희도 오면서 봤지? 성 곳곳이 축월절 분위기로 바뀐 거!
여행자:
축월절이라고 하는구나
페이몬:
축월절…도 리월의 전통 축제야?
향릉:
맞아, 축월절은 가을의 밝은 달을 기리는 리월의 성대한 축제야. 어르신들 말로는 수천 년 전, 선인들도 이 기간엔 선도를 구했대!
향릉:
하지만 지금은 맛있는 걸 먹고, 친척이나 지인을 만난다거나 달구경, 꽃구경을 하는 식으로 바뀌었어…. 훨씬 간소화돼서 모두들 좋아해. 번거롭지도 않고
페이몬:
내가 좋아하는 축제 같은걸!?
향릉:
페이몬은 음식 센스가 끝내주잖아, 분명 축월절을 좋아할 거야!
페이몬:
야! 너 내 센스에 불만 있어?!
향릉:
그래서 말인데 너희 시간 있어? 올해의 요리왕 대항전에 참가하려는데, 너희가 내 요리 고문이 돼줬으면 해!
묘 사부:
그래, 친구한테 묻다 보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샘솟을 거야!
페이몬:
요리왕 대항전? 리월에 그런 대회도 있어?
향릉:
아, 너희 아직 못 들어봤구나?
향릉:
축월절 주제는 칠성의 결정에 따라 매년 달라지는데 올해 주제는 「음식과 강산」이야. 그래서 칠성이 이 주제에 딱 맞는 요리 대회를 개최했지!
페이몬:
「음식과 강산」…. 맛 좋은 음식과 강산의 경치라니, 꽤 괜찮은 주제잖아!
향릉:
그니까! 응광 님이 직접 정했다던데, 역시 대단해…. 항상 기상천외하시다니까…
여행자:
그럼 우린 뭘 해야 해?
향릉:
사실 요리왕 대항전에 참가하고 싶은데 머리도 많이 쓰고, 요리하는 것도 시식하는 것도 계속 반복되다 보니… 판단력이 흐려진 것 같아
향릉:
그래서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볼까 하는데 너희가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 이번 기회에 다양한 의견도 들어보고 고정관념 좀 떨쳐버리고 싶거든!
페이몬:
쉽네! 곳곳에 우리 친구들이 쫙 깔렸잖아. 그렇지, 여행자?
여행자:
뭐, 그냥 좀 많은 거지
향릉:
오오, 자신만만한걸!
페이몬:
당근 당근, 말해 뭐 해
페이몬:
시킨 것만 다 먹고, 리월 친구들한테 찾아가서 하나씩 물어보자
향릉:
응응, 완벽해! 누룽지가 돌아오면 다 같이 출발하자고!
묘 사부:
삶은 검정 농어가 왔습니다——!
페이몬:
와! 맛있는 냄새!
여행자:
고맙습니다, 묘 사부님!
묘 사부:
하하, 별말씀을
묘 사부:
우리 향릉이 사고뭉치라 나가면 너희가 많이 챙겨줘야 할 거야
향릉:
아빠! 무슨 말이 그래요!
묘 사부:
내가 내 딸을 모를까 봐? 나가서 내키는 대로만 하지 말고, 여행자의 듬직함 좀 배워와
페이몬:
걱정 마! 우린 친구니까 서로서로 잘 도울게!
페이몬:
아… 진짜 맛있어. 역시 이런 날씨엔 화끈하게 매콤한 요리가 딱이지!
향릉:
누룽지도 돌아왔어, 문 앞에서 방방 뛰고 있다고!
페이몬:
그럼 이제 슬슬 출발해볼까?!
페이몬:
재밌는 아이디어라면, 호두가 분명 신박한 의견을 내놓을 거야. 자, 처음은 호두로 하자!
호두:
으엥? 누가 내 이름을 부른 것 같은데?
호두:
아아, 페이몬이랑 여행자 그리고 향릉이잖아!
여행자:
우리 놀러 왔어!
향릉:
그래, 왜 호두를 잊고 있었지?
호두:
무슨 꿍꿍인데, 나한테 뭐 부탁할 거라도 있는 거야?
향릉:
호두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호두:
좋아하는 음식이라… 갑자기 물으니까 대답하기 어렵네
페이몬:
호두가 대답을 못 하다니, 말도 안 돼
호두:
아무리 입심 좋은 새라도 문 닫고 쉬는 시간은 있잖아? 나도 똑같아
페이몬:
새한테 문을 닫고 쉰다고 말할 수 있는 거야…?
여행자:
그냥 간단하게 대답하면 돼
향릉:
그래, 깊게 생각할 거 없이 그냥 좋아하는 요리만 말해주면 돼! 지금 여론조사 중이거든
호두:
알겠다, 새로운 요리를 만들려는 거지? 그럼 너무 이상한 건 만들지 마! 새우만두를 곁들인 생선전골도 충분해!
향릉:
생선전골이랑 새우만두? 엄청 평범한데?
호두:
평범하기도, 또 평범하지 않기도 해. 봐봐, 생선전골은 뜨겁고 매워서 「동적」인 요린데 거기에 새우만두를 더하면 「정적」인 요리가 된다고. 이해가 돼?
향릉:
동적인…?
향릉:
동적인 요리라, 나 만들 줄 알아! 슬라임 미끈미끈…
호두:
그런 게 아니라! 요리는 다 각자 고유의 분위기가 있어. 봐, 오감 모두를 자극하는 생선전골의 붉고, 매운맛! 이런 걸 보고 「동적」이라고 해
호두:
반면 투명하고 담백한 새우만두는 「정적」인 요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동적인 음식과 정적인 음식을 조합하면 서로를 더 돋보이게 해줘!
페이몬:
무슨 궤변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향릉:
음…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은 잘 어울리고, 서로를 돋보이게 해준다…
페이몬:
알 것 같아. 고기와 야채의 달고 짠맛이 서로를 보완해 주는 거지?
호두:
정답! 다만 꼭 단 음식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야. 나처럼 몸 생각하는 사람은 단 걸 잘 안 먹거든
향릉:
그렇구나, 아무 말이나 한 건 줄 알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
향릉:
역시 호두야, 고마워!
페이몬:
아무 말 대잔치라면, 이야기꾼 아저씨도 호두는 못 이기지
호두:
응? 뭐, 칭찬으로 들을게
여행자:
호두는 철리를 꿰고 있네
호두:
오——! 역시 넌 알아들었구나!
호두:
천지 만물, 생로병사, 단짠 맵짠엔 다 나름의 규칙이 있어! 아는 사람은 안다고!
향릉:
여행자도 공감하는 것 같으니까 한번 고려해 볼게
페이몬:
호두한텐 거의 다 물어본 것 같은데 이제 불복려로 갈까?
호두:
불복려라…. 음, 거기서도 분명 재밌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야. 헤헤…
치치:
아, 여러분이군요. 무슨 일이시죠?
장생:
오? 귀한 손님이군. 오늘은 한가한가 봐
페이몬:
으아, 백출 목소리가 왜 이래!?
장생:
이봐! 목을 보라고!
페이몬:
아… 장생 목소리였구나…
여행자:
오랜만이에요
백출:
하하, 약을 지으러 오신 건가요?
페이몬:
아니, 그냥 얘기하러 왔어, 음식에 관한 것 좀 물어보려고!
향릉:
제가 요리 대회에 참가하려고 하는데 두 분… 아니, 세 분! 각자 제일 좋아하는 음식 좀 말씀해주세요
장생:
하하, 이 친구 말을 참 예쁘게 하네, 그런 거라면 도와줄 수 있지
치치:
좋아하는… 음식이요? 음…
치치:
하나같이, 다 맛없죠
백출:
치치는 미각에 문제가 있어서 맛을 못 느껴요. 그러니까 너무 개의치 마세요
향릉:
괜찮아요, 알고 있어요! 그래도 치치야 선호하는 건 있지 않아? 넌 어떤 느낌의 음식을 좋아하는지 궁금해
치치:
느낌… 식감? 음… 식감이라면 있어요
치치:
차가운… 코코넛 우유요
페이몬:
코코넛 우유는 음료라서, 참고하기 어렵겠네…
향릉:
여러분은요? 어떤 요리를 좋아하세요?
장생:
난 그냥 잘 넘어가는 고기 요리면 다 좋아
백출:
저도 비슷해요
백출:
약을 지으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이나 아이들인데 그분들은 큰 조각의 고기나 해산물은 삼키거나 소화하기 어렵거든요. 음식을 좀 더 작게 조리한다면 훨씬 좋지 않을까요?
백출:
또 감기에 걸린 분들은 인후통으로 기름진 음식은 피해야 하죠…. 전 보양도 하실 겸 그분들에게 국물 요리를 추천하는 편이에요
향릉:
아, 약선요리 같은 거요?
치치:
약선요리는… 싫어요
백출:
죄송해요. 제 생각이 너무 편향됐죠? 요즘 약을 지으러 오시는 분들이 늘어서 생각이 많아졌나 봐요…. 아마 요즘 날씨 변화 때문이겠죠
페이몬:
그럭저럭 괜찮은 얘기였어! 날에 맞고, 노인과 아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요리. 좋은 선택 같아
여행자:
요리사의 마음도 전할 수 있어
향릉:
약선요리는 가정식보다 영양의 균형을 더 중요시해. 평소엔 이런 거 신경 안 썼지만, 이번엔 대회니까… 맛과 영양 모두를 챙기면 가산점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치치:
의미가 있으면, 더 좋아요. 다들 좋아할 거예요
향릉:
아주 유용한 의견이네! 다들 고마워요!
치치:
뭘요, 도울 수 있어서 나도 좋아요
향릉:
의사 선생님의 관점은 또 다르네요. 많은 걸 깨달았어요
백출:
별말씀을요
장생:
조언을 잘 새겨듣는 걸 보니 넌 좋은 요리사구나
페이몬:
향릉은 요리 연구에 진심이라 모든 신경이 다 거기에 쏠려있거든!
향릉:
헤헤… 다들 취미 하나씩은 있잖아요. 제 취미는 요리예요! 원래는 혼자 고민했는데 이번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으니 색다른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아요
페이몬:
헛걸음은 아니었단 거지! 다행이야
페이몬:
자, 그럼 이제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러 가자. 기발하고 시민들의 각도에서도 생각해 줄 수 있는 사람…. 다음은 좀 까탈스러운 사람이 좋겠네
각청:
응? 여행자랑 페이몬 그리고 향릉까지?
응광:
다들 오랜만이네
북두:
여어! 무슨 바람이 너희를 여기까지 오게 한 거지?
여행자:
다들 같이 계셨네요
향릉:
무슨 일 있나요?
페이몬:
바닥에 저 엄청 큰 돌덩이는 또 뭐야…
각청:
말하자면 길어…. 어쨌든 분명히 말해두는데 이 정체불명의 돌덩이는 내가 처리합니다~!? 둘 다 불만 없죠?
북두:
네 일 처리는 언제나 빠르고 정확하잖아. 네가 맡아주면 나야 안심이지
응광:
그 말, 내 능력은 믿을 수 없다는 건가?
북두:
응? 비바람에도 장소불문, 발에 부리나케 뛰어다니는 각청이랑 넌 다르지. 그리고 이번 일에 신경도 안 쓰더니 뭘 그렇게 따져!
응광:
그냥 해 본 말이야, 네가 그렇게 꼬집어서 날 나무라는 바람에 여행자 일행 모두가 얼어붙었잖아
여행자:
제가 좀 나쁜 타이밍에 온 거 맞죠?
응광:
그럴 리가, 이 돌덩이가 궁금한 거 맞지? 그럼, 여기 대항해가 북두 선장이 소개해 줄 거야
북두:
이 사람이… 허, 뭐 좋아
북두:
꽤 큰 돌이지? 표면이 매끄러운 게 꼭 속에 무슨 보물이라도 있는 것 같아
각청:
이건 어민들이 얕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거야. 오랫동안 물속에서 침식되다 보니 이런 모양이 되었겠지
응광: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물건이니 공공 기관에 맡기는 수밖에. 우리 쪽에 두면 그들도 안심될 거야
향릉:
돌덩이 안에 뭐가 있는데?
각청:
무기에 곤봉까지 써봤는데 깨지긴커녕 금도 안 갔어. 보이는 것처럼 간단한 돌덩이는 아닌 것 같아
페이몬:
무기로도 안 깨지는 돌덩이라, 대단한걸…
응광:
뜻밖에도 각청이 이 거대한 돌덩이를 신경 쓰길래 처리를 맡기기로 했어
각청:
이런 건 나중에 말하고, 너흰 여기엔 누굴 찾아 온 거야?
페이몬:
아! 우린 너희 모두를 찾아 왔어!
응광:
설마 무슨 엄청난 일이 생긴 건 아니지?
향릉:
아, 아니에요! 페이몬이 너무 과장한 거고… 사실은 여러분의 음식 취향을 들어보려고 온 거랍니다
각청:
음식? 갑작스러운 질문인걸…
응광:
내 입맛은 단순한 편이야. 정교, 간단, 담백, 섬세… 이거면 돼
북두:
그게 단순한 건가?
응광:
내 요구 사항을 네 단어로 요약할 수 있으면 단순한 거 아니야?
북두:
바다에서 몇 주만 살면, 네 사치병 따위 쏙 들어갈 거라 장담하지
향릉:
북두 언니는요?
북두:
나는… 신선하고 따뜻한 요리면 다 좋아. 매운맛까지 더하면 금상첨화고
페이몬:
안주는 어때?
북두:
하하, 무조건 좋지
각청:
난… 역시 해산물이 좋아
향릉:
으음, 해산물이랑 뜨거운 음식 그리고 정교, 간단, 담백, 섬세…
여행자:
공통점은 없는 것 같네
향릉:
아냐! 여행자, 너 「황금 새우볼」 알아?
각청:
(어엇! 내, 내가 좋아하는 건데…)
향릉:
생새우살을 깨끗이 씻고, 아주 얇게 썬 감자채로 감싼 후에 기름에 튀겨서 만드는 건데 꽤 손이 많이 가는 요리야!
향릉:
정교한 모양에 담백한 향기, 접시에 올려놓으면 간단해 보이지만, 솜씨는 섬세해야 하니까… 응광 님의 4가지 요구 사항에도 부합하지
페이몬:
원래 요리의 진정한 의미는… 그 뭐더라? 변해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잖아!
각청:
바로 그거야, 황금 새우볼은 아름다움과 맛을 겸비한 아주 훌륭한 요리야
향릉:
으음~ 알겠다, 각청은 황금 새우볼을 좋아하구나…
각청:
내,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북두:
하하하, 답 나왔구먼 뭘 그래
향릉:
자~ 세 분의 의견은 잘 들었어요. 다들 고마워요. 잘 참고할게요!
각청:
참, 여행자랑 페이몬, 너희 다음 약속 있어?
여행자:
일단은 없어
각청:
너희랑 이 돌덩이에 대해서 조사해보고 싶은데
페이몬:
우리 전공이지, 우리가 바로 최고의 수사 전문가잖아!
각청:
그래, 어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상황을 설명해야 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내가 좀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최고의 조력자를 찾아 직접 조사해 보려고
각청:
「축월절」의 유래는 너희도 대충 알고 있겠지만, 난 이 명절에 대해서 좀 다른 의견이 있어
각청:
우리 할아버지가 리월의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학자거든. 할아버지의 메모를 보면 리월엔 「조왕신」이 있었고, 사람들은 특정한 시기에 이 신을 기렸던 것 같아
각청:
조왕신에 관한 서적은 워낙 희귀하기도 하고 내용도 헷갈려서 조왕신을 암왕제군이라고 하는 학파도 있고, 아예 다른 인물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
각청:
또 민간설화도 있는데, 옛날 사람들이 조왕신의 감실을 찾았더니 신상은 없고 겉이 반들반들한 거대 바위만 있었다고 하더라고
각청:
그 거대 바위는 운송하다가 분실돼서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던데, 이 돌의 특징이 그 소문의 돌과 비슷해서 말이야. 어쩌면 저게 그때 사라졌다는 그 돌일지도 몰라
각청:
할아버지는 오랫동안 고문서를 연구하신 끝에 조왕신을 기렸던 기념일이 「조신절」이라 불렸을 거라는 가설을 제시하셨고 조신절이 어쩌면 「축월절」의 원형일지도 몰라
각청:
이걸 입증하려면, 우선 조왕신의 실체를 알아내야 해
각청:
제군께서 떠나신 지금, 리월은 인간이 다스리는 시대에 접어들었고 난 후손으로써 제군처럼 리월의 문화와 전통을 중시할 거야
각청:
그래서 이 일을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역사도 검증할 수 있고, 전통도 이어갈 수 있고, 할아버지의 가설도 확인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잖아
각청:
이 돌덩이는 가져온 지 2~3일 정도 됐어. 마침 이 돌이 나타나기 전에 올해 축월절의 주제는 「음식」으로 정해졌고, 어쩌면… 이것 역시 하늘의 뜻일지도 몰라
페이몬:
엄청난 사명감이네… 역시 각청이야!
여행자:
알겠어, 근데…
여행자:
아직 향릉의 의뢰가 남아서…
향릉:
괜찮아, 너희들 중요한 일 있는 거지? 난 신경 쓰지 마
향릉:
나는 그냥… 응? 잠깐만… 방법이 있어!
각청:
뭐, 뭐야! 갑자기 시끄럽게…
향릉:
각청, 그 조사 나도 따라가도 될까?
각청:
에? 하지만…
향릉:
조왕신에 대한 조사라면 요리랑 관련된 단서가 있을 수도 있잖아. 요리 대회에 쓸만한 영감을 줄 수도 있어!
향릉:
제발, 데려가 주라~ 뭐든 도울게!
각청:
그렇게 간절하다면… 알았어
향릉:
정말? 고마워, 각청 참 착해!
각청:
큼! 그… 그럼 이제 출발하자. 경책 산장에 고서가 많다던데 먼저 그쪽에 가서 알아보자고
페이몬:
좋아, 우선 경책 산장으로 가자!
페이몬:
약심 할머니, 우리 궁금한 게 있어!
페이몬:
혹시 경책 산장에 고서 있어? 아주 오래된 그런 거!
약심:
고서를 찾는 게냐? 가만있자…
약심:
저쪽에 비운 상회의 낡은 창고가 하나 있어. 집에 다 못 둔 책을 거기에 쌓아 놓고 그 집 도련님이 가끔 책을 보러 오더라고
각청:
비운 상회의 도련님이라면, 행추잖아
페이몬:
행추 네 창고였구나, 가서 둘러보자!
승우:
으… 서고 청소하는 날인데, 느닷없이 도둑을 만날 줄이야…
향릉:
괜찮으세요?
승우:
감사합니다, 전 괜찮아요. 어? 옷차림을 보니 혹시 여행자님? 그리고 이분은… 각청 님?! 정말 영광이에요!
각청:
실례할게. 여기가 비운 상회의 오래된 책 창고라고 들었는데, 혹시 여기에 「조왕신」과 관련된 고서 있어?
승우:
조왕신이요? 어… 전 그분이 암왕제군님이라고 들었는데요?
페이몬:
엥, 그래?
승우:
요리할 때 사용하는 불은 부뚜막의 힘을 빌린 거고, 부뚜막은 돌을 쌓아올려 만든 거잖아요
승우:
그래서 암왕제군님의 은혜이며, 그분을 조왕신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고 연구했던 친구가 말해줬었죠
각청:
그것도 일리 있네…
각청:
혹시 관련된 다른 서적은 또 없어?
승우:
음… 그런 질문은… 저, 저도 도련님께 여쭤봐야 할 것 같아요…
행추:
저한테 물어보실 게 있나요?
페이몬:
중운, 행추!
중운:
안녕
향릉:
둘이 여기엔 무슨 일이야?
행추:
한가하고 따분해서 책 좀 보려고 중운을 데려왔어
중운:
난 그냥 따라온 거야…
행추:
옥형 각청 님도 계신 걸 보니 무슨 중요한 일이 있나 보군요
각청:
행추 도령, 외람되지만 이 서고에 「조왕신」과 관련된 고서가 있을까?
행추:
창고를 직접 정리해서 안에 있는 책들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요
행추: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리월 신화 보강》이라는 책에 조왕신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각청:
혹시 좀 빌려 갈 수 있을까?
행추:
물론이죠. 괜찮으시면 제가 안내할게요. 승우, 여긴 내가 안내할 테니 가서 일 봐
페이몬:
나왔다! 어때, 관련된 내용 찾았어?
각청:
응, 행추 도령 기억력이 대단해~ 정말로 《리월 신화 보강》에 조왕신에 대한 기록이 있더라고, 다만…
각청:
책엔 「그 형태는 용과 같아, 꼬리로 태양을 가리고 발톱으론 불을 다스리며 인간에겐 지혜를 줬다. 인간은 이로써 음식을 만들고 풍족한 삶을 살았노라」라고 쓰여있어
향릉:
용과 같은 형태라… 암왕제군님의 소문과 똑같네
각청:
맞아, 하지만 관련된 기록은 이것뿐이었어. 더 알기 위해선 계속 조사해봐야겠지
각청:
여긴 더 이상의 정보가 없어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
중운:
우리 집도 도술 명문가로써 꽤 많은 고서를 소장하고 있어. 너희가 말하는 그 조왕신에 대해서도 얼핏 기억나긴 하는데… 귀리집에 나타났었다는 전설이 있지. 뭐 사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행추:
책은 사람이 쓰는 거라, 사람의 생각대로 기록될 수밖에 없잖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에 책 속의 기록 역시 모두 다르고
행추:
큰 도움이 못돼 아쉽네요
각청:
이 정도면 충분해. 리월 땅은 넓고 풍요롭잖아. 존재했던 것은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니까 계속 조사하다 보면 분명 뭔가가 나오겠지
각청:
다들 고마워, 우린 다른 곳으로 가서 좀 더 찾아볼게
향릉:
아, 잠깐! 나도 물어볼 게 있어! 행추, 중운 너희 둘은 어떤 음식을 좋아해?
중운:
음식? 서, 설마 너 요리왕 대항전에 참가하는 거야?!
향릉:
맞아, 왜 그렇게 경악하는 건데!
중운:
향릉, 이건 중요한 대회야. 제발 부탁인데 이상한 재료로 참가하지는 말아줘…
향릉:
이상한 게 뭔데!
행추:
슬라임 미끈미끈 버섯무침 같은 요리겠지
향릉:
슬라임 미끈미끈 버섯무침은 반응이 별로긴 했어…. 그래서 좀 더 잘 먹히고 매력적인 메뉴를 만들려고 조사 중이야
중운:
그렇다면… 난 냉채를 좋아해
페이몬:
중운은 뜨겁고 매운 음식을 못 먹어서 그렇지?
중운:
하하, 맞아, 정확해…
행추:
내 입맛은 담백한 편이라 산뜻하고 신선한 요리를 좋아해. 채솟국, 해산물 찜, 전골… 뭐 이런 종류는 다 좋아
페이몬:
행추 이미지랑 잘 어울리네
향릉:
음음, 또 한 명의 담백파…. 기록 완료
중운:
이렇게 다 개인적인 취향에다가 의견도 다 다른데 이런 게… 정말 도움이 되긴 하는 거야?
향릉:
당연하지. 너희는 모두는 내 손님이고, 손님을 웃게 만드는 게 바로 요리사의 사명이잖아!
행추:
향릉이 개발하는 요리가 기상천외하긴 하지만, 마음가짐 자체는 항상 변함없지
페이몬:
좋은 요리를 만들어내는 요리사라면, 분명 향릉처럼 순수하고 항상 손님을 생각하는 사람일 거야
향릉:
갑자기 내 칭찬은… 부끄럽게…
향릉:
앗! 시간을 너무 지체했네. 내 질문은 끝났어, 그럼 계속 조사해볼까?
페이몬:
각청, 다음은 어디야?
각청:
음…
각청:
아까 조왕신이 나타났었다고 했잖아. 오늘날 귀리집은 인적이 드문 광야야
각청:
근처에 망서 객잔이 있으니까 가서 알아보자
행추:
여러분, 멀리는 안 나갈게요. 모든 게 순조롭길
중운:
힘내!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다시 찾아오고!
여행자:
다들 고마워
페이몬:
가자, 다음은 망서 객잔이야!
언소:
엥? 여행자, 그리고 그 옆은…
페이몬:
우리 친구들이야. 향릉, 누룽지 그리고 각청
언소:
각청이라면?! 그 리월 칠성의 그… 그…
각청:
안녕하세요
여행자:
긴장하지 마세요
언소:
아니, 나처럼 평범한 소시민이… 옥형성 님 같이 대단하신 분을 만나는 건 처음이라
향릉:
(건강한 신체, 힘 있는 손목, 순박한 눈빛까지… 이 사람 분명 좋은 요리사야!)
언소:
먼 곳에서 망서 객잔까지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각청:
사실…
언소:
그렇군요
각청:
조왕신이 귀리집에 나타났었다는 말이 있던데, 망서 객잔은 이 일대에서 가장 오래되고 온전한 건물이잖아요. 주변에 고서가 있다면 이곳으로 보내졌을 확률이 높은 것 같아서요
각청:
실례지만, 망서 객잔에 서고가 있나요? 그리고 조왕신과 관련된 내용이 있을까요?
언소:
아~ 그러고 보니, 이곳엔 오래된 책들이 꽤 있어요. 저도 거기서 요리법을 찾아봤었는데… 어디에 뒀는지 생각 좀 해볼게요
언소:
그럼, 가서 찾아보고 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언소:
중운은 뜨겁고 매운 음식을 못 먹어서 그렇지?
페이몬:
응? 우리 돈 내야 돼?
언소:
우리 사이에 돈은 무슨! 그냥 시간 있으면 「만족 샐러드」 좀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해서
페이몬:
갑자기 웬 만족 샐러드?
언소:
객잔 맨 위에 있는 사람 알지? 잘생기고 키는 별로 안 큰 그 친구 말이야…
페이몬:
조용히 해, 들으면 어쩌려고!
언소:
앗, 아! 어쨌든 누군지 알아들었으면 됐어
언소:
사장님께서 그 친구 좀 살펴봐달라고 했는데 매일 밖에서 돌아다니니 뭐 챙길 수가 있어야지. 게다가 행인두부 말고는 잘 먹는 것도 없다니까
언소:
사장님 말로는 네가 만족 샐러드를 만들어줬더니 좋아했다던데. 그 방법… 나한테 알려 줄 수 있어? 나도 만들어주고 싶어서 그래
페이몬:
소한테 만들어 주려고?! 너희 소한테 잘하는구나!
언소:
시도 때도 없이 마주치는 사람한테 못되게 굴어서 뭐 하겠어
여행자:
네, 알겠어요
언소:
금방 찾아올게, 조금만 기다려줘!
페이몬:
빨리 갔다 와!
각청:
고마워, 여행자
여행자:
별말씀을
각청:
…그래
언소:
여기 있습니다
각청:
고마워요
페이몬:
각청이 책 보는 동안 우리는 만족 샐러드 만들자! 향릉, 넌 뭐 할래?
향릉:
나도 배우고 싶지만, 다들 할 일 하러 가는 거니까 난 각청이랑 여깄을게
페이몬:
그럼 우린 갈까?
언소:
만들어봐. 나는 옆에서 보고 있을게! 한 번 보면 대강 다 기억하거든
언소:
좋아, 제대로 배웠어. 고마워
페이몬:
순서 다 기억할 수 있겠어?
언소:
물론이지, 이래 봬도 내가 이 근방 최고의 요리사라고
페이몬:
그럼 우린 향릉이랑 각청한테 가서 뭐 좀 알아냈냐고 물어보자
페이몬:
각청, 향릉, 우리 왔어——!
각청:
요리는 다 만들었어? 우리도 마침 막 끝났어
언소:
어디 도움은 좀 됐나요?
각청:
네, 게다가 조왕신에 대한 뜻밖의 기록도 찾았어요
각청:
책에는 「북서쪽 200리 떨어진 곳에는 귀리집이 있다. 그곳엔 큰 부락이 있으며, 사람들은 사냥과 농사를 업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
각청:
「조왕신이 강림하면 그는 아이처럼 작은 여러 개의 형상으로 변한다. 별똥별처럼 내려와 수많은 집에 불을 지펴주고, 이렇게 불을 얻은 사람들은 뜨거운 음식과 국 그리고 익힌 고기를 먹게 되었다」라고 적혀있어요
각청:
근데 《리월 신화 보강》의 기록과 완전히 다르기도 하고 내용도 상반돼죠
페이몬:
「여러 개의 형상으로 변한다」라… 조왕신은 한 명이 아니라는 건가?
각청:
글자 그대로의 뜻이라면 그런 거지
향릉:
「별똥별처럼 내려와 수많은 집에 불을 지펴주고」… 조왕신은 직접 요리도 도와줬을까?
언소:
인간을 아주 사랑하는 신인 것 같네
페이몬:
상반되는 단서 두 개…. 둘 중에 뭘 믿어야 할까?
각청:
좀 더 조사를 해봐야 알 것 같아
각청:
책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언소:
어휴, 별말씀을요. 여행자가 절 더 많이 도왔죠
언소:
평소에 내가 귀찮게 한 것도 많은데 마침 이렇게 시간 날 때 음식 좀 대접하고 싶어. 어때, 내가 성의 표시 좀 할 수 있게 밥 먹을 시간 정도는 비워줄 수 있을까?
향릉:
와, 저분 자신만만하신걸! 자신감 넘치는 요리사가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지
향릉:
저분이 만든 요리 맛 좀 보고 싶어. 여행자, 먹어보자!
여행자:
각청, 시간 괜찮아?
각청:
호의를 거절하기도 그렇지…. 좋아, 가자
각청:
언소 씨, 기대하고 있을게요
언소:
하하, 기대하세요!
페이몬:
다들 여기 와서 앉아!
각청:
아주 익숙해 보이네
향릉:
난 누룽지랑 여기 앉을게!
누룽지:
♪~♪
언소:
자, 주문하신 요리 나왔습니다
향릉:
(!!)
향릉:
(향만 맡아도 알 수 있어…. 이 사람, 내 선의의 경쟁자가 되겠군!)
페이몬:
음~ 너무 향긋해!
각청:
요리 전문점이 아닌 객잔에 이렇게 뛰어난 요리사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언소:
숙박을 하든 요기를 하든 맛있는 요리를 마다할 사람은 없잖아요! 이곳은 명목상 객잔이긴 하지만,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사실상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죠
언소:
다들 맛있게 드세요, 전 바빠서 이만
향릉:
언소 씨도 올해의 요리왕 대항전에 참가하시나요?
언소:
……!
언소:
혹시 너도…
향릉:
맞아요, 저도 참가해요. 그리고 열심히 해서 결승에 진출할 생각이죠! 요리 정말 맛있어요. 결승전에서 언소 씨 뵐 생각에 벌써 설레네요
언소:
하… 재밌군. 그래, 그때 보자고!
페이몬:
선전포고한 거야?
각청:
좋은 적수를 만난 것 같은걸
향릉:
응! 정말 좋은 요리사이기도 하고, 음식도 맛있는 데다가 요리에서 듬직함도 묻어나는… 분명 좋은 적수가 될 거야
향릉:
샘물 마을 브룩 언니와의 대결을 끝으로 아직 누구와도 겨룬 적이 없어
여행자:
향릉의 투지가 불타고 있군!
향릉:
에이 뭘…. 에?! 누룽지, 너 뭐 하는 거야!
누룽지:
♪~
각청:
앗! 누, 누룽지가…
향릉:
야! 각청이 제일 좋아하는 걸 훔쳐먹으면 어떡해!
각청:
아… 내 황금 새우볼…
페이몬:
누룽지, 나빠!
누룽지:
?
향릉:
싹 다 먹어 치웠네…. 휴, 내가 밖에서 이러면 안 된다고 했잖아!
향릉:
미안해, 각청, 내가 꼭 갚을게!
페이몬:
괜찮지 않아? 오늘은 언소가 쏘는 날인데 다시 시키면 되잖아
향릉:
달라 달라! 먹고 싶을 때 못 먹으면 다시 시킨다고 해도 그 마음을 되살릴 순 없다고
향릉:
맛이란 감정, 음식 그리고 분위기가 합쳐진 결과물이라 하나라도 빠지면 안 돼!
각청:
듣고 보니 아주 정확한 평가네…
향릉:
내가 갚을게, 각청,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어떤 재료가 좋아? 말만 해! 내가 다 해줄게!
각청:
아…
각청:
(딱히 원하는 건 없지만, 난처하게 하긴 싫고…. 역시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주는 게 좋겠어)
각청:
어쩔 수 없네. 만들어 줬으면 하는 레시피가 있어. 할아버지 메모에 적혀있던 오래된 레시피야
향릉:
문제없어, 보여줄래?
각청:
리월항에 돌아가면 전해줄게
각청:
여행자, 잘 먹었어?
여행자:
응
각청:
우선 리월항으로 돌아가자, 가서 찾아야 할 물건이 있어
각청:
집에 가서 메모 좀 가져올 테니까 이따가 만민당에서 만나자
페이몬:
그래!
향릉:
그럼 난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을게! 여행자 너는? 좀 돌아볼래 아니면 와서 쉬고 있을래?
각청:
내가 마침 그한테 할 말이 있으니까. 향릉 너는 먼저 볼일 봐
향릉:
응, 그래
각청:
여행자, 이리 좀 와봐
각청:
어떻게 해야 향릉이랑 편하게 지낼 수 있는지… 좀 알려줄 수 있을까?
여행자:
어?
페이몬:
각청이 이런 일로 고민을 한다고?
각청:
이, 이상해? 왜 그런 표정으로 보는 거야…
페이몬:
넌 자신감도 넘치고, 유능해 보여서 뭐든 다 잘하는 줄 알았지
각청:
그럴 리가…
각청:
향릉은 항상 친절해. 특히 이번에 내 일도 도와줬고…. 그러니까 우린, 음, 친구라고 할 수 있겠지?
각청:
어쨌든, 난 착하고 열정 넘치는 사람을 대하는 데 서툴거든. 여행자 네가 좀 가르쳐 줘
각청:
그, 그래…?
각청:
흠! 고마워, 그럼 이따가 보자
페이몬:
좀 전에 각청이 쑥스러워한 거 맞지? 각청 성격에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니, 상상도 못 했어
여행자:
향릉의 생각도 물어보자
페이몬:
우리 왔어!
향릉:
일단 앉아 있을래? 난 정리 좀 하고 부족한 식재료는 없는지 보고 올게
여행자:
향릉 뭐 좀 물어봐도 될까?
페이몬:
와, 바로 물어보려고?
향릉:
무슨 일인데?
여행자:
페이몬이 얘기할 거야
페이몬:
네가 묻는 거 아니었어?! 나한테 떠넘기다니…. 우으…
페이몬:
그게 말이지, 좀 전에 망서 객잔에서 각청이랑 친해 보이던데, 너 각청이랑 친구라서 좋겠다?
향릉:
맞아! 각청은 성격도 좋고 편하잖아. 다들 각청 같은 사람이랑 친해지고 싶어 하지 않아?
페이몬:
대단하다…. 난 각청을 처음 봤을 때, 어려운 녀석이 왔구나 했는데…
여행자:
그런 면이 없지 않지
향릉:
그래? 난 처음 봤을 때부터 말이 잘 통한다고 생각했어. 좀 전에 객잔에서도 각청이 누룽지한테 몰래 먹을 걸 줬는데, 너흰 못 봤어?
페이몬:
물론 우리도 각청이 좋은 사람인 건 알고 있지! 그냥 첫인상이 그랬다고
향릉:
첫인상… 음 너희 혹시 바닷조개 먹어본 적 있어? 그것도 처음엔 열기 어렵지만, 구우면 정말 맛있잖아
페이몬:
눈으로만 봤지 구워 먹어 본 적은… 아직 없는 것 같네…
향릉:
그럼 내가 다음에 구워줄게! 어쨌든, 각청이 그런 사람이야. 처음에는 다가가기 힘들지 몰라도 조금만 친해지면 부드러운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향릉:
게다가 누룽지가 각청이 좋아하는 걸 훔쳐 먹었는데도 잘 돌봐줬잖아. 정말 고마웠어
페이몬:
그렇구나
페이몬:
여행자, 내가 보니까 향릉이 사람 볼 줄 아는 것 같아…. 그래서 처음부터 각청한테 살가웠던 건가?
여행자:
그런 것 같아
향릉:
당근이랑 꽃게는 있고, 햄이랑 버섯도 있네…. 음, 각청이 어떤 레시피를 가져올까?
페이몬:
응?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어!
향릉:
무슨 일이지?
향릉:
앗! 엄청나게 큰 새다!
페이몬:
앗! 그 여자다!
류운차풍진군:
무엄하다, 여자라니!
류운차풍진군:
본 선인은 이름이 있거늘, 류운차풍진군이다
향릉:
류운차풍… 이름이 정말 선인 같네요
류운차풍진군:
좋다, 이 소녀의 안목을 봐서 좀 전의 무례는 눈감아주지
여행자:
오랜만이에요
류운차풍진군:
여행자, 오랜만이구나. 보아하니 축월절 때문에 바쁜가 보군
여행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류운차풍진군:
하! 내노라하는 여행자도 축월절에 동참하다니, 올해 주제 역시 만만치 않겠어
향릉:
「음식과 강산」 말씀이세요?
류운차풍진군:
맞아, 축월절 기간엔 각종 식자재가 잘 여물어 미식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지. 너희가 축제를 다채롭게 꾸미는 걸 보니 가만히 있을 수 없구나
류운차풍진군:
미식이나 요리에 대한 재주와 발상은 나 역시 뒤지지 않는다! 특별히 인간들에게 나의 새로운 기관요리 신기를 선보이마
향릉:
기관요리… 그건 뭔가요?
페이몬:
기관요리 신기가 뭐야?
여행자:
새로 발명한 건가요?
류운차풍진군:
이번엔 그저 인사하러 왔으니 서둘지 말 거라. 때가 되면 다들 알게 되리니
류운차풍진군:
특히 여행자 너는 식도락에 대한 안목이 높은 것 같더군. 때가 되면 네가 본선에게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
페이몬:
지명초청인 거야?
류운차풍진군:
흠, 알고 있으면 그만인 것을 말해 뭐 하나
류운차풍진군:
말은 모두 전했다. 속세에 오래 머물 수는 없으니 내 소식을 기다리도록. 그럼 나중에 만나지!
페이몬:
정말 바람 같은 여자… 아니, 선녀… 아니다, 선조(仙鳥)인가…
향릉:
좀 전에 그분은 높으신 분 같던데 요리도 할 줄 아신대
페이몬:
맞아, 맛있는 걸 좋아해
???:
여기서 다들 뭐 해? 선인은 이미 돌아갔어
페이몬:
각청이다!
각청:
오래 기다렸지? 향릉, 이건 우리 할아버지가 적어놓으신 레시피야. 원본은 반출할 수 없어서 내가 직접 베껴왔어
각청:
레시피는 할아버지가 옛 문헌에서 따온 건데 책이 좀 오래돼서 흠집이 좀 있었어…. 그러다 보니 레시피에도 누락된 부분이 좀 있고, 괜찮을까?
향릉:
오오! 내가 한번 볼게… 음, 아~ 흐음
향릉:
좀 이따 연구해볼게!
각청:
수고 좀 해줘
???:
아… 저, 모두 계신가요…?
페이몬:
이 목소리는…
여행자:
감우 씨?
감우:
말씀 중에 죄송해요…. 근처에 물건 좀 사러 왔다가 술렁임이 느껴지기에 무심코 와 버렸네요
각청:
류운차풍진군 말하는 거야? 좀 전에 나도 봤어. 거리에 직접 나타나시다니…. 참 바람처럼 빠른 선인이셔
감우:
각청 님도 보셨으면… 아!
감우:
잠, 잠시 저에게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각청:
왜 그래 감우, 급한 일이라도 있어?
감우:
아니요, 업무 관련 문제는 아니고 사적인 질문인데… 괜찮으신가요?
각청:
(사적인 일? 그럴 리가, 요즘은 부당하게 일을 처리한 적도 없는데…)
감우:
괜찮으시면, 여쭤볼게요?
각청:
엇, 어
감우:
류운차풍진군께서 이곳에 한참 계시는 것 같던데… 실례지만, 혹시… 그분께서 제… 어릴 때 얘기를 하셨나요?
각청:
감우 어릴 때 얘기? 아니 전혀
감우:
네? 정말요?! 휴, 다행이네요…
감우:
항상 말씀하시다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셔서… 걱정했어요. 혹시 저와 관련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셨을까 봐요…
각청:
한마디도 안 하셨으니까 걱정 마
페이몬:
이렇게까지 물어보는데 각청, 넌 감우가 저렇게 마음 졸이는 얘기가 뭔지 안 궁금해?
감우:
아아! 안 돼요, 말하지 마세요…
각청:
물론이지, 궁금하지도 않고 물어볼 생각도
각청:
감우가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라면 타인이 참견해서는 안 돼. 그게 「예의」인 거고, 안 그래?
페이몬:
멋진 말이야. 나도 설득당했어…
감우:
…각청 님…
감우:
감사해요, 역시 각청 님은 제가 생각한 대로… 따뜻하신 분이군요
각청:
가,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에이… 어서 가서 일이나 봐
감우:
후후, 말씀하신 대로 저는 해야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여러분, 각청 님을 잘 부탁드려요
각청:
이봐! 너…!
페이몬:
알겠어, 우리한테 맡겨
감우:
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봬요
여행자:
방금 감우 씨가 네 언니 같았어
각청:
우으… 감우 말은 무시해
향릉:
얘들아! 나 뭔가가 떠올랐어!
향릉:
좀 전에 그 진군님 덕분에 생각난 건데, 조왕신이 선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
페이몬:
아! 그럴 수도 있겠다!
각청: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한 것 같아
향릉:
그럼 선인들을 찾아가서 물어보자. 어쩌면 사부님이 도움을 주실지도 몰라
각청:
사부님… 이라면, 네 사부님이 선인이라는 뜻이야?
향릉:
응, 옥경대에 계셔. 같이 만나러 가보자!
향릉:
사부님——!
누룽지:
♪
평 할머니:
허허, 향릉 왔니
페이몬:
평 할머니가 향릉의 사부님이었어?!
각청:
정말 의외네…
향릉:
사부님, 잘 지내셨죠?
평 할머니:
잘 지낸단다. 오늘 이렇게 모두가 시간을 내서 이 늙은이를 보러 와줬구나
여행자:
평 할머니, 안녕하세요!
각청:
안녕하세요
향릉:
사부님, 사실 여쭤볼 게 있는데 조왕신이라고 아세요?
평 할머니:
조왕신, 알다마다
각청:
설마… 조왕신이랑 아는 사이신가요?
평 할머니:
그러고 보니… 오, 축월절기간이구나
평 할머니:
과연… 하하하, 나한테 조왕신에 관해 물어보러 온 거니?
각청:
네, 최근에 사건이 좀 있어서 조사하고 있거든요
평 할머니:
그렇구나…. 거대한 바위가 나타나서 그런 게지?
평 할머니:
모두의 예상대로, 너희가 말한 「조왕신」과는 아는 사이였어. 하지만, 아주 아주 오래전 일이네
평 할머니:
「축월」은 본디 선인의 의례였지만, 선인의 일을 행하지 않는 리월 사람들도 이 의례를 흉내 냈단다. 「축월」이라는 이름을 빌려 다양한 명절을 만들어냈지
평 할머니:
달빛이 아름다운 날, 모두 모여 먹고 마시며 함께하는 기쁨을 만끽했어
평 할머니:
후에 암왕제군께서 한 친구를 기념하기 위해 이 명절들과 「축월」이라는 단어를 통합했지. 하늘을 통해 땅을 보고 달에 맹세하며, 옛 시절을 회상해 현세에 비춰보고 함께하는 즐기는 명절, 그게 바로 「축월절」이란다
각청:
제군… 후
평 할머니:
허허… 조왕신은 리월에 수많은 공헌을 했고, 의(義)를 중요하게 여기신 제군께선 절기마다 옛 벗을 추모하며 우정을 기리셨어
평 할머니:
아마 그 명절 중에는 「조신절」도 있었던 것 같은데…
각청:
제군은 전통을 중시하셨지…. 안타깝게도 앞으로 전통을 계승하는 건 우리 후손들의 몫이네
여행자:
각청…
평 할머니:
각청아, 절대로 자책하지 말렴. 후손 중에 이렇게 전통 의례를 중시하는 사람은 있다는 걸 아시면 제군께서도 분명 뿌듯하실 게야
각청:
…감사해요
상서:
각청 님!
각청:
응?
상서:
각청 님, 응광 님께서 부르십니다
각청:
응광이 날?
각청:
무슨 일이 있나 보네…. 얘들아 나 먼저 가볼게. 내가 늦게까지 안 오면 응광이 있는 곳에 와서 날 찾아줘
향릉:
가버렸어…. 일할 때의 각청은 근엄한 표정이구나
평 할머니:
너희들 제군의 그 친구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니?
페이몬:
궁금해!
여행자:
그 친구가 조왕신인가요?
평 할머니:
맞아, 역시 예리하구나. 세상에 우연의 일치란 그리 흔치 않지…. 사라진 명절과 옛 친구는 사실 같은 걸 말하는 거란다
평 할머니:
조왕신은 내 친구이기도 했단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그는 세상을 떴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졌어
향릉:
어떻게 그런 일이…
평 할머니:
누구에게나 안타까운 일이지. 하지만 마신은 불멸하단다. 조왕신은 땅이 다시 활기를 되찾으면 어떠한 형태로든 다시 돌아오기로 약속했어
향릉:
정말요? 다행이에요…. 사부님도 조왕신이 그리우시죠? 말씀하시는 걸 보니까 굉장히 친한 친구였던 것 같아요
평 할머니:
그렇지, 여러 일이 있었지. 참 그립구나
평 할머니:
이 일을 각청이 조사하고 있다지? 그 아이는 뚝심이 있어서 자기 일이라면 최선을 다할 테지. 기운이 넘치던데 나도 힘을 보태주고 싶구나
평 할머니:
아쉽지만 직접 답을 주지 않을 거야. 그 아이에게 매우 중요한 과정이니 말일세
평 할머니:
각청의 할아버지도 조왕신에 대해 연구했었지. 역시 그 할아버지에 그 손녀구나…. 이 이야기는 수수께끼를 물려받은 각청이 직접 풀게 하자꾸나
페이몬:
평 할머니는 각청의 할아버지도 알고 있어?
평 할머니:
물론이지, 리월의 모두가 내 오랜 친구란다. 각청의 할아버지가 그녀만 했지…. 그땐 젊었었어
평 할머니:
콩 심은 데 콩 난다고 둘이 정말 똑같아. 무슨 일을 하든 성실하고 용감히 실천하지
평 할머니:
리월은 내가 가장 아끼는 분재 같아서 보고 있으면 점점 더 아름다워지고 번영해. 눈 깜짝할 사이에 또 다음 대가 자라나니… 행복하구나
평 할머니:
가지에는 새순이 돋아야 나무가 푸르고 시들지 않지
평 할머니:
돌덩이를 단서로 이 일을 조사하려는 건 옳은 선택이란다. 그 거대 바위가 바로 소실된 조왕신상이고 그의 모든 비밀이 그 안에 감춰져 있을 게야
평 할머니:
그 바위를 보고 싶구나. 나도 데려가 주지 않으련? 직접 보면 단번에 수수께끼가 풀릴지도 몰라
각청:
얘들아! 너희를 불러 달라고 하려던 참인데 왔구나
평 할머니:
각청아, 거대한 바위에 변화라도 있었니?
각청:
바위 모서리에 균열이 생겼어요. 그래도… 아직 안에 뭐가 있는지는 몰라요
페이몬:
엥! 누가 몰래 깬 거 아냐?
각청:
아마 자연적으로 생긴 걸 거야. 우리 무기로는 꿈쩍도 안 했었어
향릉:
그럼 어떻게 깨진 거지?
평 할머니:
그건 각종 속세의 것들이 조왕신의 힘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란다. 밥을 짓는 열기, 단란한 즐거움 같은 거 말이야…. 하하, 모두 힘내렴. 진실은 곧 밝혀질 게야
페이몬:
조왕신, 책에서 음식을 관장하는 신이라던데… 설마 누가 열심히 요리해서 바위에 금이 간 건가?
각청:
신상은 속세의 힘을 흡수할 수 있어…. 조왕신이 진짜로 불과 요리를 관장한다면… 요리할 때의 노고는 조왕신상에 전달되지 않을까?
각청:
이번 축월절 주제가 나와 응광이 정한 「음식과 강산」이잖아. 요즘 요리 대회 출전을 노리는 요리사들이 열심히 준비하던데… 페이몬의 가설도 일리 있어
향릉:
그리고 축월절 기간엔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 단란한 식사를 즐기잖아. 요즘은 어딜 가도 시끌벅적해서 명절 분위기가 물씬 풍기더라고
페이몬:
리월이 시끌벅적해져서 바위가 갈라진 거라면 축제 열기가 무르익을 때쯤엔 완전히 갈라지지 않을까?
향릉:
틀림없어요 ! 맞죠, 사부님?
평 할머니:
하하하, 한번 해보려무나
각청:
네, 요리와 관련 있었으면 좋겠네요
각청:
이번 요리왕 대항전은 실내에서 예선을 치르고 실외에서 결승전이 열릴 거야. 분명 재밌을 테니까 다들 현장에 와서 결승전을 지켜봐 줘
페이몬:
결승전이 끝나면 조왕신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거야, 그렇지?
각청:
그럴 수도
향릉:
난 이미 참가 신청했어. 분명 힘을 보탤 수 있을 거야!
각청:
응, 너처럼 뛰어난 요리사라면 결승 진출까지는 식은 죽 먹기지
페이몬:
요리 대회 얘기를 들으니까 엄청 배고파졌어…. 으아, 기대돼. 자고 일어났는데 결승전이면 얼마나 좋을까?!
호두:
재밌는 일이 있으면 나한테도 꼭 알려주라고!
백출:
음식과 약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자세한 설명을 원하신다면 아주 오래전 이야기부터 해야 하는데…
장생:
집어쳐! 아무도 안 궁금해한다고
치치:
코코넛 우유… 마시고 싶어요…
응광:
좀 전에 네가 한 말엔 오류가 있어. 나도 매일 옥경대를 산책하고 리월항도 둘러본다고
북두:
하아, 그냥 살찌는 게 싫어서 걷는 거잖아
행추:
오늘은 어떤 책을 읽을까…. 아! 중운! 아무 책이나 골라서 날 위해 읽어줄래? 그럼 난 머리를 안 써도 되잖아
중운:
어? 그런 게 어딨어?!
행추:
안 돼? 그럼 내가 읽어 줄게. 음… 《치정남녀 한담록》, 이 책은 어때?
중운:
행추, 아무래도 너희 집 서고엔 이상한 책이 많은 것 같아…
행추:
그럼 《옥경대에서 살아남기》, 이 책은 어때?
중운:
으… 이건…
각청:
흐음… 음… 그렇군…
향릉:
으우… 내용이 너무 복잡해…
언소:
어서 네 실력 좀 보여줘